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 생일이 뭐기에.. 전통 의식이 돈 잔치로 변질

◀ 앵커 ▶

지난주엔 멕시코 소녀의 15살 생일파티에 수천 명의 축하객이 모여 큰 화제가 됐습니다.

중남미에서 15살 생일은 소녀에서 여자가 되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15살 생일파티가 돈 잔치로 변질되는 경우도 많아 부작용도 커지고 있습니다.

◀ 리포트 ▶

멕시코의 작은 마을 라 호야, 대형 야외무대가 설치되고 수천 명의 관객이 모였습니다.

곧이어 유명 가수들과 댄서들의 공연이 시작됩니다.

인기 가수의 연말 콘서트라도 하나 싶은데 사실은 15살 소녀 루비의 생일 파티입니다.

빨간 드레스를 입고 무대 중앙에 선 루비는 오늘 하루만큼은 동화 속 공주님입니다.

[루비/15세]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밴드가 축하 음악을 연주하고 관객들도 함께 어우러져 춤을 추며 루비의 생일파티를 즐깁니다."

시골 마을 소녀의 생일파티에 이렇게 많은 축하객이 참석 한 건 루비의 부모가 소셜미디어에 초대장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크레센시오/아빠]
"라호야 목장에서 열리는 우리 딸 루비의 열다섯 살 생일 파티에 여러분 모두를 초대합니다."

초대 영상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파티에 참석하겠다고 응답했고, 루비의 생일파티는 열리기도 전에 국내외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습니다.

[로페스/축하객]
"저도 열다섯 살 생일 파티를 하고 싶었는데 못했죠. 참석해 보니 정말 좋네요."

목장을 운영하는 지역 부호로 알려진 루비의 부모는 딸의 15살 생일을 위해 아낌없이 파티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많은 사람이 모이다 보니 생일파티 기념 경마 대회에서 1명이 숨지는 불상사도 발생했습니다.

[목격자]
"자신의 말이 이기고 있어서 흥분한 나머지 말에 가까이 다가섰다 변을 당했어요."

돈도 많이 들고 불상사도 생기지만 중남미 소녀의 15세 생일은 전통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소녀에서 여자가 되는 나이, 다시 말해 결혼할 때가 됐다는 의미를 지닌다는 겁니다.

때문에 15살 생일을 맞은 소녀들은 예쁜 드레스 차림에 왕관을 쓰고 그날 하루만은 공주가 됩니다.

[카타리나/15세]
"모든 사람이 저를 주목하는 날로, 공주가 되는 순간이에요."

하지만, 15살 생일파티가 갈수록 화려해지고 집안의 부를 과시하는 이벤트로 변질되면서,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부모들은 등골이 휘고 있습니다.

[카타리나 엄마]
"돈을 빌리고 야근도 했어요. 딸에게 좋은 걸 사주고 잊지 못할 기억을 남기려고요."

멕시코에서는 15살 생일 파티를 위한 박람회까지 열리는데, 최고 1,000만 원이 넘는 드레스에 고급 차량과 파티 비용 등을 합치면 파티 한 번에 수천만 원은 기본이라고 합니다.

[마르가리타/생일 파티 박람회 주최자]
"생일 파티에 보통 2천~7천만 원 정도 들어요. 파티와 여행 상품이 포함된 패키지도 있어요."

어른이 되는 소녀들을 축하해주는 전통 의식이 돈 잔치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멕시코에서는 연간 20만 건의 15세 생일 파티가 열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