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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박진주 기자

지긋지긋 주차전쟁

지긋지긋 주차전쟁
입력 2016-10-17 10:28 | 수정 2016-10-1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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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 주차 차량에 항의하다가 가스총으로 위협을 받는가 하면, 과태료에 앙심을 품고 칼부림 협박이 나붙기도 합니다.

    문 콕 테러, 불법 주차로 인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모자라는 주차공간, 주차요금은 공짜라는 시민의식. 불법 주차 개선대책을 고민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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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당시.

    "주차 한번 했다고 너같이 새끼야 시비 걸고 상 소리 하는 놈 처음 봤다. 이 자식아! (그래?) 이 못된 놈의 새끼야! (난 당신 같은 사람 처음 봤어. 자리 비워놨다고 남의 자리에 세워놓고 하는 말이야 그게?) 인마 세울 수도 있는 거지."

    서울 광진구에 사는 장순경씨.

    지난 2월 퇴근해 보니 자신의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에 낯선 차량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앞유리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하자 근처 헬스클럽에서 차 주인이 나왔습니다.

    [장순경/가스총 위협 주차 시비 피해자]
    "다짜고짜 미안하다 죄송하단 말 없고 여기 뒤에 자리 많은데 세워 놓을 수도 있지 이런 식으로 갑자기 반말로 그런 식으로 대응하더라고요."

    승강이가 벌어졌고, 상대 차 주인은 차를 급가속하며 위협했습니다.

    급기야 가스총까지 들이댔습니다.

    "(남의 집의 자리에 왜 차를 세워놓냐) 이걸 확 쏴버려, 죽여버려! xx의 xx (아저씨, 뭐야 이거?) 총이야 이 자식아, 가스총."

    [장순경/가스총 위협 주차 시비 피해자]
    "서로 언쟁이 높아지다가 이 사람이 갑자기 뭔가로 치더라고요. 맞고 나니까 가스총인 거에요. 총기를 들면서 쏴 죽여버리겠다고."

    서울 서대문구의 한 영화관 뒤편에 사는 송모씨도 자신의 거주자 우선주차 구역에 세워진 불법주차 차량 탓에 골머리를 썩고 있습니다.

    [송OO]
    "지금 극장에 있어 가지고 전화를 받지도 않았어요. 문자로 지금 빼 주러 나갈 수가 없으니까 미안하지만 다른 데 대주시든가. 교회에서 예배를 보다 보니까 지금 기도 중이니까 못 빼준다. 그래서 또 한 시간 넘게 기다린 적도 있고."

    3일이 지나도록 불법 주차한 오토바이를 안 빼는 바람에 직접 차주가 사는 곳을 찾아가 항의한 적도 있습니다.

    [송OO]
    "(차주가) 저한테 오히려 쌍욕을 하면서 뭐 맘에 안 들면 견인을 시키든지 차를 부숴라. 이런 식으로 나오니까 경찰에 신고했더니, 자기네도 어쩔 수 없다, 오늘만 다른 곳에 주차하시면 안 되냐고…."

    불법 주정차와 관련된 민원은 서울의 한 구청에만 하루 평균 2백여 건, 단속하는 지자체도 난감해하고 있습니다.

    [OO구청 주차단속팀]
    "시민이 그냥 사진 딱 찍어서 신고하면 우리도 바로 과태료 부과시키거든요. 근데 그러면 그 사람을 알려달라, 죽여버리겠다. 막 이런 식으로, 저도 뺨도 맞아보고 멱살 잡히는 거는 우습고 별의별 일 다 당합니다."

    생활의 불편을 넘어 종종 살벌한 폭력으로까지 이어지는 주차전쟁.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주차장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거주자 우선구역이나 장애인주차구역같이 주차가 제한된 공간에 대해 불법주차라는 의식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힙니다.

    경기도의 한 대형 쇼핑몰 주차장.

    장애인 주차구역에 표지가 없는 차량이 세워져 있습니다.

    [ooo장애인 주차구역 불법주차]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하시면 안 되는데)세워도 되는 줄 알았어요. 다른 차가 세우기에 아기가 있었거든요. 그래 가지고..."

    옆에 세워진 차량에도 전화해 봤습니다.

    [ooo장애인 주차구역 불법주차]
    "헉 네네, 죄송해요. 자리가 없어가지고.. 여기 지금 엉터리 (고깃집) 이거든요. 차 빼면 되나요."

    [ooo장애인 주차구역 불법주차]
    "(주차하시면 다른 분은 장애인이신데 주차 못 하거든요.) 아저도 알고 있어요. 잠깐 화장실 갔다 오느라 잠깐 세운 거에요. 근데 옆차 한 테도 얘기해주세요. 옆차도 장애인 아닌데 세운 거 같은데."

    지난달 한 아파트 단지에는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했다가 과태료 8만 원 통지서를 받았다며 이런 일 발생하니까 이웃끼리 칼부림 나는 거라는 무시무시한 경고장이 붙기도 했습니다.

    불법주차에 대한 거리낌이 없는 이유는 뭘까?

    [장택영/연구원 삼성 교통안전문화연구소]
    "단속 자체에 대한 신뢰, 객관성, 일관성이 부족하다 보니까 나만 왜 단속을 하느냐 하는 반문을 할 정도로 주차에 대한 의식이 상실된 상태이고, 두 번째는 주차 단속을 적발당하더라도 경제적 부담이라든지, 차량을 운행하는 데 있어서 불편함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미국의 경우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한 불법주차차량에 대해 500달러, 우리 돈 50만 원 이상의 높은 벌금을 부과하고.

    일본도 즉시 차량 바퀴에 잠금장치를 채우는 등.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해 강력하게 제재하고 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내 차가 불법주차돼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해외출장을 가기 위해 인천공항 사설주차 대행업체를 이용했던 김 모 씨.

    10여 일 뒤 출장에서 돌아와 보니 차를 도난당했습니다.

    [김oo/차량 도난 피해자]
    "맨 처음에 차를 잃어버린 거라고 말씀을 안 하셨어요. 차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찾고 있다 하시다가 나중에는 그냥 차를 타고 오시더라고요. 다른 차를."

    경찰에 신고하고 일주일쯤 뒤 김씨의 차는 금천구의 한 골목에서 발견됐지만, 블랙박스와 내비게이션이 뜯겨나간 상태였습니다.

    대체 사설주차대행업체의 차량 관리실태는 어떨까?

    인천공항에서 좀 떨어진 바닷가.

    도로 갓길과 근처 자갈밭 여기저기에 차들이 세워져 있습니다.

    열쇠가 보관된 초소의 창문은 열려있습니다.

    차 문은 잠겨있지 않고 심지어 차량 안에 열쇠가 있어 누구나 시동을 걸 수도 있습니다.

    [방배성/인천공항 불법주차 단속요원]
    "여기 있는 차들이 전부 다 불법 주정차로 지금 바닥 보면 아시다시피 이건 주차장 용도가 아닙니다. 주차장도 아니고 이렇게 고객들 차를 방치를 해두는 거죠."

    주차공간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있는 공간도 너무 좁다는 불만이 많습니다.

    차 폭이 넓은 SUV나 대형승용차가 점점 늘어났지만 주차장 규격은 몇 십 년째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SUV 운전자인 박대경씨가 주차한 뒤 차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봅니다.

    옆 차와의 간격은 불과 20여 센티미터 정도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이리저리 몸을 돌려봐도 차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박대경/회사원]
    "(내릴 수 있겠어요.)어휴 이거 너무 좁아서 내릴 수가 없겠는데요, 너무 좁아요. 제 차가 좀 크다 보니까."

    차에서 내리려면 어쩔 수 없이 조수석 쪽으로 차를 치우치게 주차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박대경/회사원]
    "차량에 탈 때 운전석, 조수석 자체를 못 여는 경우도 있어서 부득이하게 트렁크 문을 열고 뒷좌석으로 옮겨 탄 경우도 있었어요."

    전문가와 함께 주차장 간격을 측정해봤습니다.

    일반적으로 성인 운전자가 여유 있게 문을 열고 내리기 위해 필요한 간격은 56cm 이상 하지만 주차 선 앞에 세워진 차량들의 간격은 대략 35cm 정도에 불과합니다.

    자칫 차 문을 빨리 열다 옆차에 흠집을 내는 이른바 문 콕사고 시비도 5년 새 2배 이상 늘었습니다.

    [김영주/문 콕 사고 피해자]
    "아이가 이렇게 와서 차 문을 열려고 생각도 없이 팍 연 거에요, 차를 타야 되니까 문을 팍 열어서 많이 파였다"

    이렇게 주차장 간격이 좁은 건 주요차량들의 폭이 1990년 1.7m에서 최근에는 1.9M 전후로 차량너비는 커졌는데 현행법상 주차장 규격은 2.3m로 26년째 그대로 이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규격은 해외와 비교해도 확연히 좁아 대형차가 많은 미국은 물론 소형차 비중이 높은 영국, 프랑스, 일본 모두 우리보다 주차장 규격이 넓은 실정입니다.

    게다가 절대적인 주차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정해진 규격보다도 좁은 주차장이 적지 않습니다.

    취재진이 직접 측정을 해봤더니 서울 시내 대형 마트는 물론 심지어 구청 주차장까지 법적 규격에 10cm 이상 모자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수일/현대해상 공학박사]
    "가장 좋은 건 주차 규격 자체를 2.5m로 늘리는 건데 현재 바로 적용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울 거 같고요. 차량이 정가운데 주차하게끔 해서 문 콕 사고도 줄일 수가 있고 주차할 때도 편리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주차갈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지금까지 해왔던 형식적인 단속이나 주차장 확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차량 억제 등의 수요관리정책도 병행해야 한다는 겁니다.

    [장택영/연구원 삼성 교통안전문화연구소]
    "누구나 걷고 싶은 거리, 안전한 도로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만큼 차량을 구매하는 단계에서부터 이제는 주차하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필요하지 않나."

    제주시내 호텔에서 일하는 양효승씨, 퇴근 후 집 근처로 차를 몰고 가 지정된 주차장에 차를 세웁니다.

    [양효승]
    "아무래도 기존보다 주차하는 시간이 줄어든 것 같고요. 주변에 차량수도 눈에 띄게 감소하고 차고지증명제 전에는 무단주차 차량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눈에 띄게 줄었어요."

    제주도는 2007년부터 19개 동 등 일부 지역에서 2,000cc 이상 대형차에 대해 차고지가 없으면 아예 차를 못 사게끔 하는 차고지증명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1600cc 이상의 중형자동차에 대해서도 확대 시행됩니다.

    자동차를 구입한 후에도 시청직원이 실제 주차장이 있는지 현장확인을 한 뒤 증명서를 발급해야만 차량등록을 할 수 있습니다.

    [고영표 과장/제주시청 차량관리과]
    "이제는 주차난 해소를 위해선 행정에서 공영주차장을 조성하는 것만으로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지 않나."

    [양효승]
    "(차고지증명제 시행 전에는) 무단으로 저희 주차장에 차량 주차하는 분들 많았고, 차량을 이동해달라고 요청하면 지금 쓰지 않는 곳인데 내가 쓰면 어떠냐는 반응이었는데 여기는 내가 증명한 내 개인주차장이라고 떳떳하게 요구할 수 있으니까."

    차고지 증명제는 차를 살 때부터 주차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자동차 구입비용을 실질적으로 증가시킵니다.

    지자체에서 선뜻 차고지증명제를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장택영/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소외 계층에 대한, 예를 들면 경차 같은 경우에는 면제해준다든지 그리고 소형차보다는 대형차 위주로 우선시행해서 저항 팩터들이 무엇인지를 한 번 더 점검하는 그러한 과정이 필요하고요."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불법 주정차를 하면 반드시 단속된다는 인식을 심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한 연구소가 불법 주정차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92%가 '불법 주정차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지만 이 중에 84%는 정작 본인이 '불법 주정차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불법 주정차 때문에 불편을 겪기도 하지만 '설마 단속 되겠냐'는 마음에 불법 주정차를 하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겁니다.

    [장택영/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선출직 지자체 단체장은 지역주민 민원 때문에 제대로 단속 못 하는 한계가 있는데 아예 민간에 위탁해서 효율적이고 일관적으로 단속하면..."

    다른 건 몰라도 주차비는 아깝다는 운전자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장택영/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고가의 차량을 구매하지만 차량 운행 자체는 공짜로 운행할 수 있다는 부분을 우리 시민들이 다 갖고 있기 때문에. 차량을 목적지 주변에 공짜로 주차하려고 하는 의지가 강하다는 측면에서 주차문화를 좀 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이 됩니다."

    전국의 차량 등록대 수는 2,100만대, 주차문제는 생활의 편의수준을 떠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로 떠올랐습니다.

    차량은 늘어나고, 땅은 좁고.

    어쩔 수 없다며 단속도 형식적이고, 법 손질도 게을리하는 동안 운전자의 양심도 무디어지고 주차장에서 벌어지는 시비와 다툼은 강도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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