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공윤선 기자

한국, 다시 오고 싶습니까? 韓 관광의 민낯, '쇼핑'

한국, 다시 오고 싶습니까? 韓 관광의 민낯, '쇼핑'
입력 2016-03-07 11:14 | 수정 2016-03-09 10:03
재생목록
    외국 손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 '유커' .

    하지만 이들의 상당 수는 돈을 받는 게 아니라 돈을 주고 데려오는 저가 단체 관광객이고, '유커'의 한국 재방문율은 현저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인삼, 호간보, 화장품, 말뼈... 하루 6곳의 면세점을 돌며 쇼핑에 주력하는 중국인 저가관광의 실태입니다.

    외면 을 자초하는 관광한국의 위기를 긴급 점검합니다.

    ----------------------------------------------------------------

    새벽 7시 반 인천의 한 호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속속 버스에 올라탑니다.

    [가이드]
    "저희는 하루 종일 쇼핑을 할 겁니다. 다른 특별한 외부 일정은 없어요."

    오전 8시 반 경기도 고양시의 인삼 판매점을 찾은 관광객들은 한 시간 만에 서대문구의 건강식품 매장으로, 곧이어 은평구의 화장품 매장으로 향했습니다.

    점심 식사 이후 오후 1시엔 장충동의 면세점, 오후 3시 소공동의 면세점, 오후 6시 잠실의 면세점까지.

    하루종일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6곳의 쇼핑을 마치고서야 관광객들은 저녁 8시 유일한 관광 일정이었던 놀이공원에 입장했습니다.

    [중국인 관광객]
    "하루 종일 쇼핑하고 나니 저녁에 놀이공원에 갔지만 저희들은 너무 피곤해서 잘 놀 수 없었어요."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이른바 유커는 598만여 명, 1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습니다.

    과연 지난해 관광 악재로 꼽혔던 메르스와 엔화 약세 때문만 이었을까요?

    중국 관광객들의 3박 5일, 서울관광 일정을 따라다녀봤습니다.

    새벽 5시 반 인천공항.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버스에 올라 처음 간 곳은 서울 동대문에 있는 중국 관광객 전문 식당.

    간단한 반찬이 뷔페식으로 제공됩니다.

    [중국인 관광객]
    "저희가 갔던 식당이 외국인들만 이용하는 곳이었어요. 한국의 일반적인 생활상과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찜질방에서 간단히 씻고 2시간가량 눈을 붙인 뒤 채 풀리지 않은 피곤한 몸을 끌고 서둘러 경복궁으로 향합니다.

    고작 30분 남짓, 경복궁 경내와 그 옆의 민속 박물관을 훑다시피하고 이번엔 남산에 도착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벤치에 앉아 쉬며 보내니 오전 일정이 끝났습니다.

    "(만 2천 원 주고 샀어요).. 오 좋네!! 별에서 온 그대에요?"

    점심을 먹고, 첫날의 나머지 반나절 일정은 온전히 동대문에서 자유 쇼핑으로 채워졌습니다.

    [중국인 관광객]
    "관광지에서 전반적으로 충분한 설명이 아니었고, 일부 관광지는 저희가 스스로 관람했어요."

    둘째날.

    본래 계획대로라면 남산공원과 한옥 마을, 롯데월드에 가야 하지만, 일정은 6곳의 쇼핑센터로 변경됐습니다.

    버스 안에선 가이드가 쇼핑할 한국 제품에 대해 미리 안내합니다.

    [가이드]
    "한국의 인삼은 몸을 따뜻하게 해 줍니다 8개월짜리 아기부터 100세 노인까지 모두 먹을 수 있습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판매 직원]
    "정과를 더 사세요 가격도 합리적이에요. 밖에서는 이 가격에 못 사요."

    가이드가 노골적으로 거듭니다.

    [가이드]
    "두 분이니까 하나 사서 같이 나눠도 되잖아요."

    다음갈 곳은 건강식품 매장.

    다시 가이드가 마이크를 잡습니다.

    [가이드]
    "이 제품은 간에 좋은 것이라 숙취해소에 좋습니다. 술을 마시는 날에는 두 알만 드시면 1시간 내에 숙취 해소가 가능합니다."

    이어서 화장품 매장, 마찬가집니다.

    [가이드]
    "다음 목적지는 여성분들이 좋아하실 한국 화장품 판매점입니다. 한국 화장품이 좋다는 것은 세계인들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예정에도 없던 쇼핑만 계속 이어지자 관광객들은 황당해합니다.

    [중국인 관광객]
    "관광지에 간다고 돼 있었는데, 실제로 쇼핑을 했어요. 연속해서 하루 종일 쇼핑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오후에는 소공동 롯데와 잠실 롯데 면세점을 연이어 방문했습니다.

    같은 면세점이지만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물건이 따로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중국인 관광객]
    "비교해 보고 한 곳을 선정해서 갔다면 시간도 절약하고 저희도 피곤하지 않았을 거에요."

    한국을 떠나는 마지막 날 들른 김 박물관.

    쇼핑 권유는 계속됩니다.

    [김 박물관 직원]
    "김 안 사시나요? 공장에 왔는데 김 안 사세요? 공장까지 와서 김을 안 사가는거에요?"

    [중국인 관광객]
    "여행 목적이 아니라 가이드와 쇼핑을 하러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다시 한국에 오고 싶은 사람은 10명 중에 1,2명뿐일겁니다."

    여행사들은 왜 이렇게 쇼핑에 집착하는 걸까?

    이 관광객들은 이번 3박 5일 한국 여행에 1인당 2280위안을 냈습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43만 원, 이 안에 중국 성도에서 인천까지의 왕복 항공료와 숙식, 입장료, 가이드 비용이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성도-인천 왕복 항공권의 평균 가격인 50만 원보다도 훨씬 싼 '초' 저가 상품입니다.

    중국의 여행 사이트에는 이런 저가 한국 여행상품이 넘쳐납니다.

    4박 5일 서울 제주 관광 상품이 1450위안, 한국 돈으로 27만 원 정도로,

    20, 30만 원 대 상품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박00/가이드]
    "소문에 의하면 태국 여행을 가면 한국 여행을 끼워준다. 이렇게 끼워팔기 식으로 한국 여행이 중국에서 가장 싸구려 여행이 돼 버렸어요."

    도저히 수지 타산이 안 맞는 가격,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여행사들이 심지어 중국 관광객을 모집해주는 현지 여행사에 돈을 지불하기까지 한다는 겁니다.

    업계에서 말하는 이른바 '인두세'

    유커 한 명을 데려올 때마다 중국 여행사에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주는 겁니다.

    [한국 여행사 대표]
    "두당 300위안(6만 원) 짜리는 그냥 보편적인 거에요. 400위안, 500위안(10만 원) 짜리도 있어요. 돈을 안 주면 모객을 못하죠."

    중국의 한 도시에서 관광객을 모집하는 현장입니다.

    한국여행사 관계자가 중국 여행사 대표와 인두세 협상을 벌입니다.

    [국내 여행사 관계자]
    "일반 단체는 어느 정도인가요?"

    [중국 현지여행사 대표]
    "지역을 봐야죠.. 상품이 다르니까 2박 3일 배로 오면 450위안 정도."

    여행을 자주 다니지 않는 내륙 지방 관광객들의 경우 쇼핑을 더 많이 하기 때문에 인두세도 더 높다고 합니다.

    [중국 현지여행사 대표]
    "일반적으로 시베이(서북) 지역에서 온 큰 단체 손님 같으면 이 가격(8을 나타내는 손동작)까지 받을 수 있어요. 800위안 (15만 원)"

    저가 상품에 인두세까지, 중국 관광객 유치가 과열되면서 국내 여행사들이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겁니다.

    [한국 여행사 대표]
    "지금 여행사를 누가 한다고 하면 저는 바지 벗고 온몸을 불 살라 말리고 싶어요. 한 단체 잘못 받으면요 2-3천 손해는 쉬워요. 한 40명 기준에 인두세 주는 것까지 계산을 해보면.."

    이런 여행사의 비용 부담은 다시 관광통역안내사, 즉 가이드에게 돌아갑니다.

    한 국내 여행사의 행사 지시서.

    쇼핑 할당량의 60%를 채우지 못하면 가이드에게 '벌금'을 매긴다는 규정이 써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명의 단체관광객을 안내하는 가이드의 경우 이들이 인삼과 건강식품을 6개 미만으로 사면, 1인당 2만 원씩 20만 원의 벌금을 가이드가 여행사에 내야 한다는 겁니다.

    또 다른 여행사의 지시서에도 할당량의 70%를 못 채우면 1명당 100위안을 벌금으로 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10년 넘게 중국어 가이드를 하고 있는 송 모 씨는 한 달에 벌금으로만 300만 원 가량을 낸 적도 있다고 말합니다.

    [송 00/가이드 (가명, 음성대역)]
    "임무 할당량을 완수를 못했잖아요. 그러니까 300원씩 인두세를 다 내야 되는 거죠."

    억울하지만 그나마 일감을 잃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송 00/가이드 (가명, 음성대역)]
    "가이드 업계에서 매장을 시켜버린다니 뭐네 하면서 블랙리스트에다 올린다면서 협박을 하면서.. 전체 여행업계가 다 그렇게 돌아가고 있으니까.."

    이뿐이 아닙니다.

    가이드 이 모 씨는 지난해 8월 단체 중국 관광객을 안내하면서 썼던 식비와 입장료 등 250여만 원을 여섯 달이 지난 지금도 받지 못 했습니다.

    [이 00/가이드]
    "나중에 준다 좀만 기다려라 이번 단체만 잘 끝나면 준다 이번 성수기만 잘 끝나면 준다 이렇게 말로 시간 끌다 보면 나중에 사장님 달아 나는 일도 생기고.."

    중국 관광객 상대 가이드의 상당수는 일비나 월급 없이 쇼핑 매장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로 생계를 꾸립니다.

    여기에 하루 2만 원인 관광버스 기사의 일비와 쇼핑 벌금까지 부담하다 보니 관광 안내는 뒷전이고 물건 파는 데 힘을 쏟을 수밖에 없습니다.

    [최 00/가이드]
    "면접 볼 때는 가이드를 외교관이라고 하는데, 투어를 하게 되면은 외교관이 아니고 약장수라고 지칭을 하거든요. 우리끼리.."

    중국 여행사에 인두세를 지불하는 국내 여행사들은 경비 부담 일부를 가이드에게 떠넘기고, 여행사와 가이드는 그 손실을 쇼핑 수수료로 메꾸는 기형적인 구조.

    결국 쇼핑센터 돌아다니기에 급급한 싸구려 저가관광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는 겁니다.

    [한국 여행사 대표]
    "관광보다는 내 수익을 챙겨야 되잖아요. 내가 손해를 봤으니까, 그러면 면세점 밖에 없어요. 심지어 (관광지도) 입장료 없는 데를 가는 건 맞아요."

    지난 2014년엔 6백여만 명의 중국 관광객이 한국을 찾아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관광 만족도는 전체 방문국 16개국 중 최하위 수준인 15위를 기록했고, 재 방문률도 갈수록 낮아져 20%에 그치고 있습니다.

    [장병권 교수/호원대 호텔관광학부]
    "호텔 관광학과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쇼핑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고 몇 군데씩 쇼핑하는 데로 데려가는 이런 관행이 생기고 피차 이것은 중국 관광객들의 불만족 요인이 되고 이습니다."

    쇼핑에 대한 집착은 또 다른 편법으로 이어집니다.

    속칭 '씨팅 가이드'.

    실제로는 입담이 좋아 쇼핑을 많이 하도록 유도를 잘 하는 무자격자를 가이드로 쓰면서 단속의 방패막이로 막 자격증을 딴 초보 가이드를 내세우는 겁니다.

    [최 00/시팅 가이드]
    "경복궁이나 단속이 심한 곳은 저희들 보고 깃발 들고 앞으로 서라 그러거든요. 그러면 혹시 단속 지원이 나오게 되면, 저희들이 앞에 나서는 거에요."

    가이드들에게도 이런 관행은 괴롭습니다.

    지난달엔 국민권익위원회에 잘못된 관광업계의 관행을 없애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김남수 국장/한국관광 정상화 운동본부]
    "손님이 물건을 많이 사주면은 나한테 돈이 되고 내가 직업인인 것처럼 느껴지고 안사면 내가 오히려 벌금 또는 인두세를 내야 되니까 손님이 올바른 손님으로 보이지 않는 거죠."

    문화체육관광부는 왜곡된 시장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다음 주 대대적인 저가 관광 퇴출 대책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왕기영 사무관/문화체육관광부]
    "매년 분기별로 (중국 전담 여행사)의 실적을 분석해서 최소한 3분기 만에 퇴출이 유리한 절차로 시스템을 강화를 할 거구요. 내부적인 구조적인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서 한국 여행 협회하고 공동으로 신고 포상제를 운영할 겁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전체 방문객의 45%는 중국관광객입니다.

    지난 2011년 22%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그 비중이 경이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광객이 늘어도 출혈 경쟁이 그만큼 더 심해지다 보니 아무리 쇼핑에 주력해도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훈 교수/한양대 관광학과]
    "단기적으로는 수익을 맞출 수 있지만 (저가 관광)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좋은 관광 경험을 할 수 없습니다. 한국에 와서 좋은 관광을 경험하고 감동을 해야 다시 방문할 수 있기 때문에 여행은 낯선 곳의 문화를 통해 새로운 나 자신을 마주하는 소중한 경험입니다."

    악착스레 지갑을 열려 들면 들수록 지갑은 꽁꽁 닫히고 찾아오는 손님은 실망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박 00/가이드]
    "단 몇 명이 와도 좋으니까 한국이란 나라 정말 가고 싶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어요."

    한국의 매력을 제대로 알리고 자연스럽게 돈을 쓰고 갈 수 있도록 정성스런 손님맞이를 위한 기본 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 보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