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80
정영훈
정영훈
인천공항, 지연 출발의 비밀
인천공항, 지연 출발의 비밀
입력
2016-08-29 12:24
|
수정 2016-08-2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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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기가 저녁 시간대 만성적인 지연 출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수천억 원을 들여 지은 제3 활주로를 야간에 폐쇄하기 때문에 정체가 가중되고 있다는 게 현직 기장들의 지적입니다.
2580 취재결과 제3 활주로 반쪽 운영 이유는 현재 진행 중인 제2 여객터미널 공사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터미널 연결 철도구간이 제3 활주로 밑을 지나는데 일부 구간에서 지반 침하가 발생한 것입니다.
감사원에서는 추가 지반 침하 발생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데요.
자칫 작은 부주의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활주로 안전, 과연 안심해도 되는 걸까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온종일 북새통인 인천국제공항.
손꼽아 기다린 여행을 앞두고 들뜬 분위기가 곳곳에 묻어납니다.
그런데 해가 지면 공항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손님 여러분 저는 기장입니다. 인천공항에 이착륙하는 비행기가 많아 이륙이 지연되고 있으며..."
승객이 모두 탑승하고 게이트를 닫은 뒤에도 출발하지 못하는 항공기들이 갑자기 늘어나는 겁니다.
[유민희/인천공항 지연출발 경험자]
"대부분 이제 동남아시아 쪽 갈 때는 대부분이 밤 비행기라서 밤 비행기를 타면 대부분 조금씩 늦어졌던 것 같아요. 뭐 길면 30~40분? 그런데 보통은 낮 비행기나 이럴 때는 그렇게 늦어지는 경우가 별로 없으니까 왜 기다려야 되지?"
탑승 2~3시간 전에 여유 있게 도착했던 승객들은 기다리다 진이 빠집니다.
[한수정/인천공항 지연출발 경험자]
"처음에 30분 걸린다고 했을 때는 그냥 다들, 어 그래 왜냐면 저희가 저가항공을 탄 거니까 어느 정도 다들 이해했는데 갑자기 40분이 더 연착된다고. 이런 식으로 계속 시간이 추가되더라고요. 연착되는 시간이. 그러다 보니까 거의 1시간 45분에서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고."
불편한 기내 좌석에 앉은 채 마냥 기다릴 뿐 왜 출발이 미뤄지는지 속 시원한 설명을 듣는 경우는 드뭅니다.
[김주현/인천공항 지연 출발 경험자]
"그냥 기장입니다. 이번에도 연착된 비행기가 많아서 그 비행기를 보내고 가느라 늦는다, 이런 식으로만 얘기하니까. 비행기가 많으니까 이해해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까 이해해라 이런 식으로 얘기하니까 좀 기분이 나쁘죠."
한해 이용객만 5천만 명에 육박하며 세계 공항평가에서도 10년 넘게 수위 자리를 고수해온 인천공항.
하지만, 최근 들어 항공기 지연출발 건수가 증가하면서 글로벌 공항의 명성에도 흠집이 나고 있습니다.
대체 왜 지연출발이 늘어난 걸까?
중국이나 동남아로 가는 항공편이 크게 늘면서 항로의 병목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돼 왔지만 2580은 현직 기장으로부터 지연출발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국적항공사의 기장으로 비행경력만 1만 시간 가까운 베테랑 조종사 A씨.
요즘은 조종간을 잡으면 활주로를 뜨기 전에 지연출발에 대해 사과방송부터 하는 게 일상이 됐다고 합니다.
[A 00항공 기장]
"승무원들은 이제 '탑승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곧 출발하겠습니다. 오늘 비행시간 얼마입니다.' 방송도 다했는데 그제서 기장은 '손님 여러분 죄송합니다. 지금 항공기가 인천공항에 많은 관계로 50분을 여기서 잠시 대기하겠습니다.' 안내방송을 또 해야 되는 상황인 거죠."
왜 그럴까.
기장은 뜻밖의 말을 꺼냈습니다.
[A 00항공 기장]
"제3활주로를 아예 배정을 안 해줘요. 대략 (밤) 8시 30~40분 됐다 싶으면 오늘은 제3활주로 뜨기는 좀 힘들겠구나, 우리는 미리 짐작을 하고 있는 거죠. 이제 그때부터는 우리 같은 항공기랑 기존에 뜨려고 했던 항공기가 이제 한 활주로를, 제2활주로로 몰려야 되니까. 사실은 비행기가 없어지는, 줄어드는 시간임에도 비행기는 계속 밀리기 시작하는 거죠."
확인해봤습니다.
현재 인천공항의 활주로는 모두 3개.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는 1,3 활주로를 이륙용으로 2,3 활주로를 착륙용으로 쓰는데, 밤 9시부터 아침 9시까지, 12시간 동안은 3 활주로를 폐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1,2 활주로로 항공기가 몰려 병목현상이 심해진 겁니다.
지난 2008년부터 운영에 들어간 제3활주로는 기존 1,2 활주로보다 250미터가 긴 총연장 4천 미터짜리 대형 활주로입니다.
늘어나는 항공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수천억 원을 들여 지은 제3활주로가 사실상 반쪽 운영되고 있는 셈입니다.
실제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1시간 이상 지연 출발된 항공편을 살펴봤더니 밤 8시부터 밤 10시까지, 즉 제3활주로가 문을 닿는 시간 밤 9시를 전후해 지연 출발 항공편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활주로 운영 등 관제를 총괄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서울지방항공청에 제3활주로를 야간에 폐쇄하는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소음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서울지방항공청 관계자]
"소음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 지금 그렇게 (제3활주로 제한)하고 있는 부분이고요. 소음 민원이 굉장히 많이 들어오거든요. 북쪽에 섬이라든지 강화도라든지 그런 데서 (민원이) 많다 보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인천공항 주변지역 소음 측정값을 확인해 본 결과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3 활주로와 1,2 활주로 인근 소음 측정값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인천공항공사에 물어봤더니 다른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제3활주로 지하에서 진행 중인 공사와 관련이 있다는 거였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
"하늘길은 전혀 문제없이 운영이 되고 있고요. 일부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건 3단계 철도 개착공사로 해서 비행스케줄을 갖다가 탄력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활주로 밑으로 지나가니까 (그것 때문에 탄력적으로 운영하신다고요?) 그렇죠."
육안으론 멀쩡해 보이는 제3활주로 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내년 말 완공이 예정된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신축공사.
지난 4월 상량식을 갖고 현재 전체 공정의 절반을 넘긴 상태입니다.
완공되면 여객처리 능력이 연간 4천4백만 명에서 6천2백만 명으로 크게 늘어나 명실상부한 동북아 허브공항의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제1 여객터미널과 제2 여객터미널을 연결하는 철도 공사가 전체 사업의 핵심인데, 이 곡선으로 꺾어진 연결철도의 일부 구간이 바로 제3활주로 아래를 통과합니다.
하루 수백 편의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활주로 지하 18미터 아래에 철길을 내기 위해 지난해 4월과 10월 굴착공사가 이뤄졌습니다.
만약에 대비해 이때는 대형항공기의 제3활주로 착륙을 중단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10월, 8일간의 굴착공사가 끝난 바로 다음날 제3활주로에서 지반 침하가 발생했습니다.
활주로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허용 기준치, 16.7mm를 넘어선 17.3mm 수준의 지반 침하.
최근에는 22mm 수준까지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인천공항공사와 철도시설공단은 원인 파악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공사를 강행했다는 게 올해 3월 감사원 감사 결과로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감사원 홍보담당관실 관계자]
"감사를 해봤더니 몇몇 군데 포인트에서, 측정 포인트에서 기준치가 오버 되는 부분이 있고 이제 (침하) 징후가 나왔기 때문에 사전적으로 조치할 필요가 있다. 이런 취지를 설명을 드렸고 그쪽에서도 그 정도는 우리도 인정한다."
문제는 운항안전과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을 항공사에는 전혀 알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기상과 활주로 상황 등 운항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받아야 할 기장들도 이를 까맣게 몰랐습니다.
[B 00항공 기장]
"조종사한테는 공지된 건 없는 걸로 저는 그렇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활주로 부근에서) 공사를 하게 되면 보통 기간을 설정하고 구간이 어디, 어디다 이렇게 얘기를 하지 무슨 이유 때문이다, 이런 것은 별로 없기 때문에.."
항공기가 제3활주로 남쪽에서 진입해 착륙할 경우 지하 굴착 구간 바로 근처에 내리고, 반대 방향에서 착륙할 때도 유도로로 나가는 구간과 지하 굴착 구간이 맞닿아 있어 어떤 식으로든 항공기의 하중을 받게 돼 있습니다.
활주로 노면의 조그만 이상에도 사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장들로선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B 00항공 기장]
"금이 간다거나 돌이 있다거나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영향을 좀 미치고 아니면 활주로 자체가 울퉁불퉁하다 이렇게 되면 또 조종하는데 훨씬 신경쓰이고."
공사를 위탁받은 철도시설공단은 당초 2580에 현재 굴착이 완료된 3 활주로 지하 터널 모습과 지반 침하를 모니터하는 계측기 운용 실태를 공개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
"서울항공청하고 공항공사하고 오갔던 모든 자료가 다 있습니다. 그것을 설명을 드리고 그리고 기자님께 이 부분은 한번 진짜 침하가 어떻게 됐는지 사후관리가 어떻게 됐는지 계측은 어떻게 관리가 되는지 그걸 다 보여드리고 현장을 한번 확인하는 것으로.."
그런데 취재 도중 갑자기 태도를 바꿔 현장 공개를 전면 거부했습니다.
여러 차례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거절했습니다.
[건설공사 관계자]
"(아무 문제없이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공개할 수 있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왜 갑자기 바뀌셨나요?) 죄송합니다."
2580은 취재 도중 3 활주로 밑 지하터널에서 물방울이 맺히는 이른바 ‘결로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도 추가로 확인했습니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
"(결로현상 때문에 그쪽이 어렵다고 하셨는데...) 예를 들어 지상 온도는 거의 30도인데 지하 온도는 뭐 한 십몇 도 차이가 나면 그 온도 차이가 냉장고 문 여는 것하고 똑같습니다."
하지만, 지하토목 전문가는 단순한 결로현상이 아닌 누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박인준 교수/한서대학교 토목공학과]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그래서 아마 다량의 누수는 없을 거라고 보는데, 결로가 많다면 또 문제가 돼요. 그날 일일 배수량들 그걸 좀 체크해보시고 굉장히 많은 양의 물이 나온다면 이거는 누수일 수도 있고요."
지난 2014년에는 3 활주로에서 80여 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폭 최대 5미터, 깊이 최대 2.5미터의 지반 침하가 발생해 계기착륙시설 일부가 파손되기도 했습니다.
감사원이 감사보고서에 추가 지반 침하 우려를 담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천공항도 지난해 자체 위험도 평가 시뮬레이션을 통해 1년 이내 3 활주로에서 지반 침하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주승용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항공기는 국민의 생명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한 번 사고가 났다 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반침하가 조금이라도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면 철저히 조사해서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될 것입니다."
내년 말 제3활주로 밑을 통과하는 연결철도가 개통되면 인천공항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까지는 97분, 부산까지는 3시간이면 도착합니다.
[인천국제공항 3단계 건설사업 홍보 영상]
"KTX와 공항철도가 제2여객터미널까지 연결되며, 이를 통해 전국에서 약 3시간 이내에 공항에 도착할 수 있도록 계획됩니다."
인천공항공사는 문제의 제3 활주로는 지하 굴착 후 어떠한 변형도 없으며 국제민간항공기구 기준에 맞게 이착륙에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실제 열차가 운행할 때 발생할지 모를 지반 침하 우려에 대해서는 내년 4월부터 6개월 동안 시험운행을 통해 점검해나가겠다고 했습니다.
단 1%의 작은 오차도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활주로는 보다 엄격하고 철저하게 관리돼야 합니다.
우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안전을 위해 따지고 또 점검하는 일은 아무리 철저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점을 새겨야 할 겁니다.
수천억 원을 들여 지은 제3 활주로를 야간에 폐쇄하기 때문에 정체가 가중되고 있다는 게 현직 기장들의 지적입니다.
2580 취재결과 제3 활주로 반쪽 운영 이유는 현재 진행 중인 제2 여객터미널 공사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터미널 연결 철도구간이 제3 활주로 밑을 지나는데 일부 구간에서 지반 침하가 발생한 것입니다.
감사원에서는 추가 지반 침하 발생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데요.
자칫 작은 부주의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활주로 안전, 과연 안심해도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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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북새통인 인천국제공항.
손꼽아 기다린 여행을 앞두고 들뜬 분위기가 곳곳에 묻어납니다.
그런데 해가 지면 공항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손님 여러분 저는 기장입니다. 인천공항에 이착륙하는 비행기가 많아 이륙이 지연되고 있으며..."
승객이 모두 탑승하고 게이트를 닫은 뒤에도 출발하지 못하는 항공기들이 갑자기 늘어나는 겁니다.
[유민희/인천공항 지연출발 경험자]
"대부분 이제 동남아시아 쪽 갈 때는 대부분이 밤 비행기라서 밤 비행기를 타면 대부분 조금씩 늦어졌던 것 같아요. 뭐 길면 30~40분? 그런데 보통은 낮 비행기나 이럴 때는 그렇게 늦어지는 경우가 별로 없으니까 왜 기다려야 되지?"
탑승 2~3시간 전에 여유 있게 도착했던 승객들은 기다리다 진이 빠집니다.
[한수정/인천공항 지연출발 경험자]
"처음에 30분 걸린다고 했을 때는 그냥 다들, 어 그래 왜냐면 저희가 저가항공을 탄 거니까 어느 정도 다들 이해했는데 갑자기 40분이 더 연착된다고. 이런 식으로 계속 시간이 추가되더라고요. 연착되는 시간이. 그러다 보니까 거의 1시간 45분에서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고."
불편한 기내 좌석에 앉은 채 마냥 기다릴 뿐 왜 출발이 미뤄지는지 속 시원한 설명을 듣는 경우는 드뭅니다.
[김주현/인천공항 지연 출발 경험자]
"그냥 기장입니다. 이번에도 연착된 비행기가 많아서 그 비행기를 보내고 가느라 늦는다, 이런 식으로만 얘기하니까. 비행기가 많으니까 이해해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까 이해해라 이런 식으로 얘기하니까 좀 기분이 나쁘죠."
한해 이용객만 5천만 명에 육박하며 세계 공항평가에서도 10년 넘게 수위 자리를 고수해온 인천공항.
하지만, 최근 들어 항공기 지연출발 건수가 증가하면서 글로벌 공항의 명성에도 흠집이 나고 있습니다.
대체 왜 지연출발이 늘어난 걸까?
중국이나 동남아로 가는 항공편이 크게 늘면서 항로의 병목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돼 왔지만 2580은 현직 기장으로부터 지연출발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국적항공사의 기장으로 비행경력만 1만 시간 가까운 베테랑 조종사 A씨.
요즘은 조종간을 잡으면 활주로를 뜨기 전에 지연출발에 대해 사과방송부터 하는 게 일상이 됐다고 합니다.
[A 00항공 기장]
"승무원들은 이제 '탑승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곧 출발하겠습니다. 오늘 비행시간 얼마입니다.' 방송도 다했는데 그제서 기장은 '손님 여러분 죄송합니다. 지금 항공기가 인천공항에 많은 관계로 50분을 여기서 잠시 대기하겠습니다.' 안내방송을 또 해야 되는 상황인 거죠."
왜 그럴까.
기장은 뜻밖의 말을 꺼냈습니다.
[A 00항공 기장]
"제3활주로를 아예 배정을 안 해줘요. 대략 (밤) 8시 30~40분 됐다 싶으면 오늘은 제3활주로 뜨기는 좀 힘들겠구나, 우리는 미리 짐작을 하고 있는 거죠. 이제 그때부터는 우리 같은 항공기랑 기존에 뜨려고 했던 항공기가 이제 한 활주로를, 제2활주로로 몰려야 되니까. 사실은 비행기가 없어지는, 줄어드는 시간임에도 비행기는 계속 밀리기 시작하는 거죠."
확인해봤습니다.
현재 인천공항의 활주로는 모두 3개.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는 1,3 활주로를 이륙용으로 2,3 활주로를 착륙용으로 쓰는데, 밤 9시부터 아침 9시까지, 12시간 동안은 3 활주로를 폐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1,2 활주로로 항공기가 몰려 병목현상이 심해진 겁니다.
지난 2008년부터 운영에 들어간 제3활주로는 기존 1,2 활주로보다 250미터가 긴 총연장 4천 미터짜리 대형 활주로입니다.
늘어나는 항공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수천억 원을 들여 지은 제3활주로가 사실상 반쪽 운영되고 있는 셈입니다.
실제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1시간 이상 지연 출발된 항공편을 살펴봤더니 밤 8시부터 밤 10시까지, 즉 제3활주로가 문을 닿는 시간 밤 9시를 전후해 지연 출발 항공편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활주로 운영 등 관제를 총괄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서울지방항공청에 제3활주로를 야간에 폐쇄하는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소음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서울지방항공청 관계자]
"소음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 지금 그렇게 (제3활주로 제한)하고 있는 부분이고요. 소음 민원이 굉장히 많이 들어오거든요. 북쪽에 섬이라든지 강화도라든지 그런 데서 (민원이) 많다 보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인천공항 주변지역 소음 측정값을 확인해 본 결과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3 활주로와 1,2 활주로 인근 소음 측정값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인천공항공사에 물어봤더니 다른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제3활주로 지하에서 진행 중인 공사와 관련이 있다는 거였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
"하늘길은 전혀 문제없이 운영이 되고 있고요. 일부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건 3단계 철도 개착공사로 해서 비행스케줄을 갖다가 탄력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활주로 밑으로 지나가니까 (그것 때문에 탄력적으로 운영하신다고요?) 그렇죠."
육안으론 멀쩡해 보이는 제3활주로 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내년 말 완공이 예정된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신축공사.
지난 4월 상량식을 갖고 현재 전체 공정의 절반을 넘긴 상태입니다.
완공되면 여객처리 능력이 연간 4천4백만 명에서 6천2백만 명으로 크게 늘어나 명실상부한 동북아 허브공항의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제1 여객터미널과 제2 여객터미널을 연결하는 철도 공사가 전체 사업의 핵심인데, 이 곡선으로 꺾어진 연결철도의 일부 구간이 바로 제3활주로 아래를 통과합니다.
하루 수백 편의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활주로 지하 18미터 아래에 철길을 내기 위해 지난해 4월과 10월 굴착공사가 이뤄졌습니다.
만약에 대비해 이때는 대형항공기의 제3활주로 착륙을 중단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10월, 8일간의 굴착공사가 끝난 바로 다음날 제3활주로에서 지반 침하가 발생했습니다.
활주로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허용 기준치, 16.7mm를 넘어선 17.3mm 수준의 지반 침하.
최근에는 22mm 수준까지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인천공항공사와 철도시설공단은 원인 파악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공사를 강행했다는 게 올해 3월 감사원 감사 결과로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감사원 홍보담당관실 관계자]
"감사를 해봤더니 몇몇 군데 포인트에서, 측정 포인트에서 기준치가 오버 되는 부분이 있고 이제 (침하) 징후가 나왔기 때문에 사전적으로 조치할 필요가 있다. 이런 취지를 설명을 드렸고 그쪽에서도 그 정도는 우리도 인정한다."
문제는 운항안전과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을 항공사에는 전혀 알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기상과 활주로 상황 등 운항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받아야 할 기장들도 이를 까맣게 몰랐습니다.
[B 00항공 기장]
"조종사한테는 공지된 건 없는 걸로 저는 그렇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활주로 부근에서) 공사를 하게 되면 보통 기간을 설정하고 구간이 어디, 어디다 이렇게 얘기를 하지 무슨 이유 때문이다, 이런 것은 별로 없기 때문에.."
항공기가 제3활주로 남쪽에서 진입해 착륙할 경우 지하 굴착 구간 바로 근처에 내리고, 반대 방향에서 착륙할 때도 유도로로 나가는 구간과 지하 굴착 구간이 맞닿아 있어 어떤 식으로든 항공기의 하중을 받게 돼 있습니다.
활주로 노면의 조그만 이상에도 사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장들로선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B 00항공 기장]
"금이 간다거나 돌이 있다거나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영향을 좀 미치고 아니면 활주로 자체가 울퉁불퉁하다 이렇게 되면 또 조종하는데 훨씬 신경쓰이고."
공사를 위탁받은 철도시설공단은 당초 2580에 현재 굴착이 완료된 3 활주로 지하 터널 모습과 지반 침하를 모니터하는 계측기 운용 실태를 공개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
"서울항공청하고 공항공사하고 오갔던 모든 자료가 다 있습니다. 그것을 설명을 드리고 그리고 기자님께 이 부분은 한번 진짜 침하가 어떻게 됐는지 사후관리가 어떻게 됐는지 계측은 어떻게 관리가 되는지 그걸 다 보여드리고 현장을 한번 확인하는 것으로.."
그런데 취재 도중 갑자기 태도를 바꿔 현장 공개를 전면 거부했습니다.
여러 차례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거절했습니다.
[건설공사 관계자]
"(아무 문제없이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공개할 수 있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왜 갑자기 바뀌셨나요?) 죄송합니다."
2580은 취재 도중 3 활주로 밑 지하터널에서 물방울이 맺히는 이른바 ‘결로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도 추가로 확인했습니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
"(결로현상 때문에 그쪽이 어렵다고 하셨는데...) 예를 들어 지상 온도는 거의 30도인데 지하 온도는 뭐 한 십몇 도 차이가 나면 그 온도 차이가 냉장고 문 여는 것하고 똑같습니다."
하지만, 지하토목 전문가는 단순한 결로현상이 아닌 누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박인준 교수/한서대학교 토목공학과]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그래서 아마 다량의 누수는 없을 거라고 보는데, 결로가 많다면 또 문제가 돼요. 그날 일일 배수량들 그걸 좀 체크해보시고 굉장히 많은 양의 물이 나온다면 이거는 누수일 수도 있고요."
지난 2014년에는 3 활주로에서 80여 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폭 최대 5미터, 깊이 최대 2.5미터의 지반 침하가 발생해 계기착륙시설 일부가 파손되기도 했습니다.
감사원이 감사보고서에 추가 지반 침하 우려를 담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천공항도 지난해 자체 위험도 평가 시뮬레이션을 통해 1년 이내 3 활주로에서 지반 침하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주승용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항공기는 국민의 생명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한 번 사고가 났다 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반침하가 조금이라도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면 철저히 조사해서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될 것입니다."
내년 말 제3활주로 밑을 통과하는 연결철도가 개통되면 인천공항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까지는 97분, 부산까지는 3시간이면 도착합니다.
[인천국제공항 3단계 건설사업 홍보 영상]
"KTX와 공항철도가 제2여객터미널까지 연결되며, 이를 통해 전국에서 약 3시간 이내에 공항에 도착할 수 있도록 계획됩니다."
인천공항공사는 문제의 제3 활주로는 지하 굴착 후 어떠한 변형도 없으며 국제민간항공기구 기준에 맞게 이착륙에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실제 열차가 운행할 때 발생할지 모를 지반 침하 우려에 대해서는 내년 4월부터 6개월 동안 시험운행을 통해 점검해나가겠다고 했습니다.
단 1%의 작은 오차도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활주로는 보다 엄격하고 철저하게 관리돼야 합니다.
우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안전을 위해 따지고 또 점검하는 일은 아무리 철저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점을 새겨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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