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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35회 Full] 죽음의 컨베이어벨트, 누가 김용균을 죽였나?

[스트레이트 35회 Full] 죽음의 컨베이어벨트, 누가 김용균을 죽였나?
입력 2019-01-14 13:47 | 수정 2019-01-1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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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기자]

    고은상 / gotostorm@mbc.co.kr
    배주환 / jhbae@mbc.co.kr

    ◀ 스튜디오 1 ▶

    김의성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 김의성입니다.

    주진우
    안녕하세요. 주진우입니다.

    김의성
    한 달 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김용균 씨가 홀로 밤샘 일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끔찍한 일이 있었습니다.

    주진우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스물네 살밖에 안 됐거든요. 그리고 회사에 들어온 지는 3개월밖에 안 된 그런 꿈 많은 청년이었습니다.

    김의성
    예. 이 젊은 청년 김용균 씨가 죽음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고은상, 배주환 기자가 자세히 취재해오셨다고요. 사고가 난지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수습은 제대로 되고 있나요?

    배주환
    네. 사고 초기에 이 사고 원인을 발전사 측이 김용균 씨 개인의 실수로 몰아갔었는데요.

    주진우
    그랬어요.

    배주환
    이후 유가족들은 아직까지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고은상
    네, 김용균 씨 어머니는 이게 단순히 사고가 아니라 사실상 살인이라며 절규하고 있습니다. 김용균 씨 사고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9년 간 5개 발전사에서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 마흔 명 가운데 서른일곱 명이 바로 하청업체 직원이었습니다.

    배주환
    네. 대체 어떤 곳이었길래 이들이 이렇게 죽음에까지 내몰렸는지 저희 스트레이트는 이들이 일했던 화력발전소 내부의 영상을 입수했는데요. 열악하다 못해서 처참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 END ▶


    ◀ VCR 1 ▶

    effect) "기계 돌아가는 소리"

    희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초속 3미터로 빠르게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화력발전소 보일러에 쉼 없이
    석탄을 운반합니다.

    수백 개의 바퀴가 24시간 벨트를 돌리다 보니 고장도 부지기수.

    effect) "끼이이익"

    하루 종일 컨베이어를 살피고
    고장을 찾아내는 게 고 김용균 씨와 동료들이 하던 일입니다.

    그런데 작업장 안에선
    한 치 앞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석탄 가루와 먼지가
    눈앞을 가리기 때문입니다.

    석탄 가루가 쌓이고 쌓인 바닥은
    사막처럼 변했습니다.

    발전소 하청 노동자 A
    “이런 (석)탄들이 뿌옇게 일어나잖아요. 이송하면서. 그러면 진짜 안 보여요 앞이. 캄캄해요 10미터 뒤에 안개 끼듯이 10미터 이상 되면(멀어지면) 안 보인다고 봐야 돼요. 이런 게 푹 일어나 봐요. 시커메요.”

    휴대용 전등 불빛과 소리,
    이 두 가지에만 의존해 점검을 해야 하고
    문제를 발견하면 보고용 사진도 찍어야 합니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결국 기계 가까이 다가갈 수밖에 없는 겁니다.

    24살 짧은 생애의 마지막 날,
    김용균 씨 역시 스마트폰 불빛 하나에 의지해 점검에 나섰습니다.

    평소에도 어디가 문제인지 살펴보기 위해서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돌아가는 벨트 아래에 머리를 넣고 고장 부위를 찾아야 했습니다.

    이성훈 / 김용균 씨 직장 선배
    “벨트 점검이고 뭐 점검하려면 안에 들어가서 내가 플래시 랜턴(휴대용 전등)을 켜든 뭘 하든 뭘 봐야 할 거 아니에요. 거기다가 또 분진 날리기 시작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죠. 점점 더 가까이 들어가는 수밖에 없죠”


    석탄을 토해내는 컨베이어 벨트.

    벨트가 찢어지면서
    그 구멍 사이로 석탄이 쏟아져 나옵니다.

    기계 점검이 원래 업무지만
    직원들은 이 떨어지는 석탄,
    즉 낙탄도 처리하도록 지시받습니다.


    낙탄은 최대한 빨리 삽으로 퍼서
    다시 벨트에 올려야 합니다.

    볼트가 빠질 정도로
    엄청난 압력으로 인해
    언제 기계가 고장 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성훈 / 김용균 씨 직장 선배
    “작년이나 재작년에도 설비가 (석)탄 때문에 완전히 다 벌어질 정도로 압력이 굉장히 걸려요 걸리게 되면 볼트도 막 총알처럼 튀어 나갈 정도로. 저 그때 현장에 있었거든요. 무시무시했어요”

    낙탄을 올릴 땐 회전하는 바퀴 가까이 접근하게 되기 때문에 벨트를 멈추는 게 원칙.

    하지만 발전소는 가동을 계속 하는 걸
    더 우선순위에 놓고 있습니다.



    김용균 씨 동료 A
    “정지를 하게 되면 상탄(석탄 운반)에 지장이 생겨요. 조금이라도 한 30분이라도 세우면 이게 더 그러면 이제 발전사에서 출력을 줄여요 발전 출력을. 그러면 그거에 대해서 저희가 귀책이 될 수 있어요(책임을 지게 될 수 있어요)”

    할 수 없이 직원들은 엄청난 속도로 돌아가는 벨트 바로 옆에서 낙탄을 퍼 올립니다.

    폭 1.4미터, 고무 무게만 22톤이 나가는
    거대한 벨트는 작업자를 집어삼킬 듯
    돌아갑니다.

    김용균 씨 동료 A
    “천상 도구가 삽, 아니면 이런 식의 끌개, 그런 거로 처리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회전체에 그 작업 도구가 말려들어 가거나”

    effect) "화재 경보음"

    점검반은 심지어 화재 진압까지 해야 합니다.

    발전소 석탄은 휘발성 물질이 많아
    작은 마찰에도 불이 붙는데, 이때 유해가스인 일산화탄소 농도가 100ppm 이상까지 치솟기도 합니다.

    과도하게 흡입하면 목숨을 잃게 되는
    유독성 기체, 일산화탄소.

    그래서 규정은 30ppm이 넘으면 출입금지지만 누군가는 불을 끄러 들어가야 합니다.

    김용균 씨 동료 B
    “진압하는 것도 여기 현장원의 몫이니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들어가서 작업은 해야죠. (일산화탄소가 30ppm 이상 넘어갈 때 약간 어지럽다거나 역하다거나 이런 느낌을 가져보신 적은 없으세요?) 처음에는 그랬는데 웃긴 게 이것도 적응이 되니까 괜찮더라고요.”

    컨베이어 벨트, 화재에 유독가스까지
    수시로 생명을 위협받지만
    자신을 어떻게 지키면 되는지 알려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김용균 씨는 선임에게 일을 배운 지 3일 만에 곧바로 현장에 홀로 투입됐습니다.

    일은 눈치껏 배우고,
    모르면 선배들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는 게
    전부였습니다.

    김용균 씨 동료 C / 국가인귄위 현장점검 (2018년 12월 26일)
    (“작업 지침이 있을 거 아니에요. 이런 데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몸을 어떻게 하고 무슨 도구를 쓰고”)
    “그런 건 따로 없고요 그냥 일단 들어가서 저희가 배운 게 다 그냥 형식적으로 이렇게 교육 자료 같은 건 없고”

    더 큰 문제는 사고가 발생해도
    그 사실을 제때, 제대로
    알릴 수조차 없다는 겁니다.

    김용균 씨와 동료들은
    컨베이어 벨트 6.4km 구간을 다섯 구역으로 나눠 한 사람씩 맡았습니다.

    혼자 담당하는 구간이 평균 1.3km.

    끝이 보이지 않는 복잡한 발전소에서
    사고가 나도 1km 이상 떨어진 동료가 알아챌 방법이 없습니다.

    김용균 씨 동료 B
    “그 넓은 공간에서 저는 거기 담당하는 사람이 저 혼자니까 사실 그 일하면서도 만약에 죽더라도 좀 보이게 죽어야겠다. 그런 상상을 한 적은 있어요”

    지난 8년 동안 김용균 씨가 일하던
    태안화력에서 숨진 직원은 모두 12명.

    2017년 11월, 11번째 희생자가 기계에 끼여 숨졌을 때 발전소가 밝힌 사고 원인은
    '작업 안전수칙 미준수'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김용균 씨 사고 직후에도
    '하지 않아야 되는 작업을 하다 사고가 났다'가 발전소 측의 해명이었습니다.

    이성훈 / 김용균 씨 직장 선배
    “하루에 6번씩 올라가서 점검하는 부위인데 거기를 안 올라가는 자리라고 점검 안 해도 되는데 점검해서 사고가 났다? 하루라도 청소 안 하면 그 사람들 전화해서 우리한테 득달같이 왜 청소 안 하냐 그거 점검 너희들 하긴 하냐 이런 식으로 압박을 주고. 있는 소리 없는 소리, 갑질이란 갑질은 다 해놓고 이제 와서는”

    ◀ END ▶


    ◀ 스튜디오 2 ▶

    김의성
    지금 여기가 2019년의 대한민국 맞습니까? 저런 환경에서 노동자들을 일을 시키고 있었군요. 지옥이 있다면 이런 곳 아닐까요.

    주진우
    어, 너무 열악해서 충격적이었습니다. 사고가 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구조였던 것 같습니다. 편하게 집에서 전기를 쓰기만 했지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했을지는 꿈에도 상상하지도 못했습니다.

    김의성
    그런데 이렇게 위험한 곳에 안전교육도 제대로 안 된 신입사원을 투여했다는 거 아닙니까.

    고은상
    네. 보신 것처럼 화력발전소가 워낙 거대한 공간이고 굉음과 분진 때문에 굉장히 공포스러운 곳입니다. 발전소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된 노동자들은 안에서 길을 잃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김용균 씨는 단 3일 간 선배를 따라다닌 후에 현장에 바로 투입됐습니다.

    배주환
    네. 취재 도중 만난 김용균 씨의 동료들은 자신은 운이 좋아서 아직까지 살아있을 뿐이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김의성
    아, 정말 끔찍한 애기입니다. 근데 이런 화력 발전, 한전 자회사들이, 그야말로 공기업이 운영하는 거 아닙니까?

    주진우
    그렇죠.

    김의성
    대한민국에서 공기업이면 신의 직장 아닙니까.

    주진우
    복지의 천국이죠.

    김의성
    예.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이런 처참한 조건에서 지금 일을 하고 있어요.

    고은상
    발전소에서 힘들고 꺼리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하청노동자들이었습니다. 발전사들이 위험한 일들을 모두 외주화 했기 때문입니다.

    배주환
    때문에 이렇게 상상할 수도 없는 위험한 공간에서 일하는데 이 사고가 나면 더 끔찍한 상황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하청 노동자가 사고를 당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취재했습니다.

    ◀ END ▶


    ◀ VCR 2 ▶

    수술 자국이 선명한 발바닥.

    아무리 힘을 줘도 움직이지 않는 발가락.

    이모 씨는 10여년 전,
    발전소 기계 사이에
    발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뼈와 신경 등을 크게 다쳐
    당장 구급차를 불러야 하는 상황.

    하지만 동료들은 119 신고 대신
    이 씨의 개인 승용차에
    다친 이 씨를 싣고 출발해야 했습니다.

    하청업체 소속이었기 때문입니다.

    이OO / 발전소 사고 피해자
    “119를 부르지 못하게 해서 속도 60km 맞춰가면서 병원까지 그거 운전하는 사람이 그렇게 나온 거죠. 그것도 차에 비상 깜빡이를 켜지 말아라. 그러니까 우리 회사에서 사고가 났다는 거를 본청이 알면 안 되는 거죠.”

    극심한 고통에도 비상 깜빡이도 못 켠 채
    제한 속도에 교통신호까지 지켜가며
    병원에 도착했고,

    이 씨는 이후 몇 년 동아이나
    말 그대로 뼈를 깎는 수술만
    수차례 받는 고통을 견뎌야 했습니다.

    소속된 하청업체에서 치료비는 받았지만
    산업재해를 신청할 수는 없었습니다.

    산재를 신청하면
    발전사가 사고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OO / 발전소 사고 피해자
    “회사(하청업체)에서 높은 사람이 나와서 내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당신이 산재로 되면 회사에 불이익이 가고 본인한테도 불이익이 가고 그렇다고 얘기를 해주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줄만 알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이제 신청하지 말라고?”)
    “네”

    하청업체는 왜 이렇게까지
    발전사의 눈치를 본 걸까.

    하청업체는 3년에 한 번씩 경쟁 입찰로
    발전사에서 일감을 따냅니다.

    그런데 사고가 난 업체라는 딱지가 붙으면
    다음 입찰에서 감점을 받기 때문에
    일감을 따내는 데 불리해지는 겁니다.

    유성규 / 노무사
    “119를 안 부르고 사설 구급대를 부르는 사람들이 (하청업체) 사업주가 아니고 동료 노동자들인 경우들도 많아요. 사고 사실이 원청에게 알려지거나 이런 사고가 법적으로 문제가 됐을 때 자기가 일하고 있는 일자리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거 이런 것들을 이제 노동자들도 같이 공유하고 있는 거거든요.”

    하청업체 선에서 해결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사고는 어쩔 수 없이
    발전사에 보고됩니다.

    발전사의 허락을 받아야
    사고 수습절차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한 화력발전소에서 작성한
    산재 사고 보고서.

    손가락 몇 개가 잘려나갔는데,
    제일 먼저 한 일은 119 대신
    소속 하청업체 과장에 전화로 보고하는 것.

    그 다음 이 과장은 역시 구급대를 부르지 않고 발전사의 담당 팀장에게 전화를 겁니다.

    이번엔 하청업체 소장이 현장에 와서
    직접 눈으로 상태가 심각하다는 걸 확인한 뒤,

    발전사의 안전 담당자에게
    119 신고가 필요하다고 보고합니다.

    발전사에 2번을 보고해 승인을 받고 나서야 119 신고는 이뤄졌습니다.

    김용균 씨 사고 역시 이런 과정을 거치느라 경찰에 사고 사실을 신고하는 데에만
    시신 발견 뒤 1시간이나 걸렸고

    시신 수습을 위해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한 건 3시간 반이 훨씬 지난 시각이었습니다.

    이성훈 / 김용균 씨 직장 선배
    “(새벽) 3시 20분에 발견을 했는데 (발전소) 재난구호팀이 먼저 왔어요. 한 3시 50분쯤 돼서. 그러더니 서부발전에 전화하는 거예요. 누구누구 안전담당자 오고 누구 과장 오고 누구 처장하고 와서 현장을 또 확인해요. 그래놓고 또, 또 시간이 지나요.”

    원청 허락 없이는 하청업체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설비를 좀 안전하게 바꿔달라고 발전사에 요청하는 일 뿐입니다.

    하지만 발전사 직원도 아닌 하청업체 직원을 위해 발전사가 큰돈을 투자하는 일은 드뭅니다.

    발전소 하청 노동자 B
    “이 부분은 이렇게 좀 바꿨으면 좋겠다 하는 부분들이 지금도 막 많이 있는데 ‘선배님 이거 이렇게 좀 개선하면 어떨까요?’ 하면 선배님들이 하는 말들이 거의 한 10명 중에 8명 정도는 ‘야 (얘기)해도 안 돼’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안전한 작업 환경엔 무관심하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하청업체 직원들에 대한
    업무 지시엔 적극적입니다.

    지난해 서부발전이
    김용균 씨 동료들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낙탄이 많으니 조치해달라'

    '안쪽까지 청소해 달라'

    구체적인 장소와 작업을 언급하면서
    일일이 지시합니다.

    김용균 씨 동료 A
    “일부 인원들은 이제 서로 개인 정보 알고 하니까 전화해서 직접적으로 ‘여기 와서 이렇게 해 달라’ 그런 전화도 받은 인원도 있고”

    사실상 위험한 작업을 전담하는
    하청업체 직원들은
    인간적으로 모멸감이 드는
    차별 대우를 받기도 합니다.

    태안화력발전소 식당에 붙은 안내판입니다.

    발전사 직원은 11시 반부터,
    협력업체, 즉 하청업체 직원은 11시 45분부터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원청 직원들이 식사를 시작한 후 15분 뒤에나 식당에 들어오라는 겁니다.

    심지어 월급도 더 적은 하청업체 직원에게
    식대를 500원씩 더 받는 곳까지 있었습니다.

    발전소 하청 노동자 C
    “사실 저도 거기서(구내식당에서) 몇 번 (밥을) 먹으러 가다가 그다음부터는 안 갔는데 참 그게 참 먹는 거 가지고 그런(차별하는) 게 제일 서글픈 그런 느낌도 많이 들더라고요.”

    발전사가 관리하는 작업장의 안팎에서
    노동자들이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지만,
    발전사는 아무런 책임도, 의무도 없습니다.

    심지어 인명사고가 나도,
    발전소는 쏙 빠지고 모두 노동자가 소속된
    하청업체 책임으로 돌아갑니다.

    김용균 씨가 숨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017년, 불과 1년 여 전에도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원청인 서부발전은
    3년 연속 무재해 사업장으로 인증됐습니다.

    몇 명이 죽든, 모두 발전사가 아닌
    하청업체 직원이기 때문입니다.

    이OO / 발전소 사고 피해자
    “그러니까 자기네는 모른다 이거죠. 안전장치를 안 해 놓고도 모른다 이거죠. 원래 애초에 기계가 들어서면 처음부터 장치를 하게 돼있는 거예요. 그런데 안 해놓고 사고가 나니까 이제 그렇게 발뺌을 하는 거죠. 그러니까 애먼 데만, 이제 우리 회사만 약한 우리 회사만 당하는 거죠.”

    지난 5년동안 5개 발전사 안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296건.

    이 중 287건, 무려 97%는
    하청업체 노동자가 피해자였습니다.

    그런데도 이 기간 동안 발전사들이
    무재해 달성 격려금으로 원청 직원들에게
    지급한 포상금은 1억 2천만 원이 넘습니다.

    하청 직원들의 인명 피해는, 발전사들이
    재해로 인정조차 하지 않은 것입니다.

    ◀ END ▶


    ◀ 스튜디오 3▶

    김의성
    아니, 하청노동자는 사람이 아닙니까? 사람이 다치면 119를 부르는 건 상식이잖아요. 119를 부르는데 누구의 허락이 필요합니까.

    주진우
    아니, 119도 못 부르면 이게 노동자입니까. 노예입니까.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습니까. 어느 나라에 살고 있습니까.

    배주환
    이 화력발전소의 컨베이어 벨트는 약 10km에 이르는 거대한 장치인데요. 그 큰 작업장에 화장실 하나 제대로 없어서 생리현상이 나타나면 제대로 된 화장실을 찾아서 몇 km를 걸어가야 했습니다.

    주진우
    아니, 화장실이 없는 작업장. 이게 상상할 수나 있습니까. 이건 사람대접을 안 한 겁니다. 사람대접을. 그렇게밖에 안 보입니다.

    김의성
    아, 정말 뭐라 할 말이 없네요. 근데 사실 연료공급이 멈추면 발전소도 멈출 수밖에 없는 거 아닙니까. 이거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건데요.

    주진우
    그렇죠.

    김의성
    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작업 환경이 왜 이러며, 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왜 이렇게 대접하는 겁니까.

    고은상
    네. 하청노동자들을 더욱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몬 건 바로 정부 정책이었습니다. 발전 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민영화 정책을 밀어붙였기 때문입니다.

    ◀ END ▶


    ◀ VCR 3 ▶

    2016년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김경재 총재 / 자유총연맹 (2016년 11월 20일)
    “이 나라 보수주의가 죽어가고 있어요. 이 나라 보수주의가 이러면 앞으로 몇십 년 정권 못 잡습니다.”

    당시 보수단체 '자유총연맹' 총재였던 김경재 씨가 목소리를 높입니다.

    김경재 총재 / 자유총연맹 (2016년 11월 20일)
    “돌아서서 나가는 박근혜가 아름답고 칭찬받으면서 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태극기집회 참가단체 명단에도
    '자유총연맹'이라는 이름이 선명합니다.

    바로 이 보수단체가
    화력발전소의 석탄 투입 공정을 관리하는
    중견 업체, 한전산업개발의 대주주입니다.

    지난 2003년 민영화의 물결 속에서
    한국전력의 건실한 자회사였던 한전산업개발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고, 자유총연맹이
    이 회사 주식 51%를 사들인 겁니다.

    정흥준 연구위원 / 한국노동연구원
    “왜 자유총연맹이 대주주인지 뭐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실은 잘 납득하기가 어려운 거죠. 거기는 에너지 전문 회사라고 보기에 좀 어렵거든요.”

    지난 9년 동안에만 900억 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낸 한전산업개발.

    공시에 따르면 주주 배당금 약 200억 원이
    자유총연맹 금고로 들어갔습니다.

    정흥준 연구위원 / 한국노동연구원
    “상당히 안정적인 수익을 가질 수 있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아마 이 자유총연맹 같은 약간의 정치적인 이 단체라든지 들어와서 발전소의 민간 정비업체들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발전산업 민간 개방은
    김영삼 정권 때 시작된 뒤
    이처럼 꾸준히 진행돼 왔지만,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린 건
    지난 2008년, 이명박 정권 때였습니다.

    청와대 캐비닛 문건 가운데
    2008년 4월에 작성된
    '공공기관 민영화 및 경영효율화' 보고서.

    독보적인 발전소 정비 기술을 지니고 있던
    한국전력 자회사를 민영화하고
    민간업체 6개를 집중 육성하자고 합니다.

    당시 민간업체가 딱 6개였으니까,
    한전 자회사가 수십 년 동안 맡고 있던
    정비 업무를, 민간업체에 나눠주라는 뜻입니다.

    이태성 간사 /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6개 (업체) 민영화 집중 육성 등 이렇게 했어요. 근데 실제로는 다 거짓말이었다. 힘에 따라서 그냥 나눠준 거라니까요. 발전사의 노다지 사업들을 그냥 민간에 누가 맡겨서 그 사람들한테 수익을 준 거예요.”

    청와대 캐비닛 문건에는
    이같은 민간개방 정책을 위해
    감사원과 검찰이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해야한다고 적시돼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감사원은 발전사의 하청 계약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벌였고,

    발전소 정비 민간 확대 정책을
    조속히 시행할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라고
    산업자원부에 촉구했습니다.

    산업자원부는 이에 따라 지난 2013년
    발전소 정비 입찰에 민간 업체도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습니다.

    정부가 발전소 정비 시장의 문을 열어 주자
    발전사들은 문턱을 낮춰줍니다.

    그 전엔 일감을 받아 가려면
    대규모 화력발전소를 정비한 경험이 있어야 했는데,
    이젠 소규모 발전소 실적만 있어도 된다,

    고난도 정비 공사 경험은
    평가 기준에서 아예 뺐고,

    만점을 받을 수 있는 기술자의 경력도
    12년에서 4년으로 대폭 줄였습니다.

    이렇게 문턱을 확 낮춰버리자
    민간 하청업체들은
    자격 심사에 거의 100% 합격합니다.

    정비 기술 개발과 고급 인력 양성 등
    경쟁력을 높이려 노력할 이유가 없어진 겁니다.

    발전업계 관계자
    (“입찰 과정에서 이게 실제 기술력 중심의 평가가 아니라?”)
    “현재 적격 심사 제도는 기술력 평가에서는 어느 업체건 최고점을 맞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엔 금액 싸움이 되고요. 결국에는 인건비 장사라고 생각합니다. 보조 인력들이 다수가 배치돼서 현장의 업무를 수행하는, 그런 형태로 고착이 되어 있습니다.”

    결국 남는 건 가격 경쟁.

    최대한 싼 가격을 적는 게
    일감을 따낼 유일한 방법이 되는 겁니다.

    2013년 이후 5개 발전사들이 실시한
    경쟁입찰 자료를 입수해 분석해 봤습니다.

    최저가를 적은 업체가 일감을 가져간 게
    전체 입찰 18건 중 13건.

    김용균 씨가 다니던 회사인 한국발전기술 역시
    가장 싼 액수를 적어내
    태안화력발전소 계약을 따냈습니다.

    그리고 하청업체들은
    이익을 더 많이 남기기 위해
    김용균 씨 같이 경험은 없지만 임금은 낮은,
    20대 사회 초년생들로 정비 인력을
    채워갔습니다.

    ◀ END ▶


    ◀ 스튜디오 4 ▶

    주진우
    아니, 거기서 또 자유총연맹이 왜 나옵니까. 자유하고 에너지, 발전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요. 이분들 우리가 낸 전기 요금 가지고 태극기 집회 나온 거잖습니까.

    김의성
    발전 산업의 민영화 논의는 90년대부터 시작되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민영화를 밀어붙인 건 이명박 대통령 때였군요.

    주진우
    이명박 대통령 때였습니다. 그 전에도 민영화 논의는 이루어졌죠. 하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밀어붙인 거는 이명박 정권 때가 최고였습니다. 이명박 정권 때는 청와대가 나서서 검찰과 감사원을 보내서 압력을 넣었어요. 그래서 민영화를 하라고.

    김의성
    네. 이명박 정부가 주구장창 외쳤던 것이 공기업 선진화였고요. 박근혜 정부는 공기업 정상화를 내세웠어요. 근데 이게 과연 선진화 되고 정상화 된 모습인지 정말 심한 의구심이 듭니다.

    고은상
    네. 사실 민영화, 민간개방정책은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국제경쟁력을 키운다는 거였습니다.

    배주환
    겉으로는 경쟁력을 높인다면서 이 실제로는 경험도 없고 기술력도 부족한 민간 업체들이 쉽게 일감을 받을 수 있게 노골적으로 밀어줬습니다.

    고은상
    네. 심지어 정비 용역을 따낸 민간 업체들은 발전소 정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원래 정비를 맡았던 한전 자회사에 정비를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주진우
    아니, 정비를 못해서 옆에 경쟁 업체가 도와주는데 무슨 이게 경쟁입니까. 무슨 이게 입찰입니까.

    고은상
    네. 심지어 정부 방침에 따라 민간 업체에 기술 이전까지 해줘야 했습니다.

    김의성
    정비를 맡겠다고 들어오는 회사인데 정비를 할 줄 몰라. 그래서 그 공기업에 지원을 요청하고 기술지원까지 해줬다는 얘기 아닙니까. 도대체 어떻게 이 일을 따낼 수 있었던 겁니까, 그럼

    주진우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사람들이 말은 잘해요. 말은 잘 지었어요. 선진화, 정상화, 공정화, 경쟁력 강화. 말은 그렇지만 사실 일감 몰아주기였고요. 특혜였고요. 편법이었습니다.

    고은상
    네. 알고 보니 이런 구조 속에서 막대한 이익을 보는 검은 손들이 있었습니다. 하청 노동자들이 죽어갈 때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추적했습니다.

    ◀ END ▶


    ◀ VCR 4 ▶

    민간업체들에게 유리하게 제도가 바뀐
    2013년 이후,

    김용균 씨 회사를 포함한 7개 민간 하청업체가 따낸 계약 규모는 1조 2천억 원입니다.

    스트레이트가 입수한 김용균씨 회사의
    지난 2015년 태안화력발전소 입찰내역서입니다.

    낙찰받은 용역가는 206억 원.

    이 가운데 김용균 씨 같은 초급 기술자에게
    한 달에 418만원을 줄 거라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김용균 씨가 실제 받은 돈은
    200만 원 남짓.

    입찰 때 적어낸 금액의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김용균 씨 동료 D
    “저희는 보통 기존 평균에 200만 원 정도, 200만 원 위아래로 왔다 갔다 해요. 입사해도 그런 걸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런 지식을 전혀... 몰랐었죠 저희는”
    (“그러면 그냥 주는 대로 받는?”)
    “네”

    위험한 설비가 24시간 돌아가서
    언제든 큰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은 곳이지만
    안전관리비는 용역비 중 1.97%.
    연구개발비도 0.68%에 불과합니다.

    발전업계 관계자
    (“제가 보기엔 인력파견 업체?”)
    “민간 정비사 같은 경우는 대부분을 자기들 이익으로 가져가니까 자기 자체 내 직원들한테 교육 투자 같은 건 별로 안 하고”

    김용균 씨 회사가 2014년부터
    4년 간 거둬들인 순이익은 283억 원.

    안전관리와 기술개발은 시늉만 하고,
    인건비를 깎아서 이익으로 챙겨가는 겁니다.

    이태성 간사 /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실제로 (입찰 서류상 월급) 설계치가 440만 원이라면 용균이가 받았던 거는 200만 원밖에 안되니까 240만 원을 다 회사에서 먹어가는 거야”

    민간 하청업체들과 이 돈을 나눠 갖는 건
    이른바 '발피아', 즉 발전사 마피아들.

    산업부 관료나 발전사, 한전 자회사 간부들이
    퇴직 후 민간업체로 자리를 옮겨
    돈을 챙겨가고 있습니다.

    발전업계 관계자
    “발전사에서 나오신 분들은 연봉이 7천만~7천 5백만 원 대. 한전 자회사에서 퇴직하신 분들이 민간 정비사 넘어갈 때는6천만~6천 5백만 원 선이 지금 현재 시장에 형성되어 있는 (가격이죠.) 주식으로 받았다는 분들도 있고 자기들의 룰(규칙)이죠 그것도. 계약관계 때문에 아무래도 전관예우 차원이라고 보시면 되겠죠.
    (“계약을 따내기 위해서?”)
    “그렇죠. 계약도 따내고.”

    민간업체로 넘어가 근무중인 발피아는
    2017년 당시, 확인된 인원만 100명이 넘습니다.

    실무 경험도 제대로 없으면서
    현장 하청 노동자의 3배 넘는 돈을 받아갑니다.

    이성훈 / 김용균 씨 선배
    “(발전사 퇴직자들이) 현장에 대해서 모르니까 저한테 물어봐요. 애들(직원들) 배치를 짜야 하는데 헤드가 어디고 테일, 그러니까 끝과 시작도 모르고 그걸 반대로 그려놓은 거예요 도면에”

    김용균 씨 사고 당시 회장이었던
    홍 모 씨도 산업자원부 관료 출신.

    발전설비 제작 공기업의 민영화와 관련해
    8억원 대 뇌물을 받아 2년을 복역했습니다.

    출소 뒤 대형 회계법인 부회장을 거쳐
    2017년 김용균 씨 회사 회장에 취임했습니다.

    ☎ 홍○○ 전 회장 / 故 김용균 씨 소속 업체
    “사고 나서요, 뭐라 그럴까 제가 좀 미안했어요. 정부에도 미안했고 서부발전에도 미안했어요”
    (“아니 김용균 씨 유가족들이나 이쪽에는 입장을 표명하셨나요 혹시?”)
    “미안하다, 사과한다고 해서 그 친구가 다시 살아난다면 1백 번을 했겠죠. 제일 답답한 게 직원들이 그런 위험한 게 있었으면 좀 얘기라도 했었으면 그렇죠?”
    (“매일매일 설비 이상이나 과정과 이건 좀 안전에 위험이 있다는 걸 계속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게 이들의 주 업무인데. 컨베이어 벨트 운전원들이”)
    “그래요? 그런 세부적인 것까지는 제가 알 수가 없어요”

    발전 산업이 민간에 개방된 뒤
    크고 작은 온갖 이권이 얽혀 있는 상황.

    여기저기서 수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김용균 씨의 직장이었던
    한국발전기술이 입주한 건물.

    이곳엔 또다른 발전소 민간 하청업체 2곳이
    함께 입주해 있습니다.

    경쟁업체 3곳이 모두 한 건물에 모여 있는 건,
    세 업체의 주인이 같기 때문입니다.

    이 세 업체의 대주주는
    이른바 '칼리스타'라는 이름의 사모펀드.

    이 사모펀드는 지난 2014년
    김용균 씨네 회사를 시작으로
    민간 발전 정비업체 3곳을
    차례차례 인수했습니다.

    주요 민간 하청업체 7곳 중
    절반 가까이를 사들인 겁니다.

    사들인 하청업체 3곳 가운데
    누가 발전소에서 일감을 낙찰받든
    이 사모펀드의 수익으로 돌아갑니다.

    '경쟁을 통한 효율화'를 내건 민간 개방을 틈타 소수 주주들의 이익 극대화가 목적인
    사모펀드가, 시장을 장악해 온 겁니다.

    발전업계 관계자
    “사모펀드의 특성이 뭐 특정 기간 내에 고수익을 챙겨서 그 투자자들한테 이익을 배분해주는 게 목적이다 보니까요. 결국엔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한 정책이 특정인들의 이익으로 돌아간 건 아닌가”

    ◀ END ▶


    ◀ 스튜디오 5▶

    김의성
    저 홍 회장이라는 사람 인터뷰 정말 기가 막힙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왜 정부에 미안하고 원청사에 미안합니까. 죽은 사람한테 미안해해야죠. 그러고서 돈을 벌었단 말 아닙니까. 지옥 같은 환경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그 죽음을 제물로, 그 틈바구니에서 또 돈을 버는 사람들이 저렇게 있었군요. 자유총연맹도 기가 막힌데요. 민간의 경쟁력을 높인다더니 거기에 사모펀드가 웬 말입니까.

    고은상
    네. 이 칼리스타는 국내에서 만들어진 사모펀드인데요.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발전 산업 민간개방을 본격 시행한 다음해인 2014년, 2015년, 2017년에 발전소 민간 정비업체를 하나씩 사들였습니다.

    주진우
    대한민국에서 전기가 사라지지 않는 한 발전소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발전소 정비 회사도 사라지지 않죠. 그러니까 대한민국이 사라지지 않는 한 평생 먹거리를 마련한 거죠. 사실상 땅 짚고 헤엄치기지 않습니까.

    김의성
    더더욱 화가 나는 건 말이죠. 전직 산업부 관료들, 그리고 퇴직한 발전사 간부들까지 민간 정비업체에 와서 편하게 고액 연봉 받아 갔다. 이겁니다.

    고은상
    네. 발전사 마피아. 이른바 발피아라고 말씀드렸죠. 이들이 수 억, 수십억 원을 받아가는 사이에 하청 노동자는 고작 몇 만 원짜리 랜턴 하나 받지 못하고 죽어갔습니다.

    김의성
    네. 그런데 이 사건이 크게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김용균 법, 이른 바 김용균 법이라고 불리우는 산업안전법 개정안이 마련되지 않았습니까.

    주진우
    네. 다행스럽게도.

    김의성
    국회에서 통과 됐고요.

    주진우


    김의성
    이 개정안 통과로 상황이 나아진 게 있습니까?

    배주환
    네. 28년 만에 산업안전법이 통과됐고 그래서 많은 분들이 나아졌을 거라고 믿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실제로 나아진 게 거의 없습니다.

    김의성
    아, 그래요?

    배주환
    네.

    고은상
    네, 이 산업안전법은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위험한 작업의 도급을 금지하는 법입니다. 그래서 김용균 법이라고 이름까지 붙여졌지만 정작 김용균 씨가 일한 발전 분야는 도급 금지 업종에 포함되지도 않았습니다.

    주진우
    아니, 그럼 김용균 씨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김용균 씨가 안전한 일을 하다가 숨진 건가요? 안전해서? 이거 말이 안 되잖아요.

    김의성
    김용균 법의 의미가 그럼 없지 않습니까.

    배주환
    네. 하청노동자에게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이 원청의 처벌을 강화한다면서 처벌의 상한선을 7년에서 10년으로 높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처벌에 하한선을 두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벌금 4-5백만 원 정도의 솜방망이 처벌이 가능한 겁니다.

    주진우
    실효성이 없네요, 별로

    배주환
    네. 그렇습니다.

    김의성
    법안이 통과된 것만 보고 안도를 했었지 법안의 내용에 대해서는 저희가 너무 챙기지를 못했네요.

    주진우
    그렇습니다.

    김의성
    이거 정말 그냥 생색내기 위해서 개정안을 냈다고만 했지 눈 가리고 아웅 식 아닙니까. 아무 것도 바뀐 게 없어요.

    주진우
    28년 만에 바꾼 게 이 모양입니다.

    김의성
    자, 그렇다면 발전소 현장에서는 어떤가요. 이 사고 이후에 현장에서는 좀 개선의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까.

    고은상
    네. 김용균 씨 사망 이후 발전소 현장에서는 오히려 더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 END ▶


    ◀ VCR 5 ▶

    강원도 삼척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컨베이어 벨트에서
    석탄가루가 비오듯 쏟아집니다.

    화재를 막기 위해, 마찰만으로도 쉽게 불붙는
    석탄가루를 즉시 퍼올리지만
    화재는 수시로 일어납니다.

    삼척 발전소 하청 노동자
    “안면 화상을 입어서 화상치료를 오랫동안 했던 그런 직원도 있습니다. (발전소에) 설비를 개선해 달라고 그러면 임시방편으로 (조치)하고 가스, 분진, 화재 위험 여러 가지에 많이 노출돼 있는 상황에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김용균 씨 사망 보름 뒤인 지난달 27일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들이 삼척발전소에
    들이닥쳤습니다.

    발전소의 작업 환경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사전 예고 없이 조사를 나온 겁니다.

    그러나 면담 대상이었던 하청업체 직원들은
    자신들이 매일 겪고 있는 열악한 작업 환경에 대해 침묵했습니다.

    ☎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관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위험하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을 얘기를 좀 해달라 그럼 그 부분을 제가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제가 면담 진행할 때는 (하청 노동자들이) 아예 얘기를 안 하시더라고요.”

    하청업체 직원들의 침묵엔 이유가 있었습니다.

    점검 하루 전 하청업체측이 작성해
    직원들에게 배포한 문건.

    티타임부터 시작해
    다음날 진행될 감독관의 일정이
    시간대 별로 파악돼 있습니다.

    발전소가 이미 근로감독이 나올 걸 알고
    하청업체에 준비하라고 연락한 겁니다. //

    ☎ 삼척발전소 하청업체 간부
    “고용노동부가 나온다는 거는 일단 발전 5사들은 발전소에 관련된 종사자들이 다 아는 사항이고...저희도 (근로 감독) 바로 전날 (발전사로부터) 연락을 받아서 그냥 준비만 했을 뿐이죠.”

    근로자들이 보고 겪은 대로 대답할까봐
    감독관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도 정해뒀습니다.

    '설비 점검은 2인 1조로 합니다'

    '설비 점검은 육안점검 합니다'

    '벨트 정지 후 작업합니다'

    그동안 전혀 지켜지지 않았던 수칙을
    김용균 씨의 죽음 이후 겨우 며칠 적용해 놓고
    잘 하고 있다고 대답하게 한 겁니다.

    '공손하되 짧게 답변할 것'

    '부정적인 답변은 자제할 것'

    답변 태도까지 정해줬습니다.

    삼척발전소 하청 노동자
    “회사에서 형식적으로 인원까지, 응대 인원까지 다 이제 지정을 해서 그래서 이제 지시가 내려왔죠. ‘간단하게만 답을 해라’, 뭐 이런 쪽으로”

    결국 근로감독관들은 컨베이어 벨트 가동을
    잠시 멈춘 작업장 등을 둘러 본 뒤 돌아갔습니다.

    삼척발전소 하청 노동자
    “당연히 안 돌아가는 기계고 그 기계가 돌아가면서 어떤 소음이나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확인을 못 했겠죠. 그런데 참 저희들이 봐서는 어처구니가 없죠.”

    이보다 앞선 12월 21일엔
    이해찬 민주당 당대표가 김용균 씨가 숨졌던
    태안화력발전소를 방문했습니다.

    그 전날 하청업체 직원들은 시커멓던
    일터와 설비를 대대적으로 물청소했습니다.

    발전소 하청 노동자 A
    “이해찬 대표가 오신다고 해서 청소하는 장면입니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했었는데 상부에서 지시가 내려오면서 ‘다 물청소 깨끗하게 해 놔라’ 해서 아마 거의 전 라인을 다 이런 식으로 물청소를 해놨을 겁니다. 원청회사가 지시를 한 거죠 거의. 그렇게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으니까”

    동료가 다치든 죽든, 작업장은
    외부 인사가 올 때엔 늘 깨끗하게 치워졌고,
    현실은 은폐됐습니다.

    발전소 하청 노동자 A
    “모든 손님 오면 다 그래요 (아 그래요?) 이렇게 시켜요. 감사만 와도 안전점검만 온다고 해도 노동부에서 온다고만 해도 이렇게 하니까 노동부에서 와서 근로 감독 조사를 하게 되면 이런 식으로 하고 조사를 하게 되면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

    김용균 씨 사망 이후에도
    발전사들의 땜질식 처방에
    하청업체 직원들은
    또다른 고통을 받게 됐습니다.

    2인 1조 규정을 지키라는 지시가 내려오자
    인력 충원은 하지도 않고,

    컨베이어 벨트 2킬로미터 정도를
    한 명이 점검하던 걸,

    두 구간을 합쳐
    4킬로미터짜리 한 구간으로 만들어
    어거지로 2인 1조를 맞췄습니다.

    작업 구간이 두 배로 늘어
    어쩔 수 없이 순찰 횟수를 줄이다보니
    설비 점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발전소 하청 노동자 B
    “옆의 포지션(구간에서 근무하는) 직원 코스까지 같이 순찰을 해야 하니까 업무량이 2배가 된 거죠. 5번 정도 순찰을 했어요 예전에는 혼자 돌 때는 5번 정도 돌았었는데 지금 이게 2인 1조 하면서 업무량이 너무 많아져서 3회로 줄였다가 지금은 2회로 줄였어요.”

    ◀ END ▶


    ◀ 스튜디오 6 ▶

    김의성
    그렇게 끔찍한 사고가 있었는데도 현장은 바뀐 게 없네요. 오히려 더 끔찍한 현장이 된 것 같습니다. 게다가 물청소라니요. 자기 동료가 죽은 자리를 높은 사람이 온다는 이유로 물청소를 시킨단 말입니까.

    주진우
    끔찍하네요. 반성해야죠. 죽음으로부터 배워야죠. 하나라도 고치고 바꿔야죠. 그런데 이게 뭡니까. 지금 당장 사고가 난다고 해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습니다.

    배주환
    네. 지금의 하청 구조에서는 바꿀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그러니까 직접 고용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이 노동자들은 줄기차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고은상
    네, 지난 2016년 구의역에서 일어났던 이른바 구의역 김군 사망사건 기억하시죠.

    주진우
    아, 네. 기억해요. 그런데 김군 사건하고 김용균 씨 사건이 너무나 판박이여서 가슴이 더 아팠습니다. 김군도 2인1조로 작업을 해야 되는데 혼자서 스크린도어 작업장에 나갔다가 열차에 치여 숨졌잖습니까.

    고은상
    네, 이 구의역 김군 사고 후에 하청 업체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스크린도어 수리를 하던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그래서 그해 9월, 서울교통공사에 직접 고용됐습니다. 그 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현장을 직접 다녀왔는데요. 현장에서는 항상 2인1조 작업 원칙이 지켜지고 있었습니다. 또 안전 장비도 충분히 지급되고 있었고요. 그런데 가장 결정적이고 큰 변화는 이 노동자들이 위험할 때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어찌 보면 당연한 권리가 이제야 생겼다는 겁니다.

    박창수 사원 / 서울교통공사 (故 김 군 동료)
    “상황이 많이 좋아진 상황이죠. 그 때 당시하고 비교하면 엄청 좋아진 거죠 위험하면 일단은 당장 작업을 안 해도 된다. 그리고 거부를 할 수 있다 (과거에 그 하청업체에 있을 땐 그런 건 상상도 못하셨겠네요?) 상상도 못 했죠.”

    고은상
    네. 실제로 직접 고용 이후에는 사망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배주환
    네. 더 놀라운 건 이들이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되면서 스크린도어 고장건수가 약 2만 건 정도에서 3,500건 정도로. 1/5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인력이 충분히 충원되고 또 신분도 안정되다 보니까 고장에 대해 연구하고 미리 점검하는 이 사전 점검시간이 늘면서 이 고장 자체가 줄어든 겁니다.

    주진우
    아, 네.

    김의성
    그러니까 안전한 환경에서 정비를 할 수 있고 그에 따라서 고장도 줄어들고, 또 시민들의 편의도 증가했다는 얘기 아닙니까. 직접 고용의 효과가 이렇게 증명되고 있는데 우리 정부도 이 효과를 분명히 느끼고 있지 않을까요.

    배주환
    네, 그렇습니다. 이 발전사 하청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논의만 있었지 진전은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누가 이 위험한 상황을 계속 방치하고 또 직접고용을 막고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 END ▶


    ◀ VCR 6 ▶

    문재인 대통령 인천공항 간담회 (2017년 5월 12일)
    “임기 내에,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 이렇게 약속을 드리겠습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화는
    대통령 문재인의 첫 약속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를 직접 챙기기 위해
    대통령 직속기구로 일자리위원회를 만들었고, 위원회는 2017년 말
    보고서 하나를 내놓았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돼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해야 할 업무가
    어떤 것들인지 연구한 이 보고서는,

    시급히 직접 고용을 해야 할 업종 2순위로
    고 김용균 씨와 같은 발전사 운전/정비원들을 꼽았습니다.

    유성규 / 노무사 (보고서 작성 참여)
    “(발전소에서 사고가 나면) 전력이 차단됨으로써 주변에 병원이라든가 공공기관이라든가 이런 시설들에 영향을 주고 그게 결국에는 이제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 건강에 아주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거거든요.”

    이 보고서는 특히 하청노동자의 경우
    원청 노동자에 비해 산재 사고 사망률이
    4배나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을 직접 고용해 위험을 줄이면
    발전소 관련 사고도 줄고, 그것이 곧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한다는 것입니다.

    공약 이행을 위해
    대통령 직속 기구에서 내놓은 보고서지만
    어찌된 일인지 보고서의 내용은
    1년이 넘도록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유성규 / 노무사 (보고서 작성 참여)
    “(정부가) 내부적으로도 검토를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부가 일부라도 차용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들이 좀 아쉽죠.”

    대통령의 공약 이행 방안을 담은 보고서가
    묵살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5월 발전사 경영진과 노동계, 전문가가 모여 협의기구를 만들었습니다.

    김용균 씨와 같은 발전사 하청업체 노동자의 직접 고용을 논의하기 위한 기구입니다.

    발전사 경영진들은 그러나
    정부 지침에 따라 마련된 이 자리에서도
    직접 고용을 줄곧 거부했습니다.

    5천 명 직접 고용이라는 큰 결단은
    발전사 차원에서 내릴 수 있는 게 아닌데도

    발전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산자부가
    아무런 방침을 주지 않고 있다는 게
    직접 고용을 거부하며 댄 이유였습니다.

    정흥준 / 노사전협의기구 전문가위원
    “본인들(발전사 경영진)은 솔직히 말하면 우린 결정 못 한다. 우리는 산업자원부가 최소한의 어떤 입장을 내줘야지 수월하게 결정할 수 있다는 그 태도를 꽤 오랫동안 견지를 하고 있습니다.”

    김용균 씨 사망 12일 뒤인 지난 12월 24일,
    국무조정실에서는 비공개 회의가 열렸습니다.

    국무조정실과 산자부, 발전사 등 관계 기관이 김용균 씨 회사를 포함한 발전사 하청업체의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걸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이자리에 참석한 산업자원부 전력산업과장 등은 "비정규직 전환방식에 대한 다양한 주장들이 있어 협의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김용균 씨 사망전부터 내세웠던 논리로,
    발전소 하청 노동자 직접 고용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고수한 겁니다.

    최근 고용노동부의 한 간부도 노동계에
    "직접 고용 방침에 대해 산업부가 미온적이어서 진행이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발전산업의 민영화와 민간 개방을
    줄기차게 추진하던 산업부로선
    그동안 밀어붙였던 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려야 하는 상황.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거부하자니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충돌하는 게
    부담스러워, 결론을 내지 않고
    시간만 끌고 있는 겁니다.

    우원식 / 국회의원
    “과거에 정부가 해왔던 민영화 정책, 이것을 포기하고 있지 않는 겁니다. 이미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위험의 외주화에 대해서 분명한 입장을 밝혔고 김용균 씨 사망 사고 이후에 ‘위험의 외주화는 이제 근본적으로 막겠다’ 이렇게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부가 아주 미온적으로 이 문제를 대처하고 있어요.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 산업부 정책은 매우 잘못됐다.”

    산업부는 스트레이트의 공식 인터뷰 요청도 거절했습니다.

    대신 이번 사고는, 발전소 작업장 안전이
    철저히 지켜지지 않아 발생한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 중에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지난 9년 동안 5개 발전소에서 숨진
    40명 가운데 37명은 하청 노동자였습니다.

    살아남은 5천명의 김용균들은
    언제 어디서 사고가 터질지 모를
    어두컴컴한 발전소 안에서

    석탄 분진에, 화재에, 유독 가스에 노출된 채 매일을 버티며 사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미숙 / 김용균 씨 어머니
    “살이 다 닳고 타고 등 이런 데도 타고 애가 그렇게 처참하게 비참하게 죽었고 저는 죽을 때까지 이 회사하고 이 나라 용서하지 못해요. 너무 원한이 깊어서 운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근데 그 동료들을 봤어요. 동료들은 너무 용균이하고 비슷한 또래고 많아봤자 한두 살 많고 그런 애들이 거기 옆에서 있는데 그 애들이 갑자기 눈에 들어왔어요. 그래서 그 애들은 그래도 어느 집 가정에나 다 소중한 저처럼 소중할 텐데 그 애들은 살려야 되겠다.”

    ◀ END ▶


    ◀ 스튜디오 7 ▶

    김의성
    자기 아들의 죽음 앞에서 다른 아들들이라도 살려야겠다는 어머니의 호소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사람의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게 뭐가 있겠습니까. 산자부는 언제까지 민간 기업의 이익만 따지고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일 겁니까.

    주진우
    사람이 죽었습니다. 사람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책이 실패됐다는 게 이게 보여지는데도 꿈쩍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실패를 인정하고 바꿔 가야죠.

    고은상
    네. 기업의 이익이라는 게 사실 매우 추상적인데요. 기업이 가지고 있는 몇 명 대주주와 사장들, 극소수의 이익일 뿐입니다.

    주진우
    그렇죠.

    고은상
    무엇이 더 많은 사람을 살리는 길인지 산자부도 모르지 않을 겁니다.

    배주환
    사고가 나기 열흘 전쯤에 김용균 씨가 제발 얘기 좀 들어달라면서 작은 피켓을 들고 있던 사진이 떠오르는데요. 이 유가족과 동료들은 더 이상 김용균 씨와 같은 이 억울한 죽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절박한 마음으로 정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클로징 ▶

    김의성
    지금 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의 현실을 보니 위험의 외주화가 아니라 죽음의 외주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돌아가신 김용균 씨 어머니는 기자들에게 이런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용균이가 겪은 일은 우리가 가만히 있어서 일어난 일이다. 국민이 나서지 않는다면 험악한 일터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주진우
    김용균 씨 죽음이 남긴 수많은 숙제들, 그리고 살아남은 수많은 김용균들을 죽음으로부터 구해내는 일.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김의성
    끈질긴 추적 저널리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저희는 다음 주에 찾아뵙겠습니다.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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