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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강나림 기자

"누가 나를 수술했나?"

"누가 나를 수술했나?"
입력 2015-04-20 09:13 | 수정 2015-04-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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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가 마취상태로 누워있는 동안, 수술실 안에서는 온갖 모욕적인 언사와 성희롱이 벌어집니다.

    심지어 일부러 수술을 약속한 유명 의사는 수술실에 없습니다.

    상담은 스타원장이, 수술은 대리의사가..

    환자가 잠든 사이에 성형외과 수술실에서 벌어지는 기막힌 일들을 파헤쳐봅니다.

    =====================================================================

    서울 강남의 A 성형외과.

    26살 최 모씨는 지난 2012년 이 곳의 병원장 Y 씨가 양악 수술 권위자라는 광고를 보고 이 병원을 찾았습니다.

    ◀ 최00 (가명) ▶
    안면윤곽, 양악 수술에 엄청 유명한 원장이더라고요. 보니까 인터넷에도 많이 나오고 방송에도 엄청 출연했더라고요.

    상담실장은 턱수술을 하지 않으면 얼굴 형태가 넓적해진다며 양악과 턱수술을 같이 하라고 권유했습니다.

    비용은 1천7백여 만 원.

    6개월이나 망설였지만, 원측이 예약금을 돌려주지 않는데다 특별히 병원장이 직접 수술해줄 거라는 말에 수술을 결심했습니다.

    ◀ 최00 (가명) ▶
    Y병원장이 VIP 환자 아니면 진료를 안 보신대요 그런데 저를 마지막으로 저 까지만 Y병원장이 수술을 해주는 거라고 그렇게 말을 하더라고요. 그런 얘기 들으니까 진짜 이거 기회 같고 좀 아무나 못하는데 나까지 할 수 있다고 하니까
    수술일은 2013년 1월.

    수술의 안전성에 대해 걱정하던 최씨는 불안한 마음에 수술실에 초소형녹음기를 숨겨들어갔습니다.

    ◀ 최00 (가명) ▶
    찝찝함 같은 게 아예 없으면 굳이 그렇게 들고갈 필요가 없죠. 그리고 수술중에 사망할 수도 있다고 그런 얘기도 들어보고 그랬기 때문에 인터넷에 찾으면 많이 뜨잖아요. 초소형 녹음기 같은 것.

    6시간의 대수술이 끝나고 난 뒤, 녹음된 내용을 확인해 본 최씨는 큰 충격과 상처를 받았습니다.

    자신이 잠들어 있는 사이 의사와 간호사가 주고받는 대화는 상상을 초월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대체 수술실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프로)포폴 들어가겠습니다

    전신 마취제가 투여되고, 최 씨가 잠들자마자 의료진은 곧바로 최씨의 몸매를 화제로 삼았습니다.

    ◀ 수술실 녹취 ▶
    엄청 말랐네 허벅지, 만져 봐 그렇지? (얇다, 되게 얇다) 00아 선생님 싫어하는 허벅지다

    수술 부위인 얼굴쪽과는 상관없는 부분으로 대화가 이어집니다.

    ◀ 수술실 녹취 ▶
    포경 수술은 안 했네 얼굴은 많이 했는데 (그러네 얘 약간 제 생각에는 그거 준비하는 거 같아요 트랜스젠더)

    최씨의 외모를 놓고 품평을 시작합니다.
    ◀ 수술실 녹취 ▶
    못생긴 얼굴은 아닌데 호감형은 아니야. (못 생겨도 호감형이 있잖아요. 좀 이상하게 생겼어요) (약간 음흉해요 음흉하게 생겼어요) 생긴 게 좀 명쾌하지 못해

    수술 내내 모욕적인 발언이 반복됩니다.

    ◀ 수술실 녹취 ▶
    어? 진짜 가지가지 했네 와 특이한 남자애다..뭐하는 애지? 이 돈으로 포경수술을 하지 (여자친구 있는데 포경 수술 안 해도 상관 없나보지) 말이 안 되는데

    ◀ 수술실 녹취 ▶
    나는 얘 약간 트렌스젠더인 줄 알았어 그렇지 않아요? 말투도 이상하고. 남자애가. 직업이 뭐지 얘는? 알아?

    병원에 같이 왔던 최 씨의 여자 친구까지 조롱합니다.

    ◀ 수술실 녹취 ▶
    여자친구도 수술한 애야 (그러니까 여자친구도 잘못된 거야) 끼리끼리 노는 거야.

    발언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수술대 위에 잠들어있는 최씨를 향해 온갖 막말이 쏟아졌습니다.

    ◀ 수술실 녹취 ▶
    미친X..나도 이걸로 밥벌이 하고 있지만 미친 X이라니까요 내 아들이면 호적 팠을거에요.

    수술이 끝난 뒤 녹음내용을 확인한 최 씨는 수치심 때문에 몸이 떨릴 정도였다고 합니다.

    수술실에 있었던 의사 가운데 한 명을 찾아가 따졌습니다.
    ◀ 당시 최00(가명) 촬영 영상 ▶
    (저 정신 없을 때 환자 앞에다 놓고 농락하고 희롱하고) 누가? (같이 웃으셨잖아요) 내가 언제 (트랜스젠더다 이상한 애 같다 그런 적 없어요?) 그런 적 없습니다.

    병원 측은 법무팀을 내세워 최 씨에게 수술실 대화는 법적으로 성희롱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 당시 A병원 법무팀 통화 녹취 ▶
    성적 자기의사 결정권이라는 건 성적 수치심이나 이런 것을 연관시켜 보는데, 사회 일반인 수준에서 판단해야 하는 기준이기 때문에 그걸 단정지어서 그렇다(성희롱)라고 이야기 하기에는 아무래도 법리적 관점에서는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엎친 데 덮친 격, 수술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 최OO(가명) ▶
    여기 (턱 밑)감각도 없어요. 얼얼하고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데요. 절개한 부분에 벌어진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바람 새는 느낌이라 해야 되나

    최씨가 지불한 1천7백만원이라는 수술비의 대가는 끔찍한 모욕과 수술부작용이었습니다.

    그런데 꿈쩍않는 병원과 싸우다 지쳐갈 때쯤, 최씨는 문득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습니다.

    문제의 수술실 대화에 등장하는 목소리 속에 자신과 상담하고, 특별히 수술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던 바로 그 유명 병원장의 목소리는 찾을 수 없었던 겁니다.

    그제서야 최씨는 수술 당일날도, 또 이후에도 그 병원장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 최OO (가명) ▶
    둘 중에 한명만, 구강외과 의사만 들어온 거구요. 나머지는 치위생사, 수술 당일날도 Y병원장은 아예 한번도 못봤고요. 그 이후로도 Y병원장은 아예 한번도 못봤어요.

    환자를 직접 상담하고 진찰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환자가 마취된 뒤에 나타나 수술하는 것을 대리수술, 이른바 유령수술이라고 합니다.

    최씨는 유령수술을 받았던 걸까?

    취재진은 녹음파일 속의 목소리를 분석해봤습니다.

    최씨가 마취 직전 대화를 나눈 치과의사와 마취과의사를 제외하면 수술이 끝날 때까지 수술실 안에서 들리는 남성 목소리는 셋.

    병원장의 목소리와 이들 세 명의 목소리를 비교해달라고 소리공학연구소에 의뢰했습니다.

    통상 유사도가 90% 이상이면 동일인이라고 보는데, 첫 번째 남성은 유사도 78% 두 번째와 세 번째 남성은 각각 81%, 80% 로 나타났습니다.

    ◀ 배명진 교수/숭실대 소리공학과 ▶
    (유사도는) 연령대가 비슷하다는 거에요 목소리는 다르고 (다른 사람인 건 맞아요?) 네 다른 사람으로 추정이 돼요.

    단언할 순 없지만, 대리수술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그런데 취재과정에서 해당병원에서 유령수술이 일상적으로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의사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비교적 최근까지 해당병원에서 일했던 성형외과 전문의 김 모 씨.

    ◀ 김00(가명)/前A성형외과전문의 ▶
    2013년이요? 그럼 Y병원장 있을 턱이 없죠. 수술 자체, 수술실 들어가지 않는 사람인데요. A성형외과 처음 생길 무렵 그 때는 조금 수술했다고 들었어요 초창기에 본격적으로 유령 수술 하기 전에는.

    비슷한 시기에 같은 병원에서 일했던 또 다른 의사.

    ◀ 박00(가명)/前A성형외과전문의 ▶
    제가 있을 당시(2012-2013년) 광대 수술, 사각턱 수술, 여기 앞턱 수술은 대부분이 유령수술이었어요.

    아예 병원내에서 공공연하게 유령 수술을 지시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 김00/前A성형외과전문의 ▶
    전체 코수술 중 몇 프로는 다 무조건 의무적으로 유령수술 시켜야 한다 지시가 내려왔고 그렇다보니까 이비인후과 선생님은 기계적으로 수술만 하는거예요 환자 사진만 보고 (환자 아예 안 보고?) 네 아예 안 보고. 볼 수가 없죠 사실은 몰래 수술하는 건데 환자 속이고서

    이 병원에서 일하는 한 의사의 지난해 2월 수술 일정표입니다.

    오전 10시에 두 시간 짜리 전신 마취 수술이 있고,

    바로 1시간 뒤에 5시간 짜리와 2시간 짜리 수술이, 또 1시간 뒤 세 시간짜리 수술이 잡혀 있습니다.

    다른 날짜에도 역시 같은 의사가 오전 10시에 수술 세 개.

    두 시간 뒤에 또 수술 세 개를 한 걸로 나와 있습니다.

    ◀ 김00/前A성형외과전문의 ▶
    (10시에) 두 시간 세 시간짜리 수술인데 12시에 또 전신마취 수술이 두 개나 잡혀있잖아요. 의사 몸이 하나인데 두 개를 동시간대에 할 수는 없는 거죠.

    환자에겐 수술의사가 누구인지 알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 박00/前A성형외과전문의 ▶
    (환자는 알 수가 없어요?) 여차 잘못하면 알게되니까 잠을 푹 재우고 체계적으로 움직이죠.

    의료진의 동선도 치밀하게 고려했다고 합니다.

    ◀ 김00/前A성형외과전문의 ▶
    (수술실) 뒷문들이 있어요 쪽문이..그 쪽문으로 해서 진료실 들어갔다가 환자는 수술실 보내고 나면 보호자들이나 다른 사람들 눈에 안 띄게 쪽문으로 나오고 그러면서 자기들끼리 이거 007작전이다

    ◀ 박00/前A성형외과전문의 ▶
    (원장) 수행 비서는 동선을 짜는 게 일번이에요. 원장님은 그 시간에 어느 층에 어느 보호자 앞에는 눈에 띄면 절대 안 돼요.

    2580이 입수한 A 병원의 근로계약서입니다.

    일정 매출액 이상일 경우 '을', 즉 의사 본인이 집도의면 매출의 5%가 성과급으로 지급됩니다.

    그런데 의사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수술하는 경우에도 성과급 2%를 지급한다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급여 내역서에도 의사 본인이 직접 상담하고 수술한 이른 바 'SELF 매출'이 3억3천6백만 원.

    상담은 자신이 하고 수술은 다른 의사에게 맡긴 유령 수술인 'GIVEN 매출'은 1천7백만 원으로 유령 수술 여부에 따라 SELF 와 GIVEN으로 따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 박00/前A성형외과전문의 ▶
    (GIVEN은) 수술은 준 거죠. GIVEN이 수술을 다른 사람한테 준 거죠 상담해서 성사를 시켜서. (환자 입장에선 유령 의사에게 준?) 그렇죠 환자한테 허락은 받진 않았을 거고 수술을 준거죠.

    실제 A성형외과에서 유령 수술을 했다고 고백한 의사들도 있습니다.

    그들의 진술서.

    ◀ 000 음성대역 ▶
    환자가 대리 수술을 알게 되면 큰 소동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환자가 잠이 들면 곧바로 유령의사가 들어가서 수술했습니다.

    ◀ 000 음성대역 ▶
    가슴수술, 지방흡입수술, 사각턱수술, 광대축소수술의 경우에도 대리 수술을 했습니다.

    최씨는 정말 유령수술을 받은 걸까?

    당시 수술실에 있었던 치과의사는 이메일로 문제의 모욕적인 발언에 대해

    "악의적인 의도는 없었지만 환자가 불쾌감을 느꼈다면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또 자신이 최 씨의 양악 수술을 집도했다고 인정했습니다.

    A성형외과는 Y병원장은 이 수술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 A성형외과 관계자 ▶
    (그러면 그 때 당시 있었던 일은 Y병원장님은 전혀 모르신다는 거죠 환자분도 그렇고) 네. 전혀,전혀 관계가 없구요

    결국 최씨를 수술한 의사가 Y병원장이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모두가 인정한 셈입니다.

    A성형외과는 나아가 이 치과의사가 수술당시 소속의사가 아니었다며 수술 자체가 자기네 병원에서 이뤄진 게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 A성형외과 관계자 ▶
    저희 병원에 입사하신 게 2014년도고 아마 그 전에 본인이 운영하던 병원에서 있었던 일인 것 같은데

    하지만 최 씨는 분명 양악 수술을 위해 치과가 아닌 A 성형외과를 찾았고, 스타 의사인 Y 병원장에게도 여러번 직접 확인받았다고 주장합니다.

    ◀ 최00(가명) ▶
    Y병원장에게 할 수 있는 거 확실하냐고 그렇게 해가지고 그걸 재확인을 상담실장한테 최소 다섯 번 이상 되물었었구요 Y병원장한테도 세 번 이상 선생님이 해주시는거 확실한거죠? 그렇게 계속 되물었는데 다 해준다고 확실히 맞다고

    수술 한 달 뒤 최 씨가 병원을 찾아가 집도한 치과 의사를 만났을 때도 A성형외과 글씨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A 성형외과는 2580에 서면을 통해 "과거에도 지금도 대리수술을 시행한 적이 없고 대리수술에 대한 내용은 A병원을 음해하기 위해 날조된 악의적인 허위 주장"이라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병원에선 왜 이렇게 유령 수술을 하는 걸까?

    결국 돈 때문이라고 의사들은 말합니다.

    방송프로그램 출연, 광고 등으로 소수의 유명의사를 만들어 놓고 유명세를 듣고 몰린 환자들을 최대한 유치하기 위해 유령수술이라는 방법을 동원한다는 겁니다.

    ◀ 김00(가명)/前A성형외과 전문의 ▶
    성형외과 전문의를 고용하려면 그만큼 페이가 많이 들게 되고 유령수술만 하는 의사들은 특히 경력이 좀 부족한 의사들도 많고 그런 경우에는 페이나 이런 게 더 적은 부분도 있기 때문에.

    보다 싼 인건비를 들여 많은 수술을 하고 싶은 병원.
    아직은 아니지만 많은 수술로 실력을 키워 자신도 스타가 되고 싶은 의사.

    이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탄생한 것이 유령수술이라는 겁니다.

    문제는 환자를 사전에 진찰하지 않은 의사가 차트만 보고 환자가 원하는 대로 수술을 해주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 차상면/대한성형외과의사협회 회장 ▶
    아 이분은 어떤 모습을 원하는구나 하고 그 수술을 해야 하는데 환자는 누워서 자고 있어요. 수술이 제대로 되겠어요? 표정도 볼 수 없죠. 그 다음에 이 사람이 뭘 요구하는지도 알 수 없죠 그 환자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는 거죠 그 수술방 안에는.

    더 큰 문제는 수술이 잘못됐을 경우 발생합니다.

    A 성형외과의 안면윤곽 수술 담당 의사 정 모씨(가명)가 작성한 유령 수술 환자 목록입니다.

    지난 2013년 7월부터 10월까지 석 달 동안 자신이 상담했던 40여 명의 환자의 수술을 다른 의사에게 맡겼다고 나와있습니다.

    이 중 한 명인 28살 박 모씨는 2013년 9월 광대뼈 축소수술을 받은 경우입니다.

    ◀ 정00(가명)/前A성형외과전문의 ▶
    "OOO이란 여성분은 제가 수술해줄 것처럼 모든 진찰을 했지만, 병원장 지시로 치과의사들에게 대리수술을 맡긴 경우입니다"

    박씨는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습니다.

    ◀ 박00(가명)/유령수술 피해자 ▶
    (입을) 벌리게 되면 한 쪽 광대랑 턱 있는 부분이 근육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도 나고..광대 같은 경우도 덜그럭 거리는 소리가 계속 유지되고..

    대학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받아보니 장애 등급과 노동력 손실이 10%.
    재수술 비용만 2천만 원이 넘는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수술한 의사를 모르니 책임을 물을 수도 없고,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하려고 진료 차트 및 수술 내역을 병원에 요구했지만 아무것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 박00(가명)/유령수술 피해자 ▶
    당시에는 우리가 수기로 작성했기 때문에 찾기가 많이 힘들다 아직 찾는 중이다 라는 식으로 문자랑 전화가 몇 번 오고 나서는 안 오더라고요 (결국 못 받으신거예요?) 네.

    의료법상 환자가 자신의 진료 기록을 요구하는 건 당연한 권리이고,
    곧바로 주지 못할 이유도 없습니다.

    ◀ 정정훈 변호사/유령수술감시운동본부 ▶
    의료법에는 분명히 진료기록을 요청하면 제공하도록 되어 있고 보존하도록 되어 있고 찾아야 된다 이런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건 아니기 때문에요 바로 진료기록부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뭔가 감추려는 의도가 있겠구나 정황상 알 수 있는거죠

    실제로 박 씨를 유령수술했다고 고백했던 의사는 환자 차트를 조작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 정00(가명)/前A성형외과전문의 ▶
    "병원에서 임의로 내용을 정해오는 대로 작성해 달라고 했고, 작성해주지 않으면 곤란한 일을 당할 것 같아 원하는 대로 작성해주었습니다"

    강남의 또 다른 성형외과.

    케이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끈 스타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입니다.

    주부 고 모씨는 지난 1월 이곳에서 가슴확대 수술을 받았습니다.

    다른 병원보다 수술비도 훨씬 비쌌지만 텔레비전에서 본 병원장의 이미지가 매우 좋아서 일부러 찾아갔다고 말합니다.

    ◀ 고00(가명) ▶
    다른 병원에서는 450, 더 저렴했었는데 이 병원은 700만 원으로 더 비쌌는데 그 이름 믿고 한거거든요 그 원장님이 해주실거라는.

    그런데 수술 뒤 고 씨의 병실로 찾아온 의사는 병원장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 고00(가명) ▶
    잠들고 깨어나니까 입원실이었고 처음 보는 여자 의사분이 오셔가지고 수술 잘 됐는지 보러왔어요 하고서 체크하시더라고요 처음보는 의사선생님께서.

    조금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금세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검진 예약날짜를 잡다가 미심쩍은 점을 발견했습니다.

    ◀ 고00(가명) ▶
    (직원이) 아, 병원장님 그 때 휴무세요? 알겠습니다 하고서 그날 병원장님 휴무라고 하시네요 이러면서 달력에다가 S 오프라고 적는 거예요.

    그 순간 고 씨는 자신의 진료 카드에는 S가 아닌 J라는 글씨가 씌어 있다는 걸 떠올렸습니다.

    ◀ 고00(가명) ▶
    BR은 가슴수술이고 M은 멘0라고 보형물 회사 이름이고 A는 수술방 이고 가슴 수술한 거에 대해서는 J가 들어갈 이유가 전혀 없거든요. 제가 담당했던 의사 선생님도 S 이니셜로 하는 걸로 알고 있으니까 J가 들어갈 일이 절대 없거든요.

    병원을 찾아가봤습니다.

    달력에 쓰인 글자, 이니셜이 S원장이 없는 날이라고 말합니다.
    ◀ ㅁㅁ성형외과 ▶
    (이날 휴가세요? 4월 20일?) 그날은 병원장님 외근이세요 병원장님 아예 안 계세요 그 날에 (5월 4일도 이렇게 되어 있으면 병원장님 안 계시는 거 아니에요?) 아 맞아요 T가 누구예요 그러면? / 0ㅌ0 원장님

    의사 이름의 가운데 글자를 영문 이니셜로 표시한다는 건데 그렇다면 고씨의 진료카드에 적힌 J는 누구일까.

    J 원장이 수술했다는 의미라고 직원이 설명합니다.

    ◀ ㅁㅁ성형외과 ▶
    (진료카드에 왜 J 동그라미라고 써 있어요?)
    0ㅈ0 원장님 이니셜이세요. (아 수술해주신 분이 0ㅈ0 원장님이셔서요?) 네네 / 성은 여러 분이 있으실 수 있어서 0ㅈ0 원장님이라고 해서 J라고 이니셜을 만든거예요

    병원 측은 서면을 통해 "대리 수술은 절대 일어나고 있지 않다"

    "가슴성형은 담당의사가 집도하고 수술 후 퇴원 드레싱을 제외하고
    모든 경과 관찰을 집도의가 한다"고 전해왔습니다.

    영문 이니셜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유령수술인 걸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2012년 코 수술을 받았던 31살 이 모씨는 수술 도중에 그만 마취에서 깨어났습니다.

    눈을 떠보니 수술하고 있던 사람은 원래 해주기로 했던 A의사가 아니라 B의사였습니다.

    ◀ 이00/유령수술 피해자 ▶
    얼굴도 본 적도 없고 (상담)한 적도 없고 다른 사람이랑 같이 한다는 얘기도 들은 적도 없는데 수술할 때 중간에 눈을 떠보니까 다른 사람이 와 있는거죠.

    대리 수술을 한 거냐고 따졌지만 병원 측은 같이 수술한 거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습니다.

    3개월 만에 수술 부위에 심각한 염증이 생겨 숨쉬기가 어려울 정도로 부작용이 왔고, 결국 대학병원에서 재수술을 받았습니다.

    이 씨는 계약 위반과 의료과실치상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이 나왔습니다.

    보건소에 물어봐도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이 수술을 했다면 문제가 없다는 답변 뿐이었습니다.

    ◀ 이00/유령수술 피해자 ▶
    같은 의사니까 전혀 상관이 없다, 그건 문제를 삼을 수 없다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유령 수술의 특성상 민.형사 소송을 해도 이 씨처럼 증거가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국내 의료법에는 아예 처벌 근거가 없습니다.

    ◀ 정정훈 변호사/유령수술감시운동본부 ▶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의료인인 이상 의료법으로 처벌하기는 어렵습니다. 동의를 받은 의사가 치료하기로 한 조항이 법에는 없어서

    미국에선 1983년 뉴저지 대법원이 "의사가 환자 동의 없이 다른 의사에게
    수술을 맡기는 것은 법 위반이고, 합의 없는 수술은 비록 성공적이었다고 해도 환자에게 상해를 입힌 것"이라고 한 판례가 있습니다.

    환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사람이 수술을 했다면 의사인지 여부와 상관 없이
    중대한 범죄라고 본 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아무런 감시도 처벌도 없는 사이 수많은 병원에서 오래 전부터 유령 수술을 해왔다고 한 의사는 말합니다.

    ◀ 박00(가명)/前A성형외과전문의 ▶
    우리나라 대형병원 열에 아홉은 그렇게 해서 수익을 창출한 거예요. 그래서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거고 많은 양의 수술을 할 수 있는 거죠 공장식 수술 시스템을 만든 거예요.

    게다가 요즘엔 이른바 협진이라는 형태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기도 한다고 합니다.

    스타 의사가 수술할 것처럼 상담을 해놓고 수술 동의서에 협진 의사를 함께 표시해서 환자의 동의를 받아내는 겁니다.

    ◀ 김선웅 이사/대한성형외과의사협회 ▶
    요즘 최근에 유령수술 변종이 등장한 게 바로 협진이에요. 대부분의 미용성형수술은 협진 필요 없습니다. 진찰하는 의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마무리 다 할 수 있는 부분이에요. 협진하겠다라고 하면요 왜 협진이 필요한지 반드시 물어보고 그걸 표기해달라고 해야돼요.

    유령수술 피해를 막기 위해 환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 안기종 대표/환자단체연합회 ▶
    수술 당일날도 반드시 보호자가 동행해야 하고 특히 마취주사 같은거 맞을 때는 의사가 와서 해달라고 요청할 필요가 있는거죠. 그리고 수술하고 난 뒤에 꼭 집도의사님이 설명해달라고 사전에 요청도 하고요.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유령 수술을 잡아내기 위해 수술실명제 도입, CCTV 설치 유도 등 유령수술 방지 대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의사들이 계속 있는 한 환자는 언젠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유령 의사 앞에 누워 있을지 모른다는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 고00 (가명) ▶
    내가 마취가 되고서 다른 의사가 와서 수술한다는 게 정말 말이 안 되는 거거든요 나는 정말 이 원장님을 믿고서 돈을 맡기고 내 몸을 맡긴 건데 내 몸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와서 내 몸에다가 칼을 손댄다는 게

    내 몸을 진찰하고 상담한 의사를 믿고 자신의 몸을 메스에 맡긴 환자들..

    수술대에 가만히 누워 의사의 양심에만 기대야 하는지 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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