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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박진주 기자

사람 잡는 치유원

사람 잡는 치유원
입력 2017-05-01 12:07 | 수정 2017-05-0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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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 모 씨는 희귀난치병 환자인 5살 난 아들의 암을 고치기 위해 지난 2월 대구의 한 치유원에 입소시켰습니다.

    45일이면 말기 암도 완치된다는 치유원 원장의 광고에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지만 아들은 2주 만에 상태가 악화돼 결국 숨지고 말았습니다.

    김 모 씨도 유방암 환자인 아내를 이 치유원에 입소시켰다가 상태가 악화돼 지금은 움직이거나 말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버렸는데... 찜질과 관장 등 민간요법으로 말기 암을 고친다는 이 치유원의 실체는 무엇인지, 암 환자 가족들의 절박한 마음을 농락하는 무면허 의료행위가 끊이지 않는 원인을 짚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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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OO/난소암 환자]
    "난소암으로 그 크기가 아기 머리만 하다고 해서 그냥 죽을 수밖에 없었는데 여기 오게 됐어. 너무 감사하고."

    [이 OO/OO치유원 원장]
    "축하드립니다. 두 달 가까이 계시면서 그 어려운 암을 물리치셨다니까 얼마나 좋습니까."

    심각한 난소암을 치유원에서 고쳤다는 환자와 축하를 건네는 원장.

    말기 암 환자들이 주로 찾는다는 대구의 한 치유원 블로그에는 이런 동영상과 치료 수기가 숱하게 올라와 있습니다.

    원장은 자신이 만든 처방만 믿고 따라오라고 말합니다.

    [이 OO/OO치유원 원장]
    "1년 동안 열심히 노력하시면 원래대로 가지고 있는 암세포 찌꺼기가 다 떨어집니다."

    [박 OO/간암 환자]
    "여기를 알았더라면 이 자연치유법이나 이런 걸 알았더라면 아내를, 죽은 아내도 구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

    각종 불치병이나 말기암 환자도 45일이면 모두 완치될 수 있다는 기적 같은 말.

    병원에서 완치가 어렵다는 말을 들은 말기암 환자가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솔깃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게 이 치유원을 찾은 환자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경기도 오산에 사는 5살 민수(가명)는 한 살 때 '신경모세포종'이라는 희귀 난치소아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악성종양이 신경을 마비시켜 두 다리를 움직일 수 없게 되는 병입니다.

    [민수(가명)/아버지]
    "돌 지나고 한 6개월 지난 다음에 이제 아이가 못 걸어서(병원에 갔더니) 암세포가 발견됐다고 골수에서."

    수십 차례의 항암, 방사선 치료에 골수이식 수술까지 받은 뒤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2015년 암은 다시 재발했습니다.

    이번엔 머리까지 전이돼 더 이상 항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이었습니다.

    [민수(가명)/아버지]
    "잘 뛰어놀고 그래도 잘 이겨내고 항상 아팠다가 안 좋았다가도 우리 계속 이겨냈거든요. 계속 재발하고 하니까병원에서 점점 안 좋아질 거라고 준비를 좀 하라고."

    아버지는 운영하던 가게를 그만두고 아들 치료에 매달렸습니다.

    [민수(가명)/아버지]
    "아들 아프고 나서 차가버섯이라든가 상황버섯, 이런 게 (암에) 좋다고 해서. 산도 다니면서 시간 날 때마다 산에 가서 (약초) 캐 와서 먹이기도 하고."

    그러던 지난 2월 초.

    암 환자에게 좋다는 항암 식품을 검색하다 이 치유원 블로그를 발견했습니다.

    [민수(가명)/아버지]
    "(전국) 안 가본 데 없이 다 가봤는데 100% 고칠 수 있다고 얘기한 데는 여기밖에 없었고 거기에, 너무 절실하다 보니 믿게 됐던 것 같아요."

    민수 부모는 곧바로 민수를 병원에서 퇴원시키고 치유 원으로 데려갔습니다.

    [이 OO/OO치유원 원장]
    "(치유원을) 운영한 건 십몇 년 넘었습니다. 연구한 것으로는 20년 30년 넘었습니다. 노벨 의학상을 받겠지요. 그게 내 꿈입니다."

    [OO치유원 원장 부인/입소 상담 당시 녹취]
    "(암이) 나아서 정말로 걸어서 거기 입원했던 병동에 한번 가 봐요. 얼마나 좋겠어요. 지금 암 치유되는 데가 없거든요. 방긋거리며 한번 가봐요. 그 사람들이 얼마나 희망이 나요."

    치유원 입소 비용은 45일 코스에 1065만 원 그동안 쌓인 빚도 많았던 민수 아버지에겐 큰돈이었지만 아들을 살리기 위해 또 다시 빚을 내 우선 550만 원을 냈습니다.

    [민수(가명)/아버지]
    "자기 아내도 죽다가 살아난 것 두 번 정도 고쳤다고 얘기를 했고 고친 사람 엄청 많다. 저희가 갔을 때 (암 환자가) 한 분 더 들어와 있었어요.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원장의 치료법은 단순했습니다.

    특공 훈련이란 이름의 단식과 냉온 찜질 바람을 쐬는 풍욕과 된장 찜질 그리고는 몸속 노폐물을 빼내야 암 덩어리를 없앨 수 있다며 소금물과 커피 물로 원장이 직접 관장 시술을 했습니다.

    [민수(가명)/아버지]
    "뜨거운데 갔다 찬물 들어갔다 왔다갔다하면서 (찜질) 했고 직접 만든 된장인가 해서 그 배에다 올려놓고 찜질하는 것도 했다고. 관장 같은 것도 아침, 오전 오후로 했다고."

    하지만, 이런 시술을 받은 뒤 민수는 얼굴에 멍이 생기고 체중이 급격히 줄어드는 등 몸 상태가 더 악화됐습니다.

    [민수(가명)/아버지]
    "제일 안 좋은 부위로 (독소가) 빠진다고 안 좋은 게. 그리고 눈 멍든 건 지금 혈액순환이 잘 안 되고 있지만 금방 좋아질 거라고."

    민수는 입소한 지 2주일 만에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갔고, 결국 그날 숨졌습니다.

    사망 당시 체중은 평소보다 6kg이 줄어 15kg에 불과했습니다.

    병원 의사에게 들은 말은 기가 찼습니다.

    [민수(가명)/아버지]
    "(의사가) 어떻게 애가 이렇게 있다가 왔냐고. 피검사하려니까 피도 잘 안 뽑히고 피검사 겨우 했는데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같은 게 다 거의 0으로 나왔고."

    의사들은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을뿐더러 소금물 관장이나 찜질 같은 민간요법을 함부로 실시할 경우 더구나 그 대상이 몸 상태가 나쁜 환자들일 경우엔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박중원 교수/국립암센터 간암센터]
    "소금물이 우리 체내보다 훨씬 전해질 농도가 높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탈수를 조장할 수 있고 환자분들의 전해질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그것 자체만으로도 해로울 수 있고 또 미숙한 관장 기법에 따라서 관장하면, 장도 손상을 입을 수 있고."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시술이지만 사정이 절박한 암 환자 가족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뭐든 매달리게 마련입니다.

    이 치유원에는 이렇게 원장을 믿었다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환자가 또 있습니다.

    김화석씨가 집이 아닌 요양병원으로 퇴근한 지 벌써 두 달째 이곳에 아내가 있습니다.

    "일어날까, 일어나자."

    유방암 환자였던 아내는 이젠 혼자 몸을 일으키지도 말 한마디 하지도 못하는 상태가 돼버렸습니다.

    [김화석/피해자 남편]
    "(치유원에) 들어가기 전에는 혼자 병원도 다니고 그랬어요. 때론 내가 같이 가기도 했지만 식당 할 때는 주방일 맡아 할 정도로 (건강) 했는데."

    김씨는 말기암도 100프로 고쳐주겠다는 광고를 보고 지난 2월 아내와 함께 문제의 치유원에 입소했습니다.

    [김화석/피해자 남편]
    "1분 냉온욕 하는 과정이 있어요. 냉탕에 1분, 온탕에 1분. 그걸 7번을 반복하는데 그걸 시켰다고 하더라고요. 건강한 사람도 조금 힘든 일인데."

    원장은 병원에 가지 않아도 자신이 만든 효소 제품을 수시로 복용하면 통증이나 종양의 크기가 줄어든다고 했다고 합니다.

    [김화석/피해자 남편]
    "간 청소한다고 그래서 그것도 먹고(성분이) 뭔지는 모르지만 이걸 먹으라고 하면서 자기 하라는 대로 따라서 하면 나을 수 있으니 따라해야 한다고."

    하지만, 아내는 입소한 지 이틀 만에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갔고, 넘어지면서 뇌손상을 입어 하반신 마비까지 생겼습니다.

    그런데도 치유원장 부부는 여전히 현대의학을 믿지 말라고 했고,

    [이 OO/OO치유원 원장(환자 가족 녹취)]
    "병원에 MRI 있죠? MRI는 찍을 필요 전혀 없습니다. MRI 찍으면 반드시 누워서 찍어야 되기 때문에 뇌압이 탁 올라갑니다."

    자신이 의사인 양 치료방법을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이 OO/OO치유원 원장]
    "어머님 목 뒤, 경추 1,2,3번 뼈가 딱 없어지는 경계 부분을 한 5초씩 누르고 5초 쉬고."

    그러면서 빨리 치유원에 돌아오라고 꼬드깁니다.

    [이 OO/OO치유원 원장]
    "병원에서는 방법이 없으니까. 다른 검사 자꾸 하면 안 됩니다. 빨리 다시 여기 와야 합니다. 제가 낫게 해드릴게요."

    아내의 암이 낫기는커녕 오히려 증세가 악화되자 김씨는 후회의 마음뿐입니다.

    [김화석/피해자 남편]
    "이렇게 되고 보니 내가 판단이 잘못되었구나! 내 판단 하나 잘못되어 가지고 집사람 수명을 단축한 게 단축시킨 게 아닌가 제 스스로가 참 후회스러울 뿐입니다."

    대체 원장부부는 무슨 근거로 암을 고친다고 자신했을까?

    해당 치유원을 찾아가봤습니다.

    원장부인은 남편인 원장이 공부를 많이 해 효소 발효와 풍욕 등 자연 치유법을 직접 연구했다고 말합니다.

    [OO치유원 원장 부인]
    "남편이 책을 읽잖아요. 공부를 해요. 인터넷도 하고 여러 사람 유튜브도 항상 봅니다. 유튜브 보면 그 동영상 많이 나오잖아요."

    물소 뼛조각 등 기구를 사용해 온몸을 문지르고 자극하는 괄사 마사지가 암 치료에 효과가 있는데 이 또한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주장합니다.

    [OO치유원 원장 부인]
    "남편이 발효 공부도 했어요. (자격증이?) 네, 있어요 다. 그리고 중국에서 인정하는 괄사 자격증. 암 치료할 수 있었던 게."

    민수의 경우 너무 늦게 와서 어쩔 수 없었다며 하루만 살 수 있었던 말기암 환자의 생명을 오히려 연장시켜준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OO치유원 원장 부인]
    "그래도 하루만 산다고 하는 애를 두 주일 동안이나 안고 자고 먹고 했으면 행복한 거 아니에요?"

    동영상에 등장한 완치환자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다고 했더니 사실 친구나 친척이 많고, 그 중엔 병원치료를 받고 나은 사례도 있는 것 같다며 한 발을 뺐습니다.

    [OO치유원 원장 부인]
    "우리 친구의 사돈, 내 올케의 사돈, 언니, 이런 사람들이."

    취재진은 이 치유원에 입소했던 또 다른 환자를 수소문해 원장이 직접 만들었다는 효소 제품에 대해 물었습니다.

    [정 OO/치유원 입소자]
    "그 원장님 설명으로는 만병통치에요, 뭐 '병이 있으면 다 낫는다.' (암도요?) 암도. '암은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문제지 일단 낫긴 낫는다'"

    하지만, 효과는 없었다고 합니다.

    [정 OO/치유원 입소자]
    "차차 생활하면서 머리도 아파오고 소화도 안 되고 약을 또 먹어야 되고. 단식하기 전 상태로 돌아가는 거죠. 여자분들 보통 왜 다이어트 하면 요요현상 나타나잖아요. 그것과 똑같더라고요."

    경찰조사 결과 원장 이씨 부부는 30년 동안 세탁소를 하다가 2012년 치유원을 열었고 의료 면허와 전문지식도 전혀 없었습니다.

    경찰은 이 치유원에 입소했던 추가 피해자 3명의 신원을 확인하고 불법 의료행위와 사기 혐의로 치유원 원장 이씨를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지난 21일 이씨를 구속기소했습니다.

    [박정식 팀장/대구 북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 치료비를 받았는데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으로 엄하게 처벌됩니다.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되고."

    하지만, 이들에게 환자의 사망이나 병세악화에 대한 책임을 묻기가 만만치는 않습니다.

    피해자들이 주로 병원에서도 치료가 어려운 말기암 환자들이기 때문입니다.

    2년 전에도 말기암 환자 1,500여 명에게 자연치유를 해준다며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고 16억 여 원을 받아 챙긴 목사 부부가 구속됐지만, 집행유예로 풀려난 적이 있습니다.

    [신현호 변호사/의료소송 전문]
    "악결과가 무면허 의료행위로 발생한 건지 질병의 자연적인 경과로 발생한 건지 입증하기 상당히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검찰에서도 공소유지가 어렵단 이유로 무혐의 결정을 하거나 가벼운 형사처벌을 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번에 구속된 치유원장도 경찰조사에서, 풀려나면 다시 같은 일을 할 거라고 공언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신현호 변호사/의료소송 전문]
    "이건 거의 준살인 행위에 가까운 잘못된 행위입니다. 이런 행위에 대해 강력한 형사처벌을 통해 재범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거기서 얻는 경제적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형을 살다가 나와도 다시 이런 범죄를 재범하게 됩니다."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치료법.

    하지만, 기적을 믿고 싶은 사람들에겐 그것이 유일한 희망으로 비쳐질 수 있습니다.

    [민수(가명)/아버지]
    "암 고칠 수 있다고 하니까, 다 후회하고 속상해요. 다 미안하고요. 다른 사람들도 아픈 소아암 부모들 많은데 그 사람들도 만약에 (이런 상황이면)믿고 어떻게든 뭐라도 할 거에요. 부모라면."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환자와 가족들에게 고통을 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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