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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정성기 기자

티켓 다방의 탈북 여성들

티켓 다방의 탈북 여성들
입력 2016-11-07 11:16 | 수정 2016-11-0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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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양평에 몇 년 전부터 일명 ‘티켓다방’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마을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밤낮없이 이어지는 유흥과 성매매.

    그런데 이곳에서 일하는 상당수의 여성들은 탈북여성들입니다.

    이들은 정부가 지원하는 임대 아파트 대신 다방에서 성매매를 하며 생계를 유지합니다.

    대부분 중졸 이하의 저학력 여성들로 한국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유흥업소를 택한 사람들입니다.

    유흥업소가 아닌 직장에 취직한 탈북 여성들도 100만 원 안팎의 저임금으로 인한 빈곤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목숨 건 탈북, 그러나 이내 비참해지는 그들의 삶을 추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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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장이 선 경기도 양평의 시장 골목.

    한적하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속에선 어수선하고 흉흉한 얘기들이 오고 갑니다.

    [김OO/마을 주민]
    "난리가 났죠! 양평이. 전 재산을 탕진한 사람도 있고..동네가 말이 아닙니다."

    [박OO/마을 주민]
    "낮이고 밤이고 없어요. 아침 11시부터 출근하면 커피 한 잔 먹고 거기서 눈 맞으면 바로 가니까."

    소문의 진원지는 골목 군데군데 자리 잡은 허름한 지하 다방들.

    다방에 들어서면 북한 말씨의 여자 종업원이 손님을 맞이합니다.

    [A 탈북여성/다방 종업원]
    "(어디가 고향이에요?) 함흥, 무산.. (무산?) 무산이 철광석이 제일 많이 나오는데.."

    시간이 조금 흐르자 밖에 나가서 놀자고 부추깁니다.

    [A 탈북여성/다방 종업원]
    "3만 원이에요. 술 마시는 거 나가도 3만 원. 노래방 나가도 3만 원."

    근처의 다른 다방.

    20대의 젊은 북한 출신 종업원이 노골적으로 성매매를 제안합니다.

    [B 탈북여성/다방 종업원]
    "노래방 한 시간 가는 대신 밖에 나가서 단풍놀이 한 시간 하고 그러고 XX 하러 가자!"

    이곳에 탈북여성들이 일하는 다방이 생기기 시작한 건 5년 전입니다.

    최근엔 아예 탈북여성들끼리 함께 모여 장사를 하는 업소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겉으론 커피와 차를 파는 다방이지만, 실제론 노래방과 모텔 등을 오가며 성매매를 하는 일명 티켓다방입니다.

    장년층이 주로 드나들던 동네 다방의 분위기가 바뀐 건 탈북 여성들이 속속 유입되면서부터입니다.

    주로 조선족과 40-50대 탈북여성이 일하던 읍내 다방에 최근 젊은 북한 여성들이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티켓 영업'이 활발해졌다고 주민들은 전합니다.

    [박OO/마을 주민]
    "젊을수록 돈 벌기가 빠르니까. 젊을수록 빠르니까. 그냥 오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 좀 여유 있는 사람들이 줄 서서 불러가요."

    탈북 여성들이 운영한다는 다방에 들어가 봤습니다.

    앳된 여성이 곧바로 자리를 잡습니다.

    [C 탈북여성/다방 종업원]
    "(나이 어떻게 되는데요?) 스물여섯."

    [C 탈북 여성/다방 종업원]
    "옛날에는 나이 든 언니들이 많이 있었는데, 이젠 많이 달라졌지. (여기 있는 분들 다 북한 사람이에요?) 그죠."

    다방 안에서 서빙을 하기보단 손님과 함께 노래방이나 술집 등에 나가 시간을 보내고 돈을 받는 게 목적입니다.

    [D 탈북여성/다방 종업원]
    "노래방 가서 놀 수도 있고, 드라이브할 수도 있고, 같이 가서 술 마실 수도 있고. (시간당) 3만 원이에요."

    손님들과 합의가 되면 성매매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E 탈북여성/다방 종업원]
    "아가씨 마음에 드는데 시간을 좀 '노래방 갈까?’ 이러면서 그런 거 하는 사람도 있고 애들도 데리고 나가는 사람도 있고 그러는데..(얼마 정도 받는데요?) 한 20만 원 달라고 하면 하는 거죠."

    [F 탈북여성/다방 종업원]
    "솔직히 노래방은 돈이 얼마 안 되잖아요. 연애는 15만 원."

    [G 탈북여성/다방 종업원]
    "(여기는 수입이 어느 정도에요?) 여기는 내가 버는 것만큼. 500은 넘죠."

    인근의 술집과 노래방에서 탈북여성들의 성매매를 알선해 준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신OO/노래방 업주]
    "여기 OO노래방 가면 북한 아가씨들 많아요. (왜 북한 여성들 많아요?) 네, 거기 그 집에는 가서 북한 애들 불러 달라 그러면 북한 애들 불러주죠. 저희도 성매매 걸리니까 사장님하고 이렇게 서로 이렇게 흥정해서 (성매매) 가고 그러더라고요. 온 아가씨하고 직접 거래 하셔야 돼."

    [박OO/마을 주민]
    "결국, 피해 보는 건 이 지역 주민이죠. 강제로 하는 건 아니고 돈 들고 지가 찾아가는 거야. 남자들이."

    티켓 다방에서 일하는 탈북 여성들은 대부분 정부가 제공하는 임대 아파트를 두고 다른 지역으로 건너와 일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신변보호를 맡은 관할 경찰서도 애를 먹습니다.

    [양평경찰서 관계자]
    "주소지 기준으로 (탈북 여성의) 신변보호 업무를 하는데요. 공부상 주소상 양평이 아니면 누가 어떻게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이곳만의 일이 아닙니다.

    경기도 안성과 화성, 평택, 용인 등 농촌과 도심 지역에 있는 티켓다방에서도 탈북 여성들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 용인의 한 다방.

    이곳에서 일하는 25세 탈북 여성은 정착 교육을 마친 후 곧바로 티켓다방 일을 시작했다고 얘기합니다.

    [H탈북여성/다방 종업원]
    "(하나원을) 나와서 5일 만인가 식당 일 해봤어요. 그것도 마땅하지 않아서 다른데 생산직 이런 데 들어가려고 하다가 안 되서..(뭐가 안 돼요?) 돈이 안 돼서.."

    정부에서 새터민에게 주는 정착금은 700만 원.

    이 중 400만 원을 먼저 일시금으로 주는데, 탈북 브로커에게 300만 원 정도를 떼어주고 나니 먹고 살길이 막막해졌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 때문에 티켓다방 일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

    [E탈북여성/다방 종업원]
    "우리 혼자 살자고 여기 온 건 아니에요. 만약에 혼자서 살려고 왔으면 이런 일도 안 해요."

    6년 전, 중국을 거쳐 탈북한 황 모 씨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한국에 정착 후 1년 동안 작은 무역 회사에서 경리 일을 봤지만, 결국 유흥업소에 발을 들였습니다.

    역시 돈 때문이었습니다.

    [황OO/탈북 여성]
    "(월급이) 120인데 점심밥도 본인 부담. 4대 보험제하고 뭐 제하고 90만 원 밖에 안돼요. 가족한테 보내주는 건 생각도 못해요, 그 월급 갖고는. 저 진짜 옷 사 입을 돈도 빡빡해요."

    티켓다방에서 일한 이후론 가족들에게 돈을 부쳐줄 수 있게 됐습니다.

    [황OO/탈북 여성]
    "500만 원 보내주거든요. 500만 원 보내주는데 거기서 이제 (브로커가) 30% 떼요."

    지난 8월 기준으로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는 3만 명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70%인 2만 명 이상이 여성이고, 갈수록 그 숫자는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탈북 여성들은 저학력에 특별한 기술도 없다 보니 식당이나 공장 등에서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을 하고 있고, 이로 인한 빈곤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5년 전 북한을 탈출한 임서영 씨.

    미용기기 제조업체를 다니면서, 주말엔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따기 위해 사비를 들여 학원을 다닙니다.

    [임서영(가명)/탈북 여성]
    "자영업을 하든 뭘 하든 컴퓨터를 좀 알아야겠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이라도 늦은 걸 후회하면서.."

    현재 월수입은 130만 원, 일용직을 하는 남편과 중학생 아들을 부양하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임서영(가명)/탈북 여성]
    "한 달에 130만 원 벌었으면 30만 원 남기가 힘들어요. 세금 내고 학원비 내고. 그 30만 원 갖고 저도 진짜 쪼개고 쪼개고, 거기서 또 5만 원 저축하면서.."

    그래도 지금은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월 100만 원은 꿈도 못 꿨습니다.

    [임서영(가명)/탈북 여성]
    "제가 화장품 회사에 있을 때는 85만 원. 그때 화장품 회사 시금이 5천 원이었어요. 우리는 배달을 시켜먹었는데, 남는 반찬도 그냥 좀 깨끗이 먹었으니까 그냥 다 싸가지고 와서 집에서 먹고.."

    올 초 한국에 도착한 46살 남 모 씨는 몇 시간짜리 아르바이트라도 구하고 싶은 마음에 취업박람회가 열리면 꼭 찾아다닙니다.

    일을 구하기 전엔 정부에서 6개월 동안 주는 월 45만 원의 생계수급으로 버텨야 합니다.

    [남OO/탈북 여성]
    "한 번은 식당에 가봤어요. 체력 때문에 계속 불합격이 되는 거예요. 여기 가나 저기 가나. 그리고 동료 분들도 같이 가봤어요. 근데 그분들도 역시 다 20대 아이인데 불합격된 거예요."

    면접을 보러 가도 북한 출신이라는 게 걸림돌이 된다고 합니다.

    [남OO/탈북 여성]
    "어디 사장이고 보면요. 북한 사람 안 쓰겠다. 그래요.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고. 그런 말 한때 제가 가슴 아프더라고요. 왜 그러지. 왜 북한 사람들은 뭐가 달려서.."

    국내에 들어오는 탈북자들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해마다 늘어 지난해엔 80%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들 탈북여성의 연령대는 점차 낮아져 20~30대가 58%를 차지합니다.

    [현인애/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
    "북한에서 여성에 대한 통제가 남성보가 상대적으로 약해요. 남자들은 다 의무적으로 직장에 나가야 되지만 (여성들은)시장에서 장사할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래저래 여자들이 나올 수밖에 없고.."

    하지만, 탈북 여성들의 경제활동 상황은 점점 취약해지고 있습니다.

    남북 하나재단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탈북 남성의 고용률은 65%, 그러나 여성은 50%에 그쳤습니다.

    월 임금이 100만 원 이하인 여성 탈북민이 남성보다 3배 가까이 높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탈북민 중 여성이 절대다수지만 경제활동 상황은 더 취약한 겁니다.

    [현인애/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
    "결혼하고 애를 낳고 그래야 되니까 (탈북 여성의) 취직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고, 또 이 여성들이 3D 업종에 남자보다 더 많이 종사할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교육 수준이 평균이 떨어지거든요. 그러니까 아무래도 소득이 낮죠."

    실제로 매년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새터민 10명 중 7명은 여성입니다.

    하지만, 탈북 여성들의 실질적인 취업을 도울 수 있는 교육이나 훈련 시스템은 거의 없습니다.

    탈북자들이 한국 입국 후 입소하는 하나원과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하나센터 등에서 탈북자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한두 달간의 짧은 체험학습 수준이어서 실질적 취업과 소득으로 이어지긴 힘듭니다.

    [임서영(가명)/탈북 여성]
    "한 달 동안 교육을 받는다고 기간이 정해져 있는데 실제 가는 건 하루 6시간 동안 한 열흘 정도. 그냥 선생님들 따라가요. 강의도 들어가고 뭐 참관도 들어가고 박물관도 가고 이러면서.. 그런데 저희는 아무 이해를 못 하고 그냥 따라다니는 거예요."

    그나마 여성가족부가 지원하는 새일센터에서 작년부터 탈북 여성들을 위한 특화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교육을 받은 탈북 여성들 가운데 절반만이 일자리를 찾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만 정작 탈북자들에게는 생소한 것, 가령 컴퓨터나 영어 교육 등을 돕는 게 이들의 구직이나 경제적 자립에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권미혁 의원/더불어민주당]
    "탈북 여성이나 탈북자에 대한 정책적 관점이 굉장히 없고 그들의 그 시각에서 그들을 존중하는 사업을 안 해주는 것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있다고 해요. 그래서 탈북여성에 대한 사업을 그 여성들의 처지에 맞는 특수성을 고려해서 다각도로 만들어 줘야지 된다고 생각하고.."

    탈북 여성 10명 중 6명은 배고픔과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북한을 탈출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에서 뒤처져 취약계층으로 내몰리고, 적지 않은 이들이 유흥업소에 발을 들이고 있는 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황OO/탈북 여성]
    "북한에 돈 보내고 또 돈을 써야지.. 이게 근데 정착금 가지고 회사 생활하는 것만 가지고는 도저히 이게 안돼요."

    [임서영(가명)/탈북 여성]
    "여기 와서 보니까 다시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또 했어요."

    지금까지 우리의 관심이 이들을 우리 사회 울타리 안으로 받아들이는 것까지였다면, 이젠 이들이 자립해 권리와 의무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챙겨볼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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