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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을 잡아라

장인수 기자 기사입력 2015-03-30 09:32 최종수정 2015-03-30 09:32
이슬람 세계 여행객들이 한국을 찾으면 유독 많이 가는 지역이 있습니다. 강원도 남이섬입니다.

남이섬이 그들에게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가져서가 아니라 남이섬과 서울 외에는 이들이 마음놓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슬람 교도들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 그 방식을 총칭하는 이른바 ‘할랄’ 입니다.

종교 의례에 따라 도살된 고기만을 먹을 수 있다거나, 알콜과 동물성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은 사용할 수 없다는 등의 기준.

나랑 상관없는 이야기, 이태원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로 여겨지지만, 할랄은 이제 단순한 이국 문화를 넘어 연 1천조 원 규모의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고 세계 각국이 이를 놓고 경쟁중입니다.

최근 이슬람권 국가들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에 힘입어 우리 기업들도 18억 무슬림을 사로잡기 위한 할랄 인증에 뛰어들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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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의 남이섬.

관광객들 사이로 이슬람 교도, 즉 무슬림들도 눈에 띕니다.

이 곳 남이섬은 작년 한 해에만 무슬림 20만 명이 찾아올 정도로 무슬림들 사이에선 한국의 대표적인 명소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남이섬을 즐겨 찾는 데에는 좀 남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음식 때문입니다.

◀누를/무슬림 관광객 ▶
"(음식이) 매우 좋았어요. 할랄이고 한국에서 할랄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매우 신나요"

◀파라/무슬림 관광객▶
"맛있었어요. 한국에선 음식을 찾기가 좀 힘들었거든요. 특히 할랄 음식을 찾기 힘든데 남이섬에서 할랄 식당을 찾을 수 있어서 운이 좋았어요"

밥 먹으러 여기까지 왔다는 얘기.

그리고, 이들에게선 어김없이 '할랄'이라는, 낯선 단어 한마디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무슬림들은 할랄이 아니면 먹지도 입지도 쓰지도 않습니다.

이 때문에 무슬림 사회에선 대부분의 제품이 할랄이냐 아니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할랄은 무엇이고 무슬림들에게는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요?

'할랄'은 아랍어로 '허용되다'라는 뜻입니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은 '율법이 허용한 좋은 것'만 사용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

◀이주하 이맘/한국이슬람교중앙회▶
"코란에 의하면 '할랄 테이반'이라고 나와 있어요. 그게 무슨 얘기냐 하면 '허용된 좋은 것'이라는 거죠. 그래서 무슬림들은 허용된 좋은 것을 먹어야 된다는 말입니다"

대표적인 게 술과 돼지고기를 금하는 것.

다른 고기 역시, 종교 의례를 거친 뒤 도축돼야 하고, 이슬람 교도가 음식을 직접 만들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기준이 있습니다.

음식뿐 아니라 화장품에도 콜라겐 같은 동물성분이나 알콜이 들어가면 쓸 수 없습니다.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다시말해 할랄이 아니면 무슬림들은 먹지 못합니다.

이러다보니 한국을 여행하는 무슬림 관광객들은 적지 않은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할랄 음식을 파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서울 이태원의 한 한식당.

말레이시아에서 온 무슬림인 리즈원씨 가족이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마음 놓고 한식을 먹을 수 있는 건 이곳이 할랄 식당이기 때문입니다.

리즈원씨 가족은 서울 시내 관광을 마친 뒤 일부러 이 식당을 찾아 이태원까지 왔습니다.

◀ 리즈원/무슬림 관광객 ▶
"(음식이) 아주 괜찮아요. 좋아요. 하지만 한국에 할랄 식당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먹는 음식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워요. 할랄 식당을 찾아가는 편인데 만약 없으면 빵만 먹어요"

그래서 무슬림들은 자기 나라에서 먹을 걸 싸 오거나 한국에 와서 채소만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 샤픽 이스마일 ▶
"(한국에서 한국 음식 드셨나요?) 그게 문제예요. 한식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컵라면, 아랍음식, 케밥 같은 걸 먹었어요. 한국 음식은 시도해 보질 못했어요"

현재 한국의 이슬람교 중앙회가 할랄 인증을 발급하고 있는데 이 인증을 받은 식당은 국내에 6곳 뿐입니다.

이 중 5곳이 서울 이태원에 있고 나머지 한 곳이 앞서 본 남이섬의 식당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무슬림들은 한국에 와도 편하게 다니질 못합니다.

◀ 김무열/관광가이드 ▶
"특히 안동이라든지 경주 같은 데 우리나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그런 관광지에도 무슬림 식당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 분들이 경주나 안동을 관광하고 싶어도 그쪽에 무슬림 할랄 식당이 없기 때문에 그쪽을 이제 잘 안 가려고 그러죠"

할랄, 그동안 아는 사람은 알고, 몰라도 불편할 건 없는, 낯설고 독특한 타국 문화로만 생각돼왔습니다.

그러나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전 세계 무슬림 인구는 16억명.

이들이 1년에 소비하는 할랄 식품 산업 규모는 무려 1400조원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은 이미 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한 대형쇼핑몰에 있는 패스트푸드 점.

히잡을 쓴 채 햄버거를 있는 무슬림 여성을 쉽게 발견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 다국적 기업인 이 업체는 말레이시아에서 모든 식재료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바로 옆의 식당에서는 무슬림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할랄 식당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파이루즈 ▶
"(할랄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이 식당에 오지 않았을 거에요. 식당 밖에 할랄이라고 돼 있어서 왔어요"

◀ 미라 ▶
"네 물론이죠. 제가 무슬림이기 때문에 할랄 제품을 구입해야 돼요"

마트에 가봤습니다.

여느 국가의 마트와 다를 것이 없지만 한 구석에 할랄이 아닌 제품 매장이 따로 마련돼 있습니다.

비 할랄 제품이 할랄 제품과 섞이지 않도록 엄격하게 구분해 놓은 겁니다.

비 할랄 제품은 계산도 이곳에서 따로 해야 합니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관습과 문화로만 전해져온 할랄의 각종 내용을 표준화해 인증제도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10년 전 탄생한 것이 말레이시아 정부의 '자킴' 인증.

'자킴'인증은 수십 여 개의 전 세계 할랄 인증 기관 가운데에서도 가장 높은 권위를 인정받습니다.

◀ 씨라줏딘 수하이미 팀장 /말레이시아 이슬람 개발부 ▶
"전 세계적으로 말레이시아 인증에 대한 신뢰가 다른 인증 기관에 비해 높습니다. 그 이유는 말레이시아 인증은 정부가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증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모니터링도 잘 이뤄지고 있습니다"

식당이나 식품공장들이 할랄 인증을 받은 뒤 규정을 어기지 않는지 몰래 감시도 하고, 또 인증 유효 기간도 2년으로 제한해 2년이 지난 업체는 다시 인증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할랄 인증의 폭도 점차 넓혀가고 있습니다.

음식은 물론, 알콜과 동물성 성분을 쓰면 안되는 화장품과 금융에까지 할랄 인증을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할랄 산업이 돈이 된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노력으로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할랄 식품 10조8260억 원 어치를 다른 무슬림 국가로 수출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농식품 전체 수출액보다 3조원이나 많은 액수입니다.

할랄 인증이 엄격하게 이뤄지다 보니 할랄 식품은 위생적이고 몸에 좋다는 인식도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미 서구 사회에선 이슬람교도가 아닌데도 할랄 음식을 즐기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의 한 할랄 푸드 트럭.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습니다.

무슬림은 물론이고 무슬림이 아닌 사람들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 때문에 다국적 기업들과 세계 여러 국가들은 할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호주는 이미 자국에서 생산하는 고기의 80%를 할랄 방식으로 도축하고 있습니다.

또 네슬레, 스타벅스 같은 세계적 기업들도 할랄 인증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룸지 술라이만/말레이시아 할랄산업개발공사 ▶
"할랄 산업은 무슬림 고객으로 한정되지 않습니다. 사실 세계인이 수용할 수 있는 개념입니다. 말레이시아 뿐만 아니라 세계 다른 지역에서도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기회가 보다 넓어지고 있습니다"

지난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원 우타마의 한 대형 쇼핑몰 안에선 한국 식품전이 열렸습니다.

김치, 라면, 과자, 고추장 등 진열된 상품은 물론이고 시식하는 모습까지..

"베리 나이스" "땡큐"

한국의 마트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물건을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모두 말레이시아 현지 사람들입니다.

◀ 아티카/아리스 ▶
(이것이 무엇인지 아세요?)
아티카: 김치요. 맞죠? / 정말 맛있어요.
아리스: 정말 훌륭해요.

◀ 미라 ▶
(한국 제품 좋아하세요?) 네 아주 좋아해요? (왜 좋아해요?) 제 입맛에 맞아요. 맛있어요.

그렇다고 이들이 한국 것이라면 아무 거나 막 사는 건 아닙니다.

◀ 이스마일 ▶
(제품이 만약 할랄이 아니라면 안 사겠죠?) 네 물론이죠. 왜냐하면 할랄이 아니니까요. 우리와 같은 무슬림에게는 할랄 음식을 구매하고 먹는 게 매우 중요해요.

할랄 인증만 받는다면 한국 식품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한 국내치킨 업체는 작년 7월 할랄 인증을 받은 뒤 매장을 13개까지 늘렸고, 매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할랄 방식에 따라 닭고기를 도축한 것은 물론이고, 양념에 들어가는 간장소스 하나까지 까다로운 심사를 거쳤습니다.

◀ 조문성 전무/OOO 치킨업체 ▶
"할랄 인증을 받기 전과 그 다음에 받은 후의 매출 차이는 굉장한 차이가 납니다. 40~50% 이상 차이 난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슬람권에 불고 있는 한류도 좋은 여건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 이스마일/파라압둘 ▶
(한국인 연기자나 가수 아세요?)
"지효. (송지효?) 네"

◀ 미라 ▶
"2PM, 2AM, 소녀시대, 카라. 그런 가수들 매우 좋아해요. (한국에 여행오신 적 있어요?) 없지만 언젠가 꼭 가보고 싶어요"

말레이시아에 사는 교민들은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더 잘 대해주는 걸 느낄 정도라고 합니다.

◀ 유현일/국제 이슬람 대학 석사과정 ▶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되게 많이 친절하고 더 친절했고 그리고 애들도 다 한국 음식이나 이런 걸 먹고 싶어하고.."

또 무슬림들은 한국 상품이 감각적이고 세련됐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내 한 제빵업체는 무슬림들의 이런 심리를 잘 이용해 콸라룸푸르 번화가에 매장을 차려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 아이나/라일라 ▶
(왜 이곳의 빵을 좋아하세요?)
"포장이요. 호기심이 들게 하고 매력적이에요. 우리 같은 여자들은 자석처럼 끌리는 면이 있어요"

◀싸이풀▶
"가게 분위기요. 이런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는 가게는 드물어요. 여기는 조금 달라요. 이런 환경, 컨셉. 그래서 이곳에 왔어요"

이 매장 역시 할랄인증을 받을 준비를 마쳤습니다.

뒤늦게 할랄 시장의 중요성을 깨달은 국내 업체들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이슬람 시장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한 대기업은 이미 김치, 즉석밥, 조미김 세 개 품목에서 40개가 넘는 할랄 인증을 받았습니다.

◀권오국 해외영업팀장/식품업체▶
"식품 글로벌기업으로 결국 방향을 잡고 갈 지금 회사의 큰 방향이 잡혀 있습니다만, 결국 할랄 시장은 무조건 저희들이 도전하고 두드리고 무조건 진입해야 할 시장으로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한 국내업체는 라면스프에서 동물 성분을 빼고 생산 라인을 따로 만들어 할랄 인증을 받은뒤 무슬림 국가로의 수출액이 매년 50%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슬림 문화도 잘 모르면서 할랄 인증만 받았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 이성진/말레이시아 한국식품 유통업체 ▶
"최근에 한류의 영향이 많다 보니까 여기 말레이시아 사람들도 기본적인 한글을 읽을 수 있거든요. 최근에 한국 할랄을 인증받은 제품이라고 해서 제품을 가져왔어요. 그 제품 이름이 돼지바 였거든요. 그런데 돼지라는 말이 사용되면 안 되잖아요. 그러나보니까 행사장에서 그 제품을, 할랄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제품을 빼야하는.."

정부도 지난 12일 할랄식품사업단을 출범시켜 기업들의 할랄 인증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무슬림 사회는 우리에게 낯설고 멀고 왠지 어려운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생각보다 그들은 가까이에 다가와 있고 포기하기엔 너무나 매력적인 시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 노장서 박사/할랄산업연구원 ▶
"좀 극단적으로 얘기한다면 무주공산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나라도 좀 체계적인 전략을 세우고 / 노력을 한다면 우리도 분명히 제2의 말레이시아 또는 제2의 태국의 어떤 위상에 버금가는 할랄 생산 기지가 될 수 있지 않나.."

할랄 시장을 잡기 위해 이미 마련된 여건은 나쁘지 않습니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우리 손에 달렸습니다.

단순한 돈벌이 대상이 아닌, 이웃 문화에 대한 이해와 교류가 전제돼야함은 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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