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권희진 기자

탄핵심판, 지금 헌재에선...

탄핵심판, 지금 헌재에선...
입력 2017-03-06 09:50 | 수정 2017-03-06 16:47
재생목록
    석 달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선고만을 남겨 놓은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온 국민의 시선은 헌법재판관 8명에 쏠리고 있다. 3월 10일, 또는 13일이 선고일로 유력하게 예측되는 가운데 지금 헌재에선 이정미 권한대행 등 8명의 재판관들이 평의를 통해 열띤 격론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인용, 기각, 각하 각각의 시나리오와 변수, 이전 재판 등을 통해 본 재판관들의 성향과 특징 등을 분석해봅니다.

    -----------------------------------------------------------------------

    지난 3월 1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재 결정을 앞두고,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습니다.

    검찰과 언론이 한통속이 돼 무고한 대통령을 모함했다는 주장이 이어졌습니다.

    [김평우 변호사/대통령 변호인단]
    "무고한 대통령을 탄핵하는 국회를 우리가 탄핵해야 합니다! 사이비 엉터리 법조인 언론인들을 응징해야 합니다!"

    여당 의원들은 단상에 올라 대통령이 좌파들과 홀로 맞서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문수/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
    "저는 이 촛불을 탄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죄 없는 사람을 신문조각을 오려가지고 그것을 탄핵소추안이라고 만들었습니다."

    나부끼는 태극기들 사이엔 대통령을 지켜 좌경화를 막자는 문구들이 가득합니다.

    [전명관]
    "지금 현 시국이 너무 좌경화 돼 있는 의식 구조를 가진 사람들이 너무 날뛰는 거가 이게 대한민국이 문제가 있지 않으냐."

    탄핵반대 집회가 마무리되고 해가 진 뒤, 경찰 차 벽 뒤 광화문 광장에선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습니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헌재는 탄핵하라."

    내리는 비에 우산을 들고 우비를 입은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을 메웠습니다.

    [김삼웅/전 독립기념관장]
    "태극기는 해국 선열들의 혼이 깃든 독립정신의 상징입니다. 부패한 권력자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애국선열들을 모독하는 일입니다."

    참가자들은 국민 대다수가 박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며 헌재가 반드시 탄핵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원순/서울시장]
    "불의한 권력, 부패한 정치에 분노하고 절망해서 여기 이 광장에서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고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키웠습니다."

    경찰이 태극기를 든 시민들의 촛불집회 진입을 통제하면서 곳곳에서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사건번호 2016 헌나 1, 사건명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지난달 27일 이 사건의 최종변론을 마친 헌법재판소는 지체없이 평의에 들어갔고, 이르면 이번 주 후반 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의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지 온 국민이 헌재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3.1절 아침 헌법재판소.

    헌재소장 권한 대행인 이정미 재판관이 굳은 얼굴로 차에서 내렸습니다.

    무장한 사복 경찰이 이 재판관을 경호하며 건물 안으로 따라 들어갔습니다.

    헌재 앞에선 탄핵에 반대하는 박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찬송가를 크게 튼 채 태극기를 흔들었습니다.

    8명의 헌재 재판관들은 최종변론 다음날인 지난달 28일부터 평일마다 평의를 진행해 이미 세 차례의 난상토론을 벌였습니다.

    평의는 재판관들이 사건심리에 필요한 절차를 논의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회의로 이번 사건의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이 쟁점별로 검토한 내용을 요약 발표하면, 나머지 재판관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마지막에 이정미 권한대행이 의견을 밝히는 순서로 보통 진행됩니다.

    평의에서 오간 내용은 8명의 재판관 외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회의실에는 최신 도·감청 방지 시설이 설치됐고, 재판관들은 식사도 청사 안에서 해결하고
    있습니다.

    재판관들은 평의에서의 치열한 논리 다툼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설득당하며 결론을 이끌어내게 됩니다.

    [노희범 변호사/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변론기일을 미리 지정했던 것은 나름대로 지금까지 증거조사 결과, 탄핵사유에 대한 심증이 형성됐다는 어떤 결론이 이뤄졌던 것이고요. 그리고 주심재판관도 있고 재판장도 있지만 헌법재판소는 8인의 재판관에 의해서 합의에 의해 결정됩니다."

    헌법재판소는 8명의 재판관이 결정을 하기 위해 오는 13일 월요일로 예정된 이정미 권한대행의 퇴임 전에 선고를 하기로 했습니다.

    퇴임 날짜에 맞춰 결론 내는 모습이 공정성 시비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정미 권한대행 퇴임 사흘 전, 즉 10일 이번 주 금요일 선고가 유력해 보입니다.

    [노희범 변호사/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탄핵심판의 결론에 따라서 국민의 어떤 양분된 의견도 있을 수 있어서 그래서 퇴임식을 조용히 치르려면..."

    다만,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주말까지 논의와 결정문 보완작업이 이어질 경우엔 13일 선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극도로 예민한 결정이다 보니 헌재는 결정문 작성에도 보안을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선고 이전 재판부의 의중이 노출되지 않도록, 평의에서 나온 논리를 토대로 탄핵 인용, 기각 등의 결정문을 각각 써두고 마지막에 결정할 수 있습니다.

    재판관 각자의 최종 견해를 밝히는 평결은, 결과가 외부에 유출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 선고 당일 오전에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장영수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평결한 다음에 결정문을 쓰기 시작하면 좀 늦잖아요. 인용의 버전, 기각의 버전,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 놀고 인용에 찬성하는 사람, 기각에 찬성하는 사람 따라서 그걸 가지고 결정문을 발표하는..."

    통상 헌재는 다수 재판관의 의견을 먼저 발표한 뒤, 다양한 소수의견을 공개해 왔습니다.

    통합진보당 해산이나 간통죄 위헌심판 등 굵직한 사안에서도 소수의견을 덧붙였습니다.

    이번 탄핵심판에서도 인용이냐 기각이냐에 상관없이 소수의견은 공개될 공산이 크지만 사회혼란을 우려해 소수의견을 가진 재판관을 설득해 만장일치 형식의 결정문을 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9일, 국회의원 2/3를 훌쩍 넘는 234명의 찬성으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뒤, 헌재는 석 달 가까이 숨 가쁘게 사건 심리를 해왔습니다.

    25명의 증인을 신문했고, 검찰의 수사기록 3만 2천 쪽을 검토했습니다.

    헌재는 국회가 제출한 탄핵 소추 사유 13가지를 5가지로 정리해 대통령의 위법성을 따져왔습니다.

    첫째 최순실 씨가 연설문을 작성하는 등 국가 정책에 개입했지 여부.

    사실로 인정된다면 대통령은 국민주권의 원리를 위반한 것이 됩니다.

    둘째 재단설립을 위한 대기업 강제 모금과 최순실 씨에 대한 특혜 등에 대통령의 권한이 쓰인 의혹.

    그밖에 세월호 참사에서 책임을 다하지 못해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는지,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뇌물죄와 관련해 형사법 위반했는지 여부 등입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해도 탄핵사유가 충분히 된다는 의견과

    [장영수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최순실이라고 하는 사인이죠. 총리도 아니고 장관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그런 사람이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뒷배 역할을 했다. 이거는 국민의 위임에 반한다라고 얘기할 수 있고 그건 위헌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뚜렷하게 증명된 것이 없다며 기각돼야 한다는 의견이 여전히 맞섭니다.

    [이인호 교수/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이렇게 쉽게 탄핵소추되고 명확한 어떤 헌법 파괴적인 또는 헌법 침해적인 행위가 입증되지 않았는데도 그런 사실이 없는데도 탄핵을 결정할 수 있다 인용한다. 그러면 앞으로 다음 대통령한테 계속 이것이 일상적인 일이 되는 거죠."

    탄핵심판 최종 변론 일인 지난 월요일 오후, 소추위원 측은 최후 진술에서 국민이 위임한 통치 권력을 대통령이 사유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권성동/국회 탄핵소추위원단장]
    "위임받은 권력은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위해서 행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권한을 남용해서 최순실이라는 특정 개인의 사익 추구를 위해서 대통령에 부여된 권한을 잘못 행사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 측은 잘못은 "최순실을 믿었던 것이고, 재단 설립은 좋은 뜻에서 한 일"인 만큼 파면할 만큼의 중대사안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중환 변호사/대통령 변호인단]
    "주요 증인들이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렇게 본다면 중요부분에 대해서 증명이 안 된 겁니다. 증명이 안 되면 결국 형사적으로 말한다면 공소사실에 대해서 무죄가 선고돼야 하는 거죠."

    13가지의 탄핵 사유에 대한 증거는 충분하다는 소추인 측 주장과 그 어떤 증거도 없다는 대통령 측의 주장.

    헌재는 어느 쪽의 주장이 맞는지, 대통령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는지, 사실관계를 판단해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이때 결정의 기준은 일반 형사재판에서 유, 무죄를 판단하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노희범 변호사/전 헌재재판소 헌법연구관]
    "형사소송법상의 어떤 형사 재판처럼 유죄가 확정되지 않더라도 그러한 행위들이 형법, 어떤 헌법을 위배했다면 당연히 탄핵사유로서 인정은 된다고 봅니다. 탄핵 심판에서는..."

    헌재의 결정이 임박하면서 헌법재판소 밖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탄핵 반대를 외치며 집회 참가자가 헌재 진입을 시도하는 등 위험한 상황들이 이어지면서 헌재 주변의 경계는 점차 강화되고 있습니다.

    탄핵 인용과 반대를 주장하는 양측의 목소리도 점점 더 강하게 헌재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에서 박영수 특검과 이정미 재판관의 집 주소를 공개하는 등 갈등 양상은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습니다.

    [0000 팟캐스트 2월 27일]
    "박영수 집도 알아냈는데 또 이번엔 이정미 재판관 집도 알아냈다고요?"
    "특종입니다. 특종. 00 아파트가 아니고 00동 00 아파트라고요."

    [김만흠/정치평론가]
    "헌재 재판관의 경우에는 바로 우리나라 헌법 질서하고 관련된 최고의 국가기관인데 그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라면 저는 이것을 헌정질서를 문란케 하는 내란죄에 해당된다고 판단을 합니다."

    경찰은 모든 재판관들을 24시간 밀착 경호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자택 주소까지 공개됐는 데 한 말씀만 부탁드립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결정되려면 8명의 재판관 가운데 6명 이상이 탄핵에 찬성해야 합니다.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 박근혜 대통령은 즉시 대통령직에 복귀합니다.

    청와대가 부인하고는 있지만 박 대통령이 선고 전에 전격적으로 자진 사퇴할 가능성도 여전히 거론됩니다.

    [노희범 변호사/전 헌재재판소 헌법연구관]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인한 법적 효과를 배제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다 받을 수는 있죠."

    어떤 경우에서도 시급한 것은 혼란을 최소화하고 표류하고 있는 국정을 서둘러 정상화하는 일일 것입니다.

    [장영수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현재 너무 감정에 치우쳐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건 곤란하죠. 이거는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 문제고 그걸 가지고서 무슨 나라의 장래가 어떻게 되고 대선이 어떻게 되고 이런 식으로 확대하지 마라. 이건 이거대로 정리하고 다음에 대선은 대선대로."

    다음 주가 지나면 어떤 경우에든 혼란은 불가피합니다.

    탄핵을 둘러싸고 고조돼왔던 갈등을 슬기롭게 봉합하고, 헌재 결정 이후의 후유증을 제도적으로 최소화하는 것.

    우리 사회의 정치적, 사회적 역량이 다시 엄중한 시험대에 서게 됐습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