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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권희진 기자

TV토론, 표심을 잡아라

TV토론, 표심을 잡아라
입력 2017-05-01 10:49 | 수정 2017-05-0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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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달 9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의 TV 토론에 유권자들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경제와 외교 안보, 인권 등 다양한 정책과 후보자의 자질을 놓고 검증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세탁기, 아바타, 동성애 등 후보자들의 발언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사실상 전국민 면접인 TV 토론...과연 표심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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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음을 띠며 서로 인사를 나눴지만, 토론 석에 자리한 후보들의 얼굴은 이내 굳어졌습니다.

    토론을 앞둔 긴장된 표정.

    진지한 얼굴로 참모진들과 토론 전략을 논의하거나 토론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자료를 검토하며 예기치 않게 날아들 질문들에 꼼꼼히 대비합니다.

    후보들이 긴장하는 만큼, TV 토론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도 뜨겁습니다.

    "다 들어봐야지. (TV토론) 할 때마다 다 들어봐야지."

    "마지막까지 다 볼 예정입니다."

    대선 후보들이 확정된 지 불과 한 달 여 만에 치러지는 초유의 조기 대선.

    그만큼 짧은 시간에 후보들을 판단해야 하는 유권자들 입장에선 후보자들의 정책과 생각을 집중적으로 듣고 비교할 수 있는, TV 토론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지금까지 5차례 TV 토론이 진행될 때마다 각 캠프 전체의 희비가 엇갈릴 정도로, 이번 대선에서 TV 토론의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미리 질문을 정해주고 준비한 대답을 들려주는 뻔한 방식은 사라졌습니다.

    이른바 자유토론.

    후보들은 민감한 질문을 통해 지지세력의 결집을 꾀하는 동시에 상대의 지지기반을 무너뜨리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보수층 유권자를 겨냥한 안보관련 질문.

    [유승민 후보 바른정당]
    "북한이 우리 주적입니까? 주적?"

    [문재인 후보 더불어민주당]
    "그런 규정은 대통령으로서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유승민 후보 바른정당]
    "아직 대통령 안되셨으니까."

    [문재인 후보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될 사람이죠. 대통령은 앞으로(대통령 되시기 전에) 남북 관계를 풀어나가야 될 사람이에요."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하면서도 보수층 유권자들의 지지 폭이 넓은 후보에겐 양쪽을 동시에 겨냥한 대북 정책의 방향을 집요하게 묻기도 합니다.

    [홍준표 후보 자유한국당]
    "햇볕정책을 본인이 계승하십니까?"

    [안철수 후보 국민의당]
    "100% 그대로 다 옳거나 100% 다 아니거나 그런 건 없습니다."

    [홍준표 후보 자유한국당]
    "그럼 어떻습니까. DJ의 햇볕정책을 계승하시겠습니까?"

    [안철수 후보 국민의당]
    "저는 대화를 통해서 평화를 해결하는 그 방향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단 지금 현재는 대북제재 국면 아닙니까?"

    보수성향 후보들은 진보성향 후보들에게 북한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반사 효과를 추구합니다.

    [유승민 후보 바른정당]
    "과거에 대북송금 그게 핵미사일이 돼서 지금 우리 머리 위로 떨어지는데 그 문제에 대해서 그렇게 애매한 답변을 하시는 건 저는 이해가 안 갑니다."

    [안철수 후보 국민의당]
    "저는 애매한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유승민 후보 바른정당]
    "공과 과라고 하셨어요."

    [문재인 후보 더불어민주당]
    "남북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역사적인 결단이죠. 거의 통치 행위적 결단이라고 봐야 됩니다. 그거 없었으면 어떻게 남북관계의 대전환이 있었겠습니까."

    [유승민 후보 바른정당]
    "그건 돈을 퍼주고 통일을 구걸한 거죠."

    [심상정 후보 정의당]
    "대북송금이 도대체 몇 년 지난 얘기입니까. 선거 때마다 대북송금 아직도 우려먹습니까?"

    찬반 여론이 엇갈리는 만큼 사드배치 문제는 후보 각자의 지지층 결집을 위한 소재이기도 합니다.

    [유승민 후보 바른정당]
    "처음에는 반대했지 않나. 작년 7월 8일 발표되고 나서는 반대하셨다가 다음 정권으로 미루자 이게 지금 입장이라고 그러시는데."

    [문재인 후보 더불어민주당]
    "졸속 결정이라고 했고 우리 내부의 충분한 공론화가 없었다고 비판했죠. 그러다가 다음 정부로 미루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한 거 아닙니까."

    [유승민 후보 바른정당]
    "문 후보님이 그런 애매한 입장을 취하니까 자꾸 중국에 지금 우리가 놀아나는 거 아닙니가?"

    그런데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10억 달러, 1조 원 이상의 비용 분담을 요구하면서 사드 배치는 돈 문제로도 확대됐습니다.

    [문재인 후보 더불어민주당]
    "10억 불을 내도 국회 비준 절차 필요 없는 것입니까?"

    [유승민 후보 바른정당]
    "아니 그거는 이치에 맞지 않는 게 이미 안 내기로 합의가 됐고 만약 10억 불을 낼 것 같으면 그거 1개 포대 사오면 되지 뭐하려고 10억 불 내고 빌립니까?"

    [심상정 후보 정의당]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억 불 청구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이 헛소리를 했다는 겁니까? 아니면 거짓말쟁이라는 겁니까?"

    [안철수 후보 국민의당]
    "처음에 중국과의 관계도 기억하실 겁니다. 원 차이나를 그 원칙을 흔들었습니다. 그렇치만 결과적으로 보면 지금 중국과 굉장히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습니다."

    [심상정 후보 정의당]
    "아니 10억 불을 청구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은 당연히 물어볼 질문 아닙니까?"

    [안철수 후보 국민의당]
    "그것은(합의) 바꿀 수 없습니다."

    [심상정 후보 정의당]
    "사드 계속 배치해야 돼요? 돈 주고?"

    [안철수 후보 국민의당]
    "아니 돈을 줄 일이 없습니다. 국방부도 오늘 그렇게 밝혔습니다."

    경제 위기의 원인을 두고도 전통적 지지층을 고려한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문재인 후보 더불어민주당]
    "재벌개혁이 중요합니까? 강성 귀족노조들의 이기주의가 더 중요합니까?"

    [홍준표 후보 자유한국당]
    "둘 다 중요하지만 경제위기의 본질은 강성 귀족노조로 봅니다. 지금 문 후보는 귀족노조에 얹혀서 3% 노조원을 위해서 정치활동을 하고 있잖아요."

    [심상정 후보 정의당]
    "홍 후보님은 주적이 노조예요?"

    [홍준표 후보 자유한국당]
    "나는 주적이라고 이야기한 적 없습니다. 북한이 주적인데도 주적 이야기 안 하는 사람 저기 있잖아요."

    [심상정 후보 정의당]
    "홍 후보처럼 강한 노조 때문에 망했다고 하면 우리보다 노조가 강한 독일은 진작에 망했어야 되고 노조가 강한 나라는 지금 다 복지국가가 되어 있고 경제 위기에서 튼튼하게 버티면서 경제발전하고 있어요. 무슨 궤변입니까 도대체?"

    [홍준표 후보 자유한국당]
    "궤변 아니라."

    [심상정 후보 정의당]
    "궤변이 아니면 뭔예요. 가짜 뉴스지."

    [홍준표 후보 자유한국당]
    "이니 말씀을 왜 그렇게 하세요."

    토론이 과열되면서 후보들은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유승민 후보 바른정당]
    "안 후보가 박 대표와 초대 평양대사, 또 장관에 대해 이렇게 합의를 하셨습니까?"

    [안철수 후보 국민의당]
    "그 참 그만 좀 괴롭히십시오."

    [홍준표 후보 자유한국당]
    "당시 중수부장이 이야기한 것으로는 노무현 대통령께서 돈을 박연차에게 직접 전화해서 요구를 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보세요. 제가 그 조사 때 입회해 있던 변호삽니다."

    [홍준표 후보 자유한국당]
    "아니 말을 왜 이렇게 버릇없이 해요.(그렇게 터무니없는 말씀을 하시니까.) 이보세요라니."

    토론 이후 끊임없이 화제가 된 말들도 있습니다.

    [홍준표 후보 자유한국당]
    "꼭 옛날 이정희 의원을 보는 기분입니다. 지금 주적은 문재인 후보입니다. 문재인 후보한테 공격을 하셔야지 지금부터 계속 그러시면 나는 좀 그렇습니다."

    [유승민 후보 바른정당]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겠다고 그러셨는데 많은 국민들이 우리 홍 후보님도 세탁기에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요."

    [홍준표 후보 자유한국당]
    "세탁기에 들어갔다가 나왔습니다. (아직 완전히 못 빠져 나왔다고요) 아뇨 완전히 나왔습니다."

    [안철수 후보 국민의당]
    "문 후보에게 묻겠습니다. 제가 갑철수입니까 안철수입니까?(다시 한 번 더) 갑철수입니까 안철수입니까?"

    [문재인 후보 더불어민주당]
    "무슨 말씀이시죠?"

    [안철수 후보 국민의당]
    "이것이 민주당의 네거티브 문건입니다. 제가 MB의 아바타입니까?"

    [문재인 후보 더불어민주당]
    "항간에 그런 말도 있죠."

    [안철수 후보 국민의당]
    "아니 지금 문 후보님 생각을 묻습니다."

    TV 토론의 파급력이 크다 보니 각 후보 측은 최우선 순위를 토론에 두고 선명한 정책 대결과 비전 제시, 강력한 리더십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거 운동에 들이는 시간이나 비용을 감안하면 TV 토론 만한 수단이 없다는 것입니다.

    문재인 후보의 선거운동대책본부.

    토론 자료를 수집하는 실무팀을 따로 두고 정책 전문가와 토론 전문가들은 수시로 회의를 열어 토론 전략을 세웁니다.

    그래도 매번 토론이 끝난 뒤엔 아쉬움이 남곤 합니다.

    [진성준 TV토론단장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문재인 후보는 당신도 난 그렇게 순발력이 좋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씀을 하세요. 그런데 텔레비전 토론을 하다 보면 임기응변이 필요한 때가 있고 아주 재빠른 순발력으로 재치있게 넘어가야 될 부분도 있는데 이것을 우리 후보 스스로도 좀 안타깝게 생각하고."

    토론 내용 못지않게 후보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것도 관건입니다.

    [진성준 TV토론단장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이미지로도 굉장히 안정된 이미지, 또 진중한 이미지 뭐 이런 것을 전달하기 위해 애를 쓰고요."

    4번째 티비토론 다음날인 지난 26일, 안철수 후보 측 티비토론단이 다음 토론의 예상 쟁점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용호 TV토론단장 국민의당 선대위]
    "어떤 부분이 후보가 강점이 있는지 또 상대 후보는 어떤 부분이 강하고 약점이 있는지 하는 부분을 좀 봐서 여러 가지 질문을 준비를 하고."

    그동안 안 후보의 진면목이 토론을 통해 충분히 드러나지 못했다는 자체 분석, 실무팀으로선 안타까운 대목입니다.

    [이용호 TV토론단장 국민의당 선대위]
    "험한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 덜 익숙해진 것이 그런 긴장과 경쟁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토론에서 본인의 능력을 백프로 발휘를 못 하는 그런 측면이 있었던 것 같아요."

    홍준표 후보 측에선 토론 직전 선거대책위 차원의 긴급회의가 열렸습니다.

    중요한 이슈가 불거지면 이를 TV 토론에 어떻게 반영할지 면밀히 따져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민경욱 TV토론단장/자유한국당 대선기획단]
    "토론을 잘하는 후보, 게다가 다른 자료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는 그런 후보기 때문에."

    TV 토론을 통해 홍 후보가 안보 분야에 강점이 있다는 인상을 전달하고, 특유의 거침없는 이미지를 유지한다는 전략입니다.

    [민경욱 TV토론단장/자유한국당 대선기획단]
    "저는 개인적으로 특별히 신경 쓸 필요 없다. 누그러뜨리고 점잖게 하려고 한 번 하라고 들어갔다가 나중에 나와서 너희들이 점잖게 하라 그래서 오늘 망쳤다. 이런 얘기도 있었어요. 그러니까 본인 스타일이 중요하다."

    3번째 TV토론 하루 전,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직접 토론 대비 회의를 주재하고 있습니다.

    후보의 공약에 대한 예상 질문을 후보가 직접 가다듬고, 당내 전문가들과 난상 토론을 벌입니다.

    [박원석 공보단장 정의당 선대위]
    "정의당이 여러 가지 재정적 한계나 이런 걸로 인해서 광고나 여러 캠페인 수단을 동원하기가 어렵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홍보수단이 티비토론일 수밖에 없고 또 후보가 토론에 능하고 토론 역량이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진보정당 후보라서 급진적일 거란 고정된 이미지를 깨고 합리적 정책을 제시한다는 신뢰감을 주는 것이 목표이기도 합니다.

    [박원석 공보단장 정의당 선대위]
    "주장은 강한데 책임성이 부족하다. 이런 오해들이 있었는데, 그런 이미지도 많이 보완이 된 거 같아요. 그런데 상대적으로 좀 인간적이고 그리고 포용적이고 좀 부드럽고 이런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좀 약한 것 같아서 그런 이미지를 많이 말씀을 드리고."

    TV 토론이 정작 후보를 선택하는 데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동안의 정설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여론 조사에서는 TV 토론 이후 작지만 의미 있는 표심 변화가 관측되고 있습니다.

    한국리서치가 24,25일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지지 여부에 상관없이 티비토론을 잘한 후보로 심상정 후보와 유승민 후보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조사에서 심상정 후보와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8.0%와 5.1%를 기록했는데 지난 08일 조사의 3.6%, 3.0% 지지율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상승한 셈입니다.

    심상정 후보는 최근 갤럽조사에서는 TV 토론 이후 가장 이미지가 좋아진 후보로도 꼽혔습니다.

    [최명기 정신과전문의]
    "굉장히 좋은 점은 상대방한테 질문을 던지고 나서 꼭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는 태도가 많이 어필이 됐었던 거 같아요. 굉장히 합리적이라고 생각이 되면서 정의당과 심상정 후보에 대한 어떤 그 날선 이미지를 굉장히 희석시키는데."

    반면 폭넓은 지지층을 공략했던 안철수 후보는 모호한 메시지로 토론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윤희웅 여론분석전문가]
    "안철수 후보의 지지층은 야권 성향이 강한호남층 그리고 심판기류가 있는 중도층 지지할 후보를 찾지 못하던 보수층 등이 포함돼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이 다양한 지지자들에게 부합하는 티비토론에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상당히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유권자들은 과연 티비 토론의 영향을 어느 정도로 생각할까?

    [김경배]
    "이번 대선에 아마 조금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정지웅]
    "이 사람에 대해서 명확히 판단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TV토론 통해서 가려낼 수 있을 거 같아요."

    [윤희웅 여론분석전문가]
    "유권자들이 후보에 대한 선택을 미리 하지 못한 상황이었고 또 새로운 구도의 변화로 인해서 유권자들이 TV토론을 보고 후보를 선택하는 효과가 이전에 비해서 높아질 것으로."

    대통령 선거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9일 위기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지도자로 누구를 선택할지 최종 검증의 시간이 될 TV 토론은 이제 5월 2일 한 차례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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