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80
민병호 기자
민병호 기자
동대표의 돈잔치?
동대표의 돈잔치?
입력
2015-11-23 10:46
|
수정 2015-12-1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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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심은 나무 한 그루에 4백만 원, 화단공사에 1,100만 원, 로비에 사진 두 점 거는데 1,120만 원.. 서울의 한 아파트 동대표가 집행한 돈의 내역입니다.
또 다른 공동 주택에선 외벽에 간판을 하나 다는데 수천만 원을 내야 한다는 동대표의 요구 때문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전.현직 입주자 대표끼리 고소, 고발전을 벌이다 살인까지 저지르는 일마저 발생했는데.. 마땅한 법규도, 근거도 불분명한 동대표들의 수상한 사업 집행, 그 이면을 들여다봅니다.
--------------------------------------------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한 달전 이곳 지하에 발레학원이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간판을 다는 일로 문제가 생겼습니다.
[박영철/발레학원 운영]
"근린생활시설로 우리는 허가가 났기 때문에 (간판을) 붙일 수가 있고 구청 가서 확인했더니 여기다 가능하다더라... 이거 얘기했다가 완전 난리가 났어요."
제동을 건 사람은 아파트 동대표였습니다.
간판을 달려면 기부금을 내라고 했습니다.
법에 따라 입주민 80%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돈이라고 했습니다.
[A 아파트 동대표/발레학원 통화 녹취]
"합의를 안 하고 기부금을 안내면 주민의 동의를 얻을 수 없어서 (간판을) 달 수 없고. (그럼 세대 주인들을 만날 수 있게 해주세요) 아니 그걸 내가 왜 해? 아쉬운 사람이 해야지."
얼마를 내라는 말일까.
1층 미용실의 소유주는 3천만 원을 냈다고 했습니다.
[미용실 소유주]
"구청 가봐야 '주민 동의를 얻어라' 그 동의를 얻는게 뭐에요. 합의를 봐야 되는 상황인데.. 그걸 이 사람들(동대표)이 알아요. 그래서 저도 하다 하다 지쳐가지고 할 수 없이 없는 돈을 갖다가.. 3천만 원."
현재 기부금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하 발레학원 소유주는 동대표에게 관련된 규정을 요구했지만 보여준 적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기택/발레학원 소유주]
"동대표가 아니라 동대 왕 아니면 동 대통령 뭐 이런 느낌이라는 거죠... 밑에 내려와 가지고 뭐 영업방해처럼 사람 찾아가지고 들들 볶고 전화하고 뭐 이러면 못 견디는 거예요."
동대표는 특정 액수를 요구한 적도 없고 미용실 소유주에게 받은 3천만 원도 건물 보수에 쓸 계획이라며 통장에 그대로 있다고 보여줬습니다.
[A 아파트 동대표]
"돈이 필요해서 기부를 원하는 게 아니라 .. (주민) 동의 받기가 쉬워요? 누가 나서서 그걸 다 서명 받아. 여기 세대가 19세대인데 주인이 사는 집은 5집밖에 없어요. 누가 그걸 다니면서 오라 가라 해가지고 누가 연락을 하냐고. 자기가 직접 동의를 받겠다는데 동의를 얻으려면 얻어야지. 그 대신 내가 주인들의 정보나 그런 건 못 주지."
요즘 동대표 자리를 놓고 말들이 많습니다.
특히 세대수가 많은 공동주택의 경우엔 여러 이권이 걸려있다 보니 고소 고발 분쟁이 끊이지 않습니다.
열흘 전에는 전. 현직 대표 간에 살인사건까지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정작 입주민들은 동 대표들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릅니다.
세입자 김경아 씨는 아파트를 드나들 때마다 화가 치밉니다.
1,100만 원이나 들어갔다는 화단 공사.
화단에 심은 배롱나무는 427만 9천 원짜리라고 합니다.
[김경아 (가명)/B 아파트 세입자]
"4년도 안된 화단에 굳이 이거를 할 필요가 있었냐는 거죠. 그것도 1500만 원이나 들여서 주민들 동의도 없고 주민들한테 알림도 없었어요. 이만큼 돈이 나갔다는걸."
로비에 걸린 한 국내 작가의 사진.
[김경아 (가명)/B 아파트 세입자]
"두 동에 각각 한 점씩 해서 사진을 구입을 했어요. 근데 이게 설치비까지 해서 1120만 원. (이게 주민 동의 없이 걸었다는 거예요?) 작년 12월인가 11월에 구입을 했어요. 근데 이거 구입한 사실에 대해서도 말하지도 않았고 이게 1120만 원이나 관리비에서 부과가 됐다는 얘기도 전혀 없었던 거예요."
18년 됐다는 밍크 선인장은 126만 원, 매트는 88만 원 짜리입니다.
불필요해 보이는 공사도 계속됐다고 했습니다.
[김경아 (가명)/B 아파트 세입자]
"어떤 세입자가 여기다 개똥을 떨어뜨렸대요. 그래서 그걸 치우긴 했는데.. 얼룩이 진 거예요 카페트 하나에. 그러면 그거를 그 카페트 하나만 바꾸면 200만 원 정도면 되거든요. 근데 여길 지금 다 공사한 거예요. (그게 얼마에요?) 이게 1천만 원."
이 모든 건 지난해 한 동대표가 입주자 대표가 되면서부터 일어난 일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에 들어간 비용은 주민들 모르게 매달 관리비에서 빠져나갔고, 이 사실을 알린 건, 뜻밖에도 관리사무소였습니다.
입주자 대표가 재계약을 안 해주겠다고 하자 관리사무소 측이 석연치 않은 관리비 내역을 적어 각 세대 편지함에 넣어 놓은 겁니다.
이 사실을 안 입주자 대표는 경비원을 시켜 모두 회수하려 했다고 합니다.
[김경아 (가명)/B 아파트 세입자]
"이 비밀번호를 다 열고 가져간 거예요. 그거에 대해서 자기가 시인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왜 가져갔냐고 하니까 정식으로 온 우편물이 아니라 가져갔대요."
관리비 내역을 살펴보니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 투성이었다고 합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각종 충당금.
일반적인 아파트의 경우 장기수선 충당금 정도가 있기 마련인데 이 아파트는 세 가지가 더 있었습니다.
참여관리 충당금, 환경개선 충당금, 시설물 이용 충당금.
이 돈으로 사진과 나무 구입, 각종 공사 비용을 지불했고 동대표 회장 업무추진비로 매달 100만 원씩 지난달까지 모두 1300만 원이 빠져나갔습니다.
이 정체불명의 충당금은 그대로 관리비에 반영됐고 관리비 고지서에는 충당금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119제곱 미터 세대 기준 5만 1천 원씩 부과됐습니다.
[서울시 공동주택과]
"충당금은 장기수선충당금, 용어는 그거 하나인데요? (참여관리 충당금, 환경개선 충당금 이런 것들로 관리비를 받고 있더라고요) 그런 거는 처음 들어봅니다."
문제가 불거지자 주민들이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입주자 대표는 떳떳하다고 했습니다.
[B 아파트 입주자 대표]
"저는 제 노력의 댓가를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리고 동대표 안에서 결정을 했기 때문에 당당하지만 이런 분쟁이 계속 나기 때문에 이건 아파트 발전 기금으로 제가 내놓겠습니다."
왜 공지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대표와 관리소장이 서로 책임을 돌렸습니다.
[B 아파트 입주자 대표]
"어떤 일을 하면 항상 관리소장이 공지를 하고 계획을 하는거지 동대표 회의에서 공지했습니까?"
[B 아파트 입주민]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정이 돼서 내려가면 그건 항상 공지를 하게 돼 있어요."
[B 아파트 관리소장]
"공지를 하지 말라고 했으니까.(안했죠)"
[B 아파트 입주자 대표]
"제가 하지 말라고 해도 소장님이 하셨어야죠."
132세대인 이 아파트의 경우 소유주가 사는 집은 27세대.
100세대 이상이 세입자들입니다.
주택법상 동대표는 소유주만 할 수 있는데다 세입자는 입주자 대표회의에 방청만 할 수 있을 뿐, 허락 없이는 발언도 못하도록 규약이 돼있어 궁금한 게 있어도 물어볼 수조차 없습니다.
[김경아 (가명)/B 아파트 세입자]
"당신 들어와도 발언권 없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거기에서 논의되는 건 내 관리비가 사용이 되는 건데 왜 내가 입도 뻥긋하면 안되냐는 거죠. 규약에 그렇게 되어져 있대요. 근데 규약을 세팅하는 건 자기네들이쟎아요."
입주자 대표는 세입자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김경아 (가명)/B 아파트 세입자]
"남의 아파트에 대한 문제를 이렇게 막 다루는 거는 무리가 있습니다. 저희 아파트 집값이 떨어지면 책임지셔야 돼요. (이 아파트에는) 국회의원들도 있고 교수도 있고 세무사도 있고.."
내가 사는 아파트 관리비가 다른 곳에 비해 어떤지는 공동주택 관리 정보 사이트에서 한 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꼼꼼히 따져봐도 알아내기 힘든 게 있습니다.
아파트 도색이나 수도배관 공사 같은 입찰과 관련돼 오가는 뒤 돈입니다.
작년 9월, 마포구 한 아파트의 동대표였던 박미숙 씨는 한 횟집에서 다른 동대표 2명과 함께 아파트 도색공사를 맡았던 건설회사 사장을 만났습니다.
[박미숙/C 아파트 전 동대표]
"5만 원짜리 현금 딱, 봉투에 넣어갖고 왔어. 그래 가지고 300을 갖고 와서 '그럼 일단은 300을 드리겠습니다'.."
입주민 대표회의에서 부실공사를 이유로 공사비 16억 원 가운데 6억 원을 안 주자 잔금을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한 겁니다.
[유현순/C 아파트 입주민]
"동대표 14인 이상 싸인을 하면 완공 사인을 하면 돈을 주기로 한 거예요. 그래서 돈이 못 나갔어요."
[박미숙/C 아파트 전 동대표]
"혼자 작업해 가지고 지가 그 사인을 14명을 받게 할 수가 없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를 끌고 들어간 거예요. 200은 이거 서명 다 이제 끝나는 날 여기서 또 만나가지고 받았지.."
작업.
건설회사나 관리업체와의 뒷거래를 통해 향응이나 금품을 받는 일을 동 대표들은 작업이라고 불렀습니다.
작업은 입찰 당시부터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 아파트 도색공사를 맡았던 업체가 다른 아파트에서 같은 공사를 해주고 받은 공사비를 살펴봤습니다.
수도권의 다른 아파트들의 경우 3.3제곱미터당 1만 원가량에 공사를 계약한 반면 이 아파트에는 2배 가까운 공사비를 받았습니다.
[만기태/C 아파트 입주민]
"이게 처음부터 금액이 과다 측정됐다 그래 가지고 저희가 플래카드도 올리고.. 문제가 있었다 공사 자체가 시행 자체가 문제가 있었다. (엄청 싸웠어요)"
일단 한번 돈을 받고 약점을 잡힌 동 대표들에게 이번엔 수도배관 공사에 함께 작업을 들어가자는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돈을 받고 계속 불안했던 박미숙 씨는 고민 끝에 경찰에 자수했고, 동대표에서도 물러났습니다.
아파트 단지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함께 돈을 받았던 동 대표들끼리 싸움이 붙는가 하면.
[동대표 간 전화 녹취]
"너 세상에 똑같이 먹은 줄 알았더니, 더 먹었어?"
"야, 이게 어디서 말을 함부로 하고 있어? 터진 입이라고 함부로 하지 마라. 너하고 똑같이 받았는데 그거를."
비리를 밝히겠다고 나섰던 박 씨는 도리어 아파트 이미지만 떨어뜨린 배신자처럼 돼버렸습니다.
"지네들 하는 거 반대하면 완전히 왕따에요. (그걸 지금 자랑이야?) 몇 대 몇에서 여기 훨씬 많은 데서 왕따시키면 그건 할 수 없는 거야."
일부 주민들은 관리사무소 직원들도 이 같은 '작업'에 깊이 개입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만기태/C 아파트 입주민]
"동대표가 전문가들이 아니에요. 그리고 임기가 바뀌면 또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 가지고... 그러니까 결국은 관리업체한테 위탁을 하게 되는데 그 관리업체들이 마음만 먹으면 동 대표들하고 얼마든지 부정을 저지를 수 있는 거죠."
[송주열 대표/아파트비리척결운동본부]
"대표님 경비업체 사장님이 이번에 100만 원짜리 상품 가져왔는데 용돈 하십쇼', '아 이거 받으면 돼?' '아이 괜찮아요. 다 받아도 걸린 사람 없쟎아요' ' 아 이런 거 받으면 안되는데' 그리고 갖다 써요. 그러면 관리소장한테 약점이 잡혀가지고 아무것도 못해요. 시키는 대로 하죠."
동대표의 전횡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개별난방공사가 한창인 한 아파트.
업체들이 낸 이번 공사 입찰 금액입니다.
7개 업체가 약속이라도 한 듯 20억 원 정도의 비슷한 금액을 써낸 반면 한 업체가 절반에 불과한 10억 원을 써내 낙찰됐습니다.
입주자 대표는 청렴이행 각서 효과라고 했습니다.
[조도제/D 아파트 입주자대표]
"금전이나 향응이나 고가의 선물을 제공할 경우 현금으로 공사대금의 20%를(배상하게 한다든가) 이렇게 하다 보면 좀 마음 약한 업체는 엉키려고 (담합하려고) 그러다가 떨어져서 10억 9천만 원짜리가 되는 겁니다."
이 아파트에만 있는 게 또 있습니다.
동대표가 아닌 일반 주민들이 회비를 내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단지 발전위원회.
입주자 대표회의에 다양한 의견을 내기도 하고 동 대표들을 감시하기도 합니다.
[백복현/D 아파트 발전위원회]
"주민이 관심을 가짐으로써 관리주체인 관리실이나 입대위에 있는 회장 이하 모든 동 대표들도 주민을 의식하지 않겠습니까? 나 몰라라 하고 있으면 자기들 맘대로 해도 모르지 않겠어요."
지난 16일 전국의 아파트 관련 비리에 대해 경찰이 100일간의 특별 단속을 시작했습니다.
2년 전에도 집중 단속으로 581명이 검거됐는데 그 가운데 237명이 동 대표들이었습니다.
[송주열 대표/아파트비리척결운동본부]
"걸려도 처벌을 뭐 벌금 한 200만 원 300만 원 내고 마니까. 뭐 걸리지도 않을뿐더러 이렇게 솜방망이 처벌을 받으니까 범죄로 인한 수익이 처벌을 받는 금액에 비해서 너무 크다는 거예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견제야말로 좋은 일꾼을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건입니다.
시간 내기 힘들다고, 알아서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모른척한다면, 결국 일이 터진 뒤에야 스스로 뽑은 사람을 손가락질하고 후회하는 일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동대표를 선출하고 그에게 권한을 주는 건 주민들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공동 주택에선 외벽에 간판을 하나 다는데 수천만 원을 내야 한다는 동대표의 요구 때문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전.현직 입주자 대표끼리 고소, 고발전을 벌이다 살인까지 저지르는 일마저 발생했는데.. 마땅한 법규도, 근거도 불분명한 동대표들의 수상한 사업 집행, 그 이면을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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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한 달전 이곳 지하에 발레학원이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간판을 다는 일로 문제가 생겼습니다.
[박영철/발레학원 운영]
"근린생활시설로 우리는 허가가 났기 때문에 (간판을) 붙일 수가 있고 구청 가서 확인했더니 여기다 가능하다더라... 이거 얘기했다가 완전 난리가 났어요."
제동을 건 사람은 아파트 동대표였습니다.
간판을 달려면 기부금을 내라고 했습니다.
법에 따라 입주민 80%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돈이라고 했습니다.
[A 아파트 동대표/발레학원 통화 녹취]
"합의를 안 하고 기부금을 안내면 주민의 동의를 얻을 수 없어서 (간판을) 달 수 없고. (그럼 세대 주인들을 만날 수 있게 해주세요) 아니 그걸 내가 왜 해? 아쉬운 사람이 해야지."
얼마를 내라는 말일까.
1층 미용실의 소유주는 3천만 원을 냈다고 했습니다.
[미용실 소유주]
"구청 가봐야 '주민 동의를 얻어라' 그 동의를 얻는게 뭐에요. 합의를 봐야 되는 상황인데.. 그걸 이 사람들(동대표)이 알아요. 그래서 저도 하다 하다 지쳐가지고 할 수 없이 없는 돈을 갖다가.. 3천만 원."
현재 기부금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하 발레학원 소유주는 동대표에게 관련된 규정을 요구했지만 보여준 적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기택/발레학원 소유주]
"동대표가 아니라 동대 왕 아니면 동 대통령 뭐 이런 느낌이라는 거죠... 밑에 내려와 가지고 뭐 영업방해처럼 사람 찾아가지고 들들 볶고 전화하고 뭐 이러면 못 견디는 거예요."
동대표는 특정 액수를 요구한 적도 없고 미용실 소유주에게 받은 3천만 원도 건물 보수에 쓸 계획이라며 통장에 그대로 있다고 보여줬습니다.
[A 아파트 동대표]
"돈이 필요해서 기부를 원하는 게 아니라 .. (주민) 동의 받기가 쉬워요? 누가 나서서 그걸 다 서명 받아. 여기 세대가 19세대인데 주인이 사는 집은 5집밖에 없어요. 누가 그걸 다니면서 오라 가라 해가지고 누가 연락을 하냐고. 자기가 직접 동의를 받겠다는데 동의를 얻으려면 얻어야지. 그 대신 내가 주인들의 정보나 그런 건 못 주지."
요즘 동대표 자리를 놓고 말들이 많습니다.
특히 세대수가 많은 공동주택의 경우엔 여러 이권이 걸려있다 보니 고소 고발 분쟁이 끊이지 않습니다.
열흘 전에는 전. 현직 대표 간에 살인사건까지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정작 입주민들은 동 대표들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릅니다.
세입자 김경아 씨는 아파트를 드나들 때마다 화가 치밉니다.
1,100만 원이나 들어갔다는 화단 공사.
화단에 심은 배롱나무는 427만 9천 원짜리라고 합니다.
[김경아 (가명)/B 아파트 세입자]
"4년도 안된 화단에 굳이 이거를 할 필요가 있었냐는 거죠. 그것도 1500만 원이나 들여서 주민들 동의도 없고 주민들한테 알림도 없었어요. 이만큼 돈이 나갔다는걸."
로비에 걸린 한 국내 작가의 사진.
[김경아 (가명)/B 아파트 세입자]
"두 동에 각각 한 점씩 해서 사진을 구입을 했어요. 근데 이게 설치비까지 해서 1120만 원. (이게 주민 동의 없이 걸었다는 거예요?) 작년 12월인가 11월에 구입을 했어요. 근데 이거 구입한 사실에 대해서도 말하지도 않았고 이게 1120만 원이나 관리비에서 부과가 됐다는 얘기도 전혀 없었던 거예요."
18년 됐다는 밍크 선인장은 126만 원, 매트는 88만 원 짜리입니다.
불필요해 보이는 공사도 계속됐다고 했습니다.
[김경아 (가명)/B 아파트 세입자]
"어떤 세입자가 여기다 개똥을 떨어뜨렸대요. 그래서 그걸 치우긴 했는데.. 얼룩이 진 거예요 카페트 하나에. 그러면 그거를 그 카페트 하나만 바꾸면 200만 원 정도면 되거든요. 근데 여길 지금 다 공사한 거예요. (그게 얼마에요?) 이게 1천만 원."
이 모든 건 지난해 한 동대표가 입주자 대표가 되면서부터 일어난 일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에 들어간 비용은 주민들 모르게 매달 관리비에서 빠져나갔고, 이 사실을 알린 건, 뜻밖에도 관리사무소였습니다.
입주자 대표가 재계약을 안 해주겠다고 하자 관리사무소 측이 석연치 않은 관리비 내역을 적어 각 세대 편지함에 넣어 놓은 겁니다.
이 사실을 안 입주자 대표는 경비원을 시켜 모두 회수하려 했다고 합니다.
[김경아 (가명)/B 아파트 세입자]
"이 비밀번호를 다 열고 가져간 거예요. 그거에 대해서 자기가 시인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왜 가져갔냐고 하니까 정식으로 온 우편물이 아니라 가져갔대요."
관리비 내역을 살펴보니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 투성이었다고 합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각종 충당금.
일반적인 아파트의 경우 장기수선 충당금 정도가 있기 마련인데 이 아파트는 세 가지가 더 있었습니다.
참여관리 충당금, 환경개선 충당금, 시설물 이용 충당금.
이 돈으로 사진과 나무 구입, 각종 공사 비용을 지불했고 동대표 회장 업무추진비로 매달 100만 원씩 지난달까지 모두 1300만 원이 빠져나갔습니다.
이 정체불명의 충당금은 그대로 관리비에 반영됐고 관리비 고지서에는 충당금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119제곱 미터 세대 기준 5만 1천 원씩 부과됐습니다.
[서울시 공동주택과]
"충당금은 장기수선충당금, 용어는 그거 하나인데요? (참여관리 충당금, 환경개선 충당금 이런 것들로 관리비를 받고 있더라고요) 그런 거는 처음 들어봅니다."
문제가 불거지자 주민들이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입주자 대표는 떳떳하다고 했습니다.
[B 아파트 입주자 대표]
"저는 제 노력의 댓가를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리고 동대표 안에서 결정을 했기 때문에 당당하지만 이런 분쟁이 계속 나기 때문에 이건 아파트 발전 기금으로 제가 내놓겠습니다."
왜 공지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대표와 관리소장이 서로 책임을 돌렸습니다.
[B 아파트 입주자 대표]
"어떤 일을 하면 항상 관리소장이 공지를 하고 계획을 하는거지 동대표 회의에서 공지했습니까?"
[B 아파트 입주민]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정이 돼서 내려가면 그건 항상 공지를 하게 돼 있어요."
[B 아파트 관리소장]
"공지를 하지 말라고 했으니까.(안했죠)"
[B 아파트 입주자 대표]
"제가 하지 말라고 해도 소장님이 하셨어야죠."
132세대인 이 아파트의 경우 소유주가 사는 집은 27세대.
100세대 이상이 세입자들입니다.
주택법상 동대표는 소유주만 할 수 있는데다 세입자는 입주자 대표회의에 방청만 할 수 있을 뿐, 허락 없이는 발언도 못하도록 규약이 돼있어 궁금한 게 있어도 물어볼 수조차 없습니다.
[김경아 (가명)/B 아파트 세입자]
"당신 들어와도 발언권 없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거기에서 논의되는 건 내 관리비가 사용이 되는 건데 왜 내가 입도 뻥긋하면 안되냐는 거죠. 규약에 그렇게 되어져 있대요. 근데 규약을 세팅하는 건 자기네들이쟎아요."
입주자 대표는 세입자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김경아 (가명)/B 아파트 세입자]
"남의 아파트에 대한 문제를 이렇게 막 다루는 거는 무리가 있습니다. 저희 아파트 집값이 떨어지면 책임지셔야 돼요. (이 아파트에는) 국회의원들도 있고 교수도 있고 세무사도 있고.."
내가 사는 아파트 관리비가 다른 곳에 비해 어떤지는 공동주택 관리 정보 사이트에서 한 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꼼꼼히 따져봐도 알아내기 힘든 게 있습니다.
아파트 도색이나 수도배관 공사 같은 입찰과 관련돼 오가는 뒤 돈입니다.
작년 9월, 마포구 한 아파트의 동대표였던 박미숙 씨는 한 횟집에서 다른 동대표 2명과 함께 아파트 도색공사를 맡았던 건설회사 사장을 만났습니다.
[박미숙/C 아파트 전 동대표]
"5만 원짜리 현금 딱, 봉투에 넣어갖고 왔어. 그래 가지고 300을 갖고 와서 '그럼 일단은 300을 드리겠습니다'.."
입주민 대표회의에서 부실공사를 이유로 공사비 16억 원 가운데 6억 원을 안 주자 잔금을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한 겁니다.
[유현순/C 아파트 입주민]
"동대표 14인 이상 싸인을 하면 완공 사인을 하면 돈을 주기로 한 거예요. 그래서 돈이 못 나갔어요."
[박미숙/C 아파트 전 동대표]
"혼자 작업해 가지고 지가 그 사인을 14명을 받게 할 수가 없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를 끌고 들어간 거예요. 200은 이거 서명 다 이제 끝나는 날 여기서 또 만나가지고 받았지.."
작업.
건설회사나 관리업체와의 뒷거래를 통해 향응이나 금품을 받는 일을 동 대표들은 작업이라고 불렀습니다.
작업은 입찰 당시부터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 아파트 도색공사를 맡았던 업체가 다른 아파트에서 같은 공사를 해주고 받은 공사비를 살펴봤습니다.
수도권의 다른 아파트들의 경우 3.3제곱미터당 1만 원가량에 공사를 계약한 반면 이 아파트에는 2배 가까운 공사비를 받았습니다.
[만기태/C 아파트 입주민]
"이게 처음부터 금액이 과다 측정됐다 그래 가지고 저희가 플래카드도 올리고.. 문제가 있었다 공사 자체가 시행 자체가 문제가 있었다. (엄청 싸웠어요)"
일단 한번 돈을 받고 약점을 잡힌 동 대표들에게 이번엔 수도배관 공사에 함께 작업을 들어가자는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돈을 받고 계속 불안했던 박미숙 씨는 고민 끝에 경찰에 자수했고, 동대표에서도 물러났습니다.
아파트 단지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함께 돈을 받았던 동 대표들끼리 싸움이 붙는가 하면.
[동대표 간 전화 녹취]
"너 세상에 똑같이 먹은 줄 알았더니, 더 먹었어?"
"야, 이게 어디서 말을 함부로 하고 있어? 터진 입이라고 함부로 하지 마라. 너하고 똑같이 받았는데 그거를."
비리를 밝히겠다고 나섰던 박 씨는 도리어 아파트 이미지만 떨어뜨린 배신자처럼 돼버렸습니다.
"지네들 하는 거 반대하면 완전히 왕따에요. (그걸 지금 자랑이야?) 몇 대 몇에서 여기 훨씬 많은 데서 왕따시키면 그건 할 수 없는 거야."
일부 주민들은 관리사무소 직원들도 이 같은 '작업'에 깊이 개입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만기태/C 아파트 입주민]
"동대표가 전문가들이 아니에요. 그리고 임기가 바뀌면 또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 가지고... 그러니까 결국은 관리업체한테 위탁을 하게 되는데 그 관리업체들이 마음만 먹으면 동 대표들하고 얼마든지 부정을 저지를 수 있는 거죠."
[송주열 대표/아파트비리척결운동본부]
"대표님 경비업체 사장님이 이번에 100만 원짜리 상품 가져왔는데 용돈 하십쇼', '아 이거 받으면 돼?' '아이 괜찮아요. 다 받아도 걸린 사람 없쟎아요' ' 아 이런 거 받으면 안되는데' 그리고 갖다 써요. 그러면 관리소장한테 약점이 잡혀가지고 아무것도 못해요. 시키는 대로 하죠."
동대표의 전횡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개별난방공사가 한창인 한 아파트.
업체들이 낸 이번 공사 입찰 금액입니다.
7개 업체가 약속이라도 한 듯 20억 원 정도의 비슷한 금액을 써낸 반면 한 업체가 절반에 불과한 10억 원을 써내 낙찰됐습니다.
입주자 대표는 청렴이행 각서 효과라고 했습니다.
[조도제/D 아파트 입주자대표]
"금전이나 향응이나 고가의 선물을 제공할 경우 현금으로 공사대금의 20%를(배상하게 한다든가) 이렇게 하다 보면 좀 마음 약한 업체는 엉키려고 (담합하려고) 그러다가 떨어져서 10억 9천만 원짜리가 되는 겁니다."
이 아파트에만 있는 게 또 있습니다.
동대표가 아닌 일반 주민들이 회비를 내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단지 발전위원회.
입주자 대표회의에 다양한 의견을 내기도 하고 동 대표들을 감시하기도 합니다.
[백복현/D 아파트 발전위원회]
"주민이 관심을 가짐으로써 관리주체인 관리실이나 입대위에 있는 회장 이하 모든 동 대표들도 주민을 의식하지 않겠습니까? 나 몰라라 하고 있으면 자기들 맘대로 해도 모르지 않겠어요."
지난 16일 전국의 아파트 관련 비리에 대해 경찰이 100일간의 특별 단속을 시작했습니다.
2년 전에도 집중 단속으로 581명이 검거됐는데 그 가운데 237명이 동 대표들이었습니다.
[송주열 대표/아파트비리척결운동본부]
"걸려도 처벌을 뭐 벌금 한 200만 원 300만 원 내고 마니까. 뭐 걸리지도 않을뿐더러 이렇게 솜방망이 처벌을 받으니까 범죄로 인한 수익이 처벌을 받는 금액에 비해서 너무 크다는 거예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견제야말로 좋은 일꾼을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건입니다.
시간 내기 힘들다고, 알아서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모른척한다면, 결국 일이 터진 뒤에야 스스로 뽑은 사람을 손가락질하고 후회하는 일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동대표를 선출하고 그에게 권한을 주는 건 주민들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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