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박종욱 기자

"BBK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BBK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입력 2017-06-12 10:19 | 수정 2017-06-12 10:53
재생목록
    지난 3월 BBK 사건으로 수감됐던 김경준 BBK 전 대표가 만기 출소 직후 미국으로 추방됐습니다.

    지난 2004년 한국 검찰의 체포영장 발부로 미국에서 구금된 지 13년, 2007년 대선 직전 한국으로 송환된 지 10년 만입니다.

    김경준은 주가조작과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7년,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년, 벌금 100억 원에 대한 노역형 등을 합쳐 9년 4개월 동안 독방에 수감돼 형기를 채웠습니다.

    2580은 BBK 사건과 관련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쟁점들에 대해 사건 당사자인 김경준을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김경준은 지난 2007년 당시 대선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BBK의 관련성에 대한 의혹들이 제기됐지만 검찰과 특검의 불기소로 법정에서 판단된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출소 후 국내 언론 최초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BBK 사건에 대한 재수사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

    "한 말씀만 해주시죠."

    검은색 정장 차림의 그는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도 여유로워 보였습니다.

    그로부터 10년 뒤, 같은 옷, 같은 스타일이었지만, 그의 얼굴엔 지난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김경준 전 BBK 투자전문 대표]
    "당연히 적폐 청산은 이뤄져야 되고, MB 정부도 포함돼야 된다고 봅니다."

    지난 2007년, 대선 정국을 뒤흔든 'BBK 사건'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김경준 전 BBK 대표가 최근 형기를 마치고 만기 출소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일성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했습니다.

    2580은 그동안 방송에 나서지 않았던 김경준 씨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모처에서 만난 그는 천천히 현실에 적응하고 있었습니다.

    [김경준 전 BBK 투자전문 대표]
    "심지어 제 옷도 없었습니다. 어디 창고에 있었더라고요. 조금이라도 인생을 되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거죠."

    지난 2004년, 미국에서 체포된 뒤 수감생활만 13년.

    한국에 송환된 2007년 후론 내내 독방에 수감됐습니다.

    [김경준 전 BBK 투자전문 대표]
    "이렇게 카메라를 배치해 놓고. 그리고 그 앞에다가 교도관이 바로 앞에 책상을 놓고 24시간 쳐다봤어요. 밥을 먹어도 왜 그것만 먹었냐. 글씨 썼다가 이렇게 지우잖아요, 그럼 와 가지고 왜 지웠냐고."

    한때 연봉 20억 원을 받던 30대 금융 전문가는, 이제 50대의 '전과자'일 뿐입니다.

    이른바 'BBK 사건'은, 지난 2001년, 김경준 당시 BBK 투자자문 대표가, 옵셔널벤처스 인수 과정에서 옵셔널벤처스의 주가를 조작하고 회사 공금 3백여억 원을 빼돌렸다는 사건입니다.

    2009년 5월 대법원은 그에게 징역 8년과 벌금 100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BBK 사건이 본격 이슈화된 것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부터입니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2007년 8월]
    "주가 조작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BBK는 누구의 회사인가."

    이명박 후보와 BBK의 관련성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제기됐습니다.

    당시 이 후보 측은, 의혹들은 대부분 조작이라고 일축하면서, 자신도 김 씨로부터 사기를 당한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일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
    "온갖 음해에 시달렸습니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대선 2주를 앞두고, 검찰은 이 후보의 혐의가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김홍일/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이 후보가 김경준과 주가 조작을 공모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습니다."

    한 때 동업자였던 두 사람은 대통령과 수감자로 나뉘었습니다.

    하지만, 김경준 씨는 검찰이 당시 유력 주자였던 이명박 후보를 무혐의 처분하며 면죄부를 줬을 뿐, BBK와 이 전 대통령과의 관련성은 법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김경준 전 BBK 투자전문 대표]
    "이명박이랑 관련 없다고 판결한 적 한 번도 없어요. 검찰이 그렇게 했죠. 법원에 넘겨진 게 아니지 않습니까."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이 전 대통령과 BBK는 관련이 없다'고 진술했던 것은, 검찰의 협박과 회유 때문이었다고 말합니다.

    [김경준 전 BBK 투자전문 대표]
    "분명히 기억합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우리는 이명박을 기소하지 못한다. 왜냐면 기소해 봤자 대통령으로 당선될 거 같다. 그러면 검찰은 죽는다. 다 네가 했다고 하고 끝내면.'"

    이 전 대통령과 김경준 씨의 주장은 첫 만남의 시점부터 엇갈립니다.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
    "저는 미국에서 귀국해서 2000년도 아마 초에 만났을 겁니다. 제 기억에는. 물론 본인이 찾아왔었습니다."

    [김경준 전 BBK 투자전문 대표]
    "99년 3월쯤이었을 거예요. 3월이나 2월, 아직 추웠어요. 김백준의 전화였죠. (만날 대상이 이명박 전 대통령인지 (알았나요?)) 몰랐어요."

    이 전 대통령의 '영원한 집사'로 불리며, 이 사건의 또 다른 핵심으로 지목되는 김백준 씨의 기억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처음에 먼저 연락을 하신 게 맞나요?) 그러니까 내가 그 사람이 이명박 씨를 만나는 어떤 계기를, 그런 개연성은 있어요."

    1999년 설립된 BBK와의 관련성을 부인하기 위해, 이 전 대통령은 2000년 처음 만났다는 말을 해 온 것이라고 김경준 씨는 주장합니다.

    [김경준 전 BBK 투자전문 대표]
    "김백준 씨는 1999년부터 계속 회사에 나와서 사무실에 앉아 있었고. MB랑 다 진행 상황 다 보고하고. 심지어 (1999년) 12월에 MB가 자기 집으로 초대를 했어요. MB가 저희 부모님한테 같이 일하기로 했으니까 믿어주세요. 그런 것까지."

    김 씨에 따르면, 두 사람이 계획한 사업은 지주회사인 LKe뱅크 아래 투자자문 회사 BBK와 펀드, 증권 회사가 한 몸으로 움직이는 인터넷 종합 금융사였습니다.

    [김경준 전 BBK 투자전문 대표]
    "이게 전체가 금감원을 속여야 됐었어요. 그리고 MB도 당연히 동의를 했고. 그 당시 금감원한테는 이것과 이것 통합을 한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따지고 들어갑니다. 그럼 절대 인가가 안 나와요. 그렇기 때문에 주주를 좀 모호하게 했어요."

    그 시작이 바로 BBK였다고 합니다.

    [김경준 전 BBK 투자전문 대표]
    "BBK (사무실) 구조가 이렇게 들어가서 이거였어요. 그런데 실제로 여기까지 다 빌렸어요. 처음부터. 이걸 가지고 더 쓴다는 전제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그래서 MB가 들어오기에 맞춰서 다 인테리어하고 그런 거죠."

    BBK 설립을 위한 투자 자금은 이 전 대통령의 친인척 또는 대학 동문 등으로부터 어렵지 않게 채워졌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이 LKe뱅크의 공동대표였을 뿐, BBK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
    "BBK와 저는 직접이든 간접이든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2580이 입수한 BBK와 LKe뱅크, eBK증권의 당시 조직 구성도입니다.

    직원 20여 명의 내선 번호가 적힌 명단의 가장 위에는 이명박 회장실의 번호가 표기돼 있습니다.

    하나의 사무실에서 세 회사가 전혀 구분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국에서 진행됐던 다스와 김경준 간 소송 자료도 입수했습니다.

    지난 2003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서명한 진술서를 보면, LKe뱅크와 BBK에 대해 하나의 '사업 결합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의 비서였던 이진영 씨도 미국 검찰 조사에서 이를 인정했습니다.

    [이진영 이명박 전 대통령 비서]
    "서로 연관이 지어져 있는, 그러니까 업무협력이라고 해야 될까요."

    이명박 회장과 김경준 사장의 권한이 명시된 BBK 정관, 두 사람의 사진과 약력이 자세히 소개된 홍보 책자, BBK와 LKe뱅크, eBK증권이 나란히 적힌 명함 등도 법원 증거로 제출됐습니다.

    [김경준 전 BBK 투자전문 대표]
    "처음에는 BBK만 있었어요. BBK 회장으로 이명박 회장 명함이 있었어요. 이뱅크 코리아닷컴을 홍보하면서 또 명함을 바꾼 거죠."

    이 전 대통령이 공동대표로 있던 LKe뱅크의 계좌가 주가 조작에 활용되기도 하고, 김 씨가 횡령한 것으로 추정되는 돈이 LKe뱅크 계좌에 입금됐다는 의혹도 당시 언론에 제기됐습니다.

    [김경준 전 BBK 투자전문 대표]
    "돈이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는 거 다 알 수 있어요. 심지어 이명박 회장 개인 계좌로 왔다 갔다 하는 것도. 그렇기 때문에 이게 관계없다고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요. 자기가 하나도 몰랐다? 그러면 자기 개인 계좌는 내가 그것도 만들었나?"

    하지만, 당시 검찰의 수사 결과는 이런 의혹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다고, 김 씨는 거듭 주장합니다.

    [김경준 전 BBK 투자전문 대표]
    "다 위조됐다 그랬잖아요. 하나부터 열까지. 심지어 정관도. 뭐 증거 내면 너 위조했다, 뭐 하면 위조했다."

    여기에 이 전 대통령이 'BBK를 설립했다'고 말한 동영상에 대해,

    [2000년 10월 광운대 특강]
    "금년 1월에 BBK라는 투자회사를 설립을 하고..."

    검찰은 과장된 표현이었다는 이 전 대통령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2001년, BBK에 투자했던 심텍이, 자금을 돌려달라며 이 전 대통령 측에게 편지를 보내고 법적 조치를 취하기도 했지만, 심텍에 대한 검찰 조사는 없었습니다.

    [정봉주 전 국회의원]
    "우리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이건 이거다, 해명을 하지 않습니다. 검찰은 의혹을 해명하는 기관이 아니다. 그럼 어떻게 죄를 찾죠? MB는 피해자고, 김경준이 MB까지 속였다 이거 아니에요. 저는 못 믿겠다는 거죠."

    BBK 사건은 수많은 회사와 계좌가 등장하지만, 그 복잡한 흐름을 쫓다 보면 '다스'라는 회사와 만나게 됩니다.

    김경준 씨는 BBK뿐만 아니라 다스 역시 이 전 대통령의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김 씨는, BBK 설립 당시 다스가 190억 원을 투자했던 과정에서 이상한 점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김경준 전 BBK 투자전문 대표]
    "자기 회사가 있는데 그 회사랑 이제 많이 일을 할 테니까 거기 대표이사를 만나보래요. 솔직히 좀 이해가 안 갔는데 그냥 MB 회사니까 이렇게 생각했었어요. 그랬더니 6일 후에 거기서 돈을 보낸다고."

    지난 1987년 설립된 다스는 주로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은 씨와, 처남 고 김재정 씨가 대주주였고, 현재도 CEO, 감사 등이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이며, 아들 시형 씨는 전무입니다.

    김 씨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는 자신의 회사라고 밝혀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김경준 전 BBK 투자전문 대표]
    "자기 회사라고 그랬죠. 그러니까 다스가 처음에 BBK한테 투자하는 돈을 보낼 때 자금을 옮기는 거라고 얘기를 했어요."

    그런 다스가 BBK에 투자했던 만큼 BBK의 실질적 주인도 이 전 대통령이었다고 말합니다.

    [김경준 전 BBK 투자전문 대표]
    "우리가 그 사람들(이상은, 김재정) 계좌까지 만들어 주고 이랬었어요. 그 사람들이랑 하나도 상의를 안 했어요. 그냥 MB가 도장 필요하면 갖다주고 이랬으니까."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고,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제가 뭐 내 회사 같으면 현대 그만두고 차고앉았죠. 할 일도 없고 놀 때인데..."

    검찰도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벌어진 민사소송 과정은 또 다른 의구심을 일으킵니다.

    소송은 다스가 190억 원 중 50억 원만 돌려받았다며, 김 씨에게 나머지 140억 원도 반환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김경준 전 BBK 투자전문 대표]
    "그 50억으로 이제 투자금 반환은 더 안 해도 된다. 왜냐면 실제로 투자금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그쪽도 알았거든요. 100억도 증권회사에 묶여 있고, 나머지 45억도 자본금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다스는 1심에서 패소해, 김 씨가 법적으로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상황, 하지만 2010년, 김경준 씨는 140억 원을 다스에 반환했습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 측과의 비밀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경준 전 BBK 투자전문 대표]
    "그냥 사람을 못 살게 하는, 계속 이러니까. 형기도 많이 남아있고. 가석방이라도 그나마 좀. 계속 소송한다 달려들고. 우리한테 한 게 진짜 상상을 초월할 정도예요."

    이 합의는 실질적으로는 이 전 대통령과 이뤄진 것이며,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내용이 많이 담겼다고 말했습니다.

    [김경준 전 BBK 투자전문 대표]
    "솔직히 있을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다스랑 한 것이기 때문에. (비밀 합의에는) 이제 MB에 대한 내용들, 뭐 그 사람한테 욕하지 못한다. 이런 것들이 있어요. MB가 자기랑 다스랑은 아무 관계가 없는데 왜 넣는지."

    그리고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140억 반환 등에 대해 다스 측에 수차례 문의했지만, 모른다는 입장만 되풀이했습니다.

    [다스 법무실]
    "모르겠습니다. 위에 분들도 그렇고 언급하실 게 없다고 하시니까..."

    지난달 대통령 선거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 같은 김 씨의 주장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5월9일]
    "이봐요. 투표에 관해서 물어. 선거 때 투표하러 와 가지고 이 사람아. (이것도 중요한 얘기라서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 하는 내용인데요. 그쪽에서는 아직도 실소유주로 얘기를 해서)
    그래요? 투표할 때는 투표 이야기를 해야지."

    2580은 이런 김 씨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취재를 요청했으나, 이 전 대통령 측은 응하지 않았고, '더 이상 설명할 게 없다'는 간단한 답변만 보내왔습니다.

    BBK는 10년 전 지나간 일이 돼 가고 있었습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5월3일]
    "이명박 대통령 BBK 사건 나 아니었으면 아무도 못 막았어요. 막아줘서 대통령 됐는데 세 번이나 나한테 법무부 장관 시켜준다고 하더라고."

    하지만, 지난 4월 한 여론조사에선 국민의 74%가 BBK 사건에 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김경준 전 BBK 투자전문 대표]
    "솔직히 저 같이 300억 횡령 사건에서 13년 사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것도 초범이. 그것도 계속 독방. 제 독방 얼마나 작은 줄 아세요? 화장실 포함해서 1평이 안 됩니다."

    BBK 사건의 실체가 바로 잡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경준 씨, 반드시 진실 규명의 장이 열리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