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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권희진 기자

집단 간염 피해자들 약값만 수천만 원 '개인이 알아서'

집단 간염 피해자들 약값만 수천만 원 '개인이 알아서'
입력 2016-05-02 10:08 | 수정 2016-05-0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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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사기 재활용으로 97명이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집단 감염되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던 양천구의 다나의원.

    충격적인 사건이었던 만큼 세상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지만 환자들은 당국의 무관심 속에 아직까지도 가해자인 병원으로부터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순 의료사고로 취급되는 바람에 환자들이 사건 발생 반년이 되도록 의료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 잘못 없이 중병을 얻어 1인당 4천6백만 원에 달하는 약값을 감당할 수 없는 환자들은 간 영양제만 먹어가며 버티고 있습니다.

    일부 환자들은 간암 전 단계인 간경화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이들이 언제 보상받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정작 가해자인 병원 원장은 105일의 영업정지 처분이 전부입니다.

    환자들은 왜 아무런 잘못 없이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이런 초유의 사태가 그저 의료 사고일 뿐이라며 재앙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고 있는 정부의 태도는 옳은 것인지 짚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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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살 이 모 씨의 간은 굳어가고 있습니다.

    C형 간염에 걸려 간경화가 진행되는 것입니다.

    [안상훈 교수/연세세브란스 소화기내과]
    "한 중간단계 정도로 간이 지금 경화가 진행되고 있는 단계라고 보시면 돼요."

    간경화는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안상훈 교수/연세세브란스 소화기내과]
    "간이 딱딱해지는 거죠. 그러면서 암도 생기게 되고 간경화의 합병증으로 사망하게 되는 거죠."

    작년 11월, 서울 양천구의 다나의원에서 97명이 집단으로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됐습니다.

    이 가운데 63명은 심각한 상태의 간염환잡니다.

    이 씨도 이 곳에서 다른 사람들처럼 수액을 맞았다가 치명적인 C형 간염에 걸렸습니다.

    [이○○ 다나의원 C형간염 피해자]
    "일반인의 간수치는 30에서 40 정도가 됩니다. 근데 저의 간수치는 1300 정도를 기록했어요. 황달과 간이 굳어지는 증상의 간경변이 시작이 됐어요.."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한지 반 년.

    극심한 통증과 구토 증세를 겪으면서도 이 씨는 아직 치료조차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엄청난 약값 때문입니다.

    다나의원 피해자들이 걸린 C형 간염은 1A형.

    국내에선 희귀한 질병이라 약값만 4천 6백만원이 듭니다.

    같은 병원에서 아버지까지 감염돼 1억원 가까이 부담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해 손발이 묶여 있습니다.

    최소 4,5년 동안은 감염 우려 때문에 아이도 가질 수 없습니다.

    [이○○ 다나의원 C형간염 피해자]
    "가족들 모두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구요. 30대의 젊은 남자가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을텐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하는 그런 일들을 경험하고 있구요."

    피해자들은 영양제만 먹으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습니다.

    [박○○ 다나의원 C형간염 피해자]
    "병원에 이게 무슨 약이냐고 하니까 그냥 간 영양제라고 그러더라구요. 우루사하고 아로나민골드하고.."

    병원에서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바람에 1백명 가까운 사람이 C형 간염에 집단 감염된 전례없는 사건.

    충격에 빠진 정부는 이후 갖가지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정작 피해자들의 치료나 피해 보상을 위해서는 어떤 지원도 하지 않았습니다.

    가해자가 명확한데도, 환자들이 보상은 커녕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 모 씨 부부가 간장약을 받으러 약국에 들렀습니다.

    "간장약이에요. 하루 세 번인데 아침, 점심, 저녁, 알이 달라요."

    김 씨 부부와 고등학생 딸, 이렇게 세 가족도 다나의원에서 C형 간염에 걸렸습니다.

    약값만 1억 4천만원.

    생활보호 대상자인 김 씨 가족으로선 상상조차 어려운 거액입니다.

    간염에 걸린 뒤 남편이 일을 제대로 못하게 되면서 수입은 더 줄었습니다.

    [김○○ 다나의원 C형간염 피해자]
    "(남편이) 일주일에 6일을 가고 하루 쉬는 건데 거의 뭐 3일만 다니다시피 막 이게 피로 누적이 돼가지고 (직장을) 빠진 거에요. 얼마나 오래 지금 직장에서 버틸지 그것도 지금 되게 염려가 많이 되는 거에요."

    고통이 일상이 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죽음을 대비하며 살고 있습니다.

    "어두운 느낌이 막 들어오니까. 잘못되면 니네들 스스로가 헤쳐 나가야 하니까 밥을 해보라든지 이런 걸 남자 아이들한테 일부러 시킬 때도 있고..좀 암담하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 정부가 이런 C형 간염 환자들의 치료제에 5월1일 즉, 오늘부터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한 겁니다.

    그래도 한 사람 약값으로 9백만원이 듭니다.

    김 씨 가족으로선 약 값만 2천7백만원이 필요하니, 남의 나라 일입니다.

    [이○○ 다나의원 C형간염 피해자]
    "우리한테는 그림의 떡이니까. 그 돈이 어디서 나서 그걸 먹어요. 힘들잖아요. (지금은 아무 대책은 지금 없어요. ) 없죠. 지금 죽는다고 해도 못 사먹는거지."

    김 씨 부부는 결국 연이율 27%의 대출을 받아 병원을 상대로 한 집단 소송의 변호사 비용을 가까스로 냈습니다.

    병원에서의 집단 감염은 황당하고 어이없게도 주사기 재사용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피해자들은, 사고의 원인과 책임이 명백하니 어떻게든 곧 해결이 될 거라고 믿었지만, 결국 시간만 허비했습니다.

    2580은 다나의원의 집단 감염을 폭로한 전직 간호사를 만났습니다.

    다나의원 김 모 원장은 일반 수액에 자신이 제조한 주사액을 주입하는 이른바 사이드주사로 환자를 치료했습니다.

    이 사이드주사가 문제였습니다.

    [박○○/다나의원 전 간호사]
    "이렇게 고무패킹의 옆에 사이드주사라고 하는데요. 이렇게 찌르게 되면 여기에서 피가 조금은 역류해서 와요. 그러면 이렇게 약이 들어가고 그럼 그 피가 아무래도 이 주사기에 묻겠죠? 그런 다음에 다음 분 옆에 환자 분한테 다시 이 약을 투여하신 거예요. 이렇게 해서 이 약이 다 떨어질 때까지 사용하셨어요."

    김 원장은 한 개의 주사기를 대략 10명에게 썼다고 합니다.

    [박○○/다나의원 직 간호사]
    "주사기에 이렇게 (약이) 남아있잖아요? 그런데 다음날 보면 버리지 않고 원장님 카트에 그대로 남아있다 그 소립니다. 약을 만드시고 하나에 한 10명 정도를 쓰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 주사액에서 C형 간염 바이러스가 검출됐고, 작년 11월 초, 병원 측은 환자들과 간호사 등에게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이 사실을 숨기면서 수액 치료를 계속했습니다.

    [박○○/다나의원 전 간호사]
    "사모님 제가 이 혈액검사를 봤다. 환자들하고 저하고 어떻게 하실거냐고 그랬더니 나중에 치료해줄테니까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하시더라고요."

    결국 간호사들의 제보로 다나의원의 집단감염 사건은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병원측은 돈이 없다며 피해자들에게 합의금 200만원을 제시했고, 싫으면 의료분쟁중재원에서 보자고 했습니다.

    돈이 없다는 말은 사실일까.

    김 원장이 살던 집의 등기부등본을 떼봤습니다.

    집단감염 사건이 드러난지 2주 쯤 뒤, 원장 부부는 자신 소유의 아파트를 6억 5천만원에 팔았습니다.

    그리고 근처의 낡은 다세대 주택으로 이사했습니다.

    중개업소에선 원장이 월세로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A 부동산]
    "그거(아파트) 처분하고 월세로 갔으면 나머지가 어디 갔겠어요? 나는 잘 모르지만 어디론가 갔겠지."

    다나의원에서는 하루 수십명의 환자가 4만원에서 6만원하는 수액 주사와 다이어트 주사를 맞았다고 합니다.

    [박○○/다나의원 전 간호사]
    "(진료비도) 비보험이고 다. 저희 병원은 꾸준히 그냥 못 되고 그런 건 없었던 것 같아요. 다른 병원에 비해서."

    [B 부동산]
    "소문에 의하면 저쪽 00초등학교인가요? 그쪽에도 건물을 가지고 계셨다가..."

    이런 정황 때문에 환자들은 돈이 없어서 보상을 못해준다는 원장의 말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김 원장은 취재진 만나기를 거부했습니다.

    "원장님 지금 말씀 좀 잠깐 제가 여쭤볼 수 없어요? 말씀 전혀 어려우세요?"

    이처럼 병원측이 나 몰라라 하자 피해자들은 정부에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의사 과실로 인한 의료 사고이니 당사자끼리 알아서 해결하라고 했습니다.

    양쪽에서 외면당한 환자들만 벼랑 끝에 방치됐습니다.

    정부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지 2주 만에 집단 감염의 원인은 주사기 재사용에 의한 의료 사고라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C형 간염 집단 감염사태 조사결과 발표(작년 12.4)]
    "발생원인은 장기간 지속된 주사기 사용과 재사용과 관련한 혈액 감염으로 추정하였고.."

    그러나 해결은 당사자에게 맡겼습니다.

    한시가 급한 환자들은 지난 1월, 의료분쟁조정원을 찾았지만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정부 조사 결과까지 발표된 마당에 조정원은 치료 기록부터 다시 떼오라고 했습니다.

    병원이 폐쇄돼, 이 기록을 구하는데만 한 달이 걸렸습니다.

    [이○○ 다나의원 C형간염 피해자]
    "다양한 기관들, 국회의원이라든지 저희의 그 공문이라든지 혹은 내용증명이라든지 이런 것들 통해서 압박을 했을 때 받아낼 수 있었던 게 그 서류 한 장이거든요."

    여기에 보건소의 피검사 결과, 복용하는 약의 처방전, 추가 소견서, 다른 병원의 의무기록, 의료비 상세 내역서, 약국 영수증, 중간 피검사 결과 등의 서류들을 요구할 때마다 구해서 제출해야 했습니다.

    다나의원에서 감염됐는지 여부를 환자가 증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다나의원에서 감염된 게 맞다는, 이전의 정부 발표와 똑같은 내용의 결과 하나가 나오기까지 넉 달이 걸렸습니다.

    [박○○ 다나의원 C형간염 피해자]
    "허겁지겁 서류를 맨날 떼어다 줬는데 아무튼 결론은 거기서 감염된 게 맞다는 얘기밖에 없으니까 너무 허탈하고.."

    그런데도 의료분쟁조정원에서는 보상금액 산정에 몇 달이 더 걸리고, 이마저도 다나의원 측이 거부하면 보상받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안기종 대표/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의료진이 이 경우엔 빨리 치료가 필요하다고 이미 소견 낸 환자들이 많이 있어요. 그럼 그걸 반영해서 빨리 조정해줘야 하는 건데 지금 그게 계속 안되고 있는거죠."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다나의원 피해자들과 달리 올해 2월 발생한 원주 한양정형외과의 C형 간염 피해자들에게는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병원 원장이 자살해 치료비를 보상할 당사자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가해자, 책임자가 될 사람이 사망을 하는 경우가 생겼잖아요. 실제로 지원 받기가 되게 어려운 경우가 생겨서 치료시기를 놓치는 거 아니냐는 장관님 말씀이 있으셨고.."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지만 정부는 다나의원 피해자들은 원장이 살아있으니 양측이 해결하면 될 문제라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습니다.

    [안기종대표/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 치료비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뭐 조정을 하든 소송을 하든 피해보상 받아서 개인적으로 하라고 얘기를 하고 있고.."

    정작 다나의원 김 원장은 복지부로부터 105일 동안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자격정지 처분만 받았습니다.

    김 원장에 대한 경찰수사도 아직 큰 진전이 없습니다.

    그러는 동안 피해자들은 정부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습니다.

    [이○○ 다나의원 C형간염 피해자]
    "매일매일 몇 시간씩 국가기관에 전화를 하고 매일매일 몇 시간씩 매달리고 했을 때도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어요. 이 사건에는 담당하는 담당자가 아무도 없고요."

    병원측이 분쟁조정 절차에서 발을 빼버리면 더더욱 대책이 없다며, 오히려 가해자 측의 선처를 바라고 있는 기막힌 상황입니다.

    [박○○ 다나의원 C형간염 피해자]
    "우리가 너무 자극하면 저 사람들이 중재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뭐 자극적인 말은 하지 않도록 하자. 이런 식으로 (피해자들끼리) 얘기를 하는 거예요. 나라에서 해결을 안 해주니까 자꾸 지금 가해자 눈치까지 봐가면서 우리가 동정하듯이 치료비를 구걸하는 것밖에 더 되냐고요."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처럼 사고의 책임 소재가 명백하고, 더구나 피해자들의 상황이 위급한 경우엔 정부가 개입해 강제 조정을 한다거나,

    우선 치료비를 긴급 지원한 뒤 가해자측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의 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안상훈 교수/연세세브란스 소화기내과]
    "정부가 이런 보상이나 아니면 그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어떤 절차가 있어야 되는데 그런 절차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그러다보니까 전혀 보상에 대한 기회가 없어지는 거죠."

    어이 없는 집단 감염 이후 죽음의 위기에 방치된 환자들.

    피해자들이 정부에게 바라는 건 불쌍하니 돈을 달라는 게 아니라 사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겁니다.

    형식과 절차보다 앞서는 건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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