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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정성기 기자

약 안 쓰고 아이 키우면?

약 안 쓰고 아이 키우면?
입력 2017-05-22 09:18 | 수정 2017-05-2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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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처방과 백신 접종 등 병원 치료를 거부하고 자연치유 방법으로 아이를 키운다는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일명 '안아키'육아 카페.

    회원 수 5만여 명의 이 카페가 최근 아동학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수두에 걸린 어린이와 함께 놀게하는 일명 '수두 파티'를 열거나 화상을 입은 아이에게 온찜질을 하는 등 터무니없는 내용의 의료 행위를 조장했다는 것입니다.

    최근 카페가 폐쇄조치됐지만, '안아키'의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과 ‘안아키’를 옹호하는 사람들 간의 반박이 이어지면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수많은 엄마들이 '안아키'에 빠진 이유는 무엇이고, '안아키' 치료에 대한 의학계의 평가는 어떨까? 카페 운영자인 한의사 김 모 원장과 '안아키' 치료법의 피해자들을 2580이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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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아키 카페 회원 A]
    "첫째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신생아 때 혈변을 한 달 동안 봤어요. 온 병원을 다니면서 무슨 검사니 다 받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다. 그 증상은 백신 부작용이라는 것을 제가 알게 됐죠."

    [안아키 카페 회원 B]
    "18개월 됐을 때는 첫 번째 겨울이니까 (예방접종을) 맞으라고 해서 아이와 제가 같이 가서 맞았어요. 근데 아이는 맞고 그날 밤에 열나고 발진 나고 해서."

    저마다 겪은 병원 치료의 부작용을 토로하는 엄마들.

    병원에 가는 게 오히려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아키 카페 회원 B]
    "내 애가 맞는 주사에, 내 애가 먹는 약에, 한 번도 의심하지 않고 병원에 가서 시키는 대로 그냥 했다는 게 저는 그게 가장 큰 죄책감이었어요."

    항생제나 스테로이드제 등 병원에서 처방받는 약이나 주사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엄마들이 늘면서, 약을 안 쓰고 아이들을 치료하는 방법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선택한 이른바 '자연주의 치료'가 오히려 아이들의 고통을 방치하는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 사는 박 모 씨, 지난해 아이의 자연면역을 키워주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인터넷 육아 카페에 가입했습니다.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일명 '안아키'로 불리는 이 카페는 4년 새 회원 수가 6만 명 가까이 늘어날 만큼 엄마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박주희 (가명)/전 안아키 카페 회원]
    "저희가 실생활에 쓸 수 있는 정보들도 많고 아토피에 대한 이해도 그렇고 자연 해열도 그렇고... 그래서 계속 그 카페에 거의 시간 나는 대로 매시간 애들 재워놓고 밤새도록 보고 했었어요."

    그런데 카페에서 배운 방법대로 아이를 치료하다 보니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박주희 (가명)/전 안아키 카페 회원]
    "자연 해열하는데, 39.6도인가? 약간 웃고 헛소리를 하더라고요. 세 번 정도 성공하다가 한 번은 너무 심해서 한 번은 약 먹이고."

    아토피가 심한 아이를 위해 카페에서 알려준 대로 관장을 시키거나 햇볕 쬐기, 목욕해서 땀내기도 따라 해봤는데, 처음엔 조금 낫나 싶더니 시간이 갈수록 갓 돌이 지난 아이의 피부 상태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졌다고 말합니다.

    [박주희 (가명)/전 안아키 카페 회원]
    "진물이 온몸에서 펑펑 나오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 상담을 했죠. 아기가 너무 괴로워한다고. 24시간 중의 20시간 이상은 그냥 괴로워하는 거 같아요. 애가 살도 자꾸 빠지고."

    불안한 마음에 카페에 상담 글을 올려봐도, 돌아오는 답은 더 참아보라는 것.

    [박주희 (가명)/전 안아키 카페 회원]
    "잘 뱉어내고 있는데 엄마가 이렇게 약해지면 어떡하냐고 아기 잘 응원해 줘야지. 이런 시간에 아기 한 번이라도 더 웃겨주고 엄마는. 그런 식의 답글이 달렸어요."

    결국, 석 달 만에 자연치료를 포기했습니다.

    [박주희 (가명)/전 안아키 카페 회원]
    "나중에 보니까 내가 애한테 몹쓸 짓을 하고 있었구나. 그 당시에는 몰랐어요."

    이렇게 '안아키 치료법'을 따라하다 부작용을 경험한 엄마들이 상당수이지만, 카페에선 병원을 간다거나 가라는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전 안아키 카페 회원]
    "연고 바르면 되게 아무것도 모른다는 식으로 그런 식으로 몰아가고. 그만하고 병원 가야 할 거 같아요. 그러면 엄청 다 말리는 분위기고."

    카페에 올라온 사진과 글들이 아동학대에 가깝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지난 2일부로 이 카페는 폐쇄된 상태.

    2580은 한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카페가 폐쇄되기 전 올라왔던 글과 사진들을 확인해 봤습니다.

    피범벅이 된 얼굴을 심하게 긁고 있는 아이,

    6개월간 안아키 식으로 관장과 햇볕 쬐기 치료를 했다는 이 아이의 엄마는, 아이가 괴로워하는 걸 안타까워하면서도 카페에서 배운 대로 아이를 그냥 놔뒀다고 말합니다.

    [하정훈/소아과 의사]
    "이거는 2차 감염이 생긴 거죠! 벌써. 이렇게 2차 감염이 생겼을 때 제대로 치료 안 하면 나중에 이게 만약에 세균 중에서 일부 세균은 콩팥이나 이런 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죠."

    팔과 다리에 피고름 딱지가 들러붙은 한 여자 아이, 며칠간 열이 38도에서 떨어지지 않아 걱정을 하면서도, 상처 부위에 가루약을 뿌려주는 치료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아토피가 악화돼 온몸에 감염이 번진 11개월 난 아이, 아이 엄마는 병원의 입원 권유를 뿌리치고 왔다고 글을 남겼고, 카페 회원들은 응원의 답글을 남겼습니다.

    아토피 피부를 긁으며 아파서 아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고 걱정하는 엄마에게, 카페 운영자는 아이가 긁든 울든 무심하게 대해라, 아프다고 고함을 치면 도리어 아이를 혼내 주라고 조언합니다.

    심한 화상으로 거의 허벅지 전체가 살이 벗겨진 아이의 엄마는 카페에서 얻은 정보대로 치료를 한다며 아이를 40도의 뜨거운 물에 담갔습니다.

    [하정훈/소아과 의사]
    "이미 피부가 손상 받았잖아요. 손상 받고 이미 이런 건 염증이 생기려고 그러고 있는데"

    [공혜정 대표/아동학대방지 시민모임]
    "아동학대라는 것이요. 신체적으로 때리거나 욕을 하거나 이런 부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한테 제공해야 할 것을 제공하지 않는 것도 역시 아동학대라고 보고 있습니다. 안아키의 경우에 있어서 아이들한테 치료적인 것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고요. 그것이 곧 의료방임에 의한 아동학대라는 것이죠."

    의료법 위반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이 카페에서 의료상담을 해주는 사람들은 일명 '맘닥터'.

    카페 운영자인 한의사에게 1년간 강의를 듣고 시험을 통과한 회원들에게 맘닥터 자격이 주어집니다.

    이들은 사진과 글을 보고 아이들의 상태와 병명을 진단하거나, 해독이나 사혈침, 소화제나 숯가루 등 주로 카페 운영자가 개발했다는 약을 권유하는데, 이런 게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정일채 변호사]
    "맘닥터들이 정보를 공유해서 대체 약이나 어떤 민간적인 치료를 공유하는 것까지 문제 삼을 순 없겠지만 이런 무자격자로부터 진단과 치료를 받음으로써 아이들을 방치하게 되면 아이들의 건강상 위해까지 입을 수 있는 그런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찰은 안아키 카페에 대해 아동학대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카페 운영자 측은 잘못된 사실이 퍼지면서 자신들이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2580은 카페 운영자와 안아키 치료의 효과를 믿는 회원들을 만나 그들의 얘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31년째 대구에서 한의원을 하고 있는 김효진 원장.

    4년 전 안아키 카페를 만든 건, 약물 오남용을 막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싶어서였다고 말합니다.

    [김효진 한의사/안아키 카페 운영자]
    "약물에 대해서 피해와 경각심이 있는 엄마들이 많죠. 그래서 이 카페를 통해서 그런 엄마들이 자기네들끼리 해보니까 되니까 그리고 점점 더 약을 안 쓰게 되고 애가 점점 건강해지는 게 보이니까 정말 좋아했죠."

    안아키 치료법은 한의학을 근거로 자신이 직접 경험하며 연구해 만들었다는 설명.

    대표적인 게 화상 치료법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제 발에 일부러 쑥 뜸을 태워서 3도 화상을 만들어서 치료해 본 적이 있어요. 그래서 뜨거운 물에 담궈서 40도 정도. 응급조치를 하면 순식간에 없던 일이 되죠."

    유럽에서도 이와 비슷한 온찜질 화상 치료법이 있다고 말합니다.

    [김효진 한의사/안아키 카페 운영자]
    "37도의 따뜻한 물로 응급조치를 하면 훨씬 피부 재생에 좋고 화상 치료가 잘 된다. 이런 논문을 2012년에 낸 게 있더라고요. 그래서 비슷한 생각을 한 거 같아요. 근데 40도 되면 더 괜찮아요."

    김 원장이 말한 논문을 확인해봤습니다.

    "37도의 따뜻한 물로 화상 부위를 응급처치하는 것이 17도의 차가운 물로 하는 것보다 상처 부위 진행을 더디게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그런데 이 실험은 사람이 아닌 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

    심지어 이 논문에서도 "현재는 화상부위를 20분 안에 차가운 물로 찜질해주고 약 치료를 하는 것이 권장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정훈/소와과 의사]
    "개인적인 경험은 오류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논문도 오류가 생겨서 여러 개 논문이 나오고 그다음 논문을 검증한 다음 단계 거쳐서 진료에 도입합니다. 그게 면허를 받은 의사인데, 내 개인 경험으로 마음대로 한다? 그건 의료행위가 아니죠."

    아동학대 논란을 촉발시킨 아토피 치료 사진에 대해서, 김 원장은 자연적으로 낫는 과정의 사진을 누군가 발췌해 퍼뜨린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효진 한의사/안아키 카페 운영자]
    "스테로이드로 인한 피부 변질된 게 그게 회복되는 과정에서 진물이 막 나오고 피가 나고 하는 그런 과정들이 있어요."

    하지만, 치료 과정에서 아이가 받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생각할 때 이 과정을 치료라고 볼 수 없다는 반론의 목소리가 큽니다.

    [이승호/소아과 의사]
    "병을 치료한다는 게 두 가지가 있어요. 첫째, 낫게 하는 거. 둘째, 저절로 나는 병이라도 안 힘들게 도와주는
    거. 저절로 낫는 병을 도와주는 것도 치유예요."

    안아키 치료법 중 하나인 일명 '수두파티'.

    아이들끼리 수두를 옮기게 해 더 강한 자연면역을 갖게 하는 게 낫다는 이론이지만, 한의학계에서조차 동의하지 못합니다.

    [김지호 홍보이사/대한한의사협회]
    "예방접종이라는 개념 자체가 한의사인 지석영 선생님이 도입을 한 것이고요. 면역학적으로 전혀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안아키 논란으로 주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는 일명 '안아키스트' 엄마들.

    가장 억울한 건 자신들이 아이들의 고통을 방치한 사람들로 비쳐지는 거라고 말합니다.

    [유승현 (가명)/안아키 카페 맘닥터]
    "병원에서 처방해 주는 로션이나 뿌려주는 미스트 대신에 엄마가 집에서 만든 허브를 가지고 만든 걸 뿌려주는, 이런 것들로 아이의 고통을 경감시켜 주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들을 해요."

    안아키 치료법이 실제 효과가 있었다는 증언도 잇따릅니다.

    [박채희 (가명)/안아키 카페 회원]
    "백신에 들어 있는 수은 중독, 수은에 의한 부작용으로 생긴 유사백반증이라고 (김효진 원장이) 진단을 내려주셨더라고요. 이제 해독을 받으러 갔고, 실제로 한 3개월 지나니까 없어졌어요."

    [이현순 (가명)/안아키 카페 회원]
    "콩나물하고 배하고 무하고 꿀이나 조청 등을 넣어서 만드는 그것도 일종의 음료처럼 먹이는데 정말 귀신같이 이틀 만에 감기, 기침이 떨어져요."

    무엇보다 엄마들이 스스로 공부해 아이의 상태를 진단하거 처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안아키 카페의 핵심 취지라고 강조합니다.

    [이현순 (가명)/안아키 카페 회원]
    "결국, 엄마가 가지고 가는 정보를 가지고 그분(의사)들은 판단을 하시는 거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그 아이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아는 의사는 그 아이의 엄마인 게 맞는 거죠."

    문제는 이들이 얻고 공유하는 정보의 신뢰성.

    카페에선 아이가 요로감염에 걸렸을 땐 외음부를 햇볕을 쬐게 하라는 처방 등이 내려지거나, 메르스 사망자 대부분이 항생제 쇼크 때문이라는 등의 정보가 퍼졌는데, 이렇게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거나 잘못된 정보를 맹신할 경우, 아이들을 더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이승호/소아과 의사]
    "민간요법 같은 것도 전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연구를 해요. 그중에서 검증된 치료는 다 정상 치료로 들어가요. 아이들은 본인이 결정한 게 아닌데 부모로 인해서 자기가 피해를 보는 거예요."

    [최 OO 한의사]
    "너무 과신해도 안 되고 그렇다고 해서 또 자연요법이라는 게 완전히 허무맹랑한 거라고 보기도 어렵고 어느 정도 적정선에서 이걸 접근을 해줘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특히, 과도한 불신이나 잘못된 정보를 믿고 예방접종을 거부할 경우, 집단면역 체계를 무너뜨려 전염병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지난 1998년, 영국에서 홍역과 볼거리, 풍진을 예방하는 MMR 백신이 지폐와 관련이 있다는 허위 논문 때문에 예방접종률이 급감하면서 세 차례의 감염병 대유행이 일어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공인식 과장/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
    "과학적인 정보를 잘 이해하고 그리고 백신에 대한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백신의 이득에 대한 훨 더 큰 득에 대해서 이해하시고."

    내 아이에게 어떤 약이 처방되는지, 혹시나 부작용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다른 부모들과 육아 노하우를 나누는 건 부모로서 바람직한 자세일 겁니다.

    하지만, 의료적 판단을 뒤로 미루고 무분별하게 자연 치유만을 맹신하다 보면 내 아이는 물론 다른 아이들까지 더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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