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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정영훈 기자

울릉도 바닷속에 보물선?

울릉도 바닷속에 보물선?
입력 2017-07-17 11:12 | 수정 2017-07-1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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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 주식 종목 토론방에서 울릉도 보물선 이야기가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옛 동아건설 임원들이 주축이 돼 드미트리 돈스코이호라는 러시아 전함의 인양을 추진하고 나섰다는 소문이 번졌기 때문입니다.

    과연 돈스코이호는 존재하는 것일까요.

    몽고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킨 러시아 영웅 이름을 딴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는 지난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일본 전함에 쫓겨 수세에 몰리자 울릉도 앞바다에서 스스로 배를 침몰시켰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울릉도 주민들에 따르면 당시 돈스코이호에서 살아남은 군인들이 동주전자와 약간의 금화를 주고 갔다는 말이 현재까지 구전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10여년 전 당시 한국해양연구원과 옛 동아건설 측은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선체를 발견했다고 발표했지만 100% 확실하게 검증되지는 않았습니다.

    보물이 존재하는 여부도 마찬가지. 실제 배에 보물이 실려 있다는 명확한 기록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돈스코이호에 설령 보물이 실려 있지 않다고 해도 돈스코이호의 역사적가치만으로 보물이라는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돈스코이호 인양은 가능할 걸까요.

    과거 돈스코이호 탐사에 참여했다는 수중탐사 전문가들은 보물선 이야기는 실체가 없고 실현 가능하지도 않다며 투자를 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울릉도 어민들도 수심이 깊고 조류가 빨라 인양까지 난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하는데..잊을만 하면 터져나오는 보물선 미스터리, 이번에는 돈스코이호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들여다봅니다.

    ---------------------

    [박00/ 주식투자자]
    "주식 종목 게시판에서 막 사람들이 난리가 난 거예요. 무슨 보물선 발견, 무슨 보물선 탐사를 투자한다."

    최근 한 상장기업의 인터넷 주식 토론방이 러시아 전함 '드미트리 돈스코이호' 얘기로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이 기업의 인수전에 참가한 한 업체가 울릉도 앞바다에서 돈스코이호의 인양을 추진하려 하는데,

    이 배에 엄청난 보물이 실려 있다는 얘기가 퍼지면서부터입니다.

    [박00 /주식투자자]
    "회사 홈페이지에 가니까 비전에 돈스코이호 인양 계획 이게 확실하게 명시가 돼 있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이게 현실성이 있는 건가? 진짜 그런 횡재가 진짜 생길 수도 있는 건가?"

    정보가 곧 수익으로 직결되는 주식 시장에서 다소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보물이 무려 150조 원어치에 달한다는 소문도 더해졌습니다.

    그런데 이 얘기는 이미 17년 전에도 화제가 됐습니다.

    [뉴스데스크 2000년 12월 7일]
    "(앵커)러일전쟁 때 침몰한 보물선이 발견됐다는 소문이 증권시장에 퍼지면서 이 보물선 탐사에 나선 회사의 주식 값이 폭등했습니다."

    당시 동아건설이 탐사에 착수한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은 복권을 사듯 주식을 사들였고, 주가는 개장과 동시에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몇 년 만에 인양 작업은 중단됐고, 러시아 보물선은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습니다.

    드미트리 돈스코이호라는 러시아 전함은 러일전쟁 당시 이곳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했습니다.



    이 배에는 군자금으로 쓰였던 금화 등 보물이 잔뜩 실려 있었다는 얘기가 전설처럼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물론, 명확한 사실 관계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보물이 전혀 없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100여 년 전 바닷속에 가라앉아 아직 그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돈스코이호.

    2580은 최근 또다시, 돈스코이호 인양을 추진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동해 동쪽 끝 울릉도.

    장대한 해안 절벽과 바다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룹니다.

    울릉도의 관문 저동항을 빠져나오는 한 척의 배.

    멀리 바다를 응시하는 사람들은 옛 동아건설의 직원들입니다.

    [이덕호 /전 동아건설 임원]
    "돈스코이호에 대해서 저희가 탐사를 동아건설 근무할 때 그때 추진하다가 회사가 파산되면서 중단됐습니다만."

    동아건설이 포기했던 돈스코이호 인양을 다시 시도하는 겁니다.

    [홍건표 /전 동아건설 임원]
    "발굴신청 해서 발굴해 가지고 진짜 끝까지 이번에는 중단 없이 끝까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검푸른 바다를 달리던 배는 특정 지점에 닿자, 자로 거리를 재듯 가다 서기를 반복합니다.

    "북쪽으로는 20미터 가야돼 북쪽으로..270, 250."

    돈스코이호 침몰 추정 지점의 정확한 위경도 좌표는 보안사항이어서 취재진에게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돈스코이호의 흔적은 울릉도 인근 바닷속에서 무인잠수정으로 촬영된, 선체로 추정되는 물체의 수중영상뿐입니다.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선체는 급경사를 이루는 심해 계곡 중턱에 수직으로 걸려 있습니다.

    이밖에 군함임을 알 수 있는 함포, 총알 흔적이 있는 단검, 불탄 자국이 있는 조타기 등도 카메라에 찍혔습니다.

    [유해수 박사/한국해양연구원(2003년 6월)]
    "역사적 기록에 군함이 침몰한 것은 돈스코이호 밖에 없기 때문에 그 지역에 침몰한 것은 돈스코이호일 가능성이 크다."

    탐사 영상들을 본 선박 전문가들도 이 선체는 돈스코이호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진교중/전 해군 해난구조대장]
    "100% 확신이 됩니다. 선형이 1905년도 이 시대에 맞고 포가 152mm 포가 러시아제 포고 그다음 마스트가 다 절단되어 있고 안에는 목재고 더 이상 확인할 게 없습니다."

    돈스코이호가 러일 전쟁이 시작된 이듬해인 1905년 울릉도 앞바다에 가라앉게 된 사연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당시 돈스코이호가 일본 전함의 공격을 받자, 선장 등 전함 지휘부는

    전함과 선체에 실린 보물을 일본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러시아 해군 선원 수백 명을 울릉도로 피신시킨 뒤, 울릉도 앞바다 2킬로미터 지점으로 와 배의 맨 아랫부분 배수판을 열어 스스로 침몰시켰다고 전해집니다.

    [심헌용 선임연구원/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일본 측에서 항복하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끝까지 항전하겠다고 하면서 (돈스코이호가) 대응사격을 했지만 결국 전투력이 상실되어서, 배수판을 스스로 열고 물이 들어오는 형식으로 자침을 하게 되죠."

    그런데, '배에 보물이 실려 있었느냐'는 주로 구전으로 전해집니다.

    일본 해군의 공격에 러시아 함대가 퇴각하며, 군수선 나히모프호에 실려 있던 금화, 금괴 등 막대한 군자금을 돈스코이호로 옮겨 실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구전 외에 보물 유무에 대한 명확한 기록은 어디에도 없는 상태입니다.

    [심헌용 선임연구원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나히모프 배가 침몰하면서 자기들이 갖고 있었던 물품을 돈스코이호에 넘겼다, 물품 중에 통상적으로 금화 뭐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그건 추정하는 얘기고."

    다만, 1932년 11월 뉴욕타임즈는 '나히모프호에 당시 화폐 가치로 5천3백만 달러의 영국 소브린 금화가 실려 있었다'고 썼습니다.

    하지만, 이 기사 내용이 사실인지, 또 돈스코이호가 금화를 옮겨 실은 상태로 침몰한 것인지 등이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당시 울릉도로 피신했던 돈스코이호 선원들의 흔적도 남아 있습니다.

    울릉 토박이 89살 정원도 씨.

    러시아 선원들이 자신들의 피신을 도와준 주민들에게 답례로 금을 건넸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온다고 합니다.

    [정원도 주민/ 울릉도 4대째 거주]
    "그 배(돈스코이호)가 내려앉으니까 보트 타고 내려와서 그 당시에 자기네들이 금화가... 그걸 주민들한테 주고 이랬다는 소리를 듣고."

    러시아 선원들의 각종 물품도 남아 있습니다.


    [정원도 주민/ 울릉도 4대째 거주]
    "이 배(돈스코이호)가 내려앉을 적에 동으로 된 주전자가 그때 하나 받았다고 해 가지고 자랑을 많이 했어요. 그 당시에."

    동주전자를 받은 마을 주민은 독도수비대장인 홍순칠 씨의 할아버지였습니다.

    "이게 그 주전자인가요?"

    "네 이게 저희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동주전자입니다."

    독도박물관 수장고에 있어 사진으로만 볼 수 있었습니다.

    [고윤정/ 독도박물관 학예사]
    "홍순칠 독도의용수비대장의 선조 분께서 이것을 받으신 걸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고요. 그중에 한 점은 독립기념관에 있고 한 점은 지금 현재 저희 박물관에 소장하고 있습니다."

    울릉도의 역사와 문화가 기록돼 있는 울릉군지에도 돈스코이호 관련 증언이 기록돼 있습니다.

    최후까지 저항했지만 끝내 배를 침몰시키기로 했고, 병사들은 섬에 상륙한 뒤 포로가 됐다고 적혀 있습니다.

    [김명호 관리계장/독도박물관]
    "구전은 아니고 생존해 있던 분들의 증언이죠. 실제로 본 사람들이 증언을 한 것을 토대로 작성을 했겠죠."

    백 년 넘게 울릉도 깊은 바닷속에 있는 저 선체를 건져 낼 수 있을까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립니다.

    울릉도 선장들은 인양 가능성을 낮게 봅니다.

    [김해성 선장/ 울릉도 울릉읍]
    "여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깊고, 수심 바닥이. 해저 바닥이 안 고르거든요. 평탄하지 않고."

    어선을 타고 나가 어군탐지기에 나타난 울릉도 앞바다 수심을 측정해 보면, 항구를 조금만 벗어나자 수심이 갑자기 깊어집니다.

    [김인태 선장 /울릉군 울릉읍]
    "(지금 저동항에서 2km 조금 안 되는 부분..지금 수심이 어느 정도?) 326m (더 나가면 더 깊어지나요?) 그럼요. 조금만 나가도 한 10분만 나가도 4백m 넘어요."

    울릉도 일대의 거센 조류도 장애물로 꼽힙니다.

    [이주혁 선장/ 울릉군 울릉읍]
    "수심이 엄청 깊을 뿐 아니라 조류가 엄청 세죠. 조류가 세 가지고 보물선을 찾는다고 하더라고 힘이 들 수밖에 없는 그런 여건입니다."

    울릉도 앞바다 속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다양한 물고기 등 수중 생물이 확연히 보일 만큼 바닷속 시야는 좋습니다.

    하지만, 가파른 바위 절벽이 이어지는 해저 골짜기가 곳곳에 이어집니다.

    돈스코이호 침몰 추정 해역의 수심은 3백 미터를 넘는 것으로 예상돼,

    해저 잠수정이 아니면 탐사는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윤혁순/수중촬영 전문가]
    "직벽으로 30미터까지 떨어지고요. 그다음 30미터에서 다시 또 약간 ㄱ자나 ㄴ자 같이 구부러졌다가 또다시 직벽으로 50~60미터 떨어집니다."

    반면, 어렵긴 해도 기술적으로 인양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진교중/전 해군 해난구조대장]
    "잡아서 들어 올리는 이런 개념이기 때문에 전혀 손상도 가지 않고 선체를 그대로 들어 올릴 수도 있고 저희들이 판단할 때 비용은 '500억, 600억 정도면 된다'라고 봅니다."

    돈스코이호는 앞으로 정밀 탐사가 이뤄져야 그 실체를 보다 명확히 알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실제 인양하기까지 비용과 방식 등 고려해야 할 사안이 적지 않습니다.


    또 만에 하나 보물이 실려 있다면 이에 대한 법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지난 2011년 11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있었던 한-러 정상회담.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정태익 전 러시아대사는 정상회담 실무 채널 성격인 코리아 러시아 다이얼로그, 한-러 대화에서 돈스코이호 문제가 논의가 됐다고 합니다.

    비공개로 말입니다.

    [정태익/전 주러시아 대사]
    "모든 논의사항은 양 정상한테 보고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의미에서 보고되었다고는 볼 수 있어요."

    보물 문제뿐만 아니라, 돈스코이호가 러시아인들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돈스코이호와 유사하게, 인천 앞바다에서 일본군의 기습 공격을 받자 자침을 택한 바리야크함의 경우, 지난 2011년 인천시가 추모비를 세웠는데, 2013년 방한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심야에 이례적으로 추모비를 찾아 헌화했습니다.

    [정태익/전 주러시아 대사]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르는 게 있어요. 그 애국심을 고취해서 이 사람(푸틴)이 재선이 되고 대통령이 재선이 되고 한 거에요. 추모비 건립했다는 걸 자랑했고 이 바리야크 함기를 전 러시아에 순회 전시회를 가진 거예요."

    돈스코이호에도 러시아의 국민적 관심이 쏟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심헌용 선임연구원/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러시아에서는)항복하지 않고 스스로 자침하면서 자존심을 세웠다는 드미트리 돈스코이호가 아직도 (바닷속에) 남아 있는 것에 대해 애석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요."

    인양이 되더라도 외교적, 법적 분쟁 가능성이 지적되는 대목입니다.

    [이석용 교수/한남대 법과대학]
    "과거의 해양강국들의 경우에는 군함과 같은 그런 선박의 경우에는 그것이 바다에 침몰해서 100년, 200년이 지나도 소유권이라든지 법적 지위에 변화가 없다, 여전히 그 기국의 소유다 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고요."

    옛 동아건설 직원들이 포항지방해양수산청에 정식 발굴 허가 신청을 접수하러 왔지만,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은 난색을 표합니다.

    투기성 여부 등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다는 이유였습니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
    "홍보자료는 150조 원 뻥 튀겨 놓고 그럼 투자자들은 뭘 믿겠습니까. 우리도 의심을 하잖아요. 누구나 허가를 받으려고 단가를 (매장물 추정단가)낮춰서 들어와서..."

    30년 전 돈스코이호 수중 탐사를 진행했다는 또 다른 사람들도, 보물의 실체가 없다며 반대 입장을 말합니다.

    [이선명 /수중탐 사전문가 두성해양연구소]
    "저희는 1980년대에 처음 들어와서 2년 정도 그걸 찾았었요. 근데 못 찾았죠. 실현 가능성이 없는 거고, 또 어떻게 보면 그걸 가지고 빌미로 투자자 유치한다든지 했을 때는 하라 마라가 아니라, 제가 (수중탐사) 최고 전문가로서는 저 같으면 안 한다는 거죠."

    돈스코이호 해저 탐사를 놓고 대박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고, 허황된 얘기라고 평가절하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보물의 존재 여부를 떠나 돈스코이호는 역사적, 외교적으로 가치 있는 유물일 수 있습니다.

    조만간 울릉도 앞바다에 떠오를지, 아니면 영원한 '보물선 미스터리'로 남게 될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 배와 관련된 보물 얘기가 투기 세력에 의해 악용되지 못하도록, 당국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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