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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방사능'이?

장인수 기자 기사입력 2015-05-18 09:30 최종수정 2015-05-18 09:30
경기도와 서울의 몇몇 아파트 단지에서 방사능이 측정됐습니다.

일각에서는 아파트 건축에 사용된 시멘트가 방사능에 오염된 고철로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제기하는데...

자연적으로 방출된 방사능인지, 건축자재에서 발생한 것인지, 생활 속 방사능 어디까지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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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

몇 달 전 이 아파트의 한 주민이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로 자신의 집을 확인해봤습니다.

이 주민이 직접 찍은 한 장의 사진.

방사능 측정기에 시간당 1.138마이크로시버트라고 표시돼 있습니다.

방사능 유출 사고가 났던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마을의 방사능 수치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 주민은 환경 운동을 하던 한 목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목사는 이 사진을 인터넷을 통해 세상에 공개했습니다.

이 주민은 자신의 집 뿐만 아니라 이 아파트의 다른 세대들에서도 높은 수치의 방사능이 나온다는 사실을 휴대용 측정기로 확인했습니다.

그리고는 조용히 이사를 갔습니다.

2580 취재진은 이 아파트가 문제가 있는 건지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지난달 30일 취재진은 휴대용 방사능측정기를 들고 이 아파트단지를 방문했습니다.

한 주민의 도움을 받아 집 안으로 들어가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로 수치를 재봤습니다.

먼저 거실 벽.

수치가 계속 올라가더니 시간당 0.6마이크로시버트를 넘어갑니다.

서울의 평균 자연 방사능 수치는 시간당 0.12마이크로시버트.

평균 상태보다 5배 높은 수치입니다.

안방 벽을 재 봤습니다.

시간당 1.0마이크로시버트까지 나옵니다.

단순계산으로 보면 1년에 8.76밀리시버트의 방사능에 노출되는 셈인데, 이 정도의 방사능은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연간 방사능 피폭허용량인 1밀리시버트보다 훨씬 많은 양입니다.

그런데 방사능 측정기를 벽에서 떼 봤더니 방사능 수치가 곧바로 떨어집니다.

벽에 가까이 대면 수치가 빠르게 올라갑니다.

방사능이 벽에서 나오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라돈 가스가 많이 나온다고 알려져 있는 석고보드에서 나오는 건 아닌지 석고보드 벽에 측정기를 대봤습니다.

'톡톡톡'

시간당 0.2마이크로시버트 정도로 서울의 평균치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벽 이곳저곳을 재 본 결과 콘크리트 벽에서만 방사능 수치가 높았습니다.

혹시 이 집만 그런 건지 이 아파트의 다른 집도 측정해봤습니다.

안방, 거실, 작은 방 등 역시 대부분의 콘크리트 벽에서 0.7에서 0.8마이크로시버트가 넘는 방사능이 측정됐습니다.

[김익중 교수/ 동국대 의과대학]
"측정기로 (시간당) 0.11~0.12(마이크로시버트) 이정도가 나오는 게 자연방사능 양이 맞는 거거든요. 우리나라에서는"

취재진은 이 측정기로 다른 아파트 단지들도 측정해봤습니다.

서울과 경기도 10여곳의 아파트를 확인해봤는데 모두 시간당 0.1에서 0.3마이크로시버트 수준이었습니다.

왜 특정 아파트에서만 높은 방사능 수치가 나오는 건지 보다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 직원들과 함께 해당 아파트를 다시 찾았습니다.

첨단 장비인 가압이온전리함과 핵종분석기로 측정을 하면 정확한 방사능의 양과 종류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아파트 주민들이 집에 없거나 문을 열어주지 않아 측정을 할 수 없었습니다.

한 주민에게 겨우 허락을 얻어 여러 개의 휴대용 측정기로만 거실벽 한 곳의 방사능 수치를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취재진이 가져간 휴대용측정기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휴대용측정기에서 측정된 방사능의 양이 서로 달랐습니다.

취재진의 측정기는 시간당 0.8마이크로시버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측정기는 0.3, 0.18 마이크로시버트를 나타냈습니다.

원안위 직원들은 이 정도 방사능이면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김홍석 실장/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기계가 한 0.3(마이크로시버트)까지 나오던데 괜찮은 거예요?)
"0.3은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저선량에서는 0.3(마이크로시버트) 충분히 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안위에서도 휴대용 측정기 값은 믿을 수 없다고 밝혀 보다 정확한 상태 확인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신뢰도가 떨어지는 휴대용 측정기라고는 하지만 아파트 안에서 꽤 높은 방사능 수치가 나왔다는 사실, 이대로 무시해도 좋을까요?

국내의 방사능 안전 대책엔 문제가 없는 건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여전히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부산항으로 수입된 일본산 고철에서 방사능 물질인 세슘이 검출됐습니다.

방사능 양은 시간당 5.43마이크로시버트.

자연 상태의 50배나 되는 수치였습니다.

이 고철은 다시 일본으로 반송됐습니다.

당시 고철에서 방사능을 잡아낸 건 방사능 감시기.

정부는 방사능 안전 대책의 일환으로 2012년부터 공항과 항구에 방사능 감시기를 설치해 수입물품을 검사하고 있습니다.

상당 부분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문제는 아직도 방사능 감시기가 설치되지 않은 항구들이 많다는 겁니다.

지난해까지 방사선감시기가 없었던 항구의 고철 수입 현황입니다.

2013년에 군산항과 마산항 등 6개 항구로 총 96만톤의 고철이 수입됐는데 이중 69만톤이 일본산 고철이었습니다.

[김익중 교수/ 동국대 의과대학 ]
"일본 후쿠시마에서 나온 영향을 받은 오염된 폐기물들이 국내에 들어오고 있느냐 어느 정도 양이 들어오고 있느냐 어느 정도 오염이 되어 있느냐 이건 정부가 조사해야 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됩니다"

정부는 지금까지 11개의 공항과 항구에 53대의 방사능감시기를 설치했습니다.

올해 추가로 20개의 항구에 방사능감시기를 설치한다는 계획입니다.

[심은정 과장/ 원자력안전위원회]
"올해 20개를 더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고요 이렇게 되면 올해 말에는 거의 95% 정도 수입 고철에 대해서 감시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예산때문에 순차적으로 감시기를 설치하고 있어 모든 항구에 설치가 끝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지난해 1월엔 일본에서 들여오는 석탄재에서도 아주 적은 양이지만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능물질인 세슘이 검출됐습니다.

일본의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태우고 남은 석탄재는 국내 시멘트 회사들이 시멘트의 원료로 쓰기 위해 국내로 들여오고 있습니다.

주로 동해항이나 삼척항을 통해 들어오는데 이 항구들 역시 아직 방사능 감시기가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시멘트 회사들은 일본측으로부터 폐기물 처리 비용 명목으로 석탄재 1톤당 2만8천원 가량의 보조금을 받습니다.


[이인영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지난해 10월23일 환경부 국정감사)]
"지난 4년간 1630억원의 보조금을 받았고 총 464만 톤의 일본산 석탄재를 수입해 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국내 발생 폐기물은 그냥 매립해 버리고 일본산 폐기물은 수천억 원의 보조금을 받고 수입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지요"

[윤성규 환경부 장관]
"국내산은 일본산보다 시멘트 업체에 지급하는 비용이 적기 때문에 업체들이 외면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시멘트 업계는 일본 석탄재 수입량을 줄여가겠지만 당장 도입을 중단할 경우 대체제가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계속 들여올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한찬수 차장/ 시멘트협회]
"후쿠시마로부터 최소 2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아주 먼 지역에 해당되는 발전소에서 나오는 석탄재만을 도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시지 않아도 괜찮다고.."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일본산 석탄재에서 방사능이 나올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시멘트 회사들이 자체적으로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로 검사하고 있고, 정부도 정기적으로 조사한 결과 지금까지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는 겁니다.

2011년 서을 노원구의 한 아스팔트에서 시간당 최고 1.4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능이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이 방사능 물질은 인공방사능인 세슘137이었습니다.

인공방사능 오염물질이 국가 감시망을 뚫고 도심 한가운데까지 들어온 겁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아스팔트를 제거하고 원인 조사에 들어갔지만 곧바로 벽에 부딪쳤습니다.

당시 아스팔트를 시공하고 자재를 납품했던 업체들이 대부분 부도가 난 뒤 사라진 상태라 어떤 자재를 어디서 들여온 것인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심은정 과장 /원자력안전위원회]
"아스콘 오염 발생처가 어디인지를 추적 조사했지만 관련 업체들이 도산을 했거나 기록을 남기지 않아서 발생처를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인공방사능 뿐만아니라 자연방사능도 정책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자연 상태의 돌이나 자갈 모래 등에서도 간혹 높은 수치의 방사능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이 휴대용 측정기로 서울 시내 이곳저곳을 측정해 본 결과 건축자재에서 자연 평균치 보다 높은 방사능 수치가 나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김익중 교수/ 원자력안전위원회]
"운 없이 굉장히 자연방사능이 많은 것을 캐내서 그걸 가지고 집을 지었다. 이럴 수도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인공이건 자연이건 간에 인체 피해는 똑같습니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선 기준치를 넘는 방사능이 나오는 건축자재를 쓰지 않도록 행정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자연방사능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승연 교수/ 연세대 환경공학부]
"원산지 통제를 해야 된다. 만약에 어느 지역의 방사능 농도가 높으면 그 지역에서 자갈이나 모래 채취할 때 가이드를 해줘야 되요. 가이드를. 이것은 어디서 쓰지 말아라. 다른 데 써라. 이런 식으로. 지금 우리나라 가이드가 안 되어 있어요"

지난해 12월 창원의 한 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환경운동가인 최병성 목사를 초청해 강연회를 열었습니다.

산업폐기물을 넣은 시멘트가 안전한지 혹시라도 방사능에 오염된 폐기물이 시멘트에 섞일 가능성은 없는 것인지 설명을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산업폐기물이 들어간 시멘트로 아파트를 짓는데 부정적이었습니다.

[백형일/창원 가음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장]
"우리 아파트 들어가기 위해서 평생을 벌어서 한 4억, 5억 (원) 들여서 갑니다. 그런데 시멘트 값 얼마라고 했습니까? (세대당) 130만원, 150만원. 두 배로 줄게요. 300만원 줄게. (폐기물 안 들어간) 시멘트 만들어 주세요. 만들어만 주시면 그 시멘트 사서 아파트 짓겠습니다"

최근엔 새로 지은 인천의 한 아파트 단지 입주 예정자들이 인천도시공사 측에 아파트 방사능 검사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방사능으로부터 내 집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목소리들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겁니다.

정부의 주장대로 방사능에 대한 근거 없는 공포와 괴담은 사회 혼란을 부추길 뿐입니다.

하지만 이런 공포가 확산되는 건 정부가 정확한 사실을 먼저 알리는 대신 일단 안전하다는 발표만 되풀이해 왔기 때문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의 발표를 믿는 대신 국민들이 스스로 안전을 찾겠다며 자구책을 찾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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