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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최훈 기자

정동진 해돋이 못 본다?…강릉시, 방파제 무상사용권 특혜 논란

정동진 해돋이 못 본다?…강릉시, 방파제 무상사용권 특혜 논란
입력 2015-02-02 09:01 | 수정 2015-02-02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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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안 해돋이 명소로 유명한 정동진.

    그러나 지금은 방파제 위에 세워진 횟집과 커피숍에 가려 해돋이를 감상하기 쉽지않습니다.

    강릉시가 한 업체에 건축물을 허가하고 30년간 무상사용권을 내줬기 때문인데...

    이 업체는 해안가에 대규모 콘도시설도 지을 예정이어서, 콘도 앞 바다와 백사장마저 사실상 사유화하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원래 어민들을 위한 항구가 들어설 예정이었던 이곳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건지, 이 업체와 강릉시의 특혜 논란을 취재했습니다.

    ==========================================================================

    동해안 정동진의 아침.

    주말 휴일이면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일출을 보기 위해섭니다.

    ◀윤병우▶
    1월 1일에 해돋이를 못 봐서 한 달 딱 늦게 2월 1일에 가족들끼리 소망하는 것도 좀 이루고자...

    그런데 언제나, 어느 위치에서나 멋진 해돋이 풍경을 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정동진에서 1월에 찍은 사진들.

    하나 같이 해가 이 건물에 가려 있습니다.

    인터넷엔 이 건물 때문에 일출을 못 봤다는 푸념 섞인 글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위치 선정이 중요하단 정보도 서로 공유합니다.

    정동진 상인들은 이 때문에 해맞이 인파가 점점 줄고 있다고 걱정합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질까 전전긍긍.

    아예 새해 첫날 날씨가 흐리길 바랄 정돕니다.

    ◀김OO/정동진리 주민▶
    "저는 늘 1월 1일 비가 눈이 왔으면 좋겠다. 왜? 정동진 해돋이가 안 되는데 왜 오겠습니까. 몰랐으면 좋겠다 이거죠. 내년엔 오겠지 내년엔 오겠지."

    해돋이 명소인 정동진에 해를 가리는 4층 규모의 건축물.

    범선 모양의 이 건축물은 강릉시가 허가를 내 주고, 한 업체가 설치한 겁니다.

    이곳 주민들은 정동진 곳곳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을 지나 바다 쪽으로 향하니...

    백사장이 펼쳐지고, 정동진의 명소인 배 모양의 호텔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 아래쪽에 일출을 가리는 범선 모양의 건물이 있습니다.

    두 건물 모두 한 업체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해수욕장은 아름다운 경치 때문에 한겨울에도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오병룡▶
    "자주 와요. 바람 쐬러. 뒤에 보시면 멋있고, 낚시도 할 수 있고..."

    ◀최성심▶
    "아무래도 동해는 파도 넘실거리는 파도가 너무 좋아서..."

    범선 모양의 건물을 자세히 들여다 봤습니다.

    이 건물은 바다를 가로 지르는 방파제 위에 설치돼 있습니다.

    2층엔 커피숍이 있고, 안으로 더 들어가면 횟집이 나옵니다.

    사방이 유리로 돼 있어 어디서든 푸른 바다가 잘 보입니다.

    이 건물 바깥엔 고급 요트들이 정박중입니다.

    "(요트 탈 수 있어요?) 봄부터 파도가 좀 잔잔해지면 시작할 거예요."

    방파제 위에 이런 건물을 지어도 되는 걸까?

    ◀기세남/강릉시의원▶
    "어촌 어항법으로 거기서 영구 시설물은 짓지 못 하도록 하고 있죠. 영구 시설을 못 짓는 것은 재해 해풍이라든지 그런 지진이라든지 그런 어떤 위험에 대한 것을 고려해서..."

    강릉시가 2009년 허가를 내준 데 대해 감사원도 잘못된 허가라며 담당공무원 징계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강릉시는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장진호/강릉시 해양수간과 주무관▶
    "개발은 문제가 될 건 없을 것 같고요. 그러면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등대 같은 경우는 다 그거는 무허가 건물이 되는 거죠. 불법이 되는 거죠. 영구 시설물이 될 수 없다면"

    썬크루즈 업체는 이 방파제를 30년 동안 무상으로 쓸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습니다.

    30년 뒤 이 건물을 시에 기부하는 조건입니다.

    업체가 바다 조망을 독점하며 영업하고 있지만 임대료는 따로 내지 않습니다.

    요트 계류장이 있는 바다 사용료로 1년에 3만 5천 원을 낼 뿐입니다.

    ◀이OO▶
    "의심스러운 정도가 아니고 주민들 누구와 인터뷰를 하더라도 저 사람들에 대한 특혜 의혹은 떨칠 수 없는 겁니다."

    파도의 충격을 흡수하는 티티피 구조물은 콘크리트로 덮여 있습니다.

    주차장으로 쓰기 위해 이렇게 콘크리트를 발라 놓은 겁니다.

    ◀이OO▶
    "그 비싼 거를 수백개씩 해놓은 것은 저 티티피(방파제 구조물)가 파도를 흡수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뒤에 있는 티티피는 덮어서 자기네들이 주차장으로 쓰겠다고 하면서 저걸 작년에 공사를 한겁니다."

    수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원래 이 곳은 어선들을 위한 항구가 들어설 예정이었습니다.

    세금 26억원을 들여 방파제를 지은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강릉시가 느닷없이 항구개발계획을 취소하고, 어촌관광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해 사업자 공고를 냅니다.

    여기에 썬크루즈 호텔 측이 나 홀로 응모 했고,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습니다.

    그런데 강릉시가 항구 개발계획을 취소한 건 2009년 1월.

    썬크루즈 업체가 이 지역 관광 개발 사업자로 지정된 건 한 달 전인 2008년 12월.

    사업자 입찰 공고가 나기도 전에 사업자가 미리 정해져 있었다는 의심을 사는 대목입니다.

    "그런 각본에 의해서 이뤄졌다는 것을 방증이라도 하듯이 미리 고시가 되었다는 겁니다."

    강릉시는 부인합니다.

    ◀장진호/강릉시 해양수간과 주무관▶
    "(미리 시행자 지정해서 한 게 아니라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그 때 있지는 않았지만 그건 아니고."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해수욕장 입구의 땅.

    개발구역으로 출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이 땅의 주인은 한 개인이었습니다.

    이 땅을 사거나 토지 사용 승락을 받는 게 허가조건이었지만 썬크루즈는 그러지 않았고, 그런데도 강릉시는 허가를 내줬습니다.

    ◀기세남/강릉시의원▶
    "그 개인의 땅에 사람의 동의를 받지 않았는데도 허가를 신청을 받았고 그리고 시는 그걸 허가를 해준 것이 불법이다."

    그리고 업체 대신 강릉시가 뒤늦게 이 땅 확보에 나섭니다.

    그것도 땅주인에게 땅을 사거나 사용 승락을 받는 게 아니라 기부채납 방식으로 무상으로 넘겨받았습니다.

    ◀정OO/前 땅 주인▶
    "옹벽하고 꼭짓점 맞닿는 지점 여기까지. 여기까지가 내 땅이었어요. 내가 10억 원이 넘는 땅을 시에다 기부했어요."

    땅주인 정씨는 사실상 강릉시에 반강제적으로 뺏긴 거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합니다.

    기부채납하지 않으면 펜션 건축 허가를 안내주겠다고 했다는 겁니다.

    ◀정OO/前 땅 주인▶
    "공사하는데 압력을 넣고 허가 취소한다고 협박 공문을 보내고 이런 절차를 밟으면서 사람을 돈을 한두푼도 아니고 20억이라는 돈을 투자해 놓고 그런 식으로 목을 조르니까"

    땅을 기부채납하고 3일 뒤, 건축 허가도 취소됐습니다.

    수 억원대 땅도 빼앗기고, 펜션도 못짓게 된 겁니다.

    정 씨는 강릉시와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정OO/前 땅 주인▶
    "기부 채납을 했는데 딱 하고 나니까 3일 만에 허가 취소 공문이 날아오는 거예요. 이건 공산당도 이렇게 못 할 겁니다. 어이가 없잖아요. 그걸 항의 하니까 내가 마치 산림을 훼손한 것처럼 해서 검찰에 송치를 시켰어요."

    주민들은 방파제 뿐만 아니라 바다와 백사장도 썬크루즈 소유나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썬크루즈는 바다에선 요트 체험을 하고, 백사장에선 머드 하우스와 오징어 맨손 잡기 체험 등을 하겠다고 신고해 허가를 받았습니다.

    실제로 이 회사 인터넷 블로그엔 썬크루즈 전용 해수욕장이라고 적혀고, 홍보영상에도 썬크루즈 해변이라고 광고합니다.

    과거에도 전용 해수욕장이란 현수막을 걸었던 적도 있고 해돋이 관광객들에게 주차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김동환▶
    "1년에 한 번 해돋이 보러 오는데 주차비를 받는다. 그 주차비 받아서 어떻게 해요. 좋은 데 쓰는 것도 아니잖아요. 다 개인의 주머니로 들어갈 거고..."

    이에 대해 강릉시는 무상 사용 허가를 내준 건 방파제 뿐이고, 바다와 백사장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장진호/강릉시 해양수간과 주무관▶
    "바다는 아니죠. (구역으론 돼 있잖아요.) 구역상에는 어촌관광개발구역으로 돼 있지만 그건 고시로써 고시 구역이 그렇다는 거고요. (그럼 다른 업체가 들어와서 나 여기서 사업을 하겠다라고 신청하면 허가를 받을 수 있어요?) 그건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 실제 백사장 사용 허가를 받은 건 썬크루즈가 유일하고, 어민과 주민들은 신청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OO/정동진리 주민▶
    "예전에는 그게 우리 마을에 내줬거든요. 마을이나 어촌계에 내줬다가. 이제 얼마전 부터는 한 개인 업자에게 독단적으로 내주는 거죠. 너만 써라. 다른 사람들은 시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얼씬도 못 합니다. 바다도 못 들어갑니다"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어민들입니다.

    원래 항구가 들어설 예정이었던 곳이 관광구역으로 묶이면서 어쩔 수 없이 비좁은 항구를 쓰고 있습니다.

    작은 배도 5~6척만 세워두면 꽉 차고, 큰 배는 아예 들어오지도 못 해서 다른 마을 항구에 배를 정박시켜야 합니다.

    "3톤 짜리 배가 거기 정동진 항에 들어가서 접안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럼 이렇게 다른 항에다가 두고 차 타고 가서 이렇게 다니는 거예요?) 그렇죠. 아침마다 계속 정동진에서 차타고 왔다 갔다 해야합니다."

    어민들은 바다와 항구가 한 개인업체만의 것이냐며 분노합니다.

    "어민이 사용할 수 있는 항인데 어민이 아닌 다른 사업자들이 와서 운영을 하고 사업을 하고 있으니까 당연히 어민으로서는 그쪽에 대한 특혜를 준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업체는 백사장 뒤편으로 대규모 콘도도 건설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 백사장과 바다는 완전히 이 콘도의 앞마당 처럼 될 거라고 주민들은 걱정합니다.

    어민들이 항구로 드나들던 진입로도 원래는 국유지였지만 이 업체가 매입해 버렸습니다.

    이 때문에 어민들은 썬크루즈가 나가라고 하면 언제든 쫓겨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김OO/정동진리 주민▶
    "(강릉시는) 만 퍼센트 어민들 편이 아니고 한 개인 업체 사업자 편에 서서 일 했죠. 그동안. 그래서 사업자가 어떤 일이 있으면 강릉시가 다 법적으로 이상 없다 커버 쳐주고..."

    이게 과연 주민들만의 지나친 걱정일까?

    허가 당시 강릉시의 고위 공무원도 어민들의 길을 매입하고, 백사장을 독점으로 쓸 수 있게 해준 건 특혜가 맞다고 말합니다.

    ◀김OO/前강릉시 담당 공무원▶
    "사업하는 사람이 호텔하는 사람이 거기다가 영업 여름 장사를 한다는 건 이치에 안 맞잖아요. 우리나라 모든 해수욕장 여름에 해변 장사하는 사람들이 그 지역에 거주하는 어민과 또 어촌인들에게 점사용 해주는 게 우선이거든요."

    이 공무원은 2011년 썬크루즈가 신청한 백사장 점사용 허가를 거부했다가 썬크루즈 회장에게 사무실에서 폭행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김OO/前강릉시 담당 공무원▶
    "반려했다는 거를 가지고 바로 그냥 대낮에 저희 사무실에 들어와서... 직원들이 넷 다 있었어요. 그래서 나중에 법정 구속 됐어요."

    하지만 당시 공무원들은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고, 업체에는 곧 허가가 내려졌습니다.

    ◀김OO/前강릉시 담당 공무원▶
    "담당 국장과 담당 과장, 담당자, 담당 계장이죠. 그 다음에 담당 주무관이 전부 다. 양양이라든지 삼척으로 전부 다 전보조치 돼서 인사 조치 됐습니다."

    주민들은 어딘가 보이지 않는 커다란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수군거리고 있습니다.

    ◀기세남/강릉시의원▶
    "이거는 정치권에 상당히 큰 권력에서 비호를 해주지 않으면 될 수 없다는 얘기들은 다 중론이에요. (봐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는?) 그렇죠."

    썬크루즈업체는 10여년 전 배 모양 호텔이 문을 열 때도 특혜 논란이 있었습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인데다, 군부대 시설이 있는데도 허가를 받아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도 강력한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샀지만, 소문만 있을 뿐 밝혀진 건 없었습니다.

    2580은 썬크루즈에 여러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누구도 만날 순 없었습니다.

    ◀썬크루즈 직원▶
    "(제가 여러차례 연락을 드렸는데 전혀 연락이 없어셔서요.) 출장을 가셔서 저희가 뭐라 말 할 수 없는 부분이라서요..."

    개인 업체가 세금 26억 원이 들어간 방파제와 해수욕장을 사실상 독차지해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정동진의 명물 해돋이마저 가려 자기 손님만 즐기게 하고 있는 데도 강릉시는 별일 아니라는 반응입니다.

    ◀장진호/강릉시 해양수간과 주무관▶
    "해가 안 뜬다 그러면 각도를 좀 달리해서 만약에 그렇다면 해돋이 볼 수 있는 명소를 다시 만들어야겠죠. 안 보인다 그러면. 바다에서만 보라는 법은 없으니까..."

    어민들과 주민들이 특혜 의혹을 제기하면 썬크루즈 측은 거액의 소송으로 대응하고, 강릉시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허가를 내준 것이란 말만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해뜨는 정동진, 진짜 주인은 누구인지, 자꾸만 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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