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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조의명 기자

J원장의 이상한 연기 수업

J원장의 이상한 연기 수업
입력 2015-07-27 09:39 | 수정 2015-07-2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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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영화과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서울 강남의 한 연기학원.

    이 곳에서는 학원 대표와 미성년자인 학생들이 함께하는 술자리가 밤마다 벌어집니다.

    대표는 여학생들에게 안마를 시키고, 남학생들을 폭행하는가 하면, 견디다 못한 학생들이 학원을 나가려하면, 명문 연영과 출신인 자신의 인맥을 통해 업계에서 매장시키겠다는 협박을 했다고 합니다.

    음주, 폭력에 성추행까지...

    그런데도 모두들 꾹 참고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

    영화배우가 꿈인 민아 양은 고3 수험생이던 지난 해, 대학 연극영화과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서울 강남의 한 연기학원에 등록했습니다.

    [이민아(가명)]
    "처음에 상담 와서 이런 학원이 없는 거예요. 24시간 개방에다 학원비도 싸고..."

    그런데 이 학원안에서는 거의 매일밤 술자리가 벌어졌습니다.

    학원장은 대학 연극영화과의 분위기와 문화를 미리 익히기 위한 거라고 했습니다.

    술에 취해 학원 연습실에서 잠든 어느날 밤.

    [이민아(가명)]
    "자고 있는데 계속 누가 만지는 거예요. 가슴 쪽으로 계속 만져요... 그냥 자는 척을 했어요. 무서우니까."

    [이민아(가명)]
    "갑자기 (휴대폰) 촬영하는 소리가 들려요... 띵 하고 만지다가 무슨 소리 들리면 딱 끄고."

    민아 양을 성추행한 사람은 학원 원장이었습니다.

    [이민아(가명)]
    "저한테 민아야 이건 문화야. 전혀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

    미성년자였던 민아 양은 처음엔 악몽을 꿨던 게 아닐까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뒤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서 현실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민아양은 무섭고 끔찍했지만, 대학 입시를 위해 일단 참았다고 합니다.

    [이민아(가명)]
    "대표님한테 잘 보이면 대표님이 모든 작품을 짜줘요 연기할 때. 대학 잘 가고 싶고. 그래서 잘 보일 수 밖에 잘 보이는 척이라도 해야되니까.."

    그 뒤로 원장은 민아 양을 수시로 원장실로 불러, 어깨와 다리를 안마하라고 시켰습니다.

    [이민아(가명)]
    "얘 내 안마 담당이라고 올해는 민아가 안마 담당이라고 이런 식으로 해요. 그러면 안마를 막 해드려요 해드리는데... 안마하면서 엉덩이 만지고 장난 식으로... "

    [음성녹취 – 학원장]
    "민아 오늘.. 운동했어? 우리 민아 운동했어? (아 진짜!)"

    농담을 빙자한 성희롱도 수시로 당했습니다.

    [이민아(가명)]
    "저랑 둘이 있으면... "넌 참 특이해. 근데 난 너 다 봤다 민아 가슴도 보고 다 봤다" 막 이래요. 그냥 혼자 속앓이 하다가 영상 있어서. 그만 두고 싶다고 나오고 싶은데 영상 때문에 또 그게 무섭고..."

    작년 입시에 실패한 뒤 원장의 언행은 더욱 노골적이 됐습니다.

    [음성녹취 – 학원장]
    "(대표님 근데 저 작년에 왜 떨어졌는지 말씀 안 해주세요?) 나와 안 잤으니까. 나랑 잤어야지. 올해는 (대학) 잘 갈거야. 대표님이 작품을 바꿔 볼게 멋지게. 안 안아줄 거야? 지금 이 정돈데? 지금 작품 줬다. 너 미쳤어?"

    [이민아(가명)]
    "저를 이렇게 쳐다보더니 막 가슴을 만지려고 하는 거예요... 하지 마세요 이랬어요. 그러니까 계속 힘으로 계속 가슴을 만지려고 그래요. 여기 손 넣으려고 그러고. 그래서 '대표님 하지 마시라고요' 이랬어요 그러니까... "내가 니 가슴 만지면 안 돼?""

    함께 학원을 다니던 남학생이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 최영민(가명)]
    "안에서 하지 마세요 하지 마시라고요 이런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그래서 밖에 유리로 봤는데 대표님이 그 누나의 옷 안으로 손을 넣으시는 거예요."

    그런데 이 원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학생은 민아양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2580은 지난해 이 학원을 떠난 다른 여학생을 만났습니다.

    이 학생 역시 연습실에서 잠들었다가 민아양과 비슷한 일을 당했다고 했습니다.

    [하은주(가명) / 대학생]
    "막 깨는 척 하면서 손 치우고 그랬는데 대표님은 아마 제가 취한 줄 알았나 봐요. 그러다가 손이 앞으로 들어오는 거예요. 그래서 제 가슴을 만지고 근데 그때까지도 어떻게 못하겠는 거예요."

    하지만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얘기할 수 없었습니다.

    [하은주(가명) / 대학생]
    "그냥 부모님한텐 절대 말하고 싶지 않았고요. 내가 부모님 반대도 이겨가면서 이거 하겠다고 이렇게 했는데 그냥 그렇게 돼서.. (부모님에게 그런 얘기하면 당장 그만 두라고 할 테니까) 네."

    그날 이후 학원에 발길을 끊었지만, 자신같은 피해자가 또 나올까 늘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합니다.

    [하은주(가명) / 대학생]
    "솔직히 너무 무서워서 연락을 다 끊고 도망치듯 나왔는데 원래 다니던 애들이 있잖아요. 근데 너무 걱정이 됐어요. 그냥 제발 조심해 절대 제발 (원장실에) 혼자 들어가지마 이런 한마디라도 하고 싶었는데..."

    피해자는 더 있었습니다.

    [정혜리(가명)]
    "어깨동무를 하다가 손이 제 가슴 쪽으로 오려고 하는 거예요. 그냥 술김에 그러시겠지 생각만 했지 그런 일이 있을지는 잘 모르고... 그게 뭐 술먹고 막 이러는 게 전통이라고 하시니까 (전통?) 네... 그 학원의 전통."

    [음성녹취 – 학원장]
    "'옛날에 우리 여자(제자) 걔네들은 대표님이란 남자를 알았다는 걸로 행복해 하더라니까.. 인생에서 제일 센 남자다' 이러고."

    남학생들은 수시로 폭력에 시달렸습니다.

    뚜렷한 이유도 없었다고 합니다.

    [최영민(가명)]
    "작년 기수(남학생)들은 다 맞았고 올해 기수들은 이제 원래 입시 때쯤 되면 올해 기수들 맞기 시작하거든요."

    귀가 찢어져 피가 흐를 정도로 구타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감을 키워준다며 다른 학생들 앞에서 바지를 벗으라는 납득하기 힘든 지시를 내린 적도 있었습니다.

    [김희준(가명)]
    "이 XX 뭐 아무것도 없냐 이러면서 바지까지 벗으라고 해서... 그때 또 대표님이 그 모습을 즐기시더라고요. 막 동영상 촬영까지 하면서 그때 여학생들도 있었는데 저는... 이래야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성추행은 학원의 전통이고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옷을 벗으라는 이상한 학원

    그런데도 학생들은 왜 아무런 저항도, 부모님이나 경찰에 신고할 생각도 하지 못했을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올해 45살, 연극영화과로 유명한 대학출신으로 90년대부터 연극과 영화계에서 활동했다는 원장은 14년 째 연기 학원을 운영해 왔습니다.

    [이민아(가명)]
    "'이 바닥 좁아서 다 안다. 한 마디 툭하면 다 안다' 그런식으로. '그러고 나간 애들은 쟤네가 배우 될거 같냐'고."

    학원을 그만둔 학생에 대한 협박성 험담, 학생들은 움추러 들었습니다.

    [음성녹취 – 학원장]
    "그래서 그 나간 O들이 다 어떻게 됐을까? 내가 공격을 하게 하지 마. 나는 그거 누구 하나 죽을 때까지 안 끝내. 괘씸죄까지 사지 마라."

    연기자의 길을 꿈꿔온 학생들은 진로가 막혀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컸다고 말합니다.

    [정혜리(가명)]
    "'너 이 바닥에서 매장시킬 거야. 내 동기가 누군 줄 알아? 나.. OO대 나온 남자라고. 내가 조금만 말하면..'"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다른 사람의 눈길도 두려웠다고 합니다.

    [하은주(가명)]
    "혹시 내 말을 안 믿어주면 어떡하지? 솔직히 그리고 제가 피해잔데, 제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사람들이 보는 시선이 "그래 넌 잘못한 거 없어" 이런 식으로 봐주진 않잖아요? 솔직히 수치스럽기도 하고.."

    [강월구 원장 / 여성인권진흥원]
    "아직까지 '피해자에게도 무슨 문제가 있는 거 아니야' 이런 시각이 있는 거죠. 그리고 가해자는 힘이 있기 때문에... 인맥 이런 것들을 활용해 자기한테 유리하게 얘기하기 때문에""

    2580은 원장과의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학원 관계자]
    "(선생님 좀 찾아뵙고 싶어서요) 저희도 지금 직원이라서 연락이 지금 안 되는데 저도 일방적으로 (폐쇄) 통보를 받은 거라서.."

    원장은 지난 주 갑자기 학원을 접겠다는 말을 남기고 잠적했습니다.

    [전원이 꺼져 있어 소리샘으로...]

    수소문 끝에 원장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원장]
    "다음에 오세요 다음에. 제가 지금 몸이 많이 안 좋고요. 한 쪽의 일방적인 무슨 신곤가 뭔가 있었다 그래서... (그래서 한쪽 말씀만 듣지 않으려고 지금 찾아와서 제가 여쭤보려고 하는 거잖아요)"......""

    입시를 앞두고 닫혀버린 학원.

    연기지도는 제대로 이뤄졌을까?

    다른 연기학원을 찾아 학생들이 문제의 학원에서 지금까지 받은 수업에 대해 상담을 받아봤습니다.

    [이기홍 원장 / OO 연기학원]
    "그거는 말이 안 되죠 있을 수가 없는 일이예요. (근데 저희한테는 항상 연극영화과 문화를...) 그거는 대학을 가서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저는 제가 연기 지도를 10년 넘게 했는데 처음 들어요. 옷을 벗기고 때렸다는 건..."

    대입 수시 전형이 두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

    [이기홍 원장 / OO 연기학원]
    "대학교 입시 요강이 나온 지가 이미 3개월이 지났어요. 근데 그 과제에 대한 대비가 전혀 안 돼 있는 상태거든요. 그럼 이건 지금 학생들에게 수업을 했다고 볼 수가 없죠."

    연예인이 청소년 장래희망 1순위로 손꼽히고, 국내 주요 대학의 연극영화과와 뮤지컬학과 경쟁률은 100대 1을 훌쩍 넘어갑니다.

    대학 입시를 지도하는 연기학원이 1천 여 곳에 이르지만, 이중 절반은 학원 등록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무허가 교습소입니다.

    [김동현 회장 / 한국학원총연합회 연기교육협의회]
    "교육자로서의 자질이나 이런 부분들을 갖추지 못하고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시던 배우나 뮤지컬 배우나 이런 분들을 통해서... 극단의 도제 교육의 이런 문제들 옛날 그런 것들처럼..."

    지난 11일 대법원은 연기를 배우러 온 학생에게 성추행을 저지른 한 연기학원 원장에게 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연기학원 협의체의 자체 조사에서도 관련 신고가 올해만 100건 넘게 접수됐습니다.

    [무허가 연기학원 피해자]
    "제가 정말 말도 안 되는 교육을 받으면서 그런 가르침을 받으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부모님 뵐 낯도 없고 제 자신에 대해서도 꿈에 대해서도 포기를 할 뻔 했다는 게 그게 제일 안타깝죠."

    [정혜리(가명)]
    "그런 일이 있고 나니까 진짜 싫다는 생각도 엄청 들었고... 아무것도 아닌 입시학원 대표가 저러는데 진짜 바닥은 어떨까 두려움도 있고 그렇죠."

    취재가 시작되고, 나 혼자만 당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학생들은 용기를 내어 지난주 원장을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사건을 알게 된 서울시교육청도 서울시내의 입시연기학원의 운영실태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상처를 입고 말없이 꿈을 접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어린 학생들의 꿈을 볼모로 파렴치한 행동을 저지르는 일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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