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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18회 Full] 노동부의 ‘삼성 노조파괴' 서비스

[스트레이트 18회 Full] 노동부의 ‘삼성 노조파괴' 서비스
입력 2018-08-13 08:33 | 수정 2018-08-1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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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기자]

    이정신 기자 geist1@mbc.co.kr
    곽동건 기자 kwak@mbc.co.kr


    ◀ STUDIO 1 ▶

    ◀김의성▶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 김의성입니다.

    ◀주진우▶
    안녕하세요. 주진우입니다.

    ◀김의성▶
    일류 기업, 글로벌 기업, 대한민국 대표 기업. 이 모두 삼성을 수식하는 단어들입니다. 그런데 주진우 기자, 삼성을 수식하는 단어가 하나 더 있다면서요.

    ◀주진우▶
    네. 앞으로는 효자 기업 삼성, 이렇게 불러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노조는 안 된다. 삼성의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이 한 말인데요. 이 말을 눈물겹게 실천하고 있습니다.

    ◀김의성▶
    네. 무노조 경영 벌써 80년이 됐습니다. 이병철, 이건희, 이재용. 이 3대 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삼성의 경영 원칙입니다.
    뭐 삼성에게는 당연한 원칙일 수도 있겠고 그 얘기를 벌써 몇 십 년 째 듣고 있는 우리들도 이걸 그저 그런가 보다. 라고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사실 이 원칙은 말도 되지 않는 원칙입니다.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이세 가지, 소위 노동3권은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우리 국민의 기본권입니다. 그런데 삼성은 이 헌법을 무시하고 헌법 위에서 80년 간 기업을 경영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말 수많은 노동자들은 말 그대로 피와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주진우▶
    노조가 문제다. 귀족 노조가 회사를망친다. 이런 말 많이 들어보셨죠? 사실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삼성이 만드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김의성▶
    네. 자, 이정신, 곽동건 기자 이 자리에 나와 있습니다. 삼성의 초헌법적, 반헌법적 노동 탄압 행위에 대해서 취재해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이정신▶
    네. 지금도 삼성은 무노조경영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헌법의 기본권조차 무시하는 삼성이 노동자에게 가한 탄압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전방위적이었습니다.

    ◀ VCR 1 ▶

    지난 2014년 겨울,
    삼성전자서비스 부산 해운대센터.

    센터 사장이 노조 간부 몇 명을
    인근 식당으로 불렀습니다.

    ◀ 당시 해운대센터 사장/지난2014년 2월 ▶
    “저도 사실 노조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데 우리 현실은 너무 아니라는 걸
    내가 좀 느끼거든요. 좀 안타깝다는 거지.“

    그러더니 돌연
    센터를 폐업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 당시 해운대센터 사장/지난2014년 2월 ▶
    “정확하게 이야기 할게. 접는다(폐업한다).
    접는다. 됐지 접는다고 정확하게 이야기 했는데, 접는다는 건 우선이다.“

    실제로 바로 그 다음날, 폐업을 통보했습니다.

    50명 가까운 삼성전자서비스의 하청 수리센터 직원들은 졸지에 실직자가 됐습니다.

    ◀ 김규명 조합원/부산 해운대 센터 조합원 ▶
    “저도 사실 그때 자녀가 대학교 시험을 쳐서 입학해야 되는데 아이고.. 내일 모레 폐업되는데 서울로 대학을 보낼 수 있을지 없을지 이런 부분들도 있고, 파혼당한 사람, 이혼한 사람 별의별 사람 다 있어요”

    비슷한 시기 충남 아산과 경기 이천 수리센터도 잇따라 폐업했습니다.

    ◀ 당시 이천센터 사장-조합원/2014년 2월 ▶
    “노조에 들었든 안 들었든 우리는 지금
    위계질서라고는 하나도 없어요.
    사장이 뭐하나 치우라 해도 안 치워요.
    이 조직의 그런 위계질서가 무너지는 점은
    (센터가) 살아서 앞으로 나갈 수가 없어.“
    “폐업하는 그 계기가 어떤 것 때문에 그러시는 거죠?”
    “몰라서 묻는 거예요?”
    “예?”
    “몰라서 묻는 거예요?”
    “예?”
    “몰라서 묻는 거냐고.”

    3곳 모두 경영악화와
    센터 사장의 건강이 안 좋다는 이유로
    폐업한다고 했지만,

    검찰수사 결과 모두 노조 와해를 위해
    삼성전자서비스 본사가 개입한
    기획 폐업이었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이 와중에 삼성전자서비스 본사는
    한 하청 사장에게 기획 폐업 대가로
    1억3천만 원의 뒷돈까지 챙겨줬습니다.

    폐업 소식은
    전국 곳곳의 수리센터로 퍼지면서
    노조 와해나 탈퇴 압박 수단으로 악용됐습니다.

    ◀ 당시 천안 센터 사장/지난 2014년 2월 ▶
    “그 다음이 이제 아산(센터)이야. 해운대(센터)는 지금 사장이 경영 포기를 했어.
    그래서 새로운 사장이 그 해운대 옆에 협력사(하청 수리센터)를 차려.
    그리고 기존에 인력들은 그냥 내버려두는 걸로. 본사도 그렇고 열 받을 대로 받아버렸거든. 본사가.
    파업을 동시에 4일 이상 하잖아. 그럼 나는 직장 폐쇄할거야. 콜(업무 배정)을 뭐 영원히 막고. 하여튼 간을 보고 잘 판단해서.“

    탈퇴 종용은 조직적이고 집요했습니다.

    당시 울산 하청 센터에서 작성된
    이른바 그린화 문건.

    NJ, 노조원을 지칭하는 은어입니다.
    내근 외근 각각 2명씩 2월에 그린화...

    노조를 탈퇴시켰다고 보고합니다.

    탈퇴 대상자들의 학연, 혈연은 물론
    이혼한 가정사나 금전문제까지 약점으로
    잡았습니다.

    ◀ 조병훈 조합원 / 울산센터 수리기사 ▶
    “어머니한테 문자를 보내가지고 ‘조병훈씨가 노조 가입을 했고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조병훈씨 말려 달라‘... 진짜 그 내용을 제가 딱 보는 순간 진짜 피가 거꾸로 솟는 거예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왜 가족까지 건드리나”

    핵심 강성인력에 대해선
    다음 달에 정직, 다다음달엔 해고시키겠다는 계획을 미리 보고하며
    모든 것을 걸로 그린화하겠다고 본사에
    각오를 밝히기까지 합니다.

    ◀ 최명우 조합원 / 울산센터 수리기사 ▶
    "원청인 삼성이 모른다고 할 수 없는 게 저는 이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그린화 시키겠다’ 노조 말살하겠다, 노조 파괴를 하겠다고 삼성에다 보고한 자료라서 더 이제 화가 나는 거죠"

    전국 곳곳의 센터에선 수리기사들을 상대로 표적감사가 진행됐습니다.

    기억도 안 나는 수년치 수리업무 전산 기록들을 탈탈 털어 문제 삼았습니다.

    조작도 의심됐습니다.

    ◀ 임덕규 조합원 / 대구 칠곡센터 수리기사▶
    “표적감사가 제일 힘들었습니다. 이게 내가 하지도 않았던 일을 하지도 않았던 고객 집에 가서 하지도 않았던 상황을 전산 상으로 만들어내서 압박을 하는 거예요. 그것도 2년 3년 전 꺼 하루에 10집 15집 다니는데“

    감사 대상은 대부분 노조 조합원,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정해줬습니다.

    ◀녹취 ▶
    [당시 부산진센터 조합원-사장/2013년10월]
    “네 명을 선정을 누가 하셨냐고요. 사장님이 하셨죠?”
    “내가 안했고.”
    “그러면요?”
    “그럼 본사에서 우리 (조합원) 네 명이 있는데 (명단이) 내려왔다는 말입니까? 이상 건이 많다고?”
    “명단 내려온 게 아니고 그냥 자료를 받은 거다 나는. 자료를 받고 오늘 점검하고 있는 거고.”

    거액의 변상을 하거나 해고까지 직면할 수 있는 상황.

    ◀ 최명우 조합원 / 울산센터 수리기사▶
    “실제 그 협박을 받는 조합원들은 불안하거든요. 사람을 불안과 공포에 떨게 만들어 놓고, '그럼 탈퇴해라 탈퇴하면 괜찮다’"

    충남 천안 센터의 수리기사 최종범씨도
    이런 표적감사 대상이었습니다.

    낡은 아파트에서도 안전 장비 하나 없이
    위험한 실외기 설치 수리 작업들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가,
    2013년 10월 마지막 날
    자신의 수리작업 차량에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동안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다.

    배고파 못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습니다.

    사망 두 달여 전엔 고객 불만 건으로
    센터 사장에게 심한 질책과 모멸을 받아야 했습니다.

    ◀ [당시 천안 센터 사장-故최종범씨] 2013년 7월 ▶
    “인마 XX야. 고객이 주장하는 게 있으니까, 네가 지져버리든지 X로 찔러서 콕콕 쪼아서 갈기갈기 찢어서 죽이든지. 그렇게 하든지 해야지. 왜 그거 말이 나오게 해가지고.”
    “이거 좀 voc(고객불만)가 떠도.”
    “무슨 말인지 안다니까 종범아.”
    “아니 그게 제 말은 이거예요. 왜 그렇게 voc(고객불만)를 무서워하세요?”
    “무서워하기는 인마. 확실하게 지져버리라니까. 죽이든지 갈기갈기 찢어서 어? 널어버리든지.”

    ◀ 김기수 조합원 / 충남 천안센터 수리기사 ▶
    "VOC(고객불만)가 몇 건 걸리게 되면요 센터에 마이너스 실적을 줘요. 사건 사고가 많으면 원청(삼성전자서비스)에서 계약을 하겠습니까. / 실적이 나쁜데 그래서 사건 사고를 다 죽이려고 하는 거예요"

    전방위적인 탄압에
    또 다른 수리기사 염호석씨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다'는 유서를 남긴 염호석씨의 전달 월급 통장엔 41만원이 찍혀 있었습니다.

    노조장을 치러달라는 염씨의 유언마저
    삼성은 생부에게 6억원을 줘서 가족장으로
    바꾸고, 이 과정에 경찰이 개입해
    시신을 탈취하기도 했습니다.

    ◀ END ▶

    ◀ STUDIO 2 ▶

    ◀김의성▶
    네. 저 그린화라는 말을 들으니 옛날 생각이 떠오르네요. 80년대 전두환 독재정권이 소위 운동권 대학생들에게 행했던 공작, 녹화사업이라고 있었죠?

    ◀주진우▶


    ◀김의성▶
    벌써 30년이 넘게 지난 일인데 이런 시대착오적인 일을 아직도 하고 있군요. 노조를 설립하면 사업장 문을 아예 닫아버려서 다 실업자로 만들어버리고 아니면 표적감사를 해서 불안과 공포, 모멸감을 느끼게 하고 말이죠.

    ◀주진우▶
    이런 악랄한, 적대적인 노조에 대한 행위로 인해서 최종범, 염호석 두 노동자가 죽음으로 내몰려야 했습니다.

    ◀이정신▶
    네. 고 염호석 씨 시신탈취사건은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대해서 최근 진상조사가 결정되기도 했습니다.

    ◀주진우▶
    아니, 21세기에 시신탈취라뇨. 그것도 우리의 경찰이 나서서 말입니다. 시신 탈취 이 행위 하나만 봐도 삼성이 얼마나 노조에 적대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정신▶
    네. 삼성은 이것 말고도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서 참 가지가지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생계가 막막한 수리기사들에게 휴가비를 가불해주겠다. 그러니까 노조를 탈퇴해라. 이런 종용도 있었다고 하고요. 노조 조끼만 입었는데도 사업장에 못 들어오게 막거나 일감을 안 주거나, 그래서 임금을 안 주거나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김의성▶
    예. 그런데 이 노동자 탄압이 삼성전자 개별 서비스센터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그런 증거가 있습니까?

    ◀곽동건▶
    네, 있습니다. 지난2월에 검찰이 다스의 미국 소송비 대납 혐의 관련해서 삼성 그룹을 압수수색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현장에 있던 한 직원이 갖고 있던 외장하드에서 6천 건이나 되는 노조 관련 문건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문건 중에 ‘서비스 안정화 마스터 플랜’이라는 문건도 있었습니다.

    ◀김의성▶
    서비스를 안정화한다는 건 좋은 얘기 아닙니까.

    ◀이정신▶
    여기서 ‘서비스 안정화’라고 하는 것은 이제 삼성전자서비스에 특화된 노조 파괴 전략이다. 이런 얘기고요. ‘안정화‘이런 말을 삼성이 참 많이 쓰는데 노조를 파괴해야 회사가 안정화된다. 이런 삼성의 오래된 인식이 반영돼 있는 말입니다.

    ◀곽동건▶
    네. 그리고 이 마스터플랜 내용을 보면요. 실제로 노동자들이 당했던 탄압의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주진우▶
    삼성 그룹 차원에서는 노조 탄압이 아주 중요한 실적이자 공적이었어요. 그래서 꼼꼼히 적어두고 보고할 의미가 있는 거죠. 그런 필요가 있기 때문에 그걸 적었는데 그 장부를, 그 문건을 뺏긴 겁니다.

    ◀이정신▶
    그런데 삼성이 헌법을 유린하는 마스터 플랜을 마음껏 실행하는 데에는 결정적 역할을 한 국가기관이 있었습니다. 바로 박근혜 정부의 노동부였습니다.

    ◀ VCR 2 ▶
    삼성전자서비스와 각 지역 수리센터는
    형식적으로는 대부분 원청과 하청,
    하도급관계입니다.

    AS수리 업무를 하는 대가를 받고
    매년 계약을 맺습니다.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로선
    직접고용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고 언제라도 간단히 계약을 해지해
    고용의 유연성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 류하경 변호사 ▶
    “하청 노동자들의 어떤 요구가 발생했을 때
    ‘법적으로 나는 직접 사용자가 아닙니다’라고 회피해 버릴 수가 있으니까. 첫째, 이제 ‘법적인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라는 게 있고. 그다음은 해고가 편하다. 그냥 중간에 껴 있는 업체를 잘라내는 방법으로 그 밑에 달려 있는 하청 노동자들을 우르르 다 쳐낼 수 있는...“

    대신 채용부터 작업 지시, 평가까지
    경영인사 관리를 전적으로 하청 업체에 맡겨야 합니다.

    여기서 삼성의 딜레마가 생깁니다.

    ◀ 류하경 변호사 ▶
    “형식적으로는 ‘내가 진짜 사장이 아니야’라고 얘기해야 되는데 실질적으로는 삼성 제품을 이 사람들이 문제 없이 수리하게끔 해야 되니까 교육을 시켜야 돼, 평가도 해야 되고, 시험도 쳐야 되고, 결과가 좋으면 상 주고 나쁘면 징계 내리고, 더 나쁘면 잘라내고. 실질적인 자기(삼성) 직원처럼 운영을 해야 될 필요성이라는 게 있는 거거든요.”

    원청과는 별개의 회사인 하청업체 직원들을 실제로는 원청이 본사 직원들 부리듯
    업무지시를 하고 징계나 평가도 한다면 불법입니다.

    직접 고용을 피하기 위한 '불법 파견' 꼼수로 볼 수 있습니다.

    하청 수리기사들로선 당장
    건당 수수료 임금 체계의 문제점부터
    지적하려 해도 누구에게 해야 할 지 막막합니다.

    ◀ 김규명 조합원 / 부산 해운대센터 수리기사 ▶
    "이 급여가 (하청) 사장보고 ‘이거 왜 이렇게 돼요’ 그러면 ‘내가 어떻게 아니. 삼성 원청에다가 물어봐라’ 이런 형태예요. ‘나도 모른다 나도 모른다’ (하청) 사장 하는 얘기가 ‘나도 모른다’하는 거고 원청 가면 ‘너 우리 직원 아닌데 너희 사장한테 물어봐라’ 이런 식으로 계속 하니까 이거는 사실 아니잖아요."

    업무 배정이나 지시, 수리 결과,
    부품 사용 내역 등이 원청 전산 프로그램의 통제에 따라 이뤄졌고,
    심지어 원청 직원들의 직접 지시를 받기도 했습니다.

    ◀최명우 조합원 / 울산센터 수리기사▶
    "아침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보는 사람들이 협력사(하청) 사장이 아니에요. 원청(삼성전자서비스) 관리자들과 센터장, 지점장이거든요. 그 사람들이 매일 아침에 조회를 합니다. 실적이 안 좋으면 해피콜이라고 해서 고객한테 전화하는 걸 시키든지, 업무를 안 주든지, 계속 업무 지시를 원청에서 다 하는 거죠"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도 불법파견 문제가
    논란이 되자,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에
    착수했습니다.

    그런데 두 달여만에 나온 결론은
    '불법이 아니다' 였습니다.

    불법이 아니란 이유로 정식 브리핑도
    하지 않았습니다.

    ◀박성희 고용노동부 대변인/2013년9월 ▶
    "종합적으로 보면 위장도급이라든지 불법파견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파견법 위반이다’ 이렇게 결론이 나오면 정식적으로 이제 브리핑이 들어가는데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 이렇게 판단을 하고 자료를 내는 거기 때문에 제가 간략하게 그냥 설명 드리는 수준으로"

    이러면
    삼성이 뒤에선 대대적 노동 탄압을 가하더라도 앞에선 나 몰라라 하면,
    하청 수리기사들은 삼성에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게 됩니다.

    실제로 이 노동부의 발표 직후
    삼성의 노조와해 마스터플랜은 본격적으로 실행됩니다.

    ◀최명우 조합원 / 울산센터 수리기사▶
    "‘불법파견이 아니다’라는 발표와 동시에 표적감사, 징계, 해고, 탄압, 와해, 지역 쪼개기, 저임금, 생활고, 오만 상상할 수 없는 모든 공격들을 (삼성이) 이제 퍼붓기 시작했고"

    ◀김기수 조합원 / 충남 천안센터 수리기사▶
    "노동부에서 발표한 것이 삼성 쪽에서 볼 때는 노동자, 노조 와해의 시작 신호탄이었다고 보시면 되죠. 무기를 준 거죠 무기를. 허용을 한 거죠. ‘불법 노조 와해 작동해라’“

    삼성의 노조와해 마스터 플랜이 작성된 시점은 2013년 7월.

    두 달 뒤 노동부 발표 직후, 곧바로
    대대적인 표적감사가 시작됐고,
    노조파괴 그린화 작업이 본격화됐으며,
    이어 기획 폐업들도 단행됐습니다.

    1600명에 이르던 조합원은
    표적감사 넉 달 만에 1000여명으로 줄었고,
    기획폐업 한 달 만에 370명이 조합을 또 떠났습니다.

    ◀이용희 조합원 / 서울 영등포센터 수리기사▶
    "나라를 믿을 상황이 아니구나. 우리 힘없는 노동자들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 이제 이런 것들에 대한 자괴감이 상당히 좀 컸던 상황입니다."

    ◀임덕규 조합원 / 대구 칠곡센터 수리기사▶
    "그 때 그 (노동부가) 불법 파견만 제대로 수사해 줬으면 두 분의 열사(故 최종범 故 염호석)도 없었고. 지난 5년 동안...지난 5년 동안 탄압을 받으면서..."

    ◀ END ▶

    ◀ STUDIO 3▶
    ◀김의성▶
    삼성전자의 유니폼을 입고 삼성전자서비스의 지시를 받으며 삼성전자 제품을 수리하지만 삼성의 노동자는 아니다. 이게 바로 노동부의 결론이군요.
    국가기관 중에 유일하게 노동자를 위해서 일하라고 만들어진 기관이 바로 노동부입니다. 그런데 노동부는 삼성을 위해서 일하고 있었던 거 아닙니까?

    ◀주진우▶
    삼성이, 기업이 노조를 와해하려고 하면 그것을 제재하고 감독하는 부서가 노동부입니다. 그런데 노동부는 노조를 파괴하는 삼성에게 날개를 달아줬습니다. 이것이 박근혜 정권의 노동부였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정신▶
    실제로 노동부의 고위 공무원들이 삼성의 고위직으로 스카웃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노동부와 삼성의 가교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주진우▶
    국민의 세금을 받고 삼성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별히 힘 있는 부서, 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 수도 없이 이렇게 활동합니다. 대한민국이 삼성 공화국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정신▶
    그런데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근로감독보고서. 노동부가 만든 근로감독보고서가 이렇게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저희가 취재를 해보니까 같은 조사인데도 이상하게 보고서가 두 개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2013년 7월이고요. 하나는 2013년 9월에 작성된 겁니다.

    ◀주진우▶
    내용은 같습니까?

    ◀이정신▶
    같은 조사인데 두 개가 나온 것도 좀 이상한데요. 이 결론도 완전히 180도 다릅니다.

    ◀곽동건▶
    네, 결론만 바꿔치기한 보고서가 나온 뒤에 노동부는 삼성부다. 삼성의 노무 대행 기구다. 이런 오명을 얻게 됐는데요. 저희 스트레이트가 단독 입수한 최초 보고서 내용을 보시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겁니다.

    ◀ VCR 3 ▶
    근로감독 결과, 불법이냐 아니냐는
    원청인 삼성이 하청 수리기사들을
    직접 부리냐 아니냐가 핵심입니다.

    2013년 7월 19일 작성된 최초 보고서의 결론은,
    '원청인 삼성이 최초 작업지시부터 최종 평가까지
    하청 수리기사들을 실제 지휘 명령하고 있다' 였습니다.

    한마디로 불법파견. 이러면 삼성은
    수리기사들을 직접고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최초 보고서는 사실상 폐기되고
    두 달 뒤 다시 보고서가 작성됩니다.

    '하청업체의 독자적인 지휘 명령권이
    형식화되었다고 볼 수 없다'

    합법이라는 얘기입니다.

    같은 한 조사인데 어떻게 결론이 180도
    바뀐 걸까.

    전문가들과 함께 뭐가 다른 지 분석 했습니다.

    수리 작업지시를 누가 하냐는 부분.

    최초 보고서엔
    “원청이 만들어 나눠준 서비스핸드북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다” 고 명시했습니다.

    그런데 최종 보고서엔 “원청의 작업지시서는 없다. 그냥 업무매뉴얼 정도인 서비스핸드북을 하청 수리기사에게 제공한다”고 말을 바꿉니다.

    하청 수리 기사에 대한 원청인 삼성의
    작업 지시 정도를 모호하게 만든 겁니다.

    ◀김준우 변호사▶
    "이건 말이 말 같지 않은 거죠. ‘하여튼 작업 지시서는 없다’라는 식으로 이상하게 타는 거죠/ 같은 사실을 놓고 좀 약간 흩트려 놓은 다음에, 알 수 없게 해놓은 다음에 그냥 결론은 정해진 대로.."

    같은 사실을 표현만 달리하고 해석을 덧붙여서 불법에서 합법으로 결론을 확 뒤집었다는 분석입니다.

    ◀김준우 변호사▶
    "삼성 측에 유리한 걸로 보고서 내용이 변화한 거죠. 변화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최종보고서 작성 방식이 굉장히 혼란스럽게 되어 있어요 그냥 같은 사실 놓고 달리 판단하는 거예요"

    ◀김승현 공인노무사▶
    “콘텐츠 내용이 그렇게 바뀐 게 없어요. 그런 과정에서도 결론만 계속 다르게 빠져나가고 있는 거죠, 지금.
    그래서 결국에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겠죠. 결국은 누군가의 의도 아니겠어요. 저는 지금 그렇게밖에(다르게) 생각하기 좀 어려운 거 같은데“

    이런 보고서 뒤집기는 어떻게 이뤄졌을까.

    불법 결론을 낸 최초 보고서가 다 작성되고 근로감독 마지막날인 7월23일.

    예정에 없던 긴급회의가
    고용노동부 과천청사에서 열립니다.

    회의를 주재한 권영순 노동정책실장이
    근로감독을 담당한 중부청장과 부산청장 등 책임자들을 불러모았습니다.

    그런데 해당 감독과는 전혀 무관한
    권혁태 당시 서울청장도 참석했습니다.

    스트레이트 취재 결과 권영순 정책실장에게 회의 소집의 필요성을 먼저 제기하고, 실제 회의에서도
    주도적인 발언을 했던 인물입니다.

    "감독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에서 비롯된 얘기가 증폭된 것 같음"

    "이번 판단 결과에 따라 (노사)갈등관계가 지속될 우려가 있으므로 판단은 늦추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됨"

    최초보고서는 불필요한 오해서 비롯된 것이니 감독 기간을 연장해 판단을 다시 하자는 겁니다.

    정무적 판단도 해야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이어졌습니다.

    "일부 국회의원 및 노동계는 전략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음“

    "불법파견 판단시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 문제로 직접 고용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노동계와 야당 등은
    삼성이 직접 고용하지 않는 사실을 부각하여 공격할 것"

    이미 불법 결론을 내고 끝낸 근로감독에 대해
    기간을 연장해 다시 하라는 건 사실상 감독 방향을 틀라는 압박입니다.

    이런 이유로 당초 기간 연장에 대한
    실무진 검토 의견은 부정적이었습니다.

    기간 연장은 감독참여자들에게
    감독방향 변화를 시사하 는 것으로 받아들여질우려가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 필요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고위관료들은 이 마저 묵살한 채
    근로감독 기간 연장을 강행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현장 감독관들은 맥이 빠졌습니다

    ◀당시 현장 감독관▶
    "이게 한달 연장이 됐잖아요. 그 전까지는
    어떻게든 우리가 해나가자. 잡아나가자.
    이거였어요. 그전에는 바람이 빵 들어가서
    이거 '불파(불법파견)'다 가자. 이랬는데...
    이게 갑자기 (7월 23일) 정책실장 보고가 들어갔어요.
    뽕! 거기서 바람이 빠져버린 거예요.
    난 접근도 할 수 없는 고위공무원들 입김이 이렇게 내려온 거예요.”

    불법에서 합법으로 결론이 뒤집힌
    최종 보고서는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삼성은 면죄부를 받았습니다.

    당시 문제의 회의를 주재한 권영순 실장을
    찾아갔습니다.

    지금은 노동부 산하기관의 이사장입니다.

    ◀권영순 당시 노동부 노동정책실장 ▶
    (2013년도에 삼성전자서비스 수시 근로감독 당시에 감독 마지막 날 회의 소집하셨잖아요. 왜 회의 소집하신 건가요?)

    "다 얘기했습니다"

    (아니 근로감독 그렇게 연장해야 되는 이유가, 왜 이러세요. 이사장님. 이사장님. 한 마디만 하시죠)

    근로감독 기간 연장을 주도한
    당시 권혁태 서울청장은 고용노동부 정책관에
    오른 뒤, 지금은 대구지방청장이 됐습니다.

    ◀권혁태 당시 서울고용노동청장▶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곽동건 기자라고 합니다)

    "네"

    (다름이 아니고 2013년에 삼성전자서비스 수시감독 당시에)

    "그거 지금 검찰 수사 중인 사안이잖아요."

    (제가 질문만 몇 가지 하고 가겠습니다. 이렇게 몸으로 막으시면 어떡합니까)
    (그런데 관할 청장님도 아니시고 결재권자도 아니신데)

    "수사에서 다 얘기할 거예요."

    (그러니까 왜 그러셨냐고요. 왜 필요하다 판단하셨나요)

    "길 막지 마세요."

    (회의 필요하다고 판단하셨잖아요)

    "길 막지 마시라고"

    (그 당시에 발언을 되게 좀 강하게 하셨잖아요. 야당과 노동계에서 전략적으로 문제 제기하고 있다)

    (왜 이러세요)

    "몸으로 하지 마세요."

    (왜 이러세요)

    "아니 언론도 어느 정도 예의는 갖추고 얘기를 해야지"

    (불법파견으로 판단하면 야당과 노동계에서 삼성 공격할 거다 이렇게 얘기하시면서 결론 바꾸라는 식으로 얘기하신 거잖아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거를 똑바로 읽어보고 얘기를 해"

    (뭐를요?)

    "그걸 똑, 내가 그런 얘기한 적 있나요?"

    (회의록에 그렇게 말씀하신 걸로 돼 있습니다)

    "말 거꾸로 했어. 아이 참 정말 예의가 없네"

    (7월..)

    "아니 왜 그래요, 도대체"

    (7월 23일 회의를..)

    "아니 왜 그래 도대체"

    (청장님 왜 소집을..소집 필요성을 청장님께서 왜 얘기하시냐고요. 권영순 실장은 그렇게 얘기하던데요. 청장님. 잠깐만 얘기하시죠. 청장님)

    ◀END▶

    ◀STUDIO4▶

    ◀김의성▶
    저희 기자에게 예의를 갖추라는 권혁태 대구지방노동청장님, 과연 예의를 이야기할 만한 자격이 있으신지. 노동행정의 책임자로서 본인은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예의를 지켰는지 다시 한 번 물어보고 싶습니다.

    ◀주진우▶
    똑바로 갖췄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김의성▶
    방금 영상을 보니까 왜 노동부를 삼성부라고 부르는지. 왜 삼성의 노무 대행 기구라는 오명을 쓰게 됐는지 너무나 잘 알 것 같습니다.

    ◀주진우▶
    권혁태. 권혁태. 권혁태 대구지방노동청장님, 왜 야당이 삼성을 공격하는 걸 왜 당신이 걱정하십니까. 왜 노동자 걱정을 해야 되는 우리 공무원들은 왜 삼성만 걱정합니까.

    ◀곽동건▶
    네. 당시 근로감독결과가 뒤집히는 과정을 담은 노동부 내부 문건을 스트레이트가 입수했는데요. 한 국장은 삼성의 말을 잘 들어줘라. 이러면서 일선 감독관들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주진우▶
    편지요?

    ◀곽동건▶
    예, 보면요. 이해관계자들의 불만과 하소연이 여러 경로로 들려오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일방적인 자료 요구 등을 하면서 회사의 입장, 그러니까 삼성의 입장을 설명하려는 삼성전자서비스 담당자 등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이 불만이라는 것입니다.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의 임원 및 담당자 등의 설명을 직접 들어보시라.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김의성▶
    이해관계자라고 하면 기업과 노동자 양쪽을 다 말하는 걸 텐데, 여기는 한쪽만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네요.

    ◀주진우▶
    균형적이고 중립적으로 삼성 편을 들어주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정신▶
    그런데 노동부가 모든 기업한테 이렇게 프렌들리 하냐. 그건 아닙니다. 2013년 상반기 이마트, 농협, 이랜드에서도 삼성전자서비스와 같은 이유로 근로감독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노동부는 조사 후에 기업에 강력한 철퇴를 휘둘렀고 약 1만여 명의 노동자가 직접 고용이 됐습니다.

    ◀주진우▶
    우리 공무원들, 삼성 앞에만 가면 작아집니다. 우리 법과 원칙, 삼성 앞에만 가면 구부러지고 휘어집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집니다.

    ◀김의성▶
    네.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은 그런 사람이 아직도 노동부 산하기관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는 거 아닐까요? 권영순 전 노동정책실장, 이 사람 말입니다. 권혁태 씨도 대구지방청장으로 아주 잘 일하고 있고요.

    ◀주진우▶
    삼성 편드는 사람들 꼭 승진합니다. 좋은 자리 갑니다.

    ◀곽동건▶
    네. 그런데 방금 말씀하신 권영순, 권혁태. 이 두 분 말고도 감독결과를 삼성에 유리하게 바꿔주기 위해 노력한 걸로 보이는 더 높은 윗선이 또 있었습니다. 저희가 그분을 직접 만나고 왔습니다.

    ◀ VCR 4 ▶

    챙 넓은 모자에 마스크를 쓰고 산행에 나선 이 사람.

    ◀정현옥 당시 고용노동부 차관 ▶
    (정현옥 차관님 아니세요?)

    "네?"

    (정현옥 차관님 아니세요?)

    "아. 저 지금 어디 가야 돼요. 취재에 응하지 않아요."

    (아니 그게 아니라 2013년에 삼성전자서비스 수시 근로감독 관련해서요. 좀 여쭤볼 게 있어서요)

    "그 얘기는 이제 안 할게요."

    (왜 안 하시죠?)

    "제가 어차피 뭐 (검찰) 조사받을 텐데요"
    근로감독 기간을 연장한 문제의 회의 보름 뒤,이번엔 정현옥 당시 차관이 고위급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당시 정 차관의 지시 사항을 정리한
    노동부 내부 문건.

    제목은 ”향후 조치방향“
    소제목이 ”출구 전략“입니다.

    이 사태를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지를 구상한 겁니다.

    ”삼성측이 대국민을 아우를 수 있는 개선안을 제시해야 한다“

    ”개선안이 미흡하면 차관이 나서야 할 상황“ 이라고 돼 있습니다.

    그러면서 ”불법 파견 요소가 명확한 사항을 제시해 (삼성을) 압박하라“

    ”개선안이 제시되지 않으면 판단 방향을
    달리 고민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삼성이 명백하게 불법을 저지르는 걸 알면서도

    삼성이 자체 개선안을 제시하면
    노동부가 합법으로 결과를 내주고
    아니면 불법으로 결론을 바꿀 수도 있다는
    일종의 흥정을 하겠다는 겁니다.

    ◀류하경 변호사▶
    ”법리적으로, 과학적으로 수시 근로감독 결과를 논의한 게 아니고, 정무적인 기준을 가지고 ‘밀당‘을 했다는 거/ 삼성이랑 밀고 당기기를 노동자들 수천 명의 목숨을 가지고 이런 법적인 판단을 해야 되는 사안에서. 적절하지 않죠“

    왜 그랬을까.

    ◀정현옥 당시 고용노동부 차관 ▶
    (이 문건을 보면 출구전략이라고 해서 원만한 수습을 위해서 삼성 쪽의 개선안을 받아야 된다)

    "노코멘트입니다"

    (근데 지금 의혹이 너무 큰데, 차관님 관련해서 좀 해명..)

    "아 됐어요. 검찰하고 얘기할 거예요"

    (검찰 조사는 검찰 조사고 의혹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 해명을 좀 하셔야)

    "아 됐어요. 지금까지 언론이 마음대로 막 써놓고선 뭘 또 새삼스럽게 얘기를 하려고 해요. 정의는 언젠가 밝혀지겠죠."

    (당시에 실무자들 의견이 뒤집힌 건 알고 계셨나요? 처음에 불법파견 맞다. 이렇게 결론이 나 있었는데)

    "아이 진짜 산을 못 가겠네. 이거 어디까지 오시나 보죠"

    (여기 보면 불법파견 요소가 명확한 사항을 제시해서 압박을 가할 필요가 있다, 불법파견 요소가 명확하면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하셨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

    (그러면 통상 이렇게 근로감독 하시면서)

    "아 그만 하세요"

    (개선안 받으시고)

    "등산하기도 바빠요"

    (개선안 받는 대신에 판단을 바꿔준다, 이런 경우 있는 겁니까?)

    "..."

    당시 차관 주재 회의에서는
    노동부와 삼성 사이 창구로
    삼성전자 황 모 상무가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황 상무는 권혁태 당시 서울청장과
    행정고시 동기이자 노동부 공무원 출신으로2010년 삼성에 입사한 인물입니다.

    실제로 회의 직후 권영순 노동부 정책실장은 삼성전자 황 상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직접고용을 포함한 개선안을 내달라며
    회의 결과를 전달한 겁니다.

    ◀☎ 황○○ 당시 삼성전자 상무 ▶
    (안녕하세요. 저는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곽동건 기자입니다)

    "네."

    (다름이 아니고 2013년에요. 삼성전자 서비스 수시 근로감독 과정에서 8월 9일 권영순 실장이랑 연락을 하셨지 않습니까?)

    "어.. 저희 그.. 홍보 쪽을 통해서 좀 해주시죠. 전화 끊겠습니다."

    (여보세요? 잠시만요. 잠시만 여보세요?)

    황 상무와 권영순 실장이 통화한 뒤 작성된또 다른 노동부 내부 문건.

    파일명은 ‘차관님 참고 자료’입니다.

    주요내용은
    '삼성전자의 불법파견 주요 요인을 해소하라'는 제안입니다.
    삼성에서 항상 하청 서비스 기사들을
    교육하는 건 불법 요소니,
    하청업체 요청이 있을 때만 교육하는 걸로 바꿔라

    기자재나 사무실을 하청에 공짜로 빌려주는 건 불법이니
    비용을 받고 빌려주면 문제 없다는 식으로

    근로감독 결과로 밝혀진 예닐곱 개 불법 실태를삼성에 알려주고, 무혐의가 될 방안까지 깨알같이 조언한 겁니다.

    ◀정현옥 당시 고용노동부 차관 ▶
    "산 언제까지 오실지 모르겠는데 오실 수 있으면 와 보세요. 끝까지"

    (아니 차관님 여기에 분명히 차관님 지시사항이라고 문건이 만들어져 있는데 관련해서 하신 말씀이 없다고 하시면 설득력이 너무 떨어지지 않습니까)

    "저는 아무 말도 안 하겠다니까요 더 이상. (검찰)조사받을 건데 왜 이러세요."

    (차관님, 이후에 삼성에 개선안 이렇게 해야 된다, 가이드라인(지침) 다 짜 주고, 당시 수시 근로감독에 대한 비밀을 누설했다. 이 혐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당시 행동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지금도 생각을 하고 있으신가요?)

    "진실은 뭐 하늘이 알고 제가 아니까"

    ◀END▶

    ◀ STUDIO 5 ▶
    ◀김의성▶
    노동자 수 천 명의 목숨을 놓고 삼성과 노동부가 밀당을 했다. 정말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곽동건 기자, 취재하다가 등산을 꽤 많이 하셨네요.

    ◀곽동건▶
    네. 저 날 낮 기온이 38도였는데요. 상당히 좀 등산 페이스가 빠르시더라고요.

    ◀이정신▶
    정현옥 전 차관은 노동부 여성 관료로는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2014년 퇴임 전까지 승승장구 해왔던 인물이고요. 이 정권 초기에도 노동부 장관 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인물입니다.

    ◀김의성▶
    도대체 어떤 실력을 인정받았는지. 그 실력이 뭔지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주진우▶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들의 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삼성의 노동자로 인정해 달라고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냈죠.

    ◀곽동건▶
    네. 그런데 이 싸움에서도 노동자들은 졌습니다. 노동부가 또 다른 버전의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는데요.

    ◀김의성▶
    그러면 세 번째 보고서입니까?

    ◀곽동건▶
    네. 이 세 번째 보고서가 노동자들이 패소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런 비판도 있습니다.

    ◀ VCR 5 ▶
    지난 2013년 7월 하청 수리기사들은
    노동부 근로감독과는 별개로
    불법 파견 여부를 가려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당시 법원은 '불법 파견이 아니'라고 한
    근로감독 보고서 원본 제출을 노동부에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노동부는 '보고서 원본이 없다'고
    수차례 제출을 거부하다,
    최종보고서 원본이 아닌 조사내용을
    절반 가까이 생략한 이른바 축약본을 냈습니다.

    원본을 제출할 수 없는 이유는
    "삼성의 경영 영업상의 비밀에 관한 사항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서라고 했습니다.

    ◀류하경 변호사▶
    "(원본 보고서를)내라고 그러니까 39쪽짜리 딱 낸단 말이에요. 손으로 잡아보면 딱 이 정도밖에 안 되는. 판사가 문서송부촉탁이라는 법원 절차를 통해서 의뢰해도 '이거밖에 없다'고 그러지. 왜 그렇게 거짓말을 했을까.거짓말을 했다는 것도 충격적이지만 그 이유가 뭘까. 왜 이렇게 삼성을 감싸고돌지, 노동부가"

    법원만 아니라 국회 국정감사에도 축약본만 냈습니다.

    ◀은수미 국회의원/ 국회 환노위 국정감사 2013년 10월 14일▶
    "수시감독 결과 보고서를 제가 봤습니다. 그렇게 (원본을) 달라고 했는데 30페이지 정도로 축소해서 저희한테 보내주셨고..
    제가 정말 분노스러운데요 수시 근로감독을 몇 개월을 했습니까? 제가 그 결과 보고서를 그렇게 달라고 그랬는데 축소해서 주셨어요."

    과연 노동부 말처럼 원본 보고서에서
    삭제된 내용들이 삼성의 영업 비밀이었을까.

    ◀김승현 공인노무사▶
    "일단 첫째로 (삼성의) 영업 기밀하고 아무 관련이 없고요. 지금 삭제된 내용들이 이거는 주식회사면 대부분 주주 공시사항에도 해당하는 내용들이고..."

    ◀김준우 변호사▶
    "뭐 전혀 영업 비밀이라고 하기가 어렵고 삼성이고, 영업 비밀이다. 이러면 뭔가 재판부를 속여 넘길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좀 의례적으로 답변한 게 아닌가 저는 그렇게 봅니다."

    그럼 무엇을 지운 것일까.

    전문가들은 삭제된 부분 중 상당수가 삼성에게 불리한 내용이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원본 27페이지.

    ”하청에서 수립하는 유일한 업무계획 자료“라는 문구가 축약본에선 빠졌습니다.
    하청업체가 업무와 관련해 사실상 별 계획이 없다는 걸, 축약본에서 뺀 겁니다.

    또 “수리기사들의 작업은 원청인 삼성의 매뉴얼과 전산시스템에 따라 정형화 되어 있다”는 내용도 축약본에서 아예 통째로 자취를 감춥니다.

    삼성이 하청 수리 업무까지 통제하고 지시한단걸 감춘 겁니다.

    ◀김준우 변호사▶
    "일부는 삼성한테 불리한 것도 분명히 (보고서 원본에) 포함이 돼 있거든요. 근데 삼성한테 불리할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 철저하게 요약본에서는 사라지는 거죠"

    ◀김승현 공인노무사▶
    "이걸(보고서 원본을) 내면 문제가 생긴다는 걸 좀 알았던 거 같아요. 이거는 노동법을 조금만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문제가 있다는 건 알 수 있죠. 여기 나오는 내용들 특히 (요약본에서) 삭제된 내용들 누구나 보더라도 '어 이거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의 노동자들한테 유리한 요소인데?'라고 할 만한 내용들이 굉장히 많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방향성을 가진 거죠."

    결국 1심 재판부는
    보고서 축약본 등을 근거로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김승현 공인노무사▶
    "근데 지금 이게 법원에 제출이, 요약본으로 제출이 됐다는 건 ‘법원의 판단을 방해하는 목적으로 제출된 거 아닌가’라고 볼 정도로. 이걸(보고서 원본을) 그대로 법원에 제출했으면 법원도 아마 조금 고민 더 했을걸요. 지금 같은 판단 못 내렸을 거예요."

    ◀김준우 변호사▶
    "판단하는 건 사법부에서 판단하는 거고 소송 당사자가 아니거든요 고용노동부는, 그러면 모든 자료를 그냥 주는 게 이제 사법부가 판단하게 해야 되는데 재판부에서 달리 판단할 가능성을 닫아버렸다. 이렇게 얘기하는 게 정확할 것 같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원본 보고서를 4년 반 동안
    공개하지 않다, 결국 올해 4월에야 처음으로 그것도 국회의 줄기찬 요구 끝에 제출했습니다.

    ◀강병원 국회의원▶
    "누락된 보고서를 제출하고, 삭제된 보고서를 제출했던 것은 당시에 고용노동부가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노동자 권리 증진을 위해서 애써야 될 고용노동부가 철저하게 ‘삼성 보호부’의 역할을 했다는 증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노동자들이 이미 법원 1심에서 패소하고
    15개월이 지난 뒤였습니다.
    ◀END▶

    ◀ STUDIO 6 ▶

    ◀김의성네. 그러니까 노동부는 삼성에 불리한 내용을 삭제한 이른바 조작된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재판부는 그걸 근거로 삼성의 손을 들어준 거네요. 그런데 노동부 공무원들 참 부지런합니다. 똑같은 근로감독결과를 가지고 보고서를 셋이나, 세 개나 썼어요?

    ◀주진우▶
    이게 바로 삼성의 힘입니다.

    ◀곽동건▶
    네. 노동부는 노동자들이 탄압을 받을 땐 보호하지 않았고요. 그리고 오히려 삼성 편을 들어줬습니다. 심지어 노동자들이 마지막으로 법원을 찾아갔을 때는 그것마저 판단을 방해한 거고요.

    ◀이정신▶
    네, 지난 4월 검찰이 대대적으로 이 문제를 수사를 하니까 그때서야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 8천 여 명을 직접 고용하겠다. 이렇게 발표했습니다.

    ◀주진우▶
    지금껏 그렇게 탄압하다가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니까 이제야 입장이 확 바뀌었습니다. 아니, 이렇게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5년 동안 그렇게, 그렇게 탄압했어요.

    ◀김의성▶
    직접고용, 이 한 가지 결과를 얻기 위해서 노동자들은 너무 값비싼 대가를 치른 것 같습니다. 많은 노동자들이 표적감사를 당했고 심리적 압박으로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고요. 결국 그 과정에서 두 분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이정신▶
    네. 삼성 노조 탄압의 모든 진실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합니다. 그리고 삼성의 불법적, 반헌법적 행태들도 모두 처벌받아야 합니다.

    ◀주진우▶
    삼성의 무노조 경영원칙도 이제 폐기할 때가 됐습니다.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아직도 박정희 시대, 아닙니다. 일제 시대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게 말이나 됩니까?

    ◀곽동건▶
    고위 공무원들에 대해서, 아까 보신 고위 공무원들에 대해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요. 이게 매우 중요합니다. 일부 혐의는 이제 다음 달이면 공소시효가 끝나는 상황이고요. 저희 스트레이트는 이 수사도 끝까지 좀 지켜보겠습니다. 또 이번 검찰 수사로 노동탄압의 정경유착 고리가 완전히 끊어지길 기대해보겠습니다.

    ◀ 클로징 ▶

    ◀김의성▶
    1977년 도시노동자의 1인 최저생계비가 약 45,000원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한 조미료 공장에서는 이 최저생계비의 반에도 못 미치는 2만 원 가량의 임금을 노동자들에게 지불하고 있었습니다. 이 조미료 공장의 노동자 13명은 노조를 결성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측의 협박으로 11명이 노조에서 탈퇴하게 됐고 남은 두 명 중 한 명은 사표를 냈고 한 명은 해고를 당합니다. 바로 제일제당 미풍공장 사건. 삼성의 노조 탄압, 그 첫 번째 사건이었습니다.

    ◀주진우▶
    그로부터 40여 년이 흘렀습니다. 삼성은 초일류기업이라고 자랑합니다. 하지만 삼성은 삼류기업입니다. 아니 노동자를 이렇게 탄압하고 업신여기고 소모품으로 무시하는데 어떻게 사회로부터 존경을 받기를 바랍니까. 이런 노동자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삼성은 삼류일 뿐입니다.

    ◀김의성▶
    네. 삼성이 진짜 일류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삼성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국가기관의 역할이 정말 중요합니다. 특히 고용노동부, 열심히 일 해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 스트레이트가 삼성에 대해서 좀 더 긍정적인 소식을 전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언제쯤 될까요?

    ◀주진우▶
    음, 저는 삼성 전문기자로 10여 년 째 활약하고 있습니다. 기사를 써서 삼성특검이 발진하기도 했고요. 이건희 회장이 물러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기사를 한 번도 쓴 적이 없습니다. 긍정적인 기사는 다른 언론사에서 다른 기자들이 너무 많이 쓰거든요. 하지만 저도 그런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스트레이트도 삼성에 긍정적인 기사, 대한민국 대표 기업이라는 자랑을 하고 싶습니다.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합니다.

    ◀김의성▶
    끈질긴 추적 저널리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저희는 다음 시간에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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