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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장인수 기자

이상한 장학사, 못 믿을 학폭위

이상한 장학사, 못 믿을 학폭위
입력 2016-11-28 11:02 | 수정 2016-11-2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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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이 수개월간 지속적인 따돌림과 폭행을 당해왔습니다.

    담임선생님은 이 같은 사실을 기록했고, 목격자도 있으며 가해자는 폭행 사실을 인정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학교폭력위원회는 ‘조치 없음’ 결정을 내렸고, 경찰에 상담을 요청해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담당 장학사는 오히려 피해아동 부모를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하겠다고 협박까지 했는데요.

    학교 폭력에 괴로워하는 아이,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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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에 사는 초등학교 1학년생 김민우(가명)군은 최근 병원에서 심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우울증 상태가 심각해 약물치료까지 받았습니다.

    우울증 검사지엔 '자살하고 싶다'고 답했고

    거의 매일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낫겠다. 혹은 자해할 생각을 했다' 고 털어놨습니다.

    [지정윤 민우(가명) 엄마]
    "내가 내 애를 잘 키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아무리 애를 잘 키워도 이런 외부적인 상황에 대해서 아이가 상처를 받고 무너지고.."

    민우는 원래 밝고 장난기가 많은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민우 부모는 지난달 10일부터 민우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같은 반 친구들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는 겁니다.

    민우와 친구들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지난 5월 엄마는 민우를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축구교실에 보냈습니다.

    [지정윤 민우(가명) 엄마]
    "한 3~4일 가고 난 다음에 민우가 '엄마 나 이제 축구 가기 싫어요.'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왜 그런데?' 이랬더니 '친구들이 놀리고 때려요.'"

    축구교실 선생님이 안 보는 동안 아이들이 민우를 밀어 넘어뜨리고 발로 밟았다는 겁니다.

    축구교실 선생님에게 이를 알린 뒤에도 놀림은 계속됐고, 결국 두 달 만에 축구교실을 그만뒀습니다.

    지난 7월에는 민우가 아이들한테 맞는 걸 엄마가 직접 목격했습니다.

    놀이터에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지정윤 민우(가명) 엄마]
    "민우를 밀쳐서 여기로 들어가고 그다음에 이제 주먹이랑 발로 이렇게 폭력을 가해서 그때 이제 보고 있던 엄마들이 하지 말라고.."

    등굣길에서 친구가 신발주머니로 민우 머리를 내려치는 것도,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모습도 눈앞에서 봤습니다.

    [지정윤 민우(가명) 엄마]
    "'저리 가' '꺼져' '우리 있는 쪽으로 오지 마' 민우가 가까이 오면 '민우 온다.' 이렇게 피하면서 깔깔대면서 '저리 가' 그러면서.."

    엄마로부터 이런 사실을 들은 담임 선생님은 해당 아이와 부모에게 주의를 주기도 했습니다.

    [담임 선생님/면담 녹취 10월28일]
    "그때 아이가 폭력적이고 공격적이에요 라는 말을 쓰진 않았지만 '아이가 장난으로 치는 게 있다. 근데 그게 당하는 입장에서는 불편을 겪을 수 있으니까 그건 조금 주의를 주셔야겠다'고 말씀을 (상대 아동 엄마에게) 드렸거든요."

    하지만, 2학기가 돼서도 민우는 계속 맞았다고 합니다.

    [지정윤 민우(가명) 엄마]
    "OO이가 자꾸 나한테 가슴에 펀치를 날린대요. 그래서 '응?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해서 내가 화장실에 가거나 물을 마시러 가면 그냥 갑자기 와서 가슴에다 펀치를 날린대요. 근데 그게 너무 아프다는 거예요."

    피해자는 민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두 친구도 같은 아이들로부터 맞거나 옷을 뺏기는 등 괴롭힘을 당했다는 거였습니다.

    이같은 사실이 엄마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9월 말 엄마들의 중재로 해당 아이와 엄마들이 사과를 했습니다.

    미안하단 문자도 보냈습니다.

    이같은 사과를 받기 하루 전 민우 엄마는 답답한 마음에 학교폭력신고센터인 117에 전화를 걸어 상담을 받았습니다.

    117은 나름대로 해결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들이 이 사건에 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상황은 오히려 이때부터 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117은 경찰이 학교폭력과 관련된 신고를 받고 상담을 해주기 위해 만든 기구입니다.

    상담 끝에 전담경찰관이 학교를 찾아와 폭력 예방교육과 해당 아동들을 만나 개별상담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예방 교육을 하기로 한 날, 담당 경찰관이 개별 상담은 할 수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학교 폭력 전담 경찰관/전화통화 10월5일]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개별적으로 만나면 그로 인해 가지고 아이들도 많이 스트레스받을 거 같거든요. 다른 아이들도 충분히 생각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는."

    개별 상담을 재차 요구하자 이 경찰관은 학교 상담실에서 피해 아동인 민우부터 조사했습니다.

    [지정윤/ 민우(가명) 엄마]
    "제가 이렇게 손을 잡아줬어요. 근데 손에서 땀이 많이 나면서 이렇게 달달달 떨더라고요. 그래서 '민우야 괜찮아 이거는 민우가 잘못해서 받는 게 아니라 민우가 힘들었으니까 거기에 대해서 도와주시려고 그러는 거야.'"

    하지만, 결국 가해 아동들에 대한 개별 상담은 하지 않았습니다.

    학교와 부모들이 반대한다는 이유였습니다.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민우만 조사를 받게 된 겁니다.

    상황은 더 심각해져 갔습니다.

    경찰관이 학교에 오게 되면서 감정이 상한 엄마들끼리 고성이 오가게 된 겁니다.

    [지정윤/민우(가명) 엄마]
    "'너 같은 게 교회를 다녀 어?' 이러면서 '너 같이 거룩하지도 않고 인간 같지도 않은 게 교회에 다녀? 네 OO들이 교회를 다녀?' 이러면서.."

    안 되겠다고 생각한 민우 부모는 학폭위, 즉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학폭위는 학교 폭력 신고가 들어오면 학부모와 경찰, 법조인 등이 관련 사실을 조사하는 기구.

    학교 폭력으로 인정되면 가해 학생에 대해 서면사과, 봉사, 학급교체, 전학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민우 부모는 담임교사가 관련내용을 학급일지에 기록했고 목격자도 있기 때문에 학폭위에서 조치가 내려질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학교 측의 태도가 이상했습니다.

    교감은 피해 부모 측에 목격자 진술서를 직접 받아오라고 했습니다.

    [교감-민우 아빠/면담녹취 10월28일]
    "목격자 진술서를 받아오셔야죠 그러면 (그걸 저희가 다 해야 되나요? 조사 기구는 뭐 하나요?) 아니요. 아니요. 어머니 측에서 유리한 증거를 내는 거잖아요. (아니 그러면 학교폭력위원회 있는데 피해자가 모든 조사를 다 해야 된다는 거잖아요. 이게 무슨 불합리한 법입니까?) 법원에서도 그렇잖아요. 각자에게 유리한 증거를 내잖아요. (초등학교 1학년생 아닙니까? 선생님) 부모가 준비하는 거잖아요 이거는.."

    민우 부모가 제출한 피해증거는 상대 부모들의 사과 문자 메시지와 다른 엄마들과의 통화내용, 민어의 병원진단서 등이었습니다.

    담임교사 역시 해당 아동들이 폭행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학폭위 회의록입니다.

    담임교사는 학폭위에서 '한 아동이 (놀이터) 시소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였고, 다른 아동은 축구교실에서 민우를 때린 일을 이야기했다'며 '지도 조치'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학급일지에도 기록이 돼 있었습니다.

    [담임 선생님/10월8일]
    "그때는 실은 1학기 때는 제가 기록을 다 해놨어요. (학급일지에 그 기록이 있으면 그게 다 학폭위에 증거로 들어간다고 그러더라고요.) 그전 거 많이 적어 놓은 거는 증거가 될 건데.."

    하지만, 두 차례 회의 끝에 학폭위는 지난 2일 증거가 부족하다며 '조치 없음' 결정을 내렸습니다.

    민우 부모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지정윤/민우(가명) 엄마]
    "아, 나 여기 가면 이제부터 때릴 테니까 이걸 녹음을 해야지. 이걸 목격자를 확보해야지 이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학교에는 CCTV가 없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학교에서 그걸 다 알면서 증거 없으면 처벌 안 하겠다. 그리고 저희 같은 경우에는 증거가 있는 부분도 이렇게 묵살해버리고 그러니까."

    학교를 찾아가 봤습니다.

    학교 측은 폭력 행위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교감 선생님/OO초등학교]
    "그런 사안이 일단 학폭이라고 볼만하지 않다는 거고 또 그 엄마가 말한 증거라고 내놓은 것들이 그게 이제 전문가가 봤을 때는 증거로써 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거.. (담임 선생님과의 통화 녹음을 들어봤을 때는 담임 선생님도 그걸 조치를 한 거라고 말씀을 하시던데요?) 아니요 아니요."

    상급 기관의 태도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학폭위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 전 학교 측의 태도가 미지근하다고 생각한 부모는 교육청에 전화를 걸었고, 초등학교 학교폭력전담 장학사가 학교를 찾아왔습니다.

    이때 장학사는 학교 폭력이 맞다고 말합니다.

    [장학사-민우 아빠/면담 녹취 10월28일]
    "일단 학교 폭력이 맞고요. 지속적으로 발생이 된 건 맞는 거 같습니다. 사실은 담임 선생님도 그렇게 조치를 하고 해 왔는데 안 돼서 결국은 학폭위를 열게 됐잖아요. 지금."

    그런데 장학사는 놀이터에서 민우가 맞은 건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민우 엄마 책임이라는 식으로 말을 합니다.

    [장학사-민우 아빠/면담 녹취 10월28일]
    "아동 학대법을 아시죠? 그 법에 보면 아이들이 그렇게 됐을 때 일차적으로 부모님이 유기하거나 아이들이 그런 사안이 있을 때 보호해 줘야 하는.. (뭐예요. 저희 잘못이란 말씀인가요. 지금?) 아니요 그게 아니고 거기에 계신 모든 어머님들이 왜 그렇게 하셨을까가 전 이해가 안 돼요."

    왜 맞는 걸 말리지 않았느냐는 식이었습니다.

    심지어 민우 엄마가 상대 아이에게 민우를 때리지 말라고 요구한 게 아동학대로 보인다며 조사하겠다고 말합니다.

    [장학사-민우 아빠/면담 녹취 10월28일]
    "어머님이 그 친구들한테 어떤 이야기를 하셔요. 그런데 문제가 뭐냐면 그게 아동학대로 보인다니까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의뢰를 해서 어머님들에 대한 조사를 좀 의뢰할 겁니다. (저희는 왜 포함이 되는 거죠?) 다른 집 아이를 계도하려고 하면 아동학대로 안 됩니다. 그건."

    [지정윤/ 민우(가명) 엄마]
    "(상대 아이에게) 때리지 말라고 했다는 말 자체로 아동학대로 신고를 하겠다고 하니까 너무 속이 상한 게 저는 그 장학사님보다도 거기 같이 계신 교감 선생님 이하 담임 선생님까지 한 마디도 이의 제기를 안 하시는 거예요."

    교육청을 찾아갔습니다.

    학교 폭력이 맞다던 장학사는 학교 폭력을 인정할 만한 기록이 없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담당 장학사/OO교육지원청]
    "(학교폭력 관련해서 기록된 게 없나요?) 예. (그래요?) 네"

    다만, 민우 부모에게 아동학대로 조사하겠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선 실수였다고 해명했습니다.

    [OOO 장학관/OO교육지원청]
    "피해자 입장에서 공격받는 느낌이다. 이런 부분들 같은 경우 저희도 공감하고요. 최대한 그 문제를 긍정적으로 원만한 방향으로 해결해 가고자 노력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도 교육청은 장학사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2580 취재가 시작되자 학폭위에 신고된 아동의 학부모들이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학폭위 개최 전 민우와 엄마에게 사실 관계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적인 사과를 했고 민우 역시 자신들의 아이를 때린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미 두 차례의 학폭위 조사를 거치며 자식들이 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으며 방송 이후 자신들의 아이가 일방적인 가해자로 몰리는 상황이 우려되는 만큼 문제를 외부로 확대시키기보다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이젠 민우 부모가 따돌림을 당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별거 아닌 일로 동네를 시끄럽게 만든 사람이 된 겁니다.

    [지정윤/ 민우(가명) 엄마]
    "학기 중에 이러면 선생님이 마음이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있겠냐고 막 이러시면서 그러는데 아 정말 제3자들의 시선은 이렇게 차갑구나. 아 이렇게 차가운 게 그렇구나!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피해자가 시끄럽게 만든 사람이 되니까 정말 유난한 사람이 되니까 피할 수밖에 없겠구나."

    자기 아이가 걸린 부모들의 갈등.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그만큼 해결하기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번 사안은 진위를 가려 그 갈등을 해결하라고 만들어놓은 기관과 제도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더 큰 문제를 불러온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정윤/민우(가명) 엄마]
    "(다시 그때로 돌아가시면 도와달라고..) 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 않고 가해자 부모님들 만나서 미안한데 우리 애들 좀 건들지 말게 해달라고 그럴 거예요. 너무 힘들다고 사정할 것 같아요. 아무 데도 도와달라고 하지 않을 거예요."

    민우는 학교를 나가지 않는 대신 대학병원을 오가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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