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80
민병호 기자
민병호 기자
택배 차량 아파트 출입금지? "걸어서 배송하세요"
택배 차량 아파트 출입금지? "걸어서 배송하세요"
입력
2015-08-24 11:59
|
수정 2015-08-2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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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은 하되 배달 차량은 아파트에 못 들어온다?
소위 ‘차 없는 단지’를 표방하는 아파트 단지가 늘면서 입주자들과 택배회사 사이에 마찰이 벌어지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차량을 밖에 대고 걸어서 물건을 배달하라는 것.
이 때문에 아파트 입구에서 경비원과 택배기사 사이에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하고 물건을 반송해버리는 택배 기사도 있습니다.
인터넷 상거래가 생활화되면서 예전에 없었던 각종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
택배차량 한 대가 아파트 정문 앞에서 밖으로 돌아 나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경비원은 차를 막아서고 택배 기사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입니다.
택배 상자 때문에 시비가 붙은 겁니다.
[경비원]
“(택배가) 컸어요 컸어. 그런 걸 그걸 여기다 딱 세워놓고 나가더라고. ‘집에 사람이 있으면 배달하고 가라.’ (택배기사는) 아 모른다고 이러고 차를 빼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차를 막았지.”
급기야 차에서 내린 택배기사가 경비원을 폭행하기 시작합니다.
[경비원]
“차를 빼기에 막아서 내리라 그랬더니 밀쳐버리니 내가 넘어졌지. 또 밀쳐버렸어. 나도 화가 나니까 한번 찼지.”
결국 택배 상자 하나 때문에 시작된 실랑이는 몸싸움으로 번졌고 다툼은 경찰서까지 가서야 마무리됐습니다.
택배 차량과 경비원의 이런 험악한 풍경은 이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택배차량을 단지에 못 들어오게 결정한 이후 벌어진 일입니다.
차를 다른 곳에 대고 걸어서 배달하라는 건데,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 아파트에 택배차량 진입이 금지된 건 두 달전의 일입니다.
아이들 안전과 쾌적한 주거환경을 위한 조치라는 것.
그러자 택배기사들도 차량에 플래카드까지 내걸고 배송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맞섰습니다.
한 택배 기사는 도저히 못하겠다며 물건을 반송하기도 했습니다.
‘택배기사는 노예가 아니라’는 내용의 반송 스티커가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아파트의 갑질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습니다.
[택배기사]
“저희도 살아야 되니까 그러죠. 살아야 되니까. 고객한테 친절하게 배송하고 원활하게 배송할 수 있는 게 우리 할 일이에요. 근데 그걸 못하게 하니까.. 좋은 쪽으로 만들어보려고 아등바등해 놓은 거예요. 그게 다예요.”
온라인 서명운동까지 이어진 갑질 비난에 아파트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처음엔 단지 내에서 천천히 운전하는 걸 조건으로 진입을 허용해줬는데 택배기사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택배 차가 후진하다가 유모차와 부딪힌 적도 있었다는 겁니다.
[입주민 대표]
“확약서를 받았어요. 10km 이내로 운행해 줄 것을 저희들이 신신당부했었고... ‘상기 사항을 위반해 적발될 경우 2층 비상도로를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라고 명기를 했는데도 그분들이 계속적으로 (지키지 않아서..)”
주민들 생각은 엇갈립니다.
취재진이 입주민 대표에게 설명을 듣는 와중에도 한 입주민이 관리사무소를 찾아와 왜 택배차량을 못 들어오게 하냐고 항의합니다.
[주민]
“지금 지상으로 못 가게 하는 거잖아요. 그것도 주민 투표를 통해서 전 주민이 해야지..”
강경한 주민들도 많습니다.
[주민]
“저도 욕먹을지 모르지만 환경들이나 아이들 뛰어노는 거나 이런 것들을 봤을 때 조금 불편하더라도 이게 훨씬 좋은 것 같아요.”
아파트 측은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라고 하지만 차량 높이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택배기사들은 차량 개조비용도 감당하기 벅차고 높이를 낮추면 배송 물량을 출 수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택배기사]
“보통 일반 택배 차들은 물건을 가득 실으면.. (보통 한 400개 정도..) 높이가 낮은 차들은.. (한 100개에서 150개 정도.. 물건을 지점에서 갖고 올 때 두 세 번씩 왔다갔다 해야 되는...)”
부산의 한 아파트 앞.
택배기사 최문기 씨가 도로변에 차를 대고 물건을 나릅니다.
이곳도 택배차량 진입이 금지된 지 넉 달째.
손수레를 끌고 가파른 주차장 입구로 들어가 바람도 통하지 않는 지하에서 한참을 이동한 후에야 배달이 시작됩니다.
[최문기 기사]
“평균적으로 한 시간에 저 같은 경우에는 한 40, 50개 정도는 배송을 한다고 자부했는데 이 아파트가 차가 진입이 안되는 순간 시간당 한 20개로 내려가게 되죠”
어쩔 수 없이 도로변에 불법 주차를 해야 되는 상황.
그래서 이 아파트의 경우엔 단속이 심하지 않은 저녁시간에 배송을 하거나 먼 곳에 차를 대고 손수레로 여러 차례 물건을 실어 날라야 한다고 합니다.
[최문기 기사]
“이 앞에 차를 댈 수가 있는데 거기는 무인카메라가 있어서 딱지가 바로 끊기기 때문에 차를 못 대고요. 어쩔 때는 저 끝에서부터 제일 멀더라도 이리 와요.”
차량 진입이 금지된 이유는 비슷했습니다.
[아파트 경비원]
“처음에는 들어왔어요. 그런데 여기 탑차들이 많이 다니니까 애들이 먼저 한번 치일 뻔했거든. 이 아저씨들이 또 천천히 가라하면 안 가. 자기들 마음대로 또 뭐 속력 낼 때도 있고”
[주민]
“이게 처음에 아파트 입주할 때 지상에 차량이 없는 아파트라고 광고를 했거든요. 차가 들어오면 애들이 다친다는 기사를 많이 봤거든요.”
택배기사들이 항의성 시위도 해봤지만 오래가지 못했다고 합니다.
[최문기 기사]
“너무 화가 나가지고 그날은 고객님들한테 인도에 다 펼쳐놓고 직접 나와서 찾아가셨으면 하고 전화를 다 드렸어요. 그랬더니 고객님들 90%가 ‘예, 알겠습니다’하고 와서 다 찾아가시더라고요. 그렇게 하시니까 제가 또 오히려 미안한 거예요... 그 다음날부터는 다시 카트를 끌고 후문에서부터 끌고 다녔죠”
비가 오는 날은 너무 힘들어서 주민들에게 읍소하는 택배기사도 많습니다.
[최문기 기사]
“비 오는 날이라도 여기 택배기사들 들어올 수 있게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아파트 단지에서는 지상으로 아예 못 올라오게 하니까... (관리실에다 물어 보세요) 관리실에서는‘주민들이 그렇게 원해서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일하기가 너무 힘들거든요... 한번 좀 얘기 해주십시오”
[주민]
“저밖에 큰 도로에 대놓고 젊은 총각이 땀을 뻘 뻘 구루마를 끌고 오는 게 참 자식 키우는 사람으로 안 됐더라고. 애들도 조심하면 되지. 들어오게끔 하지 뭐 하려고 그리하나 싶던데...”
택배 문제가 이렇게 사회적 갈등으로까지 번지자 정부도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공동 거점형 택배시스템’
택배사들이 지정된 배송 거점까지 물건을 운반하면 거점부터 각 개인까지의 배달은 1개 택배사에 맡기거나 마을 노인 등 해당 지역 인력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달 말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이미 몇몇 아파트에서 운영 중이긴 하지만 이 시스템이 도입된 곳은 많지 않습니다.
공간은 어디다 마련할지, 추가 비용은 누가 부담할지, 아파트와 택배회사 간 합의가 어려워서입니다.
[입주민 대표]
“저희들이 결렬된 이유는 사실 실버택배 보험 문제거든요. 보험 문제는 충분히 택배사에서 부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택배기사]
“중요한 건 결국 돈이거든요. 저한테는. 안 맞아요. 제가 무료봉사를 해드릴 수는 없는 부분이고”
문제의 시작은 택배차량이 아파트 지상으로 들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갈등과 진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2580이 만난 많은 택배기사들은 문제의 본질은 차량 진입 여부에 앞서 자신들이 배송 거부나 반송을 할 수밖에 없는 택배업의 열악한 현실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뛰고, 또 뛰고.
숨 돌릴 틈이 없습니다.
계단을 오를 때도 걷는 법이 없습니다.
숨은 턱밑까지 차오릅니다.
물건이 무거워도 고객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 좀 들여놓아 주시겠어요?) 잠깐만요. (내가 힘이 없네) (아유 고맙습니다) 네, 안녕히 계세요”
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골목길을 다니다 보면 배송물이 쏟아지는 건 다반사.
갑자기 비까지 쏟아집니다.
우산을 쓰는 건 사람이 아닌 택배 상자.
[택배기사]
“저는 비를 맞아도 고객님 상품은 비에 젖으면 안돼요. 책 같은 거 젖으면 못 쓰잖아요. 그럼 제가 다 물어내야 하거든요.”
아침 6시에 집에서 나와 하루 종일 밥 한 끼 먹을 시간도 없이 400여 개의 물건을 분류하고 싣고 배달하고...
휴식 없이 이어진 류은영씨의 일과는 밤 12시가 넘어서야 끝났습니다.
[류은영 기사]
“(지금 몇시에요?) 12시 9분이에요 (오늘 하루 몇 시간 일하신 거예요?) 18시간.”
이렇게 일하고 과연 얼마나 벌 수 있을까.
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택배 1개당 평균 배송단가는 2,250원.
제조업체에서 물류터미널로 물건을 실어 온 집화 기사가 330원을 가져가고 물류터미널 관리비로 790원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택배업체 본사에 230원이 돌아가고 영업소와 택배기사가 900원을 나눠갖습니다.
일반적으로 택배기사 몫은 700원 정도.
일요일과 공휴일만 쉴 수 있는 택배기사가 하루 평균 250개를 배송한다면 산술적인 한 달 수입은 420만 원.
하지만 부가세 10%를 비롯해 유류세와 통신비 등 각종 비용을 빼고 나면
순수입은 250만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최기영 교수]
“한 달에 310시간 이상을 근무를 하기 때문에 시간급으로 환산하면 6,100원 꼴에 불과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이 5,580원. 근데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일하는 사람들의 업무 강도와 택배기사들의 업무 강도는 천양지차입니다.”
게다가 택배업체들의 과열경쟁으로 택배비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데 그럴 때
가장 먼저 깎이는 게 택배기사 수입입니다.
또 본사에서 대리점으로 또 개별 택배기사로 위탁에 재위탁이 이어지는 구조 때문에 힘들게 일하고도 제 몫을 받지 못하는 이른바 노예계약의 피해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올해 1월, 박재열 씨는 인터넷 구인 광고를 보고 찾아간 한 택배회사와 2년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일을 시작하고 나니 일할 수 있는 물량은 적은데 돈이 들어가는 곳은 너무 많았다고 합니다.
[박재열 기사]
“임대판 번호 교체해야 된다고 돈 600만 원 달라고. (차량 번호판 값으로?) 그렇죠. ‘나중에 그럼 번호판은 내가 가져가는 거냐’ 그것도 ‘아니다, 나갈 때는 번호판을 주셔야 된다’ (여기에) 매달 17만 원씩 (번호판 임대료) 또 내고.”
박 씨의 수수료 내역입니다.
한 달 동안 번 총액은 322만 원.
그 가운데 영업소가 공제해 간 금액이 83만 원.
여기에 부가세와 각종 비용을 빼고 박 씨가 순수하게 손에 쥔 돈은 불과 153만 원이었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려 했는데 생각지도 못 했던 계약서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박재열 기사]
“손해 배상 다 해 줘야죠. 사람 구할 때까지. 사람 못 구하고 나가겠다 그러면 안 나온 날부터 계약기간까지 수량 곱하기 2천 원 해서 다 배상을 해줘야 되죠”
지금 회사를 나가려면 1억 4천4백만 원을 물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박재열 기사]
“근로복지공단하고 변호사 사무실 다 갔다 왔는데 저희는 근로자로서 인정이 안된다. 바로 그러더라고요.‘월급 받고 일하느냐 아니면 배송하는 대로 수입이 생기느냐’ ‘배송하는 대로 수입이 생긴다’ 그랬더니 ‘둘이 해결해야 된다’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택배업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법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최시영 교수]
“순수하게 경제 문제로 볼 것이냐 아니면 사회문제까지 볼 것이냐 하는 그런 문제죠. 그냥 경제 문제에만 그친다면 법을 만들거나 그럴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사회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 사회문제를 풀 기준이 필요하고 이건 법일 수밖에 없습니다.”
택배서비스가 도입된 지 25년.
4조 원 규모의 거대 시장으로 성장했고 택배 기사도 4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렇게 시장은 몸집을 불려가고 있지만 기사들의 삶은 왜소해져만 갑니다.
[택배기사]
“7년 전에는 (택배 1개당) 천 원, 1300원 그렇게 받았어요... 지금은 720원. (예를 들면) 그때는 200개를 해서 얼마를 가져갔잖아요 300만 원을. 근데 지금은 300개를 해야 300만 원을 가져가는 거죠. 몸이 더 힘들어진 거죠.”
이미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택배.
'택배입니다'란 한마디와 함께 대문 앞에서 물건을 받아온 그 편안함을 너무 쉽게 당연함으로 받아들여 온 건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볼 때입니다.
소위 ‘차 없는 단지’를 표방하는 아파트 단지가 늘면서 입주자들과 택배회사 사이에 마찰이 벌어지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차량을 밖에 대고 걸어서 물건을 배달하라는 것.
이 때문에 아파트 입구에서 경비원과 택배기사 사이에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하고 물건을 반송해버리는 택배 기사도 있습니다.
인터넷 상거래가 생활화되면서 예전에 없었던 각종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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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차량 한 대가 아파트 정문 앞에서 밖으로 돌아 나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경비원은 차를 막아서고 택배 기사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입니다.
택배 상자 때문에 시비가 붙은 겁니다.
[경비원]
“(택배가) 컸어요 컸어. 그런 걸 그걸 여기다 딱 세워놓고 나가더라고. ‘집에 사람이 있으면 배달하고 가라.’ (택배기사는) 아 모른다고 이러고 차를 빼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차를 막았지.”
급기야 차에서 내린 택배기사가 경비원을 폭행하기 시작합니다.
[경비원]
“차를 빼기에 막아서 내리라 그랬더니 밀쳐버리니 내가 넘어졌지. 또 밀쳐버렸어. 나도 화가 나니까 한번 찼지.”
결국 택배 상자 하나 때문에 시작된 실랑이는 몸싸움으로 번졌고 다툼은 경찰서까지 가서야 마무리됐습니다.
택배 차량과 경비원의 이런 험악한 풍경은 이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택배차량을 단지에 못 들어오게 결정한 이후 벌어진 일입니다.
차를 다른 곳에 대고 걸어서 배달하라는 건데,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 아파트에 택배차량 진입이 금지된 건 두 달전의 일입니다.
아이들 안전과 쾌적한 주거환경을 위한 조치라는 것.
그러자 택배기사들도 차량에 플래카드까지 내걸고 배송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맞섰습니다.
한 택배 기사는 도저히 못하겠다며 물건을 반송하기도 했습니다.
‘택배기사는 노예가 아니라’는 내용의 반송 스티커가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아파트의 갑질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습니다.
[택배기사]
“저희도 살아야 되니까 그러죠. 살아야 되니까. 고객한테 친절하게 배송하고 원활하게 배송할 수 있는 게 우리 할 일이에요. 근데 그걸 못하게 하니까.. 좋은 쪽으로 만들어보려고 아등바등해 놓은 거예요. 그게 다예요.”
온라인 서명운동까지 이어진 갑질 비난에 아파트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처음엔 단지 내에서 천천히 운전하는 걸 조건으로 진입을 허용해줬는데 택배기사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택배 차가 후진하다가 유모차와 부딪힌 적도 있었다는 겁니다.
[입주민 대표]
“확약서를 받았어요. 10km 이내로 운행해 줄 것을 저희들이 신신당부했었고... ‘상기 사항을 위반해 적발될 경우 2층 비상도로를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라고 명기를 했는데도 그분들이 계속적으로 (지키지 않아서..)”
주민들 생각은 엇갈립니다.
취재진이 입주민 대표에게 설명을 듣는 와중에도 한 입주민이 관리사무소를 찾아와 왜 택배차량을 못 들어오게 하냐고 항의합니다.
[주민]
“지금 지상으로 못 가게 하는 거잖아요. 그것도 주민 투표를 통해서 전 주민이 해야지..”
강경한 주민들도 많습니다.
[주민]
“저도 욕먹을지 모르지만 환경들이나 아이들 뛰어노는 거나 이런 것들을 봤을 때 조금 불편하더라도 이게 훨씬 좋은 것 같아요.”
아파트 측은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라고 하지만 차량 높이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택배기사들은 차량 개조비용도 감당하기 벅차고 높이를 낮추면 배송 물량을 출 수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택배기사]
“보통 일반 택배 차들은 물건을 가득 실으면.. (보통 한 400개 정도..) 높이가 낮은 차들은.. (한 100개에서 150개 정도.. 물건을 지점에서 갖고 올 때 두 세 번씩 왔다갔다 해야 되는...)”
부산의 한 아파트 앞.
택배기사 최문기 씨가 도로변에 차를 대고 물건을 나릅니다.
이곳도 택배차량 진입이 금지된 지 넉 달째.
손수레를 끌고 가파른 주차장 입구로 들어가 바람도 통하지 않는 지하에서 한참을 이동한 후에야 배달이 시작됩니다.
[최문기 기사]
“평균적으로 한 시간에 저 같은 경우에는 한 40, 50개 정도는 배송을 한다고 자부했는데 이 아파트가 차가 진입이 안되는 순간 시간당 한 20개로 내려가게 되죠”
어쩔 수 없이 도로변에 불법 주차를 해야 되는 상황.
그래서 이 아파트의 경우엔 단속이 심하지 않은 저녁시간에 배송을 하거나 먼 곳에 차를 대고 손수레로 여러 차례 물건을 실어 날라야 한다고 합니다.
[최문기 기사]
“이 앞에 차를 댈 수가 있는데 거기는 무인카메라가 있어서 딱지가 바로 끊기기 때문에 차를 못 대고요. 어쩔 때는 저 끝에서부터 제일 멀더라도 이리 와요.”
차량 진입이 금지된 이유는 비슷했습니다.
[아파트 경비원]
“처음에는 들어왔어요. 그런데 여기 탑차들이 많이 다니니까 애들이 먼저 한번 치일 뻔했거든. 이 아저씨들이 또 천천히 가라하면 안 가. 자기들 마음대로 또 뭐 속력 낼 때도 있고”
[주민]
“이게 처음에 아파트 입주할 때 지상에 차량이 없는 아파트라고 광고를 했거든요. 차가 들어오면 애들이 다친다는 기사를 많이 봤거든요.”
택배기사들이 항의성 시위도 해봤지만 오래가지 못했다고 합니다.
[최문기 기사]
“너무 화가 나가지고 그날은 고객님들한테 인도에 다 펼쳐놓고 직접 나와서 찾아가셨으면 하고 전화를 다 드렸어요. 그랬더니 고객님들 90%가 ‘예, 알겠습니다’하고 와서 다 찾아가시더라고요. 그렇게 하시니까 제가 또 오히려 미안한 거예요... 그 다음날부터는 다시 카트를 끌고 후문에서부터 끌고 다녔죠”
비가 오는 날은 너무 힘들어서 주민들에게 읍소하는 택배기사도 많습니다.
[최문기 기사]
“비 오는 날이라도 여기 택배기사들 들어올 수 있게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아파트 단지에서는 지상으로 아예 못 올라오게 하니까... (관리실에다 물어 보세요) 관리실에서는‘주민들이 그렇게 원해서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일하기가 너무 힘들거든요... 한번 좀 얘기 해주십시오”
[주민]
“저밖에 큰 도로에 대놓고 젊은 총각이 땀을 뻘 뻘 구루마를 끌고 오는 게 참 자식 키우는 사람으로 안 됐더라고. 애들도 조심하면 되지. 들어오게끔 하지 뭐 하려고 그리하나 싶던데...”
택배 문제가 이렇게 사회적 갈등으로까지 번지자 정부도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공동 거점형 택배시스템’
택배사들이 지정된 배송 거점까지 물건을 운반하면 거점부터 각 개인까지의 배달은 1개 택배사에 맡기거나 마을 노인 등 해당 지역 인력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달 말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이미 몇몇 아파트에서 운영 중이긴 하지만 이 시스템이 도입된 곳은 많지 않습니다.
공간은 어디다 마련할지, 추가 비용은 누가 부담할지, 아파트와 택배회사 간 합의가 어려워서입니다.
[입주민 대표]
“저희들이 결렬된 이유는 사실 실버택배 보험 문제거든요. 보험 문제는 충분히 택배사에서 부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택배기사]
“중요한 건 결국 돈이거든요. 저한테는. 안 맞아요. 제가 무료봉사를 해드릴 수는 없는 부분이고”
문제의 시작은 택배차량이 아파트 지상으로 들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갈등과 진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2580이 만난 많은 택배기사들은 문제의 본질은 차량 진입 여부에 앞서 자신들이 배송 거부나 반송을 할 수밖에 없는 택배업의 열악한 현실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뛰고, 또 뛰고.
숨 돌릴 틈이 없습니다.
계단을 오를 때도 걷는 법이 없습니다.
숨은 턱밑까지 차오릅니다.
물건이 무거워도 고객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 좀 들여놓아 주시겠어요?) 잠깐만요. (내가 힘이 없네) (아유 고맙습니다) 네, 안녕히 계세요”
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골목길을 다니다 보면 배송물이 쏟아지는 건 다반사.
갑자기 비까지 쏟아집니다.
우산을 쓰는 건 사람이 아닌 택배 상자.
[택배기사]
“저는 비를 맞아도 고객님 상품은 비에 젖으면 안돼요. 책 같은 거 젖으면 못 쓰잖아요. 그럼 제가 다 물어내야 하거든요.”
아침 6시에 집에서 나와 하루 종일 밥 한 끼 먹을 시간도 없이 400여 개의 물건을 분류하고 싣고 배달하고...
휴식 없이 이어진 류은영씨의 일과는 밤 12시가 넘어서야 끝났습니다.
[류은영 기사]
“(지금 몇시에요?) 12시 9분이에요 (오늘 하루 몇 시간 일하신 거예요?) 18시간.”
이렇게 일하고 과연 얼마나 벌 수 있을까.
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택배 1개당 평균 배송단가는 2,250원.
제조업체에서 물류터미널로 물건을 실어 온 집화 기사가 330원을 가져가고 물류터미널 관리비로 790원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택배업체 본사에 230원이 돌아가고 영업소와 택배기사가 900원을 나눠갖습니다.
일반적으로 택배기사 몫은 700원 정도.
일요일과 공휴일만 쉴 수 있는 택배기사가 하루 평균 250개를 배송한다면 산술적인 한 달 수입은 420만 원.
하지만 부가세 10%를 비롯해 유류세와 통신비 등 각종 비용을 빼고 나면
순수입은 250만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최기영 교수]
“한 달에 310시간 이상을 근무를 하기 때문에 시간급으로 환산하면 6,100원 꼴에 불과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이 5,580원. 근데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일하는 사람들의 업무 강도와 택배기사들의 업무 강도는 천양지차입니다.”
게다가 택배업체들의 과열경쟁으로 택배비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데 그럴 때
가장 먼저 깎이는 게 택배기사 수입입니다.
또 본사에서 대리점으로 또 개별 택배기사로 위탁에 재위탁이 이어지는 구조 때문에 힘들게 일하고도 제 몫을 받지 못하는 이른바 노예계약의 피해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올해 1월, 박재열 씨는 인터넷 구인 광고를 보고 찾아간 한 택배회사와 2년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일을 시작하고 나니 일할 수 있는 물량은 적은데 돈이 들어가는 곳은 너무 많았다고 합니다.
[박재열 기사]
“임대판 번호 교체해야 된다고 돈 600만 원 달라고. (차량 번호판 값으로?) 그렇죠. ‘나중에 그럼 번호판은 내가 가져가는 거냐’ 그것도 ‘아니다, 나갈 때는 번호판을 주셔야 된다’ (여기에) 매달 17만 원씩 (번호판 임대료) 또 내고.”
박 씨의 수수료 내역입니다.
한 달 동안 번 총액은 322만 원.
그 가운데 영업소가 공제해 간 금액이 83만 원.
여기에 부가세와 각종 비용을 빼고 박 씨가 순수하게 손에 쥔 돈은 불과 153만 원이었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려 했는데 생각지도 못 했던 계약서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박재열 기사]
“손해 배상 다 해 줘야죠. 사람 구할 때까지. 사람 못 구하고 나가겠다 그러면 안 나온 날부터 계약기간까지 수량 곱하기 2천 원 해서 다 배상을 해줘야 되죠”
지금 회사를 나가려면 1억 4천4백만 원을 물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박재열 기사]
“근로복지공단하고 변호사 사무실 다 갔다 왔는데 저희는 근로자로서 인정이 안된다. 바로 그러더라고요.‘월급 받고 일하느냐 아니면 배송하는 대로 수입이 생기느냐’ ‘배송하는 대로 수입이 생긴다’ 그랬더니 ‘둘이 해결해야 된다’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택배업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법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최시영 교수]
“순수하게 경제 문제로 볼 것이냐 아니면 사회문제까지 볼 것이냐 하는 그런 문제죠. 그냥 경제 문제에만 그친다면 법을 만들거나 그럴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사회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 사회문제를 풀 기준이 필요하고 이건 법일 수밖에 없습니다.”
택배서비스가 도입된 지 25년.
4조 원 규모의 거대 시장으로 성장했고 택배 기사도 4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렇게 시장은 몸집을 불려가고 있지만 기사들의 삶은 왜소해져만 갑니다.
[택배기사]
“7년 전에는 (택배 1개당) 천 원, 1300원 그렇게 받았어요... 지금은 720원. (예를 들면) 그때는 200개를 해서 얼마를 가져갔잖아요 300만 원을. 근데 지금은 300개를 해야 300만 원을 가져가는 거죠. 몸이 더 힘들어진 거죠.”
이미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택배.
'택배입니다'란 한마디와 함께 대문 앞에서 물건을 받아온 그 편안함을 너무 쉽게 당연함으로 받아들여 온 건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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