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박종욱 기자

"나는 정치적 도구였다"

"나는 정치적 도구였다"
입력 2017-07-10 10:51 | 수정 2017-07-10 11:03
재생목록
    2007년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한나라당은 김경준의 기획 입국설을 제기했습니다.

    김경준과 교도소 동기라는 신경화가 쓴 편지가 근거였지만 결과적으로 이 편지는 가짜로 밝혀졌습니다.

    김경준은 당시 기획 입국을 제안했던 것은 한나라당 경선 때 박근혜 후보 쪽 인물인 유영하 변호사와 이혜훈 의원이라고 주장합니다.

    유 변호사는 조기 송환의 대가로 변호사 비용 30만 달러와 추후 사면을 약속했고, 이혜훈 의원 역시 김경준의 변호사와 접촉해 변호사 지원과 사면을 제안했다는 것입니다.

    김경준은 또 BBK 사건을 조사받는 과정에서 검찰이 2차례에 걸쳐 회유·협박 했고, 자신은 정치적 도구로 활용됐던 것이라고 주장하며 BBK 사건 전반에 대한 재조사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주장의 근거를 김경준을 통해 직접 들어봅니다.

    ---------------------------

    이른바 'BBK 사건'으로 2009년 대법원에서 징역 8년형이 확정된 뒤, 지난 3월 만기 출소한 김경준 전 BBK 투자자문 대표.

    그는 2,580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BBK의 실소유주라고 주장했습니다.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6월 11일 방송]
    "돈이 수시로 왔다갔다하는 거 다 알 수 있어요. 심지어 이명박 회장 개인 계좌로 왔다갔다하는 것도. 그렇기 때문에 이게 관계없다고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요."

    검찰이 이 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줬던 것이라며,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6월 11일 방송]
    "분명히 기억합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우리는 이명박을 기소하지 못한다. 왜냐면 기소해봤자 대통령으로 당선될 거 같다. 그러면 검찰은 죽는다."

    BBK 사건의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강조합니다.

    2580의 보도 이후에도, 김 전 대표는 자신의 SNS 등을 통해 진실 규명을 더욱 강력히 요구하고 있고, 여권에서도 재수사 촉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경준 전 대표의 폭로는 비단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2007년 대선 당시 BBK 사건과 관련해 제기된 사건들은 조작되고 왜곡됐다고 말합니다.

    특히 '기획 입국', '가짜 편지' 사건은 대선의 판을 흔든 사기극이었다고 주장합니다.

    17대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 당시 이명박 후보는 김경준 씨의 송환에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이명박/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2007년 11월]
    "우리를 쓸어버리려는 남은 하나의 난관은 우리를 쓰러뜨리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이 넘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명박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당시 여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이 김경준 씨와 모종의 밀약을 맺고 송환을 추진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이른바 '기획 입국' 의혹입니다.

    이 후보 측은 기획 입국의 결정적 증거라며, 김 전 대표의 미국 구치소 수감 동기가 썼다는 편지도 공개했습니다.

    [홍준표/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2007년 12월 13일]
    "신 모 씨가 먼저 귀국해 작업을 벌이다 마음을 돌려 미국으로 김경준에게 보낸 편지가 있습니다."

    이 편지에 따르면 김경준 씨가 큰 집, 즉 청와대와 모종의 협상을 맺고 입국했다는 것.

    이 편지를 통해 한나라당은 'BBK 동영상' 등장 등의 수세 상황에 대한 국면 전환을 노렸고, 검찰은 민주당 의원들과 국정원 직원 등을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습니다.

    이 편지는 또, 김경준 전 대표 주장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역할도 했습니다.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
    "무슨 제가 뭐 밀약을 해가지고 노무현 정부랑 국정원이랑 짜고 들어왔다? 그건 정말. 그 당시에 검사가 진짜 이건 다 때려잡을 수 있다고. 기회다 해가지고 달려들어서 뭐도 잡는다, 별별 소리를 다 했어요."

    김경준 씨는 그러나 당시 입국을 기획한 것은 오히려 한나라당 관계자들이었다고 주장합니다.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 간 경쟁이 치열했던 한나라당 당내 경선 몇 달 전, 김 씨가 수감돼 있었던 미국 LA구치소에 현재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고 있는 친박계 유영하 변호사가 세 번이나 찾아왔다고 합니다.

    김씨가 입국해 진술해 주면, 사면과 변호사 비용 30만 달러를 지원한다는 합의가 이뤄졌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실행되진 않았다고 합니다.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
    "유영하 변호사한테 내가 가려면 간다. 솔직히 여기 구속돼 있는 것도 싫은데 제대로 된 변호사라도 고용할, 그걸 할 수 있는 변호사라도 해달라. 그래서 30만 불 얘기가 나온 거예요."

    유 변호사도, 당시 만남은 인정하면서도, 제안이나 합의에 대해선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유영하 변호사]
    "제가 말했잖아요. 만난 적 있다고. 그러니까 더 이상 답변 안 하겠습니다."

    김경준 씨는 그런데 기획 입국을 제안했던 친박 인사가 또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
    "(유영하 변호사와)다른 시기에 왔었어요. 그 사람이 여기 어디 호텔에 있었는데 이혜훈이가. (이혜훈?) 그 서초 국회의원. 예전에는 박근혜 최측근이었잖아요."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사면과 변호사 지원 등 비슷한 조건을 제시했다고 말합니다.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
    "한나라당 쪽 변호사도 많으니까 저를 적극적으로 변호해 주고, 박 대통령이(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사면해서 다 해결해 주겠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이러한 김씨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이혜훈 대표/바른정당]
    "(입국과 관련해 제안을 한 적은 없으시다는 거죠?)아이 제가 정신 나갔어요? 그런 제안을 하게?"

    또 유영하 변호사가 전담했던 일이어서 자신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습니다.

    [이혜훈 대표/바른정당]
    "저는 (김경준)그분을 만난 적도 없고, 대화한 적도 없어요. 무슨 오퍼를 하지도 않았고 그건 전혀 아니에요. 유영하 씨가 그때 일을 다 했는데 제가 왜 합니까."

    김씨는 이 대표가 자신의 가족과 연락했던 점은 검찰에서 밝혀진 적이 있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
    "유영하 변호사는 변호사였기 때문에 저를 들어와서 만날 수가 있었어요. 이혜훈은 변호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000 변호사를 통해서 저한테 말을 한 거죠. 근데 '김경준을 만난 적 없다'면서 내가 거짓말한다 이러더라고요."

    이 대표는 당시 LA 공식 출장 때 호텔 로비에서 김씨의 변호사와 잠깐 인사를 나눴을 뿐이라면서, 기획 입국 의혹과 자신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당시 관련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대선 경선 때 정작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김경준 기획 입국을 시도했으면서, 대선 막판, 민주당을 향해 의혹을 제기했다며 강력 비난했습니다.

    [박영선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에서 빚어진 일이지 민주당이 단 이만큼도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에다 뒤집어씌우려고 했던 사건이죠. 시나리오를 만들어서 기획수사를 하다가..."

    검찰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기획 입국 의혹을 제기할 당시 허위 사실임을 알지 못했다며 전원 무혐의 처분으로 수사를 종결했습니다.

    '기획 입국' 의혹의 결정적 증거로 제시됐던 편지도 가짜로 드러났습니다.

    편지 작성자로 알려졌던 김경준 씨의 구치소 수감 동기 신경화 씨의 동생 신명 씨는, 자신이 편지를 대필했다고 2011년 폭로했습니다.

    [신명/가짜 편지 작성자]
    "이거를 하나 쓰라고 해서 저는 그냥 그대로 베껴서 썼죠. 물어봤죠. 이거 제가 왜 씁니까라고. 김경준이 오지 말라고. 뭔가가 있기는 있나 본데 이렇게까지 될 거라고 꿈에도 생각 안 했죠."

    편지 공개 3년여가 지난 뒤에야 검찰 조사로 조작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신명 씨가 자신의 은사인 양승덕 당시 경희대 교직원으로부터 대필을 지시받아 편지를 작성했고, 이명박 대선 캠프 특보였던 김병진, 한나라당 은진수 BBK 대책팀장을 거쳐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경준 씨는 이들을 사문서 위조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편지 자체는 가짜이지만 내용은 가짜가 아니"라는 것이 당시 검찰의 판단이었습니다.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
    "제가 교도소에 있을 때 그렇게 떠벌렸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허위의 인식이 없었대요. 제가 그렇게 떠벌린 것도 사실이 아니지만, 그게 맞다고 해도 가짜로 조작한 거 아닙니까."

    검찰은 양승덕씨가 대선에서 공을 세울 욕심에 혼자 꾸민 것이라고 결론짓고, 홍준표 현 자유한국당 대표 등 편지를 공개한 관련자들은 당시 가짜라는 사실을 몰랐다며, 책임을 묻지 않았습니다.

    [홍준표 대표/자유한국당]
    "(대표님께서 가짜 편지 흔드셨었는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사건은 김경준 씨가 관련자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신경화, 양승덕 씨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고, 지난해엔 그 윗단 계였던 김병진 당시 특보를 상대로는 1심에서 이겼습니다.

    2580이 입수한 김병진 씨의 항소준비서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손윗동서인 신기옥씨가 양씨에게 취업을 약속하며, 신명 씨에게 '형이 쓴 게 맞다'는 거짓 인터뷰를 하라고 종용했다고 진술돼 있습니다.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
    "이 사람들이 그렇게 조작을 하고 다 알고 서로 돈도 받고 심지어 한나라당에서 양승덕 취업을 알아보고 돌아다녔어요. 그게 안 되니 양승덕이 계속 협박을 했어요."

    김병진 씨의 이런 주장에 대해 신 씨는 모른다는 입장입니다.

    [신기옥/이명박 전 대통령 손윗동서]
    "(김병진 씨 기억하세요?) 누구? 모르는데..(가짜 편지에 개입한 걸로 증언하는데요)...."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로, BBK 사건에 깊이 개입했던 김백준 씨도 신기옥 씨의 관련성을 인정했습니다.

    [김백준/전 청화대 총무비서관]
    "(가짜 편지로 밝혀졌잖아요.)내가 관여를 안 했고 그냥 옆에서 얘기하는 걸 흘려 들었던 거지. 신기옥씨 그래요. 그 사람이 왔다갔다했죠, 그때."

    이런 정황 때문에 '배후는 없다'는 검찰의 수사는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신명/가짜 편지 작성자]
    "저는 칼만 만들었다니까요, 그걸 휘두른 사람이 휘두른 목적이 있을 것 아닙니까, 공모를 한 사람이 있을 거 아닙니까?"

    김경준 씨는 지난 2580 방송에서 BBK뿐만 아니라 다스 역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보도 이후 2580은 다스의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제보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다스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했다는 그는, 지난 2000년 김경준 씨가 다스를 방문했던 상황을 기억하고 있었고, 이 전 대통령이 BBK를 설립한다는 말도 이상은 회장에게 직접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제보자]
    "제가 케어를 하고 3층으로 올라왔죠. 스스로 왔어요. 회사까지. 딱 한 번. (얼마나 있다가 갔어요?) 금방 갔어요. (자주 왔나요?) 아니요 한 번 이상은 회장이 99년 초에 동생이 BBK를 차린다는 말을 했어요. 투자회사를 차린다."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은 씨와 처남 고 김재정 씨가 대주주였던 회사로, 아들과 측근 등이 주요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김재정 씨 사망 이후 지분 5%가 청계 재단으로 기부되는 등의 정황들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의 차명보유 의혹이 제기돼 왔습니다.

    제보자는, 내부에서 경험한 입장에서, 다스의 실소유주는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제보자]
    "항상 뭐 사안이 발생했을 때 압구정동이나 집에 가서 회의를 했죠. 회장이랑 임원들이 다 비행기 타고 올라가고. 거기 가서 오더를 받았고. 오히려 (MB 측근인) 사장이 더 파워가 셌고, 회장이 뭐 쓰는 것도 사장 결재받고 나왔어요."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된 뒤, 검찰 조사에선 다스 관련성이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제보자]
    "한나라당 경선 땐 완전히 침울했죠. 바닥을 치다가 대선 후보가 되면서 180도 바뀐 거죠. 그다음부터는 모든 게 다 패스였어요."

    대선 직후 특검 조사를 앞두고는 미리 자료를 폐기했었다고 말합니다.

    [제보자]
    "특검이 들어오기 전에 정보를 알고 모든 서류를 다 치웠어요. 다른 회사들은 전자나 이런 회계 장부를 다 투명하게 하는데, 여기는 다수기였어요. 그러다 보니까 그게 1톤 차로 2개 분량이 돼요. 그걸 양산에 있는 폐기장에 가서 다 태우고."

    이 전 대통령의 재임 당시에는 다스 관련 서류를 청와대에 지속적으로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제보자]
    "(다스에서 청와대로 팩스를 넣었다?)네, 000 행정관한테 보내주잖아요. (청와대에서 필요한 다스 서류가 뭐죠?)재판 관련된 거랑 BBK 관련 핵심적인 것만 한 거죠. 나머지는 그냥 사장이 결정하고."

    또 다른 다스 내부 관계자도 다스 관련 사항을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말한 것을 취재 과정에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스 측은 '왜 청와대로 그런 서류들을 보냈던 것인지' 문의했지만, 모른다는 입장만 되풀이했습니다.

    [다스 관계자]
    "서류가 창고에 쌓여 있긴 한데 그걸 보냈었는지는 모르겠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여전히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BBK 사건과 관련해선, 기획 입국 의혹, 가짜 편지 사건 등 되짚어보면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지 않다고 당시의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정봉주 전 국회의원]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이 사건을 왜곡시키고 한쪽 방향으로 틀어가는 데 일정 정도 기여했다고 봅니다. 사건을 조사했던 검찰까지도 들춰봐야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김경준 씨는 정치적으로 이용만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
    "근데 뭐든지 나쁘고, 뭐든지 처벌 대상이고, 뭐든지 감시 대상이고, 저만이 아니라 제 가족 전체 다. 자꾸 도구로만 생각해서 그래요."

    출소한 김경준 씨가 각종 주장들을 내놓고 있고, 거기서 또 다른 의혹들이 파생되고 있습니다.

    BBK 사건이 다시 쟁점화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