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정영훈 기자

지방공항 쟁탈전

지방공항 쟁탈전
입력 2017-06-19 08:48 | 수정 2017-06-19 10:52
재생목록
    지난해 청주와 대구 국제공항은 개항 이후 처음 흑자를 냈습니다.

    다양한 국제선 노선을 만들어낸 저비용항공사의 특화 전략이 먹혀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비용항공사의 지방거점공항 전략이 속속 성과를 내자 신규 저비용항공사 설립이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지자체와 손잡고 신생 항공사 설립이 추진되는 곳은 강원도 양양과 충북 청주, 대구와 김해 등 모두 6곳에 이릅니다.

    국내 항공산업에 새롭게 도전장을 낸 이들 신생업체들은 늘어나는 여객 수요와 지방공항 활성화를 위해 거점 저비용항공사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일각에서는 항공사마다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항공요금이 내려가는 등 질 좋은 서비스와 이용객들의 편의도 증가할 것으로 보는 긍정적 시각도 있습니다.

    반면 기존 업체들은 난색을 보이는 가운데, 이미 포화상태인 항공 업계에 신규 업체가 가세하게 되면 출혈 경쟁이 본격화되고 항공 안전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제기되는데요.

    저비용항공사 신규허가를 둘러싼 찬반 의견을 들어봅니다.

    -------------------------------------------------------------

    청주공항 활주로.

    항공기가 미끄러지듯 착륙하며 들어오고 있습니다.

    충북 청주와 중국 연길을 평일 세 차례씩 오가는 저비용항공사 이스타항공의 국제노선입니다.

    빈 좌석이 거의 없을 만큼 탑승률이 좋습니다.

    [김용/중국교포]
    "인천(공항)에도 (중국) 연길 가는 비행기가 많은데 그냥 직장이 여기 있다 보니까 그냥 여기로 다니고 있어요."

    인천공항 노선에 비해 항공 요금이 10만 원 정도 저렴한데다, 서울과 수도권을 오가는 셔틀버스가 무료여서, 타지역 승객들도 많습니다.

    [김설화/여행사 가이드]
    "손님들 비행기에서 내려서 청주공항에서 대림역하고 안산역, 이렇게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기본 만석으로 다 타고 있어요."

    지난 1997년 국제선 4편으로 출발한 청주국제공항의 첫해 이용객은 37만 명이었지만, 지난해엔 청주 인구의 3배가 넘는 270만 명으로 급증했습니다.

    만년 적자에 허덕이던 청주공항의 이같은 변신엔, 이 공항에서 노선을 운항 중인 저비용항공사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이성기/운영팀장 청주국제공항]
    "LCC(저비용항공사) 이스타를 비롯한 제주항공, 진에어가 들어오면서 상당히 공급이 늘다 보니까 항공 수요가 급성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같은 성장세 속에 이번엔 청주공항을 주 거점으로 하는 신생 저비용항공사가 지자체와 손잡고 등장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김상보/마케팅본부장 케이에어항공]
    "인력수급에 대한 문제라든지, 자본금 운용에 대한 문제라든지 이 모든 사항에 대해서는 굉장히 세부적으로 챙기고 있고 충분한 대비가 돼 있다."

    이에 기존 항공사들은 노선 다변화 등 차별화 전략을 통해 새로운 경쟁자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백승원/청주공항 지점장 이스타항공]
    "청주-일본, 청주-동남아, 방콕이든 (베트남) 다낭이든 해서 운항을 하고자 하고 있고요. 저희 항공사에서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로 개항 20주년을 맞은 이곳 청주국제공항은 지난해 처음 흑자를 이뤄냈습니다.

    이곳을 기반으로 하는 저비용항공사가 국제선 노선을 확장하면서 공항 이용객도 함께 늘어난 결과입니다.

    그런데 최근, 곳곳의 지방공항을 거점으로 하겠다는 신규 저비용항공사들의 설립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항공 요금이 더 내려갈 것이다.' 또는 '출혈경쟁으로 안전성이 저하될 것이다.'

    2580은 저비용항공사 신규 허가를 둘러싼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를 들어 봤습니다.

    이곳은 강원도의 양양 국제공항입니다.

    평일 낮 시간임에도 불이 꺼져 있어 어둡습니다.

    지난해 양양공항 이용객은 8만여 명, 하루 평균 220명 정도만 공항을 오갔습니다.

    [김동국/운영팀장 양양국제공항]
    "예전에는 중국 노선 운항하면서 중국 노선이 22개 노선까지 가고 했었으니까요. 지금 중국 노선이 사드 여파로 전면 중단돼서 많이 감소했습니다."

    과거, 해외 언론이 세상에서 제일 조용한 공항으로 소개하는 등 '유령공항'의 이미지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공항 외부도 한적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이곳은 양양국제공항 활주로입니다.

    뒤로 보이는 50인승 여객기가 하루 4차례만 뜨고 내릴 뿐입니다.

    이렇게 활주로가 한가하다 보니 경비행기 훈련장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양양국제공항에, '앞으론 승객들로 북적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양양국제공항을 주 거점으로 하는 저비용항공사 설립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근 대학의 항공운항학과 학생들에겐 단비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미래의 조종사를 꿈꾸는 학생들은 취업의 문이 조금이라도 넓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됐습니다.

    [김민중/가톨릭관동대학교 항공운항학과(1학년)]
    "강원도에 위치한 항공 운항학과는 저희 학교밖에 없기 때문에 양양공항 기반으로 해서 플라이양양이 만들어지게 되면 저희 학교에서 양성되는 조종사, 예비 조종사 분들이 플라이양양에 지원하게 됐을 때 지역적 기반으로 얻을 수 있게 되는 사소한 혜택이라든지."

    승무원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같은 바람입니다.

    [곽다혜 가톨릭관동대학교 항공운항서비스학과(1학년)]
    "항공사가 저희 강원 지역에 생길 거라는 소식을 들었는데 만약에 생긴다면 저희와 같은 승무원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굉장히 많고, 다양한 기회가 제공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양양국제공항을 거점으로 추진 중인 신규 저비용항공사의 이름은 '플라이양양'입니다.

    지난 2월 항공사 설립 허가가 국토 부에서 반려됐지만, 플라이양양 측은 석 달여 만인 지난 7일 운송사업 면허를 재신청했습니다.

    2020년까지 8백억 원 이상의 자본금을 확보하고 2021년까지 항공기 10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중국과 일본, 베트남 등을 오가는 국제선 10개를 취항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주원석/플라이양양 대표이사]
    "아직 중국 인구의 1.5%도 관광객이 오지 않았습니다. 이제 외래 관광객이 한국에 올 수요가 더 늘어날 텐데 그 거점이 어디냐, 저희는 이 양양공항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3천5백억 원을 들여지었지만, 15년 동안 누적 적자가 1천억 원이 넘는 양양공항 측은 물론, 지자체도 플라이양양의 탄생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황병관 사무관/강원도청 항공해운과]
    "플라이양양 같은 경우는 여행사와 융합된 항공사거든요. 모객 확보와 같이 항공기도 같이 운항하는, 결합된 회사로 보시면 돼요. 강원도 같이 항공, 기본적인 인구 수 적은 데서도 사업 계획이 타당한 이유도 그거죠."

    실제 저비용항공사들은 지방 거점 공항과 '윈윈' 관계를 유지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해공항을 거점으로 삼은 에어 부산은 2008년 첫 취항 당시 항공기 2대와 직원 10여 명으로 출발했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항공기 20대, 임직원 1천여 명의 규모로 급성장했습니다.

    취항 첫해 10만 명에 불과했던 승객 수는 지난해 596만 명, 60배 증가했습니다.


    대구 공항이 지난해 사상 처음 10억 원이 넘는 흑자를 기록했고, 공항이용객이 5년 만에 배 이상 증가한 것도 저비용항공사 덕분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김용혁/대표 대구 OO여행사]
    "최근에 저비용 항공들이 많이 취항하면서 젊은 층들이 해외 여행 수요가 많이 늘어났죠. 가격적 메리트가 많이 생기다 보니까 그동안 해외 여행에 부담을 느끼는 젊은 층 수요가 많이 증가된 그런 추세가..."

    사드 문제로 인한 이용객 감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도, 저비용항공사들의 노선 다변화 전략 때문으로 평가됩니다.

    [최찬섭/운영팀장 대구국제공항]
    "일본, 대만, 동남아로 노선이 다변화되면서 중국 사드에 의한 영향이 많이 상쇄되면서 지속적으로 국제항공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구공항에도, 신생 저비용항공사 '에어대구'의 설립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자본금 5백억 원에 내년 4월 취항을 목표로 조만간 국토 부에 사업 면허를 신청할 계획입니다.

    [신경원/대표 이사 에어대구]
    "대구공항 같은 경우는 확장 가능성이 전국의 다른 어떤 공항보다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여지고요. 지금 현재보다 수요가 약 4배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저희는 예측하고 있습니다."

    전국 공항별로 설립이 추진 중인 항공사는 강원도 양양의 플라이양양, 충북 청주의 K에어, 경남 밀양의 남부에어, 대구의 에어대구 등 모두 6개입니다.

    이들 신규 추진 업체가 운송면허를 받게 되면 국내 저비용항공사는 최대 12개까지 늘어나게 됩니다.

    신규 업체의 진출을 가장 경계하는 건 기존 6개 저비용항공사들입니다.

    서울과 부산, 제주 등 수익률이 높은 국내 인기 노선은 물론, 단거리 국제노선 역시 이미 포화 상태인데, 항공사 숫자만 늘리는 건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기존 항공사들의 주장입니다.

    특히 이제 막 흑자를 내며 사업 초기 손실을 만회하는 시점에서 제살깎아먹기식 싸움에 내몰린다면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저비용항공사(LCC) 관계자]
    "일본이라든가 중국 같은 경우에는 LCC들이 들어가지를 못하는 노선들이 태반이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또 LCC들이 진행된다. 그러면 저희 같은 경우에는 샌드위치가 된단 말이죠."

    한정된 조종사와 항공 정비사를 유치하기 위한 '인력 빼가기' 경쟁이 벌어져, 항공기 안전 운항에도 심각한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저비용항공사(LCC) 관계자]
    "LCC는 가격적인 부분에 대한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게 있고요. 그게 이제 소비자, 손님들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좋은 부분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출혈 경쟁이 계속된다면 서비스라든지 안전에 대한 투자가 풀어질 수도 있는 부분이고."

    국토교통부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현행 항공법상 운송면허 신청에는 자본금 150억 원, 항공기 3대 이상 보유 등의 요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특히 항공사의 운항 능력과 자본력은 승객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신규 면허 발급에 고심을 거듭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
    "안전 관련 확보 문제 그리고 사업을 운영했을 때 재무적인 위기상황 없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런 정성적인 평가들의 중요성이 훨씬 크거든요. 면허요건을 전부 다 갖췄다고 해서 면허가 발급되는 건 아니고."

    전문가들도 찬반 의견이 엇갈립니다.

    반대 측에선 안전성 문제와 함께, 규모의 경제를 들고 나옵니다.

    제주 등 황금 노선은 이·착륙 여유가 없어 더이상 추가 증편이 불가능하고, KTX와 SRT 등 항공 대체 수단도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확한 항공 수요 예측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또 최근의 업계 호황이 계속될 거라는 보장이 없다고 설명합니다.

    우리보다 인구가 6배 많은 미국도 저비용항공사는 우리와 같은 6개이며, 영국은 4개,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1개만 운영 중인 점도 제시됩니다.

    [주우진/교수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인구로 보나 우리가 경제 규모로 보나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서 매우 작은 편인데 6개(저비용항공사)가 생기면 시장이 많이 분할이 돼 가지고 아마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반면, 찬성 측은 업체 간의 경쟁으로 소비자에게 항공료 인하와 다양한 항공 스케쥴 제공 같은 순기능이 발생하고, 동시에 서비스 질과 국제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라며 시장에 맡기자고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허희영/교수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일부 제주라든가 김해 이런 공항의 수용력이 포화된 것이고 항공산업은 글로벌 산업이거든요. 그러니까 어떤 출혈 경쟁이라든가 시장 포화라고 하는 것은 거기서 경쟁을 통해 새로 시장을 만들어가는 것이고 그 수요를 창출하는 일이거든요."

    저비용항공사의 거점 전략이 애물단지로 취급받았던 지방공항들을 살려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늘어나거나 창출된 여행객 수요만큼 국내 저비용항공사는 고공행진 중입니다.

    저비용 항공 시장의 파이가 커지면서 신규 진입 움직임은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김효중/교수 가톨릭관동대학교 항공경영학과]
    "저가항공사가 확장될 상황으로 예상이 되고요. 안전이 확보가 된 다음에 서비스가 돼야 된다는 원칙은 지킨 상태에서 서비스가 시장 확대에 대응해 나가는 그런 전략이 필요하지 않나."

    적자에 시달렸던 지방공항, 그런 지방공항을 책임지겠다는 신규 업체들, 이들과의 출혈 경쟁을 걱정하는 기존 업체들.

    여기에 항공 안전성 문제와 미래 항공 수요에 대한 판단, 이런 여러 변수들이, 국내 항공 산업 지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됩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