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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민병호 기자

고발은 짧고 고통은 길다?

고발은 짧고 고통은 길다?
입력 2017-02-06 11:11 | 수정 2017-02-2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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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소식이 들려오는 ‘최순실 게이트’.

    우리 사회 어느 부문 하나 거론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국정 농단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자행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국민들이 더욱 의아한 것은 이렇게 이 지경이 되도록 그동안 밖으로 전혀 알려지지 않았냐는 것입니다.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내부에서 문제제기 또는 고발이 있었다면 달라졌을까? 2580이 만나본 우리 사회 각 분야의 내부 고발자, 그들의 현실은 그야말로 비참했습니다.

    신상이 노출되는 것은 기본이고 집단 따돌림, 해고까지... 공익을 위해 나선 내부 고발자들을 보호하는 일은 당사자만을 위한 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체질을 건강하게 하는 데 미룰 수 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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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조]
    "자기한테 이익이 되면 옳고 그름이 아니라 틀리더라도 틀린 것을 맞다고 해주는 것이 사회다. 그걸 내가 뼈저리게 느꼈다."

    [안종훈]
    "법이고 정의고... 상식이 통하는 게 아니라 '너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해봐. 우리가 계속 져? 괜찮아 우리 져도 또 하면 돼' 결국은 힘인 거예요. 지쳐서 나가떨어지는 거죠."

    [이해관]
    "공익제보자들 사이에 유명한 말입니다. 고발은 짧고 고생은 길다고. 정말 너무도 피폐해지신 분들 많아요."

    자기가 속한 조직의 비리를 외부에 알려 공공의 안전과 권익을 지키는 사람을 내부고발자 혹은 공익제보자라고 합니다.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잘못들을 고쳐나가고 부패를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긴 하지만 이같은 결정을 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2580이 만난 내부 고발자들에게는 예외 없이 보복이나 불이익, 또 조직의 배신자라는 견디기 힘든 꼬리표가 따라붙어 있었습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2011년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

    스위스의 한 재단이 주관한 이 선정 사업에 제주가 후보로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는 등 전 국민 참여 캠페인이 벌어졌습니다.

    문제는 전화투표 요금이었습니다.

    국제전화 식별번호인 001로 시작하는 단축 번호를 내걸고 캠페인에 가세한 KT가 실제론 국내 회선을 이용하면서 국제전화 요금을 받은 겁니다.

    쉽게 말해 전화 투표자들이 실제로 외국에 있는 재단에 전화한 게 아니라 KT가 국내 회선으로 걸려온 전화 수를 집계해 결과만 재단 쪽에 전달하는 방식이었다는 얘기입니다.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린 건 KT 직원이었습니다.

    [이해관]
    "국제전화 아닌데 국제전화 요금 청구하면 사람들 다 속을 수밖에 없어요. 제가 내부자였으니까 그게 가짜 국제전화였는지를 알지..."

    KT는 이렇게 전화투표 요금은 국내요금보다 3배 이상 비싼 180원을 받았고 문자투표요금은 국내요금보다는 100원, 국제요금보다도 50원 비싼 150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해 KT에 내려진 처벌은 과태료 350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이해관]
    "부당이익이 되려면 100원이다 이렇게 홍보하고 150원을 받았으면 부당이익인데 150원이다. 그리고 150원 받았기 때문에 부당이익이거나 사기는 아니다 라는 게 우리나라 감독기관의 판단 내용이죠."

    몇 명이 전화투표에 참가했는지 또 여기서 얻은 이익이 얼마인지 KT는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았고 소비자들에게 보상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해관]
    "사람들이 150원, 100원 받자고 그 소송을 내겠습니까. 반면에 다수와 관련돼 있기 때문에 통신사는 많은 이득을 보기 때문에 이런 경우를 관리, 감독 당국에서 제대로 제재하지 않는 한 소비자 소송 같은 게 발생할 수 없습니다."

    대신 이 사실을 국민권익위원회에 고발한 이해관씨는 보복성 징계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집에서 90km 떨어진 곳으로 근무지가 변경됐고

    [이해관]
    "근무지를 경기도 가평으로 바꾼다는 문자 한 통만 보내서 제가 이제 가평으로 날아가게 된 거죠. 그 당시 저희 집은 경기도 안양이었고요. 출퇴근을 하면 합해서 한 5시간 30분, 40분 그 정도 걸렸습니다."

    허리디스크로 병원에 입원하게 돼 진단서를 제출하며 병가를 신청했지만 KT는 무단결근이라며 이씨를 해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전보와 해고 모두 보복성 인사로 판단된다며 취소하라는 보호 조치 결정을 내렸지만 KT는 이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때부터 시작된 기나긴 법정싸움.

    1심, 2심, 대법원까지 모두 이해관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다시 직장으로 돌아오는 데는 3년 2개월이란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해관]
    "국제전화 아니니까 국제전화 아니라고 얘기한 게 전부인데 그 이후로 너무 많은 일을 겪고 누구나 어느 직장 선택할 때 나는 내부고발자가 돼야지 이래갖고 입사하진 않았을 거 아니겠어요? 저도 KT라는 회사가 굉장히 좋은 회사고 제 청춘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회사인데."

    작년 11월 서울시 교육청 행정감사.

    한 사립고등학교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사학비리로 유죄 판결을 받은 행정실장을 퇴직시키라는 교육청의 처분은 4년째 거부하면서 이를 제보한 교사에게는 징계를 반복하고 있다는 겁니다.

    [서울 OO고 교장]
    "공익 제보자를 탄압한 나쁜 교장이라고 하는데 저는 도대체 이해가 안 됩니다. 공익제보자라고 하는데 그럼 공익 제보자라고 하는 게 뭐에 근거해서 공익제보자가 되는 거고..."

    [안종훈 교사/서울 OO고]
    "학교라는 교육기관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곳이고요. 제가 교사잖아요. 교사로서 잘못된 일을 봤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외면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두 차례의 파면과 복직, 그리고 네 차례의 직위해제.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와 서울시교육청, 법원까지 모두 안종훈 교사의 손을 들어줘 그나마 매번 학교로 돌아올 수는 있었지만 그 과정은 견디기 쉽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가장 먼저 진행된 건 대대적인 제보자 색출작업.

    [안종훈 교사/서울 OO고]
    "교무회의나 이럴 때 우리 학교 내부에 아주 불순한 인간이 학교를 어렵게 만들려고 했다. 이런 식으로 여론몰이를 하고...문제없는 학교를 이런 식으로 음해해 가지고 학교를 망가뜨리는 사람이 누구냐 나와라..."

    교육청, 감사원 등 여기저기 연락해봤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습니다.

    [안종훈 교사/서울 OO고]
    "교육청 답변은 선생님이 그냥 안 했다고 하시면 돼요. 이게 끝인 거예요...(감사원에서도) 아휴 교사들이 이렇게 순진하다, 안 했다고 하시는 거예요. 원래 그럴 때는. 아직 이거는 선생님이 피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제가 뭔가 문제를 당해야만 그때서야 해 줄 수 있다는 답변밖에 없더라고요."

    급기야 교장이 제보자가 누군지 공개해버렸고 이후 배신자가 되어 버린 안 교사에게는 집단 따돌림과 보복성 조치가 이어졌습니다.

    [안종훈 교사/서울 OO고]
    "수업 하나도 없고요. 업무를 안 주는 거죠. 제대로 된 업무. 청소담당 구역 검사하는 것 그리고 애들 급식시간 점심시간 때 줄 세우는 것... 저 사람은 학교에서 저런 사람이고 저런 대우를 받는 사람이야 하고 낙인을 찍어놨을땐 어느 누구도 그 사람 곁에 올 수가 없는 거예요."

    외부에서 공익 제보라고 인정해도 조직 내부에서는 죄인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

    안 교사는 불안과 우울 증세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고 했습니다.

    [안종훈 교사/서울 OO고]
    "7개월, 8개월 정도 약을 먹었던 것 같아요. 정신과 치료약을 먹고...회사나 이런 데서 마음먹고 이 사람 괴롭히면 못 버틴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기면 뭐해요. 이기면 그냥 복직시켜주고 그동안 급여 계산해주고 없어요. 아무것도."

    현재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은 공공분야를 위한 부패방지법과 민간분야를 위한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으로는 공익제보자의 신분 노출을 막기 힘든데다 이에 따른 행정조치도 강제성이 없다 보니 끝없는 소송 싸움으로 가기 마련입니다.

    [이지문 상임대표/내부제보실천운동]
    "권익위가 조사해서 '맞다 다시 원상회복 시켜라.' 하더라도 끝나는 게 아니라 그걸 해당 기업에서 행정소송을 내요. 권익위상대로. 우리가 정당하게 징계한 걸 너희가 뭔데 다시 복직시키라고 하냐. 행정 소송하면 그 자체가 또 몇 년 갑니다. 그 기간동안 내부고발자는 계속 방치돼 있는 거죠."

    또 사립학교는 부패방지법 대상에서 제외돼있고 공익 제보의 대상이나 방법 역시 제한적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지문 상임대표/내부제보실천운동]
    "지금 법은 정해진 기관, 공공기관 내지는 자기가 속해있는 기업이나 단체에 했을 때만 보호를 받을 수 있고 언론, 시민단체, 종교단체, 노조와 같은 공공기관 아닌 곳에다가 신고했을 때는 사실 관계를 떠나서 보호를 원칙적으로 못 받습니다."

    제약회사 연구원이었던 최성조씨는 6년 전, 사직서를 내고 회사를 나온 뒤 국민권익위원회에 내부비리를 고발했습니다.

    자신이 다니던 제약회사가 원료의 약품을 생산할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마치 신제품을 만든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낸 건강보험료를 부당하게 편취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권익위의 이첩을 받은 관세청이 실제로 원료에 관한 수입 서류가 대량 위조된 것을 밝혀냈을 때만 해도, 일은 쉽게 끝나는 듯했습니다.

    [최성조/제약회사 전 직원]
    "추징금은 147억. 벌금은 (19억 원) 이렇게 때렸어요. 그래서 이게 검찰로 넘어갔어요. 근데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된 거예요. 검찰에서부터..."

    그런데 검찰에서는 제약회사가 스스로 인정한 밀수입 8건만 약식 기소해 벌금 7억 원만 부과했을 뿐, 제조 기술이 있는지 여부는 조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애초 문제를 제기했던 건강보험재정의 부당 편취 부분은 유야무야된 겁니다.

    [최성조/제약회사 전 직원]
    "권익위도 이걸 관세법 위반을 조사해 달라고 한 게 아니고 회사가 정부기관을 속이고 보험약가 높게 받아서 편취한 사기에 대해서 조사해 달라고 했던 거거든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전문가들은 권익위원회에 조사권이 없는 게 그 이유 중의 하나라고 지적합니다.

    [김영수 대변인/내부제보실천운동]
    "권익위에 조사권이 없어요. 조사권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깊이 있게 파헤치지 못한 상태에서 검찰이나 경찰로 이첩을 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거기에서 제대로 사건이 파헤치지 못하는 사건들이 많아요."

    결국, 최성조씨가 직접 증거를 들고 5년 가까이 복지부와 식약처, 국회 등을 쫓아다닌 끝에 건강보험공단은 지난달에야 제약회사를 상대로 과다하게 받아간 보험 약재 비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렇게 스스로 제보 사실을 입증하는 동안 최성조씨는 직장과 가정을 잃어야 했고 앞으로의 미래마저 막막한 상황입니다.

    [최성조/제약회사 전 직원]
    "이제는 국내 제약회사에 들어갈 순 없는 거고... 어떤 길을 찾아서 어떻게 해야 될 것인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같은 현실 때문에 내부고발자 보호와 지원을 위한 제도적 보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내부 제보자 신변 보호를 위해 변호사를 통해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게 했고, 캐나다는 내부 고발 사건만 전담으로 조사하는 기관이 마련돼 있습니다.

    또 영국에서는 사실 관계를 입증할 책임을 제보자에게 지우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국회에서도 이같은 외국 사례를 기반으로 조만간 기존의 법을 보완하거나, 새로운 내부고발자 보호법안을 조만간 제출할 예정입니다.

    [민병두/국회의원]
    "제일 중요한 것은 공익제보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해요. 따돌림을 받지 않아야 해요. 혹은 공익제보자의 아이들까지도 미래가 안전한 게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순수하지 않은 의도를 갖고 조직을 음해하거나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일도 간혹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허위사실유포나 해사행위인데, 이런 행위와 내부고발은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안종훈 교사/서울 OO고]
    "고자질하는 것하고 내부고발 고발이라는 개념하고 다른 거거든요. 고자질은 자기의 사적 이익을 위해서 하는 일러바치는 행위라고 한다면 공적인 것과 이거는 구분을 해줄 필요가 있는 거죠."

    내부고발은 일이 터진 이후 수습하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을 사전에 줄이는 예방의 효과가 더 크다고 합니다.

    최순실 사태 역시 공무원 조직이나 기업 내부에서의 제보 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나라 전체를 뒤흔드는 대형 비리로 자라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공익을 위해 용기를 낸 사람들의 삶이 이전보다 나빠지지 않도록, 최소한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도록 제도로서 보호하는 일은 그래서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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