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5시 뉴스
기자이미지 뉴미디어뉴스국

[스트레이트 27회 하이라이트] 추적 '포청천' 작전의 비밀

[스트레이트 27회 하이라이트] 추적 '포청천' 작전의 비밀
입력 2018-11-05 11:36 | 수정 2018-11-05 11:42
재생목록
    ◀3.추적 ‘포청천’ 작전의 비밀 ▶

    인적 드문 월악산 자락.

    가을은 서둘러 속세로 물러가고
    산그늘에 숨은 암자에 겨울이 밀려옵니다.


    명진 스님을 만났습니다.

    ◀ S Y N ▶
    명진 스님 / 전 봉은사 주지
    “(안녕하십니까? 스님 안녕하세요?)
    아이고 이거 오랫동안 나다닌다고 집을 비워서 “

    “(불도 직접 지피시는 거예요?)
    불 지펴야지 안 얼어 죽으려면.“

    8년 전 서울 강남
    봉은사 주지 자리에서 쫓겨난 뒤
    여러 거처를 전전하고 있습니다.

    ◀ I N T ▶진 스님 / 전 봉은사 주지
    저희 같은 경우는 홀몸이니까. 해고가 무서울 것도 없고. 어디 가면 하루 세 때 밥 못 먹을 것도 아니고. 절에 그래도 아는 스님들이 많이 있으니까. 가면 잠재워주니까“


    이명박 대통령 시절,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정권의 '눈엣가시'였습니다.

    이명박 전대통령의 기독교 편향 논란이 일자, 사찰 상공에 애드벌룬을 띄워
    "이명박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라"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현수막을 내겁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엔
    "몰염치하고 파렴치하고 후안무치한
    '3치' 정권"이라고 꼬집습니다.

    ◀ I N T ▶
    명진 스님 / 전 봉은사 주지
    “정권 차원에서 봤을 때는 굉장히 눈엣가시였던 것만큼은 사실이죠. 왜냐하면 강남이라는 데가 본인들의 어떻게 보면 밭이잖아요. 거기 이상한 중이 하나 들어와서 강력한 비판을 했으니까."

    2010년 7월
    국정원의 보복성 3단계 첩보 작전이 시작됩니다.

    1단계, 국정원 서버에 저장된 정보를 요약해 인사 카드를 만들고

    2단계, 법회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감시합니다.

    명진 스님이 1000일 동안
    매일 1000배를 하겠다며 외부 출입을 삼가자, 비서를 미행합니다.

    사찰을 도와줄 신도도 물색합니다.

    3단계, 악성 코드가 담긴 이메일을 보내
    PC 해킹을 시도합니다.

    미행 감시에 능숙한 내사팀과
    해킹 기술이 있는 사이버팀으로 구성된
    '대북공작' 전문가들이 투입됐습니다.

    이른바 '포청천 팀'입니다.

    “사찰 예산 중 실제 지출하지 않는 절반을
    '종북 좌파' 지원에 쓴다“는 게 ‘포청천’팀 투입 이유.

    하지만 당시 봉은사 회계 담당자는
    명진 스님 때 처음 사찰 재정을 공개하고
    집행 결정에도 신도들이 참여하도록 했기 때문에, 명진의 종북좌파 지원 첩보는
    사실이 아닌 음해라고 단언합니다.

    ◀ I N T ▶황찬익 / 전 봉은사 종무실장
    “전혀 사실이 아니고요. 연간 한 10억 가까이 (조계종) 총무원에 세금 내는 게 있어요. 그거 말고는 나머지 거의 다 (봉은사 내부 사업에) 그냥 쓴다고 보면 돼요. 와서 그냥 물어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사안인데"

    작전 개시 넉 달 만인 2010년 11월,
    명진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의 석연찮은
    개입으로 봉은사에서 쫓겨나듯 물러납니다.


    ◀ I N T ▶명진 스님 / 전 봉은사 주지
    "코엑스에서 G20 국가 정상회의가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봉은사에서 뭐 플래카드를 붙이든지 애드벌룬을 띄우면서 정부에 비판을 하지 않을까 하는. 거의 그렇게 할 거라고 판단했던 것 같아요. 권력에서는."
    "(총무원) 자승 원장으로부터 특사 비슷하게 옵니다. 어느 스님이 찾아와서 ‘지금 당장 나가면 스님이 원하는 사람으로 다음 주지를 임명하겠다.’ ‘자지가 목숨을 걸고 약속 하겠다’라고 약속을 해서 그래 그러면 '내일 내가 나가지' 그랬더니 '지금 당장 나가라. 나가는 것 사진을 찍어서 자승 원장한테 갖다 보여줘야지 된다.'"

    이후에도 명진 스님에 대한
    ‘포청천’ 팀의 사찰과 국정원의 청와대 보고는 계속됐습니다.

    ◀ I N T ▶명진 스님 / 전 봉은사 주지
    “조직적으로 나에 대해서 사찰, 공작을 했다는 사실이 소름 끼치는 일이잖아요. 실제로 그랬다는 걸 문건으로 보니까. 이건 뭐 아주 오싹한 기분이 드는 거죠"
    ---

    지난 2011년 10월
    한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도착한 이메일.

    신규 사업의 허가 가능성을 묻는 내용입니다.

    흔한 민원성 내용이어서
    보좌관은 가볍게 읽고 넘겼지만,

    제 3의 장소에서 보좌관의 컴퓨터를 자신의 컴퓨터처럼 조작하며, 이 이메일을 유심히 훔쳐보는 또 다른 이가 있었습니다.

    역시 국정원 포청천팀.

    "김 보좌관님 노건호입니다"란 제목에
    흥미를 느낀 겁니다.

    해킹으로 이 이메일을 몰래 빼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가
    요양사업을 추진한다는 첩보 보고를 올립니다.

    사실일까.

    ◀ S Y N ▶
    김00 / 국회의원 보좌관 (음성 변조)
    “이 친구는 지금 일본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친구이고, 제 대학 동기죠. 개인적으로. (전혀 다른 동명이인인 거죠?) 정확히는 동명이인이죠”

    실제로 취재진이
    이메일에 언급된 업체 이름으로 등기를 떼보니 생년월일이 다른 동명이인이 맞습니다.

    2분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 S Y N ▶김00 / 국회의원 보좌관 (음성 변조)
    “조금만 검색을 해보면 충분히 알 수 있지 않습니까. 단지 상시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일가에 대해서 계속적으로 사찰을 했던 증거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데요.”

    엉터리 첩보활동 해프닝이라고 웃어넘기기엔 국정원이 입법부인 국회 컴퓨터를 해킹하고 상시적으로 사찰한 단적인 정황입니다.

    --

    2010년 8월, 이번엔
    야권 인사와 관련된 사업가 A씨를
    미행 감시하란 특명이 떨어집니다.

    ‘포청천’팀은
    사업가 A씨의 휴대전화 기지국 위치를
    통신사로부터 실시간으로 받아내,
    이동 경로를 파악했습니다.

    만나는 사람들의 신상까지 캐고,
    누구랑 자주 통화했는지
    통화 내역도 들여다봤습니다.

    사찰 20여일 만에
    가까이 지내는 여성을 발견하고 올린 보고서.

    제목은 "취약점 확인 결과".

    [이 여성과 여성의 아이로부터
    DNA 검체를 확보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사찰 대상 지인들의 생체 정보까지 수집해
    약점을 잡으려 했던 겁니다.

    도감청이 아니면 어려운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받아 적은 보고서도 작성됐습니다.

    해킹에, 위치 추적, DNA 검사, 도감청까지,

    첩보 영화 같은 각종 간첩 수사 기법을 동원해 이명박 정권 국정원 포청천팀은 이렇게 무차별 불법 사찰을 벌였지만,
    정작 피해자들은 지금도
    사실과도 다른 불법 사찰 정보들을
    왜 국정원이 수집하고 지금까지 보관해오고 있는 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 I N T ▶ 명진 스님 / 전 봉은사 주지
    “후일에 권력자들이 바뀌었을 때 이용할 수 있는 자료로 남아있다는 건 굉장히 기분 나쁘죠. 그러니까 국정원도 직원들은 그대로거든요. ”

    ◀ END ▶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