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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김정환 기자

단체관광, 불법체류 루트?

단체관광, 불법체류 루트?
입력 2017-06-19 09:14 | 수정 2017-06-1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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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드 보복으로 중국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동남아 관광시장이 그 대안으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는 60% 이상 줄어든 중국 단체 관광객 수를 만회하고자 올 가을부터 베트남 등 동남아 3개국에 대해서도 무비자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이미 무비자로 90일간 체류가 가능한 태국의 단체관광 실태를 보면 무비자 확대에 대한 우려도 큽니다.

    2580이 태국의 단체 관광객들을 추적해 본 결과, 출발 당시 명단의 절반 정도만 단체관광 일정을 소화하고 나머지는 공항에서부터 이탈해 불법 체류, 혹은 불법 취업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매년 만 명 이상씩 불법 체류자가 추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최근엔 태국 여성 공무원 2명도 관광 도중 사라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 수준이 우리의 10분의 1 정도에 그치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에 무비자를 확대할 경우 불법체류자가 양산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준비와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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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의 한 태국마사지 업소.

    불법체류자 단속반이 주방 싱크대 문을 열자 안에서 한 여성이 나옵니다.

    [불법체류 단속반]
    "나와. 안나올래? 나와."

    밀실까지 설치된 업소에는 태국 여성 4명이 더 숨어 있었습니다.

    또 다른 태국마사지 업소, 불법 취업이 적발된 태국 여성들은 짐을 싸고 있고, 업주는 단속반을 향해 화분을 던지며 거세게 항의합니다.

    불법 체류자를 고용해 온 마사지업소 사장은 어이없는 변명을 늘어놓습니다.

    [마사지 업소 운영자]
    "애들이 갈 데가 없어서 저희 가게가 좀 (데리고)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이번에는 건설 현장입니다.

    단속반이 지문으로 신원을 조회합니다.

    바짝 긴장한 이 외국인 노동자도, 확인 결과 불법 체류자였습니다.

    [불법체류 단속반]
    "(이 사람도) 불법이네. 불법."

    정부는 올가을부터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3개국 단체 관광객들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드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동남아 국가에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하지만, 무비자 입국 허용이 자칫 불법 체류자를 양산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2580은 현재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고 있는 태국 단체 관광객들을 따라가 봤습니다.

    태국의 수완나품 국제공항.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현지 시간 새벽 1시, 단체 여행객들이 공항에 모였습니다.

    한껏 멋을 낸 여행객들 사이에

    긴장한 표정으로 끼어있는 몇몇 남성들.

    한 태국인은, 이들은 관광이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해 한국에 가는 거라고 귀띔해 줍니다.

    [태국 관광객]
    "(한국에 일하러 가는 사람) 저기 4~5명이에요. 4~5명."

    6시간 정도의 비행이 끝나면, 이런 단체관광객들이 인천공항 입국장을 통과해 한국에 발을 딛게 됩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또 다른 단체 여행팀.

    한국인 여행 가이드가 단체관광 깃발을 들어 올리자, 입국 수속을 마친 태국인 관광객들이 하나 둘 모여듭니다.

    여행 일정 등을 안내받으며 관광에 나설 채비를 하는 태국인은 모두 20명.

    그런데 태국 현지 여행사가 한국 가이드에게 전달한 전체 관광객 명단을 확인해 보면, 1번부터 28번까지, 모두 28명이어야 합니다.

    8명이 여행팀에서 이탈한 것입니다.

    명단을 봐도 15번부터 22번까지의 인적 사항은 아예 잘려나가 있습니다.

    같은 여행상품으로 입국하더라도 관광에 참여하지 않을 태국인 8명의 명단은, 현지 여행사 측이 미리 누락시킨 것입니다.

    [김OO/태국 관광통역안내사]
    "공항에서 손님을 기다리다 손님을 맞아보면 그전에 미리 다 뭐 그 연결돼 있는 브로커들을 통해서 몰래 빠져나가고 실질적인 손님은 뭐 열 명 미만으로 남는."

    다음 날에도 인천공항에선 비슷한 장면이 목격됩니다.

    전체 명단에는 23명으로 표시된 단체 여행팀 가운데 가이드 미팅에 참여한 여행객은 16명뿐입니다.

    7명은 인천공항 입국장을 통과한 뒤, 가이드에게 오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버린 것입니다.

    여행이 시작되기도 전에 관광객의 3분의 1 정도가 사라진 건데, 가이드들은 흔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심지어 단체 여행팀 전원이 사라진 경우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윤 OO/태국 관광통역안내사]
    "솔직히 더 많을 때는 작년 같은 경우 제가 그때 명단을 30명으로 봤는데, 한 명도 안 남았습니다. (공항에서 기다리던) 가이드는 집에 가고 기사님도 집에 가고."

    태국에서 출발은 같이했는데, 한국 도착 이후 일행들이 보이지 않자, 같이 온 관광객들도 어리둥절해합니다.

    [껍·미야우·이우/태국 관광객]
    "(한국 여행 같이 오기로 했던 사람은) 26명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5명 남았어요. (같이 비행기를 타고 온 사람 중에도 없어진 사람이 있나요?) 네."

    예약된 명단보다 실제 관광 참여 인원수가 적다 보니, 비용 절감을 위해, 두 개 여행팀이 하나로 합쳐져 한 대의 버스로 이동하거나, 수익을 위한 쇼핑 일정이 새로 추가되기도 합니다.

    [윤 OO/태국 관광통역안내사]
    "여행사에서도 상품 팔 때 대충 알아요. 관광객보다 불법 노동자들이 많다는 걸 알기 때문에, 최대한 돈이 안 들어가는 쪽으로 상품을 팔죠."

    3박4일 정도인 여행 일정을 따라다니다가, 도중에 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 OO/태국 관광통역안내사]
    "첫날 저녁에 호텔에서 자기네들은 안 가겠다고 하더라고요. 첫날 저녁에 7-8명이 이탈했고."

    단체관광객으로 왔다가 대열을 이탈하는 사례는 태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자 태국 언론 '네이션지'는 주정부 공무원 등 여성 2명이 한국에 입국한 뒤, 단체 관광 대열에서 이탈해 잠적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현지 주지사가 경위 파악을 지시하고, 해당 여성들에겐 자발적 귀국을 종용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3월 말 현재 한국에 체류 중인 태국인 10만 1천여 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만 7천여 명이 불법 체류 상태인 것으로 추정되며, 최근 5년간 입출국한 태국인 숫자를 비교해 보면, 태국인 불법체류자는 연평균 1만 명 이상씩 매년 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윤 OO/태국 관광통역안내사]
    "태국은 평균 임금이 20-30만 원 정도 하거든요. 4년제 대학 나오고 괜찮은 회사 나온 경우는 한 50만 원 받을 수 있고요. 그런데 이제 한국에 오게 되면 최소한 그래도 150-200만 원."

    불법 체류나 취업을 목적으로 입국하는 태국인들이 단체 여행팀에 섞여 오는 이유는, 입국 심사를 보다 쉽게 통과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출입국관리소 측은 연간 2만 명에 달하는 태국인들의 입국을 거부하는 등 입국 심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불법체류를 원하는 태국인들이 그나마 심사 통과 확률이 높은 단체 관광 상품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또 단체 관광으로 왔어도 목적이 의심스러울 경우 입국이 거부될 수 있기 때문에, 관광객으로 보일 복장 선택이나 화장법 등 요령을 미리 알려주는 입국 브로커까지 활동 중입니다.

    [윤 OO/태국 관광통역안내사]
    "복장은 어떻게 입어야 한다. 표정은 어떻게 이제 출입국에서 물어봤을 때 어떤 표정으로 어떻게 대답을 해야 된다."

    입국에 성공한 태국인 여성과 입국 브로커가 주고받은 SNS 문자 내용입니다.

    "어떻게 됐냐"는 브로커의 질문에, 태국 여성은 입국장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출입국 심사를 통과했다"며 "여러 가지 비법을 소개해 줘 감사하다"고 답합니다.

    브로커는 "열심히 일해 부자 되라"며 거래를 마칩니다.

    심지어 가족 여행으로 보이기 위해 자식과 함께 들어왔다가 아이만 태국으로 돌려보내는 일도 있습니다.

    [윤 OO/태국 관광통역안내사]
    "출입국에서 가족이랑 왔으니까 당연히 놀러 왔겠거니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김 OO/태국 관광통역안내사]
    "중학생처럼 보이는 학생은 혼자 공항에 돌아와 있더라고요. 그니까 가족들은 일하러 간 걸로 생각이 되고 아이만 돌려보내는."

    출입국 심사를 통과하고 입국장을 빠져나오면, 대기 중이던 콜밴 기사가 접근합니다.

    흥정을 하듯 잠시 대화를 나누고 어딘가로 전화하더니, 기사가 태국인 남성을 태우고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갑니다.

    [박 OO/인천경찰청 관광경찰대 관계자]
    "그냥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면서 이제 미리 이쪽 콜밴 분들하고 연결돼 있는 분들이 있어요. 데려다 주면 얼마를 주기로."

    더운 나라 태국의 여행객들은 한국에서의 여름철 관광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평소 4,50만 원 하는 한국행 비행기 요금이 여름철엔 20만 원대로 떨어집니다.

    불법 체류를 원하는 태국인들이 요즘 시기를 택해 한국행을 결행하는 이유입니다.

    2년 전, 태국 여성을 불법 고용했다 적발됐던 한 태국마사지 업소.

    열흘 전 관광객으로 입국한 태국 여성이 일하고 있습니다.

    마사지 업소에서 공항으로 자신을 데리러 나왔었다고 말합니다.

    [태국 불법취업자]
    "(여기 어떻게 오게 된 거에요? 누가 공항에서 픽업해 주던가요?) 서울에 있는 친구가 연락해 줬어요."

    손님은 하루 5명 정도, 휴일 없이 매일 7~8시간씩 마사지를 하고 받는 월급은 100 ~ 150만 원 수준입니다.

    업주들은 첫 달 치 월급을 주지 않는 게 관행이라고 합니다.

    [태국 불법취업자]
    "태국에서 마사지 일은 안 했지만 배웠었고, 한국에 와서 일하게 됐어요(몇 달 배웠어요?). 3개월이요."

    첫 달 월급은 없는데다, 마시지 기술을 배우는 데 들어간 비용, 브로커 비용 등을 고려하면, 한국 입국에 1천만 원 정도가 들었다고 합니다.

    무비자로 허락되는 90일 동안만 일해선 본전도 챙길 수 없기 때문에 장기 불법 체류를 선택한다고 합니다.

    불법 체류가 의심되거나, 관광객 명단에 불법 취업을 시사하는 'worker'나 'maybe' 표시가 돼 있는 경우 국내 가이드들이 신고도 해 봤지만, 실제 적발로 이어지기까지의 과정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김리희 부회장/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를 하게 돼 있어요. 정말로 이걸 단속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거죠. 그러니까 "갔어요? 그러면 결과만 보고해 주세요" 이 정도지."

    최근 3년 동안 법무부는 한해 평균 2만 2천 명씩 불법 체류자를 적발했는데, 매년 누적되는 불법 체류 추정 규모에 비하면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서울과 부산, 인천의 관광 경찰 역시 수사팀이 있지만, 지방청 소속에 따른 관할권 문제의 조정이 필요합니다.

    [정 OO/인천경찰청 관광경찰대 관계자]
    "인천에서 거기까지 가서 단속한다. 그러면 관할권 문제가 생기거든요."

    이런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는 늦어도 9월부터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3개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사드 보복의 여파로 4, 5월 유커 방문객 수가 60% 이상씩 감소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입니다.

    [황성운 국제관광정책관/문화체육관광부]
    "무비자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새로운 수요층을 창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를 경유하기만 하면 서울과 부산을 통해 국내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불법 체류자가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베트남의 경우 현재 비자가 필수인데도, 지난해 입국자보다 출국자 수가 1만 3천 명 더 적었습니다.

    [이 OO/베트남 관광통역안내사]
    "이미 (불법 체류가)그렇게 성행이 되고 있는데 거기다 무비자까지 된다고 하면 더 성행이 되겠죠."

    임금 수준의 차이가 불법 체류의 동기여서, 우리 노동시장에 미칠 악영향도 예상됩니다.

    [임형택 교수/선문대학교 국제 레저관광학과]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방글라데시 뭐 이런 나라들은 최저임금이나 이걸 따져봤을 때 열 배 이상 차이가 나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문제의 여지가 조금 있는 거죠."

    정부는 중국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했던 전담여행사 제도를 적용하면, 제어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자격을 부여받은 전담여행사가 관광객들의 대열 이탈을 책임지고 관리하고, 불법 체류자가 발생한 여행사는 시장에서 퇴출시켜 나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담여행사가 명의만 빌려주는 사례가 흔한 데다, 서비스업인 여행사나 가이드업 종사자들에게 손님을 감시하라고 하는 게 맞는 건지는 따져볼 일입니다.

    [김리희 부회장/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사람이 어디선가 의심을 받는다는 건 서비스에 있어서 최악이거든요. 그러니까 저희 입장에서는 사실 그걸 드러내놓고 제지한다든지 그 행동에 앞장서서 할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없어요."

    사드 여파로 여행업계는 물론 관련 산업 전반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동남아 3개국에 대한 무비자 조치는 대안을 모색하는 장기적 관점에서도 반가운 소식입니다.

    하지만, 저가 덤핑 관광 상품이 한국 관광의 이미지를 해치지는 않을지, 또 불법 체류가 증가되는 결과로 이어질가능성은 없는지, 깊이 있게 따져볼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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