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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조의명 기자

금복주, 이번엔 ‘떡값’ 뜯어내기?

금복주, 이번엔 ‘떡값’ 뜯어내기?
입력 2017-02-20 10:36 | 수정 2017-02-2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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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한 여성은 사표를 내고 퇴사해야 한다는 이상한 지침으로 큰 논란을 빚었던 소주 제조회사 금복주.

    이번에는 협력업체로부터 상습적으로 금품을 상납 받아온 것으로 드러나 또다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판촉 홍보를 대행하는 업체의 사장은 금복주 간부로부터 명절 ‘떡값’ 명목으로 노골적인 상납 압박을 받아 왔다고 폭로했습니다.

    때마다 수백만 원씩 상납하지 않으면 거래처를 바꿔버리겠다는 협박을 듣는가 하면, ‘여자라서 눈치가 없다’ ‘하청업체 주제에 X랄한다’등 성희롱 발언과 폭언을 듣기도 했다는데요.

    금복주는 이에 대해 개인적인 일탈 행위라며 해당 간부를 해고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밝혔지만, 이 간부는 새로운 사실을 2580 취재진에게 털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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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나한테 고마워해야 되지 그건. 1년 거래 더 할 수 있도록 내가 만들어 줬잖아. 왜 대답이 없노? 너는 고맙다고 눈물을 흘려도 모자랄 판국에... 1천만 원 주는 게 다야. 5백, 5백이야 그냥. (그거 수용 못 하면 제가 잘려나가야 돼요? 저 10년 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거든요.) 그 금액을 못 맞춰 낼 것 같으면 못 하는거지 무슨 상관인데 도대체? 자꾸 그런 소리 하고 앙탈부리고 그럼 안된다. 제발 뭐가 똥인지 된장인지 알고 덤벼. XX야."

    1천만 원을 내놓으라는 남자의 목소리는 한 주류 제조회사의 간부, 10년 동안 열심히 일했다고 호소하는 여성은 하청업체 사장입니다.

    일감을 줬으니 상납을 하라는 이 회사, 알고 보니, 지난해 결혼한 여직원을 강제 퇴사시키는 관행으로 큰 논란을 일으킨 주류회사 금복주입니다.

    대구에서 작은 홍보 대행사를 운영하는 한선미 씨는 지난 2003년부터 금복주의 거리판촉 행사 일을 맡아왔습니다.

    그런데 10년째 되던 2013년 가을, 금복주 본사 팀장급 간부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조용한 곳에서 만나자던 이 간부는, 갑자기 한 씨를 나무라기 시작했습니다.

    [한선미(가명) 사장 홍보대행사, 금복주 하청업체]
    "매출이 많이 오르지 않았냐면서 그런 얘기를 하다가 "10년 동안 제대로 금복주에 인사를 제대로 한 적이 없지 않냐" 이러시더라고요. 그래서 '인사, 어떤 인사를 말씀하시냐'고."

    무슨 의미인지 몰라 되묻자 날 선 대답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금복주 OO팀장]
    "참 말귀 못 알아듣네. 여자들이랑 사업하지 말라는 말이 딱 맞다니까. 네가 지금 이해를 제대로 못 하네..."

    [한선미(가명) 사장 홍보대행사, 금복주 하청업체]
    "선물이나 회식비 정도 지원을 해달라는 얘긴 줄 알고 그렇게 해드리면 되냐고... 근데 그 팀장님은 피식 웃으면서 세상 물정 너무 모른다고 얘기하시면서 3백만 원을 딱 금액을 말씀을 하셨어요."

    흔적이 남지 않게 계좌이체가 아니라 5만 원권 현금으로 사흘 안에 준비하라는 요구.

    한 씨는 거래한 지 10년이나 됐으니 한 번쯤은 말 그대로 인사라 생각하고 순순히 돈을 건넸습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듬해엔 설, 추석에 각각 500만 원씩, 다음해엔 아예 금복주로부터 수주받은 매출액의 5%를, 그것도 실제 계약이 이뤄지기도 전에 선납으로 내놓으라고 다그쳤다는 겁니다.

    반말은 물론, 싫으면 일을 하지 말라는 말도 당연한 듯 덧붙입니다.

    [한선미(가명) 사장 홍보대행사, 금복주 하청업체]
    "(어제 말씀이랑 또 다르잖아요. 그러면.) 뭐 달라 인마 (행사도 안 하고 결제도 안 받았는데 달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돼요.) 먼저 주고라도 (일을) 하든지, 그건 네가 선택하면 되잖아, 그거 싫다 하면 안 하면 그만이고."

    상납액이 너무 크다고 하소연도 해 봤지만, 팀장은 자신은 심부름꾼일 뿐이라 어쩔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금복주 OO팀장]
    "영감쟁이가 자꾸 5%, 5% 부르짖으니까... 나도 인간이 저렇게 나올 줄 몰랐지. (그래서) 내가 본의 아니게 너한테 그런 거고."

    팀장의 말 속에 등장하는 영감은 당시 금복주 사장이었던 박 모 씨를 이르는 말이었습니다.

    상납이 늦거나 액수가 적으면 팀장 자신도 사장에게 질책을 받는다는 겁니다.

    [금복주 OO팀장]
    "네가 네 입으로 우리 회사 그만 한다고 이야기 좀 해 줘. 그래야지 나도 사장한테 욕 안 얻어먹고... 그래서 새로운 업체 만나가지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5%를 받든 10%를 받든 앞으로 나서서 할 테니까."

    결국, 한 씨는 3년간 시달림을 받으며 2,800만 원을 금복주 측에 상납했습니다.

    [한선미(가명) 사장 홍보대행사, 금복주 하청업체]
    "혼자 받아챙기면서 박 대표를 팔아먹는 건가 초반엔 의심을 했었어요. 그런데 (내년) 행사 계획이 몇억이다. 거기에 몇 퍼센트를 상납을 해라 이렇게 구체적으로 상납 지시를 하는 걸 보고 이건 일개 팀장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고."

    그런데 지난해 설 무렵, 명절 때면 어김없이 독촉하던 팀장의 연락이 웬일인지 오지 않았습니다.

    얼마 뒤, 한 씨는 우연히 TV에서 여직원의 승진을 막고, 결혼하면 퇴사시키는 금복주의 이상한 관행에 대한 고발내용을 봤습니다.

    "결혼해가지고 애만 하나 낳는 순간에 화장실 가서 눈물 짜고 있다고.. 유축기 들고 들어가서 화장실에서 짜고 앉았고."

    화면 속에서 결혼한 여직원을 비하는 한 금복주 간부.

    말투나 태도로 미뤄 자신에게 돈을 뜯어내던 바로 그 팀장임을 알아챘다고 합니다.

    [한선미(가명) 사장 홍보대행사, 금복주 하청업체]
    "그때 음성변조가 다 돼서 나오는데도 막말을 하는 그 담당자가 누군지 저는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아 진짜 터질 게 터졌구나."

    2580 방송 이후,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등 여론이 요동치자 금복주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와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박 OO/금복주 대표이사 (지난해 3월)]
    "남녀고용평등법에 의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범적인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문제의 팀장이 직위 해제됐다는 소식을 들은 한 씨는 자신도 이제 상납 협박에서 벗어날 거라 생각했지만,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한선미(가명) 사장 홍보대행사, 금복주 하청업체]
    "2016년 4월 말에 연락이 와가지고 '상납 시기가 설이었는데 훨씬 지났는데 왜 너는 먼저 연락을 한 통 안 하냐'면서."

    직위 해제됐다던 팀장은 여전히 건재를 과시했습니다.

    당시 징계와 사과도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요식 행위쯤이었다고 합니다.

    "다른 곳은 직위 해제하면 있잖아. 직위에 대한 수당이 있거든. 근데 우리 회사는 직위에 대한 수당이 없어요. 무슨 말인지 알겠나? 똑같다. 이제 이거지. 금복주 OO팀장 직위해제, 그 대신 금복주 OO팀 OO차장 이걸로 끝. 어때?"

    사장과 긴밀하게 엮여 있는 자신을 회사에서도 건드릴 수 없다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나하고 사장하고 (처벌)하려고 하면 회사에서 진짜로 처벌을 할 순 없잖아? 그 사람하고 싸울 순 없어. 박 대표와 싸워서 이긴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한선미(가명) 사장 홍보대행사, 금복주 하청업체]
    "이 회사는 변하지가 않는구나! 진짜 세상이 이런 건가... 더 이상 상납 요구에 대해서 항의할 힘마저 더 이상 저항했다가는 진짜 거래를 중단당하겠구나."

    그러던 중, 지난해 말 금복주 본사에서 사장의 상납 비리에 대한 내사를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마지막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금복주의 감사 담당자는 한 씨에게 이미 비리 정황이 상당 부분 드러났으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했습니다.

    [금복주 감사 담당자 (지난해 12월)]
    "이건 처벌하지 않을 수 없는 대상입니다. 무조건. 이분(대표이사)은 그런 절차를 밟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른 하청 대표들도 거의 피눈물을 토합니다. 전 거래처로부터 이런 악덕한, 악독한 짓을 해 왔다는 걸 제가 증거를 모으고 있고."

    한 씨뿐 아니라 다른 하청업체들도 상납요구에 시달려 왔다는 겁니다.

    "(저 말고는 다른 데 연루가) 다른 하청, 하청 담당하는 팀장이 연루가 됐습니다. 줄(윗선)은 한 줄로 갑니다."

    하지만, 그 뒤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고, 금복주는 한 씨와의 거래를 중단하고, 다른 홍보대행사를 선정했습니다.

    2580은 금복주 본사를 찾아가 감사 결과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금복주는 자체 조사 결과 팀장 한 명의 개인 비리로 밝혀져 지난 1월 사표를 수리하고 사안을 매듭지었다고 밝혔습니다.

    회사 차원에서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얘기.

    [금복주 임원]
    "자체 조사한 부분은 다른 문제가 없다는 거죠. 회사와 연관된 부분이 아니고 개인 일탈에 의한 개인 비리 차원 아닙니까?"

    다른 업체로부터도 상납받은 사실이 있다며 한씨에게 감사 진행상황을 알려줬던 담당자는, 그 당시 한 말은 혼자 추측한 거라는 이상한 해명을 내놨습니다."

    [금복주 감사 담당자]
    "워낙 구구절절 애절하게 말씀을 하시니까 동정이 가더라고요.. 계속 듣다 보니까 솔직히 동화 아닌 동화가 되더라고요. 그러니 다 연루가 되었겠구나! (말을)지어내서 편을 들어주신 거는 젝 그걸 믿어야 할까요?) 제가."

    대표이사 박 모 씨는 별다른 징계 없이 올해 초 임기를 마치고 퇴사했습니다.

    정말 간부 한 명의 개인적 비리였던 걸까, 2580은 퇴사한 팀장을 찾았습니다.

    오랜 설득 끝에 어렵게 입을 연 팀장은 자신은 사장의 지시를 받은 심부름꾼 중 한 명일 뿐이라고 털어놨습니다.

    상납받은 돈이 사장에게도 전달됐다는 겁니다.

    [금복주 OO팀장]
    "제가 돈을 받아서 (사장에게) 갖다 드린 건 솔직히 저만 알고 있었지 어느 직원이 알고 있었겠습니까? 그런 거죠. (다른 사람이 움직였다고 해도 서로는 모르고?)그렇죠."

    그리고 사건을 무마시키기 위해 회사 방침에 따라 자신이 희생양이 된 거라고 말합니다.

    "저한테 한 얘기가 만약에 일이 불거지면 자기는 대표이사니까 좀 빠져야 한다. '네가 한 걸로 미안하지만 그렇게 하자' 어떻게 분위기가 그렇게 몰고 갔어요."

    팀장은 경찰을 찾아가 이같은 사실을 모두 진술하겠다고 취재진에게 약속했습니다.

    갑질도, 상납도 문제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잘못이 드러나도 숨기기에만 급급한 회사 측의 태도입니다.

    60년 동안 여직원의 승진을 막고 결혼하면 퇴사시켰던 관행이 드러난 뒤, 정부가 금복주에 내린 처분은 과태료 80만 원과 함께 시정 조치가 전부였습니다.

    결국, 회사가 자발적으로 조직 문화를 고쳐나가라고 주문한 셈인데, 그 후 얼마나 나아졌을까요?

    금복주 측은 2580 방송 후 여직원 채용을 늘리고, 창사 후 처음으로 고졸 여사원을 승진시키는 등 차별적 제도를 없앴다고 밝혔습니다.

    [금복주 임원]
    "회사 전체적으로 많은 제도 개선도 이뤄졌고 이미지 개선도 해 나가고 이바지도 하는 그런 상황인데..."

    하지만, 제도는 바뀌었을지 몰라도, 분위기는 크게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금복주에서 홍보 아르바이트 일을 하다 최근 그만뒀다는 한 여학생을 만났습니다.

    [이 OO]
    "같이 일하는 애들한테 가슴이 크니 몸매가 좋니 이런 이야기 하시고 대놓고 그렇게 얘기하시니까."

    식당가를 돌며 소주 판촉을 하는 일을 하면서, 금복주 직원들이 이상한 요구를 자주 했다고 말합니다.

    "여름 유니폼이 단추가 이렇게 있는 유니폼인데 '단추를 하나 더 풀어서 손님들한테 보이면 (홍보가) 더 잘 되지 않겠느냐'..."

    다른 아르바이트생도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유 OO]
    "술을 병뚜껑을 따는 것까지만 하면 된다고 교육을 받았는데 (금복주) 담당 직원 분들은 항상 '이걸 따라줘라. 여자가 그걸 따라줘야지 더 기분 좋게 마시지! '그러려고 여자를 쓰는 거라면서 애교부리라면서 그런 말씀을 하시고."

    이 아르바이트생은 지난가을 금복주가 준비해 준 홍보용 옷(사진)이 너무 노골적이라 부끄럽다고 말했다가 곧바로 해고됐습니다.

    "유니폼을 그쪽에서 입으라고 가지고 왔는데 작고 달라붙고 치마가 짧고 이래서."

    [금복주 판촉 담당자]
    "(옷도 너무 핏 돼서 (딱 붙어서) 부담스럽다. 이렇게 얘기하는 거예요.)아, 그럼 못 하겠다고 얘기해요? (못 하는 건 아닌데 자기 당황스러웠다고)하기 싫다 하면 보내지 마세요. 그냥. 그런 거 갖고 뭐 자꾸 못 하겠다 하고 스트레스 줄 것 같으면 저한테 보내지 마세요. 앞으로."

    금복주 측은 본사뿐 아니라 아르바이트생에 대해서도 성차별 근절에 나서고 있다며, 그런 일은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합니다.

    [금복주 관계자]
    "근무상 애로사항이라든가 근무하는 과정에서 개선할 점이 없느냐 이런 부분을 기획해서 조사를 했죠. (애로사항 조사한 중에 그런 류의 희롱당하고) 그런 건 없었습니다. 전혀 없었습니다."

    보이는 제도뿐 아니라 권위적인 회사 문화를 회사 스스로가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지난 성차별 논란에서도, 이번 상납 사건에서도 그런 자성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입니다.

    [남은주 상임대표/대구여성회]
    "경리 직원 두세 명 늘리면 회사가 바뀌냐 그게 아닌 거잖아요. 우리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성 평등이라는 게 달이라고 얘기한다면 금복주는 손가락만 보고 있는 거죠. '아 여직원 몇 명 더 뽑으면 되는구나'..."

    금복주는 2580 취재진에게 다시 한 번 회사 이미지가 손상되면 매출에 타격이 클 거라며, 향토 기업의 사정을 배려해달라고 알려왔습니다.

    하지만, 60년 향토기업의 이미지를 손상시키고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게 만든 원인이 외부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있는 건 아닌지 먼저 돌아보는 게 순서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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