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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장인수 기자

국내 최대 리조트, 앞장 선 공무원?

국내 최대 리조트, 앞장 선 공무원?
입력 2017-05-15 10:54 | 수정 2017-05-1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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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혜의 풍광을 자랑하는 전라남도 진도에 들어서게 되는 초대형 리조트.

    그런데 리조트 건설이 결정되기도 전에 진도군청 공무원들은 리조트 사업체를 위해 출장까지 다니며 손수 리조트 사업체를 위해 싼 값에 토지를 매입해주고, 심지어 공시지가를 턱없이 낮춰주려고 시도하는 등 각종 특혜를 제공했습니다.

    여기에 리조트 건설을 위해 주민들의 삶의 터전과 선산까지 강제 수용할 수 있는 권리까지 사업자 측에 줬습니다.

    이런 식으로 공무원들이 사업자를 위해 매입한 토지는 이후 리조트 사업이 결정된 직후 하루아침에 땅값만 10배 이상이 뛰었고, 사업체 측은 앉은 자리에서 땅값만으로도 막대한 금전적 이득까지 얻게 됐습니다.

    진도군청은 왜 법을 초월하는 무리한 특혜를 제공하면서까지 리조트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일까. 그 전말을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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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혜의 풍광을 자랑하는 전라남도 진도군 초사리.

    대규모 해양리조트 건설 공사가 한창입니다.

    토지와 바다를 합쳐 55만 제곱미터의 면적, 1,007개 객실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리조트가 오는 2022년까지 들어섭니다.

    [안영혁 대표이사/대명레저산업]
    "워터파크, 문화광장 정원과 산책로 컨벤션홀 등도 함께 갖출 예정입니다."

    리조트 바로 옆으론 매년 음력 2월 바다가 갈라지면서 2.8km의 길이 나는 신비의 바닷길이 있고 리조트 안에 있는 소삼도에서도 200미터의 바닷길이 열립니다.

    수려한 경관, 다도해상국립공원을 앞바다로 둔 이곳.

    대명리조트는 지난 2012년, 이곳을 리조트 단지로 낙점했습니다.

    이곳에 리조트를 짓기로 결정한 대명리조트는 곧바로 토지 확보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리조트 개발 사업은 대상 토지를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가를 만큼 중요합니다.

    그런데 땅을 사겠다며 토지주들을 찾아온 사람들은 뜻밖에도 대명리조트 직원들이 아닌 진도군청 공무원들이었습니다.

    인천에 사는 박동길 씨는 2012년 가을 진도군청 공무원들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박 씨의 땅을 대명리조트에 팔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고향인 진도에 갖고 있는 3만 제곱미터의 땅이 대명 측이 원하는 부지였습니다.

    진도군청 공무원들은 3.3평방미터 즉 1평당 3만 원의 가격을 제시했고, 박씨는 얼마 뒤 공무원들이 들고 온 계약서에 서명했습니다.

    고향이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고 합니다.

    [박동길/진도군 토지주]
    "그것은 그럴 수밖에 없죠. 고향 사람들은 자기 고향이니까 발전을 위해서 일단 (진도군이) 원하는 대로 다 아무 조건 없이 (땅을 팔기로..)"

    모든 계약은 공무원들하고만 했습니다.

    [박동길/진도군 토지주]
    "(대명 직원이 계약서 쓸 때도 안 나왔단 얘기 아니에요?) 그렇죠. (그럼 어떻게 계약서를 쓰신 거예요?) 그러니까 자기들이 전부 대리한 거죠. 군청 직원들이."

    공무원들은 이런 식으로 땅 주인들을 한 명 한 명 접촉하며 대명 측을 대신해 땅을 사줬습니다.

    당시 토지 매입을 추진했던 담당자, 서울에 몇 달씩 살다시피 하며 대명 측을 대신해 수도권에 사는 땅주인들을 설득했다고 합니다.

    [김재신 팀장/진도군 투자유치팀]
    "강남에서 밥을 한 숟가락 뜨고 있는데 강북 소유자가 지금 오라고 하면 밥 한 숟가락 먹고 던지고 계산하고 달려가고 그렇게 어렵게 했습니다."

    리조트 개발의 관건은 땅값이 오르기 전에 최대한 많은 땅을 확보해 토지 매입비를 줄이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김재신 팀장/진도군 투자유치팀]
    "어떨 때는 (토지주한테) 너무 달려가서 계단에서 넘어진 적도 있고 그리고 또 겨울에는 택시를 타고 가다가 충돌 사고 나서 죽을 고비도 넘겼고 그런 사실이 많습니다. 저 같은 경우 어금니가 다 빠졌습니다. 여기 보십시오. 부지 매입 스트레스 때문에."

    앞장선 공무원들의 노력 덕에 대명 측은 불과 6개월여 만에 리조트 부지의 70%를 확보했습니다.

    문제는 군청공무원들의 이런 대리 토지 매입이 불법의 소지가 있다는 겁니다.

    공무원들이 나서서 대명리조트의 땅을 확보해 준 건 2012년.

    그런데 대명 측이 리조트 조성계획을 처음 발표한 건 그 이듬해 4월이었습니다.

    기업의 계획이 발표되기도 전에 지자체가 먼저 나선 셈입니다.

    경우에 따라 지자체가 기업의 위탁을 받아 토지를 매입해주는 것 자체는 가능합니다.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진도군청이 대명 리조트를 대신해 이런 식으로 땅을 사주려면, 그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어느 곳의 토지를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토지의 규모나 금액은 얼마인지를 문서로 남겨야 하는 것입니다.

    [임성택 변호사]
    "(토지 매수) 업무를 위탁을 할 때는 시행력이 분명하게 위탁 업무의 종류 그다음에 규모 금액 등에 대해서 명시를 해가지고 위탁을 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진도군청은 법적으로 필요한 아무런 근거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결국, 공무원들이 법을 어기면서까지 사기업의 이익을 위해 일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된 겁니다.

    [박영상 의원/진도군의회]
    "공익을 추구해야 하는 공무원이 사기업의 영리를 위한 데 동원됐다고 단적으로 판단할 수 있죠."

    이에 대해 진도군청 측은 지역개발 차원에서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정당한 행정이었다고 말합니다.

    지자체가 나서서 사업 부지를 확보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기업을 유치하느냐는 겁니다.

    [김재신 팀장/진도군 투자유치팀]
    "김 가공 공장 하나 하더라도 전부 지자체한테 자 요지가 어디냐 그리고 자기 계획이 있을 거 아닙니까. 그걸 사업표를 던져주고 (지자체가) 부지 매입을 해주면 기틀 잡아주면 자기네들이 하는 것이지. (사업주들이) 자기들이 직접 다니고 그러지 않습니다. 요즘엔."

    공무원들이 땅을 싸게 사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습니다.

    당시 거래된 가격은 대개 3.3제곱미터 당 3만 원.

    그런데 리조트 부지 바로 옆에 있는 해안가 도로변 토지의 시세는 보통 3.3제곱미터당 30에서 50만 원입니다.

    [OO 부동산]
    "해안가 쪽은 평당(3.3제곱미터당) 30만 원 전후로 봐요."

    [△△ 부동산]
    "바닷가에 도로가 있다 이런 것은 그 당시에도 가격대가 나갔죠. 이런 데 같은 데는 (3.3 제곱미터당) 5~60만 원씩 갔죠."

    도로가 이어지지 않아 3.3 제곱미터 당 3만 원에 산 땅은 이후 진도군청이 도로를 놔주고 건축인허가를 내주면서 최소 10배 이상 가치가 뛰었습니다.

    진도군은 이에 대해 매입한 토지들은 거래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3만 원도 자신들이 노력해 잘 쳐준 가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재신 팀장/진도군 투자유치팀]
    "개별공시지가가 평방미터 당 500원 1,000원 미만대였습니다. 군민의 땅을 헐값으로 넘긴다는 것은 이해가 안 갔습니다. 그래서 대명하고 싸움을 해 가지고 최저 3만 원부터 최고 7만 원 선에서 해결을 했습니다."

    대명리조트가 들어서게 될 진도군 초사리 일대.

    이미 70%의 리조트 부지를 확보한 대명은 나머지 30%, 12만 제곱미터를 확보해야 리조트를 완성할 수 있는데,진도군은 이 땅을 강제로 수용할 수 있는 권한을 대명 측에 줬습니다.

    민간 소유의 토지를 강제 수용하려면 공익사업이어야 하는데 이 리조트 건설은 관광진흥법에 따른 공익사업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회원제인 콘도를 공익사업으로 인정해 준 건 무리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토교통부 산하 중앙토지수용위원회가 전라남도에 보낸 공문입니다.

    진도 대명리조트 사업은 공익사업이 갖추어야 할 공공성 개방성 대중성이 낮은 사업으로 판단된다며 강제 수용 대신 협의 취득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리조트를 위해 토지를 강제 수용했다가 문제가 된 경우는 흔합니다.

    일부 토지를 강제수용해 리조트를 건설한 경남 남해군의 고급 회원제 골프장과 리조트.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4년 이런 개발 사업은 공익사업이 아니라며, 개발을 위해 강제 토지사용권을 부여한 지역균형발전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법원도 지난 2015년 공기업인 제주개발센터가 지은 휴양 단지가 영리 추구가 주된 목적이며 공공성이 부족하다며 강제 수용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임성택 변호사]
    "대명리조트 관광단지 조성 사업 같은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회원제로 운영되는 사업입니다. 공익성이 좀 낮은 부분이 있다고 보입니다. 과도하게 민간개발업자에게 수용권이 부여되는 건 아닌가 그렇게 보여집니다."

    하지만, 진도군청은 리조트 건설이 지역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만큼 공익사업이 맞다는 입장입니다.

    [김재신 팀장/진도군 투자유치과]
    "건축까지 활성화되면 인부들이 못해도 6~700명이 전부 (고용)될 때 얼마나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겠냐 해서 (다른 시군들이) 굉장히 부러워하고 있고 그리고 지금도 부끄럼 없이 정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땅주인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앞서 3만 제곱미터의 부지를 선선히 팔았던 박동길씨는 그 땅에 있던 묘소 3기를 조금 떨어진 문중 선산으로 옮겼습니다.

    군청직원이 선산은 리조트부지가 아니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이 선산도 리조트부지에 포함되니 넘기라고 했다는 겁니다.

    [박동길/진도군 토지주]
    "당초에 거기는 사업 대상 부지가 아니라고 했는데 지금 와서 사업 계획이 바뀌었다. 그래서 그것을 좀 양도해달라. 처음에는 전부 다 매입하겠다고 해서 아니 그건 안 된다."

    선산이 강제수용대상에 포함된 경우는 또 있습니다.

    [문성신/진도군 송군리]
    "선산이라는 건 대대로 내려오는 그래도 제일 어렵게 생각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선산인데 온 마을 선산 다 내려 까놓고 이렇게 설계를 냈으니 되겠냐. 우리가 이 동네에서 쫓겨나면 쫓겨나도 그 땅은 못 준다. 이건 세상에 뭐 나쁜 말로 김일성이가 사는 나라도 아니고 모택동이 사는 나라도 아니고 어떻게 해서 남의 땅을 그렇게 먹어 버릴 수가 있대."

    군청이 리조트 건설에 유리하게 공시지가를 일부러 낮춰줬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리조트 안의 해수욕장으로 쓰일 백사장.

    [김재신 팀장/진도군 투자유치팀]
    "경관도 좋지만 모래사장 해변이 아이들이 굴러다녀도 하나도 상처가 없는 완전 금빛 모래가 또 구성이 돼 있습니다."

    김귀성 씨는 이 백사장 일대 토지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진도군청은 지난 2014년, 그전까지 3.3 제곱미터 당 5천 원 정도 하던 이 땅의 공시지가를 788원으로 대폭 낮췄습니다.

    리조트개발이 확정된 이후였습니다.

    김씨는 진도군청과 대명 측이 토지를 헐값에 강제수용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김귀성/진도군 토지주]
    "그쪽(대명)에서 진행하는 강제 수용할 때 개별공시지가가 기준이 되거든요. 거기(대명)에 조금 유리하게 해서 했지 않았을까 하는."

    진도군청은 이 토지가 원래는 논인데 농사를 짓지 않아 공시지가를 내린 것이며 리조트개발과는 상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순응 계장/진도군 부동산관리담당]
    "저희들이 토지 특성을 파악을 해 가지고 이렇게 경작이 불가능하거나 이런 것으로 판단이 됐을 때는 토지특성을 토지임야로 이렇게 해서 산정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진도군청은 리조트개발에 따른 요인을 반영하겠다며 뒤늦게 공시지가를 다시 9,000원으로 올렸습니다.

    진도군 앞바다의 관매도.

    솔숲과 유채꽃이 아름다운 국립공원입니다.

    이곳엔 마을 주민들이 땅을 기부해 만든 학교가 하나 있는데 2012년도에 폐교됐습니다.

    진도군청은 2013년 전남교육청으로부터 이 폐교 부지를 사들였습니다.

    그리고 대명리조트에 이곳을 팔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섬 주민들과는 어떠한 협의도 없었습니다.

    [함한종/관매도 이장]
    "옛날에 해 가지고 마을 땅이었고 마을에서 기부했던 부분인데 소유권을 이전하든지 그럴 때는 동의를 해 가지고 받고 그러기로 했었는데 아무 뭐 (협의) 없이 진행된 게."

    결국, 마을 주민들의 반대로 이 계획은 없던 일이 돼 버렸습니다.

    [김재신 팀장/진도군 투자유치팀]
    "(관매도) 활성화 차원에서 (대명리조트와) 연결해서 보면 조금 어떨까? 그 말 살짝 나왔는데 주민들한테 의견을 한 번 물어봤는데 그게 와전돼 가지고 학교를 헐값으로 대명에 넘겨주네! 뭐 학교를 돌려주세요. 이런 악의적으로 할 때 참 투자유치담당자로서 참 이래서 어떻게 할까."

    진도군청은 최근 69억 원을 들여 리조트 앞에 도로를 새로 놓았습니다.

    대명리조트 측은 토지매입과 관련해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진도군청에서 추진한 일로 자신들이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혀왔습니다.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영업사원의 심정으로 동분서주했다는 진도군청 공무원들의 노력은 어쩌면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일수도 있습니다.

    [김재신 팀장/진도군 투자유치팀]
    "투자유치는 일반행정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일반 행정을 초월해서 항상 을의 입장에서 고객을 유치하게 하는 그런 마음으로 하는 것이 투자유치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에 근거해 움직여야 할 공무원의 행정이 법을 건너뛸 수는 없는 일입니다.

    투자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행정 서비스와 특정기업에 혜택을 몰아주는 특혜의 경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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