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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정성기 기자

3. 2017 대한민국 전망대 - 외교·안보는 '폭풍'

3. 2017 대한민국 전망대 - 외교·안보는 '폭풍'
입력 2017-01-02 11:35 | 수정 2017-01-02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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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을 예상치 못했던, 그리고 지금도 예측 불가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 힘 대결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 강한 러시아를 표방하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소위 ‘스트롱맨(strongman)’들이 주요 강대국 리더로 포진하면서 세계 질서가 재편되고 있습니다.

    민족주의에 기반한 이들의 리더십은 자국 내에선 큰 지지를 받지만 주변국들에겐 필연적으로 불안요소로 작용하기 마련입니다.

    더구나 북핵 문제나 사드, 주한미군 방위비 등 강대국들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 쉽지 않은 외교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심지어 탄핵 정국으로 외교 컨트롤타워마저 사실상 없는 상황, 대한민국은 ‘폭풍의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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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당선인]
    "우리는 더 이상 중국이 미국을 강간하는 걸 허락해선 안 됩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당선인]
    "만약 (김정은이) 온다면 맞이하겠지만, 중국 정상과 만나는 것처럼 공식 만찬은 열지 않겠습니다. 협상 테이블에서 햄버거나 먹으면 됩니다."

    '악동' 트럼프의 당선.

    그가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갈 것인가는 곧 세계의 정세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와 같은 말일 겁니다.

    예측 불가한 트럼프의 당선은 그래서 지금껏 겪어본 적 없는 낯선 시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런 미국과 G2로서 본격 경쟁 단계에 접어든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강한 러시아를 표방하는 푸틴 대통령, 헌법을 고쳐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국익과 민족주의로 무장한, 소위 '스트롱맨'의 시대가 열린 겁니다.

    트럼프의 등장으로 강대국들의 외교지형이 크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우방이나 동맹을 따지기보단 자국의 이익과 실리를 최우선으로 삼는 고립주의와 힘의 외교가 눈앞에 현실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지난달 2일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과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이 한 통의 전화가 심상치 않은 파장을 만들었습니다.

    '하나의 중국'의 원칙 아래 대만을 국제무대에서 외교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던 미국의 40년 외교관례를 일거에 깨뜨린 사건.

    미국과 중국의 기 싸움이 시작됐다는 겁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겅솽/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정부는 일관되고 단호하게 중국과 수교한 나라가 대만과 교류하는 것을 반대합니다."

    트럼프는 한 술 더 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까지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당선인]
    '하나의 중국' 원칙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지만 (중국이) 무역 문제를 포함해 다른 문제들을 협상하지 않는다면 왜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러시아.

    퇴임을 한 달여 앞둔 오바마 대통령은 사흘 전,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시켰습니다.

    러시아 정보당국이 미국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캠프의 이메일을 해킹해 사실상 트럼프를 도왔다는 의혹에 대한 초강경 보복조치, 양국 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었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이 같은 사이버 공격을 통한 내정 개입을 막아야 합니다. 이것은 특정 당파의 문제가 아니라 초당적인 사안입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정권을 인수하면 상황은 180도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가 줄곧 테러와의 전쟁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조해 왔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러시아와 손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에서 석유사업을 하던 엑손모빌의 틸러슨 회장을 초대 국무장관에 앉히면서 이런 예상은 더욱 굳어졌습니다.

    [렉스 틸러슨/미국 국무장관 내정자]
    "푸틴과는 1999년부터 거의 15년 가까이 알고 지내고 있습니다. 전 푸틴이 하는 일에 모두 동의하진 않지만 매우 가까운 사이임엔 틀림이 없습니다."

    일본은 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당선 일주일 만에 미국 뉴욕으로 날아가 트럼프와 처음 기념사진을 찍은 외국 정상이 됐습니다.

    주일미군 주둔비용 등을 문제삼았던 트럼프를 달래고, 미·일 동맹을 다지기 위한 포석입니다.

    [아베 신조/일본 총리]
    "트럼프 당선자와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 회담이었습니다."

    오바마에 이어 트럼프의 지원을 얻어야만 아베 정부가 꿈꾸는 군사대국화로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습니다.

    [박진 이사장/아시아 미래연구원]
    "미국과 일본 간의 전후시대는 이제 종말을 고하고, 일본이 '정상국가'로 갈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열렸다 그렇게 보고 있는 거죠. 그래서 앞으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이라든지 또는 동아시아에서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라든지 이런 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일본의 다른 한 손은 러시아를 향해 뻗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자신의 고향으로 푸틴 대통령을 초청했고,

    [아베 신조/일본 총리]
    "러시아 대통령의 11년 만의 방일을 제 고향인 나가토시에서 맞이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2차 대전 이후 러시아에 넘긴 북방 영토, 즉 쿠릴 4개 섬에서의 경제협력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북방영토 경제협력에 대한 아베 총리의 생각을 지지합니다. 평화 협상 지속을 위한 좋은 환경을 만들 겁니다."

    미국을 의식해 러시아와의 거리를 두던 일본이 트럼프의 친러 성향에 맞춰 러시아와 '신 밀월 관계' 만들기에 나섰다는 평가입니다.

    [호사카 유지 교수/세종대학교 교양학부]
    "일본과 러시아가 가까워지는 것을 미국이 싫어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 때문에 트럼프는‘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한다’ 이렇게 말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도 하나의 큰 변수가 됐었어요."

    결국,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라는 전통적인 대결 구도에서 미국과 일본이 러시아를 끌어당기는 모양새가 됐고, 이는 중국을 고립시키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구상과도 맞아떨어집니다.

    [최강 부원장/아산정책연구원]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는 오바마 정부에서는 협력과 경쟁이라는 구도라고 얘기했는데, 아마 트럼프 시절의 미 ·중 관계는 갈등과 마찰의 연속적인 관계로 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통상 문제부터 시작해서 '중국 때리기'가 굉장히 강력해 질 것입니다."

    중국이라고 가만 있을 리 없습니다.

    대만 주변 상공에 전폭기를 띄우는가 하면, 자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호'를 서태평양과 대만 연근해로 보내 대규모 훈련을 벌이며 미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인줘 전 중국인민해방군 해군 소장/중국 CCTV]
    "어느 나라든 우리를 위협한다면 랴오닝호는 강력한 보복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이달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중국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참석해, 미국에 맞선 중국의 경제 리더로서의 역할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흥규 소장/아주대학교 중국정책연구소]
    "중국은 자신의 논리에 따라 자신의 규범과 규칙, 제도를 만들어내면서 이제는 세계 경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스스로도 시장을 그런 식으로 운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있는 우리 외교입니다.

    한미 동맹과 한중협력의 쌍두마차라는 외교 기조에서 어느 한 쪽의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으로 몰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줄다리기 사이에서 우리 안보와 직결된 북한 핵 문제가 더 풀기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양무진 교수/북한대학원대학교 산학협력단]
    "(중국은)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끌어당기고, 미국은 일본과 한국을 내세워서 북한을 압박하면서도 더 나아가서 중국을 포위하는, 그런 선상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는 불안해질 수가 있습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오늘 신년사에서 대륙 간 탄도미사일 개발이 마감 단계라고 밝히며 긴장을 한껏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김정은/북한 노동당 위원장(1월 1일 신년사)]
    "우리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핵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능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한·미·일-북·중·러'라는 전통적 구도가 급속도로 깨지는 상황.

    이 복잡하고 치열한 주변국의 외교전 속에 한국은 발이 묶여 있습니다.

    대통령 탄핵으로 정상외교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고, 사드 배치와 위안부 합의 등 여전히 불확실한 외교 사안들이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야권은 곧바로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배치에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 더불어민주당]
    "총리가 권한을 대행하는 이 상황에서 사드 배치를 계속 강행해 나가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차기 정부에서 충분한 공론화와 외교적인 그런 노력들을 더 이렇게 하면서..."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사드 배치 철회를 더욱 압박하는 중국, 여기에 맞선 미국의 기 싸움도 더 팽팽해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한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확대하고, 한류 확산을 막는 이른바 '한한령'을 내리는 등 사드 보복 조치에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김흥규 소장/아주대학교 중국정책연구소]
    "지금은 아직 (사드가) 배치되기 전이기 때문에 그렇게 노골적인 보복을 하지는 않지만 배치한 후라면 이제 경제적인 단계에서 더욱 고차원의, 예를 들면 삼성이라든가 아주 노골적인 제재,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서 영해 문제가 불거져 나올 거고요."

    그러나 미국은 사드 배치는 번복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조시 어니스트/백악관 대변인]
    "한국에 정치적 동요가 일어나고 있긴 하지만 탄도탄 방어미사일 포대를 배차하는 계획엔 변함이 없습니다."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도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습니다.

    국내 반발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데다 야권도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일 합의 폐기하라!, 한일 합의 폐기하라!"

    하지만, 일본은 재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고, 윤병세 외교부장관도 잘된 합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일본 관방장관]
    "(위안부 합의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했다는 한국 정부의 명확한 확약을 받았습니다."

    여론을 거스른 합의는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미 맺어진 국가 간의 합의인 만큼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최강 부원장/아산정책연구원]
    "국민의 힘이 가장 중요한 시기에 우리는 들어서 있고, 국민이 이런 외교안보 문제에서 어떠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를 명확히 보여주는 게 필요한 것이죠."

    [호사카 유지 교수/세종대학교 교양학부]
    "한꺼번에 하긴 대단히 어렵고요. 한일 관계라든가 한국의 전체를 볼 때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좀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내용은 일본과 좀 더 길게 잡아서 원상복귀 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국의 트럼프 정부와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로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 있습니다.

    [양무진 교수/북한대학원대학교 산학협력단]
    "트럼프 당선자는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안보 문제도 경제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우리에 대해 방위비 분담비 문제와 한미 군사훈련, 그리고 주한미군과 연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15년 기준, 우리 정부가 부담한 분담금은 9천320억 원, 전체 비용의 절반입니다.

    국민총생산을 기준으로 따지면 미군이 주둔해 있는 일본과 독일보다 우리가 방위비를 더 많이 내고 있지만, 트럼프는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돈을 더 내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박진 이사장/아시아 미래연구원]
    "'미국이 특별배려를 해야 한다.' 이렇게 논리를 세울 것이 아니라 주한미군이 여기에 주둔하는 것이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비용이 적게 든다 하는 그런 논리적인 차원에서 미국을 설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불확실한 트럼프의 대북정책 노선은 우리 외교에 직격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최강 부원장/아산정책연구원]
    "기존의 공화당의 전통적인 정책을 취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보다 좀 더 변화가 크고, 때로는 민주당의 정책을 취하는 성향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그 방향성을 도저히 예측할 수 없다..."

    실리를 중시하는 트럼프의 스타일, 여기에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해온 북한의 이해가 맞아떨어질 경우 트럼프와 김정은의 1:1 대화가 성사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북한 문제에 있어서 우리 정부가 주도권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게 문젭니다.

    [박진 이사장/아시아 미래연구원]
    "트럼프 당선인은 실용적인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과 탐색적인 대화를 한번 하는 것이 어떤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어떻게 보면 양극단으로 갈 수 있는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더더구나 우리와 미국 간의 대북정책에 대한 공조 이런 것이 대단히 중요한 시점입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017년이 한국 외교에 '엄중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상황과 국제 질서가 우리나라에 더 많은 도전을 안겨줄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낸 겁니다.

    강대국의 패권 경쟁 한 가운데 끼어있는 한국, 그러나 이를 헤쳐나갈 사령탑은 없는 상황.

    좋든 싫든 2017년 시작은 '내우외환'이라는 네 글자로 압축될 듯합니다.

    [최강 부원장/아산정책연구원]
    "이렇게 어렵고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외교 안보에 사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리더십이 없다는 것이 굉장히 큰 문제인 거죠."

    기존의 지도와 좌표가 뒤바뀌는 격랑의 항해를 시작해야 합니다.

    키를 단단히 쥐는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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