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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강나림 기자

폐업·잠적 '먹튀' 성형외과…'보상 없어, 재수술은 알아서?'

폐업·잠적 '먹튀' 성형외과…'보상 없어, 재수술은 알아서?'
입력 2015-05-11 08:38 | 수정 2015-05-1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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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던 중국인 여성이 뇌사에 빠졌고 결국 사망했습니다.

    병원은 폐업했고 원장은 잠적했습니다.

    병원이 문을 닫는 것으로 끝나는 줄 알았지만 황당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 병원에서 수술이 잘못돼 재수술을 받아야 할 환자들이 오도가도 못하게 된 것.

    잠적한 원장에게 받은 수술이 잘못돼 재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는 수술도 못 받고 돈도 돌려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또다른 의사는 바로 옆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간 뒤 자신을 찾아온 예전 환자에게 이젠 병원이 바뀌었으니 재수술을 받으려면 다시 돈을 내라고 합니다.

    고깃집 문닫는 것 만큼 간단한 병원 폐업, 그리고 폐업만 하고 나면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병원과 의사들의 행태를 고발합니다.

    ======================================================================

    지난 1월, 서울 청담동의 한 성형외과에서 50대 중국인 여성이 수술을 받다가 의식을 잃었습니다.

    눈, 코 성형과 지방 흡입 수술을 한꺼번에 받던 중이었습니다.

    이 여성은 종합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에 빠졌고, 결국 13일 만에 숨졌습니다.

    [00병원 관계자]
    2월 10일날 사망을 하셨어요 최종적으로. 사망해서 중국으로 모시고 간 걸로 까지만 알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한국 원정 성형의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CNTV]
    "한국으로 떠나는 의료 여행이 굉장히 유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움이라는 유혹 뒤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까지 떠들썩하게 만든 성형 수술 뇌사 사건.

    사건이 벌어지고 두 달 뒤, 문제의 성형외과는 돌연 문을 닫았습니다.

    그런데 병원이 폐업하는 날까지 여기서 수술을 받았던 사람들은 물론, 수술이 예정되어 있던 환자들까지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문을 닫은 서울 청담동의 K성형외과.

    이 모씨는 6개월 전 여기서 입술 성형 수술을 받았습니다.

    입술은 도톰하게 만들고 눈매까지 교정하면 훨씬 예뻐질 거라며, 병원에서는 쌍커풀 수술도 같이 권했습니다.

    이 씨는 수술비만 1천 만원 가까이 냈습니다.

    [이00/K성형외과 피해자]
    달콤하게 유혹을 하더라고요. 잘 될거라고, '내가 다 책임진다' '예쁘게 해줄거니까 걱정하지 말라'..믿고 했죠.

    하지만 수술 이후 입술 모양은 뭉개졌고, 염증이 생겨 입을 제대로 벌리지도 못하게 됐습니다.

    병원 측은 수술이 잘못된 것 같다며 재수술을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이00/K성형외과 피해자]
    내 입술 바로 될 때까지 나를 케어해줄거냐, 더 이상 수술 비용 외에는 들지 않느냐 실장한테 물었죠. 당연하죠 당연하죠..

    이 씨를 수술한 대표 원장 김 모씨도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거듭 약속했습니다.

    [당시 K성형외과 김00 원장 녹취]
    (원장님 진짜..)치료해 줄게요 해주고..
    (이거 바로 안 되면 어떻게 하실건데요) 그 때는 원하는대로 또 얘길 해야죠 그런 마음가지고 치료하면 서로 잘 안돼요. 알겠어요, 알겠어.

    하지만 불과 며칠 뒤 병원은 문을 닫았고, 김 원장과 직원들 모두 연락이 끊겼습니다.

    폐업 직전까지도 병원은 태연하게 치료 예약을 잡았다고 합니다.

    [이00/K성형외과 피해자]
    금요일에 내가 치료를 받으러 갔는데 그 다음주 월요일에 폐업을 했거든요. 2주에 한번씩 올라오래요. 그걸 하자고 날짜까지 잡아놓고 폐업이 돼버린 거에요.

    치료를 못 받는 사이 입술 상태는 더 나빠져 이 씨는 직장까지 그만뒀습니다.

    다른 병원을 찾아가보니 수술 흉터가 심각한 상황.

    [이00/K성형외과 피해자]
    흉터가 평생 갈 수 있는 거예요? (그렇죠) 이런 말은 처음 들어서 절망스럽다..

    [남수봉 교수/양산부산대병원 성형외과]
    완전히 옛날 입술로 갈 수는 없습니다. 재수술을 하더라도 원래 형태의 입술로 돌아갈 수는 없으니까. 환자분이 아마 흉터는 영구히 남는거니까..

    피해자는 이 씨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박00/K성형외과 피해자]
    전화번호마저도 없는 번호라고 뜨더라고요 제가 급하게 인터넷으로 홈페이지를 찾아봤더니 홈페이지가 사라지고 없어요. 부랴부랴 찾아갔어요 청담동으로 택시를 타고..4층도 가보고 수술센터 지하층도 가봤는데 폐업 안내문이 붙어있더라고요.

    그런데 환자들은 곧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K성형외과 폐업 2주 전.

    2백미터 떨어진 곳에 Y성형외과가 문을 열었는데,K성형외과 의사 두 명을 비롯해 대부분의 직원들이 여기로 옮겨간 겁니다.

    [정00/K성형외과 피해자]
    K성형외과에 있던 직원들 그대로 다 와 있는 거예요. 자기네 다 그냥 문 닫아가지고 여기로 다시 취업을 한 거라고.

    환자들이 찾아가서 K성형외과가 간판만 바꾼 거 아니냐고 따졌지만,

    전혀 상관 없는 곳이니까 돌아가라는 얘기만 들었습니다.

    [박00/K성형외과 피해자]
    '모른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돌아가라', 이 이야기가 다였어요. 우리는 전혀 별개의 병원이니까 처치 이런 것도 해줄 수 없다고

    이 곳은 정말 K성형외과와 아무 관련이 없을까.

    최근까지 이 성형외과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사진입니다.

    사진 속 인물은 K성형외과에서 입꼬리 성형 수술을 받은 정 모 씨.

    아무 상관없는 병원이라더니, K성형외과에서 수술한 환자 사진을 광고용으로 올려놓은 겁니다.

    심지어 수술 흉터도 인위적으로 지워져 있었습니다.

    [정00/K성형외과 피해자]
    제 사진을 올리는 거는 정말 아니잖아요. 그걸 포토샵 해가지고 올릴 생각을..황당해서 손발이 진짜 막 부들부들 떨리고.

    정 씨 역시 수술 이후 부작용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있지만, 치료를 받으려면 다른 병원을 찾아가 또 비용을 들여야 합니다.

    [정00/K성형외과 피해자]
    한 3개월까지만 해도 물을 거의 못 먹었어요 옆으로 새가지고. 너무 속상해가지고 진짜..

    Y 성형외과는 서면을 통해, K성형외과가 폐업하면서 새로운 직장이 필요했던 의사와 직원들을 채용한 것 뿐이고, 자신들은 K성형외과와 전혀 다른 병원이라고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Y 성형외과는 자기네 일이 아니라고 하고, K성형외과는 사라져서 대표 원장 김 씨를 만날 수도 없는 상황.

    아무리 수소문해도 김 원장과 연락이 닿지 않자 피해 환자들은 김 원장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연락이 끊겼던 김 원장은 며칠 전, 경찰서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K성형외과 김00 원장]
    (왜 환자들한테는 병원 계속 운영할 것처럼..) 이거 찍으시면 안 돼요.
    (원장님께서 재수술 이런 걸 다 약속을 해주셨었다고..) 하....일단은 제가 조사 받고...
    (폐업한다고 말씀은 해주실 수 있었던 거 아닌가요?) 그 당시에 제가 병원을 출입을 제대로 못했었고요, 네 그렇습니다.

    병원도 없어지고, 원장도 경찰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피해 환자들은 당장 치료나 보상을 받을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면 K성형외과에서 김 원장 말고 다른 의사들에게 수술을 받았던 환자들은 어떨까요.

    옆 병원으로 옮겨가긴 했지만 의사들은 그대로 있다면, 찾아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요

    박 모씨는 지난 1월 K 성형외과에서 지방 이식 수술을 받았습니다.

    3월에 2차 수술이 예정돼 있었지만 박 씨를 수술한 의사는 K성형외과 폐업 이후 말도 없이 Y성형외과로 옮겨갔습니다.

    박 씨가 의사를 찾아갔지만, 병원 측이 가로막았습니다.

    [Y성형외과 관계자]
    아니 고객님이 얘기하시면 000 원장님이 대기했다가 나와야합니까? (K성형외과에서 저를 담당하셨으니까) 그건 고객님 입장이에요.

    1,2차 수술비로 한꺼번에 6백만원이 넘는 수술비를 냈는데도, 또 직접 수술을 했던 의사인데도 소속 병원이 바뀌었으면 책임이 없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정 수술을 받겠다면 수술비도 새로 내라고 했습니다.

    [Y성형외과 관계자]
    직원은 언제든지 옮겨다닐 수 있는 거에요 그거에 대해서 뭐라고 하시면 안 돼요. 케어를 해줄 필요는, 해줘야 하는 법적 의무는 없어요.

    관할 보건소나 소비자원에 물어봐도 대답은 마찬가지.

    [강남보건소 관계자]
    원장이 책임지고 있는 그 성형외과하고 계약을 하신 건데..그 자체가 없어졌다는 거죠 그런데 그 책임을 다른 사람한테 물을 수는 없으세요.

    [한국소비자원]
    그 사람(봉직 의사)한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어요. 돈을 그 사람한테 직접 줘서 결제하고, 그 사람이 받은 게 아니라서요.

    보건복지부도 개별 소송 이외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합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의료기관과 소비자 간 관계거든요. 이제 민사(소송)로 갈 수밖에 없어요.

    수술이나 치료를 받다가 이렇게 문제가 생겼을 때, 해당 병원, 병원의 운영자인 대표 원장, 나를 직접 수술했던 의사.

    환자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현실에선 셋 다 책임을 피하면 그만입니다.

    김 모 원장이 K 성형외과를 차리기 전에 일했던 강남의 한 성형외과.

    어렸을 때 입 주변에 화상을 입은 강 모 씨는 1년 전, 이 병원에 수술비 1천만 원을 내고 김 원장에게 흉터 재건 수술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수술은 잘 안 됐고, 당시 김 원장은 재수술을 약속했다고 합니다.

    [강00]
    위험할 것 같아서 수술을 하다가 다 못하고 나왔다. 근데 처음에 상담했던 그 수술들은 내가 끝까지 책임을 지고 해줄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이렇게 말씀하였어요.

    하지만 몇 달 뒤, 김 원장은 그 병원을 나와 K성형외과를 새로 차렸고

    강 씨는 병원의 권유대로 김 원장을 따라 K성형외과로 옮겨 재수술을 기다렸습니다.

    [강00]
    (김 원장이) 나가서 따로 개원을 하셨으니까 그 쪽으로 가보라고 말을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전 당연히 거기서 가라고 했으니까 거길 갔죠.

    그러다 중국인 사망사건 이후 K성형외과가 폐업하자 강 씨는 재수술을 받지 못하게 됐고, 처음 수술비를 냈던 병원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병원 측에선 애초 수술했던 의사가 모든 걸 책임지는 거라며 환불도, 재수술도 해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강00]
    원래 병원의 관행상 의사가 나갈 때는 그 의사가 담당했던 환자들도 다 데리고 나가는 게 관행이래요. 자기네가 동업을 하다가 찢어졌으니 자기네는 책임이 없다는 거예요.

    [00성형외과 원장]
    그러니까 이제 그 원장님 찾아가서 어떻게든 해결을 하셔아죠 (그런데 수술비는 병원에다 낸 거잖아요) 아 그게 그 분이 번 돈은 그 분이 다 가져가셨죠.

    이런 상황에서는 집도한 의사가 모든 걸 책임지는 거라고 하고,

    [00성형외과 원장]
    내가 페이 닥터로 옮겨도 내가 칼 댄 사람은 내가 책임을 지는 게 맞아요. 왜냐하면 집도한 사람만이 어떻게 했는지 뭐가 실수했는지 정확하게 알거든요 그러니까 집도한 사람 책임이 있죠.

    또 어떤 상황에선 집도의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말하는 병원들.

    [Y성형외과 관계자]
    개인 사업을 하셨어요. 그럼 그 밑에 있는 직원이 책임을 지지 않거든요. 봉직의라는 건 월급쟁이 원장님이에요. 월급쟁이 원장님이 어떻게 자기 맘대로.

    결국 환자는 보상받을 길도, 그렇다고 따질 곳도 없어지는 셈입니다.

    [정현석 변호사/법무법인 다우]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거죠 의사는 난 모르겠다 병원에 가서 알아봐라 병원은 난 모르겠다 저 의사한테 가서 알아봐라 환자들을 낙동강 오리알로 만드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봐야죠.

    그런데도 현행법상 의료기관 폐업은 다른 개인 사업과 마찬가지로 보건소에 신고만 하면 그만입니다.

    [정현석 변호사/법무법인 다우]
    10개월 치료 예정돼 있던 사람이 3개월 치료받고나서 갑자기 의료 기관이 폐업을 했다, 건강상 심각한 위험이 발생할 수도 있는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제도는 의료 기관이 폐업을 할 때 심사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고 신고만 하면 돼요. 헬스클럽 폐업할 때랑 똑같이 취급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환자가 나를 치료할 의사에게 끝까지 책임져 줄거냐, 중간에 다른 병원으로 가버리는 건 아니냐,

    미리 따져 묻고 약속을 받아내기는 어려운 노릇입니다.

    [강00/00성형외과 피해자]
    의사는 어디까지나 날 수술을 해줘야 하는 사람인데. 어떻게 보면 갑과 을의 관계잖아요. 내가 뭐라고 하기에는 어 나한테 좀 피해가 오지 않을까, 덜 신경써서 해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잖아요.

    병원과 의사, 그리고 환자.

    이들의 관계를 일반적인 비즈니스 계약과 똑같이 볼 수 없는 이유는,

    그 관계가 깨졌을 때 환자가 입는 피해가 단지 금전적인 손해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 또는 생명과도 직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00/K성형외과 피해자]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그래서 내가 정신과도 다녔어요 지금도 다니고 있고. 이거 하나로 내 인생 망쳤죠. 사람 망가지는 건 시간 문제더라고요. 일도 못하고 한참 사회 생활 해야할 시기에..

    무책임한 병원과 의사로 인해 환자가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선 의사 개인의 양심에 맡기기보다는 더 견고한 장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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