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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자원개발 해외 르포 32조 원 쏟아부었는데…

[스트레이트] 자원개발 해외 르포 32조 원 쏟아부었는데…
입력 2018-02-08 14:59 | 수정 2018-04-1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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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기자]
    고은상 gotostorm@mbc.co.kr
    권희진 heejin@mbc.co.kr


    ◀ 김의성 ▶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몽땅 예고편입니다. 본편은 아마 앞으로 계속되겠죠? 그런데 이 예고편 보통 1분 정도 나가는데 저희는 15분짜리 엄청난 규모의 예고편이 지금부터 나가게 되겠습니다.

    ◀ 주진우 기자 ▶

    스케일이 어마어마합니다. 그래서 예고편을 만들려고 한 분은 캐나다에서 한 분은 한국에서 취재했습니다. 권희진, 고은상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 김의성 ▶

    어떤 얘기를 해주실 건가요?

    ◀ 고은상 기자 ▶

    이명박 정부가 한국을 자원강국으로 만들겠다면 세계적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은 사업이 있습니다. 바로 해외자원 개발 문제인데요.

    지금 보시고 있는 게 2008년 이후 이명박 정부가 벌인 해외자원 개발 투자 세계지도입니다.

    캐나다에 5조 8천억 원 남미에 3조 호주에 6조 대륙별로 엄청난 돈을 썼죠.

    지금까지 30조 원이 넘게 투자됐는데, 손실만 벌써 13조 원입니다.

    이 가운데 저희가 처음으로 집중취재한 사업은 바로 캐나다에서 이뤄졌던 한국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사 인수 건입니다.

    ◀ 주진우 기자 ▶

    하베스트에 얼마나 투자했나요?

    ◀ 고은상 기자 ▶

    처음에 사러 갈 때 4조 5천억 원을 넣었습니다.

    ◀ 주진우 기자 ▶

    그래서 얼마를 건졌습니까?

    ◀ 고은상 기자 ▶

    0.1%, 40억 원 건졌습니다.

    ◀ 주진우 기자 ▶

    끔찍하네요.

    ◀ 고은상 기자 ▶

    캐나다 서부에는 하베스트가 가졌던 유전들이 있었고 동부 끝에는 엄청나게 낡은 날이란 이름의 정유시설이 있었습니다.

    원래는 서부 쪽 유전만 사는 게 목적이었는데 돌연 이 정유시설까지 같이 인수합니다.

    공교롭게도 이 계약이 결정되던 날 당시 석유공사 사장과 이명박 대통령이 함께 해외 순방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석유공사는 이 정유시설에서만 1조 7천억 원의 손해를 봅니다.

    한국언론으로는 최초로 캐나다 동부 끝 정유시설을 현지 취재했습니다.

    ◀ VCR ▶

    캐나다 동부의 뉴펀들랜드 섬.

    공항을 출발해 인적 드문 길을 달리기를 1시간 반.

    시뻘겋게 녹슨 석유 저장 탱크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어휴 녹이 엄청 많이 슬었네요. 겉으로 눈으로만 봐도 너무 많이 슬었네요 이게 1973년도에 지어진 거거든요, 이게."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09년 10월, 석유공사가 해외 자원을 확보한다며 1조 천억 원에 사들인 정유 공장입니다.

    73년에 지어졌으니 거의 반세기가 돼가는 낡은 시설.

    잦은 화재와 고장으로 86년에는 단돈 1달러에 팔린 적도 있는 골칫덩어리였습니다.

    [정유시설 현지 관계자]
    "경영진이 매일 1억 원을 손실보고 있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2008년쯤에 회사를 팔 거라고 얘기했어요. 만약에 팔지 못했다면 그냥 회사를 접었을 거예요."

    이런 정유 공장을 1조 1천억 원에 샀다는 소식에 석유공사 직원들도 깜짝 놀랐습니다.

    [김병수/한국석유공사 노조위원장]
    "(직접 정유시설 날 가보셨잖아요? 2012년도에) 깜짝 놀랐죠. 딱 거기 들어서자마자 거기 공장 전체가 다 까매요. 이게 정상적인 공장인가 싶을 정도로 첫 모습도 저는 충격이었고…"

    워낙 낙후된 시설이다 보니 개보수 등에만 또 6천억 원이 들어갔습니다.

    적자는 매년 1천억 원씩 쌓여갔습니다.

    결국 인수한 지 5년 뒤인 2014년 11월, 석유공사는 이 공장을 매각합니다.

    그리고 5백억 원을 손에 쥐었습니다.

    공장 구입비에, 투자비 등 1조 7천억 원을 불과 5년 만에 다 날린 셈입니다.

    ◀ 김의성 ▶

    자원외교의 난맥상에 대해서는 그동안 정말 수없이 이야기를 나눴는데 막상 이렇게 직접 취재한 화면을 보니까 더욱 참담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떻게 보셨어요?

    ◀ 주진우 기자 ▶

    가슴이 찢어집니다. 저거 다 제 돈이거든요. 국민 세금이거든요.

    ◀ 김의성 ▶

    인수비용 1조 1천억 원 수리비용이 6천억 원 그러니까 1조 7천억 가까운 돈이 들어갔는데 팔 때는 고작 5백억이었다, 이거 다 국민들 세금으로 때워야 하는 거 아닙니까?

    ◀ 고은상 기자 ▶

    예, 이 사업들 대부분이 공사가 빚을 내서 한 사업이고 정부가 상당부분 지급보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이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 상당히 높습니다.

    ◀ 주진우 기자 ▶

    그런데 그 공장을 사는 데 얼마나 걸렸습니까?

    ◀ 고은상 기자 ▶

    김의성 씨는 집을 살 때 보통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시나요?

    ◀ 김의성 ▶

    저는 평생 집을 한 번도 사본 적이 없습니다.

    ◀ 고은상 기자 ▶

    그럼 전세라도 일단…

    ◀ 김의성 ▶

    전셋집을 고를 때도 최소한 2주 정도 한 10군데 정도는 다녀 보면서 이리저리 비교하고.

    ◀ 고은상 기자 ▶

    당연히 직접 가보시잖아요.

    ◀ 김의성 ▶

    당연하죠.

    ◀ 고은상 기자 ▶

    그런데 석유공사는 단 사흘 만에 이 1조 1천억 원짜리 공장을 사겠다고 결정했습니다.

    ◀ 김의성 ▶

    사흘이요?

    ◀ 고은상 기자 ▶

    예, 그리고 심지어 현지 실사조차 안 했습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 주진우 기자 ▶

    그런데 그 돈 어디 갔습니까? 누군가 돈을 번 사람은 있을 거 아닙니까?

    ◀ 권희진 기자 ▶

    익숙하고 친근한 아주 잘 아는 회사가 여기서 등장하는데요. 지금까지는 이명박 정부가 왜 그렇게 막대한 손해를 보는 사업에 정확히 투자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해소가 되지 않았죠.

    그런데 이 회사가 다시 등장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자원개발사업의 의혹을 풀어줄 중요한 단서가 나타났다. 저는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 VCR ▶

    1조 1천억 원에 정유공장을 덜컥 인수했지만 석유공사는 정유공장을 운영할 경험도, 능력도 없었습니다.

    원래 이 공장은 스위스계 석유회사인 비톨이 2006년부터 실질적인 운영을 해오고 있었는데, 새로 공장을 인수한 석유공사는 비톨과의 계약을 끝내고 다른 운영자를 물색하기 위해 2011년 초, 관련 업체들을 비공개 접촉합니다.

    모두 6개 회사가 대상이었는데 영국의 브리티시 페트롤리엄, 프랑스의 토탈, 그리고 비톨과 중국의 유니펙 같은 세계적인 석유기업 5곳.

    그리고 2010년에 만들어진, 석유 업계에서는 생소한 신생 회사를 추가로 접촉했습니다.

    맥쿼리 에너지였습니다.

    [민용기/캐나다 교민(석유업체 18년 근무)]
    "("맥쿼리 에너지라고 들어보셨나요?") 아뇨, 못 들어봤습니다. ("전혀 처음 들어보시는…") 네, 처음 들어봅니다. ("시장에서 유명한 사업자가 아닌 거죠?") 처음 들어보니까 유명하고 말고 얘기할 것도 없이 처음 들어보는 거니까…"

    외국 회사들은 접촉하면서도 석유공사는 정유 공장 운영에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SK에너지, GS칼텍스 등 국내 업체들은 모두 배제했습니다.

    [정유회사 관계자]
    "석유공사로부터 날(NARL) 관련해서 입찰 참가나 운영 제안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결국 조건이 가장 좋다는 이유로 신생회사인 맥쿼리 에너지가 새로 운영을 맡게 됐습니다.

    그런데 2011년 초, 맥쿼리는 캐나다의 원유 시장 진출을 처음으로 선언했고, 얼마 뒤 석유공사가 맥쿼리를 접촉했습니다.

    결국 맥쿼리는 캐나다 원유 사업에 진출하자마자 정유공장을 사실상 운영하게 된 셈입니다.

    맥쿼리 에너지가 사실상 운영을 한다는 것은 정유사업의 핵심인 원료 구입과 제품 판매를 전담한다는 뜻입니다.

    맥쿼리가 원유를 사오고, 이 원유를 정제해 제품을 만들면 이를 맥쿼리가 구매해 시장에 판매하는 식입니다.

    맥쿼리는 3년 동안 11조 원 규모의 원유를 구매했는데, 구매금액에 대한 이자는 석유공사가 내줍니다.

    반면 6천억 원 정도 되는 공장 유지, 보수 비용은 전적으로 석유공사의 몫입니다.

    [오승훈/국제석유회계사]
    "정유시설을 인수 안 한 상태에서 정유공장 갖고 있는 효과를 만들 수가 있는 거죠."

    정유공장은 파산위기에 처해도 맥쿼리는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 정유공장의 제품은 미국에서도 가솔린 등의 소매가격이 가장 비싼 동부 지역에 공급됐습니다.

    맥쿼리가 상당한 돈을 벌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
    "("맥쿼리는 3년 동안 하면서 돈을 얼마나 벌었습니까?") 그거는 이제 모르죠. 거기에서 재무제표에다가 아 날(NARL)하고 관계해서 이만큼 굉장히 효과를 얻었다. 이렇게 발표하지 않는 한 알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정유공장은 매년 천문학적인 적자가 쌓였고, 석유공사는 2012년 결국 국내 회사인 SK에너지에 실사를 의뢰합니다.

    현지 실사를 마친 SK에너지는 맥쿼리가 운영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유시설을 운영하는 구조가 너무나 복잡해서 극소수만이 정확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승훈/국제석유회계사]
    "거래를 단순화시키고 투명성 있게 유지를 시켜야지 그게 기업의 영속성이나 투명성을 유지하는데 인정을 받고 기업 가치를 원활하게 유지시켜주지 복잡한 거래 구조는 검증하기 힘들거든요 그런 거를."

    원유 대금 등을 둘러싸고 돈이 오가는 구조가 불투명하다는 점이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라고 결론지었습니다.

    맥쿼리 에너지가 운영을 시작한 지 3년이 지난 2014년 11월 13일, 적자를 견디다 못한 석유공사는 결국 정유공장을 팔았습니다.

    1조 7천억 원을 쏟아부었지만 석유공사는 이 가운데 5백억 원만 겨우 건졌습니다.

    정유시설의 매각과 동시에 맥쿼리 에너지는 3년 동안의 운영을 마치고 이 정유공장에서 빠져나왔습니다.

    ◀ 김의성 ▶

    맥쿼리라는 이름을 들으니까 조금 생각이 달라지네요. 이 맥쿼리, 유명한 회사 아닙니까?

    ◀ 주진우 기자 ▶

    그렇습니다. 맥쿼리는 우리나라 사회기간망에 투자를 한 후에 거기에서 돈을 받는 그래서 돈을 버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맥쿼리가 우리 사회 전반에 이렇게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시절이었습니다.

    ◀ 권희진 기자 ▶

    2000년에 맥쿼리 IMM자 자산운용사라는 회사가 만들어지는데 이걸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이죠, 이상득 의원의 아들 이지형 씨가 사실 설립을 추진을 하고요. 2년 뒤 2002년에 이지형 씨가 맥쿼리 IMM자산운용의 대표이사가 됩니다. 한국 투자신탁 업계의 최연소 사장이었습니다.

    ◀ 주진우 기자 ▶

    그 당시에.

    ◀ 권희진 기자 ▶

    36살이었죠.

    ◀ 주진우 기자 ▶

    한국투자신탁업계 최연소 사장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습니다. 그 이후에 맥쿼리를 잘 아시는 것처럼 지하철 9호선이나 우면산터널 등 대표적인 민자 인프라 사업에 투자해 상당한 돈을 벌면서 굉장히 유명해졌죠.

    ◀ 권희진 기자 ▶

    맥쿼리가 원래는 사실은 그렇게 인지도가 있는 회사는 아니었죠. 그런데 워낙 이 사업을 독식하고 돈을 많이 벌고 이지형 씨와의 관계 이런 얘기들이 많이 나오면서 모든 국민이 사실은 맥쿼리라는 회사에 대해서 알게 된 거죠, 그 당시.

    ◀ 김의성 ▶

    이와 관련해서는 많은 보도들이 있었는데 제가 기억하기로는 인천공항의 민영화 굉장히 강력하게 추진됐던 정책에도 이 맥쿼리라는 이름이 등장하지 않습니까?

    ◀ 주진우 기자 ▶

    당시에 국토해양부 장관 정종환 장관이 이런 얘기를 했어요. 인천공항 매각대상에 맥쿼리 그룹을 배제하지 않고 검토하고 있다. 국민들은 언론은 인천공항을 맥쿼리에 주겠다는 그런 시그널로 받아들였습니다.

    ◀ 권희진 기자 ▶

    인천공항 민영화에 대한 반대여론이 굉장히 높았거든요. 그 당시가 이제 맥쿼리 인지도가 거의 최고에 달했을 때죠. 그런데 그 맥쿼리가 이번에 석유공사가 인수한 정유공장 여기에 다시 등장을 한 거죠.

    재미있는 게 우리 고은상 기자가 캐나다에서 맥쿼리 에너지 지사를 방문을 했더니 거의 두 시간도 안 되어서 한국 맥쿼리 측에서 저희한테 연락을 해왔어요.

    그래서 이제 해명한 게 뭐냐면. 맥쿼리 측은 이지형 씨와는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리고 맥쿼리 에너지가 정유공장 운영한 것은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계약이고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큰돈을 번 것은 아니다 이렇게 해명을 해왔습니다.

    ◀ 주진우 기자 ▶

    그런데 더 문제인 것은 이 하베스트 건에 대해서 책임을 진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처벌받은 사람도 하나도 없습니다.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2심까지 무죄였어요.

    ◀ 고은상 기자 ▶

    당시 이제 석유공사를 관리 감독하는 게 지식경제부였거든요.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 최경환이었는데 최경환 의원이죠, 지금 구속되어 있는. 그런데 검찰 조사를 서면조사만 받고 실제 불려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 김의성 ▶

    석유공사 사장 재량으로 이런 일들을 단독으로 이런 큰 투자를 할 수 있는 겁니까 아니면 그 윗선에 누군가가 더 있는 겁니까?

    ◀ 고은상 기자 ▶

    석유공사 사장이 이 일을 혼자 결정했다고 믿기는 어렵고요. 그래서 앞으로 저희가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를 누가 결정했고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추적할 계획입니다.

    ◀ 권희진 기자 ▶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이 어디론가 사라졌으니 누군가는 이 돈을 가지고 갔겠죠. 저희는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 개발 사업에 대한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고은상 gotostorm@mbc.co.kr
    권희진 heejin@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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