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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최 훈 기자

'엉터리 건보료' 바뀌나?

'엉터리 건보료' 바뀌나?
입력 2017-01-23 11:04 | 수정 2017-01-2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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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 소득 99만 원 정도인 60대 후반의 이 모 씨는 작년에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함께 살던 작은 아파트를 물려받은 뒤 건강보험료가 3만 5천 원에서 17만 원으로 5배나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개인 택시를 모는 김 모 씨도 직장다닐 때 월급 400만 원에서 16만원 정도의 건보료를 냈지만, 퇴직하고 택시 기사를 하면서는 150만 원으로 소득이 줄었는데도, 건보료는 20만 원으로 더 늘어났습니다.

    반면 수백억 원대 자산가인 우병우 전 청와대 수석은 금융소득과 임대소득을 제외하고 월급에만 건보료가 책정돼, 36만 원 정도가 부과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이처럼 건강보험 부과체계가 불합리하다 보니 항의 민원이 한 해 6천만 건, 장기 체납자는 2백만 세대가 넘습니다.

    정부는 건보료 부과 체계를 개편할 방침인데, 과연 이번에는 합리적이고 공평한 개선 방안이 나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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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득현]
    "(건강 보험료 얼마나 내세요?) 그런 것까지 다 기억은 잘 못하겠는데요. (기억 안 나세요?) 네."

    [윤효원]
    "8만 7천 원 정도 내고 있는 것 같아요."

    [최경수]
    "한 30만 원 내는 것 같은데요."

    [오현주]
    "많이 부담돼요. 일단 금액 적으로도 부담되고 한 달에 한 번씩 계속 나가는 거니까."

    [최성현]
    "평등하게 책정이 되지 않고 불공평하게."

    [성 OO/민원인]
    "이게 무슨 놈의 복지 정책이 이런 나라냐고."

    [윤재하 부장/국민건강보험공단 은평지사]
    "저희 공단도 그렇지만 가입자 입장에서 봐도 부과체계는 일부 개선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 제도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훌륭한 제도로 평가받지만, 건강보험료만 놓고 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보험료가 부당하다며 항의하는 사람은 하루 평균 18만 명, 1년이면 6천7백만 건이 넘습니다.

    이렇게 불만이 많은데도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가 유지되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우리는 건강보험료를 공평하게 내고 있는 걸까요?

    개인택시를 모는 김원진 씨는 건강보험료만 생각하면 화가 난다고 합니다.

    한 달 내내 택시를 몰고 버는 돈은 월 150만 원 정도 여기서 건강보험료로 매달 20만 원이 나갑니다.

    [김원진/건강보험 지역가입자]
    "황당하죠. 20만 원 돈이면. (항의) 전화 3번 하고 나서 '아이고 됐다.' 인출은 또 새벽에 해가네. (아침부터 기분 나쁘게?) 기분 나쁘죠."

    재작년 정년퇴직하기 전만 해도 월급 400만 원을 받아 16만 원을 건강보험료로 냈습니다.

    지금은 소득이 반도 안되는데 건강보험료는 오히려 늘어난 겁니다.

    [김원진/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서민들이 보험료 한 달에 20만 원 돈이면 1년이면 240만 원입니다. (다른) 수입은 일절 없고 택시 해서 버는데 부담이 너무 큽니다."

    직장인이 회사를 그만두면 직장 가입자에서 지역 가입자가 되는데, 이렇게 되면 소득이 줄어도 건강보험료는 올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직장인들은 월급에서만 건강보험료를 떼면 되지만 지역가입자들은 소득뿐만 아니라 집이나 차 같은 재산에도 보험료가 부과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건강보험공단이 보는 재산과 서민들이 생각하는 재산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60대 후반 이 모 씨는 작년에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함께 살고 있던 집을 물려받았습니다.

    2억 원짜리 오래된 아파트인데, 이 가운데 1억 원은 은행 대출을 받은 겁니다.

    그런데 집을 상속받은 뒤 이 씨의 건강보험료는 3만 5천 원에서 17만 원으로 5배 가까이 껑충 뛰었습니다.

    [이 OO/건강보험 지역가입자]
    "굉장히 불합리한 거잖아요. 같은 나라에 살면서 왜 너는 집 하고 자동차 소득 다 따지고, 너는 그냥 소득에 대한 것만 따지고. 돈 없는 사람은 그럼 죽으라는 얘기밖에 안 되는 거잖아요."

    이 씨의 월소득은 99만 원.

    여기에서 물려받은 집의 대출금을 갚느라 매달 54만 원이 나가고, 아파트 관리비 15만 원 내고 나면 30만 원이 남는데, 그 중 건강보험료로 17만 원을 매달 내야 하는 겁니다.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 집을 팔까도 생각해봤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 건강보험료 때문에 작은 집 하나 갖고 있지 못한다는 게 도무지 납득이 안됩니다.

    [이 OO/건강보험 지역가입자]
    "너무 황당하고 이 나라가 진짜 서민들 잘살기가 너무 어렵고 힘든 나라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역가입자들에게 재산을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이유는 직장인과 달리 소득 파악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소득을 숨기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집이나 차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건데, 이렇다 보니 작은 집 하나, 낡은 차 한 대에까지 과다한 보험료를 부과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심지어 전세보증금이나 월세도 경제력으로 판단해 월세가 오르면 건강보험료도 오르게 됩니다.

    저소득층일수록 건강보험료가 더 가혹한 부담이 되는 겁니다.

    [유원섭교수/한양대학교 건강과 사회연구소]
    "채무도 있고 건강보험료 외에 다른 거에 대한 부담능력도, 경제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실 적은 보험료도 평균적으로 보기에는 보험료도 이분들에게는 상당히 부담이 많이 되는 거죠."

    46살 서민주 씨는 2012년부터 4년 넘게 건강보험료를 아예 못 냈습니다.

    식당 일을 다니면서 월 1백만 원도 못 벌 때가 많았고, 월세 40만 원도 내야 했습니다.

    그런 서씨에게 매달 건강보험료 3~4만 원은 내고 싶어도 낼 수 없는 큰돈이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200만 원이 밀렸습니다.

    [서민주(가명) 건강보험료 체납자]
    "애들 둘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생활비 쓰고 그러니까 보험료를 내야 되는 것보단 당장 생활이 급하고 월세 나가고 그런 게 급하고 먼저 쓰게 되다 보니까."

    소득은 없는 데 쓸 곳은 많다 보니 빚이 2,500만 원까지 늘었고 도저히 갚을 능력이 안돼 개인 파산 했지만, 건강보험료 체납금은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몸에 종양이 있다는 걸 알지만 병원에도 가지 못합니다.

    보험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하면 건강보험 적용을 못 받기 때문입니다.

    [서민주(가명) 건강보험료 체납자]
    "(병원 못 가시면 불편한 거 많지 않으세요?) 많죠. 아픈데 못 가니까 그 아픈 걸 다 혼자 참아야죠. (누가 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낼 수 있는데 안 내겠어요.) 그렇죠. 그건 정말 그래요.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처럼 5만 원 이하의 보험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한 사람들을 생계형 체납자라고 하는데, 134만 세대가 넘습니다.

    [김정숙/건강세상네트워크]
    "사회보험이라고 하는 게 국민을 보호해야 되는 건데 오히려 체납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실제로 통장이 압류된다거나 취업이 취소된다거나 이런 건 개인에게 너무 중요한 문제인 거잖아요."

    [유원섭교수/한양대학교 건강과 사회연구소]
    "특히 소득이 낮으신 분들, 또 소득이 없는 분들에게 부담 능력을 고려해서 보험료를 낮게 책정하거나 아니면 면제하는 방식이 먼저 고려돼야 할 거 같고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정부도 이들이 도저히 보험료를 낼 수 없다는 걸 알지만 현행법상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체납자들의 통장을 압류하거나 독촉장을 끈질기게 보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소득이 있을 리 없는 초등학생들에게까지 독촉장이 날아옵니다.

    부모가 없거나 부모와 따로 사는 아이들이 대부분인데, 미성년자라도 누구나 기본 점수가 부여돼 보험료를 내야하고, 국가 지원금을 받거나 월세에 살아도 보험료가 부과되는 겁니다.

    [이지유 사회복지사]
    "근로 능력이 없는데도 이렇게 부당하게 징수를 당해서 이렇게 빚쟁이처럼 독촉장을 맨날 받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런데 이 아이들이 이 독촉장을 봤을 때 어떤 마음이 들까."

    이렇게 낼 수 없는 사람들까지 보험료를 압박하는 건강보험이지만, 건강보험 가입자 5천60만 명 모두가 보험료를 내는 것도 아닙니다.

    전체 가입자 중 2천만 명은 합법적으로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있습니다.

    이른바 피부양자 제도 때문입니다.

    경기도에 사는 장 모 씨는 10억 원이 넘는 재산이 있고, 매달 2백만 원의 퇴직 연금을 받으며 3천CC 고급 차를 탑니다.

    예전엔 29만 원의 건강보험료를 냈지만, 5년 전부턴 한 푼도 내지 않습니다.

    직장인인 아들의 피부양자로 들어간 겁니다.

    피부양자가 되려면 재산이 9억 원이 넘으면 안 되지만, 재산 일부를 아들에게 증여해 본인 재산 규모를 8억 8천 만에 맞췄습니다.

    여기에 이자 소득과 연금 소득, 기타 소득이 각각 4천만 원을 넘지 않으면 피부양자가 될 수 있습니다.

    각각 3,900만 원, 합해서 매년 1억 1천만 원의 소득이 있는 경우에도 건강보험료는 한 푼도 내지 않는 겁니다.

    [도석분 차장/건강보험공단 은평지사]
    "(금융소득 4천만 원이란 건 통장에 한 2~30억 있어야 될 텐데) 아니죠. 요즘은 이자가 이율이 싸니 제가 생각했을 때 한 50~60억 원 넘어야 (금융소득이) 4천이 넘어간다고 봅니다. (2~30억 있으면 전혀 부과 안 되는 거네요.) 안 되죠. 피부양자에 그대로 올라가는 거죠."

    김종대 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도 이사장을 그만두면서 아내의 피부양자가 돼서 한동안 건강보험료를 전혀 안 냈습니다.

    김 전 이사장 스스로 이런 사실을 밝히며 건강보험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남은경 국장/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현재 피부양자는 전체 국민 중에 한 40%에 해당 되고요. 그중에 소득이 있는 분들이 저희가 확인한 결과로는 한 190만 명 정도 숫자로는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결국, 소득 100%가 드러나는 유리지갑 직장인들만 건강보험료를 버는 만큼 고스란히 내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직장인이라고 다 같은 직장인은 아닙니다.

    한 시민단체가 고위 공직자 37명이 신고한 재산과 소득을 근거로 건강보험료를 추정해봤습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14억 원의 건물과 예금 25억 원, 채권 2억 원을 갖고 있어서, 여기서 나오는 이자 수익이 연 4천700만 원 정도일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최저임금 근로자의 연봉을 뛰어넘어 웬만한 직장인 연봉보다 많지만, 이런 이자/임대소득은 7천2백만 원을 넘지 않으면 보험료가 전혀 부과되지 않습니다.

    즉 우 전 수석에게는 근로소득인 연봉 1억 3천만 원에 대해서만 건강보험료 37만 원 정도가 부과되는 겁니다.

    [남은경 국장/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종합소득이 만 원에서 7,200만 원까지 생겨도 그것은 소득으로 간주하지 않고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는 것이죠. 그럼 그거는 근로 소득만 있는 일반 근로자들과 비교했을 때는 소득 역진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원종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문체부 장관 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직장인의 경우 통장에 4~50억 원이 있어도 이에 대한 건강보험료는 부과되지 않는 겁니다.

    [정형준 정책국장/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상한선이 있다든가 이런 것 때문에 거꾸로 부자들이 덜 내게 되는 그런 구조로 되어 있죠. 특히나 지역으로 가게 되면 재산이 많은 쪽이 훨씬 더 조금 냅니다. 재산이 적은 쪽에 비해서 물론 돈은 더 내지만 비례해서 늘어나는 게 아니고요. 비례해서 점점 조금 내게 된다. 이게 가장 큰 문제고요."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알고 4년 전부터 전문가 중심의 기획단을 만들어 부과체계 개편안을 마련했지만, 각계 반발에 부딪혀 최종 확정을 못 내리고 있습니다.

    정부 개편안의 핵심 내용은 자동차와 부동산 등 재산에 부과하던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소득 중심으로 부과하겠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소득이 적은 저소득층의 부담은 다소 줄어들 수 있지만 고액 자산가들 역시 재산에 대한 부과가 줄어 형평성과 사회정의에 어긋난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정형준 정책국장/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자산 불평등에 대해서는 형평성을 전혀 가져갈 수 없으니까 그 부분은 저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되고 그렇게 설계를 잘못하면 두고두고 근로소득에 대해서만 주되게 부과를 시킬 텐데 그러면 유리지갑만 주로 터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성형외과와 피부과 등 일부 병의원과 장례식장 등 현금 결제가 많은 일부 자영업, 부동산 임대소득의 경우 소득 파악이 여전히 어려운데다, 재산은 많지만 소득이 적은 부동산 재벌 등이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는 겁니다.

    [이준호/공인회계사]
    "일례로 월세가 많이 나오는 부동산보다 자산 가치가 높은 부동산에 전세로 임대를 놓게 되면 실제로는 월세 소득이 발생하지 않거나 일반적인 경우보단 적게 발생하니까."

    지금의 건강보험료 체계는 1998년에 만들어진 큰 틀이 20년째 유지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0번의 연구 용역을 벌였지만 각계각층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다 보니 근본적인 개선 방향을 찾지 못한 겁니다.

    [허윤정 교수/아주대학교 의과대학]
    "건강보험이라고 하는 것이 전 국민에게 해당하는 사회보험이기 때문에 모든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가장 공평하게 부과되는 것이 맞고요. 여기서 공평이라고 하는 것은 같은 액수가 똑같이 부과된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능력에 맞는..."

    정부는 내일 건강보험료 관련 공청회를 열어 새로운 개편안을 발표하고, 각계의 의견을 듣기로 했습니다.

    저소득층의 부담을 덜고, 고소득자의 무임승차를 방지할 수 있도록 꼼꼼한 설계와 세심한 개선방안이 마련됐는지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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