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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노경진 기자

'명품'분양, '하자'입주

'명품'분양, '하자'입주
입력 2015-03-30 09:25 | 수정 2015-03-3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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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문이 덜렁대고,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면 물이 거실로 넘쳐흐르는 아파트.

    윗집에서 설거지한 물이 아랫집 천장으로 줄줄 쏟아지는 아파트. 지금도 많은 아파트 단지에서 이런저런 부실시공과 하자로 입주자와 건설회사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모델하우스만 본 상태에서 돈을 주고 아파트를 사는 선분양 제도 하에서는 이렇게 완공 뒤 문제가 발생해도 뾰족한 해결방법이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내 돈 먼저 주고 불량품 받게 되는, 대한민국에만 있는 희한한 아파트 선분양제, 언제까지 이런 일이 되풀이되어야 하나?


    =======================================================================


    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

    마스크 차림에 피켓을 들고, 유모차까지 끌고 나와 거리를 행진합니다.

    새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들입니다.

    ◀입주민▶
    하자 책임져라! 책임져라!

    한 달 전 기대에 부풀어 입주한 아파트가 하자투성이라는 겁니다.

    집집마다 붉은 깃발도 내걸렸습니다.

    ◀입주민▶
    "이런 부실시공이 있는 집을 그리고 부실시공이 있으면 그만큼 하자에 책임을 지고 책임감 있게 as를 해줘야하는데.."

    "한창 새집 꾸미기에 여념이 없어야할 토요일 오전, 주민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집값에 민감한 입주자들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나서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은 아닙니다.

    입주민들은, 대충 쉬쉬하며 넘어가기엔 하자가 너무 많아서 이대로는 못살겠다고 합니다.“

    최근까지 30년 넘은 노후 아파트에 살다가 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김진호 씨.

    완공 소식에 설레는 마음으로 새 집을 방문한 김씨는 곧 실망과 분노에 휩싸였습니다.

    먼저 창틀 흔들림.

    창을 닫기만 하면 창틀이 벽과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게 보일 정도로 흔들립니다.

    ◀김진호▶
    "며칠 전에도 굉장히 바람이 많이 세게 불었는데, 그 때도 창틀이 흔들리고. 그날 결로가 발생한 세대들이 굉장히 많아졌고요.."

    길이 2미터가 넘는 싱크대 상판은 제대로 고정이 안 돼 양 손으로 쉽게 들어올려집니다.

    ◀김진호▶
    "오늘 와서 혹시나 해서 흔들어 보니까 그냥 흔들리더라고요."

    에어컨 실외기를 두는 베란다 별실은 문틀이 뒤틀어져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화장실 타일은 깨져있고, 안방 커튼 설치 공간은 반쪽자리.

    이렇게 집안에서 발견된 하자가 80여건.

    김 씨는 베란다에 붉은 깃발을 내걸었습니다.

    ◀김진호▶
    "전 재산을 다 모아서, 전세에서 내 집을 사서 빚을 내서 들어온 거고 원래 집값이 떨어지는 걸 걱정해서 이런걸 밝히지 않는 게 보통사람들 입장인데 저희들은 하도 심하다 보니까..."

    창틀 흔들림은 다른 세대들도공통으로 호소하는 문젭니다.

    2580과 함께 집을 둘러본 전문가는, 콘크리트에 창을 낸 부분과 실제 창틀의 크기가 서로 맞지 않아 빈공간이 생긴데다 이마저도 제대로 고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백민석 대한건축사협회 자문위원▶
    "이런 경우 거의 없죠. 사실은 이 벽지하고 창호 프레임하고 흔들릴 때 떨어졌다 붙었다 하지 않습니까? 흔들리는 정도를 보면 여기 공간이 좀 있을거라고 생각이 되는 부분이 었거든요. 그 부분이 결국 외기하고 내부온도 내부 공기 온도 차이에 의해 단열이 부실하게 된 부분이죠."

    그래서인지 입주자들의 인터넷 카페에선 심각한 이슬맺힘, 즉 결로를 호소하는 집이 적지 않습니다.

    창틀 주변 벽이 들썩인다는 집도 많습니다.

    손으로 벽을 누르니 벽이 쑥 들어갑니다.

    ◀입주민▶
    "사전점검날 여기를 왔는데 그 날이 추운 날이었는데, 창틀 밑에 손을 댔는데 바람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밑으로 보니까 틈이 벌어져있었어요. 그리고 나서 그냥 무심결에 손을 댔는데 벽도 흔들리고요."

    다른 벽들 역시 손으로 쉽게 눌러집니다.

    벽 아래쪽은 아예 구멍이 뚫려 시멘트가 우수수 떨어집니다.

    ◀입주민▶
    "(하자보수 신청을) 계속 하고는 있어요. 하고는 있는데 안 오시죠. 오셔도 자기 공정 아니라고 다시 가시고 그럼 또 저는 다시 신청을 해야돼요./ 저만 그런게 아니고 저희 집만 그런게 아니고 전 세대가 지금 그러고 있으니까."

    하자는 또 있습니다.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새거나, 거실 천장을 자루걸레로 툭툭 건드리니
    구멍이 뚫리고, 현관이 기울어지고.

    주민들은 한 집에 50건에서 100건씩 하자가 총 십만여건에 달한다고 주장합니다.
    주차장이나 층계, 출입구 같은 공용 공간은 더 심각합니다.

    차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봤습니다.

    진입 통로를 갑자기 주차선이 침범합니다.

    무심코 운전하다가는 주차된 차량과 충돌할 수 있습니다.

    맞은편에서 차가 오면 더 위험합니다.

    ◀입주민▶
    "지금 차가 한 대 밖에 없어서 보이실지 모르겠지만 차가 일렬로 세워져있으면 라인에서 차가 굉장히 밀접해 있거든요. 저쪽에서 내려오는 차들마다 전부 피해서 우회해서 진입을 하는데 양쪽에서 된다라고 하면 사고위험도 있고..

    아파트에서 지하주차장으로 통하는 출입구 바로 앞은 거대한 기둥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입주민▶
    "조금 큰 짐을 옮기려면 굉장히 돌려서 들어가야하고 굉장히 불편하고요 큰 서랍장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정말 힘들더라고요."

    분양 당시의 광고와 다른 곳도 많습니다.

    치안을 위해 가스배관을 옥내로 시공하겠다고 광고했지만, 아파트 외벽으로 노출돼 있고,

    ◀건설사 관계자▶
    "그 부분은 그것(옥내설치)을 한다는 내용이라기 보다는 셉티드(안전시스템)에 대한 홍보자료구요. 대신 배관에 덮개를 씌웠습니다."

    입주자 공고문엔 야간경관조명의 운영비용은 주민에게 돌아간다는 문구가 있습니다.
    주민들은 당연히 경관조명이 설치될 걸로 기대했지만 이 조명은 없었습니다.

    건설사는 애초부터 설치할 계획이 없었는데 다른 아파트 공고문을 베끼다가 벌어진 실수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건설사 관계자▶
    "그 경고 문구가 설치한다는 뜻의 경고문구가 아니고 타 아파트 포맷을 따르는 과정에서의 실수인데..그런 경우가 자주 발생하기도 합니다."

    건설사 측은 입주민들이 지자체에 신고한 하자 건수는 2만3천 건, 각 세대당 12건으로 인근 아파트 평균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자보수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창틀 흔들림은 하자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건설사 관계자▶ 건설사 관계자
    "외부 창호는 공학적으로 안전한 전문 설계에 따라 시공이 됐구요. 과도한 힘으로 창문을 세게 닫을때 Pl 창호 특유의 탄성 때문에 창틀 표면이 떨리는 현상이 관찰되기도 하지만 구조적으로는 안전한 거고요."

    주민들은 법적 대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입주민▶
    "분양가를 납부를 하고 할인을 받은 것도 아니고 그 부분에 대해 비용을 다 지불을 하고 사는 건데 이런 것들은 대기업에서 하자 보수나 as 부분이 너무나 말도 안되게 하고 있는거죠. 돈도 다 소비자가 내고 소비자가 모든 책임을 다 지라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찢어진 천장 벽지를 타고 거세게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

    거실 바닥도 배어나온 물로 흥건합니다.

    깨끗한 물도 아닙니다.
    윗집에서 설거지한 하수가
    아랫집으로 쏟아져내린 겁니다.

    ◀입주민▶
    "벽을 타고 내려와서 소파 다 젖고 매트리스 깔아놓은 것 다 젖고 물이 엄청 많이 벽을 타고 흘러내렸더라고요."

    윗층 오수 배관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생활하수가 쌓이면서 쏟아져 내린 겁니다.

    준공된 지 여섯달 된 전북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시공사측이 제대로 원인진단을 못해 일주일 넘게 누수가 계속됐고,

    천장을 전부 다 뜯어낼 정도로 공사도 커졌습니다.

    아파트 다른 동의 외벽에서는 지름 30센티미터가 넘는 구멍이 뚫렸고,

    지하주차장 곳곳에서도 누수가 발견됐습니다.

    ◀ 입주민▶
    "(하자보수를) 해주기는 해요. 그런데 이게 한 번 접수를 하게 되면 늦어도 한 달 안에는 와야죠. 아무리 못해도. 일반 업체를 불러도. 그런데 이게 두달 되고 석달되고 하니까 사람들이 지치는 거죠."

    대기업인 이 시공사 역시 언론에 문제가 되자 보수를 서두르겠다고 답했지만,

    아파트 안전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시공사측▶
    "이게 안전하고는 상관 없는 거거든요."

    아파트 하자는 해마다 급증하는 추셉니다.
    국토교통부에 접수된 하자심사, 분쟁조정 신청건수는 2011년엔 3백건에 그쳤던 반면 작년엔 1천6백여건, 올해는 2월까지만도 1천 건이 넘습니다.

    "지어놓은 아파트를 본 뒤에 살 지 말 지 결정할 수 있다면 누가 이런 집에 들어오겠냐는 것이 입주자들의 후회이고, 분노입니다.

    모델하우스만 본 상태에서 큰 돈을 주고 구매를 결정하는 아파트 선분양제.

    이처럼 사후에 분쟁이 벌어질 소지가 많고, 결국 건설사와의 기나긴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기 십상입니다."

    재작년 아파트 건설과정에서 철근을 누락한 것으로 드러난 인천의 한 신도시 아파트.

    "제보자의 주장대로 1동과 3동은 대각철근이 최대 절반 가량 빠져 있었습니다."

    이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건설사 측에 설계도대로 재시공하고 손해배상 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분양을 받은 사람 개개인의 부동산과 통장 가압류.

    아파트 계약을 해지해달라고 건설사와 소송을 진행하며 중도금과 잔금 납부를 중단하자 벌어진 일입니다.

    이렇게 가압류 당한 세대는 모두 123세대.

    이미 보강공사도 했고 안전에도 문제가 없는 걸로 조사됐다며, 계약을 해지해 줄 이유가 없다는 게 건설사의 입장입니다.

    ◀건설사▶
    "입주민이었다면 당연히 입주를 하기위해 저희들한테 중도금과 잔금을 납부해야하는데 그분들이 ..어떤 분들은 계약금만 낸 부분이 있고 어떤 분들은 계약금과 중도금만 낸 부분이 있어서 계약해지를 무조건 해달라 이런부분에 대해서 저희들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없고.."

    철근 누락으로 아파트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외부기관에 안전진단을 맡긴 비용 4억여원도 분양받은 사람들이 모아서 냈습니다.

    건설사 측은 자신들의 안전진단 결과를 믿지 않고 자체 진단을 했으니 그 비용은 줄 수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양측의 소송은 감정기관 선정을 두고도 갈등을 빚으면서 2년이 다 되도록 1심 판결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입주예정자▶
    "주변 사람들 다 알아요. 만날 때마다 물어보죠. 아파트 해결됐어? 아직도 뭐 감감무소식이다 하면 다들 걱정을 하죠./정말로 한탄스럽고 눈물이 나올 지경이에요. 기가 막힙니다."

    잇따르는 아파트 하자와 이로 인한 분쟁.

    광고와 모델하우스만 본 상태에서 거액의 돈을 내고 분양받는 선분양제 하에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백민석 대한건축사협회 자문위원▶
    "아파트 자체, 세대 자체를 하나의 상품으로 본다 그러면 상품을 보고 구매를 하시는게 맞죠. 모델하우스 같은걸 만들었을 땐 건설사가 홍보차원에서 굉장히 많은 심혈을 기울입니다. 그 정도의 에너지를 실제 시공하는 단계에서 쏟아부어주신다 그러면 상황이 많이 나아지겠죠."

    하지만 건설사가 스스로 자금을 마련하는 대신 분양자들의 돈을 끌어모아 손쉽게 아파트를 짓는 지금의 방식을 포기하길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정부도 2003년, 2014년, 몇차례씩 후분양제를 추진한다고 발표했지만 상황은 달라진 게 없습니다.

    ◀임미화 단국대 교수▶
    "건설사 입장에서는 후분양보다는 선분양이 훨씬 자금이라든가 (하는 부분에서 유리하고) 2년 뒤 주택 시장을 예측하기엔 굉장히 무리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후분양을 제도적으로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쉽게 선택할 수 없는
    그런 부분들이 있습니다."


    하자로 인한 분쟁이 발생하면, 건설사들은 대개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
    하자는 보수해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합니다.

    반면 내 돈 내고 집을 산 분양자들은 문제를 제기하면 혹시라도 집값이 떨어질까 속만 끓이기 마련입니다.

    평생 모은 거금을 주고도, 제대로 된 집을 받을지 하자 있는 집을 받을지 로또처럼 운에만 맡겨놔야 하는 현실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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