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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37회 Full] 추적 양승태 대법원 숨겨진 범죄 5부, 사법부 치욕의 날을 맞기까지
[스트레이트 37회 Full] 추적 양승태 대법원 숨겨진 범죄 5부, 사법부 치욕의 날을 맞기까지
입력
2019-01-28 14:14
|
수정 2019-01-2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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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자]
양윤경 / yangyang@mbc.co.kr
나세웅 / salto@mbc.co.kr
◀ ST 1 ▶
김의성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 김의성입니다.
주진우 안녕하세요. 주진우입니다.
김의성 지난 24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됐습니다. 당초 기각되리라던 예상을 깨고, 자신이 1년4개월 전까지 수장으로 몸담았던 법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대한민국 사법 역사상 최대 치욕의 날이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주진우 구속된 게 치욕이 아니라 사실 사법농단이 치욕이었죠. 이제 치욕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날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김의성 지난여름부터 반년 넘게 이 문제를 취재해 온 나세웅 기자, 양윤경 기자, 그리고 자리에는 없지만 김정인 기자, 정말 고생이 많았습니다.
주진우 정말 열심히 뛰었어요. 한여름에 계속 양승태를 쫓아다녔는데 잡지는 못했어요.
나세웅 네, 못 잡았습니다.
주진우 나세웅 기자 책상에는 사법농단 자료가 정말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세 상자가 넘을 정도인데 어, 책을 써도 되겠어요.
나세웅 취재성과로 말을 해야 되는데 잘했는지 한 번 돌아보게 됩니다.
양윤경 양승태 전 원장은 자신을 아주 특별한 존재로 생각했던 게 분명합니다. 전국이 자신이 대법원장 시절에 있었던 사법농단으로 들끓어 오르는데도 아무런 반응도 없었죠.
주진우 그렇죠. 도망갔죠.
양윤경 네, 그렇죠. 자신이 원하는 시간, 또는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말만 하고 사라지는 대법원장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그런 태도를 보였습니다.
◀ END ▶
◀ VCR 1 ▶
1.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되다
지난해 6월 1일 이른바 '놀이터 기자회견'.
◀ S Y N ▶양승태 / 전 대법원장(2018년 6월 1일)
"이거 너무 인기인이 된 것 같은데요"
대법원 발 '재판 거래'와 '법관 블랙리스트' 파문이 1년 넘게 이어지는 상황에 대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소감이었습니다.
◀ S Y N ▶양승태 / 전 대법원장 (2018년 6월 1일)
"재판의 방향을 왜곡하고 그걸로 거래를 하고 그런 일은 꿈도 꿀 수 없는/ 특정한 성향을 나타냈다는 사람이나 불이익을 준 적이 전혀 없습니다"
재판 개입도, 블랙리스트도 없다.
자신의 수족과도 같았던 법원행정처에서,
청와대와 교감해 재판의 방향을 정하고
판사를 사찰했다는 증거가 쏟아져 나왔지만
시종일관 여유로웠습니다.
◀ S Y N ▶양승태 / 전 대법원장 (2018년 6월 1일)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받을 의향이 있습니까?)
"검찰에서 수사를 한답니까?"
이 기자회견을 끝으로
양 전 대법원장이 완전히 종적을 감춘 사이,
검찰은 사상 처음으로 대법원을 압수수색했고
1백 명에 이르는 판사들이 소환됐습니다.
지난해 9월말, 검찰은 드디어 압수수색 영장에
양 전 대법원장을 '피의자'로 적시합니다.
사법농단 사태를 아예 외면해버린
대한민국 15대 대법원장을
<스트레이트>는 지난해 여름부터 추적했습니다.
◀ S Y N ▶인근주민
(이렇게 생기신 분인데)
"아~ TV에서 많이 봤는데. 응, 요새 또 TV에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나쁜 사람인가 봐, 잡으러 오시고"
◀ S Y N ▶인근주민
"저기 갑자기 짐 싸고 간 다음에요 (네) /
픽업(트럭) 왔다 갔어./ 포터(트럭)에다가 짐 그냥 몇 개 싣고 그냥 그랬다(떠났다) 그러더라고. 그 이후로는 한 번도 못 봤어요"
그리고 마침내 사법부 70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이 검찰에 출두한 날.
대법원측의 반대에도 끝내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 S Y N ▶양승태 / 전 대법원장 (2019년 1월 11일)
(부당한 인사 개입이나 재판 개입이 단연코 없고 말씀하셨는데 여전히 같은 입장이신가요?)
"그건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전직 대통령들도 모두 서서
국민에게 입장을 밝혔던 포토라인을 무시한 채
검찰청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직접 질문하고 싶었던 <스트레이트>는
소환조사 기간 내내 추적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은 매일 같이 차를 바꾸며 취재진을 따돌렸고(추적샷 충분히)
◀ S Y N ▶
"오케이 천천히"
"왔다 갔다 하는데요, 지금"
"이 차 빠지고 저 차, 저 차 지금 속임수 쓰려고 그러는데요"
"유턴하네. 여기서."
"차 돌리는 거 같은데. 알아챈 거 같은데"
어느 차에 탔는지 알 수 없도록
차 2대를 동원하고
취재진 차량을 가로막곤 했습니다.
"막았는데요"
"없어졌다"
"어디로 들어간 거 같은데"
----
그리고 지난 24일, 양 전 대법원장은
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1년4개월 전까지 사법부 가장 높은 곳에 앉아있었던 그에게,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 END ▶
◀ ST 2 ▶
김의성 참으로 오만하고 당당한 태도였습니다. 본인이 구속될 것이라고는 정말 추호도 생각을 못한 거 같은데요. 사실 우리 모두 이건 짐작하기 어려운 일이었어요. 이거 어떻게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까?
주진우 사실 구속영장실질심사 당일까지 영장이 발부되리라고 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어요. 영장실질심사 당시에 양 전 대법원장이 너무 상식에 어긋나는 말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재판정이 다 당황했다고 합니다.
나세웅 너무 명백한 증거 조차 조작이다. 이렇게 얘기하는 게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행위에 가담했다. 이걸 가장 잘 보여주는 증거 중에 하나가 이규진 부장판사가 사용한 업무수첩입니다.
주진우 그렇죠.
나세웅 여기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을 직접 독대하면서 지시 받았던 것을 한자로 대. 한자로 대, 그래서 대법원장이 지시했다. 라는 걸 명백히 남겨놨거든요. 근데 이것조차 '다 조작됐다. 나중에 가필돼 쓸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얘기했다고 해요.
주진우 이규진 부장판사는 바로 양승태 대법원장의 아랫사람 아니었습니까.
나세웅 맞습니다. 독대하면서 업무지시를 계속 받는 사람이었습니다.
주진우 그래서 그걸 적은 거를 부인했어요. 양승태 대법원장이 김앤장의 변호사를 불러서 몇 가지 상의를 합니다. 그 상의했던 내용도 그 변호사가 거짓으로 자기를 모함하려고 조작했다. 이렇게 말을 했어요. 그래서 황당한 노릇이었죠.
양윤경 간첩조작을 해보셨던 분의 경험에 따른 선택이 아니었나. 어쨌든 대법원장을 지낸 분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그런 자세였죠. 이런 자세가, 이런 전략이 오히려 구속영장 발부의 사유가 됐다고 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김의성 네.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말았군요. 그런데 양승태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바로 그날, 양 전 대법원장과는 대조적으로 풀려난 사람이 있습니다.
주진우 그렇습니다. 스트레이트가 계속 지목해서 추적보도 했던 '박카리', 기억하십니까.
김의성 네. 박병대 전 대법관이죠.
주진우 네. 그분은 양승태 후임으로 차기 대법원장 감으로 아예 낙점이 된 상태였어요. 이번에도 유유히 구치소 밖을 걸어나왔습니다.
나세웅 그러니까 검찰은 이 사법농단 행위가 양승태 대법원장에서 시작해서 박병대 행정처 처장을 거쳐서, 그다음에 임종원 차장에게 지시가 이렇게 내려간 걸로 보고 있습니다.
주진우 그렇죠. 조직범죄죠.
나세웅 그러니까 중간에 있던 박병대 행정처 처장이 자기는 관례대로 하던 일을 했을 뿐이다. 그리고 강제징용 사건도 본인은 김기춘 실장과 면담한 얘기를 그냥 보고했을 뿐이다. 이런 얘기를 소명을 했는데 그런 소명을 받아준 것 같습니다.
주진우 기각을 위한 사유 같아요.
김의성 아, 이거 정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 조직범죄의 위와 아래는 구속이 됐는데 중간만 싹 빠져나갔다는 얘기 아닙니까. 이건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데요. 예. 자,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시죠. 사법농단 사례 중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가장 끔찍한, 우리가 가장 집중적으로 다뤘던 사례가 있죠.
주진우 강제징용 재판입니다.
김의성 네, 그렇습니다. 강제징용 재판. 이 재판의 지연 사건에서 또 다른 충격적인 정황이 있다는 것을 스트레이트가 확인했다고요.
양윤경 강제징용 피해자들한테 배상을 하라. 라는 재판이 계속 왜곡되고 뒤집히는 그 정점에, 사법농단의 정점에 '양승태 대법원이 있었다.' 그런데 수사 결과 '그 뒤에 또 박근혜 청와대가 있었다.'까지는 드러났었죠.
주진우 그랬죠.
양윤경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주진우 박근혜 청와대 뒤에 뭐가 있다고요?
양윤경 네. 스트레이트 취재 결과 박근혜 청와대 뒤에 또 다른 거대한 힘이 작용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 발견됐습니다.
◀ END ▶
◀ VCR 2 ▶
2. 강제징용 재판, 농단의 배후는 일본?
2015년 6월 1일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 맞은편에 도열한
일본 원로 가운데 모리 요시로 전 총리와
가와무라 다케오 전 관방장관이 보입니다.
박 대통령 양 옆으로는
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김수한 전 국회의장,
그리고 유명환 전 외교부장관도 앉아 있습니다.
이른바 '한일 현인회의'
즉 '한국과 일본의 현명한 사람들의 모임'이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 겁니다.
◀ S Y N ▶2015년 6월 1일 뉴스데스크
"박근혜 대통령은 한일 현인회의' 참석차 방한한 일본 대표단과 만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일본 측의 용기 있는 결단을 기대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과거사 문제를 잘 해결하고 피해자 명예를 위해 일본측이 결단해 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그런데 일본 참석자들은 정말
이 말을 듣기 위해 박 대통령을 찾아왔을까.
당시는 대법원에서
전범 기업 미쓰비시와 신일철주금에 대한
강제징용 배상 소송이
본격 검토를 시작한 지 약 1년 된 시점.
현인회의 일본 대표격이자 아베 총리와 같은 당 출신인 모리 전 총리.
'이 모리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한국 대법원에서 강제징용 재판이 확정되면 안 된다고 요구했다..'
검찰이 강제징용 사법농단 수사 중 확보한
문건에서 드러난 내용입니다.
"대법원에 올라가 있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면 안 된다",
즉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줘선 안 된다고
요구했다는 겁니다.
현직도 아닌 전직 일본 총리가
한국 대통령 면전에서
한국민의 징용 배상 판결을 파기해 달라,
그러니까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주문했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강제징용 사건과 함께
위안부 재판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를 전달했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굉장히 오래, 강하게 얘기"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대법원 재판의 방향에 대해
다른 나라 정치인이 이래라 저래라 했다면
국가원수로서 강력히 대응해야 할 사안.
그러나 "일본 측의 용기있는 결단을 기대한다"던 박근혜 청와대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
'현인회의'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한일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겠다며
두 나라의 원로급 고위 정관계 인사들이
만든 모임.
◀ S Y N ▶가와무라 다케오 / 전 관방장관
(한일 현인회의 공동기자회견 2015년 6월1일)
"대통령께서도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빨리 한일관계가 정상화되도록 나도 노력할 테니 여러분들도 협력을 부탁한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모리 총리님 입장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아버님 시대 때부터 오랫동안 계속 우리를 뵙고 계시는데요."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기 석 달 전엔
일본에서 아베 총리도 만났습니다.
대체 어떤 현인, 즉 현명한 인물들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셔틀 외교'를 하겠다고 발벗고 나선 걸까.
현인회의의 한국측 구성원들에겐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먼저 유명환, 공로명 두 전직 외교부장관.
장관 임명 바로 직전
주 일본 대사를 지냈습니다.
또 박정희 대통령을 이순신 장군에,
5.16 쿠데타를 명량대첩에 비유한
이승윤 전 부총리,
그리고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등 4명은
일본 훈장 '욱일장' 가운데 최고 등급인
'욱일대수장' 수상자.
청와대에서 이들 현인회의를 맞이한
이병기 당시 비서실장도
주일 대사 출신에 욱일훈장 수상자라는,
정확히 같은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하나같이 이른바 '지일파' 고위층인 겁니다.
◀ S Y N ▶이홍구 / 전 총리 (한일 현인회의 2015년 6월1일)
"우리 양국 사이에서는 (해방 후) 처음 20-30년 동안은 일본어로 쉽게 얘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것이 상당한 정도 우리 의견 소통뿐 아니라 조정, 또 서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현인회의의 일본측 구성원은 어떤 사람들일까?
모리 전 총리, 가와무라 전 관방장관 등
원로급 정치인들 사이에 앉은 바로 이 인물.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
사사키 씨는 전범기업 미쓰비시의 핵심 부문인
'미쓰비시상사' 회장을 지냈습니다.
청와대 예방 때에도 여전히 미쓰비시상사의
특별고문이었던 이른바 '미쓰비시맨'.
결국 이날 현인회의의 청와대 예방은,
전범 기업 고위 관계자가 참석하고
한국의 지일파 관료와 정치인이 동석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일본 보수 정객이 한국 대통령에게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패소하도록
법원에 힘을 좀 써달라"고
요구하는 자리였다는 얘기입니다.
◀ END ▶
◀ ST 3 ▶
김의성 한일현인회의. 스스로를 현인으로 칭하
는 데에 대해서 좀 우습다는 생각도 들지만 저 모임의 모습은 좀 으스스합니다.
주진우 우리 대통령과 우리 대법원장이 일본 정치인의 뜻에 맞게 움직였다. 처참한 생각이 듭니다. 일본 정치인이 우리나라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예요. 그거에 따르는 우리 정치인들은 뭡니까? 박근혜 대통령 표정 너무 좋습니다, 저 날.
김의성 아니, 법의 최종해석은 법원의 권한이고 삼권분립의 원칙이 엄연히 존재하지 않습니까?
나세웅 네, 맞습니다. 행정부가 사법부의 재판에 대해서 이래저래 관련할 수 없는 노릇이고 더구나 일본 정치세력, 그러니까 외국 세력이 재판을 어떻게 해 달라. 요구하는 것도 굉장히 무례한 일이죠.
주진우 상상 이상이네요.
김의성 네. 심지어 이들은 현직 외교관도 아니고, 양국의 정식 외교라인도 존재하는데. 도대체 이런 모임이 만들어진 의도가 좀 궁금해집니다.
양윤경 한일 현인회의는 한일 고관대작들의 모임이고 그 해에 처음 만들어져서 그 뒤에는 별 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주진우 네, 들어본 적도 없어요.
양윤경 네, 그렇습니다. 저도 처음이었어요. 그런데 이 한일 현인회의의 모임을 주도한 우리나라의 인물들, 그리고 강제징용 재판 당사자들. 즉, 우리나라 전.현직 고위 공무원들과 전범기업들 사이를 연결해 주는 수상한 고리를 발견했습니다.
◀ END ▶
◀ VCR 3 ▶
3. 어른거리는 일본의 그림자..그리고 김앤장
'현인회의'는 2015년에 만들어져
그 해 아베 일본 총리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차례로 만난 뒤,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고관들로
1회성 모임을 만들어
한일 정상을 만나고,
"잘 해보자"며 덕담을 교환한 뒤
강제징용 재판 얘기를 꺼낸다..
그런데 이 모임의 주축으로,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까지 성사시킨 인물은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입니다.
◀ S Y N ▶ 유명환 / 전 외교통상부 장관 (한일 현인회의 공동기자회견 2015.6.1)
"'양 정치 지도자들이 좀더 한일 관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중요성을 생각해서 관계 개선을 위한 정치적인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하는 그런 소위 간청이라고 할까"
----
당시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은
강제징용 재판에서 일본 전범 기업을 변호하는
김앤장에 4년째 고문으로 고용된 상태였습니다.
지금도 유명환 전 장관에게 연락을 부탁하면
김앤장 사무실에서 연락이 옵니다.
◀ S Y N ▶(전화 수신 기록)
"김앤장 (법률) 사무실이라고 뜨네, 발신지가"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와 신일철주금이
김앤장에 돈을 내고,
김앤장은 유 전 장관에게
고문료를 주는 관계.
일본 고위층의 한국 대통령 면담을,
일본 전범 기업을 대리하는 법률사무소 고문이
주선했다는 말입니다.
◀ S Y N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현인회의를 주선하셨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거를 외교부하고 협의해서..
(아 외교부랑도 협의하신 거예요?)
그럼, 외교부 예산으로 준비하고.
(근데 외교부에서 주선한 자리에서 모리 전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한테 강제징용 재판 언급한 건 부적절하지 않나요?)
우리가 대법원에서 결정을 하는 문제가 직접 우리로 끝나는 게 아니고, 일본에 어떤 행위를 요구하게 되는 거니까 일본으로서는 우리는 그것이 일본 측 입장에서는 그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
(우리가 일본 측 입장까지 고려할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요)
없지. 없지만 나는 그때 한일포럼 의장 자격으로 한 거니까 김앤장에서 어떤 후원한 것도 없고 현홍주 대사(김앤장 변호사) 계실 때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거를 내가 사후에 (김앤장에) 보고를 하지만, 한일 관계를 위해서 활동한 것이 그렇게 연결시켜서 보는 것이 부적절하다 이거지.
(아 많은 사람들이 연결돼 있다고 생각하시거든요. 우리나라 강제징용 피해자가 있는 상황에서 전직 외교부 장관께서 전범 기업 대리하는 로펌에 들어가셔서 고문을 하시면서 김앤장 측에서 사실상 만나서 활동하시는..)
한일 관계라는 차원에서 나는 현인회의를 한 거고.
(그런 노력을 하셨다면 강제징용 재판 피해자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셨어요?)
은퇴한 사람이 내가 강제징용 피해자를 위해서 활동해야 될 의무는 없는 거죠. 더 큰 그림에서 봐야죠. 외교라는 거는 양국이 서로 좋은 관계를 맺고 국익에 필요한 거니까 이런 문제를 좀 여러 가지를 측면을 고려해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다 하더라도 그것보다 더 큰 지켜야 할 국익이 있다 그 말씀이신 건가요?)
글쎄, 그 문제는 재판에서 결정할 문제지만 국익이 이거다 저거다 할 순 없죠.
(재판에서 결정하게 내버려 두지 않았잖아요. 김앤장도 그렇고 지금 다 나오고 있잖습니까. 전혀 별개의 이슈로 보이지 않습니다)
하여튼 알았어요. 미안해요. 다른 약속이 있어서. 아침 일찍 미안합니다.
강제징용 재판에 내내
일본의 존재는 분명했습니다.
2012년 5월, 일제 전범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 9명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최초의 판단이, 한국 대법원에서 나오자,
◀ S Y N ▶ 이윤재 강제징용 피해자 유가족(2012년 5월 기자회견)
"우리가 잘못해서 노인 양반들 돌아가시기 전에 빨리 우리가 보상을 하겠습니다, 이렇게 얘기를 해달라는 거죠 우리는. 그것밖에 바랄 것도 없습니다"
바로 다음달, 일본 공사가 외교부를 찾아와
"판결이 최종 확정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 합니다.
다음 해 한국 고등법원이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일제 전범 기업에 배상 판결을 내리자,
"만세!만세!만세!"
◀ S Y N ▶ 여운택/ 강제징용 피해자(2013년 7월 기자회견)
"소득 없는 일에 염려와 힘을 써주신 여러분께 백번 감사를 드립니다"
곧 이어 아베 총리가 이병기 대사를 만나
또 한번 압박하는 한편,
'미쓰비시' 출신 사사키 씨가 회장으로 있는 경제 단체는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시합니다.
나중에 한일 현인회의에 참가한 그 사사키 씨입니다.
가장 큰 밥상은 역시 김앤장이 차려줬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2013년 1월에 꾸려진 대통령인수위원회.
두 달 뒤 외교부장관으로 임명되는 윤병세 씨는인수위 합류 뒤 무토 전 주한 일본대사를 만납니다.
이 한국의 미래 외교 수장과
전직 주한 일본대사의 회동은
법률사무소 김앤장이 주선한 걸로 검찰은 파악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외교적인 만남,
그런데 왜 김앤장이 주선한 걸까.
무토 씨는 당시 김앤장에 변호를 맡긴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의 고문.
윤병세 장관 내정자는 취임 전까지
김앤장의 고문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전범기업 관계자와,
그 기업을 변호하는 회사 고문의 관계로
엮여 있는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고관들까지 움직일 수 있는 김앤장에게 가장 든든한 힘이 돼 준 건 정부였습니다.
강제징용 판결을 뒤집으려 했다는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스트레이트는 이병기 비서실장의 2017년
검찰 진술조서를 입수했습니다.
"반일에 치우치지 말고 극일을 해야 한다",
즉 일본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일본에 직접 책임을 묻지 말자고도 말합니다.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뒤집는 게 극일일까.
그리고 검찰이 압수한 이병기 수첩.
강제징용을 법무, 외교부, 법원행정처와 논의한다, 재단을 세워 정부가 배상한다는 계획이 적혀 있습니다.
수첩 작성 당시 이병기 씨는 국정원장.
전법 기업 대리인 김앤장이 바라던 바와 같습니다.
전범기업과 이해를 같이 하는 정권,
그리고 전현직 외교부장관까지 뛰는 운동장에서
김앤장의 남은 타깃은 결재권자, 사법부의 수장인 양승태 대법원장이었습니다.
김앤장 변호사는
누구도 쉽게 만날 수 없는 대법원장을
최소 3번이나 독대했고,
이 자리에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뒤집기가 구체화됐습니다.
◀ END ▶
◀ ST 4.▶
김의성 그저 일본 전범기업의 법률적 대리인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김앤장의 영향력, 그리고 그 위력. 정말 어마어마하군요.
주진우 윤병세 씨가 외교부 장관으로 가기 직전까지 김앤장 고문이었어요. 근데 김앤장 고문으로서 전범기업의 변호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양윤경 김앤장은 법정에서 싸우지 않고 법정 밖에서 싸운다는 이른바 장외변론으로 유명합니다. 전직 총리와 장관 등, 정치, 경제, 외교. 각 분야 고관들로 구성된 수 십 명의 고문단에게 1년에 5억, 6억 씩 주면서 만일에 대비하는 겁니다. 제가 유명환 장관이 어디 있나. 어디 계시나. 취재를 하다 보니까 이분이 지금도 김앤장으로부터 오피스텔도 제공받고, 비서도 제공받고, 차까지 제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주진우 청와대나 권력기관, 그리고 주요 부서에 있다가 김앤장 고문으로 옵니다. 그래서 고문으로 활동을 열심히 합니다. 전관으로서. 그러다가 다시 청와대나 아니면 장.차관으로 픽업됩니다. 그러고 나서 은퇴하면요. 김앤장 고문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나세웅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 강제징용재판도 직접 챙겼어요. 그러니까 김앤장의 송무팀 팀장, 한상호 변호사를 자기 집무실에서 만납니다. 거기에서
주진우 세 번이나 불렀어요.
나세웅 예. 음식점에서도 보고, 집무실에서도 보고.
김의성 이거 정말 말도 안 되는 거죠.
주진우 그 자체가 부적절합니다.
양윤경 예. 취재해보니까 양승태 사법부는 참 일관된 자세를 보였는데요. 약자들한테는 정말 전혀 관심이 없고 강한 자들한테는 한없이 친절한, 그런 대법원이 아니었나. 했습니다.
나세웅 실제 국회의원 같은 권력자들한테는 대법원이 아니라 일개 로펌처럼 개인변호사처럼 친절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까지 했습니다.
◀ END ▶
VCR 4. 현관 예우, 황제 변론_나세웅
지난 2014년 9월.
밤길에 귀가 중인 20대 여성을
누군가 승용차로 뒤따라 갑니다.
속도를 내 여성을 앞지른 뒤
운전자가 내립니다.
비까지 내려 어두컴컴한 거리에서,
이 남성은 신체 일부를 노출한 채
20대 여성을 껴안을 듯 다가가고..
깜짝 놀란 여성이 우산을 휘둘러 여러 차례 때리자 달아납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CCTV를 확인해
인근에 사는 33살 이 모 씨를 검거했습니다.
노출증 환자인 이 씨는 2년 전에도
공연음란죄로 3백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이번엔 껴안으려고 했기 때문에
이전 같은 공연음란죄가 아닌,
형이 더 무거운 강제추행미수죄로
재판에 넘겨집니다.
이 씨 측은 지역구 국회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법사위원인 서 의원은
국회 파견 근무 중인 김명수 판사를 불러
재판 개입을 청탁하고, 이 청탁은 그날 바로
법원행정처 임종헌 차장에게 전달됐습니다.
[음성대독]
"서영교 의원이 직접 이야기한 내용입니다.
서영교 의원은 피고인이 공연음란의 의도는 있었지만 강제추행의 의도는 없었고,
추행의 의사가 없었으니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내용입니다"
선고일을 사흘 남기고
형이 가벼운 죄목으로 바꿔 달란 대담한 청탁.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은 다음날 아침,
재판이 진행 중인 서울 북부지법
문용선 법원장에게 직접 전화합니다.
문용선 법원장은 임 차장의 요구를 거르지 않았고 담당 재판장 박재경 판사를 불러 전달했습니다.
문용선 / 전 서울 북부지방법원장 [음성대독]
"내가 이런 거는 막아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네. 그 피고인이 변론 재개 신청을 할 거라고 하는데, 사유가 되는지 한번 살펴봐 주게"
일사천리입니다.
단 하루만에,
국회의원의 청탁이 대법원 행정처 차장을 거쳐 일선 법원장에게 전달되고,
법원장은 이를 자신이 인사평가 하는
평판사에게까지 전했습니다.
'전관예우'도 한수 접어 준다는 '현관 예우', 즉 현직 판사를 통한 청탁입니다./
박판규 변호사 / 전 판사
(양승태) 대법원장이 상고법원을 원했고 밑에 사람들은 열심히 일한 거예요.
(법원장은 왜 그랬을까요?) 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는 것은
법원장 입장에서는 대법원장 지시라고 이해를 해요. 차후에 대법관 제청이든 헌재 재판관 제청이든 향후 법원장 보직이든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
결국 박재경 판사는
이 씨에게 강제추행미수로,
벌금 5백만 원을 선고합니다.
죄목은 바뀌지 않았지만
이 씨가 원하던 대로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의 선처를 받은 셈입니다.
다만 박 판사는 이 씨가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는다'고
판결에 적시했습니다.
그런데 이 씨처럼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는
다른 피고인에게 박재경 판사는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6개월 뒤 박 판사가 선고한
공연음란죄, 즉 신체 노출 사건.
강제추행 미수보다 형량이 적은 범죄입니다.
박 판사는 가해자가 변명으로 일관하자,
공연음란죄로는 매우 이례적으로
징역 4개월을 선고합니다.
초범인 가해자에 대해
검사가 벌금형을 구형했지만
박 판사는 "전혀 뉘우침이 없다",
"범행 후 정황이 극히 불량한 경우라
법원이 묵과할 수 없다"고 일갈하며
오히려 구형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했습니다.
청탁이 전달된 게 맞는지,
이 씨의 벌금형에 영향을 미쳤는지
박 판사에게 확인을 요청했지만,
"실제 사실과 다르다"는 짤막한 답만 전해왔고,
서영교 의원 역시
국회 파견 판사를 만나 청탁한 기억이 없다고 검찰 수사 결과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 **
'현관 예우'도 부족하면
판사가 개인 변호사 역할도 해 줍니다.
국회 법사위 간사로
양승태 대법원의 숙원 사업인
상고법원 설치 법안을 대표 발의한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
2016년,
홍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습니다.
자신의 지역구 사무국장이
아는 사람 회사에서 일하는 것처럼 꾸미고,
월급 명목으로 정치자금 수천만 원을 받은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이 홍 전 의원에게 상담해 준 필승 전략.
[음성대독]
"받은 급여 중 일부가 홍일표 의원 계좌로 흘러갔더라도 이는 홍일표 의원과 전혀 상관없이 사무국장과 홍 의원 보좌관의 개인 거래라고 정리한다."
불법 정치자금이 들어왔어도
계좌를 관리하는 보좌관과 사무국장이
개인적으로 돈을 주고 받은 것이라고
'거짓 진술'을 하란 뜻입니다.
이 필승 전략의 작성자는 대법원
양형위원회 구민경 판사.
양형위원회는 형사 재판의 형량 기준을
정하는 곳입니다.
엘리트 판사 중에서도
형사 재판에 능숙한 전문가가
대응 방법을 알려준 것입니다.
임종헌 차장의 지시였다지만,
13년차 판사가 왜 국회의원의
사적인 재판을 도왔는지 듣고 싶었습니다.
☎ 구민경 판사 / 당시 대법원 양형위원회
"판사님 저 MBC의 나세웅 기자라고 하는데요"
"죄송합니다. 전화 받기 어렵습니다."
“지금은 (당시 행위에 대해) 생각은 어떻게 하고 계신지”
“죄송해요. 제가 지금 재판 가야 돼가지고요. 죄송합니다.“
구민경 판사 통화 시도
“지금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다음에 다시 걸어주세요.“
◀ ST 5.▶
김의성 야, 보통의 사람들은 재판장과 관련 있는 전관 변호사 한 명 찾기가 어려워서 그렇게 애타는데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아예 형량 기준을 만드는 판사한테 형량 컨설팅을 받고 있었군요. 이건 뭐 힘센 전관 찾을 필요가 아예 없었던 거네요.
주진우 판사님들이 유독 약한 분야가 몇 군데 있어요. 재경부한테 약하고요. 삼성한테 약한 거는 뭐 아시겠죠. 사실 판사님들 법원에 가서 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저 국회에서 많이 봤어요. 국회에서 법원 행정처 차장, 임종원 차장의 맹 활약상. 제가 아주 유심히 쳐다본 적이 있었습니다.
김의성 심지어 대법원이 먼저 나서서 국회의원 법률 컨설팅을 해주기도 했다고요?
나세웅 네. 진짜 한심한 일입니다. 그러니까 특허청장이 특허법원의 권한을 조금 침해하는 것 같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걸 보고 양승태 대법원장이 기분이 굉장히 안 좋았나 봅니다. ‘가만두면 안 되겠네.’ 이렇게 얘기합니다. 그 얘기를 듣고 또 일사불란하게 판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어떻게 가만두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혼내줄까. 아, 국회가 있지.’ 그래서 국회에서 이 특허청을 관할하는 산자위 위원들을 찾습니다. 그 중에서 누가 수사를 받고 있나. 재판을 받고 있나. 그러면 우리가 도와주고 그 대가로 좀 혼내달라고 해야지. 그래서 실제 유동수 의원을 찾아갑니다. 그래서 거기서 먼저 청탁한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재판 전략을 짜주고, 대신, 우리 대신 특허청을 좀 혼내주세요. 해서 실제 국감 때 관련된 질의를 대신 해줍니다. 이런 일이 있습니다.
주진우 조직범죄예요. 조직범죄.
김의성 야, 이거를 뭐, 변호사 사무실에서 하는 일도 아니고 로펌의 사무장들이, 브로커들이 하는 일이네요, 이건
주진우 법원이 아니라 컨설팅 회사였네요.
나세웅 검찰수사는 그런데요. 사건 검토 뒤에, 그러니까 그런 재판 전략을 짜 준 다음에 이메일로 보내면서 판사가 쓴 말도 가관입니다. ‘적절히 활용하셔서 좋은 결과 나오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주진우 하, 너무하네요.
양윤경 사실 국민들은 법원이 공평하고 자신들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믿고 재판에 임하지만 사실 우리나라에게, 우리나라에는 두 가지 종류의 법원이 있는 거죠. 권력자들에게 따뜻한 법원, 그리고 서민들에게는 차가운, 냉혹한 법원. 이렇게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김의성 현실이 이런데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허황된, 누군가가 지어낸 말이라고 누가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나세웅 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 배당조작, 그리고 재판개입 의혹, 이런 사실들이 드러날 때마다 많은 국민들이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권력의 편에 서서 법을 유린하고 약자들을 짓밟은 법원의 역사는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닙니다.
◀ END ▶
VCR 5. ‘송씨일가’ 사건...재판 조작의 역사
◀ 리포트 ▶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2년,
안기부는 송기복, 송기수 남매와
일가 친척 28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고정 간첩단을
일망타진했다고 발표합니다.
이른바 송 씨 일가 간첩단 사건.
가족이 놀던 유원지는 간첩단 회합 거점으로, 단골 다방은 접선 장소로 둔갑했습니다.
구타와 고문으로 조작해 낸 간첩단이었습니다.
송기수 / 송 씨 일가 간첩사건 피해자
“밤새도록 때리는 거야. 밤새도록. 밤새도록. 그것도 하루가 아니야. 거의 한 달 계속.
‘걔들이 요구하는 걸 써주지 않으면 나갈 수가 없구나' 하는. 포기하는 거지. 스스로.
꼭 아주 낮은 강아지 같은 신음 소리. 강당같이 이렇게 생겼는데. 이렇게. 안쪽이 컴컴하더라고. 그런데 나는 사람 하나 언뜻 보니까 매달려 있는 느낌이야. 자기네들끼리 얘기하는데 ‘아, 그 00 꼭 개 끌어가는 소리를 하네.’ 그야말로 그 사람은 고문 행위로 죽었어요. “
간첩 조작 사건을 완성한 건 법원이었습니다.
공소장엔 송씨 일가 두 명이 평양에 가서
간첩 교육을 받고 왔다고 돼 있는데,
휴전선에서 경기도 양주까지
28킬로미터 거리를
도보로 30분 만에 이동했다고 돼 있습니다.
축지법 수준입니다.
1심 결과는 전원 유죄.
2명에겐 사형이 선고됐습니다.
1심에 이어 2심도 유죄.
그런데 3번째 재판이 이뤄진 대법원에서,
고문으로 인한 조작을 인정하며
무죄를 선고하라고,
고등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그러나 4번째로 사건을 받아든 고등법원에선
또다시 유죄 판결.
하지만 5번째 재판이 열린 대법원에선
다시 한 번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이 연이어 무죄를 선고하자
간첩 조작을 성공시켜야 할 안기부는
6번째 재판부터 노골적인 개입을 시작합니다.
스트레이트가 입수한 당시 안기부 보고서.
"담당 재판부 방문해 사건 배경 설명,
유죄 판결 유도"
"대법원장 비서실장 방문해 대책 협의,
유죄 판결 유도"
"6심 담당인 김석수 부장판사 자택 방문해
유죄 판결 유도"
안기부 간부들이 판사의 집과 사무실에서
재판에 대해 상의하고,
유죄 선고를 받아내기 위해
대법원장 비서실장까지 찾아가
대책회의를 했다는 기가 막힌 내용입니다.
주심 김석수 판사와 밥을 먹고,
배석 판사들과는 골프도 쳤습니다.
김앤장 변호사가 양승태 대법원장과
집무실과 식당에서 만나고
임종헌 행정처장과 수차례 강제징용 재판을
상의한 것과 판박이입니다.
6번째 재판을 맡은 김석수 판사는
고문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호소를 외면하고 또다시 유죄를 선고합니다.
송기수 / 송 씨 일가 간첩사건 피해자
“사람인데 왜 몰라. 그냥 넘어가요.
그거 하나, 하나 질문해서 무슨 재판... 그 진행하는 과정 보면 조금이라도 유리한 걸 밝혀내 주려고 하질 않고 웬만하면 넘어가려고. 벌써 보이지. 그게 왜 안 보여“
이제 7번째로 재판이 이뤄질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만 나오면 모든 게 끝나는 상황,
안기부는 유죄를 선고해 줄 판사를 물색합니다.
송씨 일가 사건이 마지막으로
대법원에 오기 직전
대법관으로 임명된 김형기 판사.
안기부는 "정치적 감각이 뛰어나
안보 사건 처리를 누구보다 잘해낼 것"이라며 김형기 판사가 대법관 적임자라고 추천했습니다.
송씨 일가 사건은 실제로
김형기 대법관에게 배당됐고,
김 대법관은 '잘 해낼 것'이란 안기부 기대대로 간첩이 맞다는 유죄 판결을 최종 확정했습니다.
이때에도
정권을 위한 배당 조작과 재판 개입의 배후엔 대법원장이 있었습니다.
당시 유태흥 대법원장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판결을 바로 잡겠다고
다짐"하면서, 송씨 일가 "사건을 특별 배당해, 기각 판결토록 하겠다"고
안기부에 적극 협조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
법원이 적극적으로 가담한 간첩 조작 사건.
지난 2008년 재심으로
20여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을 때까지,
피해자들은 간첩 낙인을 견뎌야 했습니다.
윤영자 / 송 씨 일가 간첩사건 피해자
“우리 들으라고 '저거 간첩이래, 저거 간첩이야.' 얼마나 쑥덕거리고. 그리고 우리 아들이 대학 나와서 취직하려니까 취직이 안 되는 거야. 그러니까 뭐 내가 별거 다 했어요.”
진실에 눈감은 판사들은
국무총리와 대법원장, 대법관으로
영광을 누렸습니다.
송기복 / 송 씨 일가 간첩사건 피해자 (2007년 10월 뉴스데스크 방송)
“검사, 판사, 이 모든 사람들은 우리를 같이 고문한 겁니다. 그 사람들을 가만히 두면 되겠습니까? 국민의 이름으로 처단했으면 좋겠습니다.”
◀ END ▶
◀ ST 6.▶
김의성 네, 피해자의 마지막 주장이 가슴을 찌릅니다.
주진우 대법원장이 정치 권력하고 야합합니다. 그리고 판결 결과를 그냥 정해놓습니다. 그리고는 말 잘 듣는 판사를 지정해요. 배당 조작이죠. 그래서 이렇게 처리하고 말 안 들으면 사찰하고.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김의성 어찌됐건 판사들의 블랙리스트가 그 당시에도 존재하고 있었던 거네요.
양윤경 근데 이건 군사정권 시절이었잖아요. 이런 판사 성향 분석 파일 같은 거는 당시에는 안기부 같은 정보기관이 만든 건데 이번 사법농단에서는 양승태 대법원의 법원행정처가 직접 만든 겁니다. 폭압적인 군사정권의 안기부보다 더 치밀하게 판사들의 성향을 관리해오고 있었던 겁니다.
나세웅 네, 판사의 성향을 미리 파악하면 그 재판의 결과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어느 판사가 어떤 재판을 맡을지. 이 재판 배당의 문제는 공정성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이 배당을 조작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한번 보시죠.
◀ END ▶
VCR 6. 실패한 '배당 조작' 청산
◀ 리포트 ▶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를 뒤흔든 광우병 촛불 집회.
야간 집회가 불법이던 시절,
시위 참가자들 1천4백여 명이 무더기로
연행돼 기소됐습니다.
무대 설치와 사회를 맡았던 윤희숙 씨도
그해 6월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야간 집회를 전면 금지한 현행법은 위헌 아니냐, 따져보고 싶었지만 재판장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윤희숙 /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변호인 측의 제안이나 요청이나 이런 건 거의 안 받아들였어요. ‘이미 어떻게 보면 결론이 나 있는 재판을 내가 받고 있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죠“
담당 재판장은 조한창 부장판사.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조 판사는
당시 유독 촛불 집회 관련 재판을
많이 맡았는데,
조선일보를 비난하며
코리아나 호텔에 쓰레기를 던진
집회 참가자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는 등 촛불 시위자에 엄격한 판결로 유명했습니다.
조 부장판사는
공판 시작 한 달여 만에
윤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합니다.
촛불 집회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했던
광우병 대책회의 핵심 관계자들보다
높은 형량이었습니다.
윤희숙 /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제 형량이 제일 높아요. 형량으로만 보자면
제가 광우병 대책회의의 실세죠.
그러니까 좀 납득이 안 되는 거예요. 그 재판부에 대해서 재판부가 편향됐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결과죠. 결과적으로도.“
뉴스데스크 / 2009년 2월 23일
“지금부터 보도하는 법원 이야기는 은밀하고 밖에서 알기 참 힘든 겁니다.
특정 판사에게 시국 사건을 몰아줬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일찍 재판에 넘겨진 게 문제였습니다.
서울 중앙지법이
윤씨 사건 등 초기 촛불 집회 사건을
조 판사에게 몰아줬기 때문입니다.
윤씨 사건을 지켜보던 단독판사 10여 명이
최종 잭임자인 신영철 법원장에게
집단 항의했고, "다른 사건처럼 균형 있게 배당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이후 촛불 사건을 배당 받은
다른 재판장이 윤씨의 바람대로
'야간 집회 금지 조항'을 위헌 제청하자,
신영철 법원장은
'야간집회 금지가 위헌인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지 말고 판결하라', 사실상 유죄 판결을 하라는 노골적인 재판 개입을 계속했습니다.
전국 17개 법원, 5백여 명의 법관들이
신영철 법원장이 재판권 독립을 침해했다며
들고 일어나는 '사법 파동'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재판 개입'이 드러나기 전
대법관이 된 신영철 법원장은
후배 법관들의 사퇴 요구에도 버티면서
6년 임기를 모두 채웠습니다.
왜 사건을 몰아줬는지,
더 '윗선'과의 교감은 없었는지,
진상은 더 밝혀지지 않았고
몰아주기 배당을 받았던
조한창 부장판사는 법관의 꽃이라는
고등부장 승진에 성공합니다
------------- 전 환 -----------
2009년 신영철 사태 때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서기호 판사.
그해부터 3년간 내리
근무평정 '하'등급을 받으면서
2012년 강제로 법복을 벗었습니다.
판사가 재임용에서 탈락한 건
1997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었습니다.
서기호 변호사 / 전 판사
“2009년도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박병대 민사 수석부장이 저에게 (근무 평정) 하를 줬고요. 2010년, 2011년도 북부지방법원에서는 '예의 주시 되고 있는 인물이니까 행동에 조심해라'라고 경고를 처음부터 했었고요.“
서기호 전 판사는 재임용 탈락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행정법원에 제기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 행정법원에,
촛불 사건을 집중적으로 배당받았던
조한창 부장판사가 수석부장 판사로
영전해 와있었습니다.
그리고 조 부장판사는
이번엔 서기호 전 판사가 낸
재임용 소송 처리에 개입합니다.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고
서기호 전 판사 사건을 맡고 있는 재판부에
전화를 걸어 재판을 빨리 마무리하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또 통진당 의원들 관련 재판부에
행정처의 재판 개입 문건을 전달했다는 게
검찰수사 결과.
서기호 변호사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집회 재판 개입 사태에 대해서 근본적인 인적 청산 작업을 했으면 (사법농단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그때는 일개 법원장이 주도한 것이었지만 지금 사법농단 사태는 대법원장이 법원 행정처 조직 전체를 동원해서 광범위하게 벌어진 재판 개입인 것이죠.”
조 부장판사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임종헌 전 차장의 공소장은
검찰이 추측한 내용일 뿐 사실관계가 다르'고 '재판 개입 문건을 받은 것은 맞지만
전달하지 않고 파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END ▶
◀ ST 7.▶
김의성 네, 신영철이라는 저 이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많은 시민들도 기억하시리라 믿습니다. 이 촛불집회 재판 때 드러난 배당 조작. 이 문제가 됐던 판사들, 그때 제대로 처벌하기만 했더라면 사법부가 그나마 좀 더 나아질 만한 계기가 있지 않았을까. 이런 안타까운 생각을 해봅니다.
주진우 촛불재판 때 배당이라는 말이 처음 나왔어요. 문제화 됐고요. 그때 특정 판사한테 촛불 재판을 밀어주고, 밀어줘서 유죄를 많이 만든다. 이런 얘기가 있었습니다.
김의성 그랬죠.
주진우 그 특정 판사들은 10년 동안 승승장구 했습니다. 그러다가 사법농단에서 다시 이름을 계속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세웅 그때 몰아주기 배당을 했던 신영철 대법관은 결국 6년 동안의 임기를 꽉 채우고 퇴임했는데요. 퇴임하면서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했는데 일말의 미안함이나 반성은커녕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똑같이 할 것이다. 이렇게 말을 남겼습니다.
주진우 처벌 받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김의성 맞습니다. 이 신영철 전 대법관 같은 사람이 이렇게 승승장구 하고 별 일 없이 퇴임하고 이런 모습이 보이면 후배들, 후배 법관들은 저렇게 살면 되는구나. 좋구나. 이렇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 정신이 박힌 법관들은 자괴감을 느끼겠죠.
양윤경 판사들은 판례를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자신의 판단과 결정이 그 다음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그런 판례를 계속 쌓아가는 사람들인데 '나쁜 일을 하면 처벌받는다'라는 거를 보여줘야 그 다음에 그런 일을 하지 않을 텐데 '나쁜 일을 해도 잘 산다'라는 판례를 만들면 다시 그 일이 또 생기는 겁니다.
나세웅 소신껏 당시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판사들은 불이익을 받거나 결국 법원을 떠났습니다. 이번 사법농단 사태도 우려됩니다. 사법농단에 연루된 수많은 판사들이 버젓이 법원에 남아서 국민들을 재판하고 있습니다.
◀ END ▶
VCR 7. 도돌이표 사법농단, 마침표 어떻게?
◀ 리포트 ▶
김명수 대법원장 / 지난 24일
“참으로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제가 어떤 말씀을 드려야 국민 여러분께 작으나마 위안을 드릴 수 있을지 저는 찾을 수 없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고개를 숙인 까닭은
전임 대법원장의 구속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판사들의 충격적인 민낯을
국민에게 목격당한 지난해,
대법원 스스로 사법농단 혐의 판사
13명을 추려내 징계를 청구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수하고
징계 절차에 부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6개월의 장고 끝에 나온 결론은
13명 가운데 10명이 감봉 이하 처분.
2명은 죄를 묻지 않는다는
'불문' 처분을 받았고
3명은 아예 혐의가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법원이 죄를 묻지 않기로 한
김연학 전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
2016년 3월,
후배들을 시켜 사실상 블랙리스트 문건을 작성하게 합니다.
양승태 대법원의 정책에 비판적인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와해시키기 위한 것.
핵심 회원에 대해선
선발성 인사, 해외 연수 등에서
불이익을 부과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임종헌 차장에게 지시해 작성됐습니다.
인사를 담당하는 부서가 작성한 문건인데도
법원 내부 조사에선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기재했다"는
해명을 받아들이고 마무리합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핵심 회원들도
추렸습니다.
명단 비고란엔
대법원이 적대시한 우리법연구회에 '동조'하는지, 그러니까 생각이나 행동이
양승태 체제에 비판적인지 아닌지가 나뉘어있습니다.
내부 게시판에 무슨 글을 올렸는지도
꼼꼼히 수집하고,
'사법행정 책임자들에 대해 불만이 많다'는
근무평정 내용까지 뽑아 기록해 놨습니다.
작성 과정에 참고 했을 원자료,
판사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의심이 제기됐습니다.
결국 지난해 말 검찰 압수수색에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문건이 나왔습니다.
양승태 체제에 비판적인 법관을
매년 ‘물의 야기 법관’으로 분류하고,
가고 싶어하는 근무지에 못 가게 하고
해외 연수자 선발에서 배제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김연학 판사가 책임자로 있었던
인사 부서에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윗선에 보고하고
판사 인사에도 반영했다는 뜻입니다.
이런데도
김연학 전 인사총괄심의관은 재판에 복귀해
국정농단 관련자들을 심판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른바 문화계, 과학계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에 대해 잇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에 대해선
“좌파 성향 단체를 파악해
그 명단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 부서의 부서장이었을 뿐"이라며 일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김연학 판사 자신 역시
판사 블랙리스트 담당 부서장으로서
해오던 일을 했을 뿐이라는 '자기 변론'을
판결로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서기호 변호사 / 전 판사
사법농단 사태는 양승태 대법원장 혼자만의 의지로는 될 수 없습니다. 밑에서 수족처럼 손발이 되어서 움직이는 행동 대장들이 필요한 것인데 그런 행동대장의 역할을 한 사람들이 법원의 현직 판사로서 지금도 재판하고 있습니다."
김 판사는 이에 대해 자신이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판결문을 참고해 달라고만 말했습니다.
감봉과 견책에 그친 판사들은
재판에 복귀했는데,
박상언 부장판사,
김민수 부장판사,
문성호 판사는, 이마저도
억울하다며 징계 처분 취소 소송을 냈습니다.
사법 농단 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판사는 약 50여 명.
대부분 청탁을 거절하지 못하거나
관행을 핑계로 적극 가담했지만,
반성의 목소리를 듣긴 어렵습니다.
정다주 부장판사/ 전 법원행정처 심의관
“저는 나름대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했습니다.”
☎ 000 판사/ 전 법원행정처 심의관
“기자님한테 어떤 말씀을 드리고 싶진 않거든요
☎ 000 부장판사/ ‘재판 개입’ 의심
“저로서는 최선을 다했던 사안인데 좀 그렇습니다.“
박주민 국회의원
“이걸 그대로 놔두면 국민들이 사법이라는 사회적 문제 해결 시스템을 신뢰하지 못하게 됩니다. 탄핵이라는 외부의 수단이 반드시 필요한 거예요. '이런 거는 위헌적인 행위다.'라는 선언 이런 것들이 이루어져야만 동일한 일이 반복이 안 되는 거죠.”
◀ END ▶
◀ ST 8.▶
김의성 저들이 저지른 반 헌법적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관대한 것이 깜짝 놀랄 만한 일이고요. 그 관대한 처벌마저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하는 뻔뻔함에 또 한 번 놀랍니다.
주진우 최선을 다했다고 합니다. 저는 저 판사님들이 최선을 다할까봐 무섭습니다. 저분들한테 재판을 받아야 됩니까? 차라리 A.I.한테 재판을 받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나세웅 예. 사실 사법농단에 관여한 50여 명의 판사 중에 지시를 명확히 거부한 판사는 3-4명에 불과합니다. 이런 부당한 지시나 개입에 순순히 응했던 수많은 판사들의 문제가 어쩌면 이번 사태의 더 깊고 본질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김의성 네,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됐고 이제 본격적으로 검찰수사와 재판의 국면에 돌입했지 않습니까. 그런데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 판사 탄핵에 대한 요구가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나세웅 안타깝게도 탄핵 대상자 명단을 이제 추리고 각 당의 입장이 좀 달라서 협의를 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아직까지는 큰 진전이 없는 상태입니다.
주진우 사법농단장본인들에게 아직도 재판을 받아야 되는 게 현실입니다.
양윤경 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됐다고 해서 뿌리 깊은 사법농단이 해소되는 건 아닙니다. 사법농단에 가담한 판사들에 대한 확실한 인적 청산이 없으면 국민은 판사들이 내리는 판결을 믿을 수 없을 것입니다.
◀ 클로징 ▶
김의성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면서 기사 앞머리에 붙는 수식어가 있습니다. 헌정사상 최초라는 말입니다. 헌정사상 최초의 전직 대법원장 구속. 이렇게 말이죠. 하지만 역으로 보면은 지난 70여 년의 헌정 역사상 대법원의 잘못은 누구도 건드리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주진우 단 한 명의 국민도 불공정한 재판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사람에 따라서 판결이 춤추고 권력에 따라서 재판이 바뀌는 이런 사법농단의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합니다.
김의성 끈질긴 추적 저널리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저희는 다음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 END ▶
양윤경 / yangyang@mbc.co.kr
나세웅 / salto@mbc.co.kr
◀ ST 1 ▶
김의성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 김의성입니다.
주진우 안녕하세요. 주진우입니다.
김의성 지난 24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됐습니다. 당초 기각되리라던 예상을 깨고, 자신이 1년4개월 전까지 수장으로 몸담았던 법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대한민국 사법 역사상 최대 치욕의 날이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주진우 구속된 게 치욕이 아니라 사실 사법농단이 치욕이었죠. 이제 치욕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날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김의성 지난여름부터 반년 넘게 이 문제를 취재해 온 나세웅 기자, 양윤경 기자, 그리고 자리에는 없지만 김정인 기자, 정말 고생이 많았습니다.
주진우 정말 열심히 뛰었어요. 한여름에 계속 양승태를 쫓아다녔는데 잡지는 못했어요.
나세웅 네, 못 잡았습니다.
주진우 나세웅 기자 책상에는 사법농단 자료가 정말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세 상자가 넘을 정도인데 어, 책을 써도 되겠어요.
나세웅 취재성과로 말을 해야 되는데 잘했는지 한 번 돌아보게 됩니다.
양윤경 양승태 전 원장은 자신을 아주 특별한 존재로 생각했던 게 분명합니다. 전국이 자신이 대법원장 시절에 있었던 사법농단으로 들끓어 오르는데도 아무런 반응도 없었죠.
주진우 그렇죠. 도망갔죠.
양윤경 네, 그렇죠. 자신이 원하는 시간, 또는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말만 하고 사라지는 대법원장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그런 태도를 보였습니다.
◀ END ▶
◀ VCR 1 ▶
1.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되다
지난해 6월 1일 이른바 '놀이터 기자회견'.
◀ S Y N ▶양승태 / 전 대법원장(2018년 6월 1일)
"이거 너무 인기인이 된 것 같은데요"
대법원 발 '재판 거래'와 '법관 블랙리스트' 파문이 1년 넘게 이어지는 상황에 대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소감이었습니다.
◀ S Y N ▶양승태 / 전 대법원장 (2018년 6월 1일)
"재판의 방향을 왜곡하고 그걸로 거래를 하고 그런 일은 꿈도 꿀 수 없는/ 특정한 성향을 나타냈다는 사람이나 불이익을 준 적이 전혀 없습니다"
재판 개입도, 블랙리스트도 없다.
자신의 수족과도 같았던 법원행정처에서,
청와대와 교감해 재판의 방향을 정하고
판사를 사찰했다는 증거가 쏟아져 나왔지만
시종일관 여유로웠습니다.
◀ S Y N ▶양승태 / 전 대법원장 (2018년 6월 1일)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받을 의향이 있습니까?)
"검찰에서 수사를 한답니까?"
이 기자회견을 끝으로
양 전 대법원장이 완전히 종적을 감춘 사이,
검찰은 사상 처음으로 대법원을 압수수색했고
1백 명에 이르는 판사들이 소환됐습니다.
지난해 9월말, 검찰은 드디어 압수수색 영장에
양 전 대법원장을 '피의자'로 적시합니다.
사법농단 사태를 아예 외면해버린
대한민국 15대 대법원장을
<스트레이트>는 지난해 여름부터 추적했습니다.
◀ S Y N ▶인근주민
(이렇게 생기신 분인데)
"아~ TV에서 많이 봤는데. 응, 요새 또 TV에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나쁜 사람인가 봐, 잡으러 오시고"
◀ S Y N ▶인근주민
"저기 갑자기 짐 싸고 간 다음에요 (네) /
픽업(트럭) 왔다 갔어./ 포터(트럭)에다가 짐 그냥 몇 개 싣고 그냥 그랬다(떠났다) 그러더라고. 그 이후로는 한 번도 못 봤어요"
그리고 마침내 사법부 70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이 검찰에 출두한 날.
대법원측의 반대에도 끝내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 S Y N ▶양승태 / 전 대법원장 (2019년 1월 11일)
(부당한 인사 개입이나 재판 개입이 단연코 없고 말씀하셨는데 여전히 같은 입장이신가요?)
"그건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전직 대통령들도 모두 서서
국민에게 입장을 밝혔던 포토라인을 무시한 채
검찰청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직접 질문하고 싶었던 <스트레이트>는
소환조사 기간 내내 추적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은 매일 같이 차를 바꾸며 취재진을 따돌렸고(추적샷 충분히)
◀ S Y N ▶
"오케이 천천히"
"왔다 갔다 하는데요, 지금"
"이 차 빠지고 저 차, 저 차 지금 속임수 쓰려고 그러는데요"
"유턴하네. 여기서."
"차 돌리는 거 같은데. 알아챈 거 같은데"
어느 차에 탔는지 알 수 없도록
차 2대를 동원하고
취재진 차량을 가로막곤 했습니다.
"막았는데요"
"없어졌다"
"어디로 들어간 거 같은데"
----
그리고 지난 24일, 양 전 대법원장은
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1년4개월 전까지 사법부 가장 높은 곳에 앉아있었던 그에게,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 END ▶
◀ ST 2 ▶
김의성 참으로 오만하고 당당한 태도였습니다. 본인이 구속될 것이라고는 정말 추호도 생각을 못한 거 같은데요. 사실 우리 모두 이건 짐작하기 어려운 일이었어요. 이거 어떻게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까?
주진우 사실 구속영장실질심사 당일까지 영장이 발부되리라고 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어요. 영장실질심사 당시에 양 전 대법원장이 너무 상식에 어긋나는 말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재판정이 다 당황했다고 합니다.
나세웅 너무 명백한 증거 조차 조작이다. 이렇게 얘기하는 게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행위에 가담했다. 이걸 가장 잘 보여주는 증거 중에 하나가 이규진 부장판사가 사용한 업무수첩입니다.
주진우 그렇죠.
나세웅 여기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을 직접 독대하면서 지시 받았던 것을 한자로 대. 한자로 대, 그래서 대법원장이 지시했다. 라는 걸 명백히 남겨놨거든요. 근데 이것조차 '다 조작됐다. 나중에 가필돼 쓸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얘기했다고 해요.
주진우 이규진 부장판사는 바로 양승태 대법원장의 아랫사람 아니었습니까.
나세웅 맞습니다. 독대하면서 업무지시를 계속 받는 사람이었습니다.
주진우 그래서 그걸 적은 거를 부인했어요. 양승태 대법원장이 김앤장의 변호사를 불러서 몇 가지 상의를 합니다. 그 상의했던 내용도 그 변호사가 거짓으로 자기를 모함하려고 조작했다. 이렇게 말을 했어요. 그래서 황당한 노릇이었죠.
양윤경 간첩조작을 해보셨던 분의 경험에 따른 선택이 아니었나. 어쨌든 대법원장을 지낸 분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그런 자세였죠. 이런 자세가, 이런 전략이 오히려 구속영장 발부의 사유가 됐다고 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김의성 네.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말았군요. 그런데 양승태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바로 그날, 양 전 대법원장과는 대조적으로 풀려난 사람이 있습니다.
주진우 그렇습니다. 스트레이트가 계속 지목해서 추적보도 했던 '박카리', 기억하십니까.
김의성 네. 박병대 전 대법관이죠.
주진우 네. 그분은 양승태 후임으로 차기 대법원장 감으로 아예 낙점이 된 상태였어요. 이번에도 유유히 구치소 밖을 걸어나왔습니다.
나세웅 그러니까 검찰은 이 사법농단 행위가 양승태 대법원장에서 시작해서 박병대 행정처 처장을 거쳐서, 그다음에 임종원 차장에게 지시가 이렇게 내려간 걸로 보고 있습니다.
주진우 그렇죠. 조직범죄죠.
나세웅 그러니까 중간에 있던 박병대 행정처 처장이 자기는 관례대로 하던 일을 했을 뿐이다. 그리고 강제징용 사건도 본인은 김기춘 실장과 면담한 얘기를 그냥 보고했을 뿐이다. 이런 얘기를 소명을 했는데 그런 소명을 받아준 것 같습니다.
주진우 기각을 위한 사유 같아요.
김의성 아, 이거 정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 조직범죄의 위와 아래는 구속이 됐는데 중간만 싹 빠져나갔다는 얘기 아닙니까. 이건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데요. 예. 자,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시죠. 사법농단 사례 중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가장 끔찍한, 우리가 가장 집중적으로 다뤘던 사례가 있죠.
주진우 강제징용 재판입니다.
김의성 네, 그렇습니다. 강제징용 재판. 이 재판의 지연 사건에서 또 다른 충격적인 정황이 있다는 것을 스트레이트가 확인했다고요.
양윤경 강제징용 피해자들한테 배상을 하라. 라는 재판이 계속 왜곡되고 뒤집히는 그 정점에, 사법농단의 정점에 '양승태 대법원이 있었다.' 그런데 수사 결과 '그 뒤에 또 박근혜 청와대가 있었다.'까지는 드러났었죠.
주진우 그랬죠.
양윤경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주진우 박근혜 청와대 뒤에 뭐가 있다고요?
양윤경 네. 스트레이트 취재 결과 박근혜 청와대 뒤에 또 다른 거대한 힘이 작용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 발견됐습니다.
◀ END ▶
◀ VCR 2 ▶
2. 강제징용 재판, 농단의 배후는 일본?
2015년 6월 1일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 맞은편에 도열한
일본 원로 가운데 모리 요시로 전 총리와
가와무라 다케오 전 관방장관이 보입니다.
박 대통령 양 옆으로는
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김수한 전 국회의장,
그리고 유명환 전 외교부장관도 앉아 있습니다.
이른바 '한일 현인회의'
즉 '한국과 일본의 현명한 사람들의 모임'이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 겁니다.
◀ S Y N ▶2015년 6월 1일 뉴스데스크
"박근혜 대통령은 한일 현인회의' 참석차 방한한 일본 대표단과 만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일본 측의 용기 있는 결단을 기대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과거사 문제를 잘 해결하고 피해자 명예를 위해 일본측이 결단해 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그런데 일본 참석자들은 정말
이 말을 듣기 위해 박 대통령을 찾아왔을까.
당시는 대법원에서
전범 기업 미쓰비시와 신일철주금에 대한
강제징용 배상 소송이
본격 검토를 시작한 지 약 1년 된 시점.
현인회의 일본 대표격이자 아베 총리와 같은 당 출신인 모리 전 총리.
'이 모리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한국 대법원에서 강제징용 재판이 확정되면 안 된다고 요구했다..'
검찰이 강제징용 사법농단 수사 중 확보한
문건에서 드러난 내용입니다.
"대법원에 올라가 있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면 안 된다",
즉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줘선 안 된다고
요구했다는 겁니다.
현직도 아닌 전직 일본 총리가
한국 대통령 면전에서
한국민의 징용 배상 판결을 파기해 달라,
그러니까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주문했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강제징용 사건과 함께
위안부 재판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를 전달했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굉장히 오래, 강하게 얘기"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대법원 재판의 방향에 대해
다른 나라 정치인이 이래라 저래라 했다면
국가원수로서 강력히 대응해야 할 사안.
그러나 "일본 측의 용기있는 결단을 기대한다"던 박근혜 청와대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
'현인회의'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한일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겠다며
두 나라의 원로급 고위 정관계 인사들이
만든 모임.
◀ S Y N ▶가와무라 다케오 / 전 관방장관
(한일 현인회의 공동기자회견 2015년 6월1일)
"대통령께서도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빨리 한일관계가 정상화되도록 나도 노력할 테니 여러분들도 협력을 부탁한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모리 총리님 입장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아버님 시대 때부터 오랫동안 계속 우리를 뵙고 계시는데요."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기 석 달 전엔
일본에서 아베 총리도 만났습니다.
대체 어떤 현인, 즉 현명한 인물들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셔틀 외교'를 하겠다고 발벗고 나선 걸까.
현인회의의 한국측 구성원들에겐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먼저 유명환, 공로명 두 전직 외교부장관.
장관 임명 바로 직전
주 일본 대사를 지냈습니다.
또 박정희 대통령을 이순신 장군에,
5.16 쿠데타를 명량대첩에 비유한
이승윤 전 부총리,
그리고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등 4명은
일본 훈장 '욱일장' 가운데 최고 등급인
'욱일대수장' 수상자.
청와대에서 이들 현인회의를 맞이한
이병기 당시 비서실장도
주일 대사 출신에 욱일훈장 수상자라는,
정확히 같은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하나같이 이른바 '지일파' 고위층인 겁니다.
◀ S Y N ▶이홍구 / 전 총리 (한일 현인회의 2015년 6월1일)
"우리 양국 사이에서는 (해방 후) 처음 20-30년 동안은 일본어로 쉽게 얘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것이 상당한 정도 우리 의견 소통뿐 아니라 조정, 또 서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현인회의의 일본측 구성원은 어떤 사람들일까?
모리 전 총리, 가와무라 전 관방장관 등
원로급 정치인들 사이에 앉은 바로 이 인물.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
사사키 씨는 전범기업 미쓰비시의 핵심 부문인
'미쓰비시상사' 회장을 지냈습니다.
청와대 예방 때에도 여전히 미쓰비시상사의
특별고문이었던 이른바 '미쓰비시맨'.
결국 이날 현인회의의 청와대 예방은,
전범 기업 고위 관계자가 참석하고
한국의 지일파 관료와 정치인이 동석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일본 보수 정객이 한국 대통령에게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패소하도록
법원에 힘을 좀 써달라"고
요구하는 자리였다는 얘기입니다.
◀ END ▶
◀ ST 3 ▶
김의성 한일현인회의. 스스로를 현인으로 칭하
는 데에 대해서 좀 우습다는 생각도 들지만 저 모임의 모습은 좀 으스스합니다.
주진우 우리 대통령과 우리 대법원장이 일본 정치인의 뜻에 맞게 움직였다. 처참한 생각이 듭니다. 일본 정치인이 우리나라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예요. 그거에 따르는 우리 정치인들은 뭡니까? 박근혜 대통령 표정 너무 좋습니다, 저 날.
김의성 아니, 법의 최종해석은 법원의 권한이고 삼권분립의 원칙이 엄연히 존재하지 않습니까?
나세웅 네, 맞습니다. 행정부가 사법부의 재판에 대해서 이래저래 관련할 수 없는 노릇이고 더구나 일본 정치세력, 그러니까 외국 세력이 재판을 어떻게 해 달라. 요구하는 것도 굉장히 무례한 일이죠.
주진우 상상 이상이네요.
김의성 네. 심지어 이들은 현직 외교관도 아니고, 양국의 정식 외교라인도 존재하는데. 도대체 이런 모임이 만들어진 의도가 좀 궁금해집니다.
양윤경 한일 현인회의는 한일 고관대작들의 모임이고 그 해에 처음 만들어져서 그 뒤에는 별 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주진우 네, 들어본 적도 없어요.
양윤경 네, 그렇습니다. 저도 처음이었어요. 그런데 이 한일 현인회의의 모임을 주도한 우리나라의 인물들, 그리고 강제징용 재판 당사자들. 즉, 우리나라 전.현직 고위 공무원들과 전범기업들 사이를 연결해 주는 수상한 고리를 발견했습니다.
◀ END ▶
◀ VCR 3 ▶
3. 어른거리는 일본의 그림자..그리고 김앤장
'현인회의'는 2015년에 만들어져
그 해 아베 일본 총리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차례로 만난 뒤,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고관들로
1회성 모임을 만들어
한일 정상을 만나고,
"잘 해보자"며 덕담을 교환한 뒤
강제징용 재판 얘기를 꺼낸다..
그런데 이 모임의 주축으로,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까지 성사시킨 인물은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입니다.
◀ S Y N ▶ 유명환 / 전 외교통상부 장관 (한일 현인회의 공동기자회견 2015.6.1)
"'양 정치 지도자들이 좀더 한일 관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중요성을 생각해서 관계 개선을 위한 정치적인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하는 그런 소위 간청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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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은
강제징용 재판에서 일본 전범 기업을 변호하는
김앤장에 4년째 고문으로 고용된 상태였습니다.
지금도 유명환 전 장관에게 연락을 부탁하면
김앤장 사무실에서 연락이 옵니다.
◀ S Y N ▶(전화 수신 기록)
"김앤장 (법률) 사무실이라고 뜨네, 발신지가"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와 신일철주금이
김앤장에 돈을 내고,
김앤장은 유 전 장관에게
고문료를 주는 관계.
일본 고위층의 한국 대통령 면담을,
일본 전범 기업을 대리하는 법률사무소 고문이
주선했다는 말입니다.
◀ S Y N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현인회의를 주선하셨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거를 외교부하고 협의해서..
(아 외교부랑도 협의하신 거예요?)
그럼, 외교부 예산으로 준비하고.
(근데 외교부에서 주선한 자리에서 모리 전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한테 강제징용 재판 언급한 건 부적절하지 않나요?)
우리가 대법원에서 결정을 하는 문제가 직접 우리로 끝나는 게 아니고, 일본에 어떤 행위를 요구하게 되는 거니까 일본으로서는 우리는 그것이 일본 측 입장에서는 그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
(우리가 일본 측 입장까지 고려할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요)
없지. 없지만 나는 그때 한일포럼 의장 자격으로 한 거니까 김앤장에서 어떤 후원한 것도 없고 현홍주 대사(김앤장 변호사) 계실 때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거를 내가 사후에 (김앤장에) 보고를 하지만, 한일 관계를 위해서 활동한 것이 그렇게 연결시켜서 보는 것이 부적절하다 이거지.
(아 많은 사람들이 연결돼 있다고 생각하시거든요. 우리나라 강제징용 피해자가 있는 상황에서 전직 외교부 장관께서 전범 기업 대리하는 로펌에 들어가셔서 고문을 하시면서 김앤장 측에서 사실상 만나서 활동하시는..)
한일 관계라는 차원에서 나는 현인회의를 한 거고.
(그런 노력을 하셨다면 강제징용 재판 피해자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셨어요?)
은퇴한 사람이 내가 강제징용 피해자를 위해서 활동해야 될 의무는 없는 거죠. 더 큰 그림에서 봐야죠. 외교라는 거는 양국이 서로 좋은 관계를 맺고 국익에 필요한 거니까 이런 문제를 좀 여러 가지를 측면을 고려해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다 하더라도 그것보다 더 큰 지켜야 할 국익이 있다 그 말씀이신 건가요?)
글쎄, 그 문제는 재판에서 결정할 문제지만 국익이 이거다 저거다 할 순 없죠.
(재판에서 결정하게 내버려 두지 않았잖아요. 김앤장도 그렇고 지금 다 나오고 있잖습니까. 전혀 별개의 이슈로 보이지 않습니다)
하여튼 알았어요. 미안해요. 다른 약속이 있어서. 아침 일찍 미안합니다.
강제징용 재판에 내내
일본의 존재는 분명했습니다.
2012년 5월, 일제 전범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 9명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최초의 판단이, 한국 대법원에서 나오자,
◀ S Y N ▶ 이윤재 강제징용 피해자 유가족(2012년 5월 기자회견)
"우리가 잘못해서 노인 양반들 돌아가시기 전에 빨리 우리가 보상을 하겠습니다, 이렇게 얘기를 해달라는 거죠 우리는. 그것밖에 바랄 것도 없습니다"
바로 다음달, 일본 공사가 외교부를 찾아와
"판결이 최종 확정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 합니다.
다음 해 한국 고등법원이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일제 전범 기업에 배상 판결을 내리자,
"만세!만세!만세!"
◀ S Y N ▶ 여운택/ 강제징용 피해자(2013년 7월 기자회견)
"소득 없는 일에 염려와 힘을 써주신 여러분께 백번 감사를 드립니다"
곧 이어 아베 총리가 이병기 대사를 만나
또 한번 압박하는 한편,
'미쓰비시' 출신 사사키 씨가 회장으로 있는 경제 단체는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시합니다.
나중에 한일 현인회의에 참가한 그 사사키 씨입니다.
가장 큰 밥상은 역시 김앤장이 차려줬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2013년 1월에 꾸려진 대통령인수위원회.
두 달 뒤 외교부장관으로 임명되는 윤병세 씨는인수위 합류 뒤 무토 전 주한 일본대사를 만납니다.
이 한국의 미래 외교 수장과
전직 주한 일본대사의 회동은
법률사무소 김앤장이 주선한 걸로 검찰은 파악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외교적인 만남,
그런데 왜 김앤장이 주선한 걸까.
무토 씨는 당시 김앤장에 변호를 맡긴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의 고문.
윤병세 장관 내정자는 취임 전까지
김앤장의 고문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전범기업 관계자와,
그 기업을 변호하는 회사 고문의 관계로
엮여 있는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고관들까지 움직일 수 있는 김앤장에게 가장 든든한 힘이 돼 준 건 정부였습니다.
강제징용 판결을 뒤집으려 했다는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스트레이트는 이병기 비서실장의 2017년
검찰 진술조서를 입수했습니다.
"반일에 치우치지 말고 극일을 해야 한다",
즉 일본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일본에 직접 책임을 묻지 말자고도 말합니다.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뒤집는 게 극일일까.
그리고 검찰이 압수한 이병기 수첩.
강제징용을 법무, 외교부, 법원행정처와 논의한다, 재단을 세워 정부가 배상한다는 계획이 적혀 있습니다.
수첩 작성 당시 이병기 씨는 국정원장.
전법 기업 대리인 김앤장이 바라던 바와 같습니다.
전범기업과 이해를 같이 하는 정권,
그리고 전현직 외교부장관까지 뛰는 운동장에서
김앤장의 남은 타깃은 결재권자, 사법부의 수장인 양승태 대법원장이었습니다.
김앤장 변호사는
누구도 쉽게 만날 수 없는 대법원장을
최소 3번이나 독대했고,
이 자리에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뒤집기가 구체화됐습니다.
◀ END ▶
◀ ST 4.▶
김의성 그저 일본 전범기업의 법률적 대리인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김앤장의 영향력, 그리고 그 위력. 정말 어마어마하군요.
주진우 윤병세 씨가 외교부 장관으로 가기 직전까지 김앤장 고문이었어요. 근데 김앤장 고문으로서 전범기업의 변호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양윤경 김앤장은 법정에서 싸우지 않고 법정 밖에서 싸운다는 이른바 장외변론으로 유명합니다. 전직 총리와 장관 등, 정치, 경제, 외교. 각 분야 고관들로 구성된 수 십 명의 고문단에게 1년에 5억, 6억 씩 주면서 만일에 대비하는 겁니다. 제가 유명환 장관이 어디 있나. 어디 계시나. 취재를 하다 보니까 이분이 지금도 김앤장으로부터 오피스텔도 제공받고, 비서도 제공받고, 차까지 제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주진우 청와대나 권력기관, 그리고 주요 부서에 있다가 김앤장 고문으로 옵니다. 그래서 고문으로 활동을 열심히 합니다. 전관으로서. 그러다가 다시 청와대나 아니면 장.차관으로 픽업됩니다. 그러고 나서 은퇴하면요. 김앤장 고문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나세웅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 강제징용재판도 직접 챙겼어요. 그러니까 김앤장의 송무팀 팀장, 한상호 변호사를 자기 집무실에서 만납니다. 거기에서
주진우 세 번이나 불렀어요.
나세웅 예. 음식점에서도 보고, 집무실에서도 보고.
김의성 이거 정말 말도 안 되는 거죠.
주진우 그 자체가 부적절합니다.
양윤경 예. 취재해보니까 양승태 사법부는 참 일관된 자세를 보였는데요. 약자들한테는 정말 전혀 관심이 없고 강한 자들한테는 한없이 친절한, 그런 대법원이 아니었나. 했습니다.
나세웅 실제 국회의원 같은 권력자들한테는 대법원이 아니라 일개 로펌처럼 개인변호사처럼 친절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까지 했습니다.
◀ END ▶
VCR 4. 현관 예우, 황제 변론_나세웅
지난 2014년 9월.
밤길에 귀가 중인 20대 여성을
누군가 승용차로 뒤따라 갑니다.
속도를 내 여성을 앞지른 뒤
운전자가 내립니다.
비까지 내려 어두컴컴한 거리에서,
이 남성은 신체 일부를 노출한 채
20대 여성을 껴안을 듯 다가가고..
깜짝 놀란 여성이 우산을 휘둘러 여러 차례 때리자 달아납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CCTV를 확인해
인근에 사는 33살 이 모 씨를 검거했습니다.
노출증 환자인 이 씨는 2년 전에도
공연음란죄로 3백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이번엔 껴안으려고 했기 때문에
이전 같은 공연음란죄가 아닌,
형이 더 무거운 강제추행미수죄로
재판에 넘겨집니다.
이 씨 측은 지역구 국회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법사위원인 서 의원은
국회 파견 근무 중인 김명수 판사를 불러
재판 개입을 청탁하고, 이 청탁은 그날 바로
법원행정처 임종헌 차장에게 전달됐습니다.
[음성대독]
"서영교 의원이 직접 이야기한 내용입니다.
서영교 의원은 피고인이 공연음란의 의도는 있었지만 강제추행의 의도는 없었고,
추행의 의사가 없었으니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내용입니다"
선고일을 사흘 남기고
형이 가벼운 죄목으로 바꿔 달란 대담한 청탁.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은 다음날 아침,
재판이 진행 중인 서울 북부지법
문용선 법원장에게 직접 전화합니다.
문용선 법원장은 임 차장의 요구를 거르지 않았고 담당 재판장 박재경 판사를 불러 전달했습니다.
문용선 / 전 서울 북부지방법원장 [음성대독]
"내가 이런 거는 막아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네. 그 피고인이 변론 재개 신청을 할 거라고 하는데, 사유가 되는지 한번 살펴봐 주게"
일사천리입니다.
단 하루만에,
국회의원의 청탁이 대법원 행정처 차장을 거쳐 일선 법원장에게 전달되고,
법원장은 이를 자신이 인사평가 하는
평판사에게까지 전했습니다.
'전관예우'도 한수 접어 준다는 '현관 예우', 즉 현직 판사를 통한 청탁입니다./
박판규 변호사 / 전 판사
(양승태) 대법원장이 상고법원을 원했고 밑에 사람들은 열심히 일한 거예요.
(법원장은 왜 그랬을까요?) 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는 것은
법원장 입장에서는 대법원장 지시라고 이해를 해요. 차후에 대법관 제청이든 헌재 재판관 제청이든 향후 법원장 보직이든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
결국 박재경 판사는
이 씨에게 강제추행미수로,
벌금 5백만 원을 선고합니다.
죄목은 바뀌지 않았지만
이 씨가 원하던 대로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의 선처를 받은 셈입니다.
다만 박 판사는 이 씨가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는다'고
판결에 적시했습니다.
그런데 이 씨처럼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는
다른 피고인에게 박재경 판사는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6개월 뒤 박 판사가 선고한
공연음란죄, 즉 신체 노출 사건.
강제추행 미수보다 형량이 적은 범죄입니다.
박 판사는 가해자가 변명으로 일관하자,
공연음란죄로는 매우 이례적으로
징역 4개월을 선고합니다.
초범인 가해자에 대해
검사가 벌금형을 구형했지만
박 판사는 "전혀 뉘우침이 없다",
"범행 후 정황이 극히 불량한 경우라
법원이 묵과할 수 없다"고 일갈하며
오히려 구형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했습니다.
청탁이 전달된 게 맞는지,
이 씨의 벌금형에 영향을 미쳤는지
박 판사에게 확인을 요청했지만,
"실제 사실과 다르다"는 짤막한 답만 전해왔고,
서영교 의원 역시
국회 파견 판사를 만나 청탁한 기억이 없다고 검찰 수사 결과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 **
'현관 예우'도 부족하면
판사가 개인 변호사 역할도 해 줍니다.
국회 법사위 간사로
양승태 대법원의 숙원 사업인
상고법원 설치 법안을 대표 발의한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
2016년,
홍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습니다.
자신의 지역구 사무국장이
아는 사람 회사에서 일하는 것처럼 꾸미고,
월급 명목으로 정치자금 수천만 원을 받은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이 홍 전 의원에게 상담해 준 필승 전략.
[음성대독]
"받은 급여 중 일부가 홍일표 의원 계좌로 흘러갔더라도 이는 홍일표 의원과 전혀 상관없이 사무국장과 홍 의원 보좌관의 개인 거래라고 정리한다."
불법 정치자금이 들어왔어도
계좌를 관리하는 보좌관과 사무국장이
개인적으로 돈을 주고 받은 것이라고
'거짓 진술'을 하란 뜻입니다.
이 필승 전략의 작성자는 대법원
양형위원회 구민경 판사.
양형위원회는 형사 재판의 형량 기준을
정하는 곳입니다.
엘리트 판사 중에서도
형사 재판에 능숙한 전문가가
대응 방법을 알려준 것입니다.
임종헌 차장의 지시였다지만,
13년차 판사가 왜 국회의원의
사적인 재판을 도왔는지 듣고 싶었습니다.
☎ 구민경 판사 / 당시 대법원 양형위원회
"판사님 저 MBC의 나세웅 기자라고 하는데요"
"죄송합니다. 전화 받기 어렵습니다."
“지금은 (당시 행위에 대해) 생각은 어떻게 하고 계신지”
“죄송해요. 제가 지금 재판 가야 돼가지고요. 죄송합니다.“
구민경 판사 통화 시도
“지금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다음에 다시 걸어주세요.“
◀ ST 5.▶
김의성 야, 보통의 사람들은 재판장과 관련 있는 전관 변호사 한 명 찾기가 어려워서 그렇게 애타는데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아예 형량 기준을 만드는 판사한테 형량 컨설팅을 받고 있었군요. 이건 뭐 힘센 전관 찾을 필요가 아예 없었던 거네요.
주진우 판사님들이 유독 약한 분야가 몇 군데 있어요. 재경부한테 약하고요. 삼성한테 약한 거는 뭐 아시겠죠. 사실 판사님들 법원에 가서 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저 국회에서 많이 봤어요. 국회에서 법원 행정처 차장, 임종원 차장의 맹 활약상. 제가 아주 유심히 쳐다본 적이 있었습니다.
김의성 심지어 대법원이 먼저 나서서 국회의원 법률 컨설팅을 해주기도 했다고요?
나세웅 네. 진짜 한심한 일입니다. 그러니까 특허청장이 특허법원의 권한을 조금 침해하는 것 같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걸 보고 양승태 대법원장이 기분이 굉장히 안 좋았나 봅니다. ‘가만두면 안 되겠네.’ 이렇게 얘기합니다. 그 얘기를 듣고 또 일사불란하게 판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어떻게 가만두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혼내줄까. 아, 국회가 있지.’ 그래서 국회에서 이 특허청을 관할하는 산자위 위원들을 찾습니다. 그 중에서 누가 수사를 받고 있나. 재판을 받고 있나. 그러면 우리가 도와주고 그 대가로 좀 혼내달라고 해야지. 그래서 실제 유동수 의원을 찾아갑니다. 그래서 거기서 먼저 청탁한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재판 전략을 짜주고, 대신, 우리 대신 특허청을 좀 혼내주세요. 해서 실제 국감 때 관련된 질의를 대신 해줍니다. 이런 일이 있습니다.
주진우 조직범죄예요. 조직범죄.
김의성 야, 이거를 뭐, 변호사 사무실에서 하는 일도 아니고 로펌의 사무장들이, 브로커들이 하는 일이네요, 이건
주진우 법원이 아니라 컨설팅 회사였네요.
나세웅 검찰수사는 그런데요. 사건 검토 뒤에, 그러니까 그런 재판 전략을 짜 준 다음에 이메일로 보내면서 판사가 쓴 말도 가관입니다. ‘적절히 활용하셔서 좋은 결과 나오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주진우 하, 너무하네요.
양윤경 사실 국민들은 법원이 공평하고 자신들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믿고 재판에 임하지만 사실 우리나라에게, 우리나라에는 두 가지 종류의 법원이 있는 거죠. 권력자들에게 따뜻한 법원, 그리고 서민들에게는 차가운, 냉혹한 법원. 이렇게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김의성 현실이 이런데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허황된, 누군가가 지어낸 말이라고 누가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나세웅 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 배당조작, 그리고 재판개입 의혹, 이런 사실들이 드러날 때마다 많은 국민들이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권력의 편에 서서 법을 유린하고 약자들을 짓밟은 법원의 역사는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닙니다.
◀ END ▶
VCR 5. ‘송씨일가’ 사건...재판 조작의 역사
◀ 리포트 ▶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2년,
안기부는 송기복, 송기수 남매와
일가 친척 28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고정 간첩단을
일망타진했다고 발표합니다.
이른바 송 씨 일가 간첩단 사건.
가족이 놀던 유원지는 간첩단 회합 거점으로, 단골 다방은 접선 장소로 둔갑했습니다.
구타와 고문으로 조작해 낸 간첩단이었습니다.
송기수 / 송 씨 일가 간첩사건 피해자
“밤새도록 때리는 거야. 밤새도록. 밤새도록. 그것도 하루가 아니야. 거의 한 달 계속.
‘걔들이 요구하는 걸 써주지 않으면 나갈 수가 없구나' 하는. 포기하는 거지. 스스로.
꼭 아주 낮은 강아지 같은 신음 소리. 강당같이 이렇게 생겼는데. 이렇게. 안쪽이 컴컴하더라고. 그런데 나는 사람 하나 언뜻 보니까 매달려 있는 느낌이야. 자기네들끼리 얘기하는데 ‘아, 그 00 꼭 개 끌어가는 소리를 하네.’ 그야말로 그 사람은 고문 행위로 죽었어요. “
간첩 조작 사건을 완성한 건 법원이었습니다.
공소장엔 송씨 일가 두 명이 평양에 가서
간첩 교육을 받고 왔다고 돼 있는데,
휴전선에서 경기도 양주까지
28킬로미터 거리를
도보로 30분 만에 이동했다고 돼 있습니다.
축지법 수준입니다.
1심 결과는 전원 유죄.
2명에겐 사형이 선고됐습니다.
1심에 이어 2심도 유죄.
그런데 3번째 재판이 이뤄진 대법원에서,
고문으로 인한 조작을 인정하며
무죄를 선고하라고,
고등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그러나 4번째로 사건을 받아든 고등법원에선
또다시 유죄 판결.
하지만 5번째 재판이 열린 대법원에선
다시 한 번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이 연이어 무죄를 선고하자
간첩 조작을 성공시켜야 할 안기부는
6번째 재판부터 노골적인 개입을 시작합니다.
스트레이트가 입수한 당시 안기부 보고서.
"담당 재판부 방문해 사건 배경 설명,
유죄 판결 유도"
"대법원장 비서실장 방문해 대책 협의,
유죄 판결 유도"
"6심 담당인 김석수 부장판사 자택 방문해
유죄 판결 유도"
안기부 간부들이 판사의 집과 사무실에서
재판에 대해 상의하고,
유죄 선고를 받아내기 위해
대법원장 비서실장까지 찾아가
대책회의를 했다는 기가 막힌 내용입니다.
주심 김석수 판사와 밥을 먹고,
배석 판사들과는 골프도 쳤습니다.
김앤장 변호사가 양승태 대법원장과
집무실과 식당에서 만나고
임종헌 행정처장과 수차례 강제징용 재판을
상의한 것과 판박이입니다.
6번째 재판을 맡은 김석수 판사는
고문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호소를 외면하고 또다시 유죄를 선고합니다.
송기수 / 송 씨 일가 간첩사건 피해자
“사람인데 왜 몰라. 그냥 넘어가요.
그거 하나, 하나 질문해서 무슨 재판... 그 진행하는 과정 보면 조금이라도 유리한 걸 밝혀내 주려고 하질 않고 웬만하면 넘어가려고. 벌써 보이지. 그게 왜 안 보여“
이제 7번째로 재판이 이뤄질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만 나오면 모든 게 끝나는 상황,
안기부는 유죄를 선고해 줄 판사를 물색합니다.
송씨 일가 사건이 마지막으로
대법원에 오기 직전
대법관으로 임명된 김형기 판사.
안기부는 "정치적 감각이 뛰어나
안보 사건 처리를 누구보다 잘해낼 것"이라며 김형기 판사가 대법관 적임자라고 추천했습니다.
송씨 일가 사건은 실제로
김형기 대법관에게 배당됐고,
김 대법관은 '잘 해낼 것'이란 안기부 기대대로 간첩이 맞다는 유죄 판결을 최종 확정했습니다.
이때에도
정권을 위한 배당 조작과 재판 개입의 배후엔 대법원장이 있었습니다.
당시 유태흥 대법원장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판결을 바로 잡겠다고
다짐"하면서, 송씨 일가 "사건을 특별 배당해, 기각 판결토록 하겠다"고
안기부에 적극 협조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
법원이 적극적으로 가담한 간첩 조작 사건.
지난 2008년 재심으로
20여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을 때까지,
피해자들은 간첩 낙인을 견뎌야 했습니다.
윤영자 / 송 씨 일가 간첩사건 피해자
“우리 들으라고 '저거 간첩이래, 저거 간첩이야.' 얼마나 쑥덕거리고. 그리고 우리 아들이 대학 나와서 취직하려니까 취직이 안 되는 거야. 그러니까 뭐 내가 별거 다 했어요.”
진실에 눈감은 판사들은
국무총리와 대법원장, 대법관으로
영광을 누렸습니다.
송기복 / 송 씨 일가 간첩사건 피해자 (2007년 10월 뉴스데스크 방송)
“검사, 판사, 이 모든 사람들은 우리를 같이 고문한 겁니다. 그 사람들을 가만히 두면 되겠습니까? 국민의 이름으로 처단했으면 좋겠습니다.”
◀ END ▶
◀ ST 6.▶
김의성 네, 피해자의 마지막 주장이 가슴을 찌릅니다.
주진우 대법원장이 정치 권력하고 야합합니다. 그리고 판결 결과를 그냥 정해놓습니다. 그리고는 말 잘 듣는 판사를 지정해요. 배당 조작이죠. 그래서 이렇게 처리하고 말 안 들으면 사찰하고.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김의성 어찌됐건 판사들의 블랙리스트가 그 당시에도 존재하고 있었던 거네요.
양윤경 근데 이건 군사정권 시절이었잖아요. 이런 판사 성향 분석 파일 같은 거는 당시에는 안기부 같은 정보기관이 만든 건데 이번 사법농단에서는 양승태 대법원의 법원행정처가 직접 만든 겁니다. 폭압적인 군사정권의 안기부보다 더 치밀하게 판사들의 성향을 관리해오고 있었던 겁니다.
나세웅 네, 판사의 성향을 미리 파악하면 그 재판의 결과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어느 판사가 어떤 재판을 맡을지. 이 재판 배당의 문제는 공정성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이 배당을 조작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한번 보시죠.
◀ END ▶
VCR 6. 실패한 '배당 조작' 청산
◀ 리포트 ▶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를 뒤흔든 광우병 촛불 집회.
야간 집회가 불법이던 시절,
시위 참가자들 1천4백여 명이 무더기로
연행돼 기소됐습니다.
무대 설치와 사회를 맡았던 윤희숙 씨도
그해 6월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야간 집회를 전면 금지한 현행법은 위헌 아니냐, 따져보고 싶었지만 재판장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윤희숙 /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변호인 측의 제안이나 요청이나 이런 건 거의 안 받아들였어요. ‘이미 어떻게 보면 결론이 나 있는 재판을 내가 받고 있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죠“
담당 재판장은 조한창 부장판사.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조 판사는
당시 유독 촛불 집회 관련 재판을
많이 맡았는데,
조선일보를 비난하며
코리아나 호텔에 쓰레기를 던진
집회 참가자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는 등 촛불 시위자에 엄격한 판결로 유명했습니다.
조 부장판사는
공판 시작 한 달여 만에
윤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합니다.
촛불 집회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했던
광우병 대책회의 핵심 관계자들보다
높은 형량이었습니다.
윤희숙 /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제 형량이 제일 높아요. 형량으로만 보자면
제가 광우병 대책회의의 실세죠.
그러니까 좀 납득이 안 되는 거예요. 그 재판부에 대해서 재판부가 편향됐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결과죠. 결과적으로도.“
뉴스데스크 / 2009년 2월 23일
“지금부터 보도하는 법원 이야기는 은밀하고 밖에서 알기 참 힘든 겁니다.
특정 판사에게 시국 사건을 몰아줬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일찍 재판에 넘겨진 게 문제였습니다.
서울 중앙지법이
윤씨 사건 등 초기 촛불 집회 사건을
조 판사에게 몰아줬기 때문입니다.
윤씨 사건을 지켜보던 단독판사 10여 명이
최종 잭임자인 신영철 법원장에게
집단 항의했고, "다른 사건처럼 균형 있게 배당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이후 촛불 사건을 배당 받은
다른 재판장이 윤씨의 바람대로
'야간 집회 금지 조항'을 위헌 제청하자,
신영철 법원장은
'야간집회 금지가 위헌인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지 말고 판결하라', 사실상 유죄 판결을 하라는 노골적인 재판 개입을 계속했습니다.
전국 17개 법원, 5백여 명의 법관들이
신영철 법원장이 재판권 독립을 침해했다며
들고 일어나는 '사법 파동'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재판 개입'이 드러나기 전
대법관이 된 신영철 법원장은
후배 법관들의 사퇴 요구에도 버티면서
6년 임기를 모두 채웠습니다.
왜 사건을 몰아줬는지,
더 '윗선'과의 교감은 없었는지,
진상은 더 밝혀지지 않았고
몰아주기 배당을 받았던
조한창 부장판사는 법관의 꽃이라는
고등부장 승진에 성공합니다
------------- 전 환 -----------
2009년 신영철 사태 때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서기호 판사.
그해부터 3년간 내리
근무평정 '하'등급을 받으면서
2012년 강제로 법복을 벗었습니다.
판사가 재임용에서 탈락한 건
1997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었습니다.
서기호 변호사 / 전 판사
“2009년도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박병대 민사 수석부장이 저에게 (근무 평정) 하를 줬고요. 2010년, 2011년도 북부지방법원에서는 '예의 주시 되고 있는 인물이니까 행동에 조심해라'라고 경고를 처음부터 했었고요.“
서기호 전 판사는 재임용 탈락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행정법원에 제기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 행정법원에,
촛불 사건을 집중적으로 배당받았던
조한창 부장판사가 수석부장 판사로
영전해 와있었습니다.
그리고 조 부장판사는
이번엔 서기호 전 판사가 낸
재임용 소송 처리에 개입합니다.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고
서기호 전 판사 사건을 맡고 있는 재판부에
전화를 걸어 재판을 빨리 마무리하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또 통진당 의원들 관련 재판부에
행정처의 재판 개입 문건을 전달했다는 게
검찰수사 결과.
서기호 변호사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집회 재판 개입 사태에 대해서 근본적인 인적 청산 작업을 했으면 (사법농단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그때는 일개 법원장이 주도한 것이었지만 지금 사법농단 사태는 대법원장이 법원 행정처 조직 전체를 동원해서 광범위하게 벌어진 재판 개입인 것이죠.”
조 부장판사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임종헌 전 차장의 공소장은
검찰이 추측한 내용일 뿐 사실관계가 다르'고 '재판 개입 문건을 받은 것은 맞지만
전달하지 않고 파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END ▶
◀ ST 7.▶
김의성 네, 신영철이라는 저 이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많은 시민들도 기억하시리라 믿습니다. 이 촛불집회 재판 때 드러난 배당 조작. 이 문제가 됐던 판사들, 그때 제대로 처벌하기만 했더라면 사법부가 그나마 좀 더 나아질 만한 계기가 있지 않았을까. 이런 안타까운 생각을 해봅니다.
주진우 촛불재판 때 배당이라는 말이 처음 나왔어요. 문제화 됐고요. 그때 특정 판사한테 촛불 재판을 밀어주고, 밀어줘서 유죄를 많이 만든다. 이런 얘기가 있었습니다.
김의성 그랬죠.
주진우 그 특정 판사들은 10년 동안 승승장구 했습니다. 그러다가 사법농단에서 다시 이름을 계속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세웅 그때 몰아주기 배당을 했던 신영철 대법관은 결국 6년 동안의 임기를 꽉 채우고 퇴임했는데요. 퇴임하면서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했는데 일말의 미안함이나 반성은커녕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똑같이 할 것이다. 이렇게 말을 남겼습니다.
주진우 처벌 받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김의성 맞습니다. 이 신영철 전 대법관 같은 사람이 이렇게 승승장구 하고 별 일 없이 퇴임하고 이런 모습이 보이면 후배들, 후배 법관들은 저렇게 살면 되는구나. 좋구나. 이렇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 정신이 박힌 법관들은 자괴감을 느끼겠죠.
양윤경 판사들은 판례를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자신의 판단과 결정이 그 다음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그런 판례를 계속 쌓아가는 사람들인데 '나쁜 일을 하면 처벌받는다'라는 거를 보여줘야 그 다음에 그런 일을 하지 않을 텐데 '나쁜 일을 해도 잘 산다'라는 판례를 만들면 다시 그 일이 또 생기는 겁니다.
나세웅 소신껏 당시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판사들은 불이익을 받거나 결국 법원을 떠났습니다. 이번 사법농단 사태도 우려됩니다. 사법농단에 연루된 수많은 판사들이 버젓이 법원에 남아서 국민들을 재판하고 있습니다.
◀ END ▶
VCR 7. 도돌이표 사법농단, 마침표 어떻게?
◀ 리포트 ▶
김명수 대법원장 / 지난 24일
“참으로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제가 어떤 말씀을 드려야 국민 여러분께 작으나마 위안을 드릴 수 있을지 저는 찾을 수 없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고개를 숙인 까닭은
전임 대법원장의 구속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판사들의 충격적인 민낯을
국민에게 목격당한 지난해,
대법원 스스로 사법농단 혐의 판사
13명을 추려내 징계를 청구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수하고
징계 절차에 부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6개월의 장고 끝에 나온 결론은
13명 가운데 10명이 감봉 이하 처분.
2명은 죄를 묻지 않는다는
'불문' 처분을 받았고
3명은 아예 혐의가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법원이 죄를 묻지 않기로 한
김연학 전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
2016년 3월,
후배들을 시켜 사실상 블랙리스트 문건을 작성하게 합니다.
양승태 대법원의 정책에 비판적인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와해시키기 위한 것.
핵심 회원에 대해선
선발성 인사, 해외 연수 등에서
불이익을 부과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임종헌 차장에게 지시해 작성됐습니다.
인사를 담당하는 부서가 작성한 문건인데도
법원 내부 조사에선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기재했다"는
해명을 받아들이고 마무리합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핵심 회원들도
추렸습니다.
명단 비고란엔
대법원이 적대시한 우리법연구회에 '동조'하는지, 그러니까 생각이나 행동이
양승태 체제에 비판적인지 아닌지가 나뉘어있습니다.
내부 게시판에 무슨 글을 올렸는지도
꼼꼼히 수집하고,
'사법행정 책임자들에 대해 불만이 많다'는
근무평정 내용까지 뽑아 기록해 놨습니다.
작성 과정에 참고 했을 원자료,
판사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의심이 제기됐습니다.
결국 지난해 말 검찰 압수수색에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문건이 나왔습니다.
양승태 체제에 비판적인 법관을
매년 ‘물의 야기 법관’으로 분류하고,
가고 싶어하는 근무지에 못 가게 하고
해외 연수자 선발에서 배제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김연학 판사가 책임자로 있었던
인사 부서에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윗선에 보고하고
판사 인사에도 반영했다는 뜻입니다.
이런데도
김연학 전 인사총괄심의관은 재판에 복귀해
국정농단 관련자들을 심판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른바 문화계, 과학계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에 대해 잇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에 대해선
“좌파 성향 단체를 파악해
그 명단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 부서의 부서장이었을 뿐"이라며 일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김연학 판사 자신 역시
판사 블랙리스트 담당 부서장으로서
해오던 일을 했을 뿐이라는 '자기 변론'을
판결로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서기호 변호사 / 전 판사
사법농단 사태는 양승태 대법원장 혼자만의 의지로는 될 수 없습니다. 밑에서 수족처럼 손발이 되어서 움직이는 행동 대장들이 필요한 것인데 그런 행동대장의 역할을 한 사람들이 법원의 현직 판사로서 지금도 재판하고 있습니다."
김 판사는 이에 대해 자신이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판결문을 참고해 달라고만 말했습니다.
감봉과 견책에 그친 판사들은
재판에 복귀했는데,
박상언 부장판사,
김민수 부장판사,
문성호 판사는, 이마저도
억울하다며 징계 처분 취소 소송을 냈습니다.
사법 농단 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판사는 약 50여 명.
대부분 청탁을 거절하지 못하거나
관행을 핑계로 적극 가담했지만,
반성의 목소리를 듣긴 어렵습니다.
정다주 부장판사/ 전 법원행정처 심의관
“저는 나름대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했습니다.”
☎ 000 판사/ 전 법원행정처 심의관
“기자님한테 어떤 말씀을 드리고 싶진 않거든요
☎ 000 부장판사/ ‘재판 개입’ 의심
“저로서는 최선을 다했던 사안인데 좀 그렇습니다.“
박주민 국회의원
“이걸 그대로 놔두면 국민들이 사법이라는 사회적 문제 해결 시스템을 신뢰하지 못하게 됩니다. 탄핵이라는 외부의 수단이 반드시 필요한 거예요. '이런 거는 위헌적인 행위다.'라는 선언 이런 것들이 이루어져야만 동일한 일이 반복이 안 되는 거죠.”
◀ END ▶
◀ ST 8.▶
김의성 저들이 저지른 반 헌법적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관대한 것이 깜짝 놀랄 만한 일이고요. 그 관대한 처벌마저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하는 뻔뻔함에 또 한 번 놀랍니다.
주진우 최선을 다했다고 합니다. 저는 저 판사님들이 최선을 다할까봐 무섭습니다. 저분들한테 재판을 받아야 됩니까? 차라리 A.I.한테 재판을 받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나세웅 예. 사실 사법농단에 관여한 50여 명의 판사 중에 지시를 명확히 거부한 판사는 3-4명에 불과합니다. 이런 부당한 지시나 개입에 순순히 응했던 수많은 판사들의 문제가 어쩌면 이번 사태의 더 깊고 본질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김의성 네,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됐고 이제 본격적으로 검찰수사와 재판의 국면에 돌입했지 않습니까. 그런데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 판사 탄핵에 대한 요구가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나세웅 안타깝게도 탄핵 대상자 명단을 이제 추리고 각 당의 입장이 좀 달라서 협의를 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아직까지는 큰 진전이 없는 상태입니다.
주진우 사법농단장본인들에게 아직도 재판을 받아야 되는 게 현실입니다.
양윤경 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됐다고 해서 뿌리 깊은 사법농단이 해소되는 건 아닙니다. 사법농단에 가담한 판사들에 대한 확실한 인적 청산이 없으면 국민은 판사들이 내리는 판결을 믿을 수 없을 것입니다.
◀ 클로징 ▶
김의성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면서 기사 앞머리에 붙는 수식어가 있습니다. 헌정사상 최초라는 말입니다. 헌정사상 최초의 전직 대법원장 구속. 이렇게 말이죠. 하지만 역으로 보면은 지난 70여 년의 헌정 역사상 대법원의 잘못은 누구도 건드리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주진우 단 한 명의 국민도 불공정한 재판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사람에 따라서 판결이 춤추고 권력에 따라서 재판이 바뀌는 이런 사법농단의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합니다.
김의성 끈질긴 추적 저널리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저희는 다음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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