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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민병호 기자

'매일 새벽 3시 33분' 교수님의 출석체크

'매일 새벽 3시 33분' 교수님의 출석체크
입력 2015-10-19 09:10 | 수정 2015-10-19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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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한 대학교수가 특별 지도라는 명목하에 팀을 짜고 학생들의 사생활을 통제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새벽 3시 33분이 되면 SNS 대화방에 333이라는 숫자를 보내 깨어있다는 것을 증명하라는 것입니다.

    이밖에 수강신청과 이성 교제까지 간섭했다고 합니다.

    학생들은 왜 이런 지시를 받아야 했으며 부당한 처사를 참아야 했을까? 취업과 지도라는 이름으로 강요되는 대학 캠퍼스의 갑질 문제에 대해 파헤쳐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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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김없이 새벽 3시 33분.

    휴일도 없이 반복된 교수님의 출석체크.

    [이지혜(가명) 졸업생]
    "그냥 3시 33분 되면 학생들이든 교수님이든 누구랄 것 없이 (카톡방에) 그냥 333이 다들 띡띡 올라가는 거예요. (그걸 만약에 안 올렸다) 안 올리면 걔는 자고 있는 거니까 혼나는 거죠."

    교수는 특별 지도라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김은수(가명) 재학생]
    "너희 공부를 위해서 내가 개발한 공부 방법이다'라고 하시면서 그때까지 안 자고 공부를 해야지 너네가 취업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학생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자기 강의를 들으라고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학생회 관계자]
    "이 수업을 듣지 않으면 전과를 시켜주지 않을 거다라고 얘기를 하시면서 자신의 다른 수업들도 같이 듣게..."

    이성 교제도 관여했습니다.

    [김은수(가명) 재학생]
    "저희 카톡 프로필 사진을 계속 확인하셨어요. 남자친구랑 같이 찍은 사진을 올리면 너 남자친구가 있어서 어떻게 취업하려고 그러냐 헤어져라.."

    해당 교수는 지난 6월, 학생 사생활 침해와 교칙 위반 등으로 학교 이사회에서 해임 통보를 받았습니다.

    도를 넘어선 교수의 행동은 해임으로 마무리되는 듯싶었습니다.

    문제는 교육부가 학교 측의 징계가 지나치다며 해임 취소 처분을 내리면서 다시 불거졌습니다.

    해당 교수가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는 말에 학생들은 하루하루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취재진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혹시 모를 보복이나 불이익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서울의 한 여자대학에 다니는 은수 씨는 일명 '스페셜 워너비'의 멤버였습니다.

    '스페셜 워너비'는 A 교수가 특별 지도를 해주겠다며 직접 모은 스무 명 남짓한 팀의 이름입니다.

    모임과 공지사항은 특정 SNS로만 공유했습니다.

    [김은수(가명) 재학생]
    " 교수님이 말하고 다니지 말라고 그러고 카톡방으로 이렇게 조용히 조직해서만... 다른 학생들이 부러워한다 뭐 이런 이유였는데..."

    여기에 속한 학생들은 매일 새벽 3시 33분이 되면 SNS 대화방에 '333'이라는 메시지를 보내 자신이 깨어있다는 걸 증명해야 했습니다.

    [김은수(가명) 재학생]
    "3시 33분까지 (공부를) 해라.. 원래는 333을 그냥 하라고 했었는데 학생들이 3시에 알람 맞춰놓고 일어나는 것 같으니까 확실히 하기 위해서 1시 11분에도 하고 2시 22분에도 하고..."

    이렇게 잠을 줄이라고 압박하며 많은 과제를 내줬는데 대부분이 A 교수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올릴 글이나 영상을 만드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김은수(가명) 재학생]
    "저희가 자발적으로 했고 그랬다면 전혀 문제 될 게 없죠. 그런데 그게 아니라 강제적으로 저희가 시킴 당했고 올라가는 블로그도 오픈된 공간이 아닌 교수님이 관리하는 공간이고 교수님이 조금만 기분이 안 좋으면 갑자기 블로그를 닫아버린다든지..."

    시간을 불문한 교수의 메시지나 전화 연락에 곧바로 답을 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불이익이나 망신을 줬다고 했습니다.

    [김은수(가명) 재학생]
    "사진 같은 거 올려서. 자기 의견을 말해보라고. 그냥 그런 거였어요. 그냥 '사진 멋집니다' 이런 한마디를 안 해서 전화 돌리고 애들한테 공개적으로 망신 주고.."

    '팀에 남고 싶으면 남자 친구와 헤어져라' '좋은 성적을 받고 싶지 않은 거냐' '나를 배신하면 앞길을 막겠다'

    지나친 사생활 침해와 압박에 메시지가 올 때마다 식이장애로 구토를 한 학생도 있었다고 합니다.

    은수 씨도 난생처음 산부인과를 찾았습니다.

    [김은수(가명) 재학생]
    "일단 잠을 못 자니까 제가 수업이 다음날 1교시여도 새벽 3시 33분까지 잠을 못 자니까 그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까 몸이 되게 안 좋았었어요. 저도 산부인과 갔었거든요. 스트레스성으로 하혈을 계속하는 거예요."

    졸업생 지혜 씨도 '스페셜 워너비' 멤버였습니다.

    처음엔 A 교수의 말이 솔깃했다고 합니다.

    [이지혜(가명) 졸업생]
    "너네를 김연아 같은 스타로 만들고 싶어서, 김연아라는 스타를 키운 코치처럼 되고 싶다 그래서 하는 거다. 열정 같은 거다라고 느껴지니까 처음에는 세뇌가 진짜 됐었어요."

    취업에 도움이 될 거라던 상장과 자격증.

    하지만 알고 보니 A 교수가 스스로 만들어낸 공인되지 않은 것들이었습니다.

    [이지혜(가명) 졸업생]
    "자격증을 어떻게 발급을 하실 수 있게 되셨나보다 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허가받은 데서만 발급을 할 수 있는 건지는 몰랐거든요. (그럼 이 자격증은 뭐예요?) 그냥.. 인쇄를 하신 거겠죠."

    시간이 갈수록 이상하다는 걸 느꼈지만 탈퇴는 쉽지 않았습니다.

    [A 교수 재학생 통화 녹취]
    "속된 말로 어떻게 보면 내가 너 꼬시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너 아니어도 애들 지금 많아. 너 하나 없다고 해서 워너비 안돌아 가는 것도 아니고.. 근데 지금 너한테 최대 그게 뭐냐면 취업이야."

    교수가 줄 불이익도 두려웠지만 취업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참고 버텼다고 합니다.

    [이지혜(가명) 졸업생]
    "이미 해온 게 있으니까.. 몇 달만 있으면 졸업을 하면서 교수님이 인턴 자리를 줄 텐데. 추천을 해줄 텐데.. 책 출간해준댔는데.. 몇 달만 기다리면 되는데.."

    해당 교수는 왜 이런 일들을 벌였을까?

    이 대학 학생들만을 위한 비공개 게시판입니다.

    A 교수가 자신의 강의를 들으라고 전화를 해왔다는 글이 올라와 있습니다.

    [김은수(가명) 재학생]
    "글이 엄청 올라왔어요. 어떤 교수님이 전화해서 자기 수업 들으라고 학점 잘 주겠다고 그러는데 어떻게 해야겠냐고.."

    폐강을 막기 위한 거라는 댓글도 달려있습니다.

    [학생회 관계자]
    "설 강인원이 되지 않는 경우에 다 전화를 해서 강제로 수업을 등록하게 하죠. 수업을 등록을 하게 한 뒤에 또 폐강을 막고 그러는데 그렇게 해도 채워지지 않는 과목들은 이제 폐강이 되는 거죠."

    이렇게 수업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다 보니 특별 지도 그룹은 대부분 사전 정보가 없는 저학년이나, 복수전 공생, 편입생들이었습니다.

    이들은 A 교수의 강의 3개를 모두 들어야 했습니다.

    [김은수(가명) 재학생]
    "수강신청 마지막 날 새벽 2시인가 전화가 왔어요. 화를 내시는 거예요. '너는 수강신청 나한테 상의도 안 하고 짰냐' 하면서 다른 학생들은 다 나랑 상의해서 짰다고 너 다시 짜라고 그래서 교수님이 들으라는 과목 넣어서 다시 수강신청했거든요."

    그리고 그 학생들을 유인할 수 있도록 수강생 수를 항상 9명으로 맞췄다고 했습니다.

    9명은 교칙상 모두에게 A를 줄 수도 있는 절대평가가 가능한 인원입니다.

    [김은수(가명) 재학생]
    "항상 수업이 아홉 명 이상이어야 개설된다면 딱 아홉 명이 맞춰졌어요. 절대평가를 하면 교수님 마음대로 그냥 학점을 줄 수가 있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절대평가를 유지하려고..."

    그러다 보니 수강신청한 학생을 강의실에서 쫓아내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지혜(가명) 졸업생]
    "타과에서 모르는 아이들 3명인가가 들어온 거예요. 절대평가를 할 수 있는 인원이 걔네들 때문에 넘어간 거예요. 그러니까 걔네를 앞으로 불러서 나가라고 얘기를 한 거예요. 걔네는 당황스럽고 황당한 거죠."

    학교 관계자들에게도 이러한 일들이 알려졌습니다.

    [학교 관계자]
    "자기의 실력이 없는 거를 덮기 위한 각질이죠. 실력이 없는 걸 어떻게든지 감춰야 되겠는데 수업도 사실 굉장히 저질 수업이고.. 그게 점점 알려지면서 수업 개설도 어려워지고."

    6년 전 같은 잘못으로 이미 한차례 감봉 처분을 받았던 A 교수는 이번에 공금횡령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결국, 지난 6월 학교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3달 만에 결정이 뒤집혔습니다.

    교육부 산하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A 교수의 이의 제기에 대해 '혐의는 모두 인정되지만 처분이 너무 무겁다'며 해임 취소 처분을 내린 겁니다.

    [김은수(가명) 재학생]
    "다들 되게 어이없고 무서웠죠. 저희가 이번에 서명도 하고 제대로 참여 다 했는데 교수님 돌아오시면 다 알 거 아니에요. 조금만 캐보면 누가 어떻게 했구나 다 나오는 거니까..."

    학교 측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2580은 A 교수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접촉을 시도해봤지만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충북 제천의 한 대학교.

    2학년 상우 씨는 올해 3월, 선배 소개로 B 교수 연구실에 들어갔습니다.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들어왔는데 듣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고 했습니다.

    [한상우(가명)]
    "공부는 안 하고 커피를 타고 아침마다 올라가서 교수님 방 청소하고 그런 것만 하니까 내가 여기 왜 들어왔나..."

    이 밖에 교수 대신 운전도 해야 했고 자질구레한 택배 심부름에 자기는 타지도 않는 통학버스에 교수가 앉을 자리까지 맡아놔야 했다고 합니다.

    [한상우(가명)]
    "통학버스가 출발 30분 전에 문을 열어놔요. 교수님도 그 차를 타야 되기 때문에 저희 학부생들이 먼저 가서 자리를 맡게 되는 거죠 (그래서 교수님 오면) 네. 자리 비켜드리고 보내고."

    B 교수는 스승과 제자 사이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B 교수]
    "아유, 그것은 가끔 한 번씩 하는 거고. 스승과 제자 사이에 사랑으로 하는 건데. 너무 감정적이네. 그거는 아니에요."

    6개월 만에 연구실을 나온 상우 씨는 수강 중이던 B 교수의 강의도 도중에 포기했습니다.

    [한상우(가명)]
    "개인적인 일도 막 시키고 수업에 관련 안된 일도 시키고 하면서 좀 이건 아닌 것 같다 싶어가지고 교수님한테 말했더니 뭐 대드는 거냐고... 계속 들어봤자 성적도 제대로 안 나올 것 같고 해가지고 수강 포기를 하게 된 거죠."

    함께 수업을 들었던 친구들은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했습니다.

    [정형열(가명)]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일단 눈에 한번 찍히면 불이익을 준다고 장난으로도 얘기를 하고 대놓고 학생들 있는데도..."

    다른 학생들도 불만은 많지만 밖으로 꺼내기는 쉽지 않다고 합니다.

    [정형열(가명)]
    "저희도 다 대학교 온 이유가 취업하려고 한 건데 취업 도와주는 분한테 안 좋은 말하기 어렵죠."

    대학 캠퍼스에서 이런 일은 사실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자신의 딸 결혼식에 주차요원으로 제자들을 부르려다 sns 상에서 논란을 일으킨 교수의 경우, 문제가 돼서 취소하고 공개사과도 했지만 사실은 섭섭하다고 했습니다.

    [C 교수]
    "어떻게 보면 와주고 가주는 것도 공부고 ' 교수면 교수지 교수 자녀가 (결혼을) 하네 마네' 관련하지도 않아야 되는 세상인지는 모르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하거든요."

    워낙 일상적인 일이라 교수의 이번 행동을 문제 삼는 게 오히려 새삼스럽다고 여기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김인하(가명)]
    "출석체크를 하는 쪽으로 해서 티켓을 파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그냥 어떻게 보면 일상이라고 해야 하나. 그냥 평소에도 있었던 일인데 왜 이렇게 민감하게..."

    최근 불거진 교수들의 부적절한 행동들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진 취업난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학점과 취업, 졸업 후의 앞날이 교수의 손에 달려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윤지관 / 한국 대학 학회장]
    "산학협력이 나거나 취업이라거나 이런 것에 몰두하는 그런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그걸 위해서 스펙을 잘 쌓아야 하니까 학점을 얼마나 높이 받을 지르거나 이런 것에 초점이 가있는 교육이 되면 그것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겁니다."

    교수와 학생 간의 수직적인 관계는 예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여전할 겁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불거지는 대학교수들의 도를 넘은 언행들은 어디까지가 스승의 권위이고 어디까지가 갑의 횡포인지 씁쓸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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