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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이호찬 기자

'별장 성접대 사건' 피해女 "이대로 끝낼 수 없다"

'별장 성접대 사건' 피해女 "이대로 끝낼 수 없다"
입력 2014-01-13 08:57 | 수정 2014-01-1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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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 '제 2의 장자연 사건'으로까지 불리며 세상을 뒤흔들었지만 김학의 전 법무차관 등 이른바 사회지도층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는 대부분 '증거 없음' '혐의 없음'으로 일단락되었습니다.

    그러나 성접대를 강요받았다는 피해 여성은 2580을 만나 검찰의 수사는 김학의 전 차관에게 면죄부를 주는 엉터리 수사였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이대로 유야무야되는 걸까요?

    =============================

    강원도 원주의 한 별장.

    야외 수영장에 이국적인 모습의 풍차, 호화로운 건물들이 한데 모여 있습니다.

    ◀SYN▶ 피해여성 A씨
    “(별장에서) 밥을 먹으면 그 가라오케 올라와서 술 마시면서 그렇게 성행위를 하고.. 뭐 그룹 회장님들 병원 원장, 무슨 호텔 회장 주로 그런 사람들..”

    이른바 '별장 성접대' 의혹사건으로 세간의 시선이 쏠렸던 곳입니다.

    현직 법무부 차관을 비롯해 사회 고위층 인사들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난 한 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별장 성접대 사건.

    두 달 전 검찰 수사까지 모두 끝났지만,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2580은 이곳에서 성 접대를 강요받으며,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로 알려졌던 한 여성을 만났습니다."

    작년 11월, '별장 성접대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발표 이후, 청와대에 탄원서를 올렷던 A씨,

    '더이상 내식구 감싸기라는 검찰 기사는 보고 싶지 않다', '더 많은 진실을 국민들에게 하소연하기 전에 스스로들 나와 심판받길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탄원서가 검찰에 배당되면서 검찰이 재수사를 검토한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A씨는 지난 두 달 동안 검찰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SYN▶ 피해여성 A씨
    “한 번이라도 불러서 난 대질 신문해 줄 줄 알았어요. 솔직히 내가 탄원서를 보낸 것도 이것도 놀림감이 되고 그냥 나 혼자 헛짓한 거구나 생각이 드는 게..”

    당초 경찰이 적용한 혐의는 성접대 상습 강요, 성관계 촬영, 특수 강간 등이었지만, 검찰을 거치며 모두 무혐의로 종결된 상황입니다.

    하지만 A씨는 검찰 수사가 엉터리였다며 자신이 경찰과 검찰에서 진술했던 내용 전체를 취재진에게 털어놨습니다.

    수백 쪽 분량의 진술 내용.

    조서 안에는 사회 고위층 인사들의 실명과 성접대 내용, 그들의 문란했던 별장 파티의 모습 등이 구체적으로 증언돼 있습니다.

    A씨는 자신의 주요 접대 대상이 바로 김학의 전 차관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원주 별장에 처음 놀러 갔던 2006년 7월,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게 이틀에 걸쳐 성폭행을 당했고, 그날 저녁, 김 전 차관도 처음 만났다고 말했습니다.

    ◀SYN▶ 피해여성 A씨
    “조금 있으면 누가 온다고 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있었거든요. 자꾸 노래시키고 술을 강제적으로 먹이려고 하는데 술을 입에 딱 대니까 저기 누가 이렇게 올라오는 거예요. 근데 그게 이제 김학의였던 거예요.”

    처음엔 거부했지만, 윤 씨의 폭행과 협박에 못 이겨 결국 성접대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SYN▶ 피해여성 A씨
    “너 여기서 어떻게 하고 저쩌고 하면 넌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 그리고 제가 연예계 연기 활동하고 (하니까) 다 폭로해버리고 협박하고 묻어버리고...”

    김 전 차관에 대한 윤 씨의 호칭은 '형'이었다고 A씨는 말했습니다.

    ◀SYN▶ 피해여성 A씨
    “항상 학의 형 , 학의 형 그러니까 학의 형 검사님인가보다.. 검사면 높은 사람인 거는 알지만, 진짜 높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게 강원도 골프를 치러 가는데 청와대 이번에 들어가니 안 들어가니 그런 얘기가 계속..”

    A씨는 몇 번의 별장 성접대 이후 윤 씨가 아예 서울 역삼동에 집을 얻어 주고, 이곳에서 김 전 차관을 접대하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김 전 차관이 이곳을 1년 넘게 수시로 드나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을 전혀 모른다는 김 전 차관의 말은 있을 수 없는 얘기란 겁니다.

    ◀SYN▶ 피해여성 A씨
    “새벽에 요가 갔다가 (역삼동) 집에 왔다가 사무실 끝나고 또 오고.. 어느 날은 일요일도 오고 그렇게 2년 가까이를.. ”
    (얼마나 자주 왔었어요?
    “일주일에 두세 번.”

    문제가 됐던 동영상 촬영도 별장과 이곳에서 수차례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SYN▶ 피해여성 A씨
    “(경찰이 확보한) 그 동영상이 날 거라는 생각밖에 안 드는 거예요. 왜냐하면 내가 제일 많이 찍히고 내가 그거를 경험을 했기 때문에.. 하지 말랄 때마다 욕먹고 하니까 나중에는 위압감에 말도 못 하고 시키는 대로 안 하면 맞으면서 하니깐..”

    검찰은 성인인 A씨가 이런 상황에서 신고도 안 하고, 도망치지도 않은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A씨는 윤중천 씨의 협박과 이로 인한 공포가 너무 컸다고 주장했습니다.

    ◀SYN▶ 피해여성 A씨
    “100% 강요죠. 아니 그거를 누가 좋아서 하겠어요. 사지가 벌벌 떨리는데...내가 거부하면 수차례 처음 갔을 때부터 맞았고 저는 그냥 개였어요.”

    심할 땐 흉기로 위협을 받은 일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SYN▶ 피해여성 A씨
    “한번은 저보고 스타킹이랑 안대랑 가지고 오라고 밤에 온몸을 다 묶고 안대를 가려 놓고 불 꺼놓고 칼로 위협하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칼로 어딜 찌를지 모르는...”

    실제 A씨가 경찰에 제출한 2008년 정신과 진료 기록에 따르면, 각종 불안 증세와 함께, '묶어 놓고, 칼 들이대고' 등의 위협을 받았다는 상담 내역이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작년 11월 수사 결과 발표에서 A씨 진술 외에 특별한 증거가 없다며, 윤 씨의 성접대 강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검찰의 수사 발표자료입니다.

    A씨가 윤 씨로부터 경제적인 도움을 받으려 노력했고, 윤 씨와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오로지 경제적 피해만을 주장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성접대 강요에 대한 A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거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A씨가 변호사 사무실에 보낸 메일에는 경제적 피해뿐 아니라, 자신이 노예처럼 살며, 성접대를 강요받았다는 내용들이 곳곳에 담겨 있었습니다.

    김 전 차관이 자기집 드나들 듯이 왔다 갔고, 어느날은 김전차관과 윤씨가 다른 여자들을 데리고 와 성관계를 시키고 사진을 찍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A씨는 자신에 대한 검찰의 조사 방식을 두고도 억울함을 표했습니다.

    ◀SYN▶ 피해여성 A씨
    “내가 물어보는 것만 얘기를 해라. 검찰이라는 데를 가서 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고. 뭔지 모르니까 물어보는 대로만 얘기를 한 거예요. 유도 신문도 많고 그리고 나를 자꾸 설득시키는 말들..”

    실제 A씨의 경찰 조서와 검찰 조서를 비교해 본 결과, 둘 사이엔 현격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경찰 조서는 A씨의 피해 사실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검찰 조서는 대부분 피해여성들의 경제적 사정이나 성접대 대가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SYN▶ 이선경 변호사
    “경찰 조사 단계에서는 폭행, 협박이 어떻게 있었고 그래서 왜 도망치지 못했는지를 계속 묻고 있다면 검찰 조사에서는 이제 그거보다는 어떤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자발적으로 따라다닌 게 아니냐? 이런 취지의 질문들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피해 여성들에 대해) 의심스러운 관점에서 조사를 한 게 아니냐..”

    검찰 조서를 꼼꼼이 들여다 보면, A씨가 윤 씨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기대했는지, 윤 씨와 인간적인 관계가 아니었는지를 계속해서 묻고 있고, 윤 씨의 폭행 혐의에 대해서도 윤 씨의 독특한 성적 취향이 아닌지를 묻는 질문들도 눈에 띕니다.

    ◀SYN▶ 이선경 변호사
    “자포자기 심정 때문에 (피해여성이) 도망을 안 쳤을 수도 있는데요. 저항할 수 없었던, 거부할 수 없었던 사정이 있던 행위와 그렇지 않은 행위를 좀 구분을 해서 조사를 했어야 하지 않은가 이런 생각이 좀 들고요.”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A씨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이뤄졌고, 성접대 의혹과 관련해 죄가 안 된다는 것에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일부 피해사실이 부풀려지거나 만들어진 부분도 있다며, 피해 여성이 고소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더 이상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차관은 8개월의 검경 수사 기간 동안 시종일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강력히 부인해왔습니다.

    2580은 김 전 차관의 반론을 듣기 위해 자택을 수차례 찾아갔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SYN▶ 아파트 주민
    “설령 산다고 해도 여기 오겠어요. 다른 데서 거주하고 있겠지. 창피한데.”

    변호인 역시 김 전 차관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윤중천 씨는 어떤 입장일까.

    2580은 취재 과정에서 윤 씨가 지난해 말 보석으로 석방된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

    당초 윤 씨는 필로폰 매수 혐의 등으로 구속됐지만, 검찰 조사에서 매수 혐의 역시 불기소 처리됐고, 주요 혐의들이 모두 빠지면서, 실형 선고 가능성이 낮아진 것도 보석 결정에 참작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2580은 윤 씨를 만나기 위해 원주 별장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SYN▶
    (윤중천씨 계신가요?)
    “그 사람 교도소에 안 갔어요?”

    전화로 연락이 닿았지만 윤 씨는 여전히 모든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SYN▶ 윤중천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협박을 해가지고 무슨 범죄자들도 아니고 범죄 집단도 아니고 협박해가지고 무슨 성 접대를 하고. 그게 현실적으로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요. 그렇게 하고 당할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렇게...”

    검찰 조사에서 김 전 차관과 아는 사이는 맞다며, A씨에게 소개해 준 적이 있다고 인정했던 윤씨.

    다시 말을 바꿨습니다.

    ◀SYN▶ 윤중천
    “알고 지낸 적 있다고 검찰에서 그렇게 얘기 안 했어요. 저는.”
    (김학의 차관을 모른다고 말씀하셨나요?)
    “하여튼 뭐 하면 만나서 얘기하고 그만 내가 여기 들어가야 하니까 끊을게요.”

    A씨는 2580과의 인터뷰에서 이대론 끝낼 수 없다며, 조만간 정식으로 고소장을 접수하고 재수사를 요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SYN▶ 피해여성 A씨 가족
    “죄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죄인처럼 숨어 산다는 것도 제일 힘들고 그런 사람들은 떳떳하게 사는데 왜 우리가 죄인처럼 사는지...”

    검찰은 A씨의 고소장이 접수되면 절차대로 처리하겠다는 원칙적 입장입니다.

    각종 루머와 궁금증만 증폭시킨 이번 사건이 새로운 진실을 드러낼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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