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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황의준 기자

인공지능 AI무한경쟁

인공지능 AI무한경쟁
입력 2017-07-17 11:36 | 수정 2017-07-1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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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3월 펼쳐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바둑 대결.

    인간계 최고수 이세돌 9단의 압승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인공지능 알파고의 4대 1 완승.

    이른바 '알파고 충격' 이후 1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에서 인공지능 광풍이 불고 있습니다.

    구글, IBM 등을 필두로 인공지능 산업을 선도하는 미국과 바이두, 텐센트 등 신흥 IT 공룡을 앞세워 이를 바짝 쫓는 중국은 그간 얼마나 많은 기술적 발전을 이뤘을까요.

    인간 프로기사 16만개의 기보를 학습했다는 알파고는 최근 자신과의 대국을 수없이 반복해 한층 내공을 높여 세계 랭킹 1위 커제 9단까지 완벽히 제압했습니다.

    바이두가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 '샤오두'는 시각과 청각 등 감각의 영역에서 내노라하는 인간 고수들을 차례로 격파했습니다.

    다소 출발은 늦었지만 IT 강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에는 어떤 기발한 인공지능들이 등장했을까. 인공지능이 직접 기사를 쓰고,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말해주고 또 음식을 주문받아준다면 어떨까요.

    그 이면에 우리의 성장을 가로막는 어떤 장애물들이 있지는 않을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고 있는 지금 우리의 현주소를 짚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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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천재, 두뇌 능력자들이 나와 대결하는 중국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최강대뇌'."

    지난 4월 방송에선 이색적인 대결이 펼쳐졌습니다.

    사회자 왼쪽은 미국 국적의 세계 기억력 대회 우승자, 오른쪽은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가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 샤오두입니다.

    [알렉스/세계기억력대회 우승자]
    "인공지능 로봇과 처음으로 무대에서 대결하게 됐는데, 매우 기대됩니다."

    대결 과제는 부모 얼굴로 친딸 찾아내기.

    40명의 소녀가 무대로 입장하고, 40장의 부모 사진 가운데 무작위로 1장이 선택됩니다.

    이제 두 경쟁자는 이 사진 속 부부의 딸을 찾아내야 합니다.

    인간 도전자가 부부의 사진과 40명의 소녀들을 하나하나 대조하며 답을 찾고 있는 동안, 샤오두가 먼저 답을 정했다고 말합니다.

    [샤오두]
    "사회자님, 저는 답을 결정했습니다."

    다급해진 인간 도전자, 관객 출연자 모두가 숨죽인 가운데, 답을 정했습니다.

    [알렉스/세계기억력대회 우승자]
    "저도 끝냈습니다."

    양측의 답안이 공개됩니다.

    [사회자]
    "우선 샤오두의 답을 공개합니다. 셋, 둘, 하나, 11번입니다."

    인간 도전자의 선택은 달랐습니다.

    [사회자]
    "지금 알렉스의 답을 봅시다. 자, 자, 자 38번."

    과연 승자는 누구일까, 중국에선 이렇게 예능 프로그램들도 인공지능이 바둑뿐만 아니라, 시각, 청각 등 감각 추론의 영역에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상황을 다루고 있습니다.

    미국의 구글이 알파고로 전세계를 놀라게 한 것처럼, 중국의 유력 포털업체 등 IT 기업들이 만든 인공지능도 세계 관련 업계에 적지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인간이 고른 왼쪽 38번과 인공지능이 고른 오른쪽 11번.

    누가 이 부부의 딸일까?

    38번 소녀의 눈썹과 눈 그리고 턱선은 사진 속 부인 사진과 닮았고,

    11번 소녀의 경우 눈매가 사진 속 남편과 닮아 보이기도 합니다.

    인간 도전자가 맞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사회자]
    "아, 알렉스가 마지막에 써낸 답이 틀렸습니다."

    인공지능 샤오두의 결과는

    [사회자]
    "아,아,아 정답."

    샤오두는 인간보다 훨씬 짧은 시간 안에 정확히 딸을 찾아냈습니다.

    [출연자]
    "샤오두의 능력이 매우 강하다면, 우리를 도와서 실종된 어린이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미 중국에선 실종 아동 찾기에 샤오두가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지난 1월 방송에선 '귀신의 눈'이라는 별명을 가진 관찰력의 달인과 샤오두가 맞붙었습니다.

    대결은, CCTV에 단 1초간 포착된 가상의 절도범 3명의 화면을 본 뒤, 무대 위 30명 남성들 가운데서 찾아내는 것.

    1번 도둑은 자동차 블랙박스에 1초가량 모습이 포착됐고, 2번 도둑은 유리창에 비친 지나가는 모습이 부근 천장 CCTV에 잡혔습니다.

    3번 도둑은 우연히 휴대폰 사진 속 배경으로 찍혔습니다.

    모두, 어두운 밤, 모자와 선글라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상태입니다.

    유사한 관찰력 게임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다는 달인이지만, 1초 만에 지나가는 CCTV 화면을 보면서, 난감한 표정을 짓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관찰이 끝나고

    [샤오두]
    "사회자님, 저는 이미 관찰을 다 마쳤습니다."

    무대 위 30명 남성들의 얼굴이 번호순으로 공개됩니다.

    1,2,3번 화면 속 용의자를 모두 맞출 확률은 2만 4천 분의 1.

    한참의 고민 끝에 인간도전자는 답안을 확정 지었고, 샤오두도 결론을 내렸습니다.

    [왕위헝/관찰력 게임의 달인]
    "마쳤습니다."

    [샤오두]
    "사회자님, 저도 마쳤습니다."

    먼저, 1번 범인 찾기, 인간 도전자는 틀렸고, 샤오두는 범인을 정확히 지목했습니다.

    최종 결과 3명의 범인 가운데 인간 고수는 한 명도 맞추지 못했지만, 샤오두는 2명을 짚어 냈습니다.

    [왕위헝/관찰력 게임의 달인]
    "이럴 리가 없는데, 이런 일은 불가능한데."

    풍선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만 듣고도 몇 미터 높이에서 낙하했는지 정확히 맞출 수 있다는 청각 신동과의 대결.

    통화 내용을 부분 부분으로 끊은 음성 파일을 들려준 뒤,

    [1번 음성파일]
    "국화는 졌고..성..거행하는..."

    [2번 음성파일]
    "스웨터..저녁..사람..."

    [3번 음성파일]
    "할 때..대장장이..가질 때..."

    21명의 합창단 가운데서 목소리의 주인공 3명을 찾아내는 방식입니다. 합창이 시작되고, 정답 고르기에 나선 인간 고수와 샤오두.

    최종 결과는 1대 1.

    인간 고수와 샤오두가 각각 3명 가운데 한 명씩을 찾아냈습니다.

    이 신동의 능력은 물론, 인공지능 샤오두의 능력도 놀라울 뿐입니다.

    지난해 3월, 우리나라에서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 이세돌 9단과 구글 알파고의 대국이 있었습니다.

    대다수 전문가는 물론 이세돌 9단 스스로도 본인의 압승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인간 프로 기사의 16만 개 기보를 스스로 학습했다는 알파고의 4대 1 승리.

    [이세돌 프로바둑기사 9단/ 알파고 대국 당시]
    "할 말이 없을 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바둑은 내용상으로 보자면 정말 완패였고요."

    첫 번째 대국에서 나온 알파고의 102번째 수를 보고 바둑 전문가들은 경악했습니다.

    고수들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절묘한 한 수였기 때문입니다.

    [김찬우 대표/AI 바둑]
    "102번째 수의 의미는 컴퓨터가 사람을 뛰어 넘었다라는 걸 확실하게 알려준 그런 한 수라고 볼 수 있겠죠."

    [김찬우 대표/AI바둑]
    "보통은 이제 여기는 흑돌이 많이 모여 있으니까 건드리지 않고 이 돌로 이 돌을 공격하겠죠. 그래서 여기 들어간다는 발상은 떠오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엄청난 강수에요."

    알파고는 자기 자신과 수많은 대국을 반복하면서 약점을 고쳐 나갔습니다.

    스스로 진화하며 완벽에 가까워진 것입니다.

    최근엔 세계랭킹 1위 커제 9단까지 완벽히 제압하며, 바둑계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커제/세계랭킹 바둑 1위)]
    "인공지능은 바둑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잘해 낼 것입니다. 미래는 인공지능의 세상이 될 것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대표 IT 기업들의 인공지능 개발 속도는 감탄을 넘어 공포스럽기까지 합니다.

    이들 국가와 기업이 인공지능 개발에 수천억, 수조 원의 자금을 투자하는 것은 인공지능에서 다음 세대의 먹거리가 창출될 것이란 확신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공지능 연구는 진행 중입니다.

    수능시험 만점자를 포함해 전국의 수재 4명과 대결을 벌이는 퀴즈 프로그램.

    다섯 번째 참가자는 국책연구소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개발한 인공지능 '엑소브레인'입니다.

    총 12만 권 분량의 지식을 학습한 엑소브레인은 직접 문장을 듣고 질문을 이해한 뒤 정답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고난이도의 과학 문제에, 머뭇머뭇 거리다 답을 써 내려가는 퀴즈 달인들.

    "3라운드 들어서니 확실히 문제가 어렵습니다. 자, 제출된 답변을 공개합니다."

    엑소브레인은 '다니엘'이라고 답을 써냅니다.

    "정답은, 다니엘 전지입니다. “

    엑소브레인은 결국 600점 만점 중 510점을 획득해 2등과 160점의 큰 점수 차로 우승했습니다.

    [김현기 실장/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식마이닝실]
    "엑소브레인 2단계 때는 전문가의 전문적인 질문에 대해서 답변을 제공해 법률 특허 분야에, 공공기관 기업, 대국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인천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기아타이거즈의 프로야구 경기.

    홈런, 홈런, 또 홈런. 18대 17, 양팀 점수 합계가 35점으로 마무리될 만큼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습니다.

    올 시즌 최고의 명승부로 손꼽히는 이 경기에 대해 서울대가 개발한 인공지능'야알봇'이 작성한 기사입니다.

    '뜨겁게 달군 불방망이'라는 제목과 '10홈런 35득점을 합작했다'는 표현,

    그리고 1회부터 9회까지 단순 나열했다는 점 등 부자연스러운 부분들이 있지만, 이상하다고 느낄 만큼은 아닙니다.

    [최형창 기자/세계일보 체육부]
    "기자들이 볼 때는 그래도 티가 나는 게 있는데, 세세하게 구별하지 않는 일반 독자들이 볼 때는 그렇게 의식하지 않으면 구분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놀라운 것은 기사 작성에 걸린 시간이 단 5초.

    문자 중계로 들어오는 데이터를 실시간 정리하는 방식입니다.

    [이준환 교수 서울대학교(야알봇 개발자)]
    "야구경기나 증시 같은 것들이 로봇 저널리즘에 먼저 활용이 되는 것은 통계 분석이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포인트를 찾아내게 되면 그것을 바탕으로 기사를 쓸 수 있게 되는 거죠."

    여전히 우리나라는 IT 강국이고, 구글이나 바이두와 같은, 세계 수준의 포털 IT 기업들도 포진해 있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분야에선 세계를 놀라게 할 만큼의 대표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각종 규제와 당장 돈이 되지 않는 분야엔 투자를 꺼리는 관련 기업들의 자세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지난해 12월 우리나라 최초로 인공지능 의사 '왓슨'을 도입한 인천의 한 병원.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은 환자의 나이와 몸무게, 조직검사 결과 등을 입력하자,

    곧바로 항암제 처방을 권합니다.

    [이영창 / 대장암 환자]
    "(왓슨의 조언이) 거의 교수님들하고 일치를 하니까 저한테 맞는 진료가 괜찮다고 생각을 합니다."

    미국에서 개발된 웟슨은, 1천2백만 쪽의 의학 전문 자료와 방대한 환자 빅데이터를 학습해, 최적의 맞춤형 치료법을 제안합니다.

    그런데 한국판 왓슨의 탄생은 지금 같은 환경에선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등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송희경 의원 / 국회 4차산업 포럼 공동대표]
    "비슷한 증상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데이터를 모아야 되는데 원격 의료법에 의해서 막혀 있기 때문에 병원 밖으로 데이터가 나가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미국은 왓슨을 이용해서 여러 가지 병을 진단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시도조차 하고 있지 못하는 거죠."

    '알파고 쇼크' 훨씬 이전부터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돌바람'을 개발 중인 임재범 씨.

    돌바람은 지난 2015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 컴퓨터 바둑 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뒀지만, 올해는 중국의 바둑 인공지능 '줴이'에 밀려 8강에서 탈락했습니다.

    줴이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지난해 중국의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텐센트가 1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개발했습니다.

    [임재범 대표/돌바람 네트워크]
    "개발 환경이 차이가 많이 나죠. 텐센트 같은 경우는 거대 기업이고 도입된 자원 같은 경우에 현격한 차이가 나니까 개발 속도를 따라잡기가 힘들죠."

    임씨는 투자금을 구하지 못하자 생계를 위해 돌바람 대신 교육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임재범 대표/돌바람 네트워크]
    "저같은 경우는 이제 컴퓨터 장비 같은 게 가장 필요한 부분인데 정부 지원 사업에서는 장비 도입하는 데는 자금을 사용하지 못하게 그렇게 규정이 돼 있더라고요."

    알파고와 샤오두 등의 인공지능들이 세계무대에서 격돌하는 동안, 많은 IT 기업들을 보유한 한국은 무엇을 했는가, 답은 간단했습니다.

    [이요훈/IT 칼럼니스트]
    "해외에서도 어쨌든 중요한 거는 먹고살 수 있고 자신의 연구를 쭉 지속시킬 수 있는 이런 사회적 배경들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한국 같은 경우는 당장 산업화가 안 된 것들에 대해서는 지원이 떨어지고."

    정부는 오는 8월부터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가동합니다.

    2580이 만난 많은 전문가들은 더이상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며 한목소리로 경고했습니다.

    인공지능이 산업 전반과 국가 경쟁력에 미칠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인재 양성과 정책적 지원, 기업들의 적극적 투자가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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