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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왕종명 기자

내 전화번호 어디서?

내 전화번호 어디서?
입력 2016-01-25 10:39 | 수정 2016-01-2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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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선이 다가오면서 수많은 예비 후보들이 자신을 알리기 위해 홍보 문자를 발송합니다.

    불쾌하고 귀찮지만 막을 수도 없는 선거 스팸. 그런데 대체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이 후보들은 내 번호를 어떻게 알고 문자를 보냈을까요.

    2580이 선거 스팸 문자 발송을 역추적해 보니 전화번호만 수만, 수십만 건씩 돈을 받고 공급해주는 전문 업자들이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택배회사, 게임업체, 대리운전 업체, 심지어 보험회사 데이터까지 이용해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이 불법으로 수집된 개인 정보로 문자를 보내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불법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리 팔리고 저리 팔려 나가는 내 번호, 그리고 이를 이용한 불쾌한
    문자, 그 이면을 추적합니다.

    ----------------------------------------------------------

    불청객이 또 찾아왔습니다.

    오는 4월 치러지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날아오는 후보들의 홍보 문자메시지.

    [시민]
    "매일같이 한 여섯 통, 많게는 여섯 통, 네 통, 다섯 통까지 오고 있습니다."

    타 지역 후보도 있지만 내 주소까지 알고 있는지, 정확히 내가 속한 선거구의 후보가 보내기도 합니다.

    [시민]
    "제가 살고 있다는, 일단 주소가 노출됐고 제 개인적인 핸드폰 번호가 노출된 거."

    각종 스팸 문자가 일상이다 보니 그냥 지워버리고 말지만 꺼림칙한 의심은 떨칠 수 없습니다.

    [시민]
    "과연 내 전화번호를 어떤 방법으로 알았을까? 이런 걱정도 들고 이 정보가 유출돼 있는데 다른 정보는 혹시."

    따지려고 문자를 보낸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면 대부분 받지 않거나 아예 없는 번호도 있습니다.

    [안내 음성]
    "지금 거신 번호는 등록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확인 후 다시 걸어 주시기 바랍니다."

    전화를 받는다 해도 번호를 어디서 구했는지에 대해선 얼버무립니다.

    [선거 사무장]
    "전화번호를 여기저기서 가져오시는 분들이 있는데 (어느 분이 건넸는 지도 확인이 되나요?) 그거는 참 저희도 확인이 안 되는데 여러분의 휴대전화에도 어느 후보가 보낸 홍보 문자가 한두 개 남아있습니까?"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이런 문자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겁니다.

    대체 후보들은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알고 문자를 보내는 걸까요.

    2580은 이 불쾌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문자 발송의 비밀을 추적했습니다.

    먼저 가상의 후보를 만들었습니다.

    경기도의 한 지역구에 출마하는 무소속 A 후보.

    그런 다음, 포털 사이트에서 '선거 컨설팅' 또는 '단체 문자 발송'업체를 검색해 무작위로 접촉했습니다.

    출마 지역 유권자의 전화번호를 구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상당수 업체가 "방법은 있지만 개인 정보 수집은 불법 "이라며 만류합니다.

    [A 선거 컨설팅]
    "옛날 같으면 막 전화 왔다고 (유권자) 10만 DB(데이터베이스) 있는데 얼마에 살 거냐고 이렇게. 통신회사에서 팔기도 했고 여론조사 회사에서 팔기도 하고 구속이야 그거는 그러다 한 업체가 솔깃한 말을 던집니다."

    돈을 주면 전화번호를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B 문자발송 대행업체]
    "출마하시는 곳이 어디신지? (경기요) 경기 전체 말씀이신가요? 아니면 시 말씀이신가 아니면 구 말씀이신 지? 단위를.. (구요) 몇 만 건 정도 원하시나요? 원하시는 물량 수가 미성년자 빼고는 맞춰드릴 수 있습니다."

    그 전화번호들이 어디서 나오는 걸까.

    택배 회사의 고객 정보라고 했습니다.

    실제 거주지로 물건을 배달하는 택배 회사의 정보야말로 가장 정확하다고 업체는 자신합니다.

    [B 문자발송 대행업체]
    "다른 데는 뭐 동사무소에서 빼낸다 뭐 이런 식으로 말하는데 그건 다 거짓말이고 뽑을 수 있는 방법이 제일 안전하고 확실한 DB 뽑는 게 그 지역 택배를 뽑을 거거든요. 아시다시피 택배 이용 안 하는 집은 없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B 문자발송 대행업체]
    "우리 쪽에서 문제 되면 문제 됐지. 그쪽(후보 사무실)에서 그거 가지고 문제 되진 않습니다 실질적으로. 저희도 몇 번 해봤어서. 다른 후보도 다 그렇게 하는데요."

    직접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사무실이 부산이라는 업체 직원들은 직접 서울까지 찾아왔습니다.

    대신 신분 공개는 거부했습니다.

    [B 문자발송 대행업체]
    "저희는 따로 명함을 안 쓰기 때문에 아무래도 노출돼서 좋을 건 없으니까."

    전화번호를 2만 개 제공할 테니 한 개에 2백 원씩, 4백만 원을 달라고 했습니다.

    우선 택배 회사 내부 직원을 통해 만 5천 개를 뽑을 거라 했고.

    [B 문자발송 대행업체]
    "(택배 회사) 안에 직원이 하나 있거든요. 저희는 다 연계돼 있고. 택배 회사 영업점마다 전산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 00구 안에만 해서 택배 전산을 뽑아오면."

    나머지 5천 개는 대리운전업체 고객 정보로 채워주겠다고 합니다.

    실제 거주지로 차를 몰아주는 대리운전 업체의 고객 정보 역시 택배만큼 지역구를 구분할 수 있는 확실한 정보라는 겁니다.

    [B 문자발송 대행업체]
    "대리운전 데이터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대리운전 데이터를 뽑거든요."

    전화번호를 수집해 거래하는 명백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만약 문자를 받은 유권자가 어디에서 구한 정보냐고 문제 삼았을 경우에 대비한 대응 시나리오도 갖춰 놨습니다.

    [B 문자발송 대행업체]
    "(주차된) 차의 전화번호 보고 출마하려고 정보 수집했다. 미안합니다. 이렇게 하면 끝나는 거고 저희도 (후보가 아니라) 대출회사, 그 텔레마케터 하는 대출 회사에 팔았다. 저희는 그렇게 무마시킬 거거든요."

    2580은 일단 샘플을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이틀 만에 전화번호 5백 개가 이메일로 도착했습니다.

    해당 지역구 표시와 함께 택배 회사 별로 고객 이름과 전화번호가 정리돼 있습니다.

    모두 4개 택배 회사가 등장합니다.

    가상의 A 후보가 출마하기로 한 경기도의 해당 지역구입니다.

    과연 이들이 보내준 전화번호가 이 지역 유권자 것이 맞는지, 2580 취재진의 신분을 공개한 뒤 확인해 보겠습니다.

    "(여보세요. 이 00씨 맞으신가요?)네 맞습니다. (저는 MBC 시사매거진 2580의 왕종명 기자라고 합니다. 죄송한데 혹시 00구 사시는 분 맞나요?) 네 맞습니다."

    확인 결과, 이름과 실제 거주지 주소의 정확도가 90%에 가깝습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잇따릅니다.

    [유권자]
    "선거 후보자들이니까 주민센터나 그런 데서 알려주나 보다라고 그렇게만 생각하고 그냥 넘겼거든요."

    [유권자]
    "그럼 택배회사가 그걸 팔아먹었다는 얘기인가요?"

    이 즈음 유권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선거 컨설팅 업체가 또 하나 등장했습니다.

    만나 자마다 요즘이 대목이라는 말부터 꺼냅니다.

    [C 선거 컨설팅]
    "저희가 지금 이제 그 후보자님들이 요청이 요새 지금 많이 들어오고 있어서 (DB요?) 네, DB도 그렇고요."

    업체는 데이터의 출처가 어디냐에 따라 정확성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라고 설명합니다.

    [C 선거 컨설팅]
    "저 같은 경우 분당 이런 식으로 (문자) 온 게 있잖아요. 저는 분당 아니고 서울 살고 있거든요. 잘못된 DB가 날라 온 거죠. 소위 똥 DB라고 해 가지고 해킹한 자료들 DB가 다 달라요. DB가 어떤 거는 개당 1천 원, 어떤 건 몇 천 원. 어떤 건 몇십 원, 몇 원 이래요."

    이 업체는 보험사 고객 정보를 추천합니다.

    [C 선거 컨설팅]
    "(보험사) 그 사람들은 사실 5천만 인구 중에 거의 한 2~3천만 명(의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인데. 거기는 똥 DB부터 타깃 들어간 DB까지 다 보유하고 있어요."

    견적을 의뢰한 지 닷새 뒤, 연락이 왔습니다.

    보험사가 아니라 게임회사 고객 정보가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C 선거 컨설팅]
    "알아봤는데 건수가 지금 그게 게임 쪽 회사나 다른 쪽에서 수집을 한 게 있더라고요. 게임 회사에 회원가입할 때 들어간 DB나 이런 거니까. (얼마 정도 되나요 그러면?) 5만 건에 건당 3천5백 원 정도 잡더라고요."

    선거철이라 비용도 올랐다고 합니다.

    [C 선거 컨설팅]
    "아무래도 요즘에 (선거가) 임박하니까 진짜 많이 와요 문의가. 경남 지역도 있고 다른 쪽 뭐 전국에서 와요 전국에서 이런 식의 유권자 정보 구입이 얼마나 일반적인 지."

    2580은 실제로 유권자의 정보를 구입한 적이 있다는 전직 선거 사무장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가 구입한 곳은 여론조사 업체였습니다.

    [전직 사무장]
    "여론조사 기관에서 일반적으로 계속 자기들이 백업 데이터를 가지고 있잖아요 (금액은 어느 정도 얘기가?) 200만 원 정도, 5만 건에 200만 원 한 1천여 명 정도 되는 샘플을 주더라고요. (샘플) 테스트해보니까 맞는 DB이고 최신 DB더라고요."

    불법인 줄 알지만 선거 운동을 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전직 사무장]
    "후보자가 맨발로 뛰어다니면서 후보가 유권자를 만나는 건 엄연한 한계가 있잖아요 유권자 DB 없으면 뭐라 그럴까요 눈 감고 운전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때문에 선거를 앞둔 요즘 같은 때에는 유권자의 개인 정보 거래가 선거판의 공공연한 암시장처럼 형성돼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전직 사무장]
    "사무실도 없이 이렇게 자기가 영업하고 다니면서 그런 사람들 많이 있는데요. 그 사람들 몇 명 알면 그 지역 DB를 구하는 건 돈을 들여서 구하는 거는 그렇게 지금도 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후보가 이렇게 해킹에 가깝게 수집한 유권자의 정보를 구입하는 건 아닙니다.

    또 다른 방식은, 인맥과 조직을 동원해 유권자 정보를 최대한 끌어모으는 건데 역시 법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어느 지역구든 선거를 여러 번 거치면서 축적된 유권자 정보, 이른바 족보가 있습니다.

    이 족보는 통상 씨줄과 날줄처럼 연결된 지역의 각종 모임을 통해 수시로 갱신됩니다.

    [A 현역 의원 보좌관]
    "돌아다니는 모든 주소를 취합하는 일이 선거를 준비하는데 제일 우선이 되는 거 그러다 보니까 종교단체 봉사단체 산악회 향우회 이런 모든 모임들이 있는 단체들 거는 다 취합을 해 가지고."

    여기에 인터넷 직거래 사이트에 개인들이 올려놓은 전화번호, 심지어 아파트에 주차된 차량에 공개된 전화번호까지, 선거사무소의 유권자 DB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B 예비후보 비서]
    "(인터넷에) 그 지역을 치고 그다음에 뭐 동문회도 쳐보고 뭐 쭉 하는데 생활정보지, 신문 뭐 그런 데서 (그런 방법들은 연구를 하시는 거예요?) 간절하면 이제.."

    하지만 아무리 작은 소모임 명단이든 온라인에 떠도는 전화번호든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이를 수집하는 것도, 선거 홍보용 문자를 발송하는 것도 모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입니다.

    동의한 적 없는 홍보 문자를 받았다면 개인 정보 침해 신고센터 118로 신고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개인정보보호법 전문]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시지만 전부 다 목적 범위를 벗어난 사용 행위 내지는 동의 없는 수집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런 행위들은 전부 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는 거죠."

    유권자들이 선거 문자 홍수에 시달리는 데에는 있으나 마나 한 선거법 규정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공직선거법상 후보는 단체 문자를 총 다섯 번까지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단체 문자라는 게 한 번에 스무 명을 초과했을 때에만 해당합니다.

    한 번에 200명에게 보내는 건 다섯 번 밖에 안 되지만

    20명씩 끊어서 열 번을 보내는 건 아무 제약이 없는 겁니다.

    공직선거법상 후보는 단체 문자를 총 다섯 번까지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단체 문자라는 게 한 번에 스무 명을 초과했을 때에만 해당합니다.

    한 번에 200명에게 보내는 건 다섯 번 밖에 안 되지만

    20명씩 끊어서 열 번을 보내는 건 아무 제약이 없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아예 스무 명씩 문자를 끊어서 보낼 수 있는 선거 문자발송 전용 전화기가 개발돼 웬만한 후보 사무실에 설치돼 있습니다.

    [D 예비후보 비서]
    "모든 예비후보 사무실에 다 있어요. 컴퓨터랑 연결이 돼있고 발송할 때는 우리가 한번 누르면 20개 가고 또 한번 누르면 20개 가고 전문 업체도 십여 곳에 이릅니다."

    [선거 전화기 업체]
    "예전에 000 후보가 00시장 선거 나오셨잖아요. 거기서 문자를 엄청 많이 보냈거든요. 근데 전화기 두 대 썼어요 딱 두 대. 왜냐면 두 대 놓으면 1시간에 (보낼 수 있는 문자가) 60만 건이에요 거의."

    선관위도 이런 맹점을 알고 있지만 뾰족한 대처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관위 법제과장]
    "법의 명시에 위배되지 않았지만 법이 금지한 효과를 달성한 것. 쉽게 말해서 그런 경우 소위 탈법이라고 하죠. 이번 선거 끝난 다음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제도 개선의 의견으로."

    또 동의하지 않은 개인 정보 수집을 통한 문자 발송은 선관위 소관이 아니라 사법기관이 단속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580은 취재 과정에서 얻은 정보와 증거들을 경찰에 제공했고

    경찰은 이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선거 스팸 문자를 철되면 찾아오는 귀찮은 손님처럼 여기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내 집 열쇠를 허락 없이 복사해 따고 들어오는 무단 침입자나 마찬가집니다.

    선거를 치르려는 후보자에게 유권자의 정보는 무엇보다 절실할 겁니다.

    하지만 법을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는 이들이 처음부터 돈으로 개인 정보를 사고파는 불법행위로 선거를 시작해선 안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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