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80
강나림 기자
강나림 기자
목사님의 전별금
목사님의 전별금
입력
2015-11-16 10:47
|
수정 2015-12-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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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도를 성추행한 뒤 교회를 떠난 목사에게 지금 된 전별금 13억 원입니다.
그러나 이 목사 가 다른 교회에서 목회활동을 시작하자, 본래 교회가 전별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또 다른 교회에서는 원로목사에게 30억 원의 전별금을 책정하기도 하고, 목사가 스스로 자신에게 25억 원의 전별금을 결정한 교회도 있습니다.
아파트 구입비에 차량, 사례비에 기타 예우까지, 십억 원을 쉽게 뛰어넘는 목사님의 전별금은 과연 교인들의 동의로 책정된 금액일까요?
-----------------
빗줄기가 오락가락하던 지난 일요일 서울의 한 지하철역 앞.
한 여성이 피켓을 들고 섰습니다.
'성추행 목사를 면직하라'는 내용입니다.
[이미정/전 삼일교회 교인]
"개인적으로 전병욱 씨를 싫어해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한국 교회를 위해서 하는 거지, 저의 작은 움직임이 한국 교회 자정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잠시 후 교회 관계자가 나와 피켓을 빼앗습니다.
"하지 마, 하지 말라고 (시위판 주세요) 어차피 뭐 다 끝났는데.. 찍지 마요, 찍지 마!"
취재진의 카메라를 막기도 합니다.
"찍지 마요 찍지 말라니까! 고발당하지 말고 찍지 마."
급기야 뺏은 시위판을 찢어버립니다.
교인들은 취재진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드러냈습니다.
"사진 찍지 말라고요 찍지 말라는데 왜 찍어!"
[00교회 관계자]
"고의적인 목적을 갖고 오신 거잖아요 (취재하러 왔습니다) 무슨 소리하고 있어요 양아치도 아니고.. 소위 MBC라는 사람들이 이게 나중에 얼마나 천벌을 받으려고 그래요."
"예수 믿고 천국 갑시다!"
"1인 시위에 나선 여성과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교인들."
이들의 갈등은 피켓에 등장하는 이 교회의 목사로 인해 불거진 겁니다.
대체 이 목사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삼일교회.
지난 2010년, 17년 동안 담임목사였던 전병욱 목사에게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신도들의 고백이 연이어 터져 나왔습니다.
[000/전 삼일교회 교인]
"테이블에 서 있는데 손을 이렇게 갖다 대더니 제 **쪽으로 손을 이렇게 탁 대는 거예요. 그런데 굉장히 민감하잖아요. 제가 너무 놀라서 손을 확 쳤어요."
[나원주 장로/삼일교회]
"방에서 옷을 벗고.. 정말 입에 담기가 어려운 그런 성추행 사건이. (전병욱 목사가) 성행위를 요구를 했었고, (피해 여성이) 못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다른 것을 요구를 한 겁니다."
성추행 피해를 호소한 여 신도는 십수 명으로 늘어났고 파문이 커지자 전병욱 목사는 2010년 12월 "교회와 하나님 앞에 죄를 범했다"는 말과 함께 교회를 떠났습니다.
교회가 소속된 노회와 교단이 아무런 징계를 하지 않는 사이.
잠시 자숙하는가 했던 전목사는 1년 7개월 뒤 서울 마포구에 새로운 교회를 열고 다시 목회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삼일교회 교인들이 전목사의 목사직을 박탈하라며 1인 시위에 나선 건 이 때부텁니다.
삼일 교회 측이 이토록 반발하는 건 전병욱 목사가 퇴임할 때 받아 간 '전별금'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당시 전목사가 받아 간 전별금은 13억여 원.
교인 80여 명에 불과하던 교회를 1993년 부임 후 일약 신도 2만 명이 넘는 대형교회로 고속성장시킨 공로가 포함된 걸로 보입니다.
그렇다손 쳐도 성 추문으로 교회를 떠난 목사에게 13억 원 넘는 전별금을 준 사정은 무엇이었을까요?"
당시 전 목사에게 지급한 전별금 명목에 대한 기록입니다.
집 구입비 10억 원, 퇴직금 1억 1천5백만 원 2년치 봉급 1억 3천만 원 기타 예우 1억 원까지 총 13억 4천5백만 원과 원래 타던 국산 고급 SUV 차량을 지급했습니다.
이 가운데 2년치 봉급은 자숙한다는 조건으로, 기타 예우는 성중독 치료비 명목으로 지급했다는 것이 삼일교회의 주장입니다.
[강병희 목사/삼일교회]
"1억 원이라는 큰 치료비를 받았는데 치료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그 돈은 당연히 반환되어야 하지 않겠나.. 2년 동안 목회활동을 안 한다는 조건으로 2년치 생활비를 일시불로 지급했습니다. 그것도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어요."
삼일교회는 전목사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목회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지난 9월 전별금 반환 및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습니다.
전병욱 목사를 찾아가 입장을 물었습니다.
성추행 사건은 실제보다 부풀려졌다고 말합니다.
[전병욱 목사/000교회]
"2년 동안 목회 생활을 안 한다든가 성 중독 치료비 뭐 이런 거는 전혀 있었던 이야기들이 아니거든요. (전혀 부끄럼이나 잘못이 없는데 저쪽에서 몰아간다는 말씀인가요?) 아니 하나님 앞에서 부끄럼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렇게 극단적으로 얘기하는 건 그렇고.."
전별금은 당시 교회에서 주는 대로 받았을 뿐이라 돌려줄 이유가 없고, 그동안 자신이 교회에 헌신한 것에 비해 결코 많지 않은 액수라고 설명합니다.
[전병욱 목사/000교회]
"퇴직금 자체가 크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위로금이라고 써져 있었거든요. 그래서 추가로 더 주는구나 이렇게 생각을 했고. 2001년도 구반포 2억 1천만 원 아파트 할 때 1억 7천 헌금했다니까요. 제가 뭐 기여한 거에 있어서 적으면 적었지 많다고 생각은 안 했어요."
삼일교회 교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김환희/삼일교회 교인]
"자기 돈이 아니잖아요 다 성도의 헌금이고 하는데 그걸 자기 돈인 양.. 그 사건 정확히 교인들이 알았더라면 그렇게 많이 아예 한 푼도 없이 그냥 내쫓아버리는 그런 상황도 분명히 있었을 텐데."
반면 교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전목사에게 그 정도는 괜찮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삼일교회 교인]
"전임 목사에 예우로서 그 정도 전별금은 나갈 수는 있다 라고 생각을 하고. 교회를 위해 많이 (헌금) 했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000교회 교인]
"과하다고 이야기하는데 기존 기독교 다른 교회하고 비교해보시면 오히려 과하지 않다는 걸 알 수가 있어요."
상당수 교회에서 퇴임하는 목사에게 지급하고 있는 전별금은 그동안의 공로에 대한 일종의 사례금입니다.
장로교의 경우 담임 목사와 장로들로 구성된 의사 결정 기구인 '당회'에서 자체적으로 전별금의 액수를 결정합니다.
문제는 교회 재정이 불투명한 경우가 많고 당회 내부에서조차 전별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겁니다.
[김진호 연구실장/제3시대 그리스도교 연구소]
"교회의 재정이 극도로 불투명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거든요 담임 목사하고 일부 실세 교인들 몇이 교회 거의 모든 재정 운영을 독점하고 있고요. 일단 그 극도의 권위, 왕권제 같은.."
교인 수 8천여 명의 서울 송파구 광성교회.
10여 년 전 퇴임한 원로목사가 교회 재산 44억 원을 빼돌려 개인 명의로 사취했다며 교인들이 고발해 지금도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 원로목사가 가져간 퇴직금이 10억 원.
원래 책정된 전별금은 30억 원이었습니다.
담임 목사가 임명한 7명의 장로들이 거의 만장일치로 결정한 겁니다.
[엄 00장로/광성교회]
"광성교회 정도라면 (전별금을) 최하 30억 원 드려야 되지 않겠느냐.. (그러면 그렇게 30억 원 얘기가 나왔을 때 대부분 찬성했나요?) 거기서 반대할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나밖에 없습니다. 왜? 다 목사님이 반대 안 할 사람으로만 임명을 한 거니까."
해당 목사는 전별금을 거절하고 퇴직금 10억 원만 받아 갔다며 적정한 금액이었다고 말합니다.
[김 00/퇴임 목사]
"(10억 원 지급된 건 무슨 명목으로..) 그건 퇴직금이죠. 내가 38년 있었는데요. 받을 만큼 내가 받은 거죠 ."
퇴임하는 목사에게 지급된 10억 원은 적정한 걸까?
[김용호]
"말도 안 되죠 직장인도 30년 해도 10억 못 받는데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적으로.. 일반인들 30년 해도 퇴직금 받아도 1억 2억 채 안 되지 않나요?"
[김은아]
"생각보다 너무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고 그 금액을 받으려고 그런 일을 하는 게 아닌데 그 대가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교회 관계자들은 전별금 지급 기준이 일반인들의 퇴직금과 좀 다르다고 말합니다.
교인을 늘려 교회를 크게 키우는 것을 목사의 중요한 능력으로 본다는 겁니다.
[권대원 집사/삼일교회]
"교인 수를 얼마나 많이 증가시켰냐, 목사의 능력이라고 봐요. 종교적으로 포장해서 뭐라고 하냐면 부흥시킨, 하나님의 은혜로 교회를 부흥시켰으니까 이 정도의 자격은 된다, 암묵적으로 동의가 되는 교회의 문화가 있는 거죠."
또 교인들의 경우 자신들이 낸 헌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큰 관심이 없거나, 목사의 권위에 순종하는 걸 미덕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000/전 삼일교회 교인]
"모든 게 다 하나님이 보시고 계신데 장로님이나 목회자들이나 어떻게 함부로 쓰겠느냐 믿어주는 거죠 그냥. 하나님이 두려우면 절대로 마음대로 유용하거나 그럴 수 없다는 생각으로 성도들은 그냥 맡기는 거죠. 투명하게 할 것이다 믿고."
2580은 국내 대형 교회 10여 곳에 공문을 보내 퇴직금 및 전별금 지급 기준과 재정 공개 여부 등에 대해 물었습니다.
조용기 목사의 200억 원 전별금이 논란이 됐던 여의도 순복음교회는 "원칙적으로는 전별금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명성교회와 소망교회는 전별금 없이 퇴직금만 지급하며, 매년 연말 교인들 앞에서 재정 현황을 공개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부 교회는 답변을 아예 거절했습니다.
[사랑의 교회]
"그 뭐 교회에서는 응하기 좀 어렵겠네요."
[광림교회]
"당신들이 보내놓은 공문 질문에 대답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취재 협조가 어렵다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금란교회]
"거기에 저희들이 답변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를 좀 여쭤볼 수 있을까요) 이유는 뭐 밝힐 건 없다고 봅니다 전화 끊겠습니다."
[김진호 연구실장]
"교회가 알아서 재정 공개하라고 하면 할 교회 하나도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한 교인이 문제를 제기해서 성공할 수 있다고 보세요? 어렵습니다. 1155 거의 100% 실패하고 매장되다시피하고 떠나거든요."
서울 강남구의 충현교회.
한때 교인 3만 5천여 명, 재산 규모 수천억 원에 달하는 대형 교회입니다.
2009년부터 1년간 이 교회 재정을 담당했던 김규석 장로는 교회 명의로 구입했던 서울 도곡동의 11억 원 짜리 아파트가 어느새 지금은 퇴임한 당시 담임 목사 명의로 되어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알고 보니 목사 부부가 미국에 갈 때 2천만 원 짜리 1등석 항공권을 끊고, 리조트 회원권을 구입하는 등 담임 목사가 교회 예산을 자기 돈처럼 쓰고 있었습니다.
[김규석/전 충현교회 장로]
"재정을 보면 굉장히 폐쇄되어 있었어요. 전산 입력 같은 건 전부 다 사모가 비서실에서 입력하고 뭐 그런 방식이니까 누가 아는 사람이 없어요."
김 장로는 담임 목사를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교회 장부를 보여달라는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담임 목사는 김 장로를 비롯해 문제를 제기한 장로들을 교단에서 제명하고 교회 출입까지 막아버렸습니다.
[고승균/전 충현교회 장로]
"참고로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데 제명 출교는 사회에서 얘기하면 사형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종교적 사형입니다. 너는 죽었다."
이후 담임 목사는 당회를 소집해 자기 전별금으로 25억 원을 책정해 받아 간 뒤 퇴임했습니다.
[김규석/전 충현교회 장로]
"은퇴 공로금을 자기가 어떻게 자기 결의를 합니까. 그걸 누구 하나 감히 저 뭐 이러쿵저러쿵 거론할 수가 없었어요. 나 같은 경우도 그냥 한마디 했다고 내보내고 제명 출교를 시켰는데 감히 눈치만 보지 어떻게 하겠어요."
쫓겨난 장로들은 여전히 교회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고, 교회 재정 장부를 열람하게 해달라는 소송도
대법원까지 갔지만 패소했습니다.
[김진호 연구실장/제3시대 그리스도교 연구소]
"어떤 법인체가 자기네 재정을 신고하지 않고 존속할 수가 있어요. 교회는 그럴 수 있다란 말이예요. 사회에 공개돼야 해요. 그런데 시민 사회는커녕 교인들도 알지 못하거든요 이런 현상에서 그런 비정상적인 재정 운영이 나올 수 있는 거죠."
교회는 종교법인으로 세금을 면제받지만 대한민국에서 교회의 재정 문제는 여전히 금기의 성역으로 남아있습니다.
전별금 문제로 많은 교회가 혼란과 다툼에 휩싸이는 것도 불투명하고 폐쇄적인 재정운영 탓이 큽니다.
더 엄격하고 높은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교회 밖 세상에서 상식으로 불리는 잣대를 교회에 기대하는 것이 그렇게 무리한 요구인지 묻게 됩니다.
그러나 이 목사 가 다른 교회에서 목회활동을 시작하자, 본래 교회가 전별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또 다른 교회에서는 원로목사에게 30억 원의 전별금을 책정하기도 하고, 목사가 스스로 자신에게 25억 원의 전별금을 결정한 교회도 있습니다.
아파트 구입비에 차량, 사례비에 기타 예우까지, 십억 원을 쉽게 뛰어넘는 목사님의 전별금은 과연 교인들의 동의로 책정된 금액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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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줄기가 오락가락하던 지난 일요일 서울의 한 지하철역 앞.
한 여성이 피켓을 들고 섰습니다.
'성추행 목사를 면직하라'는 내용입니다.
[이미정/전 삼일교회 교인]
"개인적으로 전병욱 씨를 싫어해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한국 교회를 위해서 하는 거지, 저의 작은 움직임이 한국 교회 자정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잠시 후 교회 관계자가 나와 피켓을 빼앗습니다.
"하지 마, 하지 말라고 (시위판 주세요) 어차피 뭐 다 끝났는데.. 찍지 마요, 찍지 마!"
취재진의 카메라를 막기도 합니다.
"찍지 마요 찍지 말라니까! 고발당하지 말고 찍지 마."
급기야 뺏은 시위판을 찢어버립니다.
교인들은 취재진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드러냈습니다.
"사진 찍지 말라고요 찍지 말라는데 왜 찍어!"
[00교회 관계자]
"고의적인 목적을 갖고 오신 거잖아요 (취재하러 왔습니다) 무슨 소리하고 있어요 양아치도 아니고.. 소위 MBC라는 사람들이 이게 나중에 얼마나 천벌을 받으려고 그래요."
"예수 믿고 천국 갑시다!"
"1인 시위에 나선 여성과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교인들."
이들의 갈등은 피켓에 등장하는 이 교회의 목사로 인해 불거진 겁니다.
대체 이 목사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삼일교회.
지난 2010년, 17년 동안 담임목사였던 전병욱 목사에게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신도들의 고백이 연이어 터져 나왔습니다.
[000/전 삼일교회 교인]
"테이블에 서 있는데 손을 이렇게 갖다 대더니 제 **쪽으로 손을 이렇게 탁 대는 거예요. 그런데 굉장히 민감하잖아요. 제가 너무 놀라서 손을 확 쳤어요."
[나원주 장로/삼일교회]
"방에서 옷을 벗고.. 정말 입에 담기가 어려운 그런 성추행 사건이. (전병욱 목사가) 성행위를 요구를 했었고, (피해 여성이) 못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다른 것을 요구를 한 겁니다."
성추행 피해를 호소한 여 신도는 십수 명으로 늘어났고 파문이 커지자 전병욱 목사는 2010년 12월 "교회와 하나님 앞에 죄를 범했다"는 말과 함께 교회를 떠났습니다.
교회가 소속된 노회와 교단이 아무런 징계를 하지 않는 사이.
잠시 자숙하는가 했던 전목사는 1년 7개월 뒤 서울 마포구에 새로운 교회를 열고 다시 목회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삼일교회 교인들이 전목사의 목사직을 박탈하라며 1인 시위에 나선 건 이 때부텁니다.
삼일 교회 측이 이토록 반발하는 건 전병욱 목사가 퇴임할 때 받아 간 '전별금'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당시 전목사가 받아 간 전별금은 13억여 원.
교인 80여 명에 불과하던 교회를 1993년 부임 후 일약 신도 2만 명이 넘는 대형교회로 고속성장시킨 공로가 포함된 걸로 보입니다.
그렇다손 쳐도 성 추문으로 교회를 떠난 목사에게 13억 원 넘는 전별금을 준 사정은 무엇이었을까요?"
당시 전 목사에게 지급한 전별금 명목에 대한 기록입니다.
집 구입비 10억 원, 퇴직금 1억 1천5백만 원 2년치 봉급 1억 3천만 원 기타 예우 1억 원까지 총 13억 4천5백만 원과 원래 타던 국산 고급 SUV 차량을 지급했습니다.
이 가운데 2년치 봉급은 자숙한다는 조건으로, 기타 예우는 성중독 치료비 명목으로 지급했다는 것이 삼일교회의 주장입니다.
[강병희 목사/삼일교회]
"1억 원이라는 큰 치료비를 받았는데 치료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그 돈은 당연히 반환되어야 하지 않겠나.. 2년 동안 목회활동을 안 한다는 조건으로 2년치 생활비를 일시불로 지급했습니다. 그것도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어요."
삼일교회는 전목사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목회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지난 9월 전별금 반환 및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습니다.
전병욱 목사를 찾아가 입장을 물었습니다.
성추행 사건은 실제보다 부풀려졌다고 말합니다.
[전병욱 목사/000교회]
"2년 동안 목회 생활을 안 한다든가 성 중독 치료비 뭐 이런 거는 전혀 있었던 이야기들이 아니거든요. (전혀 부끄럼이나 잘못이 없는데 저쪽에서 몰아간다는 말씀인가요?) 아니 하나님 앞에서 부끄럼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렇게 극단적으로 얘기하는 건 그렇고.."
전별금은 당시 교회에서 주는 대로 받았을 뿐이라 돌려줄 이유가 없고, 그동안 자신이 교회에 헌신한 것에 비해 결코 많지 않은 액수라고 설명합니다.
[전병욱 목사/000교회]
"퇴직금 자체가 크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위로금이라고 써져 있었거든요. 그래서 추가로 더 주는구나 이렇게 생각을 했고. 2001년도 구반포 2억 1천만 원 아파트 할 때 1억 7천 헌금했다니까요. 제가 뭐 기여한 거에 있어서 적으면 적었지 많다고 생각은 안 했어요."
삼일교회 교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김환희/삼일교회 교인]
"자기 돈이 아니잖아요 다 성도의 헌금이고 하는데 그걸 자기 돈인 양.. 그 사건 정확히 교인들이 알았더라면 그렇게 많이 아예 한 푼도 없이 그냥 내쫓아버리는 그런 상황도 분명히 있었을 텐데."
반면 교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전목사에게 그 정도는 괜찮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삼일교회 교인]
"전임 목사에 예우로서 그 정도 전별금은 나갈 수는 있다 라고 생각을 하고. 교회를 위해 많이 (헌금) 했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000교회 교인]
"과하다고 이야기하는데 기존 기독교 다른 교회하고 비교해보시면 오히려 과하지 않다는 걸 알 수가 있어요."
상당수 교회에서 퇴임하는 목사에게 지급하고 있는 전별금은 그동안의 공로에 대한 일종의 사례금입니다.
장로교의 경우 담임 목사와 장로들로 구성된 의사 결정 기구인 '당회'에서 자체적으로 전별금의 액수를 결정합니다.
문제는 교회 재정이 불투명한 경우가 많고 당회 내부에서조차 전별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겁니다.
[김진호 연구실장/제3시대 그리스도교 연구소]
"교회의 재정이 극도로 불투명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거든요 담임 목사하고 일부 실세 교인들 몇이 교회 거의 모든 재정 운영을 독점하고 있고요. 일단 그 극도의 권위, 왕권제 같은.."
교인 수 8천여 명의 서울 송파구 광성교회.
10여 년 전 퇴임한 원로목사가 교회 재산 44억 원을 빼돌려 개인 명의로 사취했다며 교인들이 고발해 지금도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 원로목사가 가져간 퇴직금이 10억 원.
원래 책정된 전별금은 30억 원이었습니다.
담임 목사가 임명한 7명의 장로들이 거의 만장일치로 결정한 겁니다.
[엄 00장로/광성교회]
"광성교회 정도라면 (전별금을) 최하 30억 원 드려야 되지 않겠느냐.. (그러면 그렇게 30억 원 얘기가 나왔을 때 대부분 찬성했나요?) 거기서 반대할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나밖에 없습니다. 왜? 다 목사님이 반대 안 할 사람으로만 임명을 한 거니까."
해당 목사는 전별금을 거절하고 퇴직금 10억 원만 받아 갔다며 적정한 금액이었다고 말합니다.
[김 00/퇴임 목사]
"(10억 원 지급된 건 무슨 명목으로..) 그건 퇴직금이죠. 내가 38년 있었는데요. 받을 만큼 내가 받은 거죠 ."
퇴임하는 목사에게 지급된 10억 원은 적정한 걸까?
[김용호]
"말도 안 되죠 직장인도 30년 해도 10억 못 받는데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적으로.. 일반인들 30년 해도 퇴직금 받아도 1억 2억 채 안 되지 않나요?"
[김은아]
"생각보다 너무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고 그 금액을 받으려고 그런 일을 하는 게 아닌데 그 대가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교회 관계자들은 전별금 지급 기준이 일반인들의 퇴직금과 좀 다르다고 말합니다.
교인을 늘려 교회를 크게 키우는 것을 목사의 중요한 능력으로 본다는 겁니다.
[권대원 집사/삼일교회]
"교인 수를 얼마나 많이 증가시켰냐, 목사의 능력이라고 봐요. 종교적으로 포장해서 뭐라고 하냐면 부흥시킨, 하나님의 은혜로 교회를 부흥시켰으니까 이 정도의 자격은 된다, 암묵적으로 동의가 되는 교회의 문화가 있는 거죠."
또 교인들의 경우 자신들이 낸 헌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큰 관심이 없거나, 목사의 권위에 순종하는 걸 미덕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000/전 삼일교회 교인]
"모든 게 다 하나님이 보시고 계신데 장로님이나 목회자들이나 어떻게 함부로 쓰겠느냐 믿어주는 거죠 그냥. 하나님이 두려우면 절대로 마음대로 유용하거나 그럴 수 없다는 생각으로 성도들은 그냥 맡기는 거죠. 투명하게 할 것이다 믿고."
2580은 국내 대형 교회 10여 곳에 공문을 보내 퇴직금 및 전별금 지급 기준과 재정 공개 여부 등에 대해 물었습니다.
조용기 목사의 200억 원 전별금이 논란이 됐던 여의도 순복음교회는 "원칙적으로는 전별금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명성교회와 소망교회는 전별금 없이 퇴직금만 지급하며, 매년 연말 교인들 앞에서 재정 현황을 공개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부 교회는 답변을 아예 거절했습니다.
[사랑의 교회]
"그 뭐 교회에서는 응하기 좀 어렵겠네요."
[광림교회]
"당신들이 보내놓은 공문 질문에 대답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취재 협조가 어렵다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금란교회]
"거기에 저희들이 답변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를 좀 여쭤볼 수 있을까요) 이유는 뭐 밝힐 건 없다고 봅니다 전화 끊겠습니다."
[김진호 연구실장]
"교회가 알아서 재정 공개하라고 하면 할 교회 하나도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한 교인이 문제를 제기해서 성공할 수 있다고 보세요? 어렵습니다. 1155 거의 100% 실패하고 매장되다시피하고 떠나거든요."
서울 강남구의 충현교회.
한때 교인 3만 5천여 명, 재산 규모 수천억 원에 달하는 대형 교회입니다.
2009년부터 1년간 이 교회 재정을 담당했던 김규석 장로는 교회 명의로 구입했던 서울 도곡동의 11억 원 짜리 아파트가 어느새 지금은 퇴임한 당시 담임 목사 명의로 되어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알고 보니 목사 부부가 미국에 갈 때 2천만 원 짜리 1등석 항공권을 끊고, 리조트 회원권을 구입하는 등 담임 목사가 교회 예산을 자기 돈처럼 쓰고 있었습니다.
[김규석/전 충현교회 장로]
"재정을 보면 굉장히 폐쇄되어 있었어요. 전산 입력 같은 건 전부 다 사모가 비서실에서 입력하고 뭐 그런 방식이니까 누가 아는 사람이 없어요."
김 장로는 담임 목사를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교회 장부를 보여달라는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담임 목사는 김 장로를 비롯해 문제를 제기한 장로들을 교단에서 제명하고 교회 출입까지 막아버렸습니다.
[고승균/전 충현교회 장로]
"참고로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데 제명 출교는 사회에서 얘기하면 사형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종교적 사형입니다. 너는 죽었다."
이후 담임 목사는 당회를 소집해 자기 전별금으로 25억 원을 책정해 받아 간 뒤 퇴임했습니다.
[김규석/전 충현교회 장로]
"은퇴 공로금을 자기가 어떻게 자기 결의를 합니까. 그걸 누구 하나 감히 저 뭐 이러쿵저러쿵 거론할 수가 없었어요. 나 같은 경우도 그냥 한마디 했다고 내보내고 제명 출교를 시켰는데 감히 눈치만 보지 어떻게 하겠어요."
쫓겨난 장로들은 여전히 교회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고, 교회 재정 장부를 열람하게 해달라는 소송도
대법원까지 갔지만 패소했습니다.
[김진호 연구실장/제3시대 그리스도교 연구소]
"어떤 법인체가 자기네 재정을 신고하지 않고 존속할 수가 있어요. 교회는 그럴 수 있다란 말이예요. 사회에 공개돼야 해요. 그런데 시민 사회는커녕 교인들도 알지 못하거든요 이런 현상에서 그런 비정상적인 재정 운영이 나올 수 있는 거죠."
교회는 종교법인으로 세금을 면제받지만 대한민국에서 교회의 재정 문제는 여전히 금기의 성역으로 남아있습니다.
전별금 문제로 많은 교회가 혼란과 다툼에 휩싸이는 것도 불투명하고 폐쇄적인 재정운영 탓이 큽니다.
더 엄격하고 높은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교회 밖 세상에서 상식으로 불리는 잣대를 교회에 기대하는 것이 그렇게 무리한 요구인지 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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