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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정성기 기자

'가짜뉴스'의 습격

'가짜뉴스'의 습격
입력 2017-02-27 10:44 | 수정 2017-02-2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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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특전사 복무는 거짓이다' '반기문 대권 도전은 유엔법 위반이다' 선거철만 되면 난무하는 흑색선전과 비방전이 최근 언론 보도의 형식을 빌어 이른바 '가짜뉴스'의 형태로 양산되고 있습니다.

    뉴스 매체로 위장 유통돼 시민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짜뉴스.

    여론을 호도하고 유력 대선주자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하지만 주로 카카오톡이나 밴드와 같은 폐쇄형 SNS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최초 유포자를 찾기도 어려운데다 최근엔 가짜뉴스과 홈페이지, 전문기자를 사칭한 블로그까지 범람하는 등 가짜뉴스의 형태와 종류도 더욱 다양하고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스웨덴 테러 발언' 실수 이후 이를 가짜뉴스 탓으로 돌리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뉴스 보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시대, 진짜와 가짜, 사실과 허위 보도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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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페이스북을 통해 퍼진 영상입니다.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고, 한 여성으로부터 흰 봉투를 하나씩 받아갑니다.

    보수단체인 '박사모' 회원들이 집회 참여 후 일당을 받는 모습이라는 글과 함께 1천300번 넘게 공유됐습니다.

    알고 보니 한 야권 정치인의 행사에 동원된 탈북민들의 모습인데, 한 야당 시의원이 이들을 보수단체 회원들로 둔갑시켜 영상을 유포한 겁니다.

    태극기집회 측은 자신들은 오히려 자발적으로 모금도 한다며 억울해 합니다.

    [태극기집회 참가자]
    "우리들 자체도 돈을 받거나 그런 게 아니고 우리가 자발적으로 나와서 여기 자원봉사 하는 겁니다."

    작년 12월, 트위터에서 퍼진 기사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박 대통령 탄핵이 미국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 탄핵이 재검토돼야 한다고 쓰여있습니다.

    누군가 꾸며 쓴 가짜뉴스였는데도,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한동안 사실처럼 퍼져 나갔습니다.

    [허성실/촛불집회 참가자]
    "위기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가짜뉴스를) 만든다고 생각을 하고 그런 위기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사실 촛불집회에 나오는 사람들과 같은 편이라고 볼 순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이 아닌 내용을 기사처럼 꾸미거나 교묘히 조작해서 인터넷과 SNS을 통해 퍼뜨리는 가짜뉴스, 지난해 미국 대선 과정에선 가짜뉴스가 대선 판도에 영향을 줬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파급력을 드러냈습니다.

    대통령 탄핵 사태로 조기 대선까지 점쳐지는 국내에서도 요즘 사실과 허위를 혼동하게 하는 가짜뉴스가 하루가 멀다하고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범여권 유력 대선 후보로 꼽혔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귀국 3주 만에 대선 포기를 선언하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가짜뉴스를 언급했습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 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뉴스로 인해 정치교체 명분은 실종되면서..."

    지난해 12월 28일, 국내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속보'라는 문구와 함께 글이 올라왔습니다.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가 유엔 결의안 위반에 해당하고, 이 때문에 신임 구테헤스 사무총장도 반 전 총장을 비판했다는 내용.

    언뜻 보면 기사 같지만, 사실은 익명의 게시자가 꾸며 쓴 가짜뉴스였습니다.

    유엔결의안이 있긴 했지만 강제조항은 아니었고, 신임 사무총장은 반 전 총장을 이런 이유로 비판한 사실이 없었지만 유럽의 한 한인 매체가 이 게시물을 그대로 베껴 썼습니다.

    국내 진보 매체들까지 관련 의혹을 집중 제기하면서 반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

    [최진봉 교수/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독자들을 속이기 위해서 또는 시청자들을 속이기 위해서 진짜와 가짜를 적당히 섞어서 마치 사실인 것처럼 만드는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가짜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의 전략이라고 볼 수 있겠죠."

    한때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기록했던 '퇴주잔 논란'.

    원본 영상엔 분명히 옆 사람의 도움을 받아 첫 술잔을 묘소 주변에 뿌렸는데, 마지막에 음복하는 장면이 마치 퇴주잔을 마신 것처럼 '짜깁기 편집'이 돼 반 전 총장의 이미지에 타격을 줬습니다.

    [최창렬 교수/용인대 교양학부]
    "몇 가지 팩트에 맞지 않는 이런 것들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그리고 생각보다 언론에서 심각하게 보도됐습니다. 이런 것들은 반기문 전 총장이 정치권에 있었던 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감당하기 어려웠을 거다. 이런 추측은 들고요."

    반 전 총장 사퇴 이후론 야권 유력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흠집 내려는 가짜뉴스가 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트위터에서 논란이 된 한 기사입니다.

    문 전 대표는 특전사 부사관이 아니라 행정병으로 근무했기 때문에 특전사 출신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건 잘못됐다고 지적합니다.

    일반 병사는 훈련이 아닌 주로 심부름을 담당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듭니다.

    역시 가짜 뉴스.

    문 전 대표가 과거 시위 도중 체포돼 입대했다는 '팩트'에 일반 병사는 특전사가 아니라는 '거짓 주장'을 섞은 겁니다.

    [전 특전사 관계자]
    "특전사라고 해서 전부 부사관으로만 편성이 안 되고 직할부대 같은 데는 병사로만 편성되는 데가 있거든요. 특전사라고 봐야죠."

    선관위는 최근 문 전 대표와 관련한 가짜뉴스를 퍼뜨린 한 1인 미디어 운영자를 형사고발 했습니다.

    문 전 대표의 아버지가 인민군 상좌 출신이었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지속적으로 유포했기 때문입니다.

    [OOO 가짜뉴스 유포 개인 인터넷 방송]
    "문재인은 북한으로부터 조종당하는 로봇입니다. 대한민국을 전복시키려는 반란군의 괴수이자"

    여권의 잠재적인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황교안 총리와 관련한 가짜뉴스도 있었습니다.

    박 대통령에게 문자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알려진 황 총리.

    한 인터넷 매체가 소문만 듣고 자신들이 휴대폰 문자를 찍어 만든 후 SNS에 퍼뜨렸고, 이 때문에 최근까지도 '문자해고 총리'라는 꼬리표가 붙었습니다.

    [최진봉 교수/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대선 정국에 들어가면 더더욱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는, 정치적으로 성향이 다른 또는 반대 진영에 있는 그런 사람들이 상대방을 공격하는 방법으로 가짜 뉴스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아요. "

    최근엔 박영수 특검이 과거 성추행 전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가짜뉴스, 촛불집회가 북한의 지령에 의해 기획된 것이라고 전하는 가짜 노동신문까지 등장했습니다.

    [하태경 의원/바른정당]
    "이게 심각한 것이 어쨌든 사법부를 흔드는 겁니다. 특히 가짜뉴스로 흔드는 이런 여론으로부터 자유로워야 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견제가 너무 없다."

    가짜뉴스에 대한 논란은 커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를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은 없는 실정입니다.

    우선, 가짜뉴스의 기준부터가 애매하고, 자칫 과도한 규제로 표현의 자유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미국 대선 과정에서 큰 논란을 일으킨 가짜뉴스.

    '반 트럼프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이 사실은 힐러리 캠프로부터 돈을 받고 사주를 받았다고 폭로하는 내용입니다.

    유력 언론사의 로고와 기사 형식,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인터뷰 등 실제 기사라고 해도 믿을 정도입니다.

    전문 가짜뉴스 웹사이트에서 만들어진 건데, 미국 대선정국에선 200개 넘는 가짜뉴스 웹사이트가 범람한 걸로 추산됐습니다.

    [박아란 박사/한국언론진흥재단]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가짜뉴스는 범위를 조금 좁혀서 봐야 될 필요가 있을 것 같거든요. 허위 사실을 유포하기 위한 목적으로 뉴스포맷을 가진 것, 뉴스 형식을 가지고 이걸 퍼트렸을 때 가짜뉴스로 봐야 될 것 같거든요."

    국내엔 이런 전문 가짜뉴스 사이트는 없지만, 유사한 곳은 있습니다.

    기사 제목과 간단한 내용을 입력하면 기사가 만들어지고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등으로 전송할 수 있습니다.

    '반기문 전 총장 대선후보 사퇴'라는 제목이 달린 이 기사는 실제 사퇴 기자회견 열흘 전쯤 나온 가짜기사입니다.

    기사를 열어보면 만우절 얘기가 나와 금방 가짜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지만, 제목만 보고 이른바 낚인 사람들이 많아 선관위의 경고를 받기도 했습니다.

    [가짜뉴스 사이트 개발자]
    "대선 후보 이름처럼 선거랑 관련된 단어는 애초에 필터링이 돼서 아예 문제가 될 만한 뉴스를 원천적으로 제공할 수 없게 그렇게 조치를 취했습니다."

    국내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건 각종 인터넷 게시판과 SNS 등을 통해 퍼지는 유언비어와 가짜뉴스들입니다.

    선관위와 경찰이 집중 단속하고 있지만, 대개 신고가 들어오면 조치를 취하는 식이어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가짜뉴스를 막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김수연 센터장/선관위 사이버선거범죄대응센터]
    "카카오톡이라든가 밴드 같은 경우 기본적으로 폐쇄형 SNS인 경우에 그것을 저희가 직접 미리 들어가서 볼 수 있거나 이런 건 아니다 보니까 신고, 제보가 들어오면 조사를 하고."

    인터넷과 SNS를 통해 유포되는 허위 비방글이나 속칭 지라시가 일부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기사화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최진봉 교수/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같은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누나고 있는 지라시 형태 내용들이 인터넷 매체나 소규모 언론사를 통해 기사화되고 그것을 다시 받아서 그걸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피해자가 특정이 안 되는 가짜뉴스는 규제하기도 어렵습니다.

    특정인에 대해 명예훼손과 허위비방을 하는 경우엔 형법과 민법, 선거법 등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사회적 혼란을 유발시키는 가짜뉴스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이슬람 테러단체가 서울 시내 지하철 역에서 동시다발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라는 식의 가짜뉴스는 '전기통신기본법'으로 처벌해야 하는데, 이 법은 이미 2010년 위헌 판결을 받은 터라 효력이 없어진 상태입니다.

    [박아란 박사/한국언론진흥재단]
    "굉장히 범위를 좁혀서 사회적 불안을 야기하는 정도까지 갔을 때 위험을 실제로 초래하는 표현에 대해서는 분명히 규제할 필요가 있을 것인데, 그 법안이 좀 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1인 미디어 등 인터넷을 이용한 매체가 급증하면서 만들어진 매체 간 무한경쟁 구도가 가짜뉴스 양산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손영준 교수/국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경쟁이 치열해지고 뭔가 조금 돋보이고 튈 수밖에 없는 그런 것이 좀 더 도를 더하게 되면 어떤 팩트에 관한 조작, 위조, 허위사실들을 포함시키는 것이 가짜뉴스가 발생하게 되는 가장 근원적인 요인입니다."

    언론사의 오보까지 가짜뉴스로 봐야 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립니다.

    먼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

    [박아란 박사/한국언론진흥재단]
    "기존 언론사들이 오보를 내는 것은 100% 진실인 뉴스는 없으니깐요. 오보를 가짜뉴스 범위에서는 제외를 시켜야 될 것 같고"

    반면 한쪽을 음해하기 위한 의도가 엿보인다면 가짜뉴스로 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손영준 교수/국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기성 언론에 있어서도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고의적으로 어떤 사실 관계를 왜곡하는 것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팩트체킹' 즉 사실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확대,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미국에선 민간 팩트체킹 사이트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고,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 중 가짜뉴스로 의심되는 글을 제3의 기관에서 사실검증을 하는 방안이 도입됐습니다.

    오는 4월 대선을 앞둔 프랑스에선 유력 언론사들이 연합해 SNS 등에 올라오는 뉴스를 공동 검증하기로 했습니다.

    [손영준 교수/국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단기적으로는 우리 사회도 중립적인 공공기관이 사실 관계의 진위를 가려주는 팩트체킹 기구가 설립된다면 그 기구의 판단을 사회적으로 존중하면서 가짜뉴스를 걸러내는 방식이 좋다고 봅니다."

    뉴스를 전달하는 포털사이트의 책임론도 제기됩니다.

    [최진봉 교수/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포털 사이트들이 자체적으로 가짜뉴스나 가짜 정보를 검증하고 심의할 필요가 있는 것은 실시간 검색어가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예요. 일반 개인이 운영하는 블로그나 일반 개인이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잘못된 정보를 진실인 것처럼 퍼 날랐을 때 그것도 검색이 되고..."

    TV나 신문이 아닌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는 시대, 이렇게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최지향 교수/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가정에서도 중요하지만 학교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서 어떻게 현명하게 미디어를 이용하고 뉴스를 이용하고 이런 것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범람하고 있는 가짜뉴스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젭니다.

    [김유향 팀장/국회입법 조사처]
    "가짜뉴스 문제는 단순히 특정 선거라든지 미디어의 문제라기보다 우리가 지금까지 구축해 온 민주주의라든지 인간 이성에 대한 신뢰, 이런 것들을 근본적으로 붕괴시키는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넘치는 거짓이 위험한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이 진실조차 믿지 않게 만든다는 것, 나아가 공동체의 신뢰를 뿌리부터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탄핵과 대선레이스, 지금처럼 서로 다른 의견이 예민하게 맞서있을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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