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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공윤선 기자

호치민에서 무슨 일이...

호치민에서 무슨 일이...
입력 2017-07-17 10:57 | 수정 2017-07-1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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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20여 년간 베트남 교민사회의 중심 역할을 했던 호치민시 한인협회 회관이 폐쇄됐습니다.

    호치민 총영사관 측이 한인회가 입주해 있던 한인회관에 대해 국유재산 사용허가를 취소한 것입니다.

    한인회 측은 부당한 폐쇄라고 항의하며 천막 민원실을 설치해 맞서고 있습니다.

    호치민 총영사관 측은 한인 회장 선출을 둘러싼 교민사회의 분열과 갈등 때문에 한인 회관을 폐쇄했다고 주장하지만, 한인회 측은 총영사가 오히려 한인회 내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총영사관의 지원 중단으로 인해 지난 10년간 한국과 베트남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의 한글 교육을 맡아온 사이공 한글 학교가 폐교 위기에 처했습니다.

    한국으로 결혼 이민을 계획 중인 베트남 여성들에 대한 교육 사업 역시 총영사관의 비협조로 인해 중단될 상황입니다.

    재외국민의 권익을 보장하고 화합을 도모해야 할 총영사관이 교민 사회를 좌지우지하기 위해 공권력을 남용하고 한인 사호를 붕괴시키고 있다는 것이 한인회 측의 주장입니다.

    현재 8만 교민이 살고 있는 베트남 호치민에서 총영사관과의 불화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한인 사회의 실태와 문제점을 조명하고, 재외국민을 위한 총영사관의 역할과 의미를 조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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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베트남 호치민 총영사관 별관 건물에 위치한 한인회관.

    한 무리의 남성들이 잠겨진 회관 문을 향해 화분 받침대를 던지고 의자로 문을 부수기까지 합니다.

    새로 취임한 한인회장에게 물러나라며, 일부 교민들이 사무실을 점거하려 한 겁니다.

    이 폭력 사태 한달 뒤, 호치민 총영사관은 한인회관이 원래 목적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무상 사용허가를 취소하고 문을 걸어 잠갔습니다.

    8만여 명 이곳 베트남 호치민 교민들의 보금자리였던 호치민 한인회관, 하지만, 벌써 8개월 넘게 문조차 열 수 없습니다.

    한인회도 지난해부터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지난 20여 년간 이곳 교민 사회의 구심점이었던 한인회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교민들을 만나봤습니다.

    폐쇄된 호치민 한인회관 앞

    "(갈만한 병원, 병원 좀 소개시켜 주세요)병원이요, 어디가 아프세요?"

    한인회의 교민 민원 상담은 뜨거운 햇볕 아래 임시 천막 사무소 안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김규 회장/호치민 한인회]
    "온몸에 땀이 비 오듯 흐르고 그래서 저희 이사들이 돌아가면서 한 명씩 민원인 올 때마다 상담해주고."

    지난 1996년 교민들의 민간단체로 결성된 호치민 한인회는, 정부의 무상 사용허가를 받고 총영사관 별관의 사무실을 20년째 사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한인회장 자리를 놓고 내부 갈등이 생기면서 회관은 폐쇄됐고, 교민사회도 분열됐다는 겁니다.

    [양주종/교민]
    "한국 사람들끼리 한인회장직을 두고 싸우고 이런 적은 없었는데 이번은 싸우게 되니까 국가 위상도 굉장히 떨어진 거잖아요. 베트남 사람들도 다 알아요. 뉴스에도 나오고."

    한인회 측은 이런 갈등 과정에 지난 2015년 4월 부임한 박노완 호치민 총영사의 책임이 크다며,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교민들의 화합을 도모해야 할 총영사가 한인회에 개입해 갈등을 조장했다는 주장입니다.

    [김규 회장/호치민 한인회]
    "문제는 이제 총영사관에서 저희 한인회를 인정하지 않겠다. 김규는 한인회장이 아니다. 이런 맥락으로 계속 가고 계시니까."

    일련의 상황들을 되짚어 보면, 일 년 반쯤 전인 지난 2015년 12월, 한인회장 선거에서 김규 씨가 황의훈 씨를 70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돼 취임식까지 마쳤습니다.

    그런데 2달 뒤, 갑자기 일부 선거관리위원들이 모여 김규 회장의 학력과 경력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당선 무효를 선언했고, 지난해 7월, 임시 총회를 열어 선거에서 졌던 황의훈 씨를 회장으로 임시 추대했습니다.

    한인회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2명 된 것입니다.

    한인회 지도부는 당선 무효 선언과 황씨를 회장으로 추대한 임시 총회가 모두 규정에 어긋난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정관에 따르면 선거 결과에 대한 이의 제기는 당선자 결정 3일 이내에만 가능하고, 이후 선관위도 해산해야 합니다.

    [이순흥/전 한인회장]
    "(선거관리)위원장이 황의훈 후보한테 3일 동안 시간 줄 테니까 혹 이의가 있으면 진정서든 뭐든 하라고. 그럼 검토해 보겠다. 3일동안 이의 없음 하고 통보받았어요."

    또 임시 총회는 대의원 150명 이상의 서명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당시 황 회장 측이 제출한 대의원 동의서엔 기명 대의원 수가 112명으로, 정족수 미달이었으며, 서명 과정에도 거짓이 있었다고 합니다.

    [강학모/교민]
    "갑자기 한마음회 한다고 사인을 해달라고 해서 내가 사인을 해준 거거든요. 해줬더니 (임시총회) 그거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그날 취소시켰어요."

    그런데 이런 규정에 어긋난 임시 총회가 개최되도록 총영사관 소속 영사들이 동원됐다는 것이 한인회의 주장입니다.

    임시 총회가 (영상) 열리던 날, 총회 개최를 막는 한인회 집행부 앞에 누군가가 나섭니다.

    [천00 경찰 영사/호치민 총영사관]
    "(총회를) 하시게 냅둬야지, 하고 나서 아니라고 해야지 못 들어가게 막으면 안 돼요 알겠습니까??"

    호치민 총영사관의 경찰 영사 천모씨.

    이어, 총무 영사도 나섭니다.

    [서 00/호치민 총무 영사]
    "제가 책임을 다 지고 있어요. 제가 총무영사고요. 별관에 대해서 1차적인 저기가 있으니까 신분증 보여드릴게요."

    [김규 회장/호치민 한인회]
    "영사관에서 나온 영사야 그래서 저희들을 무장해제 시키고 교민 행사에 총영사관 영사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간섭이라고 보는 거죠."

    이렇게 한인 사회가 분열의 길을 걷고 있었던 지난 4월, 총영사관이 한인회에 개입하려 했다는 내용이 담긴, 황회장 명의의 성명서가 발표됐습니다.

    황 회장은 현재 입장을 바꿔, 성명서에 사인은 했지만, 자신의 입장과는 다른 내용이라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황의훈/전 한인회장]
    "사인했는데 반은 인지를 하고 반은 인지를 못한 상태에서 사인했어요. 총영사가 한인회를 좌지우지할 마음 하나도 없었어."

    하지만, 측근들은 말 바꾸기에 불과하다며,

    [이병련/황의훈 측근]
    "황회장 김규회장 김규회장 측 2명, 우리측 2명하고 6명 있었어요. 황의훈이 읽고 다 확인을 했죠."

    총영사가 김 회장을 몰아내고 황 회장을 추대하는 데 힘을 실어줬다고 말합니다.

    [김종국/황의훈 측근]
    "너네들이 만약에 한인회관을 접수를
    하면은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겠다. 그 회의를 영사관에 들어가서 이 00 수석 부회장, 황의훈씨, 저 이렇게 들어가서 분명 그 얘기를 직접적으로 들었죠."

    그리고 총영사가 계속 김규 씨를 회장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이병련/황의훈 측근]
    "(영사가 김규를)한번 만나가지고 얘기를 했는데 말이 안 통해서 그 뒤론 (김규를) 안 만난다. 그런 거 같았어요. (다 있는 자리에서 '나 김규 회장 싫어해'라고 말씀하신 거예요?) 그렇죠."

    총영사와 황의훈 씨 측근과의 전화 통화 내용도 공개됐습니다.

    [박노완 총영사와 황의훈 씨 측근 통화 내용]
    박노완 총영사: 김규라는 놈이 또 장난플레이를 하는데.
    이 00: 예...
    박노완 총영사: 저희가 조치하면 진짜 과감히 조치할 겁니다. 그렇게 알고 계세요. 황 회장한테도 얘기해주시고 끝까지 거기(한인회관)에 있으라고 그러세요.

    이런 갈등 상황에 대해 호치민 총영사관 측은 "한인회의 전반적 문제들에 대해 관여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임시총회장에 영사들이 나타난 것은 "혹시 모를 폭력 사태에 대한 대비 차원으로, 개입하려 한 것이 아니"라며, 통화도 한인회관 폐쇄 조치를 준비하던 중 황씨의 측근과 통화를 한 것으로 약간의 말실수가 있었던 것" 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총영사관 때문에 한글학교가 폐교 위기에 처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이거 몇 개인지 세보자 (하나, 둘, 셋...)"

    한국 베트남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8년째 무료로 한글을 가르치고 있는 사이공 한글학교.

    현재 임시 폐교를 해야 할 정도로 재정 상황이 나쁘다고 말합니다.

    [박선형 교사/사이공 한글학교]
    "애들이 ㄱ, ㄴ, 가나다 알고 있는데 거기서 단절시켜 놓으면 그나마 알던 단어에 대해서 언어는 지속적으로 우리가 몇 년을 배워도 잘 안 늘잖아요. 근데 그 끈을 없애 버리면..."

    이 학교의 교장은 한인회장 김규 씨.

    그런데 자신이 회장에 당선된 이후, 총영사관을 통해 교장에게 지급되던 재외동포재단 지원금이 갑자기 학교 임차료로 건물 주인에게 직접 전달됐다고 주장합니다.

    해당 지원비는 아이들 교재비 등으로도 사용돼야 하는 돈인데, 임차료로 줘버려 운영에 차질이 생겼다는 겁니다.

    [김규 교장/사이공 한글학교]
    "학교 운영 지원금이 왜 건물주에게.. 다가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임대료로 이렇게 나가냐 지금 당장 학교 운영이 힘들어 죽겠는데..."

    총영사관은 이에 대해 김규 교장이 사기횡령 혐의로 고소 고발돼 있어, 재외동포재단과 협의하에 임차료를 지불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확인 결과 김규 회장에 대한 고소가 있었지만 취하됐고, 재외동포재단은 "영사관과 지원 방식을 협의한 적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부터 총영사관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는 단체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곳 호치민에서 20여 년 동안 베트남인을 위한 구호 활동과 한국어 교육 사업을 하고 있는 한 민간단체도, 설립 이후 최대 위기에 놓여있다고 호소합니다.

    제시카 씨는 커피를 마시고. 베트남 여성들이 한글을 익히고 또 다른 교실에선, 한국 예절과 문화에 대해 배웁니다.

    지난 1996년 호치민에 설립된 아시아문화교류재단의 무료 교육으로, 한국으로의 결혼 이민을 계획 중인 베트남 여성들이 대상입니다.

    [팔솔다/아시아문화교류재단 학생]
    "(수업을 통해)제사, 음식 등 한국에 대해 알게 돼 좋습니다. 결혼해서 생활할 때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이 사업은 여성가족부에게 매년 9백여만 원을 지원받아 6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총영사관이 지난해부터 여가부에 제출해야 할 정산서를 7개월째 발급해 주지 않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재단 원장은 자신과 김규 한인회장이 친하다는 이유 때문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김기영 원장/아시아문화교류재단]
    "여성가족부에 원래 1월달에 보내야 되거든요. 이 정산서를. 근데 계속 차일피일 미루고 안 하고 또 한 며칠 후에 다시 얘기했더니 못 해주겠다는 거에요."

    총영사관은 취재가 시작되자 재단 측에 정산서를 발급해 줬습니다.

    '재단의 수익 사업 문제로 협의를 하던 중 정산서 발급을 잠정 중단한 것이지 안 해준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해당 공관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며 상황을 지켜봤던 한 영사는 안타까움을 토로합니다.

    [김재천 영사/호치민 한인회]
    "한인 단체나 한인 사회 원로들과 또 본의 아니게 총영사까지도 이 민원에 휘말렸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이 문제가 악화됐을 때 중재할 수 있는 중재자가 없었다는 것, 이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외교부 관계자 역시 "총영사관이 한인회 문제에 개입했고 외교 본부는 공관의 판단에 의존했기 때문에 문제가 지속됐다"고 밝혔습니다.

    교민의 화합을 도모하고 소통해야 할 공관장이 어느 한 쪽 편에 서는 일은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전대완/전 우즈베키스탄 대사]
    "화해를 하도록 중간 역할을 해야지 심판관이 되는 순간 총영사는 국가를 대표하는 외교관에서 범주에서 벗어난다는 거죠."

    또, 외교부가 무조건 공관의 판단과 말만 믿을 것이 아니라, 해외 공관장의 활동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서용현 교수/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제 식구 감싸기 하는 것은 공무원의 본성이에요? 그죠? 그래서 사실은 그것의 천적을 만드는 게 사실은 나는 중요하다고 봐요. 아니면 신문고 식의 하여간 불만을 토로할 수 있는 어떤 채널이라든가."

    [김경협 의원/국회외교통상위원회]
    "해외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해외공관에 전적으로 맡겨버리고 실질적으로 외교 본부 차원에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제삼자가 직접 현지에 가서 내용을 확인하고."

    박노완 호치민 총영사는 현 갈등 상황에 대한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끝내 응하지 않았습니다.

    [OOO 영사 호치민 총영사관]
    "제가 총영사님께 말씀을 좀 드렸는데 죄송하지만..."

    외교부 역시 해당 내용은 총영사관에서 가장 잘 알고 있다며, 추가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외교부 재외동포국 관계자]
    "일단 거기서 제일 잘 알고 상세하게 설명을 했기 때문에 저희가 다른 말씀을 드리기는 어려울 거 같습니다."

    다른 나라 교민들과 달리, 사회주의 국가 베트남의 체제 특성상 교민 대부분은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총영사관과 한인 사회가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호치민 교민들은 호소합니다.

    [김 00/교민]
    "엎고 싸우고 부수고 던지고 싸우고 한인회 때려 부수고 더 이상한 일이 뭐 있어요. 거기 이상 바닥으로 어떻게 내려가요."

    [양주종/교민]
    "교민들이 야 왜 베트남 한인회는 이 모양이야? 한인회비를 얼마씩 낼 텐데 그렇게 모아서 만든 단체가 왜 이 모양이야. 그런 얘기를 해요. 그럼 좀 창피합니다. 많이."

    분열되고 상처입은 호치민 한인 사회의 갈등이 하루빨리 봉합되고, 우리 교민들이 재외공관을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정부의 명확한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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