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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최 훈 기자

D-2, 삼성동 vs 서초동

D-2, 삼성동 vs 서초동
입력 2017-03-20 09:53 | 수정 2017-03-22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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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적 고려 없이 수사를 속전속결로 처리하겠다는 검찰의 발표에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적극적으로 응하겠다”고 밝히면서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가 가시화되었습니다.

    전직 대통령으로선 네 번째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박 전 대통령.

    조사를 앞둔 서초동 서울 중앙지검 청사에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측도 변호인단을 재정비하는 등 준비에 들어갔는데... 서초동 검찰청사와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 서로 5km남짓 떨어진 두 곳의 팽팽한 상황을 추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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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핵 무효를 외치는 함성으로 가득했던 골목길 분위기는 다소 차분해졌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째 칩거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택 앞엔 여전히 경찰 수십 명이 줄지어 서 있고,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박 전 대통령과 측근들의 동정을 살피려는 취재 열기도 식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관심은 외신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피터 스바 PD/노르웨이 TV]
    "이번 사태 시작부터 계속 취재해왔는데요. 제가 보기에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거리에 나온 수많은 사람들이었죠."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곤 있지만, 지금도 2~30명의 지지자들은 거의 매일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진짜 너무너무 분통이 터져서 분통을 좀 풀어야겠다."

    [김헌갑]
    "안타까운 마음도 있고, 박근혜 대통령 위안 좀 드리고 싶고, 여기 우리가 나와서 좀 응원해주는 마음으로 나와요."

    좁은 이면 도로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니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찍어도) 좋습니다. 얼굴 허용!"

    "너희가 이러고도 경찰이야? 어?"

    길을 지나다니기도 힘들고, 소음 피해도 심해서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많습니다.

    [윤계수/인근 주민]
    "다니는 데도 불편하고 저녁에 시끄럽고, 경찰들이 죄지은 건 아니지만 경찰들 다 서서 무슨 어쩌고 뭐라고 하고. 고생하는 양반들한테 뭐라고 할 수도 없는 거고. 그렇잖아요."

    특히 초등학교가 박 전 대통령 자택과 붙어 있어 어린 학생들의 등하교와 수업에 불편을 주고 있다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
    "주위에 있는 사람은 복잡하잖아. 너무 차도 불편하게 하고. 생활에 불편함을 주니까. 저렇게 하는 거야 인정하는데 장소가 너무 좁으니까."

    결국, 경찰은 기존 신고 집회 외 새로운 집회 신고는 불허했고, 4월 10일까지 예정돼 있는 기존 집회도 등하교 시간엔 금지하고 확성기 사용도 자제하라고 통보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삼성동 자택으로 귀가한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은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2기 수사와 두 달 뒤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 쏠려 있습니다.

    이틀 뒤면 박 전 대통령이 이번 사태 이후 처음으로 검찰에 나가 조사받을 예정인 만큼, 삼성동 자택에선 무거운 긴장감이 흐르고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자택을 찾는 방문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가장 자주 눈에 띄는 사람은 전담 미용사인 정 모 씨 자매, 지난 14일부터 매일 아침 출근 도장을 찍고 있습니다.

    처음 미용사가 왔다 가자 박 전 대통령이 외출할 거란 추측이 나왔지만, 일주일 내내 집 밖을 나서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과 이영선 전 행정관, 변호를 맡은 유영하 변호사 등이 종종 방문하고 있을 뿐 그 외 정치인들은 방문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귀가 직후 친박 인사들이 대거 삼성동에 나타난데다 정무 담당, 법률 담당 등 역할까지 분담하며사실상 참모 진용을 구축한 걸로 알려지면서 이른바 '사저 정치' 논란이 일었기 때문입니다.

    [조원진 의원/자유한국당]
    "대통령께서는 다리를 조금 다치셨어요. 발목을. 그래서 조금 힘들어하시고. 생각보다는 차분하게 잘 대응하고 계신 것 같다."

    퇴임 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던 김대중 대통령의 동교동과 김영삼 대통령의 상도동처럼 비친 겁니다.

    [박상철 교수/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사저 정치라는 것에 대해서 우리가 경계했던 이유는 뭐냐면 이미 탄핵을 받았으면 정치적으로 법적으로 더이상 나타나지, 등장하지 말라는 거거든요. 근데 지지 세력과 친박을 통해서 정치적 영향력을 끼치려고 하는 것은 헌재의 탄핵 의미가 없어져 버리는 것이죠."

    하지만, 친박계 의원들은 사저 정치나 친박의 세력화는 아니라고 일축했고, 자택 방문도 자제하고 있습니다.

    [김진태 의원/자유한국당]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아까부터 처음 듣는 말을 하는데, 삼성동 계파다. 사저 정치다."

    박 전 대통령도 검찰 소환을 앞두고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이 통보한 소환 날짜는 모레인 오는 21일 화요일 아침 9시 반,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을 통해 출석해서 성실히 조사받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손범규 변호사/박근혜 전 대통령 대리인단]
    "검찰이 21일 09시 30분까지 출두해줄 것을 요청한 대로 우리는 출두해서 적극 수사에 응하고 또 자료 제출 등도 적극 협조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이번에도 출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검찰과 특검의 수사에 대해 불신을 나타내며 대면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정규재TV (1월 25일)]
    "이렇게 보면 그렇게 뭔가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느낌도 지울 수가 없어요. 솔직한 심정은."

    헌재의 파면결정에 대해서도 사실관계가 다르다는 입장을 내비쳤기 때문입니다.

    [민경욱 의원/자유한국당 (3월 12일)]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현직이 아닌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강제 구인이 가능한 만큼 이번엔 출석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김만흠 원장/한국정치아카데미]
    "당일 돼 봐야 알겠다. 이런 의견도 있는데, 저는 갈 걸로 봅니다. 가지 않으면 강제 소환되는 조치를 겪을 수밖에 없을 거고요."

    실제로 지난 1995년 전두환 전 대통령은 검찰의 소환에 불응한 채 이른바 골목성명을 발표하고 고향인 합천으로 떠났다가 다음날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뉴스데스크/1995년 12월 3일]
    "전 씨가 안채에서 내려서자 피의자를 호송할 땐 으레 그렇게 하듯 검찰 수사관들이 다가와 팔짱을 꼈고, 그러자 전 씨는 다소 불쾌한 듯 검찰 수사관에게 뭐라 한 마디를 건넸습니다."

    그렇다면, 검찰 수사는 어떻게 받을까?

    노태우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검찰청에 소환되면서 모두 포토라인에 섰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1995년 11월 1일]
    "(한 마디만 해주시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2009년 4월 30일]
    "면목없습니다. (심경을 말씀해주시죠)다음에 하죠."

    사전조율이 필요하긴 하지만 국민적 관심이 쏠린 만큼 박 전 대통령 역시 청사 앞 포토라인에 설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다만, 이 전 대통령들과 달리 박 전 대통령은 대검찰청이 아니라 2기 특별수사본부가 차려진 서울 중앙지방검찰청으로 소환될 예정입니다.

    파면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중앙지검 입구엔 취재진들이 촬영 장비들을 미리 갖다 놓으며 일찌감치 치열한 자리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검찰과 경찰도 소환 당일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의 기습 집회에 대비해, 벌써부터 검찰청 출입자 보안 검색을 강화하고 차량 출입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청사관리담당관]
    "한 1주일 전부터 막으라고 해서 막고 있습니다. 차량 통제하는 것 직원 외에는 통과 못 하게. 다니질 못 하게."

    전례대로라면, 박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에 잠시 멈춰 짤막하게 입장을 밝힌 뒤 간부들이 주로 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3층으로 올라가, 노승권 1차장 검사나 특별수사본부장인 이영렬 중앙지검장으로부터 간단히 차 대접을 받고, 곧이어 10층으로 내려와 조사를 받을 걸로 보입니다.

    당초엔 7층 영상조사실이 거론됐지만, 보안 문제 때문에 외부인과 접촉할 수 없는 10층 특수1부 영상녹화조사실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전 대통령 조사는 주임검사인 한웅재 형사8부장이나 이원석 특수1부장이 맡을 것으로 예측되며, 한두 명의 검사가 배석할 수 있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은 박 전 대통령이 직접 해야 합니다.

    변호인은 보통 한 명이 입회하지만 박 전 대통령 측 요청이 있으면 2명까지 들어와 조언할 수 있습니다.

    검찰이 준비한 질문은 수백 개, 질문지만 2백 쪽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전 대통령 범죄 혐의가 13개나 되는 만큼 조사 시간도 10시간 이상 길어질 전망입니다.

    [김광삼/변호사 전 검사]
    "밤샘 조사를 할 가능성도 없지 않죠.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밤샘 조사 자체는 박 전 대통령의 동의를 얻어야만이 밤샘 조사가 될 수 있어요. 한 번 조사로 그 많은 혐의 사실에 대해서 끝날 수 있을지는 굉장히 의문스럽습니다."

    검찰이 가장 주력하는 건, 대기업으로부터 774억 원을 강제 모금하고, 국민연금에 1,388억 원의 손해를 끼치면서까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는 대가로 433억 원대 뇌물을 받았는가 여부 등입니다.

    어제 SK 최태원 회장을 불러 조사한 것도 뇌물죄 입증을 위한 사전조치로 보입니다.

    박 전 대통령 측이 혐의를 전면부인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검찰은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 등 물증과 참모들의 진술도 있는 만큼 혐의입증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안종범 전 수석/탄핵심판 16차 변론(2월 22일)]
    "대통령 지시에 그냥 순응하는 차원으로 제 나름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그냥 한 측면도 분명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정호성 전 비서관/탄핵심판 7차 변론(1월 19일)]
    "그 과정에서 최순실 씨 의견도 한번 들어서 반영할 거 있으면 반영하라는 말씀이 있으셨고요."

    최초 검찰 자신의 1차 수사에서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규정했고, 특검의 수사를 거치며 혐의가 13개로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검찰이 물러설 곳은 없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박상병 교수/인하대 정책대학원]
    "이것을 덮을 경우에는 다음 정부에서는 검찰 수사로는 더이상 한계가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공수처를 만들자는 의견이 집중적으로 아마 제기가 될 겁니다. 이거는 검찰로서도 명예의 문제죠. 이번만큼은 검찰이 이전과는 다르게 수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보는 거죠."

    이에 맞서 박 전 대통령 측은 정치인 출신의 손범규 변호사를 필두로 탄핵심판 대리인단에 함께 했던 황성욱, 채명성 변호사 등 9명으로 진용을 꾸려 검찰 조사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재경 전 민정수석이 변호인 선임을 사양하는 등 특수통 검사나 청와대 참모 출신은 변호인단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손범규 변호사/박근혜 전 대통령 대리인단]
    "현재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서 돕기는 돕지만 선임계를 내서 공개적으로 내지는 않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상당수가 있고, 그리고 지금 현재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검찰에서 어떤 질문을 할 것인가 그러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겁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도 관심사입니다.

    법률가들 사이에선 불구속 수사를 할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박상철 교수/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원래 사실은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거든요. 소위 말해서 도주의 우려가 있거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을 때, 설마 도주하겠습니까? 그러나 구속은 하지 않더라도 그 이상의 증거를 포착하기 위해서 압수수색 같은 경우는 철저히 해서."

    반면 박 전 대통령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만큼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에선 구속 수사 해야 한다는 의견이 65%로, 불구속 의견보다 3배 이상 높았습니다.

    [김광삼 변호사/전 검사]
    "사안이 중대할 뿐 아니라 측근들이 다 구속돼 있는 마당에 공범 관계로 있고 범죄 사실에서 가장 정점. 보통 우리가 주범이라고 얘기하지 않습니까? 주범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 구속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탄핵과 동시에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이번 수사가 대선 구도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거란 관측도 있습니다.

    검찰이 원하든 원치 않든 발생할 수 있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노희범 변호사]
    "검찰의 수사가 정치적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우려도 있긴 합니다만 검찰이 그런 정치적 고려를 하는 거 자체가 또 정치적인 그런 비난을 받을 여지도 있거든요."

    검찰은 이런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수사는 수사, 정치는 정치라며 지금까지는 거침없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장영수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지는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가 수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고요. 수사를 아예 시작을 안 한 상태라면 모르겠는데 한창 진행 중인 상태 아닙니까."

    이틀 앞으로 다가온 전직 대통령의 검찰 조사.

    서로 5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서초동 검찰청사와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 사이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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