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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황의준 기자

서울대, 시흥캠퍼스?

서울대, 시흥캠퍼스?
입력 2017-06-05 09:39 | 수정 2017-06-0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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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흥캠퍼스 건설 계획을 놓고 최고의 상아탑으로 불리는 서울대에서 심한 갈등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시흥캠퍼스 건설에 반대하는 학생들은 본관 점거에 나섰고, 건설을 계속 추진하려는 학교 측이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선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졌습니다.

    학생들은 서울대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고, 학교 측은 해당 학생들의 징계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시흥캠퍼스가 들어서길 기대해 온 시흥시와 관련 주민들은 건설 계획이 지지부진한 현 상황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고 있습니다.

    반목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해결 방안은 없는지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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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이던 지난 3월 11일 새벽, 서울대학교 본관을 무단 점거하고 있던 학생들이 교직원들에게 끌려 나옵니다.

    "당신들이 경찰이야? 뭔데 학생들을 연행해!"

    학생들이 소화기 분말을 난사하며 맞서자, 직원들은 소방호스로 물을 퍼부으며 진압합니다.

    "물대포 멈추라고 xx들아!"

    10시간 넘게 이어진 충돌 끝에 153일 동안의 본관 점거는 끝이 났고, 이 과정에서 학생 2명이 응급 후송됐습니다.

    50여 일 만인 5월 1일.

    본관 로비에서 연좌농성 중이던 학생들을 해산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두 번째 충돌이 발생했습니다.

    같은 날 저녁, 망치를 손에 든 학생이 사다리를 타고 건물 2층으로 올라가더니 유리창을 두들겨 깹니다.

    깨진 창문을 넘어 건물로 진입한 학생들은 다시 본관을 점거했습니다.

    대치 상태는 지금까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최고의 상아탑으로 불리는 서울대에서 학교와 학생 측의 대립은 이렇게 극렬한 물리적 충돌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서울대가 경기도 시흥시에 제2캠퍼스 설립을 추진하면서 발생한 일입니다.

    서울대는 학교의 미래를 위해 시흥캠퍼스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학생 측은 충분한 학내 논의 없이 진행된 이 사업이 철회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서울대가 신규 캠퍼스 설립을 처음 계획했던 건 10년 전인 2007년.

    2년 만인 2009년엔 신규 캠퍼스 부지로 경기도 시흥시가 선정됐습니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던 사업은 2013년 10월 첫 제동이 걸립니다.

    학교가 시흥캠퍼스에 의무형 기숙사 설립을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의 반대에 부딪힌 겁니다.

    [임수빈/부총학생회장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2013년에 MOU 체결 소식을 뉴스로 접했고요. 학생들이 강제적으로 의무 기숙할 수 있다, 이런 문제 제기가 되면서 그때는 의무 기숙, RC 반대 얘기를 많이 했고요."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신입생 등 특정 학년을 의무적으로 기숙시키는 것은 불합리할 뿐만 아니라, 캠퍼스 분리로 학내 공동체의 결속력도 약해질 것이라고 학생 측은 주장합니다.

    [윤민정/학생회장 서울대학교 사회대]
    "학생회 역량이라는 게 같이 생활하고 서로 문화를 공유하고 이런 데서 나오는 건데 그 자체가 너무 어려워지니까 학생 자치의 재생산이 불가능하다."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자 학교는 의무형 기숙 대학을 추진하지 않겠다며 진화에 나섰고, 이후 시흥캠퍼스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8월 시흥캠퍼스를 둘러싼 학교와 학생 측의 갈등이 다시 불거졌습니다.

    학교가 시흥시, 한라건설과 시흥캠퍼스 설립을 위한 실시협약을 맺으면서부터입니다.

    시흥시는, 관악캠퍼스의 실제 사용 공간인 순환도로 내부면적의 절반 정도인 66만 제곱미터의 부지를 서울대 측에 무상 제공하고, 한라건설은 4천5백억 원 상당의 건물을 지어 기증하기로 공식적으로 약속했습니다.

    학생 측은 계약에 법적 구속력이 생기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학내 구성원들과 전혀 논의가 없었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했습니다.

    [김상연/전 학생회장 서울대학교 사회대]
    "학생들 입장에서는 반대 여론도 충분히 많은 상황이어서 아직 맺으면 안 된다, 어떤 계획인지 논의라도 제대로 하고 공론화한 다음에 추진하든 철회하든 해야 되는 문제라고..."

    시흥캠퍼스가 들어설 곳은 '배움터'를 뜻하는 우리말 '배곧'에서 이름을 딴 시흥시 배곧신도시.

    신도시 조성 과정부터 서울대 캠퍼스 유치를 광고하며 교육 도시를 표방해 왔고, 학교 부지를 중심으로 대단지 아파트촌이 형성됐습니다.

    서울대에 건물을 지어주기로 한 한라건설이 분양한 아파트는 시흥캠퍼스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붙어 있어 아파트 브랜드도 '캠퍼스'로 정했습니다.

    인근 아파트 단지에 비해 평당 100만 원 가까이 높은 가격에도 100% 분양됐고, 분양권은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은 서울대 브랜드를 팔아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그 차익으로 대학 재원을 조달하는 방식은 대학의 '공공성'을 크게 훼손한다며 반발합니다.

    [김상연/전 학생회장 서울대학교 사회대]
    "이 사업은 추진 목적부터 사실 대학을 어떻게든 좀 팔아보려고 하는, 기업화하는 그런 방향의 사업이었기 때문에 저는 원론적으로 반대를 하고..."

    본관 점거 과정에서 발견된 '시흥캠퍼스 재정 전략 수립' 보고서는 학생들의 반발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2014년 9월 서울대 기획처가 작성한 이 보고서에는 시흥캠퍼스에 호텔과 오피스텔, 키즈카페, 고소득 노인을 위한 실버타운 등도 조성해 대학 운용 비용을 조달한다는 계획이 담겨 있습니다.

    [임수빈/부총학생회장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수익 사업, 그런 계획만 보더라도 키즈카페나 호텔, 이런 것을 대학 안에서 수익사업을 하려고 하는 것이 너무 상업화의
    우려가 있다는 거."

    학교 측은 학생들의 주장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습니다.

    우선 해당 문건이 다수의 정책제안 보고서 중 하나일 뿐이며, 담긴 내용들은 확정된 사항도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이근관/기획처장 서울대학교 기획처]
    "운영비 마련을 위한 하나의 아이디어로서 제안된 바 있지만, 서울대 본부는 그걸 공식적으로 검토하거나 확정된 바가 전혀 없다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또 시흥캠퍼스는 수익을 위해 급조된 사업이 아닐뿐더러, 현재 관악캠퍼스가 포화 상태여서 신규 캠퍼스 설립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한규섭/대회협력부처장 서울대학교 기획처]
    "대학 경쟁력이 사실은 중국 대학들이 굉장히 치고 올라오면서 상당히 위협을 받고 있는 상태고 시흥캠퍼스의 성공적인 추진과 조성이 결국은 우리 대학의 경쟁력과 상당히 직결되어 있다고."

    특히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과 통일 시대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시설을 중심으로 조성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장기적 목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근관/기획처장 서울대학교 기획처]
    "자율 주행 자동차를 위한 시험장이라든지 또 드론에 관계된 거라든지 그런 R&D시설이 들어설 것이고, 또 민족의 숙원이라고 할 수 있는 통일과 관계되는 그런 연구와 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이처럼 시흥캠퍼스를 둘러싼 입장차가 워낙 크다 보니 학내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갔고, 학생들의 본관 점거와 학교 측의 강제 진압, 그리고 이 과정에서 수차례의 폭력 사태까지 반복되면서 골은 갈수록 깊어졌습니다.

    지난 3월 11일 학생과 교직원이 서로에게 소화기와 소방호스를 겨눈 사태를 놓고도 양측의 주장이 엇갈립니다.

    [임수빈/부총학생회장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학교가 농성 중인 학생들 70~80명이 있는데 400명 직원들 동원해서 물리력으로 진압하려고 했던 것 자체가 저는 문제라고 생각을 하고요."

    [전창후/서울대학교 학생처장]
    "그날은 내부 수리를 끝낸 행정관으로 이사하던 날이었습니다. 대학 당국이 용역 직원을 동원해 농성 중이던 학생들을 몰아냈다 하는 것은 사실과 다른 일부 강경파 학생들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합니다."

    이날 이후 서울대 학보 '대학신문'은 창간 65년 만에 처음으로 1면을 백지로 냈고, 학생들은 성낙인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성낙인은 퇴진하라! 퇴진하라!"

    5월 1일, 학생들이 본관 2층 유리창을 깨고 재점거하자, 학교는 즉각 성 총장 명의의 담화문을 통해 "학생들의 시위가 도를 넘어섰다"고 비판하며 해당 학생들을 형사고발 했고, 출교를 포함한 중징계도 예고한 상태입니다.

    [전창후/서울대학교 학생처장]
    "쇠망치로 유리창을 깨고 난입하고 사무실을 점거해 행정을 마비시키는 일부 학생들의 불법 행위는 관련 법규와 학칙에 따라 처벌될 것입니다."

    서울대 학내 갈등으로 인해, 이곳 시흥시 당국과 배곧신도시 입주민들은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서울대 캠퍼스가 들어선 교육 신도시를 기대했지만, 시흥캠퍼스 건설은 계속 지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초 내년 3월로 예정됐던 시흥캠퍼스 1차 개교일도, 언제가 될지 기약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제 뒤로 보시는 것처럼, 개교 예정 시기에 맞춰 주변 아파트 단지가 하나 둘 완공되고 입주도 시작됐지만 캠퍼스 조성 사업은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고, 부지는 여기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 허허벌판으로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김윤식/경기도 시흥시장]
    "우리 시흥 시민들, 또 특히 배곧신도시에 새로 입주해 오신 분들 이런 많은 이해관계인들께서는 매우 불안해하시죠. 2018년 1단계 개교라는 약속을 믿고 투자도 하고 이사도 왔는데."

    주민들은 서울대 총학생회의 지도부가 바뀌면 협상을 다시 시작해야 되는 점도 답답하다고 하소연합니다.

    이전 총학생회가 시흥캠퍼스 기숙사 설립에 동의하는 서명까지 했는데, 이제 와서 실시협약 자체를 철회하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겁니다.

    [류호경/배곧신도시 입주자]
    "본인들 스스로가 원해서 합의서에 서명했으면 학생회 회장단이 바뀐다 해도 그거는 지속적으로 지켜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초 서울대생들이 거주하는 의무형 기숙사 도입을 희망했던 시흥시와 주민들은, 만약 캠퍼스 조성 실시협약이 철회된다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강경한 입장입니다.

    [류호경/배곧신도시 입주자]
    "기숙사로 추진하기로 진행을 했다고 그렇게 들었거든요. (실시협약이) 철회가 만약에 된다면 저희는 모든 법적 투쟁을 할 준비가 되어 있고요."

    대학 운영을 위한 수익 추구와 대학의 공공성 유지, 신도시의 성패가 걸린 캠퍼스 유치 등의 문제들이 실타래처럼 얽힌서울대 시흥캠퍼스 건설 계획, 깊어진 갈등이 풀리고 무너진 신뢰가 회복되도록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집니다.

    [송기석/국회의원 교육문화체육 관광위원회 간사]
    "저는 지금부터라도 다시 조성 계획 공개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 나누고 소통해서 일단 신뢰부터 쌓아가서 좀 해결했으면 좋겠습니다."

    [박배균/교수 민교협·서울대학교 지리교육과]
    "대학이 할 수 있는 좋은 것들이 많잖아요. 이런 어떤 내용적인 부분에서도 서로 같이 만들어 나가는 어떤 그런 대화의 틀을 만들어보자는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를 만들어 대학 서열화를 해소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이에 따라, 아직 공식화된 것은 아니지만, 학교와 학생 측이 한목소리로 반대하는 서울대 폐지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서울대는, 대학에 관한 각종 개혁 과제들을 선도해 줄 것이란 기대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외부적 상황들에 대응해 나가기 위해선 '서로 힘을 모아도 부족하다'는 인식에 2580이 만난 학교와 학생 측 모두 동의하고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일방적인 강행과 협상 없는 투쟁이 갈등을 키웠다', '더 늦기 전에 집단지성이 발휘돼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들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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