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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최훈 기자

반품 없는 행복나라? '해피랜드'의 갑질

반품 없는 행복나라? '해피랜드'의 갑질
입력 2015-08-31 09:32 | 수정 2015-08-3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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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한 백화점 유아복 매장.

    아기들 외투 가격이 10만 원을 훌쩍 넘습니다.

    "이거는 15만 9천 원이요. 겨울 다가오면 꼭 필요한 옷이니까 더 좋죠."

    유아용 이불은 훨씬 더 비쌉니다.

    "세트는 65만 원에 30% 해서 45만 원.
    (애기들 이불이 어른용 보다 훨씬 비싸네요?)
    "예 그렇죠. 이거는 이제 기능성 소재라 다른 거 보다 조금..."

    서울의 또다른 유아복 대리점.

    이 업체가 수입해서 판매하는 유모차 가격은 100만 원을 훌쩍 넘습니다.

    (145만 원이예요?)
    "네. 145만 원이요."

    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이 대리점 한달 평균 매출은 3천만 원.

    백화점 매장은 한달 매출이 6,7천만 원이 넘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리점 점주와 백화점 매장 매니저들이 가져가는 판매수수료, 즉 월수입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김부자/해피랜드 전 매니저]
    "창피해서 말씀을 드릴 수가 없는데 제가 인건비 빼고 4,50만 원 정도 가져 갔습니다."

    매출이 많은 매장도 손해라고 말합니다.

    [박OO/ 해피랜드 대리점]
    "물건을 많이 가져와서 장사를 제가 제일 1등매장이었어요. 해피랜드? 누구를 위한 해피랜드예요? 임XX을 위한 해피랜드죠. 행복한 나라? 자기 혼자만 행복한 거죠? 모든 사람들은 다 울고 볼고 난리예요."

    이들이 일하는 곳은 '해피랜드'라는 유아복 매장입니다.

    해피랜드는 압소바, 해피랜드, 파코라반 베이비와 프리미에 쥬르, 리바이스 키즈 등 아이 엄마들에게 익숙한 브랜드들을 판매하는 25년 된 국내 대표 유아복 기업입니다.

    그런데 다른 의류브랜드와 달리 해피랜드의 유통 시스템은 매장을 운영하면 할수록 손해를 떠안게 되는 구조라고 합니다.

    대체 어떤 속사정이 있는걸까요?

    서울의 한 해피랜드 대리점 창고.

    아기옷과 내복, 신발 등 각종 상품 40박스가 빽빽히 쌓여 있습니다.

    철이 지나 못 판 물건들인데, 해피랜드 본사에서 반품을 안 받아줘 쌓아둔 겁니다.

    [박OO/해피랜드 대리점]
    "이 재고를 어디다 떠넘길 수 없으니까 본사에선 안 받아준다고 하니까 이걸 어떻게든 팔아서 없애자 없애자 해서 그냥 질질 끌려와서 여기까지 온 거거든요."

    이월 상품은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떨어지고, 그 만큼 대리점이 손해를 봅니다.

    [박OO/ 해피랜드 대리점]
    "시즌만 지나고 나면 30%, 40%, 50% 막 떨어지는 거예요. 그걸 다 팔지 못 하면 봄에 팔았던 게 가을에 4,50% 떨어지는 거예요. 그럼 앉아서 그대로 망하는 거예요."

    다른 유아복 업체들은 어떨까?

    [OOO 유아복 매장]
    "저희는 그런 거 없습니다. 시즌이 지났는데 못 팔면 반품으로 그냥 다 받아주세요. 저희가 매장 내에서 재고를 갖고 있거나 그렇게끔 안 합니다."

    대부분 본사가 재고를 책임져주는 편이지만 유독 해피랜드는 반품을 받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반품을 요구하는 소비자와도 종종 마찰이 생깁니다.

    [강현정/해피랜드 전 매니저]
    "저거 받으면 손해인데 안 바꿔 줄 수도 없는 거예요. 이 소비자가 백화점에다가 클레임 걸고 막 떼를 쓰고 이러면 백화점 담당이 바꿔달라면 바꿔줘. 다른 브랜드 다 바꿔주는데 왜 안 바꿔주냐고 그럼 저희는 바꿔주죠. 어쩔 수 없이."

    심지어 재고의 상당수는 박 씨가 주문하지 않은 상품들이라고 합니다.

    이른바 밀어내기.

    겨울이 끝날 무렵 한번에 겨울상품 4억 원 어치가 들어온 적도 있습니다.

    [박OO/해피랜드 대리점]
    "이거 보시면 출고날짜가 1월 며칠인가 2월 며칠일 거예요. 그 1월 달에 겨울 물건이 다 끝나고 벌써 시즌이 다 아웃되는 이 상황에 제가 이걸 왜 받겠습니까."

    이런 부당함 때문에 일을 그만두려해도 쉽지가 않습니다.

    수년간 대리점을 운영하다 그만둔 이 모 씨.

    창고에 팔다남은 상품 50박스가 쌓여 있습니다.

    [이OO/해피랜드 전 대리점주]
    "폐점을 하고 본사에 반품을 못해서 지금 쌓아놓고 있는 거죠."

    금액으로 따지면 1억 5천만 원 정도의 분량입니다.

    [이OO/해피랜드 전 대리점주]
    "시설로 보낼까 생각중이예요."
    (고아원 같은 데?)
    "네.네 저의 피같은 돈이니까. 그냥 어려운 아이들 입으면 위안이 될 것 같아요."

    폐업을 할테니 그동안 못 판 상품을 본사에 반품하겠다고 했지만 본사는 반품이 안되니 물건값을 모두 내라고 요구했습니다.

    이 씨는 결국 팔지도 못할 옷값으로 해피랜드에 1억원 넘게 물어줘야 했습니다.

    대리점을 개업할 때 보증금 3천만 원을 내고, 집이나 땅을 담보로 설정하는데, 이 걸 뺏기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OO/ 해피랜드 전 대리점주]
    "그래서 많이 상처를 받았죠. 지금도 얘기하면 전 눈물이 납니다. 속상하죠. 많이 속상하죠."

    백화점에 입점한 해피랜드 매장에서 1년 정도 위탁판매를 한 서 모 씨는 판매수수료로 3천만 원 정도를 벌었습니다.

    그런데 서 씨가 일을 그만두려하자 해피랜드는 9천만 원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동안 번 돈의 세배나 되는 돈을 갚아야 하는 상황.

    [서OO/ 해피랜드 전 매니저]
    "하늘이 무너지는 거 같죠. 집에서 살림하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집안에 보탬이 되려고 나와서 근무를 하는 건데 실질적으로 진짜 내가 오히려 더 빚을 지고 정말 한 집안이 파탄 날 정도가 되니까..."

    재고조사를 해봤더니 이른 바 '로스'가 9천만원 정도 있는 걸로 나왔으니 이를 갚아야 일을 그만둘 수 있다는 겁니다.

    '로스'는 분실된 재고나 이월 상품이 되면서 떨어진 상품 가치, 즉 재고 손실을 말하는 업계용어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재고 상품의 가격이 떨어지는 걸 자영업자인 위탁판매자에게 떠안기고 있는 겁니다.

    [서OO/해피랜드 전 매니저]
    "해피랜드는 정말 모든 매니저들을 호구로 아는 곳이죠. 호루고. 모든 매니저들이 정말 집에서 살림만 하고 잘 모르고 어수룩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매장의 위탁판매자에겐 이 '로스'가 족쇄나 다름없습니다.

    해피랜드 본사 영업담당 직원들도 이런 부당함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오래 버티지 못하고 그만 두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해피랜드 본사 전 직원A]
    "그러니까 영업부 담당들끼리 뭐라고 얘기하냐면 포주라고 얘기해요. 포주. 가서 여자들 잡아다가 백화점에다가 넣어 놓는 거예요. 넣어 놓고 한 6개월 지나면 못 그만두거든요. 로스가 나기 시작하니까. 그러면 도망가지도 못 하고."

    해피랜드 측의 부당한 영업행위는 이뿐이 아닙니다.

    백화점에서 해피랜드 위탁판매를 했던 매니저 양 모 씨가 본사로부터 받은 한 달 판매수수료 명세서입니다.

    본사에서 강제 할당하는 손수건과 요패드 등 고객사은품 값 50여만 원을 양 씨가 부담했습니다.

    [양OO/해피랜드 전 매니저]
    "이 시즌 때는 사은품을 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니네들이 주문을 해라. 이렇게 한 거예요. 손수건도 일반 업체한테 저희가 그냥 필요해서 사면 싸요. 훨씬 싸요. 몇 백 원밖에 안 하는 거 여기에서는 몇 천 원 씩 하니까."

    또 다른 매니저는 악성 재고를 반품 했다며 벌칙성으로 매달 25만 원 씩 24개월 동안 공제하고 있었습니다.

    해피랜드는 유독 이런저런 벌칙성 공제가 많아서 애초 계약 보다 실제 수입이 훨씬 적다는 불만이 많습니다.

    매출의 17%를 판매수수료로 알고 있었지만, 실제 받는 돈은 10%도 채 안 된다는 겁니다.

    [양OO/해피랜드 전 매니저]
    "해피랜드는 (수수료가) 보통 (총 매출의) 17% 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저희가 받아봤을 때는 전체 그냥 퉁으로 10%인 거예요. 하지만 다른 회사에 갔을 때는 17% 내가 판 거의 17%가 그대로 들어와요."

    월수입이 부당하게 줄어도 계산 방법이 워낙 복잡해서 항의하기도 어렵습니다.

    [해피랜드 본사 전 직원B]
    "단계가 막 다섯 여섯 단계거든요. 어떤 거는 20% 세일이라고 하면 1%를 깎고 30% 세일이라고 하면 2%를 깎고 이렇게 굉장히 복잡하게 해 놨기 때문에 받는 사람들 조차 이 수수료(월급)가 정확한 건지 어떻게 이렇게 계산된 건지 잘 알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매장 매니저들은 매출이 많이 오르면 당연히 자기 수입도 늘어날 거라고 기대하지만, 전직 영업직원들은 매출이 많건 적건 수수료는 월 2~3백만원 정도로 맞춰 본사가 설계해 놨다고 털어놓습니다.

    [해피랜드 본사 전 직원C]
    "매니저들에게 돈을 많이 벌게 해주면 딴 생각을 하니까 평균적으로 그냥 2~300 정도 사이를 벌어갈 수 있는 조견표를 만들어요. 근데 로스 따지고 세일 많이 했다고 수수료 까고 사은품 주는 거 까고 그러면 200 못 받아요."

    대리점 매장을 열 때 필수적인 인테리어비도 문젭니다.

    이 대리점의 인테리어비는 9천만 원 가량.

    [박OO/해피랜드 대리점]
    "내가 많이 가져가야 200만 원도 못 가져갈 걸요? 인테리어를 내가 가지고 시작하면 빼도 박도 못 해요. 그 인테리어 비용이 너무 비싸니까. 그러니까 발목이 잡히는 거예요."

    신규개장이든 리모델링이든 인테리어는 반드시 해피랜드 지정 업체가 해야 합니다.

    이 중 한 곳은 해피랜드 임용빈 회장의 조카가 대표입니다.

    [해피랜드 본사 전 직원D]
    "3년이나 4년에 한번 매장 인테리어를 하고 신규매장까지 인테리어를 하는데 조카 회사가 있습니다. 여기다가 거의 한 90%를 다 몰아줬습니다. 현지에서 있는 업체들한테 찾으면 굉장히 원라가든지 싸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근데 그걸."

    본사에서 대리점에서 공급하는 물건 값이 인터넷보다 더 비싼 제품도 많습니다.

    이 봉제인형 모빌의 소비자 가격은 8만 9천 원인데 인터넷에선 절반 남짓한 4만 7천 원입니다.

    대리점 공급 가격 5만3천 원보다도 인터넷 가격이 싸다보니 애초부터 경쟁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사갔던 고객들의 항의와 반품도 쏟아집니다.

    해피랜드 측은 본사의 부당행위들을 점검해 개선방안을 내놓겠다고 해명했습니다.

    [신재호/해피랜드 사장]
    "제가 이 자리에서 '다 개선합니다' 이거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요 조금씩 꾸준히 내년 이맘 때까지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해피랜드 임 회장은 최근 횡령과 배임, 탈세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습니다.

    원래 10만 5천 원 짜리 패딩 상품을 17만 5천 원인 것처럼 가격표를 허위로 만든 뒤 세일을 해서 싸게 파는 것처럼 소비자를 속였다는 이른바 '소비자 기만'혐의.

    하청업체로부터 공급 받는 제품마다 500원 씩을 더 올려 받아 그 돈을 비자금으로 챙긴 혐의 등도 받고 있습니다.

    세무조사를 피하기 위해 세무공무원들과 공정거래위원회 직원들에게 지속적인 로비를 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해피랜드 본사 전 직원E]
    "XX세무서장으로 발령이 났는데 거기까지 찾아가서 그 분한테 그 직원들한테 고기도 사 먹이고 그 다음에 나가서 술도 사주고 그러면서 봉투도 따로 인사를 하면서 관리 했던 부분인데..."

    이에 대해 당사자는 친분이 있었던 건 맞지만 세무조사를 무마시킨 적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OOO/전 OO세무서장]
    "XX이란 데가 직원이 많지 않으니까 한 30명 넘었나? 밥 한 그릇 사고 간 게 다 예요. 관리를 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세무조사에) 압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지도 않았고."

    해피랜드 측은 검찰고발된 혐의들은 해고된 직원들의 음해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신재호 해피랜드 사장]
    "검찰 조사에서 명명백백히 밝힌 다음에 그 부분에 대해서 아닌 거는 저희가 법적으로 조치를 할 겁니다. 정말 잘못한 게 나오면 잘못했다고 하면 저희가 사죄하고 엎드려야 되겠지만."

    본사와 대리점간의 갑질 논란은 우리 사회에 자리잡은 뿌리깊은 악습으로 끊임없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약자에게 희생을 요구하지 않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는 나라.

    모두가 꿈꾸는 행복한 나라, 진정한 해피랜드의 모습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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