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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왕종명 기자

SAT 만점! 유출 문제 팝니다

SAT 만점! 유출 문제 팝니다
입력 2016-05-16 11:09 | 수정 2016-05-1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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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의 학원가에는 미국 대학 입학 자격시험 SAT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족집게 강의로 고득점을 올려주기로 소문난 학원들이 여러 곳 있습니다.

    수강료가 수천만 원에 이르지만, 강사가 풀어주는 문제를 풀다 보면 SAT 시험에 똑같은 문제가 그대로 출제된다는데요.

    2580이 문제지를 입수해보니 실제로 여러 회차의 출제문제가 순서와 내용까지 똑같았습니다.

    미국 문제평가원이 절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SAT 문제.

    도대체 누가 유출했고 학원들은 어떻게 갖고 있는 걸까요?

    ------------------------------------------------------------------

    영어로 된 '미국사' 과목 시험지입니다.

    위쪽엔 시험을 치른 연도와 달이 표시돼 있고답도 달아놨습니다.

    2012년 1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3년치, 17회분입니다.

    함부로 복사하는 건 불법이란 경고가 페이지마다 적시돼 있지만, 누군가에 의해 통째로 복사된 겁니다.

    [김 00 원장/'A' SAT학원]
    "급했겠죠. 빨리 복사를 해서 원래 자리에 갖다 놔야지만, 시험지를 그대로 다 회수를 해야만 하거든요."

    이번엔 수학 2과목 시험지.

    미국사와 달리 한 장 한 장 사진을 찍었습니다.

    종이의 재질과 시험 책자의 형태가 드러날 정도로 선명합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치, 12회분.

    공개돼선 안 되는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 S.A.T의 문제지 사본입니다.

    미국 대학에 입학하려는 학생을 대상으로 치러지는 SAT는 한국의 수학능력시험과 좀 다릅니다.

    수능이 해마다 한 번 치른다면 SAT는 전 세계 170여 개 나라에서 대개 1년에 여섯 번을 치릅니다.

    이렇게 시험이 많다 보니 매번 새로운 문제를 출제하지 않고 이미 개발해 놓은 문제 은행에서 문제를 뽑아서 출제합니다.

    수능이 문제와 답을 공개하는 반면 SAT가 샘플 문제 일부를 빼고 절대 공개하지 않는 건 한번 나온 문제가 반복적으로 다시 출제되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인지 이 비공개 SAT 시험지들을 통해 비교해 보겠습니다.

    2580이 입수한 미국사 과목의 2013년 12월 문제와 2012년 6월 문제, 2014년 11월과 2013년 10월 이 두 쌍의 시험지는 1번부터 90번까지 문제의 내용은 물론 순서까지 완전히 똑같습니다.

    이런 시험지를 미리 본다면 누구든 만점을 받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2580이 공개하는 이 시험지들은 다름 아닌 서울 강남의 학원가에서 구한 겁니다.

    SAT 학원을 10년 넘게 운영해온 김 모 원장은 새로 채용한 강사가 이전 학원에서 가져온 미국사 교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소문으로 듣던 SAT 문제지 사본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한 겁니다.

    [김 00 원장/'A' SAT학원]
    "(어떤 소문을?) 어디 학원을 가면 시험지가 있다더라. 어디 어느 선생님한테 가면 화학이나 물리는 무조건 만점이다. (딱 보시고 어땠 어요?) 황당했죠. 얘기는 너무너무 많이 들었지만 처음으로 이걸 실물로 본 거니까."

    SAT는 크게 원, 투로 나뉘는데 시험을 주관하는 미국의 칼리지보드사는 SAT 1의 경우 1년에 세 번 샘플 문제를 공개하고 공개한 문제는 다시 출제하지 않습니다.

    미국사가 포함된 SAT 2는 더 보안이 심해 SAT 110년 역사에서 딱 두 번만 공개됐을 정도입니다.

    [김 00 원장/'A' SAT학원]
    "이 문제는 다시 출제가 될 겁니다. 확신합니다. 다시 내기 위한 거죠. 이 시험지를 하나 만드는 데 칼리지보드가 보통 10억 정도, 100만 불 정도 를 투자를 한다고 해요."

    이런 비공개 시험지가 강남 학원가에서는 버젓이 교재로 사용되고 있는 겁니다.

    [김 00 원장/'A' SAT학원]
    "같은 시험지를 반복적으로 풀려서 결국에는 답을 외우도록 하는 거죠. 만점 받을 수 있어요. 어느 날 가서 시험을 봤는데 이거 하고 똑같은 시험지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 취소를 하고 다음 시험을 보면 똑같은 시험지가 나올 때까지만."

    유출된 과목은 미국사만이 아닙니다.

    SAT 2 시험지는 총 스무 과목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있는데 응시자는 자신이 치를 두 개 또는 3개 과목의 문제를 이 책에서 찾아 응시합니다.

    복사본의 상태로 볼 때 누군가 문제집을 통째로 복사한 뒤 과목별로 나눈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 00 원장/'A' SAT학원]
    "책자 하나만 훔치면 모든 시험을 다 가질 수 있는 거죠. 미국 역사만 일부러 빼내서 이것만 유출을 시키겠다라는 브로커나 시험지를 그런 의도로 훔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즉 모든 시험지가 다 유출이 돼 있다는."

    실제로 다른 과목의 시험지가 있는지, 강남 학원가를 돌아봤습니다.

    ['B' SAT학원]
    "저희는 다 있어요. 문제가 한두 문제가 아니고 세트가 15세트 이렇게 있거든요. 점수는 무조건 나올 거예요."

    ['C' SAT학원]
    "과목이 뭐뭐 필요한 거죠? (제가 할 수 있는 SAT 2 과목이 뭐예요?) 다 (다요?) 14개(세트)를 어디서부터 하냐면 2013년 후반부터 15년 초 1월까지."

    비공개 시험지를 통한 수강료는 수천만 원에 이릅니다.

    ['D' SAT학원]
    "각 과목마다 360만 원 정도. 이게 8주, 시험 볼 때까지 총 다 하면 3천만 원에서 3천5백만 원."

    ['B' SAT학원]
    "8주 하시면 850만 원이에요. 근데 Math(수학)까지 한다. 그러면 수학이 하루에 80만 원~160만 원 들어가거든요. 그럼 이거 다 천만 원 단위인데."

    실제 강의를 들어봤습니다.

    첫날부터 SAT 시험지로 시작합니다.

    ['B' SAT학원 강사]
    "(이 교재는 뭐예요?)교재가 아니라 그거는 진짜 SAT 시험이에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파일이 있어요 보여줄게요. 지금 여기 파일들 보이죠.(그럼 이게 또 나올 수도 있겠네요?) 빙고 맞아요."

    강사는 자신 만의 만점 노하우를 자랑합니다.

    ['B' SAT학원 강사]
    "이것들을 거의 외우다시피 애들을 가르쳐요. 내가 SAT 화학, 생물을 가르치거든요. 근데 그 두 개를 거의 외우다시피 한 다음에 가서 작년 6월에 본 애가 둘 다 똑같이 나왔대요. 한 시간짜리 시험이잖아요 이게. 근데 걔네는 10분 안에 다 풀었어요."

    아예 시험지만 따로 판매하는 학원도 있습니다.

    학생 혼자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겁니다.

    ['C' SAT학원]
    "그냥 문제를 우리한테 사 가지고 가서 해도 돼요. 파는 거는 등록한 학생에 한해서 시험 한 세트당 10만 원."

    2580은 수학 2 시험지 14세트를 구입했습니다.

    학원 측은 이미 반복 출제된 회차의 시험지를 빼고 다시 출제될 가능성이 높은 회차를 찍어주기까지 합니다.

    ['C' SAT학원]
    "잘 걸리면 일단은 1년에 (똑같은 게) 두 번은 나와. 작년에도 두 번 나왔거든. 10월 거는 필요 없더라고 이게 세 번 나왔어. 그다음에 5월 거도 세 번 나왔으니까 필요 없고. 그다음에 12월."

    증거가 남아선 안 된다고 합니다.

    ['C' SAT학원]
    "USB는 가져왔어?(메일로는 안 돼요?) 메일로는 위험하지."

    진짜 SAT 출제 문제가 맞는지, SAT를 치렀던 학생에게 사전 정보 없이 시험지를 보여줬습니다.

    [000/SAT 응시학생]
    "제가 기억나는 게 어려운 문제가 두 개였었던데 그걸 끝까지 못 풀어서…. 잠깐만요, 어우 깜짝이야. 여기 있다 fire alarm. 네, 제가 본 시험이랑 똑같아요."

    심지어 두 달 전인 지난 3월 개편된 개정 SAT 1 시험지까지 확보한 학원도 있습니다.

    ['C' SAT학원]
    "SAT 1도 가능해요.(근데 1은 바뀌었잖아요.) 그게 있어요. 루트가. 이거는 뭐 다른 데 가셔서 얘기하시면... 어차피 다 지금 그걸 요구하고 있는데."

    대체 이 시험지들은 누가 유출시켰을까?

    시험 때마다 시험지 전체를 복사하거나 촬영했다는 건 전 세계 천여 곳의 시험장 중 어느 곳, 시험지 접근이 허락된 인물의 소행으로 추정됩니다.

    [김 00 원장/'A' SAT학원]
    "수험생은 아니고 제 생각에는 학교 관계자확률이 굉장히 높다고 보고요.학교에서 일을 하는 선생님 또는 카운슬러들."

    한국에서 SAT 문제가 유출됐다는 의혹은 그동안 여러 차례 제기돼 왔습니다.

    지난 2007년 당시, 문제 유출 의혹으로 한국인 응시자 9백여 명의 성적이 집단 취소됐고 2013년에도 20여 명의 브로커와 학원강사 등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하지만, 피해자인 칼리지보드측이 비밀 유지를 이유로 시험문제 자료 제공에 응하지 않으면서 재판은 2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실정입니다.

    [이 00 원장/'E' SAT학원]
    "벌금 조금 내든지 영업정지 받고 다른 사람 이름으로 또 하면 되니까 돈이 되니까 그냥 하는 거예요. 처벌이 약한 거죠. 우리나라 수능 시험을 누가 만약에 유출했다라고 생각해보세요."

    2580은 이번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칼리지보드측과 여러 차례 접촉했지만 매번 돌아온 답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말뿐이었습니다.

    [칼리지보드 관계자]
    "(확인하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모르겠어요.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그냥 이게 불법인지 뭔지 알고 싶어요) 저도 모르고 당신도 모르죠."

    그 사이에 적발된 학원은 오히려 비공개 문제지를 가진 족집게 학원으로 유명세를 탔고 문제의 강사는 학원가의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비뚤어진 성적 지상주의에 학생과 학부모까지 스스럼없이 범죄에 동참하는 현실.

    [SAT 응시생 부모]
    "어느 학원이 뭔가 걸렸다 얘기가 나오면 걸렸다부터 판결이 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리잖아요. 그 사이에 이제 거기가 난리가 나는 거예요. 더. 왜냐면 일단 우리 애는 해보고. 미쳤다고 밖에 말할 수 없어요."

    학원가에는 '유출문제를 입수해 좋은 대학에 갔다'고 소문난 유명인사 자녀들의 명단이 공공연히 돌고 있습니다.

    [000/'F' SAT학원]
    "가수 000의 딸, 00호텔 집안 아들, 배우 000의 아들, 000집안의 아들 전부 다 치팅을 한 거죠."

    최모 군은 같은 학원에서 공부하던 친구가 학원을 옮긴 뒤 만점을 받은 비결을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최 00/SAT 응시학생]
    "(친구의) 점수는 그리 높지 않았죠. 수업 때도 자고 저래서 대학 갈 수 있을까? 이 정도였는데. 000 학원에 가가지고 그 문제 유출 그걸로 공부하고 그러더니 거의 만점 가까이 나오고."

    같은 학교에 지원했는데 친구는 합격하고 최 군은 떨어졌습니다.

    [최 00/SAT 응시학생]
    "내가 분명히 얘보다 잘하는데 얘가 그런 시험지를 사 가지고 같은 대학에 어플라이 했을 때나?는 떨어지고 얘는 붙으면 얘가 제자리를 가지고 간 그런 셈이 되잖아요."

    SAT를 치르는 170여 개 나라에서 유독 한국과 중국 정도만 시험지 유출이 문제 되고 있고 한국 수험생의 성적도 유독 높은 게 사실입니다.

    [김 00 원장/'A' SAT학원]
    "전 세계적으로 다 따져도 (만점자가) 600명 정도 밖에 안 됩니다. 근데 한국에 있는 어느 한 학교에서 20명 이상이 만점자가 나온다는 것은 통계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죠."

    그렇다 보니 미국 대학들 사이에선 한국 수험생의 SAT 점수를 다른 나라 수험생만큼 인정해주지 않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이 00 원장/'E' SAT학원]
    "정말 열심히 한 애가 그런 사례가 있습니다. 점수를 제출했는데 학교에서 이상하다 이거예요. 너 이상하다. 한국 애들은 불법일 거야라는 선입견을 학교에서 갖고 있는 거예요."

    한국 수험생의 SAT 점수가 이런 대접을 받자! A.C.T라는 시험이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ACT는 SAT와 마찬가지로 미국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치르는 또 다른 시험 체계로 전 세계 응시자 수가 2011년부터 SAT를 넘었습니다.

    강남 학원가에도 ACT 준비 학원이 늘고 있고 아니나 다를까? 일부 학원은 ACT 기출 문제도 확보하고 있습니다.

    ACT 학원들의 광고 내용입니다.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100% 적중교재, 중국에서 입수한 문제를 통해 34점 이상을 보장한다고 합니다.

    ACT 만점이 36이고 응시자 전체 평균이 20.6인 걸 감안하면 최상위 점수를 장담하는 겁니다.

    상담을 받아봤더니 당장 한 달 뒤에 있는 시험도 고득점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A' ACT 학원]
    "학원마다 ACT 기출문제가 60개인가 70개 있는데 기출문제 분석을 해 가지고 선생님 도움받아 가지고 눈에 불을 켜고 밤잠을 설쳐가며 6월11일. ACT 33 받을 수 있어."

    시험지를 보여달라고 하자 일단 학원에 정식으로 등록하라고 요구합니다.

    ['B' ACT 학원]
    "수업을 듣게 되면 어차피 할 건데 뭐하러 수업 시간에 할 건데(수업시간에는 비공개 문제로 풀 수 있긴 있어요?) 그렇지 수업 때는 풀지!"

    심지어 시험 하루 전날 다음날 나올 시험의 문제지 코드번호를 입수해 이것과 똑같은 기출 문제로 답을 외우게 하는 강의도 있습니다.

    [김OO 원장/'C' ACT 학원]
    "코드만 알면 아 어느 시험지가 나오는구나! 알 수가 있어요. 수없이 많은 세트 중에서 어느 한 세트를 골라서 그 전날 아이들을 다 불러 모아서 답을 외워라. 한 세트에 5천만 원 이상은 받지 않을까?"

    2580은 자신도 모르게 부정으로 얻은 SAT 시험점수를 스스로 취소시킨 한 수험생을 만났습니다.

    학원강사가 연습 문제라며 풀게 한 시험지가 다음 날 시험장에서 그대로 출제됐고 쉽게 만점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수험생은 도저히 자신의 점수로 인정할 수 없어 취소시켰습니다.

    [김 00/SAT 응시학생]
    "사실 잠도 못 자고 되게 고민 많이 했어요. 제 점수가 아닌 점수를 내는 거잖아요. 엄마한테 나는 그냥 이거 못하겠다. 그래서 그냥 캔슬하고 다시 봤어요. 너무 불공평하잖아요. 제일 이해가 안 되는 거는 왜 부모님들이나 어른들이 치팅(부정행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지를 잘 모르겠어요."

    유전 합격, 무전 불합격.

    수천만 원에 비공개 문제지가 오가고 이를 통해 미국 명문대학의 학벌을 가질 수 있다면, 그 피해는 정당하게 공부하고 가르치는 수험생과 학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2580은 취재 과정에서 확보한 유출 문제지와 학원 실태에 대한 정보를 수사당국에 제공했습니다.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을 통해 편법이 판치는 사교육 시장의 환부를 말끔히 도려내길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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