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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민병호 기자

옆집 짓다 내 집 무너지면...

옆집 짓다 내 집 무너지면...
입력 2016-06-13 10:29 | 수정 2016-06-1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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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집 공사 때문에 내가 사는 집이 기울고 벽과 바닥이 갈라지고 무너지고 물까지 샌다면 어디다 어떻게 호소해야 할까요.

    구청에 수도 없이 민원을 제기했지만 건축법상 하자가 없다는 이유로 공사는 강행됐고, 그 피해는 소음이나 먼지 수준을 넘어 집이 붕괴될 위험에 처하는 수준에 이르렀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일,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인지, 제도적인 허점은 없는지 점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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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층 건물 바로 옆에 3층짜리 다세대 주택이 맞닿아 있습니다.

    육안으로 봐도 살짝 기울어 있고 가까이서 살펴보니 집 주변이 상처투성입니다.

    [김재성]
    "(이게 지금 다 깨진 거예요?) 네, 다 깨진거예요...여기가 다 콘크리트였는데 다 깨지고..."

    길게 금이 가 있는 담벼락은 손으로도 쉽게 흔들릴 정도.

    바닥은 갈라지다 못해 뒤틀려 있습니다.

    [김재성]
    "손이 들어갈 정도로 이게 여기 비가 오든가 하면 이런 데 들어갈 수 있는 거고 상당히 위험한 상태에요."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내부.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 있고, 밖에 비가 오는 것도 아닌데 여기저기 물이 줄줄 흘러내립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고인 물을 퍼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재성]
    "붕괴 위험 같은 게 있을 것 같아가지고요. 내가 새벽에 저녁에 퍼내고 퍼내는데도 이 정도에요."

    집주인은 이 모든 게 3년 전 시작된 옆 건물 공사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내가 사는 집 바로 옆에 누군가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건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일 겁니다.

    하지만, 그 공사 때문에 집이 기울고 벽에 금이 가거나 바닥이 갈라지는 등 내 집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는다면, 또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나 피해 보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어떠시겠습니까.

    피해를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습니다.

    김 씨의 집과 맞닿아 있는 이 건물은 지하 4층, 지상 15층입니다.

    3년 전 이 건물을 짓기 위한 철거와 터파기 공사가 시작되면서 분쟁이 시작됐습니다.

    [김은영]
    "철거하고 뭐 그러면서 이제 땅 갈아엎고 터파기 시작하면서 그렇게 시작이 된 거예요. 건물이 갑자기 기울어지는 바람에 방문이 저절로 열리고 닫히고."

    곧바로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다.'라는 당황스런 답변이 돌아왔다고 했습니다.

    [김은영]
    "집이 이렇게 심하게 흔들리는데 좀 조치를 취해주시든지 좀 어떻게 이렇게 대책을 마련하시고 공사를 하셔라 이렇게 말씀을 드려도 그거에 대한 대책 같은 거는 전혀 없고 일단 피해가 나고 나서 자기네들이 어떻게 취하든지 그럴 수밖에 없다고."

    결국, 기울기와 균열이 더 심해지고 나서야 안전진단검사가 이뤄졌지만 구청 측은 여전히 공사를 중단시키지 않았습니다.

    김씨 가족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었지만 아무런 반박도 못 했다고 합니다.

    [김은영]
    "이건 뭐 해석할 수도 없고. 보고서에 대한 내용을 (구청에) 문의를 드리면 이제 보고서 앞에 보시면 이렇게 기술사들이 싸인을 했대요. 이 사람들 목숨 걸고 찍은 도장이니까 믿으라는 거예요. 그냥. 그래서 계속 믿으래요. 무조건 안전하대요."

    막막한 마음에 법원에 공사금지가처분 신청도 내봤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법원 역시 같은 안전진단검사 보고서를 근거로 안전에 심각한 위험은 없을 거라는 결론을 내린 겁니다.

    그 안전검사 결과는 정말 믿을 만한 것일까.

    김씨 가족이 검사결과에 다시 의문을 가진 건 6개월 정도가 지나서였습니다.

    [김은영]
    "저희 집이랑 비슷한 사례 있는 집이 뉴스에 보도된 걸 봤어요. 거기에서는 안전진단을 받았는데 E등급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대피를 했다 뭐 이런 얘기를 저희가 뉴스를 보고 '어? 우리 집은 왜 안전진단을 받았는데 등급표시가 없지?' 이래가지고."

    보고서를 검토한 전문가들은 이 건물의 기울기가 건축법이 정하고 있는 가장 위험한 상태인 E등급이라는 내용이 결론에 빠져있다고 했습니다.

    [안형준 교수/건국대학교 건축학과]
    "A.B.C.D.E로 E가 최악의 등급입니다. 그래서 E등급일 때는 철수하고 철거를 해야 한다. 이렇게 써져 있는데 보면 그걸 빼버렸어요. (수치는 다 나왔는데)여기다가 E등급이라고 써줘야 하는데 E등급은 누가 봐도 문제가 있다는 거죠? 그것도 생략되어 있고. 이거는 평가는 안 내린 아주 미흡한 보고서로 판단됩니다."

    왜 이런 보고서가 제출됐을까?

    안전검사를 한 업체는 김씨 가족에게 시공사가 보고서 작성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고 말했습니다.

    [안전진단 업체 관계자]
    "(시공사) 얘네들이 너무 좌지우지하는 거예요. 저를 갖고. '어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이런 표현들을 하는 거예요. 절차나 이런 것들을 굉장히 무시해버리더라고요. 근접 치에 와 있다고 '이렇게 없애달라' 그게 말이 돼요?"

    시공사는 검사업체를 압박한 건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시공사 관계자]
    "그런 거는 없습니다. 의견을 드릴 수는 있어요. 저희가. 의견조차 말할 수 없다라고 하면 뭐 할 말 없는 거죠."

    이 보고서를 근거로 공사를 중단시키지 않았던 구청은 인제 와서 이 보고서가 이상한 것 같다고 말합니다.

    [이의신 팀장/성동구청 건축기획팀]
    "정밀 안전진단이라고도 하기 그렇고 그렇다고 그래서 그냥 간단히 한 안전진단도 아니고 어정쩡한 안전진단을 했어요. 내용에 종합결론이나 이런 걸 다 보면 등급 표시도 안 했을 뿐더러 이 내용상으로 앞뒤가 좀 맞지 않는 부분이 있고."

    그러면서도 보고서에 등급 표시가 없는 한 구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으며, 그래서 지금도 김 씨의 집은 E등급 관리대상에 포함돼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2580은 김 씨의 집 상태를 전문가들과 진단해봤습니다.

    우선 건물에서 떨어지는 물.

    [안형준 교수/건국대학교 건축학과]
    "비가 오면 크랙(균열)이 간 데는 물이 들어가는 거예요. (아 지금 물이 떨어지는 거는 크랙이 간 상태로 물이 들어갔다가) 들어갔다가 나오는 거죠..이 벽돌도 이제 힘이 못 받는 거죠. 나중엔 붕괴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이거는 기울기만 봐도 철수 철거라는 게 그렇죠."

    이번엔 건물이 기운 정도.

    방바닥에 물건을 내려놓으면 한쪽으로 주르륵 굴러갑니다.

    만만치 않은 속도가 기울기를 짐작케 합니다.

    수평이 맞지 않다 보니 방문이 닫히지 않는 것은 물론 기운 방향에 따라 제각각 저절로 열리거나 저절로 닫힙니다.

    전문조사팀과 함께 건물이 얼마나 기울었는지 측정해봤습니다.

    10미터 건물이 12.5cm 기울었습니다.

    E등급 한계치인 7cm를 한참 넘어섰습니다.

    [김근영 교수/연성대학교 건축학과]
    "실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한계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1/500 정도 됩니다. 그걸 수치화한다면 약 2cm 정도 되는데 지금 이 건물은 12.5cm의 변형이 생겼기 때문에...실제 생활하는데 기울어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축건물에 준공 허가가 떨어질 무렵, 시공사와 시행사가 거꾸로 김재성 씨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왔습니다.

    김씨가 끊임없는 민원으로 공사를 방해했고 터무니없는 주택 재건축을 요구한다며 자신들은 이에 대한 금전적 책임이 없음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입니다.

    [김재성]
    "지금 2년 3년까지 (공사가) 진행되면서 하나 모든 게 해결되지도 않고 저한테 아주 피해만 줬는데 가해자가 저희한테 소송을 한다는 거 그걸 봤을 때 '아 이거 우리나라도 이런 법이 있나?' 아주 황당하고."

    옆 건물에 사는 이병기 씨도 소송을 당했습니다.

    시행사가 공사 전 재건축을 해주기로 합의했는데 공사가 진행되자 합의 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는 겁니다.

    [이병기]
    "마음이 바뀐 거죠! 사람이. (왜 마음이 바뀌었을까요?)건물 다 짓고 나니까 있잖아요. 해주고 싶은 생각이 없는 거죠."

    시행사 측은 소장에서 대표이사가 경험이 없어 경솔한 결정을 내렸다는 다소 황당한 이유를 댔습니다.

    이씨는 시행사의 약속만 믿고 재건축 공사를 위해 집을 비웠다가 석 달 만에 다시 이삿짐을 싸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병기]
    "이사를 해놓고 집을 짓고 해야 하니까 살림을 다 버렸어 필요한 거만 쌓아놓고 컨테이너 맡겨놓고 있었어요. (그럼 지금 짐도 다 버리신 것도 있고) 버린 거 많죠. 소파, 피아노 다 버렸어."

    재건축 합의를 비밀로 해야 한다는 조항이 계약서에 포함돼 있어 다른 피해주민들에게 말도 못했고.

    [시행사 관계자 (이병기 씨 통화 녹취, 2013.11)
    "건축 허가와 모든 착공과 그것이 준공되는 그 순간까지는 절대 비밀이고요. 예를 들어서 민원인들 와 가지고 899번지는 뭐 그러면 소용없어지는 거예요."

    재건축을 해준다기에 안전진단 검사도 받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이제는 소송해도 법원에 낼 증거조차 없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이병기]
    "저희는 안 받았죠. 이 합의서가 있고 지네들이 해준다고 했으니까 안전진단 굳이 받을 필요가 뭐가 있나 싶어서 거절했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받을 걸 그랬죠."

    부산 중구의 한 국밥집.

    이곳에서도 비슷한 분쟁이 진행 중입니다.

    옆 건물 터파기 공사로 건물이 기울기 시작해 주먹 하나가 들어갔던 공간이 위로 갈수록 팔 전체가 들어갈 정도로 넓어졌다고 합니다.

    벽에 고정돼 있던 유리창은 벌어져 있고 바닥도 군데군데 갈라져 있었습니다.

    구청에 조치를 요구했지만 역시 안전진단 결과가 있어야 한다는 대답.

    [박성도]
    "'공사를 이렇게 하면 집이 넘어지고 옆으로 쓰러지는 데 왜 가만히 있느냐?' 그러니까 '안전진단이 나와야 우리가 그걸 판정을 합니다. 그러니까 기다리십시오'."

    자기 돈을 들여 안전진단 E등급을 받았지만 바뀐 건 없었다고 합니다.

    이를 근거로 구청이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긴 했지만 법원에서 옆 건물 시공사의 반대 주장을 받아들여 공사가 재개됐다는 겁니다.

    국밥집과 시공사는 현재 민사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원상복구 아니면 재건축을 해달라는 국밥집, 어느 정도의 책임은 인정하지만 공사 전부터 국밥집 건물은 노후화돼 있었다며 재건축 요구가 지나치다는 시공사.

    하지만, 일반 개인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싸움입니다.

    [김근영 교수/연성대학교 건축학과]
    "실제로 건설회사는 전문가이고 일반인 민원인들은 비전문가라고 보면 되죠. 실질적으로 전문가가 거짓말한다 해도 비전문가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죠. 그리고 그걸 판단하는 법원도 전문가라고 할 수 없습니다. 결국, 감정인들의 의견이라든가 거기에 많이 치우치게 되고."

    이런 분쟁을 해결하고자 건축분쟁조정위원회라는 게 법에 규정돼 있지만 시공사와 민원인 사이의 입장차가 클 경우 사실상 손을 놔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명무실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억울한 피해를 막고 분쟁 해결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공사 시작 전과 후의 안전진단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이승태 변호사]
    "시작 전에 초기에 안전진단을 받고 그 이후에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까지 균열이 발생하고 지반이 침하되고 그 기울기가 변이가 생기는지를 좀 측정을 받아야 되요. 근데 그런 안전진단을 안 하고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요."

    또 피해자 스스로도 동영상이나 사진 같은 증거 자료를 꼼꼼히 수집해 놓아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건물을 허물고 짓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피해와 이로 인한 분쟁이 일어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재산상의 손해를 넘어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의 문제라면, 이해 당사자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제도적 감시 역시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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