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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비 먹튀 '유학닷컴'

왕종명 기자 기사입력 2016-10-31 10:53 최종수정 2016-10-31 11:03
유학닷컴 유학 입학취소 시사매거진2580
국내 최대 유학대행업체인 유학닷컴이 지난 9월 부도를 내고 문을 닫았습니다.

유학을 준비하던 학생들은 3-6개월 전에 학비를 선납했고, 유학닷컴은 학비 완납 증명서를 발급해줬지만, 알고 보니 현지 학교에 학비는 지급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로 인해 출국을 앞두고 입학이 취소되거나, 현지 학교에서 학업 도중 내쫓기는 등 현재까지 피해 학생이 2백여 명이 넘습니다.

유학 사고에 대비한다는 보험 역시 실제로는 가입해 있지 않은 등, 피해 학생들은 유학닷컴이 사실상 사기를 치고 잠적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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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밴쿠버의 한 소형 아파트.

어학연수를 온 대학생 김 모 군은 다른 유학생 네 명과 함께 이곳에 삽니다.

거실 중간을 커튼으로 나눈 이 좁은 공간이 김 군의 숙소입니다.

[김OO/유학닷컴 피해자]
"불편한 건 없어요. 그냥 여기서 살다 보니까 적응된 거 같아요."

치킨집에서 닭을 튀기는 아르바이트로 힘들게 돈을 모아 떠나온 어학연수.

다음 달 개강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김 군은 곧 한국으로 돌아가야합니다.

지난 3월 유학원에 학비를 미리 냈지만 유학원 측이 학교에 이 돈을 납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실을 캐나다에 오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김OO/유학닷컴 피해자]
"입학허가서를 요청했는데 학교 측에서 하는 답변이 이제 김00 학생에 대해서는 등록되어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출국하기 전만 해도 유학원은 걱정 말라고 했습니다.

[김OO/유학닷컴 피해자]
"제가 출국 전에도 한번 물어봤었고요. 그 (유학닷컴) 담당자 그분이 밴쿠버 현지에 유학닷컴도 있다. LOA(입학허가서)는 직접 가서 현지 가서 받아라. 저는 이제 그 말을 듣고 출국을 했죠."

돈도 돈이지만 학비를 벌기 위해 고생했던 시간과 유학 이후를 그려놓은 젊은 날의 설계도까지 도둑맞은 기분입니다.

[김OO/유학닷컴 피해자]
"제일 화가 나는 건 시간이죠. 내가 20대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계획하고 처음으로 실행했던 내 인생의 첫 단추였는데. 이런 상황이 오고 나서는 한 번도 해보지도 않던 좌절을 하는 거죠. 난 뭘 해도 안 되는 건가."

35년 역사의 국내 최대 유학중개업체 유학닷컴이 지난달 30일 부도를 내고 문을 닫았습니다.

해외유학과 어학연수를 진행하다 피해를 입은 학생이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2백여 명, 피해 액수는 20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하나같이 유학닷컴에 감쪽같이 속았다고 말합니다.

지난주 유학닷컴의 서울 종로 본사, 간판을 떼고 집기를 들어내는 등 철거 공사가 한창입니다.

임대료를 내지 못해 건물주가 철거 명령을 내린 겁니다.

전국 11개 지사도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유학닷컴 건물 관리인]
"망했어요. 망해가지고 뿔뿔이 헤어졌다고 짐도 못 싸가지고 나갔다고."

소비자가 선정한 신뢰도 1위 기업이란 광고 하지만 부도가 날 때까지 학생들은 전혀 이런 상황을 알지 못했습니다.

지난 1일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갈 예정이던 류모씨는 출국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보험 상담을 위해 서울 종로의 유학닷컴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사무실은 쇠사슬로 잠겨있고, 철거 안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이틀 전 담당 직원과 통화할 때만 해도 아무런 얘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류OO/유학닷컴 피해자]
"짐도 다 싸놓고 비행기 표도 다 있고. 필리핀 어학원에 연락 전화를 했죠. 전화를 했더니 돈을 입금을 안 해서 안 그래도 (학생한테) 연락하려고 했다."

필리핀 현지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구자학 씨는 학기가 시작된 지 2주 만에 학교에서 쫓겨났습니다.

[구자학/유학닷컴 피해자]
"기숙사비 그다음에 수업비가 입금되지 않았으니 나가시든가 아니면 돈을 더 입금해라. 1년 휴학을 한 건데 시간은 시간대로 날리고 돈은 돈대로 날리고 멘탈은 멘탈대로 나가고 모두 유학닷컴이 학비를 선불로 받아간 경우."

수업을 시작하려면 길게는 1년, 짧게는 두세 달 앞두고 있었지만 유학닷컴은 입학 수속을 위해 또는 학비를 깎아주겠다는 이유로 선불을 요구했습니다.

[송OO/유학닷컴 피해자]
"지금 계약 안 하면 넌 항공료 지원을 못 받고 만약에 4월 말까지 돈을 내면 프로모션 해주겠다. 니가 항공료를 얼마를 주든 캐나다 같은 경우 최대 120만 원까지 지원을 해주겠다."

학생들이 유학닷컴과 작성한 계약서입니다.

고객이 납부한 돈을 즉시 어학원과 숙소에 송금한다고 돼 있습니다.

학생들은 이를 믿고 돈을 냈고, 이후 유학닷컴은 문자메시지나 상담 전화를 통해 학비가 문제없이 학교에 송금됐다고 통보해 줬습니다.

하지만,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류OO/유학닷컴 피해자]
"담당 직원한테 더 배신감이 큰 거죠. 그 사람이 자기 믿으라고 했으니까. 송금 다 했다고 전화까지 해서 아무렇지 않게 그리고 학교에서 입학허가서가 와서 여기 (유학닷컴) 앱에다 올려놨고."

심지어 학교가 발행한 학비 영수증이나 입학허가서를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학비가 모두 지불됐다는 내용입니다.

학생들은 꼼짝없이 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심OO/유학닷컴 본사직원]
"사기입니다. 그거를 본사에서 (학비를) 홀딩하고 있다가 그걸로 임대료라든지 자기(회사 대표) 사람들 쓸 거 법인카드라든지 그걸(학비) 가지고 돌려썼는데 그게 포화 상태가 되다 보니 저희보고 학교에다 얘기해서 학비 지급 날짜를 늦춰라."

어학연수 1년 비용 1천만 원을 지불한 이 모 씨가 지난달 28일 상담직원과 통화한 내용입니다.

[유학닷컴 상담사]
"지금 필리핀은 송금이 되셨어요. 제가 확인을 해보니까 그래서 입학허가서를 저희가 받았거든요. (입학허가서가 그 송금을 다 받았을 때 나오는 거예요?) 네 맞아요."

하지만, 이틀 뒤 유학닷컴은 문을 닫았고 이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현지 학교에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이OO/유학닷컴 피해자]
"(학교에서는) 학비 송금된 게 없다고 그래서 입학허가서에 근데 송금됐다는 내용이 있는데 그렇게 여쭤봤더니 관례라는 표현을 쓰시더라고요. 관례로."

대체 학교들은 왜 '학비 완납'이란 문구가 들어간 입학 허가서를 보내줬을까?

[필리핀 A 학교 관계자]
"유학닷컴하고 오랜 기간 거래를 해왔으니까요. 학생들이 확정을 받고 싶어한다 (뭐를요?) 등록금에 대한. 그러기 위해서 (유학닷컴이) 이러이러한 문구를 넣어달라 학생들을 안심시키려는 용도로."

학교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학닷컴이 송금 사고를 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학비완납증명서를 발급했다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한국인 유학생을 가장 많이 유치해주는 최대 고객, 유학닷컴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습니다.

[필리핀 A 학교 관계자]
"물론 저희 잘못도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들(유학닷컴)의 지위를 이용해서 우리에게 계속해서 그 문서를 발행해달라고 요청을 했었고 그런 최대 고객의 요구를 저희가 무시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고요."

사실 유학닷컴은 1년 전만 해도 학생들이 학비를 낼 때마다 그때그때 바로 송금을 진행했습니다.

[심OO/유학닷컴 본사 직원]
"'글로벌한'이라는 곳에서 인수를 하기 전의 사장님께선 매번 건 바이 건으로 (학비를) 다 나가게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송금) 수수료도 굉장히 많이 피해를 받아요. 그거 불구하고 신뢰 때문에."

그런데 지난해 11월 경영진이 바뀌면서 즉시 송금 방식이 아니라 수업 시작 직전, 그즈음 다른 학생이 낸 학비로 송금하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해오다 자금이 바닥난 겁니다.

고의든 아니든 새로운 경영진의 운영 방식에 책임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피해자들은 이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곳 밴쿠버는 피해 학생이 가장 많은 지역이면서

지난해 말 유학닷컴을 인수한 캐나다계 회사의 본사가 있는 곳입니다.

이번 사태가 자금난에 따른 단순 부도인지 아니면 학생들의 돈을 빼돌린 범죄인지 파악하기 위해 유학닷컴의 경영진을 접촉해 봤습니다.

현재 유학닷컴의 대표는 두 명.

이 중 학비 송금 같은 자금 관리를 맡았다는 이 모 씨는 캐나다 시민권자로

유학닷컴이 문을 닫은 직후 캐나다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580은 이 씨를 만나기 위해 먼저 이 씨의 밴쿠버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그 자리엔 다른 회사가 들어와 있습니다.

[사무실 입주자]
"(글로벌 한이라는 회사 아세요?) 여기 있었죠. 바뀐 거는 한 서너 달 되고요 (이OO 사장님 아세요?) 알죠 (어디 계세요. 그분?) 몰라요. 연락이 안 돼요."

이 대표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밴쿠버 도심에 자리한 초고층의 최고급 아파트.

보안 시스템상 이 씨가 사는 건물 내부로 접근할 수가 없었습니다.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습니다.

유학닷컴의 두 대표는 사재를 출연해서라도 밀린 학비와 직원 월급을 보전해주겠다는 각서를 남기고 외부와 접촉을 끊은 상태.

수소문 끝에 역시 캐나다에 살고 있는 유학닷컴의 부회장 임 모 씨를 만났습니다.

그 역시 대표들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진작부터 대표들이 학비를 회삿돈처럼 사용하는 걸 경고했다고 합니다.

[임OO 부회장/유학닷컴]
"당신네들 회사 돈으로 에쿠스 타고 다니고 제네시스 타고 다니고 법인카드 쓰고 다니면서 뭐 하는 거냐. 횡령이라고 봐요. 제가 몇 건 아는 것도 있고. 학생들을 완전히 망가뜨렸어. 말도 안 되는 거예요."

직원들도 문을 닫기 전까지 유학닷컴의 영업실적이 나쁘지 않았다며 부도 과정에 의혹을 제기합니다.

[심OO/ 유학닷컴 본사 직원]
"올해 상반기까지 전체 한국에서 유학닷컴이 가장 매출이 좋았습니다."

[윤OO/ 유학닷컴 본사 직원]
"회사를 돌리기에 한 달에 필요한 금액이 있는 건 아는데 그 정도까지 떨어지지 않았어요. 근데 이 돈들이 어디로 샜는지 모르겠는 거예요."

그런데 한국의 모든 지사가 문을 닫은 것과 달리 유학닷컴 밴쿠버 지사는 문을 열고 운영 중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왔어요.)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현지 유학생들이 상담을 받으러 오고 유학생을 유치한 학교에선 밴쿠버 지사 계좌로 고액의 수수료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OOO 매니저/유학닷컴 밴쿠버 지사]
"(그 계좌가 지금) 오픈이 되고 있어야지만 학교 측 입장에서도 저희 쪽으로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아요. (계좌 관리는 매니저님이 하십니까?) 아뇨 제가 아니고 (그럼 여기 본부장님) 네네."

밴쿠버 지사의 운영과 계좌를 관리하는 본부장은 잠적한 대표 이 씨의 부인 서모씨, 얼마 전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다는 서 씨는 최근 이 계좌에서 천여 만원을 인출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임OO 부회장/유학닷컴]
"저는 범죄라 봐요. 책임감이 있다면 그런 돈이나 지사들 (임대) 보증금이라든가 인테리어 비용 이런 거 한 곳에 모아 가지고 한 명이라도 구제해 주는 게 맞다라는 거죠."

유학닷컴이 학생들에게 나눠줬던 '유학사기 조심하라'는 제목의 책자입니다.

현재 학생들의 피해 유형을 유학닷컴 스스로 사기라고 규정해 놨습니다.

[정00/유학닷컴 피해자]
"이거를 이렇게 펴주면서 이렇게 한 번씩 언급을 해줬거든요. 저희는 뭐 이런 신뢰도 1위의 기업, 뭐 유학원이고 어쩌고저쩌고하면서 안심하셔도 된다."

현지 학교가 문을 닫을 경우 유학닷컴이 100% 보장해준다며 학생들을 안심시켰던 보험은 아예 가입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윤OO/유학닷컴 본사 직원]
"존재하지 않는 보험이에요. 어느 보험사에도 유학생보험이라는, 유학원의 학비에 대한 부분을 대처해주는 그런 보험은 없습니다. 학생들이 드는 보험은 따로 있어요. 그건 의료보험이라고 보시면 돼요."

한국에 남은 공동대표 이 모 씨는 최근 유학닷컴의 기업 회생 절차를 법원에 신청했다고 밝혔습니다.

50여 명의 직원들은 밀린 임금을 달라는 진정을 노동청에 냈고 피해 학생들은 회사 대표를 형사 고소했습니다.

유학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유학닷컴 만의 일이 아니라며 언제든 사고가 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김기동 사무국장/한국유학협회]
"매년 유학원들로 인한 피해. 저는 몇백억씩은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유학원이 여러 가지 조건에 맞춰 가지고 허가제가 되고 학생들이 학비를 직접 송금하는 시스템만 잡힌다면 이런 문제가 벌어질 이유가 없거든요."

전 세계 유학시장의 큰 손님 한국 학비 선불을 요구하는 유학대행 업체들은 여전히 적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학비를 송금하거나 송금을 대행할 경우 전화나 이메일로 반드시 현지에 확인하는 유학 사고에 대비한 조치가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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