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80
왕종명 기자
왕종명 기자
'예쁘면 용서' 수십년 지나도록 꿈쩍않는 대한민국
'예쁘면 용서' 수십년 지나도록 꿈쩍않는 대한민국
입력
2016-08-01 08:13
|
수정 2016-08-01 20:48
재생목록
키가 작으면 취직이 되지 않고, 예쁘지 않으면 도와주지 않는 사람들.
갖가지 성형수술이 시술되고, 곳곳에서 미인대회가 열립니다.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부딪쳐 벌어진 갖가지 외모 지상주의 세태와 위선을 비판합니다.
--------------------------------------------
우리는 무엇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있을까요.
직업, 학력, 재산 그리고 외모.
2580이 1천 회 동안 살펴본 한국 사회의 단면 중 하나가 겉모습에 대한 유난스러운 집착입니다.
됨됨이보다 생김새를 먼저 따지는 세상, 그러다 보니 그 세상 속 개인에겐 예뻐져야, 또 날씬해져야 한다는 생존 본능이 작동했고, 이는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부딪혀 갖가지 세태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2580은 꾸준히 그 세태를 꼬집어왔습니다.
2580은 체형이 큰 연기자를 섭외해 음식점에 손님인 것처럼 들어가 달라고 한 뒤, 옆자리 사람들을 지켜봤습니다.
연기자가 잠시 자리를 뜨자마자 얘기를 꺼냅니다.
"(장난 아닌데?)" "저건 좀 심하지 않냐? 요즘 다른 사람은 살 뺀다고 주사 맞고 다니고 하는데. 너무 아닌데.."
연기자가 옆에 앉아있는데도 힐끗 보고 웃더니 몸집을 흉내 냅니다.
한번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팔뚝이 이만해" (내버려 둬 그럴 수도 있지.) 이만해..아니 근데 저 정도 되면 관리해야지 솔직히."
용모에 따라 어떤 차별을 받는지 실험해 봤습니다.
고장 난 차를 세워놓고 지나가는 운전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봤습니다.
먼저 박효진 씨, 손을 흔들어 도움을 청하지만 대부분 그냥 지나칩니다.
이번엔 장가연씨.
첫 번째 운전자부터 반응이 전혀 다르게 나옵니다.
정비소에 전화까지 걸어주는 친절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엘란트라 오토인데 저기 뭐야, 왜 시동이 안 걸리지?"
지나치다 멈춰 서 후진해 오는 오는 차량이 있는가 하면 한꺼번에 4명의 남자가 고쳐보겠다고 모여들기도 합니다.
승용차 승합차 택시 대형트럭 등 수십 명의 운전자들이 도움을 자청합니다.
교사들은 기업들이 학교에 보낸 공문을 공개했습니다.
신장 160cm 이상, 몸무게는 50kg 미만인 키 크고 날씬한 여학생들만 추천하라는 요구입니다.
[김 00/상업고등학교 3학년]
"성적도 되고 자격증 조건도 다 되는데도 키나 제가 좀 몸이 뚱뚱한 편이어서 이제까지 두 번을 추천받았는데도 그 가운데서 키나 몸매 때문에 떨어졌다는 거에 대해서 처음에는 속상해서 많이 울기도 했는데."
미혼인 사람이 돈만 내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예외가 있습니다.
[이웅진 대표/결혼정보회사]
"그래선 안 되는데 키나 169cm 이상만 회원이 됩니다. 68까지는 봐줄 수 있고요. (남자가요?)남자, 여성도 마찬가지죠. 요즘은 남자도 여성의 키를 봅니다. 그래서 158cm 이상이 돼야지."
우선 종아리뼈를 잘라서 미세한 금을 냅니다.
하루에 보통 1mm씩 잡아당기면 그 잘려진 틈에서 새로운 뼈가 생깁니다.
이렇게 다섯 달 이상 지나면 다리뼈가 6 내지 7cm 가량 길어집니다.
[박00]
"취직을 해야 되는데 인물하고 아래위로 싹 훑어보고 키 작고 그런 것 때문에 설움을 많이 당했어요."
[황수연/대학생]
"사람들이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아요. 세상이 빨리 돌아가니까 그 사람의 내면을 보일 만큼의 여유가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미팅도 그렇잖아요. 우선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게 시간이 없어요. 그 사람을 알 시간이 없으니까."
그래서 여성들에겐 성형 수술이나 얼굴 축소로 달려가는 세태가 결코, 개인적인 콤플렉스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로 다가옵니다.
성형 기술의 원천은 풍부한 경험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김병건/성형외과 전문의]
"광대뼈가 튀어나와서 깎는 환자는 미국에는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의사 분들을 만나보면 평생 동안 한 번도 광대나 턱을 줄여본 적이 없다는 의사들이 대부분이에요."
여기에 새로운 수술이라도 과감히 받겠다고 나서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대담성 덕분에 임상 사례가 더욱 풍부해졌다는 분석입니다.
[김병건/성형외과 전문의]
"전 세계에서 한국인처럼 수술을 잘 받아들이고 본인이 다 직접 수술을 받는 나라가 별로 많지 않습니다."
[최한나/미스코리아 출전자]
"눈이 쌍꺼풀이 조금 다르거든요. 그래서 콤플렉스예요."
[최미진/미스코리아 출전자]
"통통하거든요. 볼 살이 너무 많다고 주위에서 그렇게 말들 하시는데."
눈 흰자위를 아이처럼 하얗게 해준다는 눈 미백 수술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수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김 원장은 수술법이 매우 간단하다고 강조합니다.
노화된 결막과 불필요한 혈관을 없애주면 결막에 가려져 있던 하얀색 공막이 잘 드러나 새하얗게 보인다는 겁니다.
[김00 원장/ 00안과]
"성인이 되면 결막들이 이상하게 퇴행성 병변을 유발하고 노화가 된단 말이죠. 그래서 새로운 결막으로 재생시켜주면 정상적인 어린이와 같은 눈을 가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 씨가 다이어트 약을 먹기 시작한 건 8년 전, 외모를 중시하는 회사 분위기에 스트레스를 받던 중 한 후배로부터 특효약을 처방해준다는 병원을 소개받았습니다.
[이00/식욕억제제 복용자]
"우리나라 자체가 살찌고 뚱뚱하고 소위 과체중이다. 이런 여자는 아예 인간 취급 안 해요."
폭식증에 걸린 환자의 손입니다.
구토를 하기 위해 자주 손을 입에 넣다 생긴 상처가 보입니다.
잦은 구토로 침샘이 부어 얼굴도 점차 직사각형 모양으로 변했습니다.
[이재성/한의학 박사]
"내일은 먹지 말아야지 하고 쓰레기통에다 버리고 확인 사살을 하기 위해서 살충제까지 뿌렸었다는 거예요. 근데 그 다음 날 일어나서 먹고 싶은 생각이 나서 살충제 뿌린 것까지 찾아서 먹었다는 얘기를 하는 분도 있어요. 이거는 정신병이에요."
"우리 아이 도와주세요. 우리 아이 도와주세요."
서울의 한 경찰서.
"원래는 이렇게 생겼어요. 원래는 이렇게 잘생겼던 아이에요. 우리 아이가 지금 이렇게 됐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우리 아이 도와주세요. 우리 아이 도와주세요."
절규하는 어머니 손에 들린 여러 장의 사진들, 이 사진 속 청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강00]
"(성형 수술 후) 2주째쯤 제가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여기 코에 지방 넣은 구멍이 있거든요. 여기로 고름이 뚝뚝뚝 떨어졌었어요. 노란 고름, 처음엔 그게 지방인 줄 알았어요."
이마와 코에 지방이식 필러 시술을 받은 스무 살 여성.
[양00/피해자 어머니]
"굉장히 간단하게 설명하시던데요. 이마는 뭐 10분, 20분만 하면 되고 뭐 코하고 이렇게."
그런데 시술 직후 극심한 통증과 함께 한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예뻐지는 게 한국 사회의 생존 전략이라면, 일단 미의 정글에서 상위를 차지한 이들에게 아름다움은 출세의 발판이기도 했습니다.
아름다움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증거, 그래서 동네마다 넘쳐나는 게 무슨 무슨 아가씨, 수많은 미인대회입니다.
서울 동작구청 강당, 올해로 4회째를 맞는 노들 아가씨 선발대회를 앞두고 예행연습이 한창입니다.
학교를 조퇴하고 나온 현직 교사도 있습니다.
[이00 교사/'노들 아가씨' 참가자]
"저는 중학교에서 개구쟁이 남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다가 오늘 조퇴를 받아서 왔어요."
구청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홍보 사절을 뽑는다는 것이 선발의 목적이지만 많은 참가자들은 동상이몽입니다.
[박00/'노들 아가씨' 참가자]
"심사위원 분들 중에 TV나 방송 쪽에 있는 사람들 오신다고 아마 보고 마음에 들거나 욕심이 나시면 부르시겠죠?"
[구청 관계자]
"(수상자는) 문화 행사에 나와서 잠깐 멘트도 하고 인사도 하고 그런 거죠! 노래도 하고. 남자 입장에서는 자기 부인이 동작의 노들 아가씨 진이었다고 하면 어디다 내놓을 만하잖아요."
어느 날 미용실 원장이 이씨 어머니에게 미스코리아 대회에 입상하려면 꼭 만나야 한다며 한 사람을 소개했습니다.
심사위원이 될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강00/미스코리아 참가자 어머니]
"이제부터는 심사위원을 찾아다니면서 엄마가 당선시키는 거라고 실컷 미용실에서 다 할 만큼하고 나니까 심사위원을 운운하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됩니까 했더니 명품 가방을 사서 가라고 하더라고요."
이씨 어머니는 미스코리아 주최 측인 한국일보 모 팀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합숙기간 점수로 봐서는 딸이 본선에서 3~7등 안에 들 거 같은데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 심사위원 두 명을 사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공부는 상관없고 그냥 얼굴만 예쁘면 되는 것 같아요. (얼굴만 예쁘면 뭐가 좋은데?)사람들이 막 좋아하고 인기도 많고."
지난 10월 서울의 한 아이 모델 선발 대회장, 참가 신청자는 모두 2만 6천 명 사상 최대 규모였습니다.
현재 연기활동을 하거나 또 연기를 지망하는 아이들은 대략 1만여 명 정도.
[이00/연예기획사 직원]
"될 만한 아이를 선별하는 게 아니고 돈을 끌어당기기 위해서 아무나 무조건 다 연락을 했었어요. 진짜 아무한테나 진짜 안 예쁜 애들도 개성 있다 예쁘다. 엄마를 붕 띄워놔야 돼요."
캐스팅 대상 가운데 으뜸은 중학생, 고등학생들이라고 합니다.
[신00/캐스팅 매니저]
"얼굴이 별로인데 옷차림이나 신발, 가방이 명품이다. 그러면 (캐스팅) 해야 돼요. 20대 애들은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아요. 고등학생 애들이 잘되는 경우가 많죠."
청소년들 사이에 연예인 열풍이 불면서 재능 인증시험까지 등장했습니다.
일종의 연예인 판 토익인데요.
[김작가/문화평론가]
"인증된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확신 같은 것들을 주기 위해서 시험까지 생기면서 예전에 고시가 갖고 있었던 신분 상승의 욕구들을 반영하는.."
대학들도 마찬가지,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으로 올해 전문대 수시 모집에서 실용음악과는 444대1이라는 경이적인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살집이 있는 체형에 평균 사이즈보다 큰 옷을 입는, 이른바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라고 합니다.
뚱뚱한 모델 어때 보이냐고 물어본다면 뭐라고 답할 것 같으신가요?
키 165cm에 몸무게 70kg.
[김지양/플러스사이즈 모델]
"저 88(사이즈)이에요. 근데 66이고 44인 사람들보다 훨씬 행복하거든요. 당신이 66인데 행복합니까? 당신 사이즈에 만족합니까? 대답할 수 있는 사람? 많지 않을 거예요."
체중이 이 시대 여성들의 업보이자 질곡이 되어버린 현실을 상징하는 춤을 선보입니다.
충북 여성장애인 협회가 마련한 합창.
볼 수 없는 사람은 노래를 부르고, 듣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은 수화로 노래를 대신합니다.
[이영미 회장/충북여성장애인연대]
"다양한 사람이 모여서 하나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게 정말 아름다운 거지, 일정한 기준을 세워 가지고 획일화된 사회를 지향한다는 거는 우리는 뭔가를 잃어버리고 가고 있는 거 같아요."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건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580이 바라본 한국 사회는 유난히 외모 지상주의 문제가 돌출됐습니다.
겉모습만으로 평가하는 시스템과 지나치게 치열한 경쟁, 그리고 경쟁에서 처진 이들을 배려하지 못한 사회 분위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2580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가 감추고 싶어하는 아름답지 않은 단면들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목소리를 듣겠습니다.
갖가지 성형수술이 시술되고, 곳곳에서 미인대회가 열립니다.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부딪쳐 벌어진 갖가지 외모 지상주의 세태와 위선을 비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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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있을까요.
직업, 학력, 재산 그리고 외모.
2580이 1천 회 동안 살펴본 한국 사회의 단면 중 하나가 겉모습에 대한 유난스러운 집착입니다.
됨됨이보다 생김새를 먼저 따지는 세상, 그러다 보니 그 세상 속 개인에겐 예뻐져야, 또 날씬해져야 한다는 생존 본능이 작동했고, 이는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부딪혀 갖가지 세태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2580은 꾸준히 그 세태를 꼬집어왔습니다.
2580은 체형이 큰 연기자를 섭외해 음식점에 손님인 것처럼 들어가 달라고 한 뒤, 옆자리 사람들을 지켜봤습니다.
연기자가 잠시 자리를 뜨자마자 얘기를 꺼냅니다.
"(장난 아닌데?)" "저건 좀 심하지 않냐? 요즘 다른 사람은 살 뺀다고 주사 맞고 다니고 하는데. 너무 아닌데.."
연기자가 옆에 앉아있는데도 힐끗 보고 웃더니 몸집을 흉내 냅니다.
한번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팔뚝이 이만해" (내버려 둬 그럴 수도 있지.) 이만해..아니 근데 저 정도 되면 관리해야지 솔직히."
용모에 따라 어떤 차별을 받는지 실험해 봤습니다.
고장 난 차를 세워놓고 지나가는 운전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봤습니다.
먼저 박효진 씨, 손을 흔들어 도움을 청하지만 대부분 그냥 지나칩니다.
이번엔 장가연씨.
첫 번째 운전자부터 반응이 전혀 다르게 나옵니다.
정비소에 전화까지 걸어주는 친절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엘란트라 오토인데 저기 뭐야, 왜 시동이 안 걸리지?"
지나치다 멈춰 서 후진해 오는 오는 차량이 있는가 하면 한꺼번에 4명의 남자가 고쳐보겠다고 모여들기도 합니다.
승용차 승합차 택시 대형트럭 등 수십 명의 운전자들이 도움을 자청합니다.
교사들은 기업들이 학교에 보낸 공문을 공개했습니다.
신장 160cm 이상, 몸무게는 50kg 미만인 키 크고 날씬한 여학생들만 추천하라는 요구입니다.
[김 00/상업고등학교 3학년]
"성적도 되고 자격증 조건도 다 되는데도 키나 제가 좀 몸이 뚱뚱한 편이어서 이제까지 두 번을 추천받았는데도 그 가운데서 키나 몸매 때문에 떨어졌다는 거에 대해서 처음에는 속상해서 많이 울기도 했는데."
미혼인 사람이 돈만 내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예외가 있습니다.
[이웅진 대표/결혼정보회사]
"그래선 안 되는데 키나 169cm 이상만 회원이 됩니다. 68까지는 봐줄 수 있고요. (남자가요?)남자, 여성도 마찬가지죠. 요즘은 남자도 여성의 키를 봅니다. 그래서 158cm 이상이 돼야지."
우선 종아리뼈를 잘라서 미세한 금을 냅니다.
하루에 보통 1mm씩 잡아당기면 그 잘려진 틈에서 새로운 뼈가 생깁니다.
이렇게 다섯 달 이상 지나면 다리뼈가 6 내지 7cm 가량 길어집니다.
[박00]
"취직을 해야 되는데 인물하고 아래위로 싹 훑어보고 키 작고 그런 것 때문에 설움을 많이 당했어요."
[황수연/대학생]
"사람들이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아요. 세상이 빨리 돌아가니까 그 사람의 내면을 보일 만큼의 여유가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미팅도 그렇잖아요. 우선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게 시간이 없어요. 그 사람을 알 시간이 없으니까."
그래서 여성들에겐 성형 수술이나 얼굴 축소로 달려가는 세태가 결코, 개인적인 콤플렉스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로 다가옵니다.
성형 기술의 원천은 풍부한 경험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김병건/성형외과 전문의]
"광대뼈가 튀어나와서 깎는 환자는 미국에는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의사 분들을 만나보면 평생 동안 한 번도 광대나 턱을 줄여본 적이 없다는 의사들이 대부분이에요."
여기에 새로운 수술이라도 과감히 받겠다고 나서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대담성 덕분에 임상 사례가 더욱 풍부해졌다는 분석입니다.
[김병건/성형외과 전문의]
"전 세계에서 한국인처럼 수술을 잘 받아들이고 본인이 다 직접 수술을 받는 나라가 별로 많지 않습니다."
[최한나/미스코리아 출전자]
"눈이 쌍꺼풀이 조금 다르거든요. 그래서 콤플렉스예요."
[최미진/미스코리아 출전자]
"통통하거든요. 볼 살이 너무 많다고 주위에서 그렇게 말들 하시는데."
눈 흰자위를 아이처럼 하얗게 해준다는 눈 미백 수술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수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김 원장은 수술법이 매우 간단하다고 강조합니다.
노화된 결막과 불필요한 혈관을 없애주면 결막에 가려져 있던 하얀색 공막이 잘 드러나 새하얗게 보인다는 겁니다.
[김00 원장/ 00안과]
"성인이 되면 결막들이 이상하게 퇴행성 병변을 유발하고 노화가 된단 말이죠. 그래서 새로운 결막으로 재생시켜주면 정상적인 어린이와 같은 눈을 가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 씨가 다이어트 약을 먹기 시작한 건 8년 전, 외모를 중시하는 회사 분위기에 스트레스를 받던 중 한 후배로부터 특효약을 처방해준다는 병원을 소개받았습니다.
[이00/식욕억제제 복용자]
"우리나라 자체가 살찌고 뚱뚱하고 소위 과체중이다. 이런 여자는 아예 인간 취급 안 해요."
폭식증에 걸린 환자의 손입니다.
구토를 하기 위해 자주 손을 입에 넣다 생긴 상처가 보입니다.
잦은 구토로 침샘이 부어 얼굴도 점차 직사각형 모양으로 변했습니다.
[이재성/한의학 박사]
"내일은 먹지 말아야지 하고 쓰레기통에다 버리고 확인 사살을 하기 위해서 살충제까지 뿌렸었다는 거예요. 근데 그 다음 날 일어나서 먹고 싶은 생각이 나서 살충제 뿌린 것까지 찾아서 먹었다는 얘기를 하는 분도 있어요. 이거는 정신병이에요."
"우리 아이 도와주세요. 우리 아이 도와주세요."
서울의 한 경찰서.
"원래는 이렇게 생겼어요. 원래는 이렇게 잘생겼던 아이에요. 우리 아이가 지금 이렇게 됐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우리 아이 도와주세요. 우리 아이 도와주세요."
절규하는 어머니 손에 들린 여러 장의 사진들, 이 사진 속 청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강00]
"(성형 수술 후) 2주째쯤 제가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여기 코에 지방 넣은 구멍이 있거든요. 여기로 고름이 뚝뚝뚝 떨어졌었어요. 노란 고름, 처음엔 그게 지방인 줄 알았어요."
이마와 코에 지방이식 필러 시술을 받은 스무 살 여성.
[양00/피해자 어머니]
"굉장히 간단하게 설명하시던데요. 이마는 뭐 10분, 20분만 하면 되고 뭐 코하고 이렇게."
그런데 시술 직후 극심한 통증과 함께 한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예뻐지는 게 한국 사회의 생존 전략이라면, 일단 미의 정글에서 상위를 차지한 이들에게 아름다움은 출세의 발판이기도 했습니다.
아름다움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증거, 그래서 동네마다 넘쳐나는 게 무슨 무슨 아가씨, 수많은 미인대회입니다.
서울 동작구청 강당, 올해로 4회째를 맞는 노들 아가씨 선발대회를 앞두고 예행연습이 한창입니다.
학교를 조퇴하고 나온 현직 교사도 있습니다.
[이00 교사/'노들 아가씨' 참가자]
"저는 중학교에서 개구쟁이 남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다가 오늘 조퇴를 받아서 왔어요."
구청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홍보 사절을 뽑는다는 것이 선발의 목적이지만 많은 참가자들은 동상이몽입니다.
[박00/'노들 아가씨' 참가자]
"심사위원 분들 중에 TV나 방송 쪽에 있는 사람들 오신다고 아마 보고 마음에 들거나 욕심이 나시면 부르시겠죠?"
[구청 관계자]
"(수상자는) 문화 행사에 나와서 잠깐 멘트도 하고 인사도 하고 그런 거죠! 노래도 하고. 남자 입장에서는 자기 부인이 동작의 노들 아가씨 진이었다고 하면 어디다 내놓을 만하잖아요."
어느 날 미용실 원장이 이씨 어머니에게 미스코리아 대회에 입상하려면 꼭 만나야 한다며 한 사람을 소개했습니다.
심사위원이 될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강00/미스코리아 참가자 어머니]
"이제부터는 심사위원을 찾아다니면서 엄마가 당선시키는 거라고 실컷 미용실에서 다 할 만큼하고 나니까 심사위원을 운운하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됩니까 했더니 명품 가방을 사서 가라고 하더라고요."
이씨 어머니는 미스코리아 주최 측인 한국일보 모 팀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합숙기간 점수로 봐서는 딸이 본선에서 3~7등 안에 들 거 같은데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 심사위원 두 명을 사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공부는 상관없고 그냥 얼굴만 예쁘면 되는 것 같아요. (얼굴만 예쁘면 뭐가 좋은데?)사람들이 막 좋아하고 인기도 많고."
지난 10월 서울의 한 아이 모델 선발 대회장, 참가 신청자는 모두 2만 6천 명 사상 최대 규모였습니다.
현재 연기활동을 하거나 또 연기를 지망하는 아이들은 대략 1만여 명 정도.
[이00/연예기획사 직원]
"될 만한 아이를 선별하는 게 아니고 돈을 끌어당기기 위해서 아무나 무조건 다 연락을 했었어요. 진짜 아무한테나 진짜 안 예쁜 애들도 개성 있다 예쁘다. 엄마를 붕 띄워놔야 돼요."
캐스팅 대상 가운데 으뜸은 중학생, 고등학생들이라고 합니다.
[신00/캐스팅 매니저]
"얼굴이 별로인데 옷차림이나 신발, 가방이 명품이다. 그러면 (캐스팅) 해야 돼요. 20대 애들은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아요. 고등학생 애들이 잘되는 경우가 많죠."
청소년들 사이에 연예인 열풍이 불면서 재능 인증시험까지 등장했습니다.
일종의 연예인 판 토익인데요.
[김작가/문화평론가]
"인증된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확신 같은 것들을 주기 위해서 시험까지 생기면서 예전에 고시가 갖고 있었던 신분 상승의 욕구들을 반영하는.."
대학들도 마찬가지,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으로 올해 전문대 수시 모집에서 실용음악과는 444대1이라는 경이적인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살집이 있는 체형에 평균 사이즈보다 큰 옷을 입는, 이른바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라고 합니다.
뚱뚱한 모델 어때 보이냐고 물어본다면 뭐라고 답할 것 같으신가요?
키 165cm에 몸무게 70kg.
[김지양/플러스사이즈 모델]
"저 88(사이즈)이에요. 근데 66이고 44인 사람들보다 훨씬 행복하거든요. 당신이 66인데 행복합니까? 당신 사이즈에 만족합니까? 대답할 수 있는 사람? 많지 않을 거예요."
체중이 이 시대 여성들의 업보이자 질곡이 되어버린 현실을 상징하는 춤을 선보입니다.
충북 여성장애인 협회가 마련한 합창.
볼 수 없는 사람은 노래를 부르고, 듣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은 수화로 노래를 대신합니다.
[이영미 회장/충북여성장애인연대]
"다양한 사람이 모여서 하나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게 정말 아름다운 거지, 일정한 기준을 세워 가지고 획일화된 사회를 지향한다는 거는 우리는 뭔가를 잃어버리고 가고 있는 거 같아요."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건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580이 바라본 한국 사회는 유난히 외모 지상주의 문제가 돌출됐습니다.
겉모습만으로 평가하는 시스템과 지나치게 치열한 경쟁, 그리고 경쟁에서 처진 이들을 배려하지 못한 사회 분위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2580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가 감추고 싶어하는 아름답지 않은 단면들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목소리를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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