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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공윤선 기자

'방과 후 학교'도 최저가로?

'방과 후 학교'도 최저가로?
입력 2017-06-12 10:38 | 수정 2017-06-1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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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지난 2006년 도입된 방과후학교.

    정규 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못하는 특기 적성 교육 등을 보강해 계층과 지역의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제도입니다.

    학원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수업을 들을 수 있어 현재 전국 초중고교의 99%가 도입해 전체 학생의 67% 정도가 참여할 정도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교육부가 방과후학교의 위탁 운영 업체를 결정할 때 최저가 입찰 방식을 도입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위탁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저가 입찰에 뛰어들고, 그만큼 줄어든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강사들에게 특정 교재를 사용하도록 강요하고, 교구 업체로부터 교재 사용료를 받아 최저입찰제로 인한 수익 손실을 충당하는 실정입니다.

    이로 인한 문제점은 방과 후 수업의 질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학생들의 피해로 직결될 수 밖에 없습니다.

    2580은 최저입찰제 도입 이후 방과후학교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점을 조명하고 이를 통해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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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 수업이 끝난 초등학교, 교실에선 또 다른 수업이 시작됩니다.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입니다.

    "친구들 손바닥이 도화지가 될 거예요."

    1,2학년 학생들이 반죽을 동그랗게, 때론 길쭉하게 밀어 자신의 이름을 쿠키로 만듭니다.

    [이소은/광주농성초 1학년]
    "쿠키를 만들어서 집에 가서 가족이랑 먹기도 하고 만들기도 여러 가지 하고 쿠키도 클레이도 너무 재밌어요."

    [위은영/광주농성초 방과후학교 강사]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고요. 아이들 생각도 나타나기 때문에 아이들의 감수성이라든지 창의력이라든지 이런 것도 효과는 있습니다."

    같은 시각, 정규 수업을 마친 3,4학년 학생들은 '방과 후 학교' 과정의 창의 과학 수업을 듣습니다.

    "우리 아까 마술 쇼 봤죠? (네!)"

    비눗방울을 직접 만들며 과학을 체험하는 겁니다.

    로봇 과학 수업에선 다양한 로봇을 직접 만들어 봅니다.

    [김준성/광주농성초 2학년]
    "두뇌가 좋아지는 것 같아요. 상상하고 창작으로 하니까 더 좋은 것 같아요."

    한 달 수업료는 평균 4만 원 정도, 내용도 좋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이 학교 학생 80% 이상이 수업을 듣고 있고 만족도도 90%에 가깝습니다.

    [김선희/광주농성초 교사]
    "믿을 수 있는 학교 안에서 이뤄지는 교육이기 때문에 돌봄의 그런 부분까지 충분히 저희가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방과 후 학교' 제도는 정규 수업과는 별도로, 다양하고 창의적 교육을 학교 교실에서 실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교육비 부담을 완화시킬 방안으로 2006년 제안돼, 이제 10년째를 맞았는데요.

    초등학교의 경우엔, '사교육의 대안'으로 평가받으면서, 전체 학생의 70% 가까이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방과 후 학교' 가 불안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안팎에서 커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원어민 영어 선생님과 함께 영어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춤을 춥니다.

    '방과 후 학교' 원어민 영어 교실은 주 5일 45분 한 달 과정 수업료가 8만여 원.

    시중 학원 가격의 1/3 수준도 안 돼 인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학교와 계약을 맺고 이 수업을 제공하는 위탁업체 김화곤 대표는 파산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 규모가 반 토막 났기 때문입니다.

    [김화곤 대표/방과후학교 위탁업체]
    "작년에도 (다른 원어민 영어 위탁업체) 5개 정도가 도산을 하고요. 올해도 한 2,3개 이미 도산이 될 거 같아요. 이런 식으로 가면 내년에 저도 도산할지도 몰라요."

    '방과 후 학교'의 운영 방식은 학교가, 직접 프로그램을 짜고 강사를 뽑는 '개인 위탁'과 학교가 업체를 선정하면 그 업체가 강사 선정 등 운영 일체를 맡는 '업체 위탁' 2가지 방식입니다.

    '업체 위탁' 방식을 택한 학교의 경우 대부분 전자 입찰을 통한 2단계 입찰로 위탁 업체를 선정합니다.

    첫 번째로 제안서를 평가한 뒤 이 과정을 통과하면 가장 낮은 금액, 그러니까, 가장 싼 수업료를 제시하는 업체로 최종 선정하게 되는 겁니다.

    김 대표는 이런 '최저가 입찰' 방식에 큰 문제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일부 '방과 후 학교' 업체들이 '일단 선정되고 보자'며 과다 출혈 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화곤 대표/방과후학교 위탁업체]
    "신생업체들이 들어오기 위해서 최저가로 쓰고 가격을 후려 찌고 들어오는 데 과연 그 사람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하느냐, 절대 그렇지 않거든요. 할 수가 없어요."

    올해 서울 한 초등학교의 '방과 후 학교' 원어민 영어교실의 입찰 결과입니다.

    선정된 업체가 입찰에 써낸 가격은 학교가 제시한 공고 금액의 68%에 불과합니다.

    학교 공고 금액의 82%가 인건비인데, 강사 인건비보다도 낮은 금액으로 낙찰을 받은 겁니다.

    강사 인건비를 주고 나면 업체에겐 손해만 남게 될 가격을 써 낸 것입니다.

    이 학교뿐만이 아닙니다.

    올해 '방과 후 학교' 업체 선정에 나선 서울 211개 초등학교의 입찰 결과를 살펴봤더니, 평균적으로 학교 공고 금액에서 10% 이상을 낮춰 응찰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학교 공고 금액에 맞추기도 힘든 상황에서, 낙점을 받기 위해 스스로 10% 이상을 더 깎아서 응찰하는 것입니다.

    [김화곤 대표/방과후학교 위탁업체]
    "회사에서는 수익구조가 없기 때문에 강사를 싸게 쓸 수밖에 없고 오히려 교재, 프로그램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형태가 나오죠."

    이렇게 과다 출혈 끝에 선정된 업체가 손해를 감수할 리 없습니다.

    자신들에게 '을'인 강사와 학습용품 교재 회사들을 괴롭혀 손해를 충당합니다.

    초등학교 '방과 후 학교'에서 8년 넘게 생명과학을 가르치는 강사 이 모 씨.

    이 씨는 지난해, 위탁 업체로부터 특정 교재를 사용하지 않으면 즉시 해고하겠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최저가 응찰에 따라 예상되는 적자를 교재를 팔아 메꾸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OO/방과후학교 강사]
    "구체적으로 이런 식으로 낙찰을 받아서 여러분의 수수료의 몇 % 가 들어갔고 거의 이득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교재 교구를 통해서 사실은 이득을 남겨야 된다고 얘기했어요."

    이런 이유로 강매된 교재의 수준은 뻔하다고 합니다.

    [이 OO/방과후학교 강사]
    "강사는 자신이 선택한 교재 교구 업체에 대한 자부심이 있거든요. (업체가 제시한 교재가)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용할 수가 없는 거죠."

    또 다른 초등학교 '방과 후 학교' 수학 강사였던 강 모(가명) 씨도 업체 측의 특정 교재 사용 강요에 수업을 그만뒀다고 합니다.

    [강 OO(가명)/방과후학교 강사]
    "아이들에게 유익한 교육을 시켜줘야 되는데 방과 후 업체에게 소속되면서 업체의 돈벌이 수단으로 제가 이용을 당하는 것 같고 그 부분에 대해서 제 양심상 허락하지 않아서."

    일부 위탁업체들은 또 다른 '을'인 학용품이나 교재 공급 회사들에게 커미션을 요구합니다.

    학생들이 내는 재료비의 20~30%는 평균이고, 40% 넘게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임 OO대표/방과후학교 교구 납품업체]
    "마진(수익)의 80%를 달라는 얘기거든요. 저희는 교구 공급을 포기를 했고, 낮은 질의 교구가 들어가면서 학생들 불만은 당연히 터져 나오고..."

    5년 넘게 과학 교구와 교재를 만들고 있는 최태교 씨도 올해 매달 58만 원 정도를 위탁 업체에 수수료로 주고 있습니다.

    [최태교 대표/방과후학교 교구업체]
    "(교구) 질은 계속 유지해야 되고 굉장히 어려운 상황인 거죠. 결과적으로는 재료의 질이 낮아지고, 그 피해 같은 경우는 학생들한테 고스란히."

    좋은 가격의 질 높은 교육이 학교 학부모들의 바람이겠습니다만, 보신 것처럼, '최저가 입찰'은 수업 프로그램들의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깁니다.

    최저가 입찰 때문에 위탁업체들이 갈수록 부실 상태로 내몰리고, 결국 학생들이 직접적 피해를 보게 된 학교 현장도 있습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현재 이 학교 '방과 후 학교'에선 '원어민 영어 교실' 수업이 지난해부터 중단됐습니다.

    지난해 '최저가 입찰'로 원어민 영어교실을 맡게 된 한 위탁업체에게 운영 두 달여 만에 폐강 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OO초등학교 관계자]
    "계약서상에 영문과를 졸업한 사람을 하게 돼 있었는데 졸업을 하지 않은 사람, 자격 미달인 사람을 보냈던 거예요. 사실 학부모님과 학생 입장에서는 많은 피해를 입은 입장이죠."

    지난 2014년에 설립된 이 신생 업체는 최저가 입찰이 도입된 지난해, 곧바로 서울 초등학교 11곳에서 '방과 후 학교' 계약을 따냈습니다.

    평균적으로 이 업체는 학교 제시 금액에서 20% 정도 대폭 낮춘 가격으로 응찰해 선정됐는데, 인건비를 주면 남는 돈이 거의 없는 수준입니다.

    준비도 안 된 업체가 무작정 출혈경쟁에 뛰어든 것입니다.

    [OO 초등학교 관계자]
    "준비가 좀 덜 된 상태에서 했던가 봐요. 그런 과정에서 여러 가지 계약 위반 사례가 나오니까 다른 학교에서도 클레임이 많이 걸리고 그랬던 걸로 알고 있어요."

    교육부는 입찰 시 서류 평가에서 이런 부실 업체들을 가려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습니다.

    [OO초등학교 관계자]
    "서류 적으로 하자가 있나 없는가를 확인만 하는 과정이지 서류 적으로 하자가 없으면 2차로 조달청으로 올려서 최저입찰제로 되기 때문에."

    결국, 이 업체는 지난해 서울시 교육청에 '부정당 업체'로 등록됐고, 업체로부터 먼저 쓴 재료비를 못 받은 강사도 수십 명에 이릅니다.

    [정 OO/방과후학교 강사]
    "내가 왜 이런 걸 해야 하나... 시간을 투자해서 아이들에게 이걸 알려줬는데 제가 돈을 90 얼마란 돈을 썼는데 못 받으니까 저는 체감이 두 배가 되는 거죠."

    또 '방과 후 학교'가 돈이 된다며,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받고 지사 설립권을 팔면서 소송도 진행 중입니다.

    [김 OO/OO 위탁업체 고소인]
    "예를 들어서 광명시를 내가 지사로 맺었다. 그럼 광명시에 초등학교가 50개다. 그럼 50개의 금액을 내는 거예요. 70개면 70개 금액을 내고요."

    [주 OO/OO 위탁업체 고소인]
    "사업 자체가 불가능해서 (돈을) 돌려 달라고 한 건데 그랬더니 엉뚱한 소리만 하는 거예요. 돌려줄 이유가 없고, 그런 거를 왜 자세히 안 알아보고 했느냐 얘기를 하고..."

    부실 업체들 중엔 강사는 해고하고, 아르바이트생으로 '수업 돌려막기' 하는 곳도 있습니다.

    [김 00/방과후학교 강사]
    "제가 잘린 것도 모르고 있다가 다른 선생님으로 인해서 제가 잘린 걸 알게 되었고."

    [오 00/방과후학교 강사]
    "시간당 뭐 2만 원, 3만 원을 주면 하루에 인건비가 4만 원밖에 안 나오니까 그렇게 해서 만약에 4주라고 치면 16만 원 빼면 그 외 수강료는 다 이제 업체 소유로 갈 수 있으니까."

    강사 경력 부풀리기도 다반사라고 합니다.

    [박00/방과후학교 강사]
    "(강사가) 이렇게 하는 거라고 그렇게 얘기하더래요. 그냥 다른 사람 경력에다가 이름만 지워서 쓰면 되는 거라고."

    이렇게 혼란이 가중되는 것은, 교육 당국이 관리 감독에 나설 법적 근거나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정영모 사무국장 한국 방과후학교학회]
    "방과 후 학교 가이드라인도 사실은 이제 교육부의 훈령도 아니기 때문에 아무 법적 효력이 없어요. 그냥 참고할 많나! 자료집인 거죠."

    사교육비 절감 등 충분한 순기능을 지니고 있고, 이미 공교육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방과 후 학교'

    관리체계 정비가 시급하다고 합니다.

    [이명주 교수 /공주교육대학교 교육학]
    "방과 후 교육은 덤으로서의 교육이 아니라 전인적 인간으로서의 성장 발달을 도와주는 아주 중요한 교육이기 때문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총체적 질 관리를 해야 하고."

    특히 저가 공세로만 살아남을 수 있는 현재의 선정 방식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강민정 상임이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품이야 싸고 질 좋은 게 동시에 만족할 수 있지만 교육이라고 하는 건 좀 특수한 성격을 가진 일이거든요. 근데 이거를 똑같은 논리로 접근했기 때문에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교육부는 전국의 '방과 후 학교'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하고 있다며, 업체 간 저가 경쟁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바이올린을 켜는 아이들 다른 교실에선 우아한 발레 동작을 배웁니다.

    아이들은 방과 후 학교에서 공부 부담을 털고 또 다른 재미를 찾습니다.

    [김소연/광주월산초 5학년]
    "아무래도 친구들도 있고 동생들도 있다 보니까 더 재밌게 할 수 있고..."

    저소득층에게 방과 후 수업은 교육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위경아 교감/광주월산초]
    "저소득층 자녀들에게는 방과 후 학교 지원비를 지원해 주고 있거든요. 그래서 사교육비 경감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다양한 교육의 장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신뢰를 쌓아온 '방과 후 학교', 그 신뢰를 이어가기 위해, 교육 당국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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